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은 한 나라의 사회·문화를 반영하며, 시각 문화 전반을 이끌어 나가는 주도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표현에 있어서 다른 어떤 예술보다도 가장 자유로운 표현을 구사할 수 있는 매체로, 그 중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communication illustration)은 의사전달이라는 '커뮤니케이션 기능'과 '예술적 속성'을 동시에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또한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은 일러스트레이션의 분류 중 현대 사회에 가장 적합한 매체라고 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은 예전에는 인쇄매체를 중심으로 한 출판·광고 분야와 관련된 일러스트레이션 만을 한정해서 말하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그 영역이 영상 매체를 포함한 영역 확장을 이루고 있어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의 활용 범위는 무한대로 넓어졌다.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 있어서 표현이란 '의사전달' 기능과 '작가의 예술적 주관'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두가지 속성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그 만큼 중요하다. 또한 표현은 인쇄매체나 영상매체 등의 매스 미디어와 그 밖의 영역에서 가시화되어 일반인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표현이 두 가지 속성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그러한 영향은 표현이 '상투적'으로 흐르게 되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상투적 표현은 작가가 어떠한 주제를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주로 나타나게 되는데, 사실 작가 스스로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상투적 표현 이미지에 점차 무감각해져 가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 되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 있어서 표현의 비유는 의사전달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어느 정도의 도식화된 또는 정형화된, 즉 상징화된 표현 이미지를 쓰는 것은 나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상투적 표현이란 그 시대와 사회상을 반영하므로 '상징'처럼 쓰인 상투적 표현은 의사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다른 어떤 표현 보다도 그 효과가 크다. 이러한 사실은 상투적 표현의 긍정적인 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투적 표현의 부정적인, 면 또한 간과해 버려서는 안 된다. 이는 작가의 상투적 표현에 대한 매너리즘으로, 작가는 항상 이러한 측면을 경계해야 한다.

즉 일러스트레이터는 수 많은 대중적 이미지에 길들여지지 않기 위해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안목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그는 타인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상투적 표현에 대하여 일러스트레이터가 고민할 필요는 더 이상 없어질 것이다. 예컨대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무리 비유적 표현을 쓸지라도 작가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주제를 표현한다면, 혹은 상투적 표현의 긍정적·부정적 요소를 염두에 둔다면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이 상투적 표현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투적 표현으로 인한 매너리즘의 개연성적(藎然性的) 원인과 본질을 연구·인식함으로써 일러스트레이터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