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개선방안 요약

방송언어의 순화를 위해서는 외적으로는 국가의 정책적 뒷받침(설문 15, 19번 참조)이 있어야 하며 내적으로는 방송사내의 개선방안과 방송언어 관련 기구 등의 역할 증대 및 유대방안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1. 국가의 정책적인 뒷받침

프랑스나 영국의 예에서처럼 일정한 직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과 방송의 고정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표준 우리말과 표준 발음법을 교육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공공 장소에서 외국어 사용에 대한 규제도 검토해 볼 단계가 되었다. 이에 관련된 법 제정을 위해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활동해 온 우리말 관련 단체나 개인은 협의체를 구성해 힘을 모을 필요가 있으며 시청자들의 여론을 근거로 정부는 방송언어에 대한 장기적이고 기본적인 정책을 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2. 방송사의 자체개선노력

1) 선발과정에 반영, 부단한 재교육 실시

방송언어의 순화를 위해서는 방송사 경영 주체의 의지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신입사원의 선발과 (행정직과 기술직을 제외한) 고정 출연자의 선정 과정에 방송언어의 중요성을 감안해 입사시험 과목에 일정 부분 반영하고 표준어 구사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마이크를 잡게함으로써 언어의 중요성이 고양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설문 10번에 대한 응답에서도 방송 진행자가 그들의 말버릇대로 방송할 수 밖에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으며 교육 후 투입해야 한다는 35%, 교육 후 투입해서도 시정돼지 않으면 재교육해야 한다가26%, 아예 처음부터 표준어 사용자를 선발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39%나 되어서 방송 진행자의 표준어 사용에 대한 시청자의 열망은 높으나 방송사는 이러한 시청자의 소리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2) 방송언어 전담 심의기구 설치 운영

방송사마다 심의기구가 있으나 그 주된 업무는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심의가 대부분이어서 방송언어에 대한 관심은 저조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신문사의 교열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언어심의 전담기구를 설치 운영하여 원고에 의한 방송은 사전에 원고를 철저히 점검하고 Ad-lib에 의한 방송은 사후에 모니터를 통해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통고되어 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언어순화에 대한 교양방송의 지속적인 실시

지금도 KBS와 MBC에서는 각각 「바른말 고운말」 「우리말 나들이」란 제목으로 언어 교양방송을 실시하고는 있으나 방송시간이 너무 짧아(내용만 1분 정도) 충분한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그나마 사장 의지에 따라 편성에서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국민에 대한 계몽과 교육 효과를 기하기 위해서는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에 최소한 5분 정도는 방송될 수 있도록 편성되어야 한다.

4) 방송언어에 대한 연구

일본 NHK의 국어과처럼 각 방송사에 방송언어만을 전담하는 실무자를 두어 방송언어 전반에 관해 조사 및 연구를 하도록 한다.

3. 방송위원회의 역할

1) 방송출연자 언어기준 설정

표준어에 대한 관심과 구사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방송에 출연할 수 있도록 방송 출연자로서 준수해야 할 방송언어 사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다.

2) 방송언어 오용자의 출연 규제방안 마련

고정 출연자 가운데 언어를 지속적으로 잘못 구사하여 생활언어를 오염시킬 소지가 있는 자는 방송 출연을 중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3) 방송언어 관련 상설 위원회 설치

현재는 학계와 정부 대표 그리고 방송사의 아나운서 책임자들이 방송 위원회를 구성하고 비정기적으로 회합을 갖고 방송언어에 대해 심의, 결정 통고하는 일을 하고 있으나 이를 발전시켜 상설 위원회를 구성하여 방송언어 전반에 대한 정책과 지도를 담당하도록 한다.

4. 시청자 및 사회단체들의 역할

문화민족의 긍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시청자나 사회단체들은 능동적으로 방송언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방송언어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회적 감시활동이 강화되고 시청자 운동이 확산되어야 한다. 이러한 운동이 확산되고 정착될 때 방송도 사회의 공기(公器)로서의 올바른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게 된다.

5. 방송사간의 협의체 구성

지금은 각 방송사(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방송사는 KBS와 MBC 뿐임)에서 유일하게 아나운서들이 주축이 되어 우리말 관련 사업을 하고 있으나 그나마도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한 사안에 대해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온도를 말할 때 '2도5분'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2점5도'로 할 것인지 KBS는 전자를 MBC는 후자를 주장하고 있으며 교통체증의 발음도 KBS는 '체쯩'으로 경음화 현상을 인정하는 의견이나 MBC는 순한 발음 '체증'을 취함). 따라서 방송언어에 대한 문제들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방송 사간의 협의기구 구성이 바람직하며 이 협의기구를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운영한 뒤 방송언어 유관기구와 연결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다.

제2절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의 목적은 방송언어의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올바른 방송언어의 정착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 국민들의 생활언어를 순화시키며 결국은 바른 언어생활로 사회를 밝고 건전하게 가꾸어 나가려는데 있다.

설문 응답을 통해 나타난 시청자들의 반향을 종합하면 결국 방송언어의 순화는 국가의 어문정책과 올바른 학교 교육 그리고 언론매체의 수범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1. 어문정책의 수립

해방이후 우리의 어문정책은 담당장관이나 대통령의 생각에 따라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그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국어 정책은 경제 정책보다 더 중요하면서 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복잡 미묘한 말의 생리와 이 말이 사람의 생각과 문화의 바탕이 되는 이치를 밝히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며, 국어가 국민 정신을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선진국이 모두 그러하듯이, 우리도 지금의 국립국어연구원 보다 더 효율적인 국어정책기관을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하여 국어의 연구 및 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맡겨야 한다. 또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국어를 모범적으로 쓰는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말은 물과 같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사회 지도자들이 우리말을 사랑하고 우리말을 바로 쓰면 자연히 모든 사람들이 이를 본 받게 될 것이다. ²³⁾ 박정희 대통령 말기에 모든 스포츠 중계 용어를 잠시동안 순수한 우리말로 바꾸는 운동이 펼쳐졌다가 대통령이 서거하자 없었던 일로 된 적이 있었다. ²⁴⁾ 그러나 한 나라의 어문정책은 대통령 한 사람의 즉석 생각에 의해 결정될 문제가 아니며 어문정책은 정권과도 상관없는 분야이기에 모든 언어 관련자들이 사심을 버리고 우리말을 바로 쓰고 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우리말을 잘못하고서는 출세할 수 없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2. 언론사의 수범(垂範)

오늘날과 같이 언론의 영향력 그 중에서도 방송의 영향력이 큰 세상에서는 신문글과 방송말이 국어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언론은 마치 외래어, 외국어 경연대회라도 하듯 필요이상으로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다. 바야흐로 영어는 우리나라의 정계를 침범해서 루머, 이미지, 슬로건, 보이콧, 딜레마, 콤플렉스, 비토, 파워게임, 프라이버시, 폴리티컬 스테미너, 어드바이스 같은 말들은 학교깨나 다녔다는 식자들의 유식(?)을 증명하는 필수용어가 되고 말았다. ²⁵⁾ 언론사에 깨어있는 사람들, 우리말에 대해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이와같은 말들은 얼마든지 우리말로 고쳐 쓸 수 있었다.

언어는 습관이다. 「비행기」를 이제와서 「날틀」로 고쳐 쓸 수 없듯 위에서 예시한 외래어를 이제와서 굳이 우리말로 고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더 이상 우리말이 외국말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 언론인들은 깨어있어야 한다. 프로그램만 재미있게 제작해 시청률이나 신문 판매 부수만 늘리려 할 것이 아니라 언론인들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말의 최고 생산자이며 관리자라는 사명의식이 필요하다.

3. 효율적인 학교교육

설문 16번의 응답에서 보듯 우리말의 발음법에 대해 공부한 적도 있고 신경써서 말하려고 노력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2% 불과하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학교교육이 그만큼 잘못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우리말에 대한 섬세한 감각을 가르친다면 사물을 보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하여 정리하는 능력도 아울러 키워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국어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입증하는 단적인 예가 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안 먹다, 잊혀지지 않는다, 수풀, 꿰뚫어, 핥으니, 색채, 곪아 터져, 꽃봉오리, 가리키다, 낯을 닦다, 속아 내다, 무릎꿇다, 얹으니, 닮았다, 체취, 가지다, 찾다, 맞추다, 샅샅이, 얽히다」 등 20문제를 받아쓰기 시켜 본 결과 학급평균이 60점에 불과했다. ²⁶⁾

이것이 바로 우리 국어교육의 현실이다. 이렇게 국어공부를 한 사람들이 대학까지 나와 언론사에 입사해 기사를 쓰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니 그 결과는 불문가지라 하겠다.

초등학교 2학년의 경우 국어공부 시간이 1간을 60분으로 쳐 우리나라는 연간 158.5시간인데, 일본은 236시간, 미국은 306시간, 프랑스는 288시간이라고 한다. ²⁷⁾ 그리고 국어시간의 상당 부분이 말이 아닌 글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명실상부한 문화국가, 문화민족이 되기 위해서는 국어시간을 늘리고 교육 내용을 알차게 진행하여 바르게 생각하고 느끼는 좋은 버릇을 길들여야 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방송언어 순화는 어느 한쪽만의 성의와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과 언론사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조화를 이를 때 최상의 효과를 기할 수 있다. 또한 시청자와 사회단체들도 스스로 방송의 주인임을 자각하여 방송언어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