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로서의 광고는 내용으로서의 '이야기'(story)와 이야기를 담아내는 표현형식으로서의 '담론'(discourse)의 차원으로 나누어 지며, 서사구조는 이 두 차원에서 각기 발현된다. 그러므로 광고의 내용 측면에서의 서사구조와 그 내용을 조직하는 표현 측면에서의 서사구조를 함께 살펴 보아야 한다. 본고에서는 앞서 서사의 본질적인 특성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텍스트가 존재하는 의사소통적 성격에 두고 이를 담론적 특성으로 파악하여 이에 따라 광고의 유형을 구분하였다. 이렇게 구분되어진 광고의 유형으로 이야기(story) 분석을 함으로써 표현형식(담론)이 없는 내용(이야기)을 분석하는 오류를 극복하고, 보다 정확한 이야기체 분석에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텍스트에 드러나 있는 인물, 사건, 배경 등을 중심으로 토도로프(Todorov)의 통합체 도식을 이용하여 균형과 불균형, 재균형의 상태를 이야기가 표현되어지는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구분하여 보았다. 처음에 균형의 상태를 제시하고, 균형을 깨며, 새로운 균형을 이루는 이러한 도식은 많은 서사물이 공유하고 있는 표층적 서사이다. 이는 문제를 제시하고, 전개시키며 결과적으로 해결하는 논리적이고 인과적인 순서로 전개된다. 이 세가지의 단계가 앞서 분류한 세가지의 광고의 유형에 각각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 하였다.

동시에, 텍스트의 표면서사를 이루는 개별 서사단위들이 어떻게 선택되고, 표상되고 있는지에 대한 잠재적인 관계구조는 레비-스트로스(Levi-Strauss)의 이항대립 관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서사물은 일반적으로 인물과 배경, 인간 행위자나 기타 행위물에 의한 우발적이거나 개연적인 행동, 사건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여타의 서사물과는 달리, 광고 텍스트 속에는 이러한 요소들이 상품과 직·간접적으로 반드시 연관되어 나타난다. 그러므로 행동과 사건의 근원으로서 사람과 상품간의 관계구조를 심층적으로 파악해 봄으로써 전체적인 서사구조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앞서 토도로프의 통합체 도식을 사용하여 드러낸 표층적 서사를 중심으로 상품과 사람간의 관계가 어떻게 표상되어 구조화되어 있는지 세가지 광고 유형에 따라 제시하였다.

1. 표층서사구조-문제의 제시·전개·해결방식을 중심으로

1) 자서전적 형태의 광고

일인칭의 '나'(등장인물)가 시청자와 직접 발화하듯 대화의 상황을 재현하는 광고 형태이다. 묻고 답하는 식의 대화형식의 재현은 실제로 시청자가 광고의 등장인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므로, 상상적이고 허구적인 관계이다. 이 형태의 광고는 허구적인 대화형식을 통해 등장인물과 시청자간의 상 상적인 담론이 현실의 그것처럼 보여지게하고, 나아가 현실의 경험과 광고 매체의 경험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광고의 도입부에서 문제의 제시는 상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객관적 상관물(objective correlatives)이나 상관개념이 도입된다. 이 제시 형식이 바로 질문의 형태이다. 사례광고 1-1('인스케어')의 경우, '똑똑한 여자요?'라고 되물음으로써 시청자의 질문을 함축하면서, 상품의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한 '똑똑한 여자'라는 개념이 도입된다. 사례광고 1-2('레티놀')에서는 '나이들면 생길수도 있죠'라며 자신의 의견을 시청자에게 표현하듯 말한다.

제시된 문제는 본격적으로 상품과 연계된다. 사례광고 1-1('인스케어') 광고는 '똑똑한 여자'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여자'이고, 스스로 알아서 여자의 피부를 보호해 주는 똑똑한 화장품은 '인스케어'라고 말한다. 여자와 상품이 모두 '똑똑함'이라는 개념으로 동일시 된다. 사례광고 1-2('레티놀') 광고에서는 나이들면 주름이 생길수도 있지만, 없앨 수도 있다는 상반되는 주장이 상품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낸다.

그러므로 처음에 제시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로 상품이다. 사례 1-1('인스케어') 광고에서 제기된 문제, "똑똑한 여자요?"는 "똑똑한 화장품, 인스케어를 사용하는 여자"가 해답으로 제시된다. 여자나 화장품은 모두 이 광고의 컨셉인 '똑똑함'에 의해서 동일시 되는 한편, '예뻐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도 함께 묶여진다. 결국 "여잔 똑똑해야 예뻐"지니 예뻐지기 위해서는 "똑똑한 화장품, 인스케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례 1-2('레티놀') 광고는 두가지 상반된 주장, "나이들면 싱길수도 있다"와 "없앨수도 있다"는 진술을 상품의 중재로 인해 "나이들면 생길수도 있지만, 상품을 사용하면 없앨수 있다"라는 하나의 진술문을 성립시킨다.

자서전적 형태의 광고는 무엇보다도 서사의 원형 모델인 화자-청자라는 가장 단순하고 소구력있는 직접 언술(direct address)의 형태를 사용하는 광고이다. 제시 방식에서도 시청자와의 상상적인 면대면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처음 문제의 제시는 상품을 직접 지시하거나, 직접 연관되지 않은 질문으로, 문제의 전개에서는 질문과 상품을 연결시키는 고리를 찾고, 문제의 해결에서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상품을 내세우는 것으로 대신한다.

2) 서술적 형태의 광고

서술적 형태의 광고에서 문제를 진전시키는 핵심요소는 3인칭 서술자의 정의나 판단이다. 3인칭의 서술자는 서술하고 있는 이야기 내부에 인물과 아무런 접촉이 없을뿐 더러 어떠한 개입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목소리를 가졌다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조직되지 않은 이야기 속의 인물들의 행위와 대사들에 일정한 방향을 부여하고, 시청자들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준다.

문제는 상품의 비사용자가 겪는 오류나 불편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러한 오류와 불편을 겪고 있지 않은 상품의 사용자를 보여주는 것이 뒤따른다. 서술자는 이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서술해준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상품의 비사용자가 상품을 사용함으로 인해서 상품 사용자의 영역에 편입되고, 그러므로써,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의(긍정적이고, 바람직한)에 함께 속하게 되는 것이다. 사례광고 2-1('가그린') 광고의 경우, 상품 비사용자는 인위적이고, 겉모습을 돌보는 데에만 치중하는, 입술미인이라 가짜 미인이므로, 이러한 가짜미인에 속지말자고 서술자는 청유한다. 상품의 사용자는 이에 반해 '가그린'이라는 구강청정제를 사용하여 입속까지 살피는 진짜미인이기 때문에, 아직 상품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시청자들은 상품의 비사용자, 가짜미인의 영역에서 진짜 미인의 영역에로 편입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는 지배적으로 서술자에 의해 판단된 서술로 드러난다. 사례광고 2-1('드비어스')의 경우, 문제의 제시와 전개는 시청자가 쉽게 상상 할 수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함축함으로 인해 광고 안에서는 삭제되어 있다. 제시된 문제의 해결은 서술자가 판단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을 수 있는 아내'에 대한 정의이다. 어떠한 사물이나 사람, 사건을 정의 내린다는 것은 그것을 범주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이러한 정의속에는 이 정의 속에 해당하지 않는 혹은 반대의 아내의 상을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다. 이렇듯 서술적 형태의 광고는 서술자가 판단을 먼저 내린후, 이를 증명하는 형식이거나,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준 뒤, 결론에 해당하는 정의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문제가 제시, 전개, 해결된다고 보여진다.

3) 드라마 형태의 광고

드라마 형태의 광고는 일반적인 광고의 형식을 벗어나 마치 드라마처럼 극적인 상황을 전개시킨다. 그러므로 비교적 역동적인 극의 전개가 두드러지고, 인물과 사건, 배경 등의 설정이 명확하다. 사례광고 3-1('017 신세기 이동통신')에서는 항해중에 난파하여 무인도에 표류해 있는 두 남자와 그들의 구출을, 사례광고 3-2('빠리 바케트')는 잠간 세워 놓았던 자신의 차가 눈앞에서 견인차에 끌려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 모든 파격적인 사건을 해결해 주는 것은 구원자 혹은 보상자로서의 영웅-상품이다.

드라마와 같은 전개를 보이기 때문에 문제의 제시는 사건의 발단과 전개이며, 문제의 정립은 전개되는 사건 속에 일어나는 극적 상황, 절정이며, 문제의 해결은 상품의 등장이나 효력의 발휘, 상품의 가치의 극대화로 이루어진다. 사례광고 3-1('017신세기 이동통신')에서는 무인도에 표류한 두남자가 더위에 지쳐 탈진해 있는 가운데, 그 중 한 남자가 계속 휴대폰으로 통화를 시도해보지만 실패하고,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017'을 눌러 한 번에 통화가 됨으로써 구출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타번호의 휴대폰의 무능과 '017'휴대폰의 효능을 동시에 말하면서, 무인도라는 배경을 설정하여 '세상'을 어우르는 모든 공간에서 '017'의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례광고 3-2('빠리 바케트')에서는 차가 견인되어 가는 상황, 즉 손해의 정도가 '빠리 바케트'의 빵맛으로 보상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전자의 광고가 구원자로서 상품이었다면, 후자는 보상자로서의 영웅-상품을 보여준다

토도로프가 제시한 균형, 불균형, 재균형이라는 상태와 변화의 도식은 광고 텍스트의 경우, 도입부의 균형을 깨는 불균형의 상태가 상품으로 해소되는 일련의 상황을 설명하는데 매우 적절히 이용되었다.

광고 텍스트의 경우에서 먼저, 균형의 상태는 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짧은 시간내에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매체적 속성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광고는 상품에 대한 호감을 창출한다는 매우 명백한 목적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므로, 상품으로 달성된 재균형의 상태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소구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균형의 상태는 상품이 없는 결핍의 상태, 불만족의 상태이자 상품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재균형의 상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균형의 상태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불균형의 상태는 이러한 균형의 상태가 진실한 균형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계기로서 작용한다. 불균형은 상품이 없는 상태이다. 불균형의 상태를 강조하는 것은 상품이 결핍하므로 느껴지는 심리적·정신적 불안감을 강화하여 상품에 대한 욕구를 더욱 부추기고자 하는 것이다.

재균형 상태에서 토도로프는 기존질서를 깨려는 악의 힘을 물리치고 균형의 상태를 재확립하는 '영웅'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다. 광고는 근본적으로 현상황에 대한 불만을 야기시켜서 더욱 나아진 상태로의 이행을 '상품'이라는 물질로 성취하라고 제시하는 것이므로 현재의 균형상태에는 무언가 결핍되는 것이 있으며, 그 결핍은 영웅-상품(hero-product)에 의해 충족될 수 있다고 말한다. 광고 텍스트에서 상품으로 달성된 재균형의 상태는 광고를 시청하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미래에 자신의 소비로 이루어 질수 있는 재균형의 상태이므로, 광고는 언제나 미래에 대해서 말해 준다. 현재의 상태는 상품이라는 경로를 통하여 더욱 나아진 세계로 변화해야 할 대상이다.

광고는 사람들로 하여금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광고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욕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어떤 것에 욕구를 느낀다는 것은 결핍의 상태, 불만족의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불만족에 근거해서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하게 되면 그의 생활이 윤택해진다는 광고의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⁸⁵⁾ 광고는 현재의 상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주는 셈이 된다.

일찌기 시학의 토대를 마련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서사에는 시작과 끝이 설정된다고 하였다. 서사물이 어느 한 종결점을 가진다는 것은 서사물의 시작에서 배치되었던 인물이나 배경, 사건들이 일정한 하나의 방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토도로프의 도식에서 종결부에 제시되는 재확립된 균형은 도입부에 제기되었던 불균형을 이루는 문제들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해결된 상태로 제시된다. 토도로프는 이러한 재균형의 상태, 즉 문제의 해결은 표면적인 것으로 실질적인 해결점은 제시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생활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서사물을 통해 표면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사회내의 대립구조를 와해시키고, 긴장을 완화시킨다는 것이다.

Flitterman은 광고는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성공적인 결론에 이르는 폐쇄된 서사라고 주장하면서, 광고 서사의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성을 주장하였다. 광고에서 얼룩이 묻은 셔츠, 주름진 얼굴, 진흙이 묻은 마루는 정상적인 균형상태를 깨트리는 것으로서 불균형의 상태를 극복하는 일종의 영웅으로서의 상품(hero-product)에 의해 해결된다. 그러나 이렇게 달성된 새로운 균형의 상태는 완전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이고, 깨지기 쉬운 것이다. 계속되는 주부의 문제들이 만들어져 나오는 시간(젊음/ 미)의 경과나 기본적인 상황(더러워진 아이/남편들)은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⁸⁶⁾ 완벽한 위생, 아름다움, 늙지 않음 등의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갈등과 문제들을 일시적으로 세계와 화해시키고, 긴장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광고서사는 하나의 신화(myth)로서 작용한다.

2. 심층서사구조-사람과 상품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1) 자서전적 형태의 광고

자서전적 형태의 광고에서 등장인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관물이 된다. 다른 광고와 차별되는 컨셉을 그 등장인물의 이미지에 부가하거나, 그 혹은 그녀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광고에 배치되어진다. 사례광고 1-1('인스케어')의 경우 모델인 윤석화는 대외적으로 매우 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으므로 '똑똑한 여자'의 컨셉을 대표하는 상관물로 역할한다. 실질적인 차이가 없는 상품을 다른 상품과 차별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광고의 역할이라고 할 때, 이 광고에서는 '똑똑함'이라는 컨셉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을 등장시켜 차별적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것이다. 이 컨셉으로 상품과 인물이 동일범주에 놓이게 된다.

또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강조하거나, 자신의 탁월한 선택이나 취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러한 취향을 가진 인물과 상품을 연결한다. 사례광고 1-2('레티놀')에서 전인화는 광고라는 인위적으로 제작된 인공물을 찍고 있지만, 광고를 떠나서,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저도 깜짝 놀랐어요'라고 말한다. 이렇게 상품을 사용하고 난후의 모델은 자신의 취향이나 선택에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이가 들어 주름이 생기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름 하나 없는 깨끗한 모델의 피부를 매우 확대해 보여줌으로써 모델과 시청자간의 간극을 만들고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상품을 소비하고픈 욕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상품과 사람을 동일시하거나, 특별한 취향, 선택으로 대표되는 인물과 상품을 연결시키는 것은 다른 형테의 광고에서 보다 자서전적 형태에서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직접 언술의 형태는 광고 속의 인물과 시청자를 매우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관계로 만들고, 동일한 시·공간에의 착각을 가져오기 때문에 인물의 대사도 대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시청자에게 발화한다는 느낌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서전적 형태에서 사람과 상품간의 관계는 사람과 상품이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거나, 한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이 강조되면서 그 개인이 선택한 상품과 사람이 연관되어진다. 이 형태에서 등장인물이 곧 서술자이므로, 상품간의 관계가 더욱 직접적이고 개인적으로 제시된다. 그러므로, 등장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곧 광고의 컨셉에 해당하는 이미지나 분위기는 장애없이 그 혹은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상품에 부착되는 것이다.

2) 서술적 형태의 광고

서술적 형태의 광고에는 이야기 세계 외부의 목소리만의 서술자와 이야기 내부에 행위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때 서술자의 목소리에 따라 이야기 세계 내부의 인물과 상품의 관계가 정의되며, 그 정의는 상품사용의 유무에 의존한다. 즉 상품을 쓰고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혹은 그 상품을 쓸만한 사람인지 아닌지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은 이야기 세계 외부에서 세계 내부를 관찰하며 지배적인 서술을 하는 목소리만의 서술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사례광고 2-1('가그린')의 경우, 목소리만의 서술자는 등장하는 두 여성중에 어느 여성이 '진짜 미인' 혹은 '가짜 미인'인지 판단한다. 상품을 사용하지 않는 여성은 겉멋에만 치중하여 입속은 챙기지 않고 입술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입술미인'이라, '가짜미인'이다. 상품을 사용하는 여성은 구강 청정제로 입속까지 챙기는 '입속미인'이며 이 여성이야 말로 '진짜미인'이라고 말한다. 물론 판단의 기준은 상품의 사용과 비사용이며, 궁극적으로 상품을 사용하는 여성은 누구든지 진짜 미인으로 정의될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례광고 2-2('드비어스')에서는 다이아몬드를 받을 수 있는 여성은 잠재적으로 암시 되며, 다이아몬드를 남편에게 선물받을 수 있는 여성의 조건에 대한 정의가 서술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서술적 형태에서 사람과 상품간의 관계는 상품에 의해서 사람의 정의가 내려지고, 그 정의는 객관적인 목소리라고 여겨지는 목소리 서술자에 의해 판단된 것이다. 상품의 사용여부에 따라 사람에 대한 가치판단이 내려지므로, 상품의 사용자에게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가치가 부여되는 반면, 상품의 비사용자에게는 그와 대립되는 부정적인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다.

3) 드라마 형태의 광고

드라마 형태는 극적 전개가 두드러진 형식이다. 서술자의 개입없이 등장 인물의 대화와 행위가 주를 이룬다. 이야기를 드라마와 같은 전개로 만드는 것은 먼저 현실에 있을법한 이야기를 배경으로 설정된 일종의 에피소드(난파하여 무인도에 정착, 차가 눈앞에서 견인되어가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의 극적인 해결은 늘 상품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상품은 결국 영웅이고, 구원자이며 등장인물들에게 궁극적인 행복을 가져다 준다. 사례광고 3-1('017 신세기통신')에서 무인도라는 극단적인 배경은 상품의 효능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되었다. 상품은 직접적으로 행위자가 될수 없기 때문에 상품의 사용자가 대신 이러한 영웅 역할을 떠맡게 된다. 경박하고 성질 급한 상품의 비사용자에 비해 신중하고 침착한 상품의 사용자의 한번의 통화시도로 극적인 상황에서 구원된다. 사례광고 3-2('빠리 바케트')는 차가 견인되어 가는 상황을 직접적으로 해결하지는 않지만, 그러한 손해가 아깝지 않을 만큼 충분한 보상을 주는 상품의 존재가 부각된다.

결국, 드라마 형태의 광고에서 상품과 사람의 관계는 드라마와 같은 극적 상황의 모면, 구출 혹은 보상이 상품으로 이루어지며, 등장인물에게는 궁극적인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민담과 설화가 공유하는 영웅의 물이며, 광고 텍스트에서는 상품이 이러한 역할을 떠맡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앞서 제시한 광고의 유형에 따른 사람과 상품간의 관계를 표로 요약한 것이다.

서사물의 구성요소로서 인간과 인간행위자에 의해 발생하는 사건들·배경 등은 상품판매라는 명시적인 기능을 가진 광고 텍스트에서는 모두 상품과 연관되어 서사물 속에 배치된다. 사람과 사건, 배경 등과 상품의 관계구 조는 레비-스트로스의 이항대립의 분석단위로 이들 구성물들을 설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레비-스트로스는 이항대립적인 사고는 인간의 두뇌가 작동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라고 한다. 인간은 현실에 대한 범주화로 세계와 자신의 관계를 정립한다. 범주화의 일차적인 방식이 이항대립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범주화의 결과, 대립되는 가치들 중 하나가 선택되어 표면에 드러난 것이 서사물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앞서 표층서사에서 드러난 서사물의 구성요소들을 상품을 중심으로 심층구조를 파악해 내는 작업은 레비 스트로스의 이항대립구조를 분석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광고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상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부각시켜 소비욕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가치가 상품을 원점으로 배열될 수 밖에 없다. 상품을 중심으로 대립되는 가치들은 먼저 상품의 사용 유무에 따른 등장인물의 속성이나 행위의 결과들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상품의 비사용(자) : 상품의 사용(자)

경박·웃음거리 : 신중·침착

보이는 부분에만 치중 :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치중

선망을 하는 주체 : 선망의 대상

가짜 : 진짜

성공 : 실패

다음, 상품의 사용의 전·후를 기준으로 했을때 다음과 같다.

상품의 사용전 : 상품의 사용후

주름이 생긴 얼굴 : 주름이 없는 얼굴

추 : 미

불만 : 행복

자신의 외양 : 모델의 외양

자아 : 이상적 자아

이러한 구체적인 문화특정적 가치는 문화보편적 가치로 은유적인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또다른 심층구조를 드러낸다.

자연 : 과학

여성 : 남성

소극적 : 적극적

사건과 상황의 객체 : 사건과 상황의 주체

위와 같은 이항대립의 관계에서 세로축의 서로 무관한 가치들이나 개념 들은 광고 텍스트 내부에서 연결된 것으로 인식된다. 즉, 개인의 인종, 직업, 성별이나 그들의 성격 등에서 연유하는 가치들은 쉽게 선이나 악, 자연과 과학, 여성과 남성이라는 대립중 어느 한편에 연관되고, 그렇게 연관되어진 가치들은 다른 묶음의 가치들에 비해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배 혹은 종 속의 입지가 그들의 성별, 인종, 계급 등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