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품

1) 필요¹⁾와 의미의 대상으로서의 상품

상품은 인간의 물질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상으로서 사용가치를 지니고 있다. 마르크스에게 있어 사용가치는 자연적 소재를 자신에게 유용한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구체적 노동을 통해 서로 다른 질의 상품을 생산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상품의 사용가치는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가치크기로 측정될 수 없다는 점을 천명하고 있다.

우선 상품은 외적 대상으로서 그 속성을 통해 인간의 이러저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성질을 가진 사물이다. 필요의 성격이 어떠하든, 예를 들어 뱃속으로부터 나왔든지 혹은 상상을 통해 나왔든지 차이가 없다‥‥‥ 또 그 물적 존재가 생활수단 즉 향유의 대상으로 직접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가 아니면 생산수단으로서 간접적으로 그 욕망을 충족시키는가는 여기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²⁾

마르크스가 사용가치는 자연적인 속성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을 정도로 사용가치의 문제를 이러한 시각에서 서술한 이유는 사용가치에서 개인은 자신의 사용가치를 위해 노동생산물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이 생산물이 교환의 수준에서 타인의 사용가치가 되지 않았을 때는 상품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콩나물을 예로 들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콩나물을 생산하는 사회가 아니라 남을 위해 콩나물을 생산하는 사회에서는 교환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콩나물은 비록 사장가치가 있다 하여도 쓸모 없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르크스에게 사용가치는 교환이 지배적인 구조로 자리잡은 자본주의 사회를 전제해서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필요에 대한 문제를 좀 더 깊게 고려해 볼 때, 필요는 이중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필요는 특정한 생활을 하기 위해 이 대상이 '필요하다'라는 사회성을 함축하는 것으로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특정한 관계나, 특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혹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특정 대상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필요는 단지 자연적이며 생물 학적인 필요를 넘어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필요하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이 대상이 '필요하다'라는 말은 사회적 자원과 권리에 대한 주장으로, 필요는 정치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생산된 노동생산물인 상품을 소비한다는 것은 분배적 관점에서 사회적 총노동의 가치가 어떻게 나누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요는 개인적인 욕망과 자유로운 선택을 넘어서는 문제다. 왜냐하면 공공적 권력인 국가와 미디어와 문화제도, 기업, 시장력(유효수효)이 상호보완적으로 필요를 규정하며 필요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 때문이다.³⁾ 따라서 자본주의 구조에서 필요의 문제는 권력에 의해 제한되는 사회적 논리로 자리 잡히게 되고 사회의 주체는 필요의 의미 영역을 획득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며 투쟁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필요에 의한 소비는 권력관계의 그 물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라고 볼 수 있다.

2) 교환가치의 대상으로서의 상품

교환가치는 "어느 한 종류의 사용가치가 다른 종류의 사용가치와 교환되는 양적 관계(곧 비율)"⁴⁾로써 타인을 위한 사용가치를 의미한다. 이는 사회의 발전으로 개인은 자급자족의 사회처럼 자신의 필요를 위한 생산을 더 이상 행하지 않으며 사회적 분업의 발전으로 타인의 필요를 위한 생산체계에서 노동을 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생산관계 속에서 개인 자신은 또한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필요를 위해서는 자신의 노동력을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계유지를 위해서 타인이 생산한 상품을 소비해야만 한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I-1에서 가치크기를 규정짓는 진리는 노동지출의 지속 시간 또는 노동의 양에 관한 것으로 고찰하고 있다. 이는 노동의 질과 구별되는 노동의 형식을 의미한다. 인간의 노동의 동등성은 노동대상물의 가치상대 성이라는 물적 형태를 취하며 그 지속시간이라는 인간 노동력 지출의 척도는 노동생산물의 가치크기라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것의 결과로 구체적 노동을 통한 생산의 사적 형태는 독특한 노동의 사회적 성격으로 외화된다. 다시 말해 사적 노동의 독립적인 성격은 노동생산물을 교환함으로써만 사회적 성격 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본래 노동생산물에는 사회적 관계가 체화되어 있으며 인간과 노동생산물은 유기적 통일의 관계이다. 그러나 시장에 들어서는 상품 있을까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는 사회적 분업속에서 생산된 상품이 시장에 등장한 다른 상품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한 비례적 관계 속에서 구현된다는 것을 뜻한다. 바로 이러한 등가성의 정점에 화폐가 자리잡고 있으며 모든 상품은 화폐라는 척도를 기준으로 그 자신의 상대적 가치를 평가받게 된다. 상품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이중성은 바로 노동의 이중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품생산이 자신의 사용가치를·넘어서서 교환체계의 대상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용가치는 교환가치에 의해 형식적으로 실질적으로 포섭되게 된다. 상품의 이중성은 상품내에 통일되어 있지만 이는 상품체계의 질서가 확립되어 사용가치는 교환가치와 분리되어 여러 상품들이 자신의 사용가치를 교환구조에서 비교되어 구매되는 체계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다시 도표화해서 상품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그림으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3) 상품의 물신성

물신성은 첫째,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적 현실이 어떻게 구성되는가 하는 이론이다. 이를 주체(인간)와 객체(대상)의 이론으로 고찰한다면, 바로 객체가 어떻게 구성되는가 하는 것으로 이는 "사회적 관계와 현상형태"간의 관계를 해명하는 것이다. 이는 주체의 속성이 사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관계"가 "현상형태"로 표현되는 과정이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주체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회의 일정한 필연적 제 관계, 즉 물질적 생산력 의 일정한 발전단계에 대응하는 생산관계의 한 구성원으로 사회적 분업 속에서의 노동을 행한다 그의 노동의 산물은 살아있는 노동이 체화되어 있는 객체로서 상품으로 존재하게 된다.

둘째,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경제적 주체들의 표상(인식)과 동기가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대한 이론이다. 이는 이데올로기를 포함하는 사회적 의식에 대한 설명인 동시에 개별 주체의 행동기제에 대한 설명을 의미한다. 이는 "주체/의식/경제적 행위"간의 상호관계를 해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⁵⁾

표상의 양식(the mode of representations)으로서 상품의 물신성은 노동과 대상으로부터 이미 소외된 세계에서 가시적인 외양 즉 대상이 사회적 진실을 표상하는 것처럼 상품은 이미 생산하는데 들이는 노동과 무관하게 시장에서 교환되게 된다는 점이다. 상품은 노동의 객관적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모든 상품을 표상하는 화폐와 관련해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이게 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상품은 인간사이의 관계의 표현이 상품으로 현상화된 것이지만 인간은 이를 상품과 상품의 관계에서의 자연적 속성으로 인식하게 되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표상의 양식으로서의 물신성은 "허위의식"의 이데올로기라고 볼 수 있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노동생산물의 가치는 물리적이거나 이로부터 생기는 물적 관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인간 노동의 산물로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인간과 대상의 관계로 외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는 이 관계가 대상과 대상의 관계라는 환상적 형태를 취하게 된다고 설명하며 이를 "물신숭배"라고 칭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상의 인격화와 인간의 물화라는 희한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물신화 과정에서 상품 가치의 진정한 원천인 인간 노동은 가시적이지 않은 데 이는 인간 사이의 관계(생산 관계, 임금관계, 구조적 계급 분할)에서 발생하기 보다는 사물(대상)사이의 관계라는 환상적 형식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환상적 형식은 모든 노동 제품을 사회적 상형문자(social hieroglyphic)로 변형시키는 가치형태를 띤다.⁷⁾ 이러한 현상은 생산(노동)과 교환이 직접적이던 사회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노동의 산물이 필요에서 이탈하여 시장이라는 교환체계에 들어감으로써 발생하게 된다. 즉 전(前)자본 주의 사회의 생산과 분배의 직접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으며 시장-교환 메카니즘을 통해서만 사회적 관계가 표현되게 된다. 결국 필요로부터 노동인 사용가치는 교환가치의 형식으로 실제적으로 포섭되고 은폐되게 된다.

마르크스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주체-객체의 전도된 표상의 문제는 생산 및 사회 구조의 비가시성으로 행 위자는 실천(혹은 소비)에서의 적합한 표상을 확보하지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구조는 행위자에게 불투명하다. 상품체계 속의 상품을 소비하거나 소유함으로써만 인간은 파편화되어 있는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관계를 회복할 수 있으며 상품은 자율적이고 본래적으로 그러한 속성을 발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정치적 관계에 대해 고려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 효과로서의 자연화, 정당화를 의미한다.

2. 상품의 기호적 성격

1) 상품기호

상품이 교환을 통해 자신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은 기호적 성격과 연결 된다. 상품의 사용가치는 교환을 통해서만 자신을 구현할 수 있다. 개별상품은 보편적인 등가물인 화폐를 통해 표현된다. 상품은 다를 상품들간의 관계라는 전체성 속에서 등가성을 바탕으로 자신이 상대적으로 비교되면서 가치를 갖게 되며 이는 교환수준에서 가치형태를 띠면서 나타나게 된다.

기호 또한 자신의 개체적인 존재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호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소쉬르는 기호가 단지 같은 코드 또는 체계내의 다른 기호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즉 한 기호의 의미는 부분적으로 그 기호가 아닌 다른 기호들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소년이란 기호는 <어른>이 아님 또는 <소녀>가 아님 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⁹⁾

상품의 기호적 성격은 바로 이러한 등가성을 전제로 교환 체계 내에서 작동하게 된다. 이는 브랜드명이라는 기표¹⁰⁾가 기의¹¹⁾와 등가를 이루어 의미의 교환 체계 내에서 기호로서의 자의성이 자연스러운 속성으로 안착될 때 구현된다. 자동차의 경우 이동의 수단이라는 자동차 고유의 유용성은 이제 상품기 호로서의 중요성을 상실한다. 대신 엔터프라이즈, 소나타, 아토스라는 브랜드는 단지 특정 자동차를 구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기표는 문화적인 의미구조 속에서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 성공한 사람이 타는 차와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차라는 기의가 그 브랜드와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표현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상품 기호는 사회적인 생산의 과정이나 사회관계의 맥락에서 멀어져 나와 기표가 기의와 등가성을 이루는 시점에서 교환체계에 편입되게 되고 상품기호를 소비하는 주체는 특정 상품을 구입·소유해야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개성을 가진 인격체로 변할 수 있고, 특정 상품은 그 기호을 고유의 속성으로 자연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상품에 의해 둘러싸인 사회적 환경이다. 우리는 상품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 사회적 관계, 욕망을 표현한다. 그렇기에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바로 상품의 소비를 통한, 즉 상품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기본적 필요(needs)뿐만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인에게 있어 소비는 단지 동물과 같이 기본적 생존 유지를 위해서만 본능적으로 대상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물질적 정신적 전유를(appropriation)¹²⁾를 통한 사회적 관계의 형성, 발전, 변화를 모색한다는데 그 특이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요의 사회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소비가 단지 개인이 사적인 영역에서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상품을 소유 및 소비하는 것이라는 개체적 관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게 한다. 분명 소비는 개인의 선택속에서 자유로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소비의 사회적 맥락은 문화와의 연결성 없이는 해명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는 일용할 양식인 소는 인도인 들에게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들은 음식문화의 소비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ㅇ낳는다. 이렇듯 특정 문화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사회적 의식(ritual)은 다른 문화 공동체에서는 아주 다른 의미를 낳거나 아니면 아무런 의미를 전이시키지 못할 수 있다. 소비는 이처럼 문화적이며 사회적인 맥락에서 이해 되고 통용되는 가치와 규범 속에서 수행된다.

이때 의식은 집단과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및 문화 범주화를 목적으로 한 문화적 의미의 조작에 몰두하는 일종의 사회적 행위이다. 여기서의 문화범주란 계급, 성(gender), 하위집단,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의식은 문화질서의 인습적인 상징과 의미를 확인하고, 환기시키고 또는 부여하고 바꾸는 기회이다. 의식은 이런 점에서 문화적 의미의 조작의 강력하고 융통성 있는 수단으로서 상징적 행위이다.¹³⁾ 일상생활의 자연스런 일부분인 소비의 사회적 의식은 사회적 결속과 재구성에 필수적인 것으로 상품과 소비는 문화의 시각화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며 소비패턴은 사회적 질서를 구성하는 분류와 범주를 확인할 수 있는 지도와 같다.

그렇기에 현대사회의 의복, 교통수단, 음식, 실내장식 등 모든 상품 표현 방식과 상품의 체계는 문화적 범주인 계급, 성(gender), 하위집단, 라이프 스타일, 직업 등의 표현수단의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사물의 의미체계는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질서를 구성하는 일환이다. 사물의 의미는 사회적으로 자의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회 분할과 깊이 관련되어 있고, 사회 분할을 반영하고 표상한다. 지위 상징의 전형에서 사회적 계층은 상품과 소비자 사이의 분할을 직접적으로 형성한다. 더군다나 의미와 일치하여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사회적 질서를 강제적인 도덕적 질서로 경험하고 일상생활에서 습관처럼 신뢰할 수 있게 재생산한다.

따라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안다는 것은 배제와 포함이라는 논리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며 범주를 인식한다는 것은 포함의 논리에 필수적이다. 소비 의미와 소비 의식(ritual)은 사회적 실제의 반영이며 동시에 그것을 구성한다.

2) 상품의 상징성

(1) 상품의 차별성

대상 세계에서 상품의 차별성은 상품 존재양식의 한 측면이다. 상품의 차 별성을 연구한 학자인 보들리야르는 소비사회에서 상품의 소비는 기능적 대상으로서 보다는 기호로 소비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는 상품이 기호가치(sign-value)를 띠게 되어 전체 의미의 체계에서 한 부분이 소비되며 이것이 다시 의미구조를 자극한다는 논리를 통해 상품과 기호, 기호와 의미의 상호 역동적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상품사이의 관계에서 의미가 발생하게 되며 상품의 필요/기능/유용성은 상품의 이러한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을 은폐하는 '알리바이'로 작동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로써 물질적 필요는 상품이 자의적인 기호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며 소비의 문화적 자의성은 필요를 통해 안정적일 수 있는 존재적 조건을 마련하게 된다.¹⁴⁾ 예를들어, V6그랜저 자동차는 이제 기호로서 의미를 지니며 자동차 의 기능인 수송수단이라는 측면은 그랜저가 함축하고 있는 "최고" 라는 의미에서 기능이 되어 알리바이로 작동함으로써 상품가치를 뒷받침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필요가 상품기호의 알리바이가 될 때 그 상품이 갖고 있는 기호의 의미는 자연스런 속성으로 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티코의 예를 들어보자. 티코는 기호로서의 의미는 "경제성과 실용성"으로 수송수단이라는 기능은 이러한 상품가치를 뒷받침하는 기호(티코라는 상품)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필요는 이렇게 상품이 차이의 기호를 획득함으로써 상품의 체계는 의미구조의 차이와 구조적으로 연결되며 이런 구조적 연관성이 차별성으로 나타나 개인 소비가 이것을 고려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차별성은 상품이 기능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의성의 구조로 편입됨을 의미하며 바로 이 시점에서 유행의 논리가 작동하게 된다.

상품의 차별성의 문제를 연구한 또 다른 학자는 바르트로 그는「신화지 Mythologies」에서 자신이 구축한 방법론적 입장에서 대중문화들을 분석하여 칼럼으로 발표했었던 짧은 글들을 모아 놓고 있다. 그가 문화적 텍스트의 이념분석을 위한 틀로 사용하는 개념은 외시(denotation)와 함축의미 (connotation)이다. 외시는 기호와 그것의 지시체계가 단순한 또는 문자 그대로의 관계를 가리킨다. 이러한 관계는 객관적이며 가치 중립적인 것으로 가정된다. 함축의미는 기호의 외시적 의미가 그 문화 또는 그 기호를 사용하는 사 람의 가치체계를 나타내게 될 때 발생하며 의미의 연상적, 표현적, 태도 표면적 혹은 가치 평가적인 측면을 창출한다.

이러한 개념에 근거를 두고 바르트는 보다 전문화된 "신화" 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부르조아 이데올로기가 사회적, 문화적 특정 단계의 이데올로기임에도 불구하고 탈역사성을 띠는 지배이데올로기가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신화" 란 문화권을 통해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개념의 연쇄를 가리켜 이것에 의해 문화의 구성원들은 특정한 토픽이나 그들의 사회적 경험의 부분을 개념화하거나 이해¹⁵⁾한다는 것이다. 바르트는 이러한 예를 그가 이발소에서 펼쳐 본 잡지의 그림으로 설명을 한다.(Barthes 1973) 그가 펼쳐든 잡지의 표 지에는 흑인 소년병사가 프랑스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하는 장면이 실려 있었다. 여기서 분명 외시적 의미는 흑인 병사와 프랑스기의 그림이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후인 병사와 프랑스 국기라는　2차의 의미화 과정인 함축단계에서 기표가 되고 이는 소년병사가 충심으로 프랑스에 경의를 표시한다는 기의를 내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3차 의미과정인 신화단계에서 프랑스라는 신화를 만들게 된다. 그 신화의 의미는 이미 세상에 떠돌고 있는 프랑스 제국주의의 위대함의 신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신화란 2차적인 의미화 의 과정에서 발생되고 도입되는 것이라고 하겠다.¹⁶⁾

그의 관심은 소비방식에 대한 고려보다는 특정 상품에 대한 다양한 담론사이의 의미구성 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상품의 질서는 마치 언어가 '차이'를 바탕으로 선택되듯이 의미구조에서 이미 '차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되어 있기 때문에 즉, 의미구조:는 특정사저를 분할하고 조직하며 또한 실제 세계와 관련해서 자의적이므로 어떤 수준에서든 문화를 차별화시키기 때문에 소비방식에 대한 직접적 관찰이나 연구가 아닌 의미를 담고 있는 상품의 담론사이의 의미구성이 중요하다고 간주한 것이다. 이 관점의 핵심 또한 문화적인 것을 자연적 인 것으로 만드는 것으로 이를 자연화의 기능이라고 본다. 그의 관점에서 기능은 또 다른 의미로 간주되고 '기능'은 신화화되는 것이다.

이둘의 관점에 일관되게 흐르는 논지는 두 가지 점에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첫째, 상품의 속성으로서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의미구조와 상품체계가 대응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하며, 의미구조가 문화범주의 내용을 상품의 내용으로 이전시키면서 차이는 일련의 계열로서 위계질서를 갖게 되고 바로 이런 위계질서의 특정 의미가 특정상품과 연결되면서 차별성이 구현된다는 것이다. 둘째, 상품의 본래적 속성과는 무관한 의미가 상품과 조응하면서 상품의 기호성은 안정적으로 정착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상품의 유용성이나 기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의적인 의미가 특정 상품과 통일되는 과정이다. 여기에서 상품의 유용성은 이러한 자의적인 의미가 자연스런 속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되며 바로 이러한 자연적 속성 때문에 상품기호는 차별화전략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상품의 물신성은 극대화되어 표현되기 때문에 인간은 상품과의 관계에서 물화되면서 수단이 되고 상품은 인격화 되면서 목적이 되게 된다.

상품의 이러한 의미의 위계적 질서는 의미의 재생산을 통해 차별성을 형성, 변형, 완성시키면서 소비의 질서를 위계적으로 구축해간다. 이로서 소비의 위계질서는 사회관계를 안정적인 지배질서로 통제할 수 있는 가시적인 영역으로 자리잡게 된다.

(2) 상품의 일관성

대상 세계에서 상품의 일관성 또한 상품의 존재방식의 또 다른 측면이다. 이러한 입장을 주장하는 학자는 그랜트 맥캔래켄으로 그는「문화와 소비」라는 저서에서 디트로 통일체(Diderot unities)와 디트로 효과(Diderot effect)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소비문화의 또 다른 측면을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의 이름을 따서 이름 붙여진 통일성의 효과를 그랜트는 문화가 소비를 통제하는 주요수단으로 바라본다. 여기서의 디드로 통일체 라는 개념은 "소비재의 고도로 일관성 있는 보완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몇몇의 "소비재가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어울린"다는 일관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로렉스라는 시계는 존재하는 모든 시계 브랜드와의 관계와 그리고 이 제품 세트가 인격, 장소, 시간, 경우 등의 문화적 범주등과 대응하여 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것은 문화범주와 소비재간의 상호 대응적 관계를 맺는 것으로 모든 상품범주는 일정한 문화적 범주와 일치하도록 조직된다. 따라서 한 범주의 어떤 브랜드의 구조적 등가물이 다른 모든 것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시계의 체계와 자동차 체계를 서로 일치시킬 때, 로랙스 시계는 BMW라는 상품과 등가물임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상품의 의미는 그 상품을 둘러싼 여러 상품과의 상호 보완속에서 서로를 전제하고 일치시키면서 일관성의 전략을 통일시킨다.¹⁷⁾

상품의 일관성은 교환 체계속에서 서로 다른 질의 상품이 등가로서 나타나는 상품 물신성의 상징적 표현이다. 로렉스 시계와 BMW라는 기표는 높은 지위와 부라는 기의와 등가로서 인식되며 이런 상품을 소유하면 그러한 상징적 속성까지 소유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또한 역으로 그러한 상품을 구매하거나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사회적 지위가 높을 것이라는 등가성도 가능해진다. 기호의 등가성을 바탕으로 소비의 구조 또한 사회적 위계질서와 일치하여 흑은 일치할 수 있도록 소비되게 되는 것이다.

디드로 효과는 새로운 상품은 자신과 짝을 이루는 새로운 상품을 끊임없이 요구하여 일관성을 향한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효과는 신제품 출시에 의해 가장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라이프 스타일이 강조되는 소비문화를 설명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즉 상품은 그 내적인 상징적 속성으로 인해 서로 보완적 관계를 맺게 되며 이러한 이것이 문화적인 일관성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패턴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설명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특정 상황에서 이 상품을 이용하는 것은 다른 상품과의 조화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라이프 스타일 광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광고는 등가를 이루는 상품들의 조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상품소비를 하도록 권유한다. 이제 상품의 영구성은 유행과 스타일에 뒤진 것으로 폐기처분되며 디드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신제품의 포지션닝 광고를 대대적으로 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3) 상품의 상징성과 물신성

보들리야르와 바르트는 소비사회의 특징으로 상품은 교환가치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상징가치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로 변화하였고 이러한 변화 의 결과 상품의 유용성보다는 상품의 상징적 가치에 의해 상품의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상품이 내재적 속성으로 지니고 있는 물신성의 저변에 인간의 노동의 소외 조건에 대한 고찰을 해본다면 상품 의미만의 강조는 한 측면을 간과하게 된다.

물신성의 문제는 상품의 생산과정에 대한 고려임과 동시에 분배적 측면 즉 소비의 문제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물신성은 표상의 양식으로서 노동의 대상이 상품으로 전도되는 과정에서 인간의 노동의 지출은 사상되고 상품이 자율적인 존재로서 본래적인 가치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상품이 생산되는 노동조건, 임금관계는 교환 과정에서는 표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점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관계는 상품의 관계를 통해서만 외화된다고 말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품 생산 정보가 소비과정에서 주어지지 않은 채 오히려 상품이 지니고 있지 알은 문화적 의미가 부과되고 결국 상품의 상징적 속성이 강조, 강화될수록 물신성은 더욱 증폭되는 결과가 된다. 왜냐하면 가치의 원천은 상품의 상징적 속성이 자연스런 속성으로 될수록 더욱 비가시적으로 남아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을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상품의 물신성으로 본래적 가치로 변해버린 상품은 상징적 속성을 획득하면서 자연적이고 당연한 대상으로 사물 질서에서 위치 잡히게 된다. 주체는 노동력 상품으로 소외된 노동을 행하며 또한 전도된 표상의 가치형태만을 인식하기 때문에 상품의 내재적 구조인 가치법칙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상품의 필요와 상징적 가치만을 따라 소비를 행하게 된다. 소비자는 이렇게 체계화되고 소외된 실제에 직면하게 된다. 소비자가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 것은 오로지 필요와 의미화된 상품의 선택이라는 구조화된 경향에서만 자신의 소비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마치 법칙처럼 구조화되어 있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제 커뮤니케이터로서 상품은 사회적 관계를 분류하며 지시하는 기호로서 상품에 공공적 이용과 공공적 의미를 통해 사회분할, 문화범주, 지위를 가시적으로 만듦으로써 사회적 질서를 구성하게 된다. 소비가 바로 이러한 의미를 연결하며 공공적 정의의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소비는 생산과정이 은폐되면서 강제적인 소비로 귀속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시장 내에서만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독특한 사회적 성격의 결과인 것이다.

3. 상품, 광고, 소비의 역학관계

1) 상품의 소비

'문화'는 어떤 특정 사회 집단이 삶의 특정한 양식을 발전시키고 그들의 사회적, 물질적인 삶과 경험에 특정한 표현의 형태를 제공한다. 이는 한 집단이나 계급의 문화가 그 집단이나 계급의 특징적이고도 분명한 삶의 양식이며 의미이고 가치이며, 제도, 사회관계, 믿음 체계, 도덕이나 관습, 물질이나 물질적인 삶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배태되고 있는 사고 방식¹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소비는 문화와 밀접한 연관 속에서 구현된다.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것은 내재적으로 특수하고 독특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그리고 특정 사회의 문화의 범주는 필연적으로 대상의 체계 속에서 표현된다. 우리가 유용한 대상이라는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때 본질적으로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언어, 가치, 의식(rituals), 습관에 의존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문화는 의미를 갖게되며 이로써 소비도 의미를 갖게 된다. 소비는 완전히 문화적인 고려 속에서 행해지며 문화에 의해 촉진되거나 형성된다.

상품은 차별성과 일관성을 통해 사회내에 의미를 지닌 대상으로 존재하게 되며 이러한 상품의 위계질서를 사람들은 그 상품 고유의 속성으로 간주하게 된다. 이는 마치 혼돈스럽고 풍요롭기만 한 상품의 질서에도 일관되게 유지되 는 구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품의 질서는 인간의 소비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인간은 자신의 생활을 물질적이고 문화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상품의 소비를 자유로이 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둘러싼 사회관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소비를 강제받게 될 수도 있다. 기호로서 상품을 소비 한다는 것은 상품의 본질과는 무관한 의미구조를 의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인식하여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소비습관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들은 자신들의 자유롭고 개성의 표현으로 상품을 구매하게 되지만 보이지 않는 소비구조 속에서 그의 소비는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행위는 교환체계가 전일적이지 않고 기호의 소비가 광고의 매개체를 통해 그러한 문화적인 자의성을 보편화시키지 않은 사회에서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품의 차별성과 일관성의 상징성은 소비행위를 위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인간은 상품의. 상징적 속성을 통해 상품을 물화된 대상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기에 소비는 왜곡된 행위로 전락할 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상품이 광고를 통한 상징성을 확대할수록 상품의 인격화는 그 위력을 과시할 것이며 인간은 상품을 통해서만이 사회 관계의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된다.

2) 상품의 매개자로서의 광고

광고에 대한 지배적인 논의는 광고는 현대 사회에서 시장이 성장하고 복잡해질수록 소비자가 구매를 위한 합리적 결정을 내리기 위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들 정보는 상품세계의 객관적 특징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상품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능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 테크놀로지 수행력이 어느 정도인가에 관심을 가진다. 문제는 현대의 광고는 이러한 사용가치와는 무관한 의미들이 덧붙여지고 있다는 것이며, 상품에 대한 진정한 정보는 상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생산했으며 노동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정보 또한 중요하다는 점이다.¹⁹⁾ 그러나 수행력에 초점을 두거나 상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의미를 부여하는 광고는 이러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의 광고는 의미영역을 확장하며 문화적인 분류체계를 가시화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소비사회' 라고 불리는 만큼 소비가 상품의 소비에 의해 지배되고 문화적 재생산은 주로 일상의 사생활 영역에서 자유로운 개인의 선택을 통해 행해지는 체계로 특징지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 소비방식은 '광고' 라는 사회적 제도로 형성되고 촉진된다. 사회적 제도로서 광고는 필요를 정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광고는 현대인들에게 문화범주에 대한 끊임없는 차별화를 통해 상품이 지닌 상대적인 가치를 절대적이고 본래적인 가치로 간주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이는 마케팅 전략과 표적 수용자충의 치밀한 검토를 통해 광고의 의미작용을 이루어낸다. 타겟 마케팅, 시장 조사를 통한 필요의 양화, 광고에 의한 소비자 저항의 억제를 통해 인간은 물화되면서 수단이 되고 사물은 인격화되면서 목적이 된다. 이런 결과 소비문화는 인간 발전의 논리라기 보다는 상품 생산의 논리에 따라 필요를 발전시키기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광 고는 상품소비방식에 대한 자연성이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을 떠나 탈역사성을 지니는 개성의 표현으로 소비가 차별화될 수 있다는 의미를 끊임없이 양산해 낸다.

광고의 의미작용으로 상품은 광고를 통해 자신의 의미를 배가시키며 소비를 통해 현대성이 구축될 수 있다는 구조를 만들어내게 된다. 광고에서 묘사되는 사회적 관계는 구조적, 물질적 실제에 있는 계급과는 달리 상품이 표상되는 양식인 문화적 이미지 내에서 그리고 문화적 이미지를 통해서 존재하게 된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러한 광고의 매개는 상품의 차별성과 일관성을 더욱 세련되게 의미전달한다.

상징교환은 모든 사회적 현상을 실제적인 맥락에서 사상시켜 버리고 이것이 물신화될 때 역사성과 사회성은 없어져 버린 채 형식과 외양만을 띄게 된다. 결국 현대 자본주의에서 상품은 다양하지만 모든 다양성을 등가성으로 만들어 버리는 유일한 지배적 형식인 상품 형식만이 기준이 되어버린다. 또한 광고가 이를 매개함으로써 그 왜곡성은 증폭되게 된다. 이로 인해 소비의 능동성과 개성의 표현이라는 이미지는 무의식적이지만 지배적인 통제로 전환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일관성을 통해 상품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상품 목록 세트를 완성시킨다. 광고는 바로 이러한 일관성 전략을 매개하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라이프 스타일은 인간의 행태적 동향과 감정, 태도, 의견 등을 같이 다루는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은 사람들의 행위, 관심', 의견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을 얻고자 짜여져 있다. 인간의 행위를 노동과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측정하고, 사회적 문제, 제도, 자신에 관해 어떤 입장을 갖는가에 따라 의견을 측정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이, 소득, 주거지 같은 기초적 사실을 조사하게 된다.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 분류체계는 광고를 정확히 기획하고 타깃을 맞춰 상품이 소비자에게 부합되도록 하는 시장분할 작업을 통해 상품구매를 촉진한다.³⁰⁾

다니엘 포프는 시장분할과 라이프 스타일 광고의 발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보여주기 전략은 일정한 상표가 다른 것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에서 분할 전락은 사용자에게 초점을 두며 다른 것보다 내 상표가 더 우월 하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없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사람과 환경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사용 결과를 통해서가 아니라 특정한 라이프 스타일에 어울어진 상황'을 말한다.²¹⁾

상품생산이 지배적인 문화를 구성하는 현대사회는 생산자는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생산과 극도로 분리되어 생산자는 시장의 교환의 당사자인 소비자로서만 상품과 대면할 수 있다. 더군다나 현대사회에서 상품기호 생산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광고는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종사자들의 집중화된 시장전략 속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품 소비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끊임없이 되풀이하여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생산자로서 상품과 대면할 수 없는 소비자는 불안정한 자신의 지위와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상품의 의미를 소비하는 대상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소외된 주체는 상품헤게모니의 지배 속에서 "상품을 통한, 상품의 담론을 통한(discourse through and about commodities)²²⁾" 표현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3) 광고의 의미구조와 소비

광고는 상품의 사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문제는 의미의 부분으로 상품에 깃들어 있는 생산관계에 대한 정보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은 실제 생산관계에 내재해 있는 생산과정에 관한 정보를 은폐한다. 자본주의는 사물 의 외양이 중시되어 상품의 상징성이 사회적인 의미작용을 하면서 실제 사용 가치는 재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광고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상품의 가치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기 보다는 기업과 자본 가의 이윤을 증식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서 상품의 실재적 유용성이 아닌 상품과는 무관한 상징가치를 전달하도록 방향지워져 있다. 이러한 메카니즘은 사람들의 소비규범을 왜곡되고 그릇된 형태로 틀지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가치와 규범을 창출함으로써 사괘통제의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인간과 사물의 관계는 일상생활에서 대상들을 끊임없이 취하여 소비함으로써 사물을 대상화시키고 인간의 정신적, 사회적 발전이 가능케 되었다.²³⁾ 그러나 현대사회의 재화의 풍요로움이 가져온 소비사회는 상품을 취하는 것에 있어 상징적 회소성을 고려하는 소비를 증대시키게 된다. 왜냐하면 사물의 의미는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질서를 구성하는 일환이기 때문이다.

광고를 통해 사물의 의미는 사회 분할을 반영하고 표상한다. 지위 상징의 전형에서 상품소비는 소비자 사이의 분할을 직접적으로 형성한다. 또한 사회적 지위에 걸맞는 상품들간의 조화를 이루는 소비의 일관성이 강조된다. 이리하여 상품소비는 의미와 일치하여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사회적 질서를 강제적인 도덕적 질서로 경험하고 일상생활에서 신뢰할 수 있게 재생산한다. 따라서 소비는 사회적 관계의 문화적 재생산의 일부이다.

광고의 제도로서의 역할은 소비의 미덕을 강조함으로써 사용가치가 모두에게 평등할 수 있다는 지배적 신화를 제공하면서도 또 다른 측면으로 특별히 선택된 당신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지위상징을 설득한다. 광고는 사회통합의 저변에 소비통제의 이중적인 구조를 의미화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소비자는 이러한 광고의 의미구조를 전체 상품체계에서 또한 특정 상품체계와 관련하여 상품의 상징성에 주목하여 소비를 행하게 된다.

4. 자동차, 광고, 소비

1) 자동차와 광고

기호로서 자동차는 이러한 문화적 범주가 자동차의 다양한 종류에 조응하게된다. 자동차 상품은 그 위계질서의 상하에 따라 그 의미작용의 내용이 다르며 이는 차종, 브랜드, 색상, 디자인, 크기 등의 외양적 형식이라는 기표에 사회적이고 문화적 범주의 기의가 통일되면서 발생하게 된다. 얼마전 한겨레 신문이 양켈로비치 미디어 리서치와 공동으로 조사(한겨레 98. 1. 12)한 자동차 중소형차 상표 자산가치를 살펴보면 소나타I II III가 1위를 마크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는 88년 쏘나타를 출시한 뒤 93년 디자인을 바꾸고 에이비에스 브레이크 등을 선택사항으로 추가한 소나타II를 내놓은데 이어 96년에는 디자인을 또 한 번 바꾼 쏘나타 III를 선보이며 장수 상표로 군림하고 있다. 현대 자동차쪽은 쏘나타의 성공요인으로 품질에서의 스타일과 승차감을, 마케팅 면에서의 시의적절하게 새 모델을 내놓아 소비자들의 기호변화에 맞춘 점을 꼽고 있었다. 이처럼 브랜드명이 갖는 프리미엄과 함께 시의적절한 디자인의 변형이 성공의 요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소비할 때, 어떤 자동차가 성능이 종고 영구성이 있는가라는 점을 고려하는 것은 말할것도 없지만 자동차의 소비가 자신의 사회적인 관계를 표현하는데 어떠한 의미로 작용하는가에 대한 것도 깊이 고려하게 된다. 자동차의 이러한 문화적 의미의 전이는 자동차에 태한 가치 인식을 고 기능적 측면으로 국한하지 않고 특정 자동차의 소유나 소비가 자신의 지위를 나타낸다는 점을 보여준다.

광고는 상품이 문화적으로 의미를 지닐 수 있도록 하는 통로로서, 사회성원들은 광고를 통해 상품의 다양한 종류와 유행의 패턴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됨으로써 소비를 자극받게 된다. 이런 점에서 광고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동시에 사회적 제도이며 현대인에게 있어 광고는 마치 법적인 효력을 낳듯이 문화범주를 상품의 체계와 강력하게 연결시켜 소비방식의 규범의 교통정리를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 광고는 상품체계로서 자동차 상품의 차별화와 일관성을 매개하는 강력한 역할을 한다. 자동차 광고는 자동차 자체의 차이를 한편으로 자동차의 브랜드, 색상, 디자인, 크기등 다양한 기표를 표상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외시의 함축의미로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적 범주인 경제성과 실용성, 남성성, 여성성, 성공, 귀족적인 고급성 등이라는 기의와 연결된다. 이것이 통일되어 사회적인 의미를 낳을 때 사람들은 특정 자동차와 특정 기의를 같이 연상한다. 자동차 광고에서 이러한 의미들을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우리는 그 자동차를 소유하면 그러한 의미 즉 그러한 사회적 정체성도 함께 획득할 수 있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 광고에서 자동차는 상품기호로서 그 기호가 사회 속에서 재화의 질서체계에서 다른 상품기호와의 수직적, 수평적 연결이 되어 있던 바로 그 의미구조 체계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상품의 위계질서와 결합되는 차별성은 사회적 신분과 지위를 표현하게 되고, 다른 상품체계와의 등가성과 결합되는 일관성은 라이프 스타일 광고로 표현되게 된다.

2) 자동차 광고와 소비

오늘날 단순히 운송수단으로서 자동차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흔히들 한국사람들은 이제 어느 집에 사느냐보다 어떤 자동차를 갖고 있느냐를 중시여기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자동차 의미의 변화는 자동차 광고 속에서도 표현된다. 자동차 광고 또한 다른 광고들과 마찬가지고 단순히 상품판매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자본가와 광고주의 이해만을 대변하지 않는다. 자동차 광고를 통해 자동차의 유행패턴에 대한 정보를 테크놀로지와 결부시켜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를 표상한다. 자동차 광고의 경우 유행하는 스타일의 변천을 끊임없이 주지시킴으로써 새로운 자동차의 소비를 조성하며 자동차 소유가 현대인의 필수품이며 자동차 소유 그 자체보다는 어떤 자동차를 소유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자동차의 기능의 강조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분류범주를 광고와 지속적으로 연결시킴으로써 특정의 지위, 위치, 장소 하면 특정의 자동차가 연상될 수 있을 만큼의 강제적인 힘을 지니게 된다. 자동차 광고에서의 의미구조는 기의의 내용을 기표의 형식으로 표상 하면서 구성되는데 자동차 광고에서의 기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각 구성 요소의 기표 >

1. 모델 : 나이, 의상, 표정, 자세, 시선 등

2. 배경 : 색깔, 장소 등

3. 상품 : 차명. 차색, 차형 등

4. 광고문안 : head copy와 sub copy의 주요문장 밑 단어 색깔, 위치²⁴⁾

이러한 기표는 남성성, 여성성, 귀족적 고급성, 성공한 사람이라는 기의와 결합된다. 이러한 기표와 기의의 결합은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기 보다는 지배적인 가치의 유지와 연결된다. 이런 점에서 자동차 광고는 사회통제의 기능을 하는 제도가 되는 것이다. 광고가 소비와 연관성을 맺게되는 바로 그 접점은 광고의 상품기호가 의미구조에서 한 부분의 의미를 획득하여 고정적으로 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사회가 고정적이곤 또한 안정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었던 시기에는 재화의 소비는 신분 질서내의 지위를 나타내고 이것을 규제하기 위해 사회금지법 등을 통해 상징적 규제를 수행하였다. 그러나 시장교환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더 이상 안정적인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어려워졌으며 사회적 정체성은 고정적이며 천부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없었다. 시장의 교환이 구조화된 현대사회에서 상품은 문화의 범주를 가시화하는 그 성격으로 인해 사회적 정체성을 의미하는 역할이 강화되었다. 또한 지위의 구조가 불확실하여 상징적 속성을 지닌 상품의 소비로 자신의 지위를 표현하려는 욕망으로 인해 현대의 상징적인 가치를 담지하는 광고와 소비는 더더욱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광고에서 강조되는 소비자와 소비에 대한 담론은 그 환상적 성격으로 말미암아 소비자에게 생산에서는 고되고 힘들지만 소비를 통해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가져온다. 자동차 광고는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노동조건과 노동자의 임금은 담론으로 형성하지 않으며 또한 형성할 필요조차 없다. 이는 상품이 지니는 물신성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광고의 메카니즘 자체가 그러한 정보를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동차 소비를 하기 위해 대부분의 소비자는 자동차 담론이 지배적인 광고를 통해 상당부분의 정보를 얻게된다. 물론 자동차의 기능에 대한 대인적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겠지만 자동차 소비에 있어 자동차의 기능보다는 특정 자동차가 지니는 사회적인 의미를 소비하려 할 것이다. 특정 자동차는 이미 광고의 의미구조를 통해 특정한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이러한 정보에 기초하여 자동차 소비를 하게된다. 자동차 소비는 이렇듯 자동차 광고의 담론을 아무런 의심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이는 자동차에 대한 사회적인 담론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특정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동차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 의미도 같이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동차 상품기호가 의미구조에서 자신을 더욱 세련되게 자연적 속성으로 변화시켜갈 때, 상품의 물신성은 극대화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