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이론(narrative theory)에 근거한 서사구조의 분석은 크게 두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앞에서 밝히었다. 곧 내용 측면인 '이야기'(story)와 표현 측면인 '담론'(discourse)의 차원이 그것이다. 채트먼(Cha~an)은 내용측면과 표현측면은 제각기 실질과 형식을 갖고 있다는 옐름슬레브(Hjelmslev)의 기호학 모형을 다시 서사구성의 두차원에다 적용함으로써 '이야기'라는 내용측면에 형식과 실질, '담론'이라는 표현측면의 형식과 실질로 나누어 서사물의 구성요소들을 제시한 바 있다.⁷³⁾ 서사이론은 이러한 이야기 차원의 형식과 담론 차원의 형식, 즉 서사적 형식과 구조를 밝히는데 그 목적을 둔다.

그러나 이러한 두가지 차원의 구분은 서사 텍스트를 더욱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연구자에게 혜안을 줄 수 있는 개념적 틀이기는 하지만, 문학 텍스트와는 달리 매우 역동적인 텔레비전 텍스트의 실제분석에 이 구분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직 조직화되지 않은 무정형의 실체가 이야기라면, 특정 매체가 가지고 있는 조직과 배열의 방식, 기제를 가지고 이를 특정한 텍스트라는 정형의 실체의 가시화된 형태로 드러내는 것은 담론의 역할이다. 그러므로 담론없이는 이야기가 존재할 수 없다. 담론의 작용 없이 이야기를 이루는 인물이나 배경, 그들의 행위로 인해 야기되는 사건들은 아무런 작용도 없이 산재해 있는, 연관없는 무정형의 존재들과 같다. 특히 활자매체와는 다른 전자매체에서 시·청각 요소들은 시청자들의 공감각에 호소하므로 표현과 내용은 구분 없이 시청자들에게 동시에 인식된다. 텔레비전 광고는 짧은 시간내에 많은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므로 드라마나 뉴스등과 같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서 더욱 역동적이며, 시청자들의 인식작용이 이루어지기 전에 끝이 난다. 그래서 텔레비전 광고는 한 덩어리의 이미지나 순간적인 영상으로만 남아 있기 쉽다. 서사물의 내용면인 이야기(story)를 분석한다고 할때, 연구자의 눈에 가시화된 이야기는 이미 담론의 작용을 거쳐 형태를 얻게 된, 담론으로 걸러진 이야기 이므로 순수하게 이야기와 담론 차원으로 나눈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와 담론의 구분이 전혀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표현(담론)의 실질은 가시적인 매체의 한 형태(예를 들자면, 언어, 영상, 판토마임, 발레 등)로 드러나는 것이고, 표현의 형식은 특정 매체가 다른 매체와 차이나는 고유한 전달방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볼때, 텔레비전 광고의 텍스트에서 표현(담론)의 실질은 여러 가지 매체(영화, 신문, 라디오 등등)중에 '텔레비전'을, 텔레비전의 여러장르(드라마, 다큐멘타리, 뉴스, 퀴즈 프로그램, 토크 프로그램 등등)중에서 '광고'가 되는 것이다. 이는 앞서 텔레비전에 상응하는 다른 매체들, 나아가 텔레비전 광고에 상응하는 다른 장르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전달형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텔레비전 광고가 가질수 있는 서사적 전달구조를 보는 것이 표현(담론)의 형식을 살펴보는 것이 된다. 이때 서사는 본질적으로 '이야기 하기'(story-telling)로서, 의사소통적이므로 서사의 전달구조는 무엇보다도 서사의 내용(이야기)이 전달 되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야기가 말해지는 과정에 참여하는 참여자들, 서술자와 청자, 시점 등을 분석함으로써 담론의 형식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본고에서는 서사의 담론적 특성을 서사 소통 모델에 참여하는 요소들로 파악하여, 이에 따른 텔레비전 광고의 유형을 나누어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담론적 특성에 따라 분류된 광고 텍스트의 내용의 형식을 분석함으로써 '이야기' 차원과 '담론' 차원이 분리되지 않는 좀더 정확한 분석이 이루어지리라 본다.

1. 분석대상의 분류

'이야기하기'(Story-telling)로서의 서사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말하는 사람으로서의 '서술자(narrator)'는 서사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또한 문학 텍스트와는 달리 텔레비전은 그 특유의 기계적 메커니즘으로 인해 말하는 사람으로서 카메라의 시각이 근원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서술자와 시점과 더불어 서사에서 '듣는 사람'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모든 서사물은 서사물을 가장 이상적으로 수용할 내포독자를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서사의 담론을 구성하는 가장 큰 특징은 서술자와 시점, 내포 독자라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서사물에 해당하는 자서전적 표현(autobiography revelation)으로 이루어지는 시와 객관적인 제 삼자의 서술(third-Person narrative)이 주가되는 소설, 드라마와 같은 전개(dramatic enactment)를 가지는 희곡의 서사적 소통모델의 참여자의 유형은 확연히 구분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작가 자신이 직접 자신과 세계에 얽힌 이야기들을 등장인물 서술자가 서술하는 형식이 시이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을 이상적인 독자로 상상하는 일인칭의 작가는 자서전을 쓰듯 고빅체의 서술을 주로 한다. 이와는 달리 소설은 자신이 서술하고 있는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제삼자의 억할을 맡은 작가가 모든 인물들의 행위와 사건들의 틀을 구성하고 설명하는 형식이다. 반면, 희곡은 인칭이 배제된다. 등장인물은 그들의 행위와 독자의 세계와 단절된 공간에서의 대사로써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때 독자는 그들의 행위와 대사들을 자신의 그것으로 생각하고 각 인물의 입장에서 감정이 입을 통해 이야기의 전개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일반적으로 전형적인(typical) 서사물로 여겨지는 3개의 거대장르는 비전형적인 서사물인 광고 텍스트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시나 소설, 희곡 등의 서사적 요소(텍스트 내부의 서술자와 기대되는 내포 독자, 시점 등)의 유형에 맞추어 적용해 보면, ① 자서전(autobiography)적 형태의 광고, ② 강의 또는 서술(lecture or narrative)적 형태의 광고, ③ 드라마(drama) 형태의 광고로 나눌 수 있다.

자서전적 형태(autobiography)의 광고서사는 일인칭의 '나'(I)와 상품간의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시청자에게 서술하는 형태이다. 이때 등장인물 서술자가 내적시점으로 이야기 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서술자가 시청자를 정면으로 주시하는 직접언술(direct adress)의 형태를 재현하게 된다. 이 경우에 커뮤니케이션의 의미작용모델은 '송신자-메세지-수신자'가 되며, 커뮤니케이션의 참여자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으로 구성된다. 이는 퍼스크와 하틀리가 말한 텔레비전의 음유시인적 기능을 가장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서사의 이야기꾼과 청자가 되는 것이다.

서술적 형태(narration or lecture)의 광고서사는 3인칭의 '그' 혹은 '그녀', '그것'이 이야기 세계밖에 위치하여 이야기 세계안의 서사를 정보를 추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강의하듯 말하는 형태이다. 서술이 주를 이루며, 3인칭의 서술이므로 객관적인 판단이나, 정보추구자로서의 소비자를 기대하게 된다. 틀을 구성하는 서술자가 이 유형에 해당하며, 틀안의 이야기속에 삽입된 서술자의 서술에 비해 비중이 큰 서술을 한다. 이는 이질적인 이야기세계의 서술자로서 외적 시점을 가지게 되며, 객관적이고 가치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느낌을 준다.

드라마 형태의 광고서사는 인칭이 정해지지 않는다. 인물들의 서술과 행위가 카메라에 의해서 그대로 보여지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이야기 세계가 일인칭의 직접적 서술이나 3인칭의 보이스-오버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카메라는 광고 텍스트 속의 이야기 내에 삽입된 서술자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을 아무런 설명 없이 보여주기만 한다. 이야기 속의 서술자는 자신이 주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은채 서술과 행위를 통해 서사의 사건을 전개시켜 나간다. 이때 소비자는 이 광고서사를 수용하기 위하여 등장인물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고, 동일시하게 된다.

세가지 형태의 광고를 서술자와 내포 소비자의 관점에서 표로 정리해보 면 다음과 같다.

다음은 서술자와 내포소비자의 종류에 따라 나눈 전형적인(typical) 서사장르와 이와 비교한 광고의 유형을 나누어 서술자와 내포소비자를 구분해 정리한 표이다.

2. 광고의 유형별 분석

광고의 서사구조 분석이라는 본고의 연구목적에 따라 서사로서의 광고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서사'는 언어와 같이 인간이 사물과 세계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인식의 기제이므로, 모든 커뮤니케이션 현상이 서사의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다. 광고 또한 서사성(narrativity)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광고가 서사적 형식을 갖고 있다고 본다. 서사는 시간과 공간에 걸쳐 발생한 사건들의 논리정연한 연쇄를 일컫는다. 따라서 광고 텍스트내에서 일정한 시·공간적 배경을 가지고 발생되는, 인간 행위자나 기타 그들에 의해 유발되는 행위로 인한 사건들을 논리적인 순서로 제시하고 있는 광고를 명백한 서사적 형식의 광고라고 간주한다. 상품에 대한 단순한 정보만 나열된 광고는 매우 낮은 정도의 서사성을 지닌 것이라 보고 본고의 분석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1997년 7월부터 1997년 9횔동안 방영된 텔레비전 광고 중, 서사적 형식을 띈 광고를 대상으로 앞에서 밝힌 세가지 광고의 유형에 따라 6개의 사례광고를 다음과 같이 선정하였다.

이렇게 선정된 유형별 광고는 먼저 시간적인 인과원리에 의해서 조직되는 표층 서사를 분석한 다음, 표층서사를 구성하고 있는 개별 단위들의 심층 구조를 밝혀보는 순서로 전개한다. 구체적으로 표층적 서사는 토도로프(Todorov)의 통합체적 도식에 의거하여 사건의 시간적 연쇄를 이루는 균형, 불균형, 재균형이라는 '상태'(state)와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변화'(passage)를 기축으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되어 나가는 방식을 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서사의 도입부에 제시된 균형의 상태와 서사의 종결부에 새롭게 도달한 재균형의 상태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상호비교해 보고, 균형의 상태를 불균형 상태로 이끄는 변화의 힘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균형을 회복하는 힘은 무엇으로 묘사되고 있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이다.

위와 같은 토도로프의 통합체적 스키마는 15초 내지 3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서사구성의 요소들을 되도록 많이 전달하여 상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려는 명백한 목적을 지닌 광고텍스트에서 매우 축약된 형태로 제시될 것이다. 광고서사는 서사물이 원래 가지고 있는 발단-전개-결말, 토도로프식으로 얘기하자면, 균형-불균형-재균형의 상태를 다 담아낼 수가 없을뿐더러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광고서사는 짧은 시간내에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가장 축약되고, 핵심적인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상태나 변화의 힘이 그 이전과 이후의 전개를 가늠할 수 있는 서사성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광고서사는 매우 함축적 시간적 인과원리를 가진 서사를 보인다. 이러한 광고 텍스트 내부의 서사적 특성을 염두에 두고, 서사로서의 광고의 표층구조를 도출해 내고자 한다.

동시에, 광고 텍스트의 표층 서사를 이루고 있는 계열체의 단위들은 서사의 심층구조 분석으로 드러나게 된다. 통합체를 이루는 특정 단위들이 선택 가능한 여러 단위들 중에 다른 것을 제치고 선택되게 된 배경과 이유를 소급해 나감으로써 계열체를 조직하는 일정한 방향을 파악해 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광고 텍스트에 드러난 개별 단위들은 여러 가지 현실에 대한 범주들 중에 하나의 범주가 선택되어진 것이라고 하겠다. 이는 레비-스트로스(Livi-Strauss)가 현실에 대한 의미부여 과정의 핵심을 '현실의 범주화'(categorization)로 간주하며, 다시 범주화 과정의 일차적인 방식은 이항대립의 구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논의에 근거한다. 텍스트에 잠재되어 드러나지 않는 이면의 의미들을 이항대립의 원칙에 따라 분석해봄으로써 심층에 존재하는 서사구조를 발견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선정된 사례광고는 매우 짧은 시간에 전개되는 텔레비전 광고의 매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샷(shot)을 기본 분석단위로 삼았다. 텔레비전 광고 텍스트의 전체 내용과 표현방식을 보기 위해 크게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로 나누고, '시각적 요소'에는 영상과 문자언어를, '청각적 요소'에는 음악과 음향, 구두언어의 음성을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시각적 요소에는 모델/상품, 배경/소품, 그래픽을 장면을 설명하기 위해 나누었고, 기계적 약호로 미쟝센⁷⁴⁾에 속하는 샷의 거리, 카메라 움직임, 앵글 등을, 몽타쥬⁷⁵⁾에 속하는 편집과, 색채톤, 조명 등을 보았다. 청각적 요소에는 모델, 나레이터의 언어적/비언어적 음성과 효과음향, 음악 등을 분석하였다.

1) 자서전적 형태의 광고

자서전적 형태의 광고는 말그대로 일인칭의 '나'(I)가 자신의 과거나 현재의 경험, 나아가 개인의 역사를 기술하듯 표현하는 광고이다. 등장인물 서술자인 '나'는 광고 텍스트의 이야기의 화자이며, 자신과 상품간의 관계를 매우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형태로 제시한다. 서술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듣고 있다는 것을 먼저 알고 있다. 화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텔레비전 밖의 현실세계에서 광고 텍스트를 접하고 있는 시청자 즉, 소비자이다. 광고가 제작된 허구의 이야기 세계 속의 화자는 실제로 카메라를 보고 말하고 있지만, 광고가 방영되는 현실세계에서 시청자는 텔레비전 수상기 속의 인물을 실제 동일한 시·공간의 인물로 생각하게 만든다. 서술자는 카메라 렌즈에 발화하며, 시청자는 카메라가 중개하는 시선을 부정함으로 인해서 등장인물에게 "보여지고 있음"을 느낄수 있는 것이다.⁷⁶⁾ 이러한 서술자는 광고 텍스트의 허구적 세계와 텍스트 외부의 현실세계간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상상적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면대면 상황의 재현은 텍스트를 경계로한 서사 소통의 모델에서 다른 참여자들을 배제시키고, 결국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만을 존재하게 만든다. 이러한 직접 언술(direct address)의 형태는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호소하고 직접적인 감정을 유발시키는 매우 소구력있는 서술형식이다.

직접 언술(direct address)의 형태는 멀리 떨어져 고정되어 있는 영화 텍스트와는 달리 '지금', '여기', '나를 위해' 직접 다가와 친근하고 즉각적인 시청 관계를 구성하는 텔레비전 텍스트의 경우, 생생함(liveness)이라는 일반적인 텔레비전의 존재론을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발화형태이다.⁷⁷⁾ C. 데밍(C. Doming)은 텔레비젼 프로그램의 부호와(coding) 전략은 특별한 등장 인물들과의 동일시가 아니라 시청자 자신과의 동일시, 즉 마치 시청자가 그 상황에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듯한 느낌을 촉발한다고 주장한다.⁷⁸⁾ 특히, 텔레비전 광고는 발화자와 시청자와의 관계를 더욱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어 상품에 관한 정보를 더욱 소구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직접 언술의 형태를 많이 이용한다. 스탬(R. Stam)에 따르면 직접 언술이 갖는 힘은 그것이 매개되지 않는다는 인상에서 유발하며, 직접언술이 갖는 명백한 즉시성은 광고의 본질이 허구적임을 말해 준다고 한다.⁷⁹⁾ 그 이유는 직접언술의 상황은 사전에 조직되거나 편집됨이 없이 즉각적으로 서술한다는 의미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R. 데밍(R. Doming)은 광고는 모든 텔레비전 장르를 모방하여 광고 텍스트 속의 현실이 재현되었거나 표상되었다는 느낌이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카메라와 같은 기계적 약호를 이용하여 시청자가 바라보고 있는 텔레비전에서의 등장인물이나 사물이 광고가 방영되는 실제 공간에서 실물의 크기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익스트림 클로즈 업(Extreme close-up)'이나 '클로즈-업(close-up)', '줌-인(zoomin)' 등의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텔레비전이 갖는 매체적 속성으로 인해서 시청자에게 친밀감을 돋구는 역할을 한다. 또한 광고 텍스트의 허구적 세계와 광고를 방영하고 있는 텔레비전 수상기가 놓여져 있는 가정이나 그외 실내의 현실적 세계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이러한 직접 언술의 형태를 많이 사용한다고 주장한다.⁸⁰⁾

광고에서는 이러한 직접 발화의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등장인물이 서술자가 되는 일인칭의 서술자를 자주 등장시킨다. 등장인물 서술자가 시청자를 보고 직접적으로 발화하는 자서전적 형태의 광고의 유형에는 속하지 않더라도, 이러한직접 언술의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광고에서는 여러 가지 기제들이 동원된다. 예를 들면 광고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는 거울이 그것이다. 물론 이때의 거울은 실제 카메라로, 직접 거울이 광고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행동이 거울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기 때문에 시청자는 거기에 거울이 놓여 있다고 여기게 된다. 거울은 등장인물에게는 자신이 주시받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게하고, 시청자에게는 거울의 뒤에 숨어서 등장인물을 훔쳐보는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등장인물은 거울을 보면서 독백을 하거나, 거울을 함께 보는 사람에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어쨌든 거울을 보는 행위는 매우 개인적인 것이다. 개인적인 순간에 자신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없으므로, 그때 화자의 말은 매우 믿을 만한 것이라고 생각되게 만든다. 결국, 카메라라는 중재자를 인식하지 않게끔 하는 기제중의 하나이다.

(1) 사례광고 1-1 : 인스케어(여성용 화장품)

A. 표층적 서사

'인스케어' 광고의 표층적 서사는 '상태'(state)와 '변화'(passage)로 정의되는 균형과 불균형, 재균형이라는 일련의 흐름이 문제의 제시와 전개(정립)·해결이라는 도식으로 대치된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윤석화 分)은 시청자를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 여성의 첫 멘트인 "똑똑한 여자요?"라는 되묻는 형식의 대사는 누구에겐가 '똑똑한 여자란 어떤 여자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하려는 듯 보인다. 여기서 그 '누군가'는 안방에 앉아있는 시청하는 사람들 일수도 있다. 그래서 문제의 제시는 '똑똑한 여자란 어떤 여자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미 이 광고의 모델(윤석화)은 '똑똑한 여자'를 대표하고 있는 인물로 상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청자는 이 모델이 그러한 질문에 대답하는 데 아무런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나아가 이 여성과 같이 '똑똑한 여자'로 보여지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제시된 문제, '똑똑한 여자란 어떠한 여자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문제를 정립시키고 있다. '똑똑한 여자'는 '스스로 알아서 하는 여자'라고 한다. 이어 '똑똑한 여자'는 아니지만 '참 똑똑한' 화장품이 있는데, 곧 여기서 광고하는 상품(인스케어)이라고 말한다. '인스케어'는 '스스로 피부를 알아서 조절'하기 때문에 '똑똑한 화장품'이라는 것이다.

제시된 문제의 해결로 가는 핵심요소는 바로 '똑똑한 여자'와 '똑똑한 화장품 인스케어'라는 상품의 등치이다. 이들을 등가로 만드는 것은 '똑똑함'이라는 이 광고의 컨셉이며, 다시 이 '똑똑함'이라는 컨셉은 예뻐지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된다. 광고의 여성은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자신있는 태도로, "여잔 똑똑해야 예뻐져요"라고 말한다. 정의를 내리는 듯한 이 진술문은 이 모델의 개인적인 의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표성을 띈 사회적 통념이자 가치로 격상된다. 이 모델(윤석화)은 그러한 '똑똑함'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결국 '똑똑함'은 여성과 화장품 둘다에게 예뻐지기 위한 조건이다. 여성이 광고의 처음에 제시한 "똑똑한 여자요?"라는 질문은 마지막 샷에서 매우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인스케어예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답해지는 것이다.

B. 심층적 서사

'인스케어' 광고의 목표집단은 30대 초·중반의 여성이다. 이 화장품의 주요 컨셉은 '똑똑함'이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모델로 윤석화가 선택되었다. 윤석화라는 인물이 실제로 얼마나 지적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사적인 영역이나 공적인 영역에서 보여준 대중화된 이미지가 이 광고의 컨셉에 맞기 때문에 선택되어진 것이다.

여러 화장품 브랜드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는 크지 않다. 이러한 존재하지 않는 차이를 존재하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광고의 기능이다. 쥬디스 월리암슨(J, Williamson)은 객관적인 정보보다는 이미지로 소구하는 향수광고를 예를 들어 이러한 광고의 차별화(differentiation)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⁸¹⁾ 월리암슨은 모든 것의 정체성은 원래 '그것인 것'(what it is)보다는 '그것이 아닌 것'(what it is not)에 의해 정의된다고 한다. 그래서 샤넬 No. 5와 베이브 향수의 광고에 각각 등장하는 까뜨린느 드뇌브(Catherine Denuve)와 마고 헤밍웨이(Margaux Hemingway)는 전자가 '여성적인 이미지'로 후자가 '진보적인 이미지'를 대변하면서 생기는 차이에 의해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즉 '여성적인 이미지'는 '여성적이 아닌 이미지' 예들 중의 하나로, 마고 헤밍웨이의 활발하고 생기 넘치는 모습 등의 '진보적인 이미지'와의 차이로 인해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는 광고 텍스트가 '훌륭한 아내는 X상품을 사용한다'거나 '성공한 남자라면 Y를 쓴다' 등의 문구(copy)로 광고 수용자를 특정한 상품의 소비집단으로 호명(interpellation)하여 하나의 위치(정체성-여기서는 훌륭한 아내나, 성공한 남자 등)를 형성시키는 토테미즘(totemism)의 역이 된다.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이미지, 예를 들면 '여성적인 이미지'나 '진보적인 이미지'를 갖기 위해서는 샤넬이나 베이브 향수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광고와 차이나는 이미지를 부여한 특정 상품을 통해 소비자를 다른 사람과 차별되게 한다는 것이다. 이 광고에서는 위와 같은 차별적인 이미지가 바로 '똑똑한 여자'에 대한 이미지이다. '똑똑함'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사용함으로써 다른 화장품과 실재(實在)하지 않는 차이를 실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듯 광고는 상품을 특정 이미지나 그것이 갖는 추상적인 개념과 연결 시킨다. 상품(인스케어)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것을 자연스럽고 친숙한 것(윤석화라는 연극인)⁸²⁾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상품성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통념과 가치가 이용되기도 하고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광고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인스케어'라는 상품과 윤석화라는 인물을 '똑똑함'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은 '예뻐지'는 것이다. '예쁘다'고 하는 형용사는 매우 추상적이어서 이 형용사를 설명하는, 즉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정의는 각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져 왔다. '무엇무엇해야 예뻐진다'는 화장품 광고가 처음 등장한 때부터 지금까지, 광고의 핵심적인 주장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예뻐지는데 대한 조건은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역할이나 여성상의 변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대나 사회가 바뀌어도 기본적으로 남성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역할이나 지위에 대한 생각은 몇몇 유형으로 고정되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남편을 정성으로 내조하는 현모양처의 여성상, 연약하고 보호를 필요로 하는 남성에 의존적인 여성상, 성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상, 고급스럽게 생활하는 여성, 신체적으로 아름다운 여성 등⁸³⁾이 그것이다. 사회에의 여성진출이 많아지고, 여성에 대한 지위가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다는 논의는 주로 대중매채에서 전문직을 가진 여성의 등장으로 시작되기도 하지만, 전문직 여성, 즉 자신의 일을 가진 여성은 그들이 속한 공적 사회의 업무보다는 여성적인 면, 그러니까 여성적인 아름다움이나 여성의 미덕, 남성과의 사랑과 같은 사적 영역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요소로 판단되고 평가받는다.

이 광고가 이전광고와 다른 점이 있다면 컨셉을 여성의 지적인 능력에 맞추어 표현한 것 뿐이다. 그러나 여성의 똑똑함마저 그녀가 하는 일이나 개인적인 성격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단순히 '예뻐지기' 위한 기준이 되고 있다. 언제나 여성의 최고의 미덕은 '예뻐야 한다는 것'이다. 광고의 컨셉이 지적인 면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기호표현에서의 변화일 뿐 실제 여성의 지적인 면이 아름다움보다 앞설수는 없다. 결국 똑똑한 것도 더욱 예쁘게 보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2) 사례광고 1-2: RETINOL2500(여성용화장품)

A. 표층적 서사

30대 중·후반이후,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는 연령의 여성을 목표집단으로 삼고 있는 '레티놀 2500' 광고는 시청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한 여성(전인화 分)이 시청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 생 길수도 있죠' 라는 말에서 이미 시청자는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길수도' 있기 때문에, 이후에는 '없앨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나이들면 주름이 생길수도 있다는 이 여성(전인화 分)의 말과 여성의 얼굴과는 일치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이 모델의 피부는 너무나 탱탱하고, 여전히 아름다우며, 생기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여성이 어색해보이지 않는 것은 이 여성이 30대 중·후반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시청자의 지식에 의존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카메라는 일관되게 여성의 익스트립 클로즈 업(E. C. U) 샷을 써서 눈, 눈과 코, 눈과 이마를 잡고 있다.

균형의 상태는 일반인들이 경험하는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는 현상이다. 모든 만물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노화하기 마련이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다. 그러나 이 광고에서는 그러한 노화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임을 강조한다. 어떠한 인공적인 작용이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막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균형을 깨고, 불균형을 이루는 힘은 바로 '자연'의 상태에 가미되는 '인위적인 작용'의 암시이다.

이어서 여성은 '하지만 없앨수도 있어요'라는 말한다. 두가지 상반된 주장은 똑같은 강도로 제시된다. 대립되는 두 진술문은 균형과 불균형의 상태이다. 균형과 불균형의 대립문을 화해시키는 것은 바로 상품이다. 균형인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긴다'라는 진술문과 균형의 반대방향을 힘을 이루는 불균형 상태인 '주름을 없앨수 있다'라는 진술문은 상품의 중재로 인해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지만 자연의 법칙을 극복한 과학의 산물인 레티놀 화장품이 주름을 없앨 수 있다'는 하나의 명제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이때 과학적 약호가 빠지지 않고 제시된다. 여성의 피부조직 한 부분을 몇천배로 확대한 그래픽으로 처리된 피부속 세포들은 상품으로 인해 다시 되살아 나고, 실제로 여성의 얼굴에 침투한다. 여성은 금새 '세상에', '어머'의 감탄사를 내뱉으며 상품 사용후의 자신의 모습에 매우 놀라워 한다. 주름을 없앨수도 있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예측한 것 보다 훨씬 좋은 상품의 효능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것이다("어머머 저도 깜짝 놀랐어요!"). 여성은 실제로 대본에 나온 대로 대사를 읊지만, 직접발화의 이같은 상황에서 시청자는 진짜 이 여성이 상품의 효능에 대해 놀라고 에드립이라도 한 듯 여길 수도 있다. 이는 '대본에 쓰여진 것을 말하는 즉시성(scripted spontaneity)'⁸⁴⁾라는 말로 설명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