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연구의 결론 및 논의

이 연구는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은 상호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따라서 어떤 문화권에 있는 이론이나 모델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지 검증을 받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한국의 문화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출발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이 연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된 순응-획득 모델을 한국에 도입하기 전에 한국의 상황에서 접근하여 검증해 보고 한국의 상황에 맞게 개선, 변형해 보고자 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고 연구를 행하였다.

구체적인 검증 작업을 위해 순응-획득 모델에 맞는 연구범위는 첫째, 한국인들의 설득메시지 유형을 찾고 둘째, 이러한 설득메시지 유형이 한국적인 상황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관련 변수들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연구범위에 맞게 연구문제를 설정하여 연구를 행하였는데 연구결과 들을 살펴보면 먼저, 한국 대학생들이 요청할 때 사장하는 설득메시지들을 "12 가지"로 유형화 할 수 있었다.

이때, 이런 유형화 작업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가장 의미 있는 발견으로 한국 대학생은 요청할 때 우선 상대방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전략들이 "부탁의 필요 언급"은 기본적인 전략으로 제외하더라도 "부탁의 구체적 이유 설명"과 같은 전략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부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사용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전략을 고려해 보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전략들이 "상대방 사정 이해", "상대방 능력 인정", "상대방 부담 줄이기", 상대방에게 "미안함 표시"와 같은 전략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상대방의 측면에서 고려된 전략들은 자신의 측면에서 강력하게 소구하는 요청 전략 보다는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그리고 우회적인 전략이 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앞서 서구의 순응-획득 모델의 기본 개념과 전략 유형화에서 살펴보았 듯이 서구의 설득메시지전략에 대한 기본 접근은 교환 이론 접근¹⁰⁵⁾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에게 어떤 것을 얻기 위해서는 요청자 자신의 어떤 다른 것을 교환한다는 접근이다. 다시 말하면, 요청자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만한 충분한 자원이 있다면 상대방은 부탁을 들어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구의 접근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인들의 요청 전략에서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교환 이론 접근이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단지 "보상 및 보답" 전략만이 그러한 접근을 깔고 있다.

셋째, "친밀한 분위기 조성" 전략 역시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전략으로 이는 관계의 중요성과 요청 상황의 분위기를 이용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문헌 검토를 해 본 결과, 한국인들은 인정주의적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이러한 전략을 이용한다는 것은 결국 한국인들은 인정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다른 사람과의 정을 중시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설득메시지 중 한국 대학생이 많이 사용하는 전략들을 살펴 본 결과, "부탁의 필요 언급(21.4%)", "상대방 부담 줄이기(15.1%)", "미안함 표시 (14.6%)", "부탁의 구체적 이유 설명(10.8%)"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에서도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즉, 한국 대학생들은 부탁을 할 때 자신 보다는 먼저 상대방을 고려하여 상대방이 부담을 덜 가지도록 하는 전략들을 중심으로 설득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관련 변수가 설득메시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에 대한 결과를 살펴보면 모든 관련 변수 "사회적 지위", "친밀성", "요청의 크기"는 설득 메시지 선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이때, 실제 요청상황에 있어서 변수들은 서로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따라서 변수들은 상호작용하여 설득메시지 선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시 말해, 요청 상황에 따라 뚜렷이 구분되는 설득메시지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데 결국, 한국인들은 권위주의적, 정적 인간주의(情的 人間主義)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사고방식은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깊은 영향을 끼쳐 사회적 행동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연구 결과들에 대한 논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한국 대학생들은 요청할 때 우선 상대방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둘째, 한국 대학생들은 요청할 때 한국인들이 중요시 여기는 권위주의, 정적 인간주의에 영향을 받아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와 상대방과의 "친밀성"을 고려하고 더불어 "요청의 크기"를 고려하면서 설득메시지를 작성한다. 셋째, 이러한 사실로 보아 서구의 순응-획득 모델은 한국의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문제제기에서 언급한 바 대로 이 연구가 나오게 된 근거인 커뮤니케이션과 문화는 상호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통해서도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다시 말해, 문화가 다른 상황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달라지는 것으로 한국인들은 설득메시지를 작성할 때 한국적인 문화적 영향을 받으며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이번에는 문화가 규정되고 형성, 전달, 학습되므로써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문화 사이에 상호영향이 생겨나게 됨을 알 수 있다.

제2절 연구의 한계와 앞으로의 연구를 위한 제언

앞으로의 순응-획득 모델에 관한 연구를 위하여 이 연구의 제한점을 지적하고 몇 가지 제언을 해보자면 첫째, 한국적인 상황에서 설득메시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관련 개념들이 충분히 개발되거나 연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연구에서는 관련변수들을 관계 문헌을 통해 추출하였는데 이러한 문헌들은 대개 경험적인 연구 방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단지 한국인의 의식구조나 성격 특성에 관해 일상적 관찰, 통찰력 또는 추론에 근거한 에세이 형태의 글이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설득메시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관련 변수들 -그러한 변수들이 대인관계의 특징이건, 개인적 특징이건 간에- 을 문헌적인 고찰을 넘어서 기술적인 방법과 실증적인 방법 모두를 이용하여 경험적으로 도출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위의 관련 변수와 관련된 제언으로, 그나마 한국인의 심리에 관한 연구 경향 중에서 한국인의 사회적 관계, 특히 대인 상호작용 과징에서 현상적으로 존재한다고 가정될 수 있는 눈치, 핑계, 체면, 겸손, 정(情) 등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 지고 있는데 이러한 한국적인 개념들을 어떻게 신뢰성 있게 측정하여 설득 메시지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순응-획득 연구는 언어적 메시지에 관한 연구로 이러한 연구에는 주변 상황의 분위기나 말의 어투, 액센트, 얼굴 표정 등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연구방법상의 한계로 설문지를 이용하여 그러한 요인들을 고려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나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요청자의 설득 메시지를 녹음한다거나 더 나아가 대인 설득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이루어지는 상황을 비디오로 촬영한다거나 하여 앞의 요인들을 고려하여 연구방법상의 한계를 좁혀 나아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가장 큰 한계점은 설득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효과의 측면을 살펴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원이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의 측면을 살펴보기 이전에 먼저 정확하게 어떻게 설득메시지를 작성하는가에 관한 연구가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곧, 이러한 연구가 존재해야만 설득 커뮤니재이션 연구의 효과의 측면까지 나아가 연구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