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의 요약 및 결론

'이야기 하기'(story-telling)로서 '서사'(narrative)는 언어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사물을 이해하고 세계를 경험하는 기본적인 장치이자, 인식의 기제이다. 서사 이론(narrative theory)에 따르면, 모든 문화적 산물들은 그 의미의 구성이나 전달형식에 있어 서사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여기서 텔레비전은 현대 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 기구이자, 가장 많은 이야기를 생산해 내는 서사 기구라고 하겠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과거 음유 시인과 같은 단순한 이야기의 전달자가 아니다. 유상기호를 사용하는 텔레비전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공적인 제작 과정을 통해 창조된 유사현실의 제조자이자 색다른 마술사이다. 그 중 텔레비전의 광고는 텔레비전의 주요 이야기 매체가 아니면서도, 우리에게 짤막한 서사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텔레비전의 광고는 그 매체적 속성을 활용하여 음유시인의 서사와는 다른 색다른 서술 방식을 통해 상품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고자 하는 자본주의의 대리인이다. 상품 판매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서사 전략의 구사가 광고의 궁극적 목적인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본 연구는 텔레비전 광고의 서사 구조를 분석해 봄으로서 유상기호를 통한 광고의 서사 전략이 갖는 특징과 서사가 갖고 있는 의미구조를 찾아 보고자 하였다.

서사물은 크게 표현측면(담론)과 내용측면(이야기)을 가진 구조이다. 엘름 슬레브의 기호학 모형에 따르면 서사의 표현 측면과 내용 측면 역시, 각각 실질과 형식으로 나누어진다고 볼수 있다. 이들 구조주의적 시각에 따르면 기호의 의미는 실질 보다는 형식 속에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서사 구조 분석도 바로 '표현'과 '내용'의 형식(구조)를 분석함으로서 이루어졌다 : 광고의 표현-형식에 대한 고려는 광고의 유형별 분석을 통해서, 내용-형식은 토도로프의 통합체적 서사구조 모델을 적용하여 분석되었다. 동시에, 이들 광고의 서사가 갖는 의미 구조에 대한 분석은 레비-스트로스가 말하는 이항 대립적 의미구조를 찾아 봄으로서 이루어졌다.

우선, 광고의 표현-형식에 대한 고찰은, 본 분석의 대상으로 광고를 서사 참여자('서술자'와 '수신자')들의 관계 구성 방식에 따라 자서전적 형태의 광고, 서술적 형태의 광고, 드라마 형태의 광고로 나누어 살펴 봄으로서 이루어졌다.

여기서 자서전적 형태의 광고는 등장인물 서술자인 '나'가 시청자에게 직접 발화하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광고를 말한다. 이 형식에서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만 존재하는 면대면의 상황이 재현된다. 등장인물은 카메라에 발화하며, 시청자들은 카메라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등장인물을 직접 '본다' 이러한 서술자는 광고 텍스트의 허구적 세계와 텍스트 외부의 현실 세계간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한다. 즉 광고는 현실에 있을법한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표현 전략으로 이러한 직접 언술의 서사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서술적 형태의 광고는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지만 실제 광고 텍스트를 보고 있는 '당신'인 소비자와 등장인물을 함께 호명하는 목소리만의 서술자를 사용함으로써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목소리만의 서술자는 광고의 허구적 이야기의 세계 밖에서 이야기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인물들과 그들의 행위를 설명해 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들은 이야기 내부의 인물과 아무런 접촉도 없고 상황에 전혀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는 매우 공정하고 객관적인 느낌을 준다.

드라마 형태의 광고는 하나의 드라마를 전개하듯 등장인물의 행위와 대사를 카메라가 그대로 보여주는 형식이다. 여기서 시청자는 스스로가 객관적 관찰자로서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의 모든 것을 아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는 광고가 텔레비전의 모든 장르를 드나들면서, 시청자들이 여타의 프로그램에서 얻는 흥미와 형식의 장점들을 그대로 원용한 것이라고 하겠다.

본 분석에 따르면, 위와 같은 세가지 형태(표현-형식)의 광고는 기본적으로 공통적인 서사 구조를 갖고 있다. 토도로프의 통합체적 도식이 정확하게 적용되어 분석될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통적인 서사전략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선, 이야기의 표면에 드러난 인물이나 배경, 사건들이 시간적인 수순에 따라 전개되어 연결되는 원리로서의 서사구조가 광고에도 적용된다. 그것은 일련의 상태(state)와 변화(passage)로 구성되는 균형, 불균형, 재균형의 도식이다. 광고의 서사의 도입부에서 제시되는 균형은 상품이 결핍된 상태, 상품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상태로 그려졌다. 상품의 결핍으로 유발되는 불만이나, 오류, 불편등은 불균형의 상태에서 제시된다. 불균형은 균형의 상태로 그려지는 일상에 무언가 부족함과 불만이 느껴지도록 만드는 어떤 계기를 마련한다. 불균형의 상태를 다시 재균형의 상태로 이끄는 것은 결국 구원자, 보상자, 영웅으로서의 상품이다.

이러한 도식은 보다 구체적으로는, 서사 이론에서와 같이, 표면에 드러나 있는 인물, 배경이나 사건등의 서사단위들의 배치와 선택에 있어서 내재되어 있는 공통적인 서사구조를 보여 준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이러한 서사단위들은 상품을 중심으로 선택·배치되면서,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다 ; 상품사용의 유무에 따른 상품의 사용자 : 비사용자, 상품사용의 시간에 따른 상품의 사용전 : 상품의 사용후라는 구분이 주어진다.

궁극적으로,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과 상품을 사용한 후의 상태는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데에 비해, 상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나 상품사용 전의 상태는 매우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며, 전개되어 나가는 상황이나 사건의 객체로서 표현되고 있다. 광고는 상품을 중심으로 한 가치들을 광고에 등장하는 상관물, 즉 사람이나 사물등을 통해서 실현시키면서 일정한 방향성을 부가하는 것이다. 상품과 관련된 것들에 부가된 가치들은 자연스럽게 그렇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가치 폄하를 통해 우월한 것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개개 광고텍스트가 가지는 일련의 특정한 가치들의 이러한 대립은 은유적인 전환을 통해 우리 인식에 뿌리박고 있는 문화보편적인 대립을 근거로하고 있다. 그런 것들은 단지 하나의 광고 텍스트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광고와 광고들간에, 또는 여타 텔레비전의 프로그램과 광고 간의 상호텍스트성(interte班uality)으로 강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것의 형태(표현-형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특징적 서사 전략 또한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야기를 이루어 나가는 표면적인 줄거리 상의 전략은, 먼저 자서전적 형태의 광고에서는 화자-청자라는 단순하고도 소구력있는 직접언술의 형태를 가장 잘 활용하여 '질문'과 '대답'의 형태로 제시된다. 광고는 상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상관물이나 개념을 도입하여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관물과 상품이 연결되면서 진행된다. 결국 질문의 답으로 제시되는 것은 상품이다. 이때 서술자와 시청자들의 상상적인 대화관계는 상품과 동일시되고 있는 서술자의 권유나 설득이 더욱 호소력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서술적 형태의 광고는 궁극적으로 권위있는 서술자의 목소리가 내리는 사람과 상품에 대한 정의나 판단이 중심이 된다. 서술자는 어떠한 진술문을 먼저 제시하고, 이야기 세계에서 이를 증명하는 형식이거나,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준 뒤, 결론에 해당하는 정의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드라마 형태의 광고에서는 비교적 역동적인 극적 전개가 두드러지고 인물과 사건, 배경 등의 설정이 명확한 특징을 보인다. 드라마와 같은 전개를 보이기 때문에 사건의 발단과 전개가 따르고, 전개되는 사건 속에서 극적 상황, 절정이 있으며, 해결은 상품의 등장이나 효력의 발휘, 상품가치의 극대화로 달성된다.

동시에 더욱 심층적인 등장인물이나 상품간의 배치·선택의 형태들은, 먼저 자서전적 형태의 광고에서는 서술자와 상품의 관계가 매우 직접적·개인적으로 제시되므로, 소비자에게 인식되거나 이미 알고 있는 서술자의 정체성이 곧 상품과 동일시되면서 서술자가 가진 자질이나 취향이 상품에 장애없이 부착된다고 보겠다. 여기서 서술자는 자본주의사회의 하나의 상품화된 결과 창조된, 하나의 이미지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을 받고 있는 존재이다. 선망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소비자와 서술자간의 간극을 전제로 하며, 이러한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자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것이다.

서술적 형태의 광고는 서술자가 상품을 기준으로 서술자 이외의 광고세계의 참여자들을 정의내리고 판단하여, 그에 대한 일정한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대상을 정의한다는 것은 일종의 범주화 작업에 해당한다. 광고에서 선전하고 있는 상품과 그 상품의 사용자를 어떠한 가치에 종속된 정의를 내리는 행위는 광고 내용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상품이 아닌 것, 혹은 그 상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과 구별짓는 역할을 한다. 광고에서는 광고할 상품에 대한 호감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므로, 광고에서 정의하는 상품이나 상품사용자 이외의 것들에게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부정적인 가치가 전가되는 것이다.

드라마 형태의 광고에서 상품은 등장인물이 처한 극적인 상황의 모면, 혹은 보상으로서 영웅이나 구원자로서 역할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광고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완벽한 위생, 아름다움, 영원한 젊음 등)을 상품을 통해 일시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대개 인위적인 작용으로서는 완전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일 뿐 아니라, 광고가 생명을 유지하는 한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계속적인 불만족과 결핍을 느끼게 만드는 것, 그것이 광고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광고는 늘 미래에 대해서 말한다. 왜냐하면 광고가 방영되는 시점에서 광고의 시청자는 잠재적인 소비자인 동시에, 미래의 소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의 서사 전략은 현재의 삶에는 무언가 결핍이 있으며, 불만스럽고, 완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함으로써 소비욕구를 창출 시키는데 그 초점을 모운다. 따라서 광고는 텍스트 속에서 상품으로 인해 변화된 인물들의 아름다움이나 완벽함, 행복 등의 가치들이, 시청자가 소비자로 변신하기만 한다면, 소비자 자신의 것이 된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광고가 목적으로 하는 것은 이러한 끊임없는 불만의 생산, 그리고, 이를 해소할 대리 용품인 상품을 소비하게 하는 것이다. 광고가 생산하는 불만들은 바로 자본주의의 부단한 시장번식을 위한 일차적인 발판이 된다.

사회내의 한 제도로서 광고는 오직 한가지의 제안(물건을 사라는) 밖에 하지 않는다. 광고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제안은 바로 무엇인가를 더 사들임으로써 우리 자신이나 우리의 삶이 변화할 것이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소비와 욕망이 키워드인 현대사회에서 가장 최전선에서 자본주의의 논리를 대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광고인 것이다.

2. 연구의 제한점 및 제언

본고는 광고가 하나의 서사임을 인정하고 서사로서의 광고에 초점을 맞추어, 광고의 서사전략과 구조를 밝혀 보고자 한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한편 다음과 같은 한계점과 아울러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본고에서 관철하고 있는 이론적 배경에 해당하는 '서사이론'의 적용에서 오는 한계점이 있다. 이는 곧, 서사이론이 근거하고 있는 구조주의 언어학이 가지는 한계점이라 하겠다. 구조주의 언어학은 텍스트가 내재하고 있는 의미와 그 의미가 내포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담지자로 수용자를 상정하고, 텍스트의 분석만으로 이데올로기성을 분석해 낼 수 있다고 여긴다. 본고에서는 광고를 하나의 텍스트로 보고, 그 텍스트의 형식을 서사로 인정하여, 서사로서의 광고가 가지는 서사구조를 파악하고자 했기 때문에 광고를 읽는 수용자, 즉 소비자를 연구의 범위에 넣지 못했다. 그러나 텍스트를 생산·전달하는 실제 송신자의 의도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텍스트의 '서술자'와 그 서술자의 말을 가장 이상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내포소비자'(impled consumer)의 개념을 염두에 둠으로써 수용자 연구에 다가가고자 하였다.

이는 수용자의 능동성에 주목하면서, 해독(decoding) 혹은 읽기(reading)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수용자 분석으로 보완되기도 한다. 그러나 텍스트의 성격이 다분히 다의적이고 일탈적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해독방향이 어느정도의 범위에 한정되는 것은 바로 텍스트의 의미작용이 상대적인 일관성과 안정성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광고에서 상품을 표상하는 기호표현들의 선택과 결합에 따라 의미의 발생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으나, 광고가 추구하는 일정한 소구집단을 호명하기 위해, 수용자의 위치를 고정시켜 소비주체로 성립시킴으로써 광고 텍스트의 폐쇄가 가능해지고 이때 이데올로기가 내재된 선호해독으로서의 의미가 발생된다고 보아진다. 이렇게 볼 때, 텍스트에서 마련해 놓은 소비자의 공간, 즉 내포소비자(implied consumer)와 실제소비자(real Consumer)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의미의 차이를 천착해 보는 작업이 따라야 한다고 본다.

둘째, 서사이론은 언어학의 기반 위에 있기 때문에 영상과의 관계를 명확히 밝혀내기 힘들다. 이때 영상적인 단위들을 단일한 하나의 기호표현으로 간주하는데서 오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텍스트의 맥락을 근거로 한 영상기호를 읽어내고자 하였으나 많은 주관적인 문제가 있었다. 본고에서는 영상기호는 일종의 서술(narration) 수단으로 간주하였으므로, 광고의 내용을 누가 서술하고(서술 혹은 시선의 주체), 누가 보고 있으며(시선의 대상), 서술되고 있는 내용을 가장 이상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내포소비자의 개념 등에 많이 의존하였다.

셋째, 서사이론이 서사구조와 전략을 밝히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면, 이러한 서사구조와 그것이 발현된 서사내용과의 의미작용 방식을 연구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미 서사를 이루는 서사단위들은 사회문화적인 가치가 내재된(value-orinted) '기호'(sign)이므로, 그러한 가치를 생산해 내는 서사단위들의 근본적인 의미작용 방식이 연구되어야 하겠다.

넷째, 서사이론은 여러 가지 서사물의 형식과 구조를 연구하여 그들의 상이점과 공통점 등을 비교하는데 주력한다. 본고에서는 비전형적인(atypical) 서사물에 해당하는 '광고'의 서사구조를 밝히고자 했으나, 그 외에 전형적인(typical) 서사물에 속하는 다른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서사형식과 구조를 동시에 비교해 봄으로써 광고만이 가지는 서사구조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활자매체와 전자매체가 가지는 서사구조의 상이점과 공통점을 연구하는 등 서사형식으로서 미디어의 형식(format)이 미디어의 기본 논리(logic)와의 관계를 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일 것이다. 이는 장르 연구와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수용자에 의해 기대된 관습을 매체의 형식에 맞추어 서사를 풀어 나가는 방식등의 차이점등을 연구해 볼 수도 있겠다.

다섯째, 모든 커뮤니케이션 현상이다. '서사'라고 말해 질 수 있으나, 단순한 정보만의 나열이나 각각이 단절된 정보제공은 서사성의 정도가 낮다고 여기고 본고의 연구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연구대상의 선정시, 일정한 선택기준이 있기는 하였지만, 최종선택은 연구자의 판단에 따랐으므로, 연구결과를 일반화함에 있어서 한계가 따른다. 적당한 기간을 선정해서 그 동안 방영했던 모든 광고를 일단 서사광고와 비서사광고로 나누어 제시하고 서사광고에 해당하는 광고중에서 객관적인 기준으로 추출한후, 논문의 연구대상으로 삼는 작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