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사의 특성과 연구동향

서사 즉, 이야기 하기(story-telling)는 문화 그 자체와 분리할 수 없는 인간 본성적인 문화적 체험의 한 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세계가 이야기의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인간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거나 학교나 운동장 주위에 떠도는 친구들과의 대화, 부모에게서 얻어 들은 이야기들을 통해 세계를 인지한다. 이것은 이야기 전부가 세계를 '설명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는 인간이 세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쉽고 무의식적이며 설득력 있는 방식을 제공하며, 서사는 사회적 세계를 '이해하게 하고' 다른 사람과 그러한 '의미'를 나누는 수단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⁵⁾ 서사의 보편 성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본질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이러한 서사의 본성에 대해 롤랑 바르트(R. Barthes)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세상에는 무수한 형식의 서사물들이 있다. 그리고 이 무수히 많은 형식들을 통해서 서사물은 시대와 장소와 사회를 초월하여 존재한다. 사실상 서사물은 인류의 역사 자체와 동시에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것은 초국가적, 초역사적, 초문화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⁶⁾

툴란(M. J. Toolan)은 서사물은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무수히 많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숨쉬기와도 같다고 한다.

서사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거의 모든 측면의 인간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하나의 양식으로 간주된다. 이것은 비단 문학작품이나 영화와 같이 픽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관한 텍스트, 뉴스 스토리, 내과 환자의 진료 기록표, 경찰의 사건기록에 이르기까지 서사구조가 존재한다고 본다. ⁷⁾

화이트(H. White) 역시 서사가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며, 특정문화에 한정되지 않는 메타약호(metacode)로서,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들이 함께 나누고 있는 현실의 특성에 관한 초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한다. 그는 어떠한 문화적 산물도 서사적 능력을 결여한다거나 또는 서사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⁸⁾

이러한 서사의 편재성과 일상성에 대한 많은 논의 가운데에서, 과연 서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이 '서사'인가에 관한 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거의 모든 현상들이 다 '서사'(narrative)라는 것이다.

제럴드 프랭스(G. Prince)는 "서사물이란 그 어느 쪽도 다른 한 쪽의 필수 전제이거나 당연한 귀결이 아닌 최소한 2개의 현실 또는 허구의 사건 및 상황들을, 하나의 시간 연속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⁹⁾

보다 구체적으로 툴란(Toolan)은 서사물의 특징을 5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서사는 1) 보통 즉흥적인 대화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인위적인 제작이나 구성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 우리가 이미 보거나 들어온 것들이나 우리가 전에 보거나 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전형성)의 기준이 존재한다. 3) 하나의 궤도, 즉 어떤 종류의 발단, 전개, 결말과 같은 전형적인 순서를 따른다. 4) 한 명의 이야기꾼과 청자가 존재해야 한다. 5) 이야기 소재를 치환함으로써 사건의 공간적, 시간적 요소를 재배치 하여야 한다."¹⁰⁾는 것이다.

서사연구는 위와 같은 서사물의 특성 중 하나 혹은 두 개를 강조하면서 전개해 나가고 있다. 데이비드 보드웰(David Bordwell)은 서사에 다가가는 3가지의 접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3가지의 문제설정으로 요약된다. 첫째는 재현(representation)의 문제로 서사의 내용을 표현하고 의미화하는 방식에 관한 연구이다. 이는 서사의 '의미론'(semantics)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인물의 성격묘사나 리얼리즘(realism) 연구를 들 수 있다. 둘째, 구조(Structure)의 문제, 즉 서사의 구성요소들이 독특한 하나의 전체성(wholeness)을 이루기 위해 결합되는 방식에 관한 연구이다. 이는 서사의 '통합론'(syntactics)이라고 할 수 있는데, 블라디미르 프로프(Vladimir Propp)의 민담의 형태론 분석이 이에 해당된다. 셋째는 서사를 하나의 행위(act)로 접근하는 것인데, 송신자가 메시지의 내용 즉, 이야기(story)를 수신자에게 제시하는 역동적인 과정에 중점을 둔다. 정보원(source)과 그의 기능·효과에 대해, 그리고 정보나 행동의 시간적인 전개에 대해 연구한다. 즉 "서술자(narrator)"의 개념에 천착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사현상의 '실용론'(pragmatics)라고 부를 수 있으며, 서사의 서술(narration)연구가 이것이다. ¹¹⁾

한편, 피스크(J. Fiske)는 서사는 "현실반영적"(realistic)이고 "구조주의적"(structualistic)이며, "신화적"(mythic)으로 해독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¹²⁾

첫째, 현실반영적(realistic) 접근방식은 서사를 범주화하고 정의내리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써 두가지 차원에서 작용한다. 첫번째는 우리에게 일정한 서사의 텍스트적인 특성을 알린다. 즉 서사는 현실세계의 사건이나 상황 등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특히 텔레비전은 그 어느 매체보다도 "현실을 향한 창"으로 간주되는 매체이다. 즉 텔레비전 서사에 대한 리얼리즘적 이해는 텔레비전은 현실을 반영하는데 효과적인 매체이고, 수용자들도 그것을 요구하므로, 텔레비전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¹³⁾ 두번째는 현실세계의 의미화 산물들을 해독하는데 있어서 이데올로기적으로 추구된 일정한 해독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텔레비전 서사는 투명한 틀에서 나오는 이야기(story) 자체만이 아니라, 특정한 프로그램의 담론(discourse)행위 -이야기를 관습적으로 재현하는 행위- 까지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러한 연구방향에서 서사의 인물분석은 현실세계에서 존재할 수 있는 육신을 가진 인간으로 간주하여 등장인물의 행동과정을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로부터 떼어내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인물의 정신적인 리얼리즘과 그들의 개인성으로서의 요소들에 주요한 관심을 둔다.

또한 서사가 자연스럽게 전개되기 위해서 원인과 결과의 "자연적인" 법칙에 따라 신뢰성 있고 논리정연한 구체적인 사건의 연쇄를 마련한다. 이러한 내부적인 정연함은 이야기 세계가 반드시 자기 충분적이고 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요구한다.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모든 것은 포함되어야 하고, 이러한 이해에 모순을 발생시키거나 방해되는 모든 것은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¹⁴⁾ 리얼리즘적 서사는 그 재현이 관습적인 언어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바로 그 관습성에서 자연스러움을 찾는다. 이는 헐리우드 영화들이 가지는 서사의 리얼리즘이 관습적인 것과 같은 맥락을 지닌다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¹⁵⁾ Kuhn은 고전적인 리얼리즘적 서사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1. 문제해결의 전반적 흐름 속에 들어있는 원인-결과의 선형성

2. 서사적 종결의 밀도

3. 공간적이고 시간적인 그럴듯함에 의해 지배되는 허구적 세계

4. 심리적 속성을 갖는 등장인물의 서사체로서의 중심성¹⁶⁾

그러나 담론¹⁷⁾으로서 리얼리즘은 현실세계가 객관적인 재생산이 아니라 있을 법한 현실을 재현해낸다는 것을 알려주며, 이러한 그럴듯함은 현실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구조화시키는 상식적인 세계관이 이야기 세계를 해독하고 받아들이는데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있을법함'은 유상적인 재현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전달되는 관습을 복제하는 데 기인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사는 근본적으로 '현실'(reality)의 산물이므로, 텔레비전 서사는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거나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텔레비전 특유의 재현 관습에 의거하여 표현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둘째, 구조주의적인(Structualistic) 접근방식은 서사가 현실에 대한 의미를 성립시키는데 사용되는 '관습'에 초점을 맞추기를 요구한다. 리얼리즘은 담론으로서 서사의 성격을 은폐시키고자 하는 투명한 양식이다. 구조주의는 모든 문화적 구성물의 담론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분석해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서사의 구조주의적 접근들은 현실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해 내는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재현의 방식과 구조를 지배하는 법칙을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여기서 인물은 그 자체로서보다 어떤 내러티브적 기능을 수행하느냐에 그 의미를 가진다. 등장인물은 언어적 구성물의 하나로, 텍스트에 용해되어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때 등장인물은 행동으로 환원되며, 몇가지 행동영역에 귀속된다.

구조주의적 접근 방식은 서사를 구조언어학적 연구들의 기본 테제와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피스크는 구조언어학의 기본대상인 언어와 서사의 유사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서사(narrative)와 언어(language)는 모든 사회가 공유하는 두 개의 주요한 문화적 과정이라고 하겠다. 언어와 마찬가지로 서사는 우리의 현실경험을 의미있게 만드는 기본적인 방식이다. 그래서 구조주의자들은 서사는 많은 언어적 속성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계열체와 통합체의 두 축으로 구조화되어 있으며, 언어체에 상응하는 보편적인 서사구조가 있을 수 있으며, 또한 특정 서사체들은 발화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의 의미작용은 필히 지시의미적(외연적) 수준과 부가의미적(내연적) 수준을 갖는다. 더 나아가 이것과 현실과의 지시의미적 관계는 언어처럼 허구적이며, 이것의 의미작용 능력은 그것의 체계적 속성과 상호서사적(internarrative) 관계로부터 나온다. 다시 말해, 서사의 범주화와 구조화 과정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이것이 현실에 근거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 아니다. 의미는 서사가 다른 서사와 다른 의미 작용 형태 속에 들어있는 이들 과정(범주화와 구조화 과정)에 대한 관계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¹⁸⁾

이렇듯 서사는 소쉬르가 말하는 언어의 기본 특징들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개별 서사체들이 가지는 관계구조는 외연적인 수준과 내연적인 수준에서, 계열체적 심층적 방식과 통할체적 표층적 서사방식이 내재되어 있으며, 이것들의 상호 차이에 의해 서사의 의미작용이 이루어진다. 또한 개별적인 언어인 발화체와 개별 발화체간의 공통적인 언어적 구조, 문법인 언어체를 상정할때, 구체적인 서사체들이 발화체라면, 보편적인 서사구조, 서사문법이 바로 언어체라고 하겠다. 서사담론의 분석은 바로 이러한 개별 서사체에 공통적인 서사구조를 찾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모어 채트먼(Seymour Chatman)은 피아제(J. Piaget)의 구조이론을 서사에 적용시켜 "서사는 구조"라고 결론짓는다. 피아제는 구조의 기본적인 조건을 전체성(wholeness)과 변형(transformation), 자기조정(self-regulation)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세가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것은 단지 하나의 집합일 뿐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사물을 이루는 사건과 존재물들은 그 자체로는 단일하고 개별적인 것이지만 서사라는 연쇄적 구성물 안에서 서로 상관되거나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전체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구조가 스스로 유지하고 완결짓는다는 의미에서 서사는 자기조정과 변형성을 포함한다고 한다. ¹⁹⁾ 서사물은 하나의 종결된 시작과 끝을 가지며, 이렇게 구성된 서사물은 다양한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물로 변형되어질 수 있다.

셋째, 서사를 신화적(mythic)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우리를 서사의 "심층" 구조로 이끄는 것을 의미한다. 구조주의가 다양한 서사들에 명백하게 공통적으로 가지는 범위를 설명하고자 했었던 방식중의 하나가 신화의 개념을 통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구조주의 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Levi-Strauss)와 맑시스트적인 기호학자인 바르트(Barthes) 등이 기여하고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의 심층구조를 대개 이항대립으로 표현했으며, 그의 분석은 명백하게 수많은 관련되지 않은 신화들의 심층구조들을 밝혀내었다. 이러한 이항대립은 선:악, 자연:문화나 인간:신 등과 같은 추상적인 일반화이다. 신화들은 이러한 이항대립을 은유적으로 형성시켜 레비-스트로스가 "구체성의 논리"라고 부르는 과정에 의해 구체적인 재현으로 이어지도록 작동한다. ²⁰⁾ 반면 바르트는 계급갈등에 바탕을 둔 산업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화의 역할에 주목하였다. 그는 「신화론(Mytheologie)」에서 음식, 패션, 이야기 등의 관습적인 표상체계가 '신화'라고 하는 또하나의 의미작용 체계로 귀결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일상생활의 재현형식과 신화는 부르조아 사회의 계급이익을 유지하고 강화시키는 이데올로기적인 의미를 자연적인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2. 서사이론에 대한 논의

이야기의 과학으로서의 이야기학, 서사학(narratology) 또는 서사이론(narrative theory)이란 용어는 토도로프(Tzvetan Todorov)가 1969년 「데카메론의 문법」(Grammaire du Decameron)에서 처음 사용하였다.²¹⁾ 이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학문자체의 연원은 서구의 전통으로 플라톤(Platon)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s)에 까지 더듬어 올라 갈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정확한 의미에서의 서사학 혹은 서사이론의 태동은 1920년대 후반 민담의 형태론 연구에 기여한 블라디미르 프로프(V. Propp)와 러시아 형식주의에서 유래되었다. 그 이후 언어학자, 민속학자, 문예비평가, 기호학자, 영화이론가들의 관심을 받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개척되었다. 현대구조주의의 전개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좁게는 서사물의 구조를 비교 연구함으로써 하나의 서사가 가지는 독특한 구조를 찾아내며, 넓게는 그러한 개별 서사들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면밀히 연구한다. 결국 서사이론은 서사물의 형식과 구조, 기능에 대한 연구라고 하겠다.

서사이론은 구조주의 언어학에 기반한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서사는 언어와 같이 구조화되어 있다고 상정하며, 서사이론은 서사체를 분석가능한 언어학적 구조로서 개념화하여 연구하는 것이다. 유사와 차이, 구조와 관계 라는 구조적 원리들은 '서사성'(narrativity) 즉, 텍스트 속의 인물, 배경, 행위와 서술자, 초점화, 시점 등의 개개의 서사단위들을 하나의 기호로서 언어와 이미지가 기능하는 방식처럼 의미작용의 영역을 조직하게 만든다. 이때 개별 발화체에 해당하는 것이 개개의 서사체라면, 언어체에 해당하는 것이 서사체에 근저에 깔려있는 서사문법,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사연구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서사문법, 구조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서사문법에 관해서 토도로프의 「데카메론의 문법」이나 그레마스(A. Greimas)의 저술에서 설명하고 있다.

서사물은 눈에 띄게 반복적인 특성을 나타내보이며 이 반복성은 뚜렷한 규칙성의 기록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하나의 서사문법(narrative grammar)을 구성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경우 언어학자는 서사단위를 구조적으로 조직화하는 한정된 원칙들을 가지고 서사단위를 결합하여 서사대상을 생산해낼 수 있다. ²²⁾

리먼-케넌(Rimmon-Kenan)은 서사이론이 발전을 거듭해 나갈수록 서사문법은 고도로 전문화되어 극도의 방법론적인 통찰을 지닌 언어학자만이 접근할 수 있다고 여긴 반면에, 제럴드 프랭스(G. Prince)는 일반적인 사람들 대부분은 무엇이 서사물이고 무엇이 서사물이 못 되는가 하는데 대한 어떤 직관적인 지식, 혹은 어떤 법칙들을 터득해 알고 있다고 말한다. 최소한 어느 정도까지는 모든 사람이 서사물의 본성에 대해서 똑같은 직관적 지식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²³⁾ 그러므로 서사문법이란 모든 사람들이 은연중에 알고 있는 서사물의 자질들을 체계적이고 명시적으로 설명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사물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법칙들을 기술할 수 있거나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공식이나 언명의 집합이 서사문법이다. ²⁴⁾ 그래서 서사문법은 하나의 서사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명확히 알려줄 수 있어야 하고, 그 서사물에 합당한 구조기술을 제시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의 구조적 분석은 각 이야기에서 모델을 추출하고, 그 다음 이 모델로부터 하나의 커다란 담화의 구조를 만들어, 다른 이야기에서 검토,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서사가 배여있는 여러 담론들을 하나의 구조속에서 보고 도식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서사이론은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형식적인 결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은 서사이론가들에 의해 시도되어왔다. 그레마스는 도식을 "기계적으로 적용, 발전시키는, 과학적 의도없는 반복적인 테크닉 사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우선 텍스트의 모든 면에서, 모든 층위에서 보기 위하여 텍스트의 묘사를 끊임없이 추구한다는 것, 그리고 알려지지 않았던 현상이 나타날 때 모델을 다시 만들어 그 관찰된 현상이 그 모델의 변형된 모습의 하나로 기록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모든 텍스트는 유일하고 따라서 단 하나의 문법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생산적인 개념에서 탈피하려는 의도를 갖는다.²⁵⁾ 서사이론은 좀더 과학적이고 일관성 있는 구조를 도출해 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있는 학문이라고 하겠다.

서사분석이 기본적으로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토대는 두가지 혹은 세가지의 연구영역, 혹은 분석수준에 근거한다. 시모어 채트먼(S. Chatman, 1978)은 서사적 텍스트의 필수적인 요소를 '이야기'(story)와 '담론'(discourse)²⁶⁾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텍스트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하는 내용의 측면이 이야기(story)이고, 그러한 내용을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담론(discourse)이 된다. 이야기는 사건들이나 존재하는 것들(인물, 배경)로 구성되며 이는 특정장소에서 특정인물에게 발생한 아직 정형화되지 않은 기본적인 사건들의 집합으로 정의될 수 있다. 담론은 표현내용이 전달되는 수단으로 이러한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조작하고 표현하는 관련된 모든 기술적이고 표상적인 장치들이다. ²⁷⁾ 텍스트는 담론이라는 그물망에 원재료가 되는 이야기를 걸러놓은 것과 같다.

채트먼의 '이야기'와 '담론'의 구분 이외에 서사적 텍스트의 구분에 관하여서 많은 서사이론가들이 유사하면서도 각기 다른 명칭들을 사용하고 있다. 초기 러시아 형식주의자들(프로프, 토마세프스키 등)은 경험자체로서의 이야기인 '파불라(fabula)'와 표현행위에 의해 구조화된 이야기로서 '수제트(sjuzhet)'란 용어를 사용하여 서사를 나누고 있다. 또한 보다 최근의 프랑스 학자들(방브니스트, 바르트)은 앞의 '파불라'에 대응하여 '이스투르(histoire)'를 '수제트'는 '디스쿠르(discoure)'라는 용어로 서사 텍스트를 구분한다. 또한 리먼-케넌(S. Rimmon-kenan, 1983)은 쥬네트(G. Gunett)가 '역사(histoire)', '이야기(recit)', '서술(narration)'로 구분한 식을 따라 '스토리(story)'와 '텍스트(text)', '서술(narration)'로 나눈다. 리먼-케넌의 도식에서 '스토리'는 일련의 사건인 반면에 '텍스트'는 그 사건들을 이야기하는 행위의 기능을 하는 구술, 또는 기술된 담화로 독자가 직접 접할 수 있는 국면이며 '서술'은 제작의 행위 또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발(M. Bal, 1983)은 '파불라', '스토리', '텍스트'로 구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서사 텍스트를 구분하는 용어와 명칭은 서사이론가들의 수만큼 다양하고 의미도 제각기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 이전에 전제되어 있는 사실은 모든 서사물은 이야기라고 불리우는 내용면(content plane)과 담론이라고 불리우는 표현면(expression plane)을 가진 구조라는 것이다. 초기의 러시아 형식주의에서 현재의 서사이론가들에 이르기 까지의 서사 텍스트의 구분은 먼저 텍스트의 내용면과 이를 구조화시키는 표현면을 염두에 둔 것이며 차이는 주로 두 번째 범주인 표현면인 '담론'을 세분해 놓은 것에서 발생하였다. 채트먼은 나아가 이러한 표현과 내용간의 단순한 구분으로는 서사적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모든 면을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옐름슬레브(Hjelmslev)의 기호모델을 서사 텍스트의 구분에 적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²⁸⁾ 언어는 형식이지 실질이 아니라는 소쉬르(Saussure)의 명제를 재해석하고 보다 정교하게 발전시킨 옐름슬레브는 언어를 두가지 실질(소리와 생각)의 합일체로 보는 소쉬르의 생각과는 대조적으로 기호의 두 측면(표현측면, 내용측면)이 각기 실질과 형식을 갖고 있음을 강조한다. 옐름슬레브의 기호모델은 상호 의존적인 양 측면(표현측면과 내용측면)에서 다시 ①무정형의 실질: 소재(purport 또는 matter, stuff), ⑦(형식화된) 실질, ③(비실질적) 형식을 구분하여 여섯 개의 주요 요소들로 구성 된다. ²⁹⁾

채트먼은 이러한 옐름슬레브의 기호모델을 바탕으로 '이야기'와 '담론'을 각기 내용면과 표현면으로 보았다. 서사물에 있어서 표현의 영역이란 서사의 담론에 해당한다. 이야기가 서사적 표현의 내용임에 반해, 담론은 그 표현의 형식인 것이다. 이어서 내용인 '이야기'와 표현인 '담론'을 각기 실질과 형식으로 다시 구분하였다. 이 구분은 다음과 같은 표로 정리된다.

이야기를 전개하고 구성요소들을 배치해 나감에 있어 어떠한 표현 방식이 존재하는가를 보는 것은 표현 영역에서의 분석이다. 여기에서 표현의 실질이란 기본적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 자체가 된다. 예를 들어, '백설공주'라는 동화가 있다고 한다면, 이 동화를 실현시키는 여러 가지 매체가 있을 수 있다. '백설공주'는 뮤지컬로 꾸며질 수도 있고, 발레의 소재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서 접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느 마임가에 의해 판토마임으로 공연될 수도 있다. 똑같은 이야기를 두고서 이렇듯 상이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사람들이 '뮤지컬', '발레', '텔레비전 드라마', '판토마임'이라고 부르는 것, 그것이 바로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하나의 서사물이 가지는 표현의 실질이다. 그리고 각 매체의 차이를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각 매체가 가지는 고유의 표현의 형식이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대사를 노래로 전달하고, 발레는 몸짓으로 표현하며, 텔레비전 드라마는 텔레비전이 가지고 있는 기계적 메카니즘적 속성과 그로 인한 고유의 전개방식이 있기 마련이다. 표현의 형식은 특정 매체가 다른 매체와 구분가능한 서사의 근저에 깔려있는 구조와 그 발현방식을 봄으로써 발견된다.

내용의 영역에서 또한 실질과 형식으로 구분된다. '백설공주'란 이야기는 이미 작가가 속한 사회적 약호들로 처리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매체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이렇듯 내용의 실질이란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의 가시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백설공주'의 이야기 속에 일곱 난장이와 백설공주, 계모, 왕자라는 인물들과 배경, 일련의 사건들의 선택과 배열, 그것들간의 연관이 내용의 형식이 된다. 다음<그림 2>는 서사물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표현과 내용의 영역, 다시 각각의 형식과 실질로 나누어 자세히 설명한 것이다.

이처럼 서사물은 아직 구성되지 않는(unformed) 내용의 '이야기'와 이러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으로서의 '담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두가지의 구성요소들이 내재한 관계구조들을 서사구조의 발견으로써 분석해 보는 것이 서사이론의 요체이다. 서사이론은 구조주의 언어학에 기초하고 것으로 기본적으로 언어로 형성된 텍스트는 실질보다는 형식이라는 명제에 근거하고 있다. 즉 형식(구조)이 실질을 결정한다는 시각이다. 이렇게 볼 때 구조주의 언어학과 같이 서사이론이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서사의 형식(구조), 서사의 언어체를 발견하는 것이 된다.

결국 서사이론에서 추구하는 것은 내용면(이야기)의 형식과 표현면(담론)의 형식이라는 두가지의 면에서 드러나는 서사구조를 함께 보려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용의 형식은 아직 구성되지 않은 이야기(story)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를 통합적, 계열적 의미작용 방식을 파악해 봄으로써 내용의 형식, 내용이 가지는 서사구조를 드러내는 작업이 요구된다. 동시에 표현의 형식을 보는 것은 상이한 많은 텍스트의 전달매체 중에서 특정한 하나의 매체가 지니는 서사적 전달의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 된다. 즉 서사 텍스트 속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과 이야기가 입지하고 있는 수단, 화법, 서사의 소통의 참여자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하나의 서사(narrative) 텍스트 속에 새겨진 서사와 이야기(story)와의 관계, 서사와 서술하기(담론)와의 관계, 그리고 이야기와 담론과의 관계를 연구하여 서사적 텍스트가 구성되는 방식과 이를 통한 서사문법, 즉 구성요소들간의 관계에 내재한 구조를 드러내는 것이 서사분석의 핵심이다.

1) 이야기(story) 차원

서사를 전달 내용으로서의 이야기가 송신자에 의해 수신자에게 전달되는 '소통'의 과정이라고 볼 때, 이야기(story)란 전달되는 메시지, 즉 이야기하기(story-telling)의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사건과 존재물들로 구성된다. 사건은 변화의 과정, 즉 한 사건에서 다른 사건으로의 변형을 기술하기 위해 시간적으로 배열된다. 한 사건은 인간 행위자에 의해서나, 그에 의거하여 발생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시간상의 사건 혹은 시간상에 존재하는 상태(사고, 느낌, 존재, 소유와 같은)를 묘사한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이러한 사건들은 각기 독립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플롯(plot)속에서 상호 관계를 맺으며 전개되어 나간다. 이야기는 사건들을 시퀀스(Sequence)안에 첨가와 결합의 원리로 통합적으로 배열하여 의미생성의 관계를 조직하고, 그렇게 해서 언어구조 안에서 환유적 방식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스토리 내의 사건들은 통합적 연쇄에서만 '단순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계열적으로 구조화되기도 한다. 이야기는 한 사건을 또 다른 사건으로 계열적으로 대체함으로써 선택과 대치라는 의미화 관계를 조직하고, 그러므로써 언어학적 구조안에서 은유적으로 작용한다.³¹⁾ 여기서 은유는 지칭적(referential) 개념의 유사성으로 인한 기호의 계열적 전환이라면, 환유는 기호의 조직체계 즉, 언설적(discursive) 개념의 연속성으로 인한 기호의 통합적 전환이다. ³²⁾ 이같은 두가지 기호의 전환방식을 통하여 텍스트의 의미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래 표에서 수평축은 하나의 단어나 문장, 텍스트가 배열되어진 방식을 나타내고, 수직축은 통합체를 이루는 선택가능한 여러 가지 계열체 단위들 중에 특정 단위가 선택되어진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통합체, 계열체적 관계는 모든 메시지를 구성하는 기호단위들이 선택되고 배합되는 기호조직의 축이다. 계열체는 텍스트의 단위들이 연상성 또는 유사성 관계를 이루어 계열체 내의 다른 기호들과의 관계속에서 규정되므롤 변별적 대립을 이루며, 일단은 잠재적인 것으로 오직 하나의 항목만이 그 집합으로부터 선택되어 통합체를 이루게 된다. ³³⁾ 그리하여 계열체의 속성은 ①연상성(유상성) ②변별적 대립 ③잠재적 관계로 요약될 수 있다. 반면, 통합체는 연속적인 형태로 연결되어 분절이 가능하며, 새로운 단위를 연속적으로 선택함에 있어서 다른 기호들과 갖는 관계에 상호의존하며, 텍스트의 표면에서 관찰가능한 현재적인 관계에 있다. 따라서 통합체의 속성은 ①연속성과 단속성 ②선택의 상호의존성 ③현재성으로 나눠볼 수 있다. 계열체는 텍스트의 표면구조 아래에 존재하므로 여러 단위들 중에 특정 계열체가 선택되어진 배경을 추적해봄으로써 발견되어지는 심층구조의 연구로 드러난다. 이는 정적인 논리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유사성의 특정 발현체를 분석하는데 연결된다. 통합체는 가시적인 텍스트 조직의 공식화를 통해 시간적 인과원리와 연관되어 표면구조를 분석하는데 연계되어진다.

이때 이야기의 두 차원 즉, 통합체와 계열체는 표층과 심층의 서사를 갖게 되며 각기 표층서사구조와 심층서사구조를 성립한다. 이러한 계열적 관계와 통합적 관계로 드러나는 표층과 심층의 서사는 분리된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여 사건의 흐름을 통제하고 일정한 의미를 만들어 내는데 작용한다. ³⁴⁾ 말하자면 표층의 서사에서 드러난 개별단위들을 전제로 심층의 서사가 구성되며, 표층의 서사를 이해할 수 있는 인식의 기제가 잠재적인 심층서사의 유추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표층적 서사와 심층적 서사는 서사연구를 위해 따로 분리하여 개별적인 것으로 다루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분리가 불가능하며, 연구자에게 심화된 연구를 할 수 있게 하는 개념적 틀임을 말해둔다.

(1) 표면적 서사

이야기(Story)는 관측가능한 정형의 텍스트로부터 끌어내온 무형의 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가시적인 유형의 형태로 나타내기 위해 하나의 단문인 서사적 명제를 성립시키거나 사건분류를 위한 표지(index)로 기술(paraphrase)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사건은 '하나의 상태로부터 또 하나의 상태로의 변화'로 정의되며 구조적인 기술은 이러한 사건들이 '시간적 연속'과 '인과관계'라는 결합원리를 근거로 하여, 어떻게 연결·결합되어 하나의 이야기(Story)를 만들어 내는가를 보여준다.

틸리(A. Tilly)는 모든 이야기 구조는 근본적으로 유사하다고 전제하면서, 그 구조의 유사성은 일련의 세가지 문제를 거치는 움직임을 공유하는데 있다고 한다.³⁵⁾ 그 세가지 문제의 움직임은 ①문제를 정립하고(establish), ②문제를 전개시키며(elaborate) ③문제를 해결한다(resolve)는 것이다. 전체 텍스트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이러한 공식은 서사의 복합성, 무정형성의 기저에 깔린 핵심적인 구조를 드러내게 해준다.

틸리가 말한 기본적인 공식은 서사의 허구적 세계는 처음의 균형은 붕괴되고, 끝에는 상이하고 새로운 균형이 생산된다는 토도로프(T. Todorov)의 모델을 연구함으로써 더욱 정교해질 수 있다.

토도로프의 서사모델은 두가지 요소로 전개된다. 그것은 균형 혹은 불균형이라는 '상태'(state)와 사건의 연쇄나 사건을 통한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의 '변화' 혹은 '과정'(passage)이다. 그리하여 이상적인 서사체는 어떤 힘 혹은 추진력에 의해 방해받는 안정된 상태(균형)로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처음의 균형은 개인적 차원보다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조화, 균형의 상태로 제시된다. 거기에서 결과적으로 불균형의 상태가 발생한다. 서사의 균형상태(원래상태)가 바람직하고 올바른 것이었다면 불균형의 힘(사회변화의 힘도 포함하여)은 필수적으로 악한의 역할을 떠맡게 되고, 복구의 사건은 반드시 균형상태 혹은 기존의 옹호된 질서를 되찾으려는 사회 중심적인 영웅에 의해서 수행된다. ³⁶⁾ 이러한 불균형의 반대방향의 추진력을 갖는 행위에 의해서 균형상태가 재확립된다. 토도로프는 서사의 종결부에서 발견되는 균형상태는 도입부의 균형상태와 유사하나 결코 동일하지는 않다고 하였다. 그래서 서사의 도입부와 종결부에 제시되는 균형상태를 비교하여 제기된 문제는 무엇이었고, 그에 대한 결론은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또한 불균형을 이루는 힘은 무엇이고, 어떤 사건이 균형을 이루거나 균형을 파괴하는 것으로 묘사되며, 어떠한 균형이 달성되는가에 대한 선택사항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균형의 개념은 이야기 내부에서 종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사회적 질서를 재현하는 방식과 그것이 기능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종국에 다다른 사회적 질서와 최초의 사회질서를 비교하는 것은 항상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야기 세계를 이루는 구성요소들, 인물들과 사건들의 변화와 개입된 요소들과 배제되어진 요소들, 인물의 권력과 지위의 관계적인 입장 등이 어떻게 변화하였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이데올로기적 틈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게 한다. 서사를 종결부의 주요기능은 새로운 균형상태를 확립함으로써 도입부에서 제기된 모순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데, 레비 스트로스(Levi-Strauss)의 신화물이 암시하듯 이러한 해결은 대개의 경우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수용자로 하여금 단지 그러한 대립의 긴장과 갈등으로부터 잠정적으로 벗어나서 심리적인 또는 정서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할 뿐이다. Webster에 따르면 "서사적 종결(narrative closure)"에 대해 "텍스트가 독자를 설득하여 어떤 특정 세계관의 당위성과 자연스러움을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하는 방식"³⁷⁾이라고 한다. 서사물의 통합체 분석을 위한 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한 또 한명은 바로 블라디미르 프로프(Vladimir Propp)이다. 프로프는 115개의 러시아 민담분석을 통해 추출한 서사명제들을 지배하는 동일한 구조를 발견해 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각각의 이야기(story)를 이루는 사건이나 존재물들의 가변적인 요소들로부터, 기저에 내재한 불변의 요소를 추출하여 '기능'(function)이라고 명명하고 '행동의 과정에 대해 갖는 그 의미의 관점에서 한정되는 어떤 작중 인물의 행위'³⁸⁾로 정의하였다. 프로프는 네가지 요점으로 자신의 연구를 요약하여 제시한다.

1.작중인물의 기능은,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수행되는가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하나의 이야기에 있어서 고정불변의 요소역할을 한다.

2. 민담에 나타난 기능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3. 기능의 계기는 항상 동일하다.

4. 모든 민담은 그 구조로 보아서 동일유형이다.³⁹⁾

프로프는 이러한 구조를 32가지의 서사기능의 연속으로써 서술하고 다시 6부분으로 범주를 만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민담속에 모두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고 선별적으로 몇 개만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나타나는 순서는 항상 동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프가 연구한 민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개인으로서 '그'나 '그녀'가 아니라 단지 서사구조내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와 관련된다. 아래 표와 같이 인물은 '행동의 영역'의 관점에서 정의되어진다. 표는 일곱 개의 "행동영역"에 위치한 여덟 개의 "인물 역할"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기능들과 인물들에 대한 형태학은 현대의 영화와 텔레비전에 세부적으로 적용되어져 왔고, 대부분의 현대의 대중적인 텔레비전 서사는 다소 이러한 구조에 정확하게 동조한다. 코즐로프(Kozloff)에 따르면, 미국의 텔레비전은 프로프가 연구한 러시아 민담과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일정한 주제와 상황, 그리고 표준화된 인물들은 거의 보편적인 심리적/신화적/사회적 호소력을 가지며, 이 때문에 대중적인 문화양식 속에 반복해서 나타난다고 한다.⁴⁰⁾

서사는 사회와 개인의 복잡하고 불명확한 관계를 세분화시키는 수단으로 보여진다. 서사에 나타난 사건들과 존재물들은 서사구조를 이루는 기능과 인물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선택되어진다는 것이다. 인류학적으로, 프로프의 서사틀은 젊은 남성이 사회를 받아들이게 되는 성숙의 과정에 대한 전형적인 이야기를 말해준다. 개인적인 성숙의 결과, 사회적인 제도의 일환으로 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으로 사회 속의 한 인간이 된 남성은 자기가 속한 사회의 역할과 책임의 망속으로 편입되어진다는 것이다.

프로프의 구조에 대한 이러한 설명에서 영웅과 악한사이의 투쟁은 질서와 무질서, 선과 악, 문화와 자연의 힘사이의 투쟁의 은유적인 변환이다. 그러한 투쟁은 모든 사회에 근본적인 것으로 서사는 인간과 그 속에서의 사회적인 요소의 역할을 탐험하게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이 통합체에 드러난 표층의 서사는 그 하나만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의의가 없다. 반드시 표층의 서사를 구성하는 계열체 단위의 성립배경을 분석하여 그 심층적 서사구조를 밝혀내는 작업과 동시에 이루어 져야만 한다.

(2) 심층적 서사

표층 서사가 이루어지는 단위들을 잡아 그들의 심층적이고 비가시적인 의미를 알아보는 것이 심층적 서사에서의 분석요체이다. 심층 서사는 발현된 표층서사의 존재없이는 분석이 불가능하므로, 표층 서사와 심층서사를 구분하는 것은 서사의 층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개념적 틀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분리가 불가능하게 연관되어 있다.

레비-스토로스(Levi-Strauss)는 통합체적 흐름으로부터 인물, 배경, 그리고 사건을 이루는 행위들을 추출해 낸후, 이항대립의 관점에서 유사와 차이의 계열체적인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신화적 서사에서의 심층구조(deep structure)를 찾아내었다. 이러한 심층구조는 다른 신화, 다른 서사와 공유하게 된다. 레비-스트로스는 결과적으로 개인적인 발화체가 아닌, 서사적 언어체에 관심이 있었다.

레비-스트로스는 한 체계 안에서 개념적 범주를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설명하는 '의미부여' 과정의 핵심이라고 한다. 이 같이 추상적 개념은 '은유적 전환'을 통해서 자연적이고도 구체적인 것으로 제시되는데, 그에 따르면 이 의미부여과정은 흔히 있는 문화적 과정으로 '구체적인 것의 논리' 또는 '유추적 사고'라고 불린다.⁴¹⁾

구체적으로 레비-스트로스는 모든 신화의 기초가 되고 있는 구조는 각기 두 개씩의 대립적 신화소가 <문화 : 자연 :: 실내 : 실외> 또는 <악당 : 영웅 :: 악 : 선)과 같은 상관관계를 갖는 4항 상동관계를 갖는다고 한다. 이 상관관계는 다시 제 3의 중개물을 통해 절대 화합할 수 없는 대립물을 은유적으로 중개해서 <어메리컨: 난어메리컨>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대립구조로 발전한다고 말한다.⁴²⁾

이와 같은 대립된 범주들간의 확실한 차이는 종종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극명하고 모순적이어서 대처할 수도 없어 보인다. 이러한 경우에 신화는 두가지 범주로부터 특성을 가진 영웅을 탄생시키게 된다. 그래서 많은 범죄에서의 영웅들은 사회의 가치체계와 범죄자들간의 그것 둘다로부터 기인한 특성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된다. 부가적으로 신화적 서사에서 그들은 중재자로서 역할하고, 질서와 무질서의 힘들간의 모순들을 해결하는 것으로 묘사되어진다. 그들의 이 두가지 세계의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의 구현(육화)은 중대한 신화적 기능으로 모순과의 대처하는 상상적인 방식을 입증한다. 모순은 그 자체로서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항대립 연구는 인물들의 사회적 유형(계층, 가치, 지위 등)이 어떻게 기호체계에 의해 구성되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이들 대립쌍들은 문화적으로 개입된 사회적 가치들이나 이데올로기적 경향들과 무관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연구는 심층문화적 수준에서 실제로 이야기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줄 수 있다.⁴³⁾

그레마스(A. Greimas)는 레비-스트로스와 마찬가지로 서사가 한쌍의 대립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본다. 그레마스의 심층서사구조를 성립시키는 논리적 기제는 반대(contrary)와 모순(contradictory)이라는 두가지 방식의 대립이다. 반대는 <흑 : 백>과 같은 것으로, 레비-스트로스의 A : B의 대립과 같은 맥락이다. 모순은 <흑 : 흑이 아닌 것-非 흑>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하나를 부정하여 다른 하나가 존재하는 관계이다. 그레마스는 레비-스트로스의 A와 B를 의미의 최소단위인 의미소(some) S₁ 과 S₂로 대치하여 다음의 '기호 4각형'을 제시하고 있다. '기호의 4각형'은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 내는 기본단위가 된다.

그레마스의 이러한 기호의 사각형은 의미작용의 기본구조로서, 표면에 드러난 서사단위들을 중심으로 잠재적인 관계구조를 알아보기 위해 이항대립 관계와 같은 계열체 분석을 통한 이야기의 심층구조를 찾아낼 수 있다. 반면, 시간적 인과원리에 의해 배열된 서사체를 중심으로 통합체 분석을 통한 표층구조를 파악하는데도 적용될 수 있다.

2) 담론(discourse)차원

서사의 담론(discourse)에 접근하는 결정적인 열쇠는 아마 이야기라는 것이 말 그대로 이야기 되어지는 것임을 이해하는 일일 것이다. 담론은 서사의 표현, 형식에 해당한다.⁴⁴⁾ 서사가 이야기 되어지는 것임을 이해할 때, 기본적으로 서사의 의사소통적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서사의 의사 소통 행위에는 반드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서사적 상황의 참여자들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사람으로서 서술자, 이야기의 구성요소인 사건이나 인물, 배경이 입각하여 행위, 혹은 존재하는 수단, 화법인 시점의 개념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형식, 서사 전달의 구조를 이루는 담론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담론 차원에서의 참여자, 서술자와 시점의 상이한 존재는 서사물의 형식을 구별하므로 서사물의 유형을 구분하는데도 적용된다.⁴⁵⁾

(1) 참여자

서사는 본질적으로 의사소통적(communicative)이다. 이야기 하기에서는 반드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그리고 텍스트인 이야기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때 이 텍스트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모사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표상해 놓은 것이므로, 그 안에는 다시 텍스트의 화자와 청자가 존재하게 된다. 그리하여 일반적인 서사적 커뮤니케이션의 모델은 다음과 같다.⁴⁶⁾

이는 부드(Booth)에 의해서 보편화된 서사 상황의 참여자들을 채트먼이 기호학적 소통모델을 통해 보다 명료화하기 위하여 만든 도식이다.

이 서사 텍스트의 소통모델에서 실제적으로 제외되고 있는 것은 '실제작가'(real author)와 '실제 독자'(real author)이다. 이들은 서사적 텍스트 외부, 현실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육신을 가진 실체이다. 실제작가와 실제독자의 목소리는 텍스트 내부에서 '내포작가'(implied author)와 '내포독자'(implied reader)에 의해서 대표되고 있다. 내포작가는 독자들이 텍스트를 읽으면서 구성해 낸 상상 속의 대상으로 텍스트의 모든 성분으로부터 독자에 의하여 추측되고 집성된 하나의 구성물이라 할 수 있다.⁴⁷⁾ 내포독자와 마찬가지로 내포독자 역시 하나의 구성물로서 실제독자나 텍스트 내부의 피화자와는 다르다. 내포독자는 서사물 자체에 의해 예상된 청중을 말한다. 채트먼은 이 모델의 개개요소들을 완전하게 다 갖추어야만 할 필요는 없으며 텍스트 안에는 하나씩의 내포작가와 내포독자를 가지고, 서술자와 피화자는 임의적이라고 말한다.

채트먼의 이러한 모델은 많은 서사이론가들에게 수정, 적용되었다 툴란(Toolan)은 내포작가는 '하나의 역할이 아니라, 태도'로 인격을 가진 인간이 아님을 밝히면서 내포작가와 내포독자를 서사소통 모델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한다.⁴⁸⁾ 즉 내포작가는 서사물의 진행과정, 즉 수용자의 구성에 있어서는 실제적인 위치를 갖지만 서사물의 전달에 있어서는 실제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해독하는 편에서의 실제적인 투시 국면이 아니라 그 해독하는 측과는 무관한 투시작용인 것이다. 리먼-케넌 또한 내포작가의 개념이 철저하게 실제 작가와 화자로부터 구별되고자 한다면, 내포작가라는 개념은 비인칭화(depersonify)되어야 하며, 말하는 사람이나 목소리(즉 하나의 주체)로서 보다는 한 벌의 내포적 규범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채트먼이 임의적·선택적이라고 했던 '화자'와 '피화자'를 소통상황의 성립요인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어떤 발화나 발화의 기록이라 할지라도 발화를 한 사람을 전제로 한다는 의미에 있어서, 이야기에는 항상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피화자도 최소한 은연중에라도 화자가 이야기 하고 있는 상대자로 항상 내포되어 있다⁴⁹⁾는 것이다.

채트먼의 서사소통 모델에 대한 여러 가지 서사이론가들의 지적과 제안이 있어왔지만, 이러한 모델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서사 모델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요소들이 철저하게 상호배타적이거나, 모든 상황에 다 참여하고 있어야만 모델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2) 서술자와 시점

서사의 필수불가결한 요건은 이야기의 내용(사건들의 시간적 연쇄)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의 화자이다. 다시 말하면, 서사는 사건이라는 내용과 서술하는 행위에 의해 성립된다.⁵⁰⁾ 다시 말하자면, 객관적인 사건의 전개를 그 서술대상으로 하는 서사적 허구물은 반드시 이야기와 서술자를 전제한다.⁵¹⁾ 이야기는 작중인물과 사건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자연히 사건은 시간성과 서술자의 시점에 주요 변인이 되어 텍스트 내에서 기능을 다하게 된다.⁵²⁾ 이러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자는 텍스트와 현실간의 이야기 세계를 넘나들면서 일차적으로 이야기의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판단을 내려주며, 독자들의 생각의 방향을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서술은 일반적으로 두가지 입장으로부터 유래한다. 하나는 이야기 바깥에서 이야기를 말하는 3인칭 서술자의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 내부에서 등장인물인 일인칭 서술자의 입장이다. 문학적인 서사는 공통적으로 이 서술의 양형태를 함께 사용한다. 3인칭 서술자는 주로 목소리만의 서술자(voice-over narrator)가 되며, 일인칭의 서술자는 화면위에 육신을 드러낸 서술자이다.⁵³⁾ 제럴드 프랭스(G. Prince)는 서술자가 텍스트를 기준으로 텍스트 즉, 여기서 이야기의 내부에 있는 작중인물일 때 그것을 일인칭 서사물이라고하고, 이야기 외부, 작중인물이 아닐 때, 그것을 3인칭 서사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텔레비전의 경우, 한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니므로 복합적인 작가성의 문제가 거론된다. 그레서 텔레비전 서사물에서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카메라'라고 한다. 이는 그 기계 자체 뿐만 아니라 서술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간편히 지칭해 준다.⁵⁴⁾ 카메라 서술자는 시청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3인칭의 서술이나 1인칭의 직접 언술없이 카메라의 시각 자체로 보여줄 뿐이다.

서술자가 하나의 시점을 채택하게 되면 그에 맞는 일정한 관례나 규칙을 준수해야 된다는 것도 주의를 요한다.⁵⁵⁾ 각 다른 유형의 서술자는 그에게 허용되는 시·공간적, 인지적 입장 등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각 서술자가 입지하고 있는 지위에 따라 독자가 구성도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서술자의 지위에 대한 사고를 통해, 서사 전달자의 유형에 따른 신뢰성이나 친근감, 객관성 등의 정도 차이가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다. 즉 서술자의 목소리의 '질'과 '억양'을 연구함으로써 서술자의 진실과 가치정도를 수용자가 인식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하여 많은 것이 밝혀질 수 있다는 것 이다.⁵⁶⁾

한편, 서사를 할 때 언제나 서사대상을 제시함에 있어서 어떤 시점(point of view)을 채택하게 된다. 시점이란 그와 관련지어서 서사적 사건들이 입각하는 물리적 장소나 이데올로기적인 상황, 또는 실제적인 삶의 지향을 가리킨다.

시점은 관념적이고 평가적인 위치로 생각될 수 있으며, 그 사건에 대한 묘사를 행하는 사람의 공간적이고 시간적인 위치(시, 공간적인 좌표에 고정된 위치)로, 지각적 특성이라는 측면에서 시점을 연구할 수도 있고, 문학에서처럼 언어적 의미에서 연구될 수도 있다. 이렇게 시점을 해석하는 수준에 따라 우스펜스키는 관념적 수준, 공간적이고 시간적인 수준, 심리적인 수준, 그리고 어법론적인 수준으로 구분한다. 이것을 크리스틴 톰슨(C. Tompson)은 어법적인 수준과 심리적인 수준을 제거하고 장르적인 수준, 인과적인 수준, 공간적인 수준, 시간적인 수준, 이데올로기적인 수준으로 구분하였다.⁵⁷⁾ 림먼-케넌은 지각적 국면, 심리적 국면, 관념적 국면으로 나누고 있다.

서사물에서 가능한 주요 시점은 세가지다. 첫째 유형은 '전통적' 또는 '고전적' 서사물에 특징적인 것으로서, 무제한 시점이라고 부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시점을 통하여 화자는 무엇을 그려내든 하등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서사대상은 임의의 모든 시각에서 보아진다. 즉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과 같은 입장에서도 보아질 수 있고, 중심이나 주변이나 정면으로부터도 보아질 수 있다. 작자(화자)가 그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하든, 또 시점을 몇 번을 바꾸든, 아무것도 방해될 것이 없다.

두 번째 유형은 내적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서, 모든 것이 엄격하게 한 사람 또는 소수의 작중인물의 지각과 감정과 지식을 통해서만 제시된다.

세 번째 유형은 외적 시점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경우에 화자는 모든 것을 엄격하게 외부로부터 제시한다. 즉 화자는 작중인물의 행동이나 육체적 외양을 그려내기는 하지만 작중인물의 감정이나 사고내용은 기술하지 않는다.⁵⁸⁾

채택된 시점의 유형은 이야기되는 사건들의 종류와 그것들을 이야기하는 방식뿐만이 아니라, 독자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외적 시점이 채택되었을때는 작중인물들의 감정이나 그들의 행동의 의미나 제시된 사건의 의미 등을 평정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책임이다. 그리고 고정된 내적 시점이 채용되었을 때에는, 그 시점으로 인해 서사대상이 왜곡되지나 않았는가, 왜곡되었다면 어떻게 왜곡되었는가,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 독자의 책임이다. 그리고 복수내적시점이 사용되었을때에는 서사대상에 대한 누구의 이야기가 가장 진실에 가까운 것인가를 독자가 알아내야 한다.⁵⁹⁾

슈탄젤(F. Stanzel)은 시점을 인칭과 관점, 서술법이라는 세가지 의미로 나누어 설명찬다. 인칭은 말하는 사람과 텍스트의 인물이 존재하는 영역에 따른 구분이다. 화자와 인물의 존재영역이 동일할 때 일인칭, 동일하지 않을 때 삼인칭이 된다. 관점은 시점이 입지해 있는 영역에 따라 구분된다. 시점이 인물의 외부 혹은 내부에 속하느냐에 따라 관점이 정해진다. 마지막으로 서술법이란 화자와 독자 간의 상호작용적 관계에서 누가 서술하고, 보여주는 사람은 누구이며, 말해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문제, 즉 주관화시키는가, 객관화시키는가를 볼 때 이용된다.⁶⁰⁾

하나의 시점에서 다른 시점에로의 전이, 어떤 서술 방법으로부터 다른 서술 방법으로의 전이에는 그 특정한 작품에 독특한 조화와 질서가 작용하는 것임에 틀림없다.⁶¹⁾ 현대서사에 있어서 시점이란 용어가 더 이상 서사화법에 있어서의 화자를 지칭하는 용어만은 아님을 많은 이론들이 밝히고 있으며 또한 표현 매체에서 시점이 서사물의 질을 결정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앞서 살펴본 서술자와 시점의 개념은 전통적인 서사이론 연구에 의해 드러난 것으로 아직도 연구하에 있다고 보여진다. 단순히 문학의 영역을 넘어서서 서사물을 표현하는 많은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서술자와 시점의 개념과 구분은 명확한 일치점을 보이지 않으므로, 개별 연구의 텍스트에 맞추어 융통성있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음은 이제까지 중심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었던 전형적인 서사장르와는 달리 상업적 맥락을 근거로 이루어지는 텔레비전의 광고 텍스트를 서사로 보고, 이러한 서사이론에 대한 논의가 광고에서는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3. 서사로서의 광고

1) 텔레비전 광고와 서사

영상매체 가운데 텔레비전은 가장 지배적인 매체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가장 특징적인 산물로 그것이 속한 사회전체로부터 부여받은 권위를 가지고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적인 의미와 즐거움을 유포하는 하나의 사회제도라 할 수 있다. 이 사회구조가 생산과 재생산의 지속적인 과정을 유지해 나가는 사회역학에서 텔레비전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에게 특유의 진솔하고 실제에 충실한 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⁶²⁾

텔레비전이 현대사회에서 갖는 이러한 지위와 역할은 무엇보다도 이야기 하기(story-telling)의 매체로서 갖는 특성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이야기 하기로서 서사는 언어와 같이 인간이 세계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식의 기제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생산하는 상이한 서사들은 텔레비전이 갖는 특수한 관습과 재현의 메카니즘을 통해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다가오며, 그러한 서사를 통해 현실에 대한 우리의 경험과 이해를 구축하게 만든다.

이러한 이야기의 전달매체인 텔레비전의 사회적 역할을 이른바 텔레비전의 '음유시인적 기능'으로 말할수 있다. 이는 중세 켈트사회의 음유시인의 역할과 텔레비전의 사회적 역할이 가진 유사성에 착안하여 피스크와 하틀리(Fiske & Hartely)가 텔레비전의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의미화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즉 중세 켈트사회에서의 음유시인들과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은 고유하고 확인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로서, 그것을 허가하고 지원하는 지배집단의 언행을 특유의 수사적(rhetoric) 언어로 표현, 사회에 재현(representation)함으로써 지배집단과 사회전반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⁶³⁾

텔레비전은 우선적으로 그 양식에서 서사적이다. 텔레비전 드라마는 명백하게 서사적이며, 전통적으로 허구물의 범주에서 제외되는 뉴스 또한 그러하다. 다큐멘터리, 스포츠, 퀴즈쇼 등은 한 명 이상의 인물이 등장하여 문제를 일으키고, 서로 갈등하며 해결에 이르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많은 광고와 락비디오는 소서사(mini-narrative)들에 해당한다.

한편,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형식의 서사물들과 텔레비전 서사물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포이어(Feuer)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시리즈(series)와 연속극(serials)을 텔레비전의 지배적인 서사형식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설과 영화가 일회적이고 완성되며, 폐쇄적인 전형적인 서사임에 비해 시리즈와 연속극은 더욱 내재적인 개방성을 지녔다고 보았다. 텔레비전 연속극은 결코 종점에 다가가지 못하고, 균형상태로 제시되는 기본적인 상태의 부재로부터 출발하는 전형적인 서사구조를 따른다고 한다.

또한 텔레비전의 텍스트와 서사는 전형적으로 파편화되어있다. 서사의 전통적인 발단, 전개와 그 해결에 이르게 되는 인과원리의 연속들은 텔레비전의 광고, 프로 선전, 스팟뉴스나 그외 여러 가지로 인하여 끊임없이 방해받는다. 그리하여 포이어(Feuer)는 텔레비전은 세가지와 이야기 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들을 끊임없이 분절시키고 방해하는데, 그것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광고와 프로 선전, 시청하는 가족상황으로 분리되고 단절되는 세계라는 것이다. 이야기 세계를 방해하는 서사의 이러한 분절은 텔레비전의 기구의 특징이다. 상업적인 마케팅 믹스와 광고, 수용의 가정 양태는 텔레비전 시청을 경계없이 연결시키면서, 동시에 방해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야기 세계를 가로지르는 이러한 일상과 텔레비전의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은 일반적으로 소설이나 영화에서보다 더욱 뚜렷하다.⁶⁴⁾

텔레비전의 매체적인 특성은 텔레비전 서사의 특성을 일반화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적지않은 매체 연구가들이 개별적인 텔레비전 서사물의 구성 방식과 심층구조를 파악해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러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서사적 분석은 주로 드라마 장르와 뉴스연구에 집중되었다. 드라마와는 달리 명백하게 현실을 담아낸다고 여겨지는 텔레비전 뉴스는, Darton에 의하면 그 특징에 있어서 이야기하기(story-telling)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안에는 주연과 조연,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 영웅과 악한, 시작과 종결의 상태가 제시된다고 한다. 사건을 변화시키는 극적 전환이 있고, 친숙한 구성에 의존하는 담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⁶⁵⁾ 또, 코즐로프(S. Kozloff)는 뉴스 가운데 범인 체포에 대한 이야기의 경우는 형사물 프로그램과 유사한 서사적 형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스페리(Sperry)는 텔레비전 뉴스는 프라임 타임대에 할당된 영웅적 줄거리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 하나의 서사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뉴스구조에 깔린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는 사회의 각종 영웅과 악당에 대한 이야기로서 이것은 마치 드라마(soap opera)와 같이 우리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픽션(fiction)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또한, 텔레비전 뉴스의 앵커맨이 전통적 의미에서의 서술자(narrator)로서 이야기를 이끌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전지전능한 이야기꾼으로 위치 지워져 있다고 지적했다.⁶⁶⁾

특히 텔레비전 광고는 상품판매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소구전략을 구사하고자 노력하며, 이러한 인간 본연의 행위물인 서사물의 형식을 차용한 형태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그것이 가장 강력하며,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쉽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본고에서는 툴란(Toolan)이 제시한 서사물의 일반적인 특성을 꼽아 보았다. 광고 텍스트를 이에다 적용시켜 볼 때, 얼마나 많은 광고들이 이러한 서사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는 쉽게 드러난다.

첫째, 광고는 하나의 텍스트이다. 다시 말해 재현의 그물을 통과해서 걸러진 인공물이라는 것이다. 광고 텍스트가 추구하는 목적 즉,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수단과 방법에 맞게 현실을 조작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구성물이다. 둘째, 광고의 매체적 특성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이해와 기존에 광고의 표현방식에 대한 경험으로 학습된 결과, 광고 텍스트의 전형성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셋째, 광고는 매우 짧은 시간동안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광고 텍스트 속에는 서사의 발단, 전개, 결말이 다 포함되어 있기란 어럽다. 그러나 광고는 단일한 장면으로도 서사의 전·후를 예측할 수 있는 함축된 서사성을 지니고 있어서 종결부에 상품을 제시하는 것으로 서사의 발단, 전개가 말해지기도 한다. 넷째, 광고 텍스트는 근본적으로 의사소통적이다. 광고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로서 어떠한 의도를 가진 화자(서술자)가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청자에게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광고 텍스트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계열적, 통합적으로 치환되면서 사건의 시, 공간적인 요소를 다르게 배열하며 이러한 요소들은 고도로 함축적이다. 광고에 배치하는 인물이나 배경, 사건등은 상품소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하나하나를 엄선한 최대치를 표현한다.

광고는 현실세계의 익숙한 사물들을 광고세계의 기호로 만들어서 또다른 현실을 창조해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상품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세계와 유사한 광고의 세계를 만들어 제시한다. 에슬린 마틴(E. Martin)은 대부분의 광고들이 기본적으로 실제생활의 유사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현실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서사적인 요소들을 지닐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흔히 볼 수 있는 광고에서, 어떤 아름다운 소녀는 그녀의 머리가 전에는 윤기가 없고 뻣뻣했으나 지금은 윤기를 띄며 활력에 넘치고 부드러워 졌다고 자랑스럽게 뽐내면서 이야기 한다. 그녀는 이러한 이야기를 위해 만들어진 가공의 인물이며, 이는 사건의 기본적인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시간적인 연쇄를 따라 전후를 구분하는 것은 바로 그녀의 삶에 있어서 전환점을 기록한 하나의 사건인데, 바로 샴푸라는 상품의 발견이다. '이렇듯,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광고는 명백하게 혹은 함축적으로 이야기를 가진 서사적 형태를 띄고 있다고 하겠다. 광고는 30초 혹은 50초 이내의 최소한의 길이에 최대한의 웅축된 서사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하고 함축적인 서사 혹은 소서사(mini-narrative)가 발견되어지기 쉽다.

에슬린 마틴은 또 이러한 서사로서의 광고는 많은 경우 공식에 가까운 전개를 보인다고 말한다.⁶⁷⁾ 첫 번째는 설명과 함께 문제가 제시되며, 이때 재앙이 위협한다. 두 번째, 현명한 친구 또는 믿을 수 있는 친구가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것은 늘 통찰과 전환의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그것은 상품이나 용역을 통한 획기적이며, 가장 현명하다고 여겨지는 선택을 제공한다. 세번째는 잠재적으로 비극적인 상황에 행복한 결론을 제시한다. 이러한 거의 공식에 가까운 3박자의 전개가 궁극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건강, 직업, 또는 가정의 평화와 같은 사회적인 기본질서, 안정적인 사회가 추구하는 덕목이다. 이 모든 것들이 광고 메세지가 전달되는 짧은 시간내에 순간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은 충분한 의식의 단계에 까지 도달하여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확실한 결론에 이를 수 있는 이러한 광고의 잠재적인 능력을 암시해 준다. 짧은 시간에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떼문에 자연스럽게 상식적인 세계관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서사적 형식을 띈 광고 텍스트가 그토록 편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에슬린 마틴은 광고 커뮤니케이션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수많은 경험적 연구의 결과가 집적된 가장 성공적인 형태가 바로 이 서사적 형식의 광고라고 주장한다.

2) 광고서사의 소통모델

앞서 광고 텍스트가 서사물 일반이 가지고 있는 인물과 사건, 배경과 같은 구성요소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서사물로 성립될 수 있는 조건을 광고 텍스트에 적용시켜 살펴봄으로써 서사적 형식의 광고의 보편성을 짚어 보았다. 이렇게 광고를 서사로 볼 때, 서사물의 기본적인 의사소통적 속성이 광고에서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가 논의의 중심에 떠오른다.

광고는 상업적인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형태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공유하고 있는 송신자와 메시지, 수신자를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바바라 스턴(B. Stern)의 논의에 따르면, 서사적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성립시키는 말하는 사람(화자)과 듣는사람(청자)은 각각 현실세계와 광고 텍스트 세계속에 존재하게 된다고 한다. 이는 광고가 하나의 재현물로서 현실세계를 광고의 의도와 목적에 맞게 표상해낸 인공물이기 때문이다. 광고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텍스트에 의한 재생산(textual reproduction)이지 그 자체는 아니다. 즉 만들어진(crafted) 텍스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광고는 현실세계(real life)가 아니라 가상의 세계(virtual life)의 영역에서 만들어진다. 즉 현실세계를 어떻게 유사하게 묘사하는가를 결정하는 문학적인 관습에 빚지고 있는 현실의 모방이다. 문학과 마찬가지로 광고는 재현이고 '삶의 모방'이다.⁶⁸⁾ 그래서 '만들어진 텍스트'(crafted text)와 실제생활의 발화행위는 같은 것일 수가 없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텍스트를 경계로 하여 텍스트 내부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텍스트 외부에 있는 것인지이다.

이러한 구분은 텍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구두적 커뮤니케이션(oral communication)모델에서는 성립할 수 없다. 구두적 커뮤니케이션 상황이 배제된, 텍스트를 전제로 한 모든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이러한 구분은 필수적이다. 이는 다수의 저자, 텍스트 서사성의 역동성, 구축된 의미에 참여하는 능동적인 메시지 수신자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다. 이는 텍스트 내부와 텍스트 외부의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발화행위와 관련해 송신자, 메시지(텍스트), 수용자(수신자)의 3각 관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모델이 있다. 실제생활에서 일어나는 직접 발화행위는 첫째, 송신자와 수신자의 커뮤니케이션이 현실의 시·공간에서 발생한다는 점, 둘째, 발화 주체와 말하는 사람이 같다는 것, 셋째, 상호 교류하는 발화내용은 정보적인 것이고 넷째, 발화되자마자 사라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구두적 커뮤니케이션의 면대면의 물리적 근접성, 단일한 수의 화자와 청자, 한 끝에서(adresser, source, sender) 다른 끝으로(adressee, receiver, receipient) 전달되는 정보의 단위, 송신자의 의도에 따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신자 등의 특성은 근본적으로 매우 단선적이다. 이러한 단일성과 단선성은 공동 창조자로서 광고주, 프로모셔널한 텍스트, 소비자의 역동적이고 상호작용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설명해 낼수가 없다. 그 이유는 첫째, 송신자와 수신자는 단일한 구성체라고 추정한다. 둘째,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 되어질 수 있는(작용할 수 있는) 메시지 내용을 설명하지 못한다. 셋째, 송신자가 전달하는 정보의 대상자로서 수동적인 수용자를 상정한다. 이는 발생학적 근원에서 기인하는 문제이다. 즉 이 모델은 만들어져 쓰여진 산문이라기 보다 매일매일의 구두적 발화행위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는 구두적인 발화행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쓰여진 텍스트(written text)에 속한다.

광고를 하나의 텍스트(text)로서 '만들어진' 현상으로 개념화 될 수 있는 이유는 텍스트의 개념으로로 설명될 수 있다. 텍스트는 일반적으로 "writing", 즉 일반적인 문학적,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약호를 구현한 모든 쓰여진 문서, 나아가 그러한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가능한 것, 공공에게 접근 가능할 수 있도록 창조되고, 기록되어진 모든 문화적 산물에 다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는 바로 마케팅의 맥락에서 성립되는 특수한 하나의 텍스트 유형으로 정의되어질 수 있다.⁶⁹⁾

이와 같이, 일반적인 발화행위와는 구분되는 광고 텍스트의 커뮤니케이션 상황은 텍스트를 중심으로 외부와 내부로 나눌 수 있다. 나누어진 텍스트 외부와 내부의 세계에는 다시 송신자와 수신자, 메시지라는 상호작용적 커뮤니케이션 요소들이 배치되게 된다. 이는 앞에서 제시한 채트먼의 서사 소통의 모델과 일맥상통한다.⁷⁰⁾

이에 바바라 스턴(B. Stern)은 상업적인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광고 텍스트를 위한 개정된 서사적 소통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이 모델이 근거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는 광고 텍스트의 송신자(source)와 소비자(consumer)의 다차원성, 상호작용성에 근거하고 있다. 또한 현실세계와 가상의 세계사 이의 경계를 이해하여야 하며, 각각의 세계에 존재하는 송신자와 수용자(소비자)의 존재를 전제한 것이다. 즉, 송신자는 텍스트를 경계로 해서 텍스트 내부, 즉 현실세계에서는 광고주와 실제 광고제작자가 있으며, 텍스트 내부에 존재하는 가상세계의 메세지 송신자 즉, 서술자는 광고 텍스트속의 등장 인물(그것이 한 육신을 가진 등장인물이든, 목소리만의 서술자이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메세지(텍스트)는 바로 현실세계의 광고주와 제작자의 목소리를 텍스트 내부에서 실현시키는 등장인물(persona)의 전달 메시지가 된다.

소비자(수용자) 또한 텍스트 내부와 외부에 다차원적으로 존재한다. 광고주(sponsorial) 소비자와 실제 소비자가 현실세계의 소비자이고, 내포 소비자는 텍스트 내부에서 일관되게 기대되는 이상적인 소비자를 말한다.

내포 소비자는 광고의 의도와 목적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고 여겨지는 소비자이다. 내포 소비자라는 말은 문학 텍스트를 대상으로 '내포 독자'(implied reader, Iser), '모델 독자'(model reader, Eco, 1979), '가상의 독자'(virtual reader, Prince, 1973), '서사적 수용자'(narrative audience, Rabinolvitz, 1980), '공공 피화자'(public narratee, ganser, 1986) 등의 용어를 광고 컨텍스트(Context)에다 적용한 것이다.

이런 명칭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내포 수신자에 대한 공통적인 정의는 '이상적인 수용자로 기대되는 상상된 메시지 수신자'로서 모든 텍스트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Ong은 "역사가, 학자, 과학자 뿐만 아니라 사소한 편지를 쓰는 사람들도 모두 그들의 수용자를 상상하며, 그들에게 할당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수용자들에게 정해진 위치와 임무를 준다"고 말한다.⁷¹⁾ 그리하여 광고 텍스트 속에는 메시지를 수용하여 궁극적으로 상품을 소비하기를 기대하는 '내포 소비자(implied consumer)'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포 소비자는 광고가 만들어내는 허구적인 이야기 세계 내부의 사건과 인물들의 존재를 반드시 인정한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다. 그래서 내포 소비자는 광고 텍스트 내부에서 허구적 이야기를 전달하는 등장인물과 같은 신념, 편견, 희망, 두려움, 가치와 커뮤니케이션 약호를 공유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광고주 소비자(sponsorial consumer)는 텍스트 외부에 눈을 돌릴 때, 가장 먼저 마주치는 소비자이다. 광고제작에 필요한 경비와 시간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복합적인 집단이다. 광고주는 일차적으로 만들어진 광고 텍스트가 공중에게 도달하기 이전에 광고 제작료를 지불하고 승인해야 하므로 광고가 처음으로 설득해야 하는 대상이 바로 광고주이다. 문학작품의 경우에는 작품의 발표이전에 허구적 작품의 가치를 인정해야하는 문학의 기성단체(편집자)등이 이에 속한다. 한편, 실제 소비자(real consumer)는 광고가 목표로하고 있는 타겟 오디언스(target audience)로 현실세계를 구성하는 개인들 이다. 이렇게 하여 광고서사의 전체적인 소통 모델은 다음과 같다.⁷²⁾

이 그림에서 왼쪽 끝은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모델의 요소들이다. 각 요소에 해당하는 송신자, 메시지, 수신자의 다차원성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발화행위와 구분되는 상업적인 컨텍스트(Context)의 광고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