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과 표현형식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communication illustration)은 다른 일러스트레이션 보다 특히 '의사전달(意思傳達)'을 목적으로 하는 시각매체이므로,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표현'은 중요한 과제이다. 표현이라함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의 내면 깊숙한 정서나 주관적인 생각, 또는 감성을 밖으로 나타내는 것, 혹은 외면적 형상으로 화하는 일'을 가리킨다. 즉 표현은 자신이 아닌 타인과의 접촉을 위한 일차적 단계라 할 수 있다.

표현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근본적인 우선책이라 볼 때, 시각 표현에 있어서 형식(形式)이란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조형적 시각 표현 형식이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앞장에서 살펴보았던 형이나 선, 색채, 그리고 질감 등의 표현 요소들을 표현 원리에 맞춰 가시화(可視化) 하는데 있어서의 일정한 표현 방식을 말한다. 예컨대 작품에서의 일정한 조형적 시각 표현형식은 '보는 이'가 작품을 이해하는데, 또는 비평가가 작품을 비평하는데 도움을 준다. 몬드리안이 말한 '보편성이 있는 표현'⁷⁴⁾이란 위에서 말한 일방적 전달이 아닌 상호 교환이 되기 위해서 필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표현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피카소가 말하길 작가가 작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했다. 이는 시각적 표현에 있어서 '보편성(普遍性)'이 중요한 만큼, 이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상상력이 녹아 있는 독창적이며, 창조적인 시각 언어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의 조형적 시각 표현형식은 매우 다양하다. 이것은 회화의 다원주의 현상처럼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점차 새로운 표현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영상매체의 발달은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영역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실상 오늘날의 모든 매스 미디어는 '읽는 것'과 동시에 '보는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상황 아래에서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은 매스 미디어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또한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은 '읽는 것'과 '보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매체이기에, 현대 사회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현대 사회안에서 다방면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은 작가의 '예술적 표현 의지'에 의한 '사회 커뮤니케이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데, 물론 이는 매스 미디어를 통해서 가시화 된다. 여기서 '예술적 표현'이라는 점은 일러스트레이션이 상업미술인가, 순수미술인가 하는 문제 제기를 일으키는 쟁점(爭點)이다. 조각가인 데이비드 스미스(Davide Snith)는 상업미술을 '타인의 마음과 욕구를 만나는 예술'로, 순수미술을 '예술가의 마음과 욕구를 만나는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에서 볼 때 많은 상업적인 순수예술가들이 있으며, 몇몇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순수 예술가라 할 만하다.⁷⁵⁾ 그러나 "가장 순수하다고 말하는 예술일수록 그곳에는 비지니스가 있다"라는 앤디 워홀의 말처럼 일러스트레이션이 '순수미술'인가 '상업미술' 인가를 구분하는 일은 더 이상 무의미한 일이다.

어쨌든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은 위의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다만 그 분류에 따라 어느 쪽 기중이 더 큰가 만이 다를 뿐이다. 예컨대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의 표현형식은 '예술적'이면서도 '합목적'적인 성격을 띠게 될 수 밖에 없다. 즉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가, 아니면 '합목적'적인 면에 비중을 두고 표현하는가에 따라 그 일러스트레이션의 성격이 결정되어 진다.

1-1. 사회학적 관점에서의 상투적이란 용어의 개념

'상투적(常套的)'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늘 버릇이 되다시피 한 (것)'이라고 정의하며, 예를 들어 상투적인 수법이나 상투적인 문구 등으로 많이 쓰인다.⁷⁶⁾ 또한 상투적이란 말의 영어 표기는 'commonplace'나 'conventional'으로 쓰며, 상투적이란 말은 인습이나 관습 또는 형식적인, 관례적인, 틀에 밖인 어떤 것을 지칭할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여기서 위에 있는 '형식적(formal)'이라는 말과 '상투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예컨대 '형식적' 표현은 어떤 규칙 또는 법칙에 따른 표현 또는 외형상 균형이 잘 이루어진 표현을 말하며, 이것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반면에 '상투적' 표현은 틀에 박힌, 또는 진부한 등의 의미로 쓰이며, 주로 부정적인 의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상투적이라는 말은 정형화된 것, 너무 흔한 것, 혹은 낡아 빠진 말이나 글, 수단, 표현, 방법을 지칭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1-2.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상투적 표현형식의 요인 및

원리 일러스트레이션에 있어서 표현이란 작가의 사고, 사상, 개념 등을 어떤 의미를 지닌 이미지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상투적 표현'이라고 보는 작품의 상투적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상투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표현이나 생각이 상투적이 되는 이유는 물론 그것들이 너무 자주 쓰였기 때문이다. 상투적이라고 보는 표현도 처음에는 분명이 새로우며 참신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투적 표현이 생기게 되는 요인은 매스 미디어를 통한 수 많은 이미지의 복제 속에서 우리들의 정신은 끊임없이 이미지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또한 문제는 이러한 이미지들에 의해 우리의 정신이 지배당한다는데 있다. 그러므로써 하나의 이미지 표현이 상징처럼 쓰이게 되고 정형화, 혹은 도식화되어 가는 것이다. 실상 우리 주위에는 하나의 이미지가 상징처럼 쓰이는 예가 무수히 많다. 예를 들어 우리는 비둘기가 평화를 의미하고, 푸른 물이나 산은 자연을, 하트 무늬는 사랑, 혹은 심장을 뜻한다고 생각하며 더불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식의 도식화된 상징적 표현은 타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유용하며, 이것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기호적 의미를 갖는다. 예컨대 표현 이미지가 상투적인 이미지로 변하게 되는 것은 기호적 의미를 갖지 않으면서도 자주 쓰이게 되어버려 식상한 표현으로 인식되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속담 같은 것은 자주 반복하여 쓰이지만 그것을 상투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사람들이 속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정이 반어적으로 속담이 상투적 표현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때문인데, 사람들은 속담에 아주 깊은 뜻을 담아서 그것에 바탕을 두고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하거나 사회 상태를 기술하지 않기에 우리는 속담을 가볍게 쓰고 가볍게 듣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속담을 상투적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즉 원래 쓰이도록 의도된 범위를 넘은 또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에 너무 자주 쓰여서 지친, 그래서 의도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표현이 상투적으로 흐르게 된다. 대체로 원래 의도된 범위를 넘는 일에 쓰일 위험은 비유적 표현에서 볼 수 있다. 비유는 뚜렷이 다른 두 사물이 지니고 있는 어떤 공통된 특질의 비슷한 점에 바탕을 두었으므로 환경이 바뀌면, 그것의 산뜻함은 이내 사라지게 된다. 즉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비유법으로 표현할 때 우리는 관습적인, 혹은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상투적 표현 이미지로 흐르는 오류(誤謬)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⁷⁷⁾

한편 '상투적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 자체가 표현 기법으로 사용되는 회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키치라고 부른다. 산업사회의 부산물인 기치는 일상 생활용품 같은 통속적인 미술작품을 가리기는 말로써 감성적이고 통속적 주제를 상투적인 기법을 이용해 표현하므로써 대중의 시각을 유혹한다.⁷⁸⁾ 이것은 팝 아트도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팝 아트와 키치적 경향은 최근 현대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그러한 경향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실상이다. 지금까지를 종합해 볼 때 상투적 표현이 항상 부정적인 의미 만으로 사용된다고는 단정지을 수 없으며, 그렇다면 상투적 표현은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긍정적 요인(要因)으로 작용할 수도, 또는 부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1-3. 상투적 표현형식이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 미치는 긍정적 요소

상투적 표현형식이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 미치는 긍정적 요소는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속성(屬性)인 합목적성(合目的性)과 관련이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매스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고유 영역으로서 이윤을 전제로 한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러므로 일러스트레이션에 있어서 '합목적성'이란 일러스트레이션의 사회적 조건을 충족시키는 속성으로 커뮤니케이션과 이윤 추구를 말한다. 합목적성은 대중성을 전제로 하며, 사실 일러스트레이션이 등장하게 된 원인도 시각 문화시대인 현대 사회에 일상 언어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한 요소들이 나날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회가 고도의 하이 테크놀로지(high-technology) 시대가 되면서 하나의 단어가 갖는 의미의 중첩, 무수한 신조어들이 등장하였다. 즉 하나의 단어가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의 주관성이 배제된 채 그대로 제 삼자에게 그 뜻이 전달되어지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일러스트레이션은 이러한 상황아래 현대 사회에 걸맞는 대안책으로 활성화 되었다. 예컨대 현대 일러스트레이션은 대중의 시각 언어예술로써 사회성을 획득하게 되었고, 합목적적인 속성을 지니게 되었다.⁷⁹⁾

이렇듯 합목적성은 일러스트레이션의 속성으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충족시켜주며, 상투적 표현은 의사전달이라는 기능을 도와주는 긍정적 요소의 역할로 작용한다. 즉 상투적 표현은 너무 자주 쓰여졌기에 그것이 진부한 만큼 많은 이들에게 그 표현 이미지는 익숙해져 있고 각인되어 있다. 때문에 이러한 상투적 표현 이미지들은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의 합목적적인 속성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으며, 클라이언트(client)는 대중들을 의식해 일부러 대중적인 상투적 이미지를 작가에게 요구 하기도 한다. 즉 이것은 수용자에게 메세지를 더 확실히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상투적 표현을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투적 표현형식은 시대적·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므로 그 시기마다 그에 따른 의미가 달라지며, 받아들여지는 효과 또한 다르다. 그러므로 상투적 표현이 매 상황마다 모두 동일한 의미로 쓰이는 것은 아니며, 어떠한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상황 아래에서는, 오히려 상투적 표현이 쓰여지므로해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상징화된 상투적 표현은 의사전달을 위한 하나의 효과적 대안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상징적 상투적 표현 이미지는 의사소통적 기호로서의 기능을 한다.

대중 사회의 시각 문화내의 매스 미디어 속에서 기생하고 있는 현대 일러스트레이션은 한 사회의 문화적 양상(樣相)을 반영하며, 그 시대적 문화 양상을 주도해 나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 아래 일러스트레이션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전달해야만 하고, 또 무엇인가를 전달하고 있으며, 대중들간의 의사소통을 통해서 사회적 이슈를 만들기도 한다. 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광수생각」은 그 대표적 예로써 그는 상투적일 수도 있는 만화적 기법을 이용해 대중에게 자신의 어법을 통한 일관된 퍼스널리티(personality)를 유지하면서 독자들과의 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도판16 예컨대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나타나는 상투적 표현형식은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원활히 하는 부수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상투적 표현형식이 상징화된 표현으로 쓰일 때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된다.

1-4. 상투적 표현형식이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 미치는 부정적 요소

상투적 표현형식이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 미치는 부정적 요소는 일러스트레이션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작가에게 있다고 본다. 또한 '상투적 표현'의 근본적 책임은 작가에게 있으며, 이는 작가들이 텍스트와 이미지의 결합인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상투적 표현을 구사한다는데 있다. 최근에는 현대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나의 예술적 기술로 인식하고 근대이후 미술의 조형적 실험들을 도입, 혹은 확대시키는 추세이다. 이것은 일러스트레이션의 예술적 속성 때문인데,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총동원해 자신만의 표현 이미지를 창조해 낸다. 즉 상투적 표현형식이 일러스트레이션에 나타나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작가의 상상력 부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상상력은 일러스트레이션의 원동력이며, 창조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으나 상상하는 힘만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창조해 낼 수는 없다. 단지 상상력은 창조의 한 동기일 뿐이며 사고를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창조성의 기준은 독창성(originality), 개성(personality), 자신의 양식(stylization)을 들 수 있다. '독창성'이란 모방이 아닌 자기 스스로 만든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근본적으로 처음 창조하는 경우와 근본적인 것은 아니나 과거에 있었던 것에 대하여 양식적, 개념적 발전을 의미하는 경우의 독창성, 이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개성(個性)'이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화술에 해당되며 높은 인격의 표현이 요구되는 것으로 도덕적인 의미의 인격 뿐만이 아니라 정신 능력의 원만한 성숙 상태를 의미한다. '자신의 양식'이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할 수 있는 의장(衣裝)과도 같다. 개인의 독창성이나 개성은 이같은 자신만의 양식을 통하여 제 삼자에게 하나의 독립된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일러스트레이션에서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 중 하나이다.⁸⁰⁾

사실 완벽찬 창조성이란 것이 존재하는 가에 대해서는 의심이 간다. 지금까지의 모든 회화적 표현들은 모방에서 시작된 것이었으며, 모든 것은 자연의 모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무리 비구상 미술이 사물의 재현에서 벗어났다고는 하나 그 또한 사물을 작가의 의지에 의해 재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완벽한 창조란 조물주의 '창조'밖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독창적이면서도 개성적인 자신만의 양식이 있는 작업을 해야 하며, 그러한 강박관념(强迫觀念) 속에서 작가는 항상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려 한다.

이같이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은 독창성 있는 작가만의 시각 언어를 요구하나 매스 미디어와 수 많은 이미지의 복제물들은 작가를 혼란에 빠지게 해서, 작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상투적 표현'이 나오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점차 작가와 그리고 보는 이는 자신이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이, 혹은 자신이 보고 있는 그것이 상투 적인지 혹은 그렇지 아닌지에 대해서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즉 이러한 사실은 상투적 표현형식이 일러스트레이션에 미치는 부정적 요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 국내·외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의 상투적 표현형식 사례 연구

2-1. 국내

국내 커뮤니케이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자주 눈에 띠는 상투적 표현형식은 아무래도 관광 홍보 포스터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이다. 관광 홍보 포스터 일러스트레이션들의 주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 이미지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즉 전통적 이미지라 할 수 있는 '탈과 부채'라던가 '한복 입은 여인', '단청', '농악대', '갓과 담배대', '적청의 태극 무늬', '장승', '승무' 혹은 '신윤복의 미인도'의 한 장면을 인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이것은 한국의 이미지가 전통적 이미지와 동일한 것처럼 일관되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히 밀어 붙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위의 작품들을 보면 위에서 언급한 한국의 이미지와 전통적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오류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그림2는 그림1의 대략 30년 정도 기후의 작품 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30여년 전의 작품이나 30여년 후의 작품이나 그리 큰 변화가 있어 보이지 않으며, 지금에도 이른바 전통적 이미지를 정면에 내세우는 일러스트레이션이 관광 포스터의 대분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아래의 사례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작가들은 전통적 이미지가 한국을 대표하는 모든 이미지인 것처럼 전통적 이미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위의 작품들 중 가운데 일러스트레이션은 민화 중 한 장면을 인용한 작품으로 이러한 일러스트레이션 또한 관광 홍보 포스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미지이다. 이러한 조선시대 기생의 모습을 넣은 이미지들은 우리나라의 시대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 이같은 일러스트레이션은 한 시절의 어쩔 수 없는 아픈 상처를 대변해 주는 것이나, 현재 상황과는 그리 맞지 않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단지 그 때 상황 아래에서만 적용되는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상투적 표현형식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시대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그것이 상투적인지 그렇지 않으면 긍정적 의미로써의 의사전달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역할을 하는지가 달라진다. 예컨대 상투적 표현일지라도 작가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작품들을 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생각나는 것은 한국을 내세울 만한 이미지는 전통적 이미지 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그러나 분명히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실 30여년의 세월동안 우리나라는 많은 발전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상투적 표현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부분의 관광 포스터 일러스트레이션은 전통적 이미지들이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근래에 몇몇 디자이너들에 의해 화두가 되었던 '한국적 디자인'의 논의 또한 같은 맥락의 논제로 볼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터는 한 문화를 주도해 나가는 문화 생산자이다. 이제 일러스트레이터는 지금까지의 이러한 상투적 표현형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일러스트레이터는 현재의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새로운 한국의 이미지를 찾아내야 하는 문화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상투적 표현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이러한 전통적 이미지들이 외국인들의 눈에는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 버려서는 안 된다. 관광 차원에서도 다른 나라와 차별화 되는 이러한 전통적 이미지는 필요하다. 즉 이같은 측면에서 볼 때 전통적인 상투적 표현 이미지는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또 하나의 대안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전통적 이미지들을 잘 활용하여 세계속에 침투해서 그들만의 독특한 전통적 이미지들로 세계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이웃 나라인 일본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통적 이미지는 관광 홍보 일러스트레이션에 쓰여서 바람직한 현상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의 일러스트레이션처럼 표현 이미지 그 자체는 상투적이랄 수도 있으나 작가만의 개성이 담겨있는 독특함이 있다면 여기서의 상투적 표현은 오히려 긍정적 효과로 작용한다.

이외에 또 다른 상투적 표현형식이라 볼 수 있는 주제로 '현대 사회'를 표현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즉 현대 사회의 '인간상'이라던가, '일상' 등을 표현할 때를 말하는데, 이럴 경우 가장 많이 나오는 표현형식으로는 아래 그림들과 같이 바코드 혹은 샐러리맨 복장의 남자, 도시, 억압된 얼굴 표현 즉 눈이나 귀 또는 입 등에 나타나는 가학적 표현 들이다. 이런 식의 상투적 표현들은 특히 공모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들로 주로 이런 표현들은 형식화되어 버린 상투적 표현의 전형적인 예이다.

앞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이러한 상투적 표현들은 비록 상투적 표현이긴 하나 보는 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더 확실히 전달하는데는 도움을 준다. 즉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상투적 표현은 용이하며, 특히 상징화된 상투적 표현 이미지는 의사소통 측면에서 볼 때 그 효과가 크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아래와 같은 일러스트레이션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질감에서 보이는 상투적 표현형식으로는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질감 표현으로, 우선 거칠게 밑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검정색과 같이 진한 색을 바른다. 다시 그 위에 밑 바탕의 색이 언뜻 언뜻 보이도록 그림을 그리는 표현 방법으로 질감을 형성하는데, 이러한 표현 방법은 질감에 있어서의 상투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질감'이라는 것이 미술의 표현사에 출현한 것도 근대이후의 회화에서부터이며, 질감은 '색'과 더불어 작가가 감정을 표현하는 직접적인 행위이다. 또한 현대 작가들은 질감에 많은 집착을 가지는데, 이러한 집착은 현대 미술 안에서 새로운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또한 새로운 모색(摸索)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이전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질감 표현으로 자신의 작업을 지속하려 하는 경향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표현에서 중요한 것은 질감보다는 형이다. 질감 이전에 형에 대한 문제를 고심해야 하며 질감은 그 이후의 일이다. 또한 질감에 너무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으며, 이러한 질감의 상투적 표현 또한 지양(止場)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내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보이는 상투적 표현형식들의 사례는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부정적·긍정적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염두(念頭)에 두어야 한다. 또한 일러스트레이터는 상투적 표현을 그렇지 않게 보이도록 하게 하는 독창적인 자신만의 표현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어쨌든 위에서 언급했던 것 이외에도 많은 상투적 표현형식의 예가 있었으나, 여기서 논하기에는 너무 방대하기에 그 중 본인이 생각하기에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몇 가지 사례만을 선택하여 실었다.

2-1. 국외

국외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보이는 '상투적 표현형식'은 주로 주제를 설명적으로 표현하려 할 때 나타난다. 또한 이들의 상투적 표현들 중 몇가지 표현은 국내의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표현들이라는 점도 눈에 띠었다.

아래의 일러스트레이션들은 주제를 설명적으로 풀어가고 있고 또한 비유적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 같은 표현형식은 국내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아래 왼쪽에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비유적 표현으로서의 '태엽 장치'는 부정적 의미를 표현하고자 할 때 주로 사용된다. 가운데와 오른쪽에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의 '가위'도 '태엽 장치'와 마찬가지로 비유적 표현에 많이 쓰이는 도구로, 거의 상징처럼 쓰이는 표현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특히 무엇인가를 근절시킨다든가, 혹은 단절의 의미로 강한 의사를 전달하려고자 할 때 쓰인다. 그러나 이러한 상징적 도구들은 '비둘기= 평화' 같은 관계와는 달리 상투적 표현으로 보여진다. 그 이유는 '태엽 장치'나 '가위'가 설명적 도구로써 주제를 비유적으로 나타내는데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태엽 장치나 가위가 비록 상투적 표현의 도구로 쓰이긴 하였으나 그와 더불어 의사소통적 기호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이러한 상징들은 작가가 보는 이에게 내용을 전달하는데 있어 효과적인 도구라 할 수 있다.

한편 또 다른 상투적 표현으로는 아래의 일러스트레이션들처럼 인간의 부분을 이용해 다른 부분으로 대체시키거나, 또는 국내 일러스트레이션에서 한번 언급했듯이 인체에 가학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들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국내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표현들로서 일러스트레이션의 예술적 속성보다는 의사전달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되는 표현 형식들이다. 예컨대 텍스트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부합하나 이런 형식의 표현들은 너무 자주 눈에 띠는 표현 이미지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