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표본의 선정 및 자료수집 방법

본 연구에서는 이론적 고찰에서 다룬 내용들을 실증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방송인을 제외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1. 표집대상의 선정

표집 대상에서 방송인을 제외하고 시청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제3장에서 방송언어의 오용사례를 열거했기 때문에 이렇게 오용되는 방송언어에 대해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알아보는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며 보다 정확한 통계를 위해서는 연령대별 인구비례와 남·여 비례, 학력, 재산정도, 그리고 지역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표집 대상을 선정하여 각 부문별로 통계를 내야 하나 작업량이 너무 방대하며 시간과 경비절감을 위해 서울에 사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무작위추출 방식으로 대상을 선정하였다.

2. 자료수집 방법 및 분석방법

설문지 배포는 가족과 출석하는 교회, 교인들의 도움을 받았으며 미수거분을 감안해 연령대별로 80명씩 모두 400여명에게 배포하였고, 1998년 8월 한달간에 걸쳐 실시하였다.

수거결과 미수거분과 충실치 못한 응답자(연령대별로 같은 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기 위해, 전항목을 응답하지 않고 한 항목이라도 건너 뛴 사람은 충실치 못한 응답자로 처리함)분을 제외하고 10대에서부터 50대 이상까지 연령 대별로 60명씩 모두 300명의 설문지만을 가려 수작업을 통한 단순통계 방법을 택했다.

제2절 설문지 구성

설문구성은 먼저 본인이 구성하여 아나운서국 동료20명에게 배포해 문맥의 수정과 설문내용을 정정해 유도된 답변이 나오지 않도록 했으며, 시청자들의 언어에 대한 관심, 언어오용에 대한 체감정도, 언어오용에 대한 책임, 방송언어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 심성변화와 언어오용과의 관계, 방송심의규정과 발음규정에 대한 관심, 개선을 위한 정책적인 뒷받침, 한글날 문제 등에 관한 항목에 대해 질문하였다.

이상의 내용을 설문항목, 번호와 연결하여 정리하면 아래표와 같다.

제3절 시청자들의 반향

1. 언어에 대한 관심

대다수의 사람들은 언어가 인격함양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보통으로 영향을 미친다 9%, 많이 미친다 80%, 아주 많이 미친다 11%) 또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바른말을 쓰도록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아이들에게 바른말을 쓰도록 지도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인격함양 38%, 인간관계 31%, 의사소통 23% 순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인간관계 43%, 인격함양 31%, 의사소통 20% 순이며, 세 번째 이유는 의사소통 43%, 인격함양 25%, 인간관계 22%순이다.

2. 언어오용에 대한 체감 정도

지금 우리 국민들은 생활언어나 방송언어의 오용에 대해 염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 이번 설문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표 1)에서 보듯 생활언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8%가 사회문제화 되거나 시급히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방송언어에 대하여는 이보다 2%포인트가 더 많은 60%의 응답자들이 오염정도가 염려 수준이거나 시급히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3. 언어오염에 대한 책임

응답자의 72%가 전파매체를 언어 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방송언어가 생활언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70%이상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86%나 된다. (설문 7번 참조. 영향력이 100%라고 응답한 사람도 10대는 한사람도 없으나 20대는 8%, 30대는 14%, 40대는 25%, 50대는 32%로 나이가 든 세대일수록 영향력이 큰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방송사의 경영 책임자와 프로그램 제작진 가운데, PD, 아나운서, 작가 등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제작에 임해야 한다.

또 전파매체의 프로그램 가운데서 언어의 오염과 혼탁이 심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첫 번째가 쇼와 코미디(71%), 두 번째가 토크쇼(57%), 세 번째가 드라마(32%)로 보고 있다. (설문 8번 참조) 따라서 이와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는 사전에 출연진에게 언어의 중요성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으며 출연자 스스로도 방송의 공명성을 감안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절제할 필요가 있다.

4. 방송언어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

설문 10)의 "지금 방송에서 고정 출연자를 선정할 때 표준어와 고운말 구사가 전제 조건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3%는 그럴 것이다, 28%는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나머지 39%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라고 응답하고 있어 응답자의 61%가 표준어와 고운말 구사가 방송 고정 출연자 선정의 전제 조건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아나운서직을 뽑을 때에는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으나 여타 직종과 외부인 가운데 고정 출연자를 선정할 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한 설문 9)의 "방송의 고정 출연자가 방송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서도 자기 언어 습관대로 방송할 수 밖에 없다고 답한 사람은 한사람도 없고 표준말과 고운말을 교육한 후 투입해야 한다가 35%, 교육 후 투입해서도 시정되지 않으면 재교육을 해야 한다가 26%, 처음부터 표준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투입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39%나 되는 것으로 미루어 시청자들은 방송의 고정 진행자가 표준어와 고운말을 사용하기를 강하게 열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열망을 모른 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도 현재보다 더 강화된 내용 "방송은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에 이바지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반드시 표준말과 고운 말을 사용하여 국어순화에 앞장서야 한다"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응답자의 59%가 이와 같은 내용으로 개정되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

5. 심성변화와 언어 오용과의 관계

설문 11)번에서 96%의 사람들은 과거 60년대 보다 사람들의 심성이 거칠어졌다고 응답하고 있다. (46%는 어느 정도 거칠어졌다. 50%는 많이 거칠어졌다.) 전술한대로 언어의 변화가 시대 상황의 반영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심성 악화는 우리의 생활언어에도 영향을 미쳐 보다 자극적인 표현, 그리고 법을 준수하지 않고 우선 편하게만 살려고 하는 사회 분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 (설문 13번 응답 참조. 경음화 현상의 원인에 대해 ①자극을 더주어 의미전달에 효과를 기하기 위해서 34%, ②원칙을 무시하고 편하게 살려고 하는 사회분위기 때문 33%, ③악화된 심성이 발음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 25%로 나타나고 있음)

실정법의 존재이유가 당장은 자유를 구속하고, 법을 지키는 것이 편한 것 같으나 결국은 모두의 편의를 위해 필요하듯 표준어와 표준 발음법의 규정도 교통질서처럼 지각있는 국민이면 따르고 지켜야 할 규범이되 우리 언어생활의 규범인 것이다. 따라서 표준어는 어떤 사람의 지각있는 국민으로서의 준법 정신이 어느 정도인가를 재는 척도로서의 구실을 한다. 표준어를 우습게 알고 그것을 익혀 지켜나가려 하지 않는 사람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일종의 범법자(犯法者)임을 드러내 주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표준어의 준거의 기능이다.

표준어를 제정하여 이를 잘 지키게 교육하는 것은, 단순히 온 국민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공통어를 익히게 한다는 뜻만일 수 없음을 여기에서 다시 깨닫게 된다. 하나의 규범을 정하여 그것을 지키게 함으로써 어느 사이에 준법 정신도 길러주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 그 성원들이 함께 지켜 나갈 규범을 만드는 일은 자연스럽고 또 유익하다. 문명 국가에서 표준어를 정하여 쓰는 큰 이유의 하나는 표준어가 이처럼 규범으로서의 유익한 구실을 하기 때문인 것이다.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그동안 우리는 표준어의 필요성을 어느 일면에서만 파악하고 있었다. 가령 표준어를 소홀히 하고 그것을 경시하는 풍조가 종내는 준법 정신을 좀먹게까지 한다는 인실은 좀체로 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근래 우리 사회는 법을 가벼이 보고 권위를 인정치 않으려는 풍조가 널리 퍼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를 치유하는 길은 여러 가지 방면에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표준어를 바로 익히게 하고 그 권위를 회복시키는 일이 그 지름길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러러보고 그리로 향해 나아갈 구심점(求心點)이 있는 사회가 질서있는 사회일 것이다. 표준어가 구심점으로서의 자격을 잃은 사회는 결코 질서있는 사회일 수는 없을 것이다. 표준어가 온 국민이 지켜나갈 준거(準據)가 되게 하는 일은 우리 사회를 질서 있고 법이 바로 지켜지는 사회로 만드는 길임을 분명히 인식해 주었으면 한다. ²²⁾

6. 방송심의 규정과 발음규정의 개정

설문 14번의 응답에서 59%의 사람들은 심의규정이 더 강화되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응답하고, 25%는 지금 그대로 족하다고 답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에 대한 논의의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발음규정에 대해서도 현재의 표준어와 표준 발음법은 1988년 1월 19일 문교부 고시 제88-2호로 제정된 것인데 특히 경음화 현상의 경우 규정 이외의 발음들이 경음화되거나 또는 경음으로 발음해야 할 말들을 거꾸로 순하게 발음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된소리 현상의 경우 응답자의 66%가 된소리 현상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언어관련 학자들은 우리 발음법을 다시 한 번 손질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언어관습과 원칙존중이라는 양자를 조화시키는 발음법을 연구해야 하겠다.

7. 개선을 위한 정책적인 뒷받침

설문 17)의 "프랑스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외국어를 쓰다 적발되면 벌금을 무는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히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2%는 검토해 볼만하다.

10%는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설문 18)에 비해 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보다 적은 사람이 긍정적으로 답한 것은 외래어와 외국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없이 질문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과반수(52%)가 법 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18)은 "영국에서는 국가 고위직 공무원이 되려고 한다든지 큰 회사에 취직해 높은 자지에 승진하려면 영국 표준 발음을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 표준 발음 교육기관(학원형태)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60%가 검토해 볼 만하다, 27%가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어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이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표준말을 구사하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우리나라에서도 프랑스와 영국 같은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 마련에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교의 국어공부도 글 위주에서 「말」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는 교육내 용으로 바뀌어야 한다.

설문 16번의 응답을 보면 우리말 발음법에 대해 공부한 기억이 전혀 없다는 사람이 12%, 공부는 한 것 같으나 기억하는 발음법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30%, 기억하는 발음법도 있으나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28%인 반면 공부한 적도 있고 발음법에 맞게 신경써서 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22%에 불과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국어교육은 글과 말이 함께 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지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

8. 한글날 문제

의무교육을 마친 사람이라면 한글이 과학적이고 세계적으로 우수한 글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랑스런 글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그에 상응하는 언어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위선적인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한글날이 공휴일이었을 때 기념식을 할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우수한 글이었지만 그것은 기념사를 우수하게 하기 위한 말이었을 뿐 정부에서는 그 우수한 한글을 우수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이러한 위선은 결국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기에 이르렀으며 지금에 이르러는 각급 학교에서 행하던 기념식마저 사라지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휴일이 아닌 한글날은 방송사로부터도 외면 당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기념식 중계방송마저도 편성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고서도 과연 한글이 우수한 글인지 우리는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정말 우수한 글이라고 자부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어를 잃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과 같다. 지금과 같이 우리 한글이 무시당하고 업신여김을 받는다면 언젠가는 우리 자신도 무시당하고 업신여김을 받게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바로 지금부터 우리글을 자랑할 수 있는 각종 방안들을 연구해 나간다면 결코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응답자의 89%도 기념식을 확대하거나 한글을 더 널리 보급할 수 있는 각종 행사를 갖기를 바라고 있다. 공휴일로의 재 지정도 다시 검토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