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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주제 :편성권 독립의 법제적 보장문제

방 정 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구 공보처가 1995. 9. 28일 통합방송법(안)을 입법예고한지 3년동안 크고 작은 전국 규모의 공청회, 토론회, 세미나가 49차례 있었으니 오늘 토론회가 50회째 토론회가 된다.

입법코스트 측면에서 볼 때 낭비요 과잉지출이며 사치스럽기까지 한 통합방송법 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정작 국민(수용자)의 눈, 귀, 입이 되고 그들의 보고 듣고 말하고 알 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할 방송내용에 관한 토론과 논의 대신 에, 방송위원회 위상이나 기능, 대기업과 언론사의 방송업 참여 여부 등에 대한 방송형식과 제도, 조직 등의 송신자 중심의 토론이 주류를 형성했다.

편성(Redaktion)은 방송내용(기사, 프로그램 등)의 형성행위로 개념화 될 수 있는바, 내용인 뉴스, 기사 보도, 사진, 그림, 화면, 비디오정보, 오락 등을 수집, 조달, 종합, 가공하고 분류, 선택, 배열, 변경하고 프로그램으로 형태 부여하는 포괄적-정신적-창조적 작업이 편성행위(Redaktionelle T tigkeit)인 것이다. 방송내 용산출의 핵심행위인 이 편성권이 왜 독립되어야하고, 필요한지는 국민의 보고 듣고 알 기본권리를 충족시키는 방송의 존재목적자체이기 때문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즉, 편성권이 훼손될 경우 방송의 존재목적이 위협받기 때문에 그것은 신성하고 동시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공정 방송, 왜곡정보, 거짓·과대보도, 비객관적이고 유해한 정보 등이 양산되어 국민들에게 공급되어 거짓여론이 형성되고 국민들의 정서가 황폐화되는 방송역기능은 거의 전적으로 편성권이 억압되거나 제한되 므로서 빚어졌음이 역사적으로 입증되었다.

그래서 현행 방송법 제 1조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 제 3조 "방송편성의 자유" 등이 보장되어 있고, 종합유선방송법 제 23조, "방송편성은 누구도 규제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여당의 통합방송법안 제 4조에도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그럼에도 방송편성 현실에서는 그 독립성과 자율성이 억압되고 훼손되므로서 불 공정, 비공익, 유해방송이 생산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방송내적자유(Innere Rundfunkfreiheit)보장의 법제적 장치의 결여, 미흡이 그 하나이고, 방송전문인의 전문성이나 윤리결여(수달 프로그램 등)가 다른 하나인 데, 전자가 구조적이고 결정적이기 때문에 그것만을 여기서 문제삼는다.

1. 방송의 자유와 독립은 방송경영과 조직의 자유 및 권리가 그 하나이고, 편성 의 자유 및 권리가 다른 하나인 이원적 가치란 이해가 필수적이다.

2. 기사나 프로그램 등 방송내용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그것을 생산하여 국민 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조직, 돈, 경영, 전문인 등 물질적-경제적 하부 구조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이것이 방송조직과 경영으로 압축되는데 이것과 내 용담당 편성과는 배제적 관계가 아니라 의존적-협조적 관계로 운명적으로 결합돼 있다. 이런 관점에서 경영과 편성은 우열이 없다.

3. 방송조직, 경영권과 편성권은 둘다 헌법, 일반법 등 법적으로 보호받는 중요 한 가치덕목들이기 때문에 방송현실에서 두 가치가 동시에 실현되어야 한다. 이 둘은 공히 보호돼야할 헌법적 가치다(P. Lerche)

4. 왕조통치, 총독부 통치, 자유당 독재 이후 군사독재 통치 등 정치권력이 전 통적으로 방송자유와 기사의 자유를 억압하여 프로그램을 왜곡하였다. 문민정부 수립 이후에도 방송사 사장 선임과 국가의 방송경영에의 영향력 등 국가권력이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훼손하는 기제로 작동해 왔다. 여기 더해서 프로그램 편 성전문인들의 기사권과 프로그램권은 국가권력이나 광고주 등과 유착한 방송경영 진에 의해 결정적으로 훼손되는 사태를 맞이했다. 경영권이 주이고 편성권이 종인 주종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서 프로그램과 기사권 곧 편성권의 경영으로 부터의 독립이란 방송민주화명제가 제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치권력 등 방송사 외부로부터의 편성권 자유를 방송외적자유, 경영진과 방송 조직 하이라키로부터 편성권이 독립되는 것을 방송내적 자유로 개념화 되었다. (H. D. Fischer)

5. 자본주의적 민주사회에서 방송소유권, 경영권은 방송조직과 방송기업 내부에서 경영주가 갖는 신성한 권리요 헌법적 보호를 받는 가치다. 그것은 조직원들에 대한 인사권도 포괄하고 있다. 경영진에 의한 인사권 독점이 인사전횡으로 변질 하면서 편집자들의 권리는 허구의 권리로 덜어졌고 「편성권」이란 법조문에서나 발견되는 그런 하찮은 가치로 전락한 것이다. 방송현실에서 경영권은 100%실현 되고 편성권은 파멸되는 방송비참이 빚어졌던 것이다.

6. 이같이 경영자에 의한 인사권 전횡이 언론자유와 편성권이란 헌법적 가치를 파괴하는 범죄행위가 됨을 간과했다. 여기서 경영권과 동등하게 편성권도 법제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 을 얻었고, 1987년 이후 신문, 방송노조운동의 중심테제로 편집, 편성권 확보논리가 이슈화됐다.
공정보도위원회, 공정방송위원회 등이 결성되어 편집, 편성 담당 국장들의 선출 내지는 임명동의제 등이 도입되었으나 법제화되지 못하고 작동이 고장을 일으키고 있다.

7. 그러므로 방송사 편성, 보도, 제작 등 편집(Redaktion)행위주체자들의 국민적 위임사항(법)인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방송은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보호, 신장하여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수행할 수가 없다. 보도, 제작, 편성의 자유대신에 경영자의 명령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공정성, 공공성, 다양성, 균형성 등을 작업과정에서 지키려해도 작업자율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8. 편성자가 그러므로 자기의 관점과 의견에 배치되는 기사를 작성하거나 프로 그램을 제작, 편성할 것을 강요하는 어떤 누구(정치적 외부세력, 경영진이나 부 서상사 등 조직위계 등)의 간섭도 거부할 경우, 인사상, 신분상 혹은 경제적 불 이익을 당하지 않을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편성자가 자기양심과 관점에 따 라 법적으로 부하된 공적과제를 프로그램 작업을 통해 자율적으로 수행했을 때, 그는 기사와 프로에 대해 스스로 책임도 진다.

9. 이러한 법적보호장치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편집·편성 전문방송인들의 총회의 조직화·제도화가 필연적이며, 그들과 방송경영진들과의 의견통로의 법제 화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0. 방송전문인들의 총회가 개별 방송사 내부에 법제화되면, 그들(물론 실무위 원회나 대의원회)과 방송사 조직 하이라키의 경영, 운영자 사이에 "편성권" 독립 과 자유란 방송법 정신을 존중한 편성과 편집, 제작규칙등을 합의한 「편성·보 도규약」을 만들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방송사 외부의 전문가나 학자 등 공적이 고 객관적이며 중립적 인사를 참여시켜 「편성·보도규약」을 합의하여 경영진도, 편성간부도 그리고 일반평기자나 PD도 그 규약을 지킴으로서 편성 (Redaktion)의 자율권을 실현할 수 있다.

11. 결론적으로 방송법에 편성권의 독립을 명시하고, 시행령이나 관련 하위법에 개별 방송사가 사내에 편성자총회 조직과 대의원 그리고 그들과 경영자 사이의 편성협의회를 두도록 의무화하고 편성·보도규약을 만들어 준수하도록 의무화하 는 입법화 작업이 요청된다. 이것이 지금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여당의 통합방 송법안에 결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