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례분석

산업의 발달과 문명의 기계화, 그리고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매스화는 대중에게 한 차원 높은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 주었지만, 심적인 공허(空虛)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회와 대중에 정보의 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는 너무 많은 패러디는 이미 작업되어진 예술 작품으로 각색, 표현되어지기에 무분별한 베끼기나 도용으로 인해 모방작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패러디의 보다 명확한 확립을 위해 광고 디자인에 있어서의 패러디 사례 연구를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빈번한 텍스트 사용된 모나리자 사례 분석을 통해 한 텍스트가 현대 회화에서부터 광고 디자인까지 새로운 상상력으로 다양하게 표현해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곧 패러디된 모나리자는 제작에 의해 재편집, 재구성하고 전도시키는 패러디의 초문맥화(transcontextulization)의 구현이다. 또한 빈번한 텍스트로 사용된 회화 작품의 사례 조사를 살펴보면, 이미 소비자들은 패러디된 과거 명작이나 예술품에 대한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으므로 언어적 요소(헤드카피나 본문) 간략하게 제시되거나 극도로 생략되어 있다. 또한 패러디된 광고물 안에서 표현된 시각 이미지의 함축성에 기인한 이러한 특이한 성질은 결과적으로 보다 다양한 시각적 표현 기술을 요구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패러디 광고 사례 연구는 텍스트에다 '새로운 상상력'을 더하는 패러디는 단순하게 유명한 명화를 빌어다가 광고하고자 하는 단순 광고와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패러디 표현은 독창적인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게 만든다는 것을 사례 분석을 통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즉 성공적인 패러디 광고사례들은 반복적이지만 '차이를 내포하는 반복'이며, 비평적 아이러니의 거리를 가진 재창조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광고 디자인에 나타난 현대적인 의미의 패러디 개념은 "열려진 의미체계"로서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기호를 부여하는 사람 즉, 디자이너의 의도가 패러디를 통해 표현되었을 때, 그러한 표현을 대하는 기호 해독자(소비자)는 이미지의 전달하는 바를 파악함으로써 다자이너와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이 패러디 광고를 통해서 디자이너와 소비자간의 상호소통이 가능할 때 비로소 패러디된 메세지(message)는 의미를 환성하게 되는 것이며, 이는 태도 변화를 목적으로 한 정보전달과는 다른 의미 체계를 갖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패러디 표현은 잘못하면 비합리적인 소구로 흘러, 메시지의 정확한 정보 전달이나 효율성이 고려되지 못한 채 막연한 감각적 느낌만을 제시하는 광고가 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구 대상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의 차이는 광고 디자인에 있어서의 패러디 표현에 비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유발시킬 수 있다.

반면에 광고에 나타난 패러디의 특성은 지역적 문화적 배경을 잘 활용함은 오히려 긴밀하고 강한 메시지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음을 사례를 통해 화인할 수 있다.

세 번째,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의 전통에 대한 모방의 적극적 수용으로서의 창조 작업에 있어서 '패러디 광고'와 '혼성 모방 광고'를 비교 분석한 결과 패러디와 더불어 혼성 모방은 단일 텍스트만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텍스트를 모방할 가능성을 지니며, 표절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패러디나 혼성모방은 서구적 발상에서 출발한 것이었으나, 현재 이러한 표현 방법은 우리 전통 문화를 패러디로 표현함으로서 우리의 고유의 표현방식으로 정착되어 나간다는 흔적을 알아 볼 수 있다.

결국 패러디와 혼성모방의 확대는 우리의 전통적인 것들이 단순히 우리 속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패러디의 형태의 다양한 범주 속에서 그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네 번째, 패러디는 이미 작업되어진 예술 작품으로 각색, 표현되어지기에 무분별한 베끼기나 도용으로 인해 모방작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단순 모방 광고'사례 분석을 통해 그 차이점을 명확히한 결과 패러디와 단순모방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패러디는 의도적으로 자신이 "왜 그 작품을 도용했는지" 정당하게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왜 그 작품을 도용했는지"를 수신자(소비자)가 알 때에만 진정한 패러디가 이루 어질 수 있다. 그러나 패러디와는 달리 단순모방 광고나 표절은 디자이너가 그 작품을 도용한 사실을 숨기고 싶어한다.

결국 패러디 이론에 대한 명확한 이론 정립과 활용범주 등이 제시되었을 때 최근 들어 한창 논란이 일고 있는 표절시비나 저작권 문제 등과 결부되어 예상될 수 있는 문제점들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2. 패러디에 나타난 창조성 문제

광고 디자인에 있어서 패러디의 창조 개념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고유성보다는 목적을, 원작의 독창성보다는 재창조를 중시하고, 심지어는 원작의 진품성마저 부정한다. 이렇듯 패러디는 작가들이 아이러닉한 재기호화를 통해 과거와 접촉하게 되는 하나의 중요한 방법이다.

패러디는 항상 전통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적이지만 종종 그 전통에 역행한다. 결국 패러디의 본질은 공인된 위반이며, 차이를 둔 반복인 것이다. 이렇듯이 패러디에 의해 미술 작품 그 자체가 모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고는 이미 폭넓게 지지를 받아 왔다. 패러디 표현 방법에 있어서 창조 개념이란 현실 세계에 모방이라는 것에서 작품 그 자체까지의 모방 대상의 확대를 의미한다. 그리고 혼성 모방도 단일 텍스트만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텍스트를 모방할 가능성을 지닌다. 그러나 패러디는 오리지널 작품이 소유하고 있는 내적 긴장을 더욱 확대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단지 표면적인 면만을 빌려 오는 에너지가 결여되는 단순 모방이나 표절과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⁶⁶⁾ 그렇지만 표절이라고 해도 원작을 고스란히 그대로 옮겨다 쓰는 경우는 드물다. 조금씩 더하거나 빼거나 바꾸어 놓음으로써 아리송하게 만드는 지능이 발휘되는 것이 상례이다.

이 세상에는 100% 완벽한 창작은 있을 수 없고, 대개는 직접적으로나 간접으로 선인이나 동시대 사람의 저작물에 의존하거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아무리 창작이라고 해도 그것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으며, 표현의 독창성을 기준으로 하는 이상, 창작과 표절의 한계는 종잡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광고 디자인에서 창조 개념은 다른 어느 분야에서보다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리고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고 전문성을 요구하게 됨에 따라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광고 디자인 크리에이티브를 해결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메시지를 수용하는 사회의 요구가 변하므로 과거의 패러디 개념이 현재에 와서 이렇게 복잡하고 규범화 되는 것이다. 현대 패러디 개념은 광고 디자인에 있어서 이러한 절충적 의식으로 인해 오히려 예술품의 가치를 저하시키거나 공허한 중성적 표현에만 그침으로써 규범 없는 장르로의 인식을 갖게 하기 쉽다. 그러므로 광고 디자인에 있어서 패러디는 오리지널한 회화 작품과의 새로운 심미적 언어를 창출하기 위해 그 언어를 매개로 목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조적인 작업이 되어야 한다. 또한 광고 디자이너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당대의 유행어로 말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 개개인이 얼마나 원작을 충분히 이해하고 작업에 임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책임들을 스스로 느끼고 터득해 나갈 때 패러디 표현 안에서의 창조개념은 제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⁶⁷⁾

3. 문제점

"TV속의 명화 패러디 광고"는 대부분 광고 선진국의 아이디어를 본뜬 초보적 단계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광고계를 둘러본 영국 세필드대학 존 블랜드 교수는「한국 광고의 문제점은 너무 딱딱하고 근엄한 광고 일색으로 광고에 유머가 없다. 세계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큰 흐름은 패러디를 유입한 유머 광고」라고 지적한 바 있다.⁶⁸⁾ 이것 뿐만 아니라 패러디 광고 표현 기술이 아직 미숙함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사례분석에서도 나타났듯이 우리 나라의 패러디 표현은 아직 그 적극성이 미흡한 실정이다. 광고 대상물의 후경으로서의 패러디는 결코 제 목소리를 갖춘 독자적 표현 양식으로 인식될 수는 없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광고디자이너는 패러디에 대한 수준 높은 원작의 표현과 목적한 의도를 수용할 대중에 대한 냉철하고 폭넓은 숙고의 과정을 통해 디자인 작업을 해야한다. 그러므로 이것에 의해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⁶⁹⁾

첫 번째, 광고에 등장하는 미술 작품이 교묘하게 변형되고 재구성됨으로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미술의 순수성이나 예술성보다는 대중적 인기에 지나치게 몰입한 결과, 기존의 예술성을 왜곡하여 단순히 감각적 차원에서만 수용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표현의 기법과 기교 측면에서 광고는 미술 작품을 통하여 새로운 스타일과 다양한 이미지를 합성이 가능하므로, 시각적 재창조를 다각적으로 실현 할 수 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는 비쥬얼 중심의 패러디 광고는 문화 정보 전달의 영역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흡수 및 이해도를 중폭시켜 새로운 문화적 기능을 확립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디어나 컨셉이 독창적이지 못하고 그저 단순히 미술 작품을 빌어다가 적용시키거나 서투른 패러디의 활용은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미적 가치를 하락시키거나 가치 저하마저 가져와 광고의 기본 의도나 목적을 삭감시키고, 기업이미지 마저 추락 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패러디 표현을 시도하고자 하는 디자이너 스스로가 패러디의 개념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가져야만 한다. 둘째, 미의식이나 그에 대한 가치관은 국민성에 따라 다른 것이므로 그 나라 대중이 수용할 디자인은 그 나라의 미의식과 포용력에 적합한 것이어야만 한다. 셋째, 패러디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의 문화적 자질 양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패러디 이론에 대한 확실한 정립과 활용범주를 통하여 단순 모방이나 표절과는 구별되어 져야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광고 디자인에 있어서 패러디 표현 방법은 오리지널한 회화작품과의 새로운 심미적 언어를 창출하기도 하고 그 언어를 매개로 목적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창조적인 작업이 되어야 한다. 또한 광고 디자이너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당대의 유행어로 말해야 하며 예술품이 갖는 가치를 빌어 목적하는 바를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 시대의 대중이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해석하고 가장 적절한 표현수단을 사용하여 효과적이며 강한 인상을 전달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실현하려면 창조적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이러한 창조적 노력이 때로는 단순한 재치나 기교 또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원작의 이해와 그 것을 수용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