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시대의 반영이며, 생활의 표현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TV광고 역시 변화하는 사회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TV광고 30년을 되돌아 볼 때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그러한 변화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대별로 나타나고 있는 한국 TV광고의 creative적 경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전체적 흐름과 경향을 볼 때 한국 TV의 변화과정에 대하여 하나의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의 TV광고는 약 5년을 주기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광고의 creative가 어느 한 시점을 분수령으로 확연히 구분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의 주도적인 흐름이 일정한 기간을 주기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1995년을 고비로 한국의 TV광고가 또 다른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creative의 측면에서 그 동안 전 품목에 유행하고 있던 post modernism경향의 광고가 퇴조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post modernism적인 광고는 감각적으로는 새로운 느낌을 주었을지는 모르나 소비자 설득이라는 측면에서는 부단한 회의를 받아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불황기에는 광고주는 광고에 대하여 판매촉진의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1995년을 고비로 한국의 경제는 심각한 불황의 증후가 나타나고 있다. 수출이 줄고 내수시장 역시 눈에 띄게 위축되었다. 따라서 광고에 있어서도 상품판매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유형의 광고가 요구되었다. 소비시장의 변화와 광고 환경의 변화는 이미지적인 광고보다는 좀더 직접적이고 명확한 광고를 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5년부터 전면적으로 개방된 외국의 완제품 수입 TV광고는 한국 TV광고의 creative에 적지 않은 자극을 주었다.

IBM의 코끼리편으로 시작된 외국의 완제품 수입광고는 코카콜라라든가 펩시콜라를 비롯하여 나이키, 리복 등 한국 시장에서 상당한 기반을 구축한 수입상품을 중심으로 점차로 확산되었다. 다국적 기업 상품 광고의 공통적인 특징은 언어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광고에 있어서 아이디어는 문화와 언어, 그리고 생활수준의 차이까지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 완제품 수입광고에서 표현되고 있는 뛰어난 아이디어는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Post modernism 광고에 권태를 느끼고 있던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매우 신선한 느낌으로 받아들여 졌다. 그러한 자극은 한국 TV광고의 creative가 또 다른 변화를 하지 않으면 안될 구체적인 동기로 작용하였다. 그런 점에서 1966년에 시작된 "디지탈 011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캠페인과 OB 라거맥주의 "랄랄라" 캠페인, 그리고 유공의 "헌차, 새차, 내차" 캠페인은 한국 TV광고의 새로운 방향을 유도하는 역할을 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1995년은 creative 측면에서의 환경변화와 함께 매체 환경에 있어서도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독립적인 영업권과 편성권을 가진 지역민방이 생겨났으며 CABLE-TV가 방송을 시작하였다. 위성방송 또한 방송을 시작하였다. 이제 한국의 소비자는 한정된 TV채널을 통해서만 영상광고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영상광고를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

광고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은 광고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경쟁이 더욱 심해졌을 뿐 아니라 하나 하나의 광고가 소비자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축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광고는 국제화되고 있는 경쟁환경과 복잡해지는 매체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수용할 수 있는 creative의 끊임없는 모색과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매체 환경에 대한 기술적 대책이 동시에 필요한 시기이다. 앞으로의 영상광고란 단순히 TV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전개될 multi media의 시대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일종의 전환기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어떻게 방향을 잡느냐에 따라 한국 영상광고의 장래가 결정되어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TV 광고를 다루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직업적 수명은 다른 분야와 비교하여 상당히 짧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TV 광고가 대중들의 기호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데 비하여 크리에이터들의 사고와 감각이 뒤쫓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들은 부단히 미래의 경향을 예측하고 준비를 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 TV 광고의 변천과정을 다루고 있는 본 논문이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미래의 경향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로서 활용되어 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