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페미니즘적 시선

현대의 여성상은 과거의 억압되어 있던 소극적, 수동적, 남성 의존적인 전통적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남녀 평등, 여성상위를 주장하고 여성의 사회진출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페미니즘적 현상'이라고 하는데 포스트모더니즘 광고에서는 이런 사회적 현상이 광고의 표현으로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광고에서 나타나는 '페미니즘적 시선'의 표현양식은 도전적인 여성, 개성이 강한 여성, 자신감 있는 캐리어 우먼, 성적으로 남성을 리드하는 여성 등으로 표현된다. 광고 안에 남녀가 나타나는 경우 여자는 남자를 이끌거나 거부하는 주체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표상 되고 있으며 여성 혼자만 등장하는 광고의 경우는 대상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여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런 표현들은 여성을 소구 대상으로 하고 있는 광고, 즉 의류, 화장품 광고에서 많이 보여지고 있는데 이런 광고들에서 여성은 자유, 기존질서에 대한 거부, 관습을 해체하는 주체로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주) 신성통상의 광고는 사회적으로 억압되어 있던 이제까지의 일반적인 여성상을 거부하는 광고로서 페미니즘적 시선을 가진 포스트모더니즘적 표현 양식이다. 이 광고는 자신에 가득찬 여성의 모습을 클로즈업 시키고 "나, 패션으로 세상을 움직인다"라는 헤드라인을 사용하여 70∼80년대의 수동적 여성상이 아닌 능동적이고 활동적이며, 자신에 찬 여성상을 제시하여 은연중 남녀평등, 여성상위를 주장하고 있다. <그림 76>. (주)진로 종합 유통의 칼슘과 철분음료 광고에서도 페미니즘적 시선이 느껴지고 있다. 이 광고에서도 자신에 찬, 당당한 모습의 여성을 메인비쥬얼로 내세우고 "잘난 여자로 삽시다"라는 헤드라인을 사용하여 사회적 여성 신분의 상승과 여성상위의 시대에 편승하는 광고를 제작하여 민감한 여성 심리에 소구하고 있는 광고로 보인다. <그림 77>. (주)백화의 청하 광고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음주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70∼80년대에 비해 현격한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하는 페미니즘적 시선의 광고이다.

이 광고는 술을 원하는 듯한 표정의 여성 모델을 등장시켜 음주문화에 대한 전통적 사고관념을 해체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광고의 표현은 그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여성의 지위 향상에 대한 사회적 변화는 광고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그림 78>. (주)LG전자의 LG미니스타 광고는 소위 신세대 여성의 연애 풍속도를 비쥬얼로 제시하여, 신여성의 심리적 느낌을 광고로 표현한 페미니즘적 시선의 포스트모더니즘 광고이다. 전통적으로 남성에 의해 선택 당해온 여성이 아닌 능동적으로 사랑도 이끌어가는 신세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회현상으로서의 페미니즘 현상을 광고에 표출 시키고 있다. <그림 79>. 신세계 백화점의 기업 PR광고는 1967년 여성의 옷차림이 억제되어 있던 우리 사회에 윤복희가 처음으로 미니 스커트를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모습을 설명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파격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신세계 백화점의 새 세계를 열어가는 의지를 표현한 광고로서 관습의 타파를 보여주는 페미니즘적 시선의 광고로 표현되고 있다. <그림 80>. (주)한화 에너지의 이맥스 휘발유 광고는 여성의 성에 대한 관습의 해체를 표현하는 대표적 페미니즘적 시선의 포스트모더니즘 광고이다. 세계적인 섹시스타 샤론스톤의 출세작인 '원초적 본능'에서 나오는 묘한 모습을 비쥬얼로 보여주면서 헤드라인은 "강한 걸로 넣어 주세요!"로 사용하여 묘한 성적 상상을 일으키게 한다. 이 광고는 현실적으로 억제되어 있는 여성의 수동적 성적 욕구를 오히려 능동적으로 표현하여, 성 개념 조차도 기존의 관습을 해체 시키는 포스트모더니즘 광고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무차별적으로 보여지는 광고의 특성을 감안 할 때, 청소년들의 성 문제나 사회적인 성의 상품화 문제에 대해서는 배려하지 않은 광고로서 광고의 문화적 기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광고인 듯 하다. <그림 81>. (주)동일방직의 쟈키 언더웨어 광고 또한 비쥬얼을 종래의 성에 대해 부끄러워 하는 수동적 여성상을 파괴하고 능동적으로 성에 접근하는 여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또한 기존의 성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관념을 해체 시키고 거부하는 페미니즘적 시선을 가진 포스트모더니즘 광고이다. <그림 82>. (주)대우통신의 아망떼 크린 900 전화기 광고는 인기 개그맨 이홍렬을 모델로 남성모델이 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모습을 연출하고 무선 전화기로 아내에게 보고하는 형식의 비쥬얼 표현으로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과 남성의 역할을 바꾸어 버리고 있다. 이 또한 현실적으로 여성상위 시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묘사함으로써, 좀더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접근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페미니즘적 시선의 포스트모더니즘 광고이다. <그림 83>.

이제까지 사회적, 경제적으로 억압되어 있었던 여성상을 타파하고 남녀의 평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주장하는 페미니즘적 상황은 80년대 이후 우리사회에 점점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고, 이런 광고의 표현 또한 점점 많아져서, 이제는 오히려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이런 현상 역시 포스트 모더니즘의 현상으로 분류되고 있고, 이런 현상을 광고에 표현하는 것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게 되고 있는 듯 하다.

7) 탈 쟝르화 및 쟝르간의 혼합

포스트모던 광고에서 예술쟝르의 혼합형식은 쟝르를 해체 시키고 컴퓨터 그래픽을 도입함으로써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표현 전달에 있어서 조형적 요소인 일러스트레이션 등이 회화적으로 재구성되고 장식적 표현이 늘어나는 등 쟝르간의 상호침투 현상 및 혼합현상이 일어난다. 사진과 애니메이션의 혼합, 사진과 일러스트의 혼합은 물론이고 컴퓨터 그래픽과 회화기법의 혼합,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사진합성의 기법 등 쟝르간 상호침투 혼합현상을 이용한 표현 기법은 광고의 기존 형식을 해체 시키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해주는 광고 표현 형식이다. 이것은 표현의 확대를 위해서 다양한 예술방식을 끌어 들였기 때문이며 특히, 컴퓨터 그래픽의 도입이 이를 촉진 시킨 것으로 여겨진다.

놀이 공원인 에버랜드의 패밀리 봄바람, 봄외출편 광고는 일반적인 광고의 비쥬얼 표현 방법인 원 씬- 원 컷트의 개념을 벗어나고 있다. 이 광고는 사진과 만화적인 기법의 혼합에, 화면을 연결 구성화 하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동원하여 에버랜드의 놀이공원으로서의 장점을 아주 쉽게 표현하고 있으며, 만화를 보듯이 또는 영화를 보듯이 소비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고 있다. 비쥬얼의 전체적인 내용은 가족이 에버랜드에 놀러 가서 오히려 어린애들보다 엄마, 아빠가 더 즐거워 한다는 구성으로 온 가족 놀이공원이라는 포지셔닝에 맞아 떨어지고 있다. 헤드라인은 "오늘, 난 12살의 엄마를 보았다"이다. <그림 84>. (주) 대우전자의 대우 탱크 냉장고 신선은행 광고는 제품의 특징인 음식물을 신선하게 보관한다는 제품 컨셉트에 맞춰 펭귄을 일러스트 화하여 사진과 함께 혼합 시키고 있다. 종래의 일반적인 광고의 표현기법에서는 표현하기 쉽지 않았던 사진과 일러스트의 자연스러운 합성이 광고를 돋보이게 하고 있으며, 이 또한 컴퓨터의 발달에 의한 광고제작 기법의 향상이 가져다 준 포스트 모더니즘적 광고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림 85>. 아크리스 백화점 런칭 광고의 경우, 종래의 일반적인 광고표현에서의 런칭의 느낌에 맞는 탄생의 감각이 느껴지는 비쥬얼이나, 커다랗게 지면에 로고를 보여주는 기본적인 표현방법을 배제하고, 모델의 얼굴에 회화적 기법의 하나인 액션 페인팅 기법을 사용하여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있으며, 모델의 얼굴에 페인팅 된 모양은 아크리스 백화점의 로고로 런칭 광고에 필요한 시각적 스캔들과 로고의 제시가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광고이다. <그림 86>.

한국이동 통신의 우리끼리 번호 대축제 광고의 경우 일반적인 광고의 표현 방법을 벗어나 모델의 사진에 파스텔 효과와 거친 회화적 터치기법을 혼합하여 시각적 어텐션을 더욱 강하게 주고 있다. 이러한 표현 방법의 광고 또한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이 가져다 준 광고표현 기법을 잘 활용한 포스트 모더니즘 광고이다. <그림 87>.

(주) 한화 종합화학의 한화 그랑프리의 바닥 장식재 광고의 경우에도 종래의 일반적으로 표현되던 바닥 장식재 광고와는 표현의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바닥 장식재를 광고한다면, 바닥 장식재가 깔린 거실이나 안방의 품위 있는 모습, 우아한 분위기를 보여주거나, 실제 모델이 바닥장식재가 깔린 거실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모습 등이 메인 비쥬얼로 보여지지만 이 광고에서는 나체 모델의 몸을 바닥장식재가 흡수해 버리는 듯한 비쥬얼 표현으로 사람과 바닥재의 일체감을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광고의 표현도 컴퓨터의 발달이 만들어낸 포스트모더니즘 광고 표현이다. <그림 88>.

이상의 표현방식은 80년대에도 물론 행해지기는 하였지만 당시의 제작기법은 수작업에 의한 것으로서 지금처럼 자연스럽지 못했다.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은 쟝르간의 혼합 및 탈 쟝르화의 표현양식을 더욱 발달시켰고, 이제 소비자들은 더욱 새롭고 자연스러운 이미지의 광고를 접하게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