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외의 상투적 표현 형식으로는 아래 일러스트레이션 중 왼쪽과 같은 표현 이미지로, 이같은 오브제(object)를 이용한 어셈블리지(assemblage) 작품 경향은 국내에서도 이인수나 조선경 등의 젊은 작가들에 의해 근래에 보여지고 있는 표현 기법이다. 어셈블리지 작품들은 비미술적인 오브제와 실생활에서 버려진 잡동사니들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도판16 그래서 이런 작품들은 작가 고유의 독창성은 좀처럼 찾기 힘들뿐 아니라, 오브제라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작가들은 비슷한 오브제를 사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이런 경향의 작품들은 '상투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위에서 오른쪽에 있는 일러스트레이션도 많이 쓰이는 표현으로 '밧줄'이나 혹은 '필름' 등을 인체에 감는 표현들은 거의 도식화(圖式化) 된 표현이미지 형식이다. 이러한 표현은 주로 억압 받는 인간상이라던가 영화제의 부정적 이미지, 또는 강한 이미지를 표현하려 할 때 많이 쓰는 표현형식으로 이 또한 상투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이러한 표현들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도와주는 긍정적인 요소로도 작용하는 표현들로써 국내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상투적 표현 사례내에서 이미 언급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했던 필림을 이용한 일러스트레이션은 그것이 상투적 표현이긴 하지만 작가의 개성과 뒤범벅 되어서 상투적 표현으로 보이진 않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아래 그림의 왼쪽 일러스트레이션처럼 오히려 필림이 '상징'처럼 쓰여 메세지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확실한 의사전달이 이루어지는 원천이 된다. 그리고 오른 쪽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아래 사례 중 왼쪽 일러스트레이션의 제목은 「계약」이다. 그런데 이러한 제목과는 달리 아래의 일러스트레이션은 손과 발이 잡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어져 있는데 이같은 표현 이미지는 제목과는 상반되게 표현했다. 즉 제목과는 극히 정반대라 할 수 있는 상투적 표현을 씀으로써 그 일러스트레이션이 내포한 부정적 의미는 '보는 이'에게 그 이미지가 오히려 눈에 띠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또한 상투적 표현이 그들에게 주는 의미에 있어서도 몇배의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아래의 일러스트레이션들은 앞에서 말했던 작가만의 독특한 개성 내지는 스타일에 의해 상투적이면서도 상투적으로 보이지 않는 예이다. 그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러스트레이션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능면에서도 그 역할이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 표현 이미지이다.

앞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국외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보이는 상투적 표현형식들도 국내의 경우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전세계가 '일일 생활권'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계는 매스 미디어의 지배를 받고 있고 수 많은 이미지에 전세계의 사람들은 중독 당하고 있다. 즉 동일한 이미지를 보고 있으며, 그래서 모든 나라의 표현 이미지는 차이가 없다. 예컨대 상투적 표현형식은 국내·외 모두 비슷한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차이를 찾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단지 차이를 보이는 것은 국외의 경우 국내에 비해 상투적 이미지가 상투적 표현이면서도 상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와 동시에 상투적 표현이 상징으로서 의사소통적 기호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국내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자의 경우인데, 작가마다 그들만의 개성있는 양식으로 주제를 상투적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오히려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우리가 염두해 두어야 할 사항은 상투적 표현형식이란 작가의 권한 아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이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지 혹은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지는 물론 시대·사회적 상황에 영향을 받 지만 그보다는 일러스트레이터 스스로에 의해서 좌우된다. 예컨대 일러스트레이터는 자신이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의 표현 이미지가 상투적인가 아닌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 질 때 비로소 상투적인가 아닌가하는 문제는 더 이상 논의 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