새로운 법안을 마련하는 일과 방송전체의 필요불가결한 개혁의 한축이 사소하고 엉뚱한 사안에 발목잡혀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것은 방송전체로 볼 때 현재는 국지적인 기술방법의 일부 변화인 일단의 뉴미디어, 즉 위성채널과 케이블방송을 '21세기 정보화의 주역', '무한 시장경쟁의 총아', '영상산업의 국제화 발판', '방송 환경 변화의 기점', '다매체 다채널의 획기적인 출발' 등 발전적 표현을 망라했다.

그러나 이미 출발한 터무니없는 많은 종합유선방송과 프로그램 제공 방송국은 우리나라의 방송제작, 경영력의 한계를 입증한 정도였고 무한히 클 것이라고 과 대선전한 '안방시장'의 왜소한 규모만을 노출시켰다. 힘있게 강조하던 '영상산업'도 지금까지의 진행된 것과 같은 정력적이고 첨예한 상업주의만으로는 이룩될 수 없 는 산업이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외국의 방송이 비싸게 사들이는 우리나라의 프로그램은 실제 국내에서는 알아준 일이 없는, 매우 비상업적인 예술품인 '길위의 날들'(KBS 신TV문학관)이라고 들었다. 결론적으로 '산업론', '영상산업론', '국제경쟁력 주장' 그리고 정부의 공정한 채널 정책 이념은 적어도 위성과 케이블에는 그 기초개념부터 잘못 적용 된 것이었다.

개혁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송에 영향을 미치는 뉴미디어의 새로운 출발 역시 지금까지는 뉴미디어에 적용한 분명한 실수 - 시행착오 내지는 얕은 이기주의를 인정하는데서 비롯되어야 하는 것이다. 뉴미디어의 허가와 운용 그리고 그 본질을 해석하고 규정하는데 더이상 머뭇거린다는 것은 과거에 지녔던 방송매체들에 관한 정치적, 경제적 유혹을 떨어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밖엔 볼 수 없을 것이 다.

새 정부가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뉴미디어의 주요 정책을 여론을 뒤엎고 새로 짠 흔적은 전혀 없다. 그러나 과거 야당때의 주장과 여론과의 합치부분을 다소라도 흔들고 고치려고 머뭇거리는 인상에 대해서는 우려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Ⅱ. 위성방송의 재벌 및 신문사 허가 과제

1. 정부든 국회든 위성방송이 아시아 하늘을 뒤덮고 국내방송 판도를 전부 뒤집어 놓을 수 있는 매체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국민들에게도 인식시켜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내세우는 산업론자들이 그런 주장을 하지만 이는 자본의 진입을 위한 과장된 위협이다.)

2. 위성방송에 대한 초기의 재벌 진입 의도는 공중파 방송에 최종 목표를 둔 단계적 경영이라고 알려져 왔다. 자본의 힘이 튼튼하다 하더라도 종합채널이 아닌 특수분야만으로는 방송'문화'를 담보로 하는 품질저하의 경쟁이 가장 예상하기 쉬운 변화였다. (지금은 그런 방식조차도 수십개의 채널이 모두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된다.)

3. 자본주의 이념과 재벌에게도 공정한 대우를 위해서 허가의 과제는 새로 구성된 법정신대로 방송위원회에서 연구 결정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법조문에 허가/불허가 사항을 명기하지 않고 방송위원회가 연구 결정하는 사항을 기재하는 방안이다. 법안에서 진입금지 표현이 빠진다면 재벌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선 진입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최초로 부여되는 방송위원회의 권한에 비추어 이만한 정도의 결정력과 책임도 동시에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이 발표자의 생각이다.)

4. 신문사는 '언론'으로 군림하면서 언론이 아닌, 즉 종합채널이나 보도가 아닌 기타 방송이라도 허가해 달라는 요구는 결국 위의 재벌의 경우와 같은 과정과 결과만 예상될 뿐이다. 더구나 케이블과 같은 작은 규모의 투자방식도 경영이 여의치 않아서 온갖 보전책을 요구하는 마당에 큰 신문사의 경영보전책을 어떻게 감 당할 것인가. 차라리 적당한 시기에 매일경제가 '경제뉴스 케이블 방송'을 운영하 는 식의 보도분야 배분이 오히려 떳떳한 방식일 수도 있다. 현재는 큰 신문사들에 '영상오락'을 추가해야 할 이유가 없고 우려되는 측면은 위의 재벌의 경우와 같다.

5. 사실상 재벌을 포함하여 모든 기업은 영상제작물로 경쟁력을 겨룰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이미 케이블 방송을 통하여 실현되고 있으나 그와 같은 정상적인 경쟁을 도외시하고 '방송권' 확보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6. 위성은 케이블방송과 같은 경영의 난맥을 겪지 않기 위해서 중소기업(의미가 애매해졌지만), 문화기구(기존 방송 등)컨소시엄이 주축이 된 5∼6개의 채널이 출발하고, 반드시 케이블과의 연계를 시도하고, 편상상의 제약은 없도록 하며, 이들 원칙은 모두 방송위원회의 연구 및 책임하에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Ⅲ. 케이블 방송의 과제

1. 머독이 위주가 된 외국방송자본의 유입은 투자의 차원에서 인식되었으나 실 제적인 자본유입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으로 추정된다.

2. 이미 영상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지나칠 정도의 수입물의 영향을 받고 있으므 로 외국자본과 함께 들어오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경쟁력 강화라든가 산업적 상호 개방의 의미를 살리기 어렵게 되어 있다.

3. 불가피하게 개방한 외국자본에 대해서 채널배정과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자본비율에 준한 운용권한만 주되 채널전체로 배정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국내자 본과 위성채널 숫자로 분배를 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곧 장악될 위험을 지니기 때문이다.)

4. 현재로서는 문화, 자본 모두에서 개방의 득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5. 위성을 통한 머독의 진입과 진입후 전망은 폭주하는 외국 프로그램에 국내 수용자가 장악될 전망만 있을 뿐 경영적이고 경쟁적인 발전책은 미미한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