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제1주제에 대해 말씀드리기에 앞서 전체 토론회의 윤곽을 잡는데 도움 이 되도록「국민의 정부」의 방송정책 및 통합방송법 제정 방향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과거 정권 하에서 방송이 통치수단의 한 방편으로 악용되어 온 우리의 경험을 비춰볼 때, 방송정책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방송의 자유와 독립,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확보, 시청자의 권익보호 등 소위 방송의 '상위목표'가 시장논리를 앞세운 방송산업 육성, 국제경쟁력 확보와 같은 '하위목표'보다 우선 되어야 합니다. 이 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당의 방송법안과 방송정책은 방송의 기본이념과 정신을 충실히 반영하는데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당안이 방송의 산업적 측면을 완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 다. IMF체제를 맞아 위기상황에 처한 케이블TV의 정상화, 방송산업 및 프로그램 산업 육성, 위성방송 도입근거 마련 등 '방송인프라'의 구축과 관련된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 당안은 신설되는 방송위원회를 실질적인 방송총괄규제기구로서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관화하고 있습니다. 합의제 행정기구의 장점은 기관의 장 등 특정인의 독단을 견제하고, 절차상의 투명성·공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부당한 외압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입 니다.
 
일부에서는 방송위원회 위상과 관련하여 위원회가 "행정기구냐, 민간기구냐?", "행정기구로 할 경우 위원회의 독립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민간규제기구로 해야 한다" 또는 "민간기구가 방송사업 인허가 등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나 주장은 핵심을 벗어난 것입니다.
 
앞으로 설치될 방송위원회는 방송법이라는 특별법에 의해 설치되고, 방송에 관 한 규제감독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그 관할구역이 전국에 미친다는 점에서 행정기관이자 국가기관으로 보는데 무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당연히 행정기구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방송위원회가 독립된 방송총괄규제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또한 정부의 부당한 간섭이나 규제가 불 가능하도록 그 장치를 마련하는데 있습니다.
 
우리 당은 이미 공보처를 폐지했고, 신설되는 방송위원회에 사실상의 법령 제정 및 개정권, 방송사업 추천 및 승인권, 방송기본계획 심의·의결권, 프로그램심의권 등 그 동안 공보처가 행사했던 권한을 모두 방송위원회로 이관하였습니다. 또한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공익자금을 방송발전자금으로 개칭하고, 방송위원회로 하여금 관리토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방송위원회의 권한이나 방송발 전자금의 운용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지난 96년 여야동수로 구성된 「국회제도개선특위」에서 방송관계법률 개정문제가 다루어졌습니다. 약 6개월간에 걸친 특위활동을 통해 여야는 어렵게 방송위원 회 구성방식에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힘들게 도출한 합의안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방송위원회 구성 방식이 합의되어야만 (통합)방송법이 조기에 제정될 수 있다고 판단해 합의안을 그대로 방송법 초안에 담았습니다. 합의된 내용을 보면, 방송위원회 위원은 14인으로 구성하되 그중 7인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나머지 7인은 원내교섭단체의 협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의 방송위원회 위원선임권은 행정부가 위원선임권을 갖고 의회가 이를 인준하거나 추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송의 자유와 독립이 보장되는 국가에서 방송위원회 구성방식, 위원선임방식은 큰 쟁점이 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 오히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방송위원회 권한 및 운영상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문제입니다.

 대통령께서 이미 밝히셨듯이 새정부는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도, 통제 할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방송이 자발적으로 집권세력에 예속되는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따라서 새정부의 의지대로 방송법이 통과되면 방송의 운 영과 내용에 있어서 독립성이 보장될 것입니다. 방송관련 인사원칙에 있어서도 전문성과 객관성, 투명성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또한 방송이 '언론매체로 서의 비판기능'과 '문화매체로서의 품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러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