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전통문양의 개념

전통문양이라 함은 고래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무늬의 모양으로서 일반적으로 전통이란 단어에 문양이란 단어를 합친 복합어이다. 전통이란 어휘를 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① 계통을 받아 전함, 또는 이어 받은 계통.

② 관습 가운데서 역사적 배경을 가지며 특히 '높은 규범적 의의를 지니고 전하여 내려오는 것'이라 적혀 있다.

그리고 문양이라는 것은 명사로서, 무늬의 모양이라고 해석된다. 무늬라는 것은 물건의 겉면에 여러 가기 현상을 나타낸 문(紋), 문채(文彩), 패턴으로 옷감, 조직 따위에서 장식으로 표현하는 여러 가지 모양, 꽃무늬 등을 말한다.³⁾ 곧 사실상 문양과 무늬는 한 가지라고 보아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우리 생활 공간의 모든 주변과 생활 용구, 기기, 일상 용품, 식품, 구축물,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어떤 물건에도 면(面)이나 벽(壁)이 색채와 무늬, 즉 문양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형태는 없다. 이 문양은 고대의 많은 벽화와 유물의 그림 속에서도 무수히 발견되는데 이 때부터 우리 인간과 문양의 원초적 연관은 성립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만 종의 문양이 전래되어 왔고 또 현대는 현대대로 새로운 문양과 무늬가 개발되어 오고 있다.⁴⁾

이상의 간단한 해석을 요약하자면 전통 문양이란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 민족의 역사 속에 이어져 내려오는 무늬의 양식과 총체를 의미한다.⁵⁾ 한 민족의 문양이란 그들의 아름다운 환경을 장식하는 일종의 응용 미술로 그 민족의 정서가 담긴 그릇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예로부터 생활 속에서 이를 추구하고 즐겨 왔다. 특히 우리 조상들의 얼이 담겨져 있는 우수한 미술분야 중 기와, 떡살, 단청 등에 나타난 아름다운 '무늬'를 총칭하여 우리의 전통문양이라 한다.⁶⁾

B. 전통문양의 흐름

문양의 발생은 신앙과 미신 또는 주술(呪術)에 기인(起因)한 경우, 기술이 만들어 내는 경우, 상미적(尙美的) 의지에 의한 경우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첫번째 주술에 기인한 경우는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본래의 의미가 없어지고 전연 다른 형태가 되어 전통적인 모습으로 고정된 경우가 많고 민족적인 특색을 볼 수 있다.

두번째 기술에 의한 경우는 세계 공통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경우가 많고,

세번째 상미적 경우는 앞의 두 가지의 경우가 만들어진 것을 기초로 하여 거기에 각 시대의 문화를 배경으로 온갖 소재가 창조되어 온 것이다. 이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문양의 주체를 이루는 것이라 하겠다.⁷⁾

우리나라의 문양은 일찍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우리 문화의 풍습과 생활 양식에 알맞게 변화되어 독특한 양식으로 변화한 것이다.⁸⁾ 즉 새로운 성격의 문양을 창조한다는 것은 그 민족 특유의 생활 정취에 의하여 형성되고 발전되었다는 의미가 되며, 거기에서 또 하나의 고유한 조형양식과 조형 특질의 단면적 요소가 종합되어 아름다운 문양적 질서를 조직해 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시대 이후 우리 나라 문양의 거의가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중국 문양이라 하지 않고 한국 문양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여기에 있으며 이러한 민족 문양의 특성은 그 민족의 생활 감정을 미적으로 구현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예로부터 생활 속에서 이를 추구하였고 즐겨왔다. 우리의 고유한 문양의 기원도 선사시대의 유물인 토기(土器)나, 외벽(外壁)에 나타난 문양과 여러가지 유물의 문양을 시초로 한 청동기시대, 그리고 농경문양과 기하학적 문양이 점차 발전되어 삼국시대,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오늘에 계승 되었다. 이러한 전통문양은 조상들의 생활소산으로 우리 나라 천부(天賦)의 자연적 조건 밑에서 우리의 고유한 민족정서가 넘치는 미적 감각에 의하여 이룩된 것이다.

한국의 전통문양이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옛날부터 오늘까지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 이어져 내려오는 무늬의 양식과 총체를 의미한다.⁹⁾

이제 이러한 점을 기초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문양의 조형적 표현은 먼저 그림문자 또는 직물과 편물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원시시대에 의사전달의 수단이 되었던 신성한 표시나 기호를 그림과 문자의 시초로 보고 있듯이, 큰 나무와 암벽 바위자갈 또는 동물의 뼈나 뿔 등에 자연, 비자연적인 어떤 형상을 선(線)으로 새긴다거나 부조로 새긴다거나, 아니면 채색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행위, 이런 것들이 바로 문자의 형성을 이루게 된 것이다.

중국의 상형문자는 산천의 생김새와 조수의 발자욱, 우주 운행의 형상 등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 많으며, 이집트의 신성문자나 앗시리아나 바빌로니아 또 페르시아에서 사용한 결형문자 등에서 모두 문양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이 문양은 가장 원초적인 의도적 표현에서 시작되어 오늘날에는 모든 예술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장식예술의 하나로 발전하게 되었다. 곧 문양은 인간의 욕구를 어떤 방법으로든 밖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한 상징의 하나이다.

1. 원시시대의 문양

우리 한민족은 원시시대부터 황하 유역 문명과 만주와 몽고적 성격을 지닌 민족이다. 따라서 우리의 문양도 이들 북방아시아계의 장식과 문양요소를 간직하고 있다. 또 지형적으로 서로 가까이 있는 한문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으며, 중국을 통해 유입된 불교의 문화까지도 지니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 이른바 장식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은 구석기시대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증거가 남아있는 것은 신석기시대의 토기에서 증명할 수 있는 것 뿐이다. 토기의 능형과 점살빗으로 된 시문구(施文具)로 점선과 짧은 빗선을 띠모양으로 연속시켜 이른바 빗살무늬토기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빗살무늬토기는 그 형태와 함께 스칸디나비아에서 시베리아애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 같은 계열의 형식을 보이고 있다. 이 빗살무늬는 생선뼈같은 평행사선무늬와 번개무늬, 파상무늬, 삿자리무늬, 파상점무늬, 톱니무늬, 우점(雨點)무늬, 융기무늬 등을 비롯한 기하학적인 무늬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하학적무늬는 청동기시대에 와서 더욱 정교하게 발전하게 된다. 그 대표직인 예는 이른바 세선(細線)무늬로 불리는 청동 거울을 보면 알 수 있다. 곧 가늘고 세련된 정교한 사선으로 가득한 삼각무늬를 중심으로 동심원두의, 성광(星光)무늬, 방사선무늬, 문살무늬 등을 나타내고 있다.

2. 고대의 문양

삼국시대에 오면 장식문양은 이제 그 기법과 형태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주무늬와 부수적인 장식무늬로 구분되고 있으며, 선조법(線彫法), 면조법(面彫法), 압찰법(押察法), 채묘법(彩描法), 상감법(象嵌法) 등의 평면적 기법과 투조법(透彫法)과 원조법(圓彫法) 부조법(浮彫法) 같은 입체기법이 두루 쓰여지고 있다. 이 가운데 채묘법과 선조법은 가장 오핸 전통기법이지만 삼국시대의 의장적 특징은 역시 투조법과 선조법 상감법 루금세공법(鏤金細工法)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투조기법의 발달은 중국 한문화 금공기술과 스키타이 금공문화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내륙 시베리아에서 흑해연안까지 연결되는 동아시아문화권의 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또 이 기법은 평면적인 묘사로 의장된 구성이기도하여 고분벽화나 칠기의 무늬의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삼국시대의 무늬는 크게 식물무늬계와 동물무늬계, 구름무늬계로 나눌 수 있다. 또 식물무늬에는 인동(忍冬)무늬, 연화(蓮花)무늬 등의 수목(樹木)무늬도 있다. 동물무늬는 거의 한문화(漢文化) 요소인 용(龍)·봉(鳳)·일월(日月) 등의 무늬와 새무늬, 녹각무늬, 날개무늬, 나비무늬 들이며, 그밖에 구름무늬계의 무늬와 불꽃무늬 등이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관식(冠飾)무늬 등의 장신구에 보이는 문살무늬, 비늘무늬, 귀갑(龜甲)무늬, 그물무늬와 T꼴을 구성한 번개무늬 등을 부수적 문양으로 가지고 있다. 동물무늬는 식물무늬보다 더 옛날 방식이다. 특히 사실적인 묘사에서 벗어나 표상적(表象的)이고 고아(古雅)한 맛을 보이고 있어 강렬한 북방유목민족의 특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동물을 소재로 한 투조무늬는 신라 뿐만 아니라 고구려에서도 보이고 있다. 특히 용(龍)의 형태나 그것에서 탈화한 형식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당시 중국 육조시대(六朝時代)와 삼국시대 및 가야와의 둔화적 동시성을 알려주는 것이 되고 나아가 일본의 고분미술품에도 다소 경화(硬化)된 용무늬가 있어 같은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일신라에 오면 고유문화와 불교 및 당나라를 통해 들어 온 국제적인 문화요소가 모두 융합되어 다양한 가운데 풍성하고도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상화(寶相華)무늬와 당초무늬는 삼국시대의 인동, 연화무늬에서 더욱 변화되고 화려해졌는가 하면, 새로이 수화쌍금무늬, 쌍수(雙樹)무늬 등의 서상적(瑞相的)인 소재와 보운(寶雲)무늬 등이 좌우 대칭으로 구성되어 나타난다. 이 시대에는 쌍조(雙鳥)무늬, 쌍룡(雙龍)무늬, 기린(麒麟), 천마(天馬), 비천(飛天) 등의 무늬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사자(獅子)무늬,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 가릉빈가(迦陵頻伽)무늬 등도 신라 장식의 특징이다.

3. 중세의 문양

고려는 태조 때부터 통일신라의 융성하던 불교의 바탕 위에 유교사상을 지향하여 격조있는 새로운 문화를 꾀하게 되었다. 문양에서도 상감기법을 보이고 있다. 곧 고려 자기의 무늬는 당시 사대부들이 즐겨 찾았던 화재(畵材)인 야국(野菊), 수양버들, 갈대, 물새, 운학(雲鶴) 등이 있는 풍경화적인 정경의 무늬여서 한국적 정취를 자아내었고, 소나무 아래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학무(鶴舞)를 즐기는 선비를 나타낸 의장도 있어 한가한 고려인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도 매화와 대나무, 난초, 연꽃, 모란과 산새 등은 조선시대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4. 조선시대의 문양

조선시대에 들어오면 능숙하고도 품격이 높은 회화적(繪畵的) 장식무늬가 그려지며, 문인화퐁(文人畵風)의 그림이 장식으로 등장하게 된다. 중엽에는 산수(山水), 인물(人物) 뿐만 아니라 영모(翎毛), 화조(花鳥), 묵매(墨梅), 묵죽(墨竹), 포도(葡萄) 등의 그림 소재가 무늬의장으로 성행되며, 후기에 와서는 산수무늬를 중심으로 장생(長生)문늬, 어개(魚介)무늬, 용과 범 그리고 여러가지 길상도(吉祥圖)에 의한 행복관과 해학적인 문양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나라 문양은 삼국시대 이래 대채로 불교적 요소가 많지만, 더불어 유교나 도교적인 요소도 포용하고 있다. 곧, 공예미술에 특징적으로 쓰여진 길상적인 문양은 다복(多福) 다수(多壽) 및 자손 번영의 다남(多男)을 상징하는 소재가 많이 나타나 있다. 이러한 문양요소는 선사시대부터 믿어왔던 천명관(大命關)속에서 팔괘(八卦)와 태극(太極)등의 상징적 도상을 나타내 길(吉)과 이(利)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또 불교적인 길상무늬인 칠보(七寶), 팔보(八寶)무늬는 여의(如意)와 길경(吉慶) 장명(長命)을 뜻하는 것으로서,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팔선(八仙)의 상징물과도 상통한다.

도자기와 금공의장 및 건축의장에 많이 나타나는 여의두(如意頭)무늬, 연판(蓮辦)무늬 보상화무늬 등의 화문형식은 고대의 운문(雲文)과 연화(蓮花) 무늬 등에서 발전시킨 것으로서 다양한 형식을 보이고 있다. 여의두무늬는 심(心)자의 고자(古字)에서 상징화되어 운문, 여의두무늬, 보상화무늬로 변천하면서 평안(平安) 여의(如意) 화합(和合) 길경(吉慶) 등의 뜻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므로 모든 가구나 기물이 장식무늬로 가장 많이 쓰여졌고, 유불선(儒佛仙)의 복합적인 상징물이 되었다. 또 민간생활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일월(日月)과 오악(五嶽)이 상징화된 문양도 회화적인 산수풍경무늬로 그려져, 장생불로를 내포한 이른바 십장생무늬로 나타난다. 그리고 건축에 나타나는 창호(窓戶)의 창에 주로 보이는 만자(卍字)무늬, 아자(亞字)무늬, 정자(非字)무늬, 전자(田字)무늬, 귀갑(龜甲)무늬, 사슬무늬, 금강저(金剛杵)무늬 같은 각종 추상적 무늬도 거의 장생신앙과 벽사(壁邪)의 의미로 쓰여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문양요소는 아주 오랜 전통적 생활관념 속에 복합적인 신앙요소를 지니면서 그 의장과 기법에 따라 다양하게 변천 발전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¹⁰⁾

C. 전통문양의 형식적 분류와 상징

한국 미술의 특성은 민예적(民藝的)이어서 미술과 신앙, 그리고 종교를 분리할 수 없다. 전통문양은 점성적(占星的)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니게 되며 기원하는 여러 가지 관념적 요소를 생겨나게 하였다. 특히 신앙의식이 강렬하게 나타나게 하는 문양으로 부적(符籍)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다른 문양과는 달리 가장 원시 미술에 가까운 인간 신앙의 미술이라 볼 수 있다.

무늬는 삶에 대한 어떤 주관적 의식이 담겨있는 생활의 산물이기 때문에 지적(知的) 대상이기 이전에 인류가 걸어온 삶의 역사이며 발전과 창조의 표출이다. 그 속에 종교가 있고 신앙이 있었다. 따라서 미적(美的) 감성에 앞서 미적 내용을 반영하며 미적 쾌감보단 환경을 바탕으로 표상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음양 조화(陰陽 造化)의 구현으로서 사상(思想)과 신앙(信仰)과 신(神)의 권화(權化)가 하나로 표징된다. 우리의 옛 무늬는 유불선(儒彿仙)의 신앙적 관념이 한 덩어리로 묶여 있다. 감상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신사(神事)를 통하여 생활을 순조롭게 하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삶의 자세에서 무늬가 쓰여진 것이다.

다듬고, 새기고, 그린 여러 모양의 장식적 요소는 어떠한 수법으로 어디에 묘사되어도 서로 상응하는 마음이 있다. 극히 공상적이라 할 수 있으며, 장식적이고 상징적 요소들이 민속학적으로 또는 미술사학적으로 동양 문화의 원천을 이루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의 고유 무늬를 보면 대부분 수(壽), 복(福)과 벽사(壁邪)를 지니고 있다.¹¹⁾ 이 목적의식 있는 무늬들을 그 형식과 상징성을 동시에 살피면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1. 형식적 특성

문양의 양식은 크게 기하학적무늬, 식물무늬, 동물무늬, 자연무늬 등으로 구별한다. 그런데 이들 여러 구성법은 모두 좌우대칭과 리듬이라는 기초적인 예술법칙의 순리에 따라 짜여져 있다.

1) 기하학적 무늬

기하학적 양식에서 보이는 삼각형, 사각형, 릉형(菱形), 지그재그형 등은 모두 직선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원형, 파상형, 와형(渦形;소용돌이형) 등은 곡선에서 출발하지만 모두 좌우상칭과 리듬의 법칙으로 근본 도형이 구성되는 것이다.

기하학적 무늬의 발생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학설이 있다. 첫째, 지구 어느 곳에서든 자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와, 둘째 편물이나 직물을 짜는 과정 또는 울타리를 엮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는 학설이다. 곧, 사선(斜線)과 지그재그무늬로 이루어지는 그 리드미컬한 반복에서 인간이 그것을 즐겨 모방하게 되어 결국은 土器 등의 그릇 표면에까지 옮겨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하학적 문양은 점(點)과 선(線)으로 이루어진다. 곧 삼각무늬, 사각무늬, 문살무늬, 번개무늬, 방사선무늬, 톱니무늬, 원무늬, 타원무늬, 동심원무늬, 소용돌이무늬 등을 만든다. 이들을 모두 원시무늬라고 부른다. 이러한 원시 무늬는 주술적(呪術的)인 특성을 갖게 된다. 크게 일반생활에 유용한 물건의 제작에 따르는 기술적인 작업과정에서 나타나는 예술적 산물이거나 그와는 달리 특수한 신비적 정신세계에 연관되는 관념의 표현 또는 이러한 관념에 결부되는 제사적(祭祀的)인 목적으로 제작되는 의례적 산물로 볼 수가 있다.

다음으로 태극무늬를 들 수 있다. 태극이란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의 태극기를 상상하면 된다. 원래 태극이란 우주의 운행을 설명하는 방법에서 출발한 것으로서 동양적인 것이지 우리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태극기에서도 나타났듯이 태극무늬 자체가 이미 중국의 것이라기 보다도 우리 것이라는 소유의 개념이 확실히 자리잡게 되었다. 태극은 음과 양이라고 하는 양의(兩儀)에서 출발하여 사상(四相) 팔괘(八卦)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양의에 앞서 태극이 상정(上程)되는 것이다. 따라서 태극이란 곳 우주의 원리를 말한다고 해도 될 것이다. 태극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 가더라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우리의 것이다. 심지어는 전통가옥의 대문에 그려있는 것이 다반사이다. 여기서 우리는 전통적인 주술(呪術)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고, 태극을 둘러 싼 괘(掛)에서 그 하나 하나의 의미, 곧 물, 불, 나무, 쇠 등의 의미를 살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생활에서는 이러한 괘(掛) 자체가 실용화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태극과 그것을 둘러 싸고 있는 팔괘에서 우리 것이라는 상징성을 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2) 동물 무늬

원시미술에서 기하학적무늬 외에 인류생활과 신앙에 밀접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동물무늬가 있다. 석기시대 이전부터 골각이나 자갈의 형태에 맞추어 물고기, 개, 인형 등을 간단하게 새기고 있지만 청동기시대에 와서는 각종 의식에 쓰이는 도구와 무기(武器), 장신구(裝身具)에 동물의 조형과 무늬 그리고 수렵(狩獵), 어로(漁撈) 생활을 다양하게 표현한 예술적인 장식무늬가 만들어졌다. 또한 문화유적으로 알려지는 암각벽화(巖刻壁畵)에도 청동기에 나타나는 것과 같은 동물과 여러 가지 추상적인 도상이 선각으로 나타나 있어 원시무늬의 특성을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선사시대의 미술에 보이는 당시 무늬는 수렵, 어로, 농경생활과 토착신앙 및 다른 문화의 유입에 따른 대륙적 성격까지 나타내, 의사전달과 표시를 위한 기호와 표지로 여겨지는 그 힘 등은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동물을 소재로 한 문양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3) 식물 무늬

고대의 회화와 공예품 등 다양한 조형물에서도 꽃무늬 도안이 장식되어 있음을 우리 주위에서 쉽사리 볼 수 있다. 또 고분에서 출토되는 각종 장신구에서도 꽃그림무늬는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물론이고 서양에서도 각종 꽃에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담아 이를 생활에서 상징적인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4) 자연상징 무늬

자연상징무늬란 기하학적이거나 동식물무늬가 아닌 것으로서 전연 별개의 무늬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어떤 하나만을 가지고 무늬를 꾸미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종합적인 성격을 지닌다. 예컨대 십장생무늬를 보통 자연상징 무늬의 하나로 꼽는데 거기에는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열 가지의 동식물과 자연물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또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 같은 것은 해와 달 또 산(山)이라고 하는 자연물이 한데 어우러져 무늬를 이루는 것이므로 이것을 자연물이라고 분류한 것이다. 한편 여기에는 구름을 비롯한 불길, 곧 화염(火焰)같은 것들이 상징성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따로 분류해도 좋겠지만 편의상 신선이나 부처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문양도 중요한 문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하나씩 예로 들어보기로 한다.

2. 상징적 특성

1) 기하학적 무늬

번개무늬는 번개를 나타내면서 비와 관련된 상징적 표현인 것이어서 번갯불이나 천둥소리를 모방해야 했다. 삼각무늬는 재생의 뜻과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므로 삼각무늬의 배열은 곧 다산과 동물의 여성적 상징물로 볼 수 있다. 또 소용돌이무늬는 나선형이어서 물의 소용돌이, 뱀과 조개 및 고사리과 식물의 소용돌이모양, 그리고 회오리바람 등의 자연적인 형상에서 얻어진 것으로 본다. 그 상징적 의미는 죽음이거나 우주의 무한함 또는 그 반대적인 의미로 여기는 것이다. 특히 조개와 달 그리고 여성과의 상징적 관계 속에서 고대 중국에서는 달이 차면 조개가 많고 달이 기울면 조개가 없어진다고 믿는 다산성(多産性) 출생을 보여주고 있다. 원무늬는 태양을 상징하는데 한편으로는 타원무늬와 더불어 씨족공동체의 성원이나 씨족신의 수호 밑에 있는 씨족 개개인의 혼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보고 있다.

여기에는 일반인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벽사를 믿는 상앙적인 무늬가 주종을 이루기도 한다. 예컨대 길상도무늬나 팔보무늬, 또 태극무기 등이 있다.

2) 동물 무늬

일반적으로 동물무늬를 말할 때는 용무늬, 학무늬, 원앙무늬, 귀면무늬, 잉어무늬, 봉황무늬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동물들은 우리 생활에 직접적이고도 상징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등장함으로써 신비성을 한층 돋구러 주고 그로 인하여 인간의 삶의 모습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예컨대 용이라는 동물은 항상 비와 함께 생각해야 하는 상징정 동물이다. 그리고 이 용은 숨을 쉴 때에 마치 구름같은 정기를 내뿜는데 이것이 때에 따라 불 또는 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들이 결국은 용이란 동물이 우리 인간에게 길흉화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관념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용꿈을 꾸면 아들을 낳는다던가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용무늬는 가장 좋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학(鶴)은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동들이다. 예로부터 학은 천년을 산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냥 학이라 하지 않고 이를 한층 높여서 선학(仙鶴)이라고 도 한다. 특히 구름 속에 날아가는 선학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바라는 고상한 인격에 장수의 상징까지 가져다 주는 것이다.

원앙무늬는 우리이게 화목한 부부의 애정을 의미한다고 새겨져 있다. 암컷을 앵(鸚)이라 하고 수컷을 무(鵡)라고도 하는데 이들은 평생토록 자기 짝을 바꾸지 않고 해로(借老)한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이 앵무를 모든 기물에 애용하였고 화평과 안정의 의미로 생각하였다.

귀면무늬는 귀신의 얼굴을 나타낸 것이다. 귀신은 같은 귀신을 쫓아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곧 선량한 귀신이 악한 귀신을 물리친다는 힘을 믿는 것이다. 삼국시대 때 처용가에서 알 수 있듯이 처용이 역신(疫神)을 물리친 점을 그대로 받아들여 인간에게 나쁜 전염병을 옮기는 역신(疫神)을 물리쳤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집집마다 대문에 처용(處容)의 모양을 붙여놓고 전염병을 쫓았던 것이다. 이것이 귀면의 시초라고도 한다. 아무튼 귀신을 부려서 귀신을 쫓아내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잉어무늬는 효(孝)의 상징물로 등장한다. 그것은 전설상의 잉어와 무관하지 않다. 어느 추운 겨울날 병든 어머니가 잉어를 먹고 싶다하자 효자가 얼음을 깨고 잉어를 얻어 드려 어머니 병환을 고쳐드렸다는 옛날 이야기가 그 원초가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잉어는 효(孝)를 상징하는 동물로 인용되어 문자무늬에서도 효를 표현할 때 잉어를 등장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3) 식물 무늬

식물을 소재로 무늬를 그린 예는 대단히 많다. 그 예로 장미는 정열을 상징한다는 것은 누구도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이 우리 고유의 꽃에도 그 하나하나 상징을 지니고 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 길상화(吉祥花)같은 꽃은 길경(吉慶)을 상징하고, 연꽃은 부처의 자비심을 담은 대표적인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소나무는 항상 푸른 존재로 인식되어 절개를 상징하는 동시에 또한 장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밖에 대표적인 것으로 말하자면 사군자를 들 수 있겠다. 매화, 대나무, 국화, 난초는 모두 군자들의 덕(德)을 지닌 것으로서 선비들이 즐겨 찾던 꽃이었다. 반면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기 때문에 선비들보다는 부귀를 탐하는 의미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4) 자연상징 무늬

자연을 상징적으로 활용한 무늬는 어디서든지 쉽사리 찾아볼 수 있는 무늬의 하나이다. 대궐 안 임금이 앉아있는 자리 뒷편에 있는 십장생그림이 바로 그 대표적인 상징이 될 것이다. 그것은 용어 그대로 장수의 상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동물과 식물 그리고 자연물 중 대표적으로 장수한다고 믿는 10개의 대상, 곧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을 말한다. 동양 사람에게 특히 이 10이란 숫자는 꽉 찬 숫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일부러 이 10이란 숫자에 맞추어 꾸민 것이다.

일월도는 주로 하늘을 중심으로 한 우주의 신비에 경천사상을 내포하고 있는 대상이다. 무덤의 천정에 7개의 별자리와 북두칠성, 심수(心宿), 위수(危宿) 등과 해와 달을 그려넣어서 천체(天體)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인류가 농경생활을 통하여 밀접한 관계를 지녔던데서 기인한 것이다.

또 일월오악도 무늬도 우리의 생활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해와 달, 산악과 푸른바다, 소나무, 그리고 계곡을 굽이쳐 내리는 비천(飛泉)은 모두 생명의 근원이다. 소나무는 장수의 상징으로서 역경을 만났을 때에도 시들지 않고 이겨나가는 상징이다.

기타 구름무늬의나 비운(飛雲)무늬 또 화염무늬 등은 구름을 상징적으로 신성시한 것으로 예술적이며 동시에 신비성을 가미한 것이라 하겠다.

D. 전통문양의 가치와 심미성

그림이란 보아주는 눈이 있어야 작품으로서 생명을 지니게 된다. 그런데 보아주는 눈을 의식하지 않는 그림이 있다. 이것은 인간보다는 하늘을 의식하며 인간 내면이 순수하게 표현된 경우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그림을 문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양화는 이론회화로 발전된 순수 미술이 아니라, 소박한 민간 신앙을 중심으로 한 상징적인 표현으로 전승된 미술이다. 그런 까닭에 문양화는 사실주의를 떠나서 공상, 꿈, 상징, 환상을 그렸다. 현실을 초월한 세계가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문양화를 회화가 성립되기 전에 그림이라 본다면 회화의 원조가 아닐까 한다. 문양은 보편적 의미로 말하면 무늬의 개념으로 국한되지만, 그 범위를 확대하여 생각해 보면 미적 쾌감을 일으키기 위해서 어떤 물체를 장식하고 있는 점, 선, 면 그리고 종합적인 현상(現象) 또는 그 형상이나 색에 따라서 구성 배열된 그림의 모양을 말한다.¹³⁾

한국문양에서 보이는 조형양식적 특질은 문양 그 자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한국의 고대 미술, 나아가선 조형예술의 일반적인 문제와 관련지어 생각하는 건이 보다 타당한 방법일 것이다.

왜냐하면 문양은 고대로부터 건축, 공예, 조각, 회화 등의 조형공간에서 장식적 역할을 담당하여 왔던 독립적인 조형분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생활공예로서의 항아리, 식기, 또는 건축물이든 간에 문양은 그 민족의 감수성과 삶을 통한 의지의 표현들이 의장을 통하여 그대로 나타나며 심미적 가치가 부여되어 온 장식예술이란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첫째, 미적 대상을 관조하고 장식충동을 느껴 질서의식과 함께 새롭게 아름다운 것을 꾸미고 싶어했다는 장점이다.

둘째, 인간이 공간에 대한 공포심과 공허감을 메우려는 대응행위로서 어떤 형태로든 공간을 메워 질서로운 조화와 미(美)를 의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셋째, 주술적 종교의식에서 어떤 구체적인 물상(物像)에 주력(呪力)을 부여하고 그것을 대상으로 인간의 생존과 길상(吉祥)행복을 기원하였던 본능적 충동으로서 발생한 상징도형이 곧 문양(紋樣)의 원시조형(原始造形)이라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고대로부터 전래된 각종 문양을 추적하고 통계 분석해 보면 결국 벽사수복(壁邪受福)의 상징관으로 귀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¹⁴⁾

원시신앙의 사명과 주력(呪力)을 부여하고 있는 초기 문양들은 점차 시대 변천과 지역 이동에 따라 능동적이고 직접적이던 신앙의식이 점차 쇠미해지고, 대신 간접적이며 수동적인 상징관으로 인간의 사고가 변환되었다. 한 민족과 국가의 형성에 따라 지역적 정착이 성립되었을 때 그곳의 풍토적 환경적 민족 특유의 신앙의식이나 종교의 이상화(理想化)를 통한 인생관 혹은 형상에 대한 미적 감정의 발로로서 기호성(嗜好性)에 의하여 양성(瘍成)되는 것이다.

한국의 전통문양은 간결한 형태를 요구한 반면에 그 간결을 무의미한 채 두어두지 않고 무늬를 베풀어 변화를 시도하기 좋아하였던 것이 우리 조상들의 마음씨였던 듯하다. 수없이 많은 문양에도 그 다양한 변화가 한 가지도 같은 것이 없을 정도로 무수하게 무늬를 사용되었다는 점은 그만큼 변용에 민감할 줄 아는 심성이 우리 선조들에게 있었던 점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것은 단순한 미적인 감각에서라기 보다는 또 다른 절실한 의미가 그 기반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함양된 심성이었다고 보인다. 다시 말해서 표면적인 성격만으로는 나눌 수 없는 하나의 무늬는 인간 욕구를 그 바탕으로 우러나온다.¹⁵⁾ 전통문양의 가치는 우리 나라의 전통문양에 대한 역사성과 우리 조상들의 삶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미를 발견하며 현대 생활과 미래 생활을 위하여 새로운 미를 창조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데 있다고 하겠다. 또 전통문양의 미를 이해하는 감각과 경험, 또는 창작하거나 감상할 때의 의식으로는 감각, 표상(表象), 연상(聯想), 사상(思想), 사고(思考)와 의지 및 감정 등의 심리적 제요소 등에서 성립되며 지적인 것보다 감상적인 것, 의지적인 것보다는 정감적인 것이 계기가 되어 직접 물체로 보는 작용과 느끼는 작용이 합쳐 심미성 본래의 화면 구성,¹⁶⁾ 색의 조화, 창조성, 실용성, 경제성의 성격을 형성하는 것이라 보았다.

결과적으로 전통문양은 우리 조상의 얼이 그대로 담겨있는 예술작품이다. 우리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려면 가장 우리적인 것이 세계화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며 우리를 살리는 동시에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통문양의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고, 교육의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그것을 어려서부터 교육을 통해 가르칠 때에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