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심층적 서사

자연과의 일치를 주장하는 동양사상과는 달리 서구에서는 일찌기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었다. 현대 자본주의가 성립하게된 기반또한 자연에의 극복에서였다. 서구문화가 자연을 다루는 태도는 이중적이다. 자연은 매우 바람직하고 추구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되는 일면, 자연 그 자체로는 완전하지 못하므로 언제나 개선되고, 개발되며, 가공되어야 할 대상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을 개선시키기 위해 인간은 '과학'과 '기술'을 만들어 내었고, 자연은 과학에 의해 가공되어야 할 원재료(material)가 되어왔다.

'레티놀' 광고에서는 나이가 들어 주름이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은 개선되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의 힘, 그러니까 상품의 힘으로 자연현상을 지연시키거나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품의 비사용 : 상품의 사용

시간의 경과 : 시간의 소급

주름이 생김 : 주름이 생기지 않음

자연 : 과학

또한 이 광고의 여성(전인화分)의 얼굴은 과학의 결과로 제시된다. 클로즈 업과 익스트립 클로즈 업으로 확대시킨 얼굴에는 주름하나 없는 탱탱한 피부를 보여준다. 상품을 사용하기 전과 후를 보여주는 것은 시칭자에게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는 주름이 생기고 아름답지 못하지만, 상품을 사용하고 난후, 미래는 모델의 얼굴처럼 주름하나 없는 아름다운 얼굴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모델의 얼굴을 보고 자신의 얼굴과 간극을 느낀 시청자는 간극에서 나오는 결핍을 느끼게 되며, 이러한 결핍을 충족시키려는 욕망에서 상품을 소비하게끔 만든다.

상품의 사용전(현재) : 상품 사용후(미래)

주름이 생긴 얼굴 : 주름 없는 얼굴

추 : 미

불만 : 행복

자신의 얼굴 : 모델의 얼굴

자아 : 이상적인 자아

2) 서술적 형태의 광고

서술적 형태의 광고에서 주가 되는 것은 3인칭의 인물의 서술이다. 3인칭의 서술자가 광고의 서사를 진전시키고 종결하는데 주요한 요인이 된다. 광고에서 3인칭은 목소리만의 서술자(voice-over narrator)가 담당하게 된다. 목소리만의 서술자가 서술하는 서사 텍스트 내부에는 다시 인물과 사건, 배경이 존재한다. 한 사람 혹은 그 이상의 등장인물과 상품간의 관계가 바로 목소리 서술자에 의해 제시되고 진행된다. 목소리 서술자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러한 틀을 구성하며 틀속에 제시되는 인물들은 삽입된 서술자가 된다. 삽입된 서술자는 서사 텍스트에 갇히 있으므로 소비자를 정면 주시하거나, 소비자에게 직접언술하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서술적 형태의 광고에서는 이야기 안·밖의 세계가 존재하게 되는데, 시청자와의 접촉이 전혀 없는 이야기 세계속의 인물들의 행위와 대사는 조직화되지 않고, 그저 제시될 뿐이다. 반면에 이야기 밖에서 이들의 행위를 지켜보며 시청자에게 발화하고 있는 이야기 밖의 서술자는 등장인물들의 행위와 대사에 일정한 의미를 부여하고 하나의 방향으로 틀 지운다. 이야기 밖의 서술자는 등장인물과 어떠한 개별적 접촉이 없고, 상황에 어떠한 개입도 없는 절대적인 제 삼자이다. 따라서 목소리 서술자는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중립적 목소리를 지닌다고 여겨진다. 객관적인 입장의 엄중한 권위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이 형태의 광고에서 시청자는 자서전적 형태의 광고에서와 같이 등장인물과 접촉이 전혀 없기 때문에 목소리 서술자의 객관적인 목소리를 따라 그와 '함께'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시청자는 목소리 서술자와 함께 등장인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다 보면서 평가내린다.

(1) 사례광고 2-1 : 가그린(구강청정제)

A. 표층적 서사

'가그린' 광고에서 균형, 불균형, 재균형 상태의 제시는 상품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여성의 편에서 전개된다. 상품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인물의 부정적 아이덴티티(identity)를 일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상품을 통한 그것의 회복, 결과적으로 상품을 사용하는 긍정적인 인물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도입부의 균형상태는 나란히 거울을 보고 있는 두 여성 중 상품의 비사용자인 여성 A의 일상적인 화장 장면으로 시작된다. 점심식사 후 동료 혹은 친구와 같이 거울을 보며 식사 때문에 지워진 루즈를 다시 점검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일상에 문제가 생긴다. '입술미인에 속지말자'라는 서술자의 청유형의 말이다. 그말을 증명이라도 해보이겠다는 듯, 여성 A를 한심하게 보고 있던 여성 B가 뽐내며 상품 '가그린'을 여성 A에게 내민다. 여성 B는 상품을 사용한다는 사실 때문에 여성 A보다 우월한 위치를 점유한 것처럼 묘사 된다. 여성 B는 계속 내리 깐 눈으로 흘끗 여성 A를 쳐다볼 뿐, 매우 부럽고 신기한 듯 눈을 떼지 않고 주시하고 있는 여성 A에게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여기서 상품을 사용하고 있는 여성 B는, 말하자면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광고는 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대상을 광고 속에 배치함으로 인해서 시청자가 그것을 보며 선망하게끔 만든다. 이런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선망의 눈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성 B가 상품을 소비하는 내내 여성 A는 부러움과 호기심의 눈으로 계속 여성 B를 바라보고 있다. 선망을 주는 대상이 선망하는 이들(여성 A나 시청자들)을 바라볼 때 어떠한 관심을 드러내어서는 안된다. 무관심한 눈으로 쳐다볼수록 더욱 선망의 느낌이 더해지는 것이다. 이 여성 A가 여성 B를 선망하는 모습은 광고를 보고 있는 시청자에게 자신이 어느 여성, 그러니까 상품의 사용자, 선망을 받는 '진짜 미인'인지, 아니면 상품의 비사용자, '가짜 미인'인지를 생각케 한다.

상품의 비사용자 여성 A에게는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불균형 상태가 된다. 그리하여 재균형 상태는 상품의 비사용자, 여성 A가 여성 B와 함께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선망'의 대열에 편입하는 것으로 달성된다. 상품을 사용하게 된 여성 A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소 침착하게 그려지는 여성 B에 비해 호들갑을 떨며 감격스러운 듯, 과장된 동작을 한다. 이제 여성 A도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선망의 대상이 되었음을 알리면서, 아직 상품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신들도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다른 사람들로부터 선망을 받는 존재가 된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B. 심층적 서사

이 광고에서 두 여성은 이미 '미인'으로 불리워 지고 있다. '미인'이라는 동일한 범주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은 바로 상품의 사용유무이다. 상품사용의 유무에 따라서 '입술미인'과 '가짜미인', '입속미인'과 '진짜미인'의 새로운 범주가 창출되는 것이다. 상품을 사용하지 않은 '가짜미인'(여성 A)은 머리를 헤어밴드로 질끈 묶어 머리카락 하나도 흘러내림이 없다. 목걸이와 귀걸이를 하고있고, 매우 선명한 빨간색 루즈를 사용하고 있다. 흰색 자켓에 화사한 연두색의 블라우스는 상품을 사용하는 '진짜 미인'(여성 B)의 수수한 흰색 상의에 비해 눈에 띄게 화려하다. '진짜미인'인 여성 B는 장신구는 일체 하지 않았으며, 헤어크림류나 밴드를 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 흘러내리는 머리모양을 하고 있다. '가짜미인'은 입속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입술, 그러니까 보이는 부분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만, '진짜미인'은 입술보다는 입속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진짜미인'이라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겉으로 드리나는 부분보다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 더욱 신경을 쓰는, 궁극적으로 '가그린'을 쓰는 여성이 된다. 계속해서 이 두여성은 대립되는 가치로 비교의 대상이 된다. 비교를 하는 것은 서술자의 역할이다. 두 여성을 범주화하고 정의내리며, 판단한다.

이 광고의 처음부터 서술자는 '입술미인에 속지말자'고 전제한다. 궁극적으로 '가그린'을 쓰고 있지 않은 여성을 미인이라고 속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외양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에게 미인이라고 하지말자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정작 외양이 아닌 것으로 제시되는 것은 청결하게 유지하는 입속이다. 미인을 판단하는 범위가 입술에서 입속까지 확대된 것 뿐이다.

결론적으로 '가그린' 광고는 상품을 소유한 사람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을 대비시켜 보여줌으로써 광고하고 있는 상품을 가지지 못한 소비자를 광고내부의 상품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과 동일시 하게 만든다. 상품을 소유한 사람에에 전가되는 우월한 가치들을 획득하고자 즉 상품을 소유한 사람과 동일시하고자 상품을 구매해야겠다는 욕구를 느끼게끔 만드는 것이다.

상품의 비사용 : 상품의 사용

여자 A : 여자 B

입술 미인 : 입속 미인

가짜 미인 : 진짜 미인

화려 : 수수

보이는 부분에 치중 : 보이지 않는 부분에 치중

선망의 대상 : 선망을 하는 주체

(2) 사례광고 2-2: De Beers(다이아몬드)

A. 표층적 서사

'드비어스' 광고에서는 모든 사건의 진행들이 함축적으로 제시될 뿐, 균형·불균형의 상태는 드러나지 않는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30대 초·중반의 여성은 상품을 이미 소유하고 있고, 매우 행복해 하는 표정이다. 획득된 재균형의 상태만을 제시하고, 서술자가 재균형의 상태를 정의하는 설명을 함으로써 앞의 일들을 시청자들이 상상토록 하는 것이다. 이전의 일이라는 것은 시청자 자신의 예전 일들이나, 혹은 다른 매체,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아왔던 이야기 줄거리를 한 번 생각해봄으로써도 충분히 가능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B. 심층적 서사

우리는 흔히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등식을 곧잘 생각해 낸다. 이 광고는 그러한 우리의 상식을 기반으로하고 있다. 남성이 여성에게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겠노라'는 의미를 담아 선물하는 것이 다이아몬드 반지이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며, 영원한 것은 사랑이며, 다이아몬드를 주는 것은 영원한 사랑의 개념을 물질적인 현현으로 드러낸 것이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는 사람은 남성이고 받는 사람은 여성이다. 이 광고에서도 지배적인 목소리 서술자는 남성이며, 남성의 측면에서 서술한다. 등장하는 여성은 30대 초·중반의 주부로, 부드럽고, 순종적이며 온화한 아내, 현모양처의 표본처럼 보인다. 손톱에는 그 흔한 매니큐어 자국 하나 없고, 실반지 하나 끼어있지 않은 손가락에, 그리 곱지 않은 살결이지만, 정갈하고 깔끔함이 배여있다. 집안일 하기 좋게 뒤로 틀어올린 머리 모양하며, 수수한 원피스에, 미소가 배인 얼굴표정이 그것을 말해준다. 남성의 목소리 서술자는 이 부인을 자신을 희생시켜서라도 남편이 '필요할땐 언제나 힘이 되어주고', '말하지 않아도' 남편이 무엇을 원하는지 늘 '알고 있는 당신'이라고 설명한다. '다이아몬드. 그런 당신을 위해'란 대사는 결국 그러한 희생의 대가로 '그런 당신'은 다이아몬드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말하자면 다이아몬드 반지를 남편에게서 받을 수 있는 아내의 조건이자 자격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이 광고에서 남편은 딱 한 번 나타나지만, 시종일관 시청자는 남편의 존재를 느낄수 있다. 흐릿하게나마 여성의 뒤에서 여성 보다 크게 드리워져 있는 남성의 그림자 때문이다. 그래서 단 한 장면에만 나온 남성은 특별히 시청자를 쳐다보지 않는다. 이미 시청자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받고 행복에 겨워하는 여성을 자신과 동일시하므로, 남성은 단지 광고 속의 여성을 사랑 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것으로 족하다. 여기서 여성은 남성의 시선에 의해 구성되어지고, 남성의 언어로 묘사되고 있다.

남성 : 여성

다이아몬드를 주는 사람 : 다이아몬드를 받는 사람

사건과 상황의 주체 : 사건과 상황의 객체

적극적 : 소극적

3) 드라마 형태의 광고

드라마 형태의 광고는 등장인물의 서술이나 삼인칭의 서술이 극도로 제한되고 카메라에 의해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형태이다. 따라서 인칭의 개념은 사라지고 보여주는 카메라와 보는 시청자, 드라마 속의 인물들 만이 존재하게 된다. 시청자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누구에 의해 설명받지도 않고, 드라마의 누구도 시청자에게 직접 말하지 않으므로, 시청자가 전개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인물의 심리적·감정적 상태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거나,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