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내 위스키 시장의 규모와 추세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게 되면 음주패턴도 달라진다. 최근 국내 주류시장이 완전 개방되어 세계적인 양질의 고급 위스키가 대량 수입됨에 따라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한편 수입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간의 가격 경쟁으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은 줄어 음주 성향은 점차 다양화, 고급화 되어 가고 있다.

최근 몇년동안 국내 위스키 시장은 급성장을 거듭하여 96년의 국내 전체⁽⁹⁾ 주류시장의 규모는 약 6조원으로서 85년의 4조5천억원보다 33% 증가하였다. ' 국내 위스키 판매액을 년도별로 살펴보면 92년에 2,703억원, 93년에 3,107억원, 94년에 4,111억원⁽¹⁰⁾, 95년에 6,100억원 그리고 96년 예상 판매액이 9,500억원으로서 최근 5년간의 년평균 성장률은38%에 이르게 되었다. 96년 위스키 시장 규모를 전체 주류시장의 규모와 비교해 보면 약 1/6에 해당하는 크기이며 95년의 위스키 시장 규모와 비교해 볼 때는 56%의 증가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동안 전체 주류시장의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로서 위스키가 점차 주류 시장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위스키 관련업체들의 조사에 의하면 2000년대에는 국내 위스키 시장이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어 국내의 위스키 제조업체들은 위스키 원액을 미리 확보해 두고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¹¹⁾

2. 국내 위스키 시장의 구조 및 경쟁상황

1988년 올림픽 특별수요로 인하여 맥주등 고가제품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위스키도 함께 수요가 늘어갔다. 그 후 경기의 침체로 다시금 저가제품들이 인기를 누리게 되었으나 위스키만은 계속 성장세를 유지하였다. 이렇듯 위스키가 계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제품 이미지가 고급으로서 선물용은 물론, 고급 레스토랑이나 유흥업소등에서 접대용으로 많이 애용되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되리라 예상되어지므로 현재까지 소비가 미미한 가정용 위스키 시장을 어떻게 선점할 것인가의 전략이 향후위스키 업계의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스키는 그동안 숙성기간이 5∼10년인 스탠더드급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나 '94년부터 생산된 12년산 프레미엄급 위스키가 확산되고 있고, 15년산의 고급폭도 개발하고 있어서 그간의 원액함량 19.9%의 기타재제주나 국산특급 위스키는 시장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이처럼 위스키의 국내 소비가 대량화, 고급화의 형태로 발전하자 외국의 위스키 제조사들은 우리나라 위스키 시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 오고 있다. 세계적인 주류전문지인 임팩트 인터내셔널은 한국의 양주시장이 93년 세계 13위에서 94년 세계 6위로 올라섰다고 지적한 바 있다.⁽¹²⁾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 직판체제를 갖추고 유명 브랜드를 수입 판매하려는 외국기업체들이 늘고 있어 국내 위스키 제조사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국내 주류업체들도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94년 5월 진로에서 발매한 12년산 임페리얼 클래식은 '96년 상반기까지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 두산씨그램도 같은 급의 퀸앤과 윈저프리미어를 개발하여, 수입위스키인 딤플, 죠니워커 등과 각축을 벌이고 있다.

3. 국산 위스키 광고의 흐름

1975년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원액함량 20% 미만 위스키인 죠지 드레이크와 에릭사가 발매된 이래 20년 동안 30종이 넘는 위스키가 생산되었으며 그에 따라 위스키 광고도 꾸준히 제작되어 왔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위스키들은 대부분 스코틀랜드산 원액을 사용한 위스키였다. 이는 전통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관습으로 볼 때 위스키 본고장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스카치위스키를 정통위스키로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위스키는 속성상 원액의 품질과 블랜딩 기술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기타재제주는 20%미만의 수입 몰트 원액에다 국산 주정을 혼합 사용하므로 맛과 향에서 떨어지고 순수 위스키와는 그 차이가 커 광고에서는 품질이나 정통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주로 블랜딩 기술력이나 맛과 향, 그리고 부담없이 즐기는 위스키 등으로 표현하게 되는 한계성을 가지게 된다. 오늘날은 국민 소득의 증대로 인하여 소비자의 기호가 점점 고급화되어가면서 이같은 저급 위스키는 그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위스키 원액 100%의 국산위스키들 역시 값싸게 공급되는 수입위스키의 기세와 품질에 눌려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되었다. 이와같이 위스키 자체의 제품력 부재와 유통상의 불안정 등의 문제를 안고 언제 제품이 사라질 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하에서는 광고도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기가 힘들게 된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위스키 광고 20년의 역사란 제품의 수명만큼이나 단발적이고 단기적인 광고들로 이어져 온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위스키 광고는 대체로 신제품의 출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크게 위스키 원액의 함량에 의한 제품군별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가. 기타재제주(그림 1) ∼ (그림29)

위스키 원액 함량이 20%미만인 위스키는 기타재제주라고 분류하는데 국내 최초의 위스키였던 에릭사와 죠지드레이크가 모두 이에 해당된다. 현재까지의 기타재제주로서는 앞의 두가지 제품외에 JR, 베리나인 레드, 길벗 레드, 길벗 올드, 베리나인 시갈, 올드 캐슬, 조우커, 올드, 씨크리트, 블랙잭, 제우스, 올드 프리미엄 등 모두 14개 제품이 생산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스키는 원액의 생산지와 숙성기간, 블랜딩 기술이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데 몰트위스키의 원액 함량 비율이 20%미만인 경우 나머지는 국산주정을 사용하여 블랜딩하기 때문에 자연히 품질면에서 떨어지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그러므로 광고 메시지는 몰트 위스키의 우수성과 블랜딩의 노하우, 저가격등에 촛점이 맞춰지는데 소비자들로 하여금 위스키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고 고품격 이미지의 위스키를 큰 부담없이 음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위스키 제조사들의 기본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진로의 JR광고(그림 1,2)에서는 스코틀랜드 메이커의 전통과 원액의 우수성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실속있는 위스키를 컨셉트로 한 롯데주조의 조우커(그림12)는 비싼 위스키와 비교하여 합리적인 가격이면서도 마시기 즐거운 위스키임을 강조하였다. OB씨그램의 씨크리트 광고(그림26∼29)는 차별화된 표현 전략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면광고를 마치 CF처럼 만든 새로운 형식의 광고로서 광고 카피 대신 미스테리 소설로 구성하였다. 매주 금요일마다 스포츠지에 연재하였는데 젊은층을 타겟으로 씨크리트의 대중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에 역점을 두었는데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광고를 시도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 개량주 광고(그림30) ∼ (그림49)

기타재제주의 품질을 보다 개량하여 위스키 원액 함량을 25∼30%로 높인 위스키를 편의상 개량주라고 표현하였는데, 1977년부터 5년여에 걸쳐 개발되었다. 베리나인, 진로위스키 길벗, 드슈, 길벗 버어번, 길벗 에이스 등이 원액 함량 25% 제품이며 , 베리나인 골드, 길벗 로얄, 블랙스톤이 원액 함량 30% 제품이다. 위스키 원액의 함량을 높였다고는 하나 이 제품들은 품질면에서 기타재제주와 크게 차이가 없는데다 200%의 주세가 부과되어 가격이 비싸짐에 따라 제품 확산에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들 제품의 광고는 기타재제주에 비하여 더 높아진 위스키 원액 함량을 강점으로 부각시키고 위스키 원액 메이커의 세계적 명성, 블랜딩 기술의 우수성 등을 광고 메시지로 표현하였다.

진로의 길벗 로얄 위스키 광고(그림44)는 'I Love Korea'란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주한 외국대사들을 모델로 그들의 모국에 대하여 자세하게 소개하는 내용으로 일련의 시리즈광고를 제작하였다. 특이한 것은 제품에 대한 일반적인 광고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다만 제품의 사진과 로고만을 하단에 작게 처리한 것이다. 결국 제품 자체보다는 브랜드 로얄티와 이미지에 비중을 둔 광고 전략인 것으로 파악된다. OB는 세계적인 양주 메이커인 씨그램사와 함께 OB씨그램이란 양주 전문 메이커를 설립한 후 블랙스톤이라는 이름으로 위스키 원액 30%의 제품을 생산하였다. 블랙스톤광고(그림47)에서는 '명가의 위스키'란 제품 슬로건을 사용하여 제품 이미지를 고급화하고자 하였으며 씨그램사의 전통과 명성, 기술력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비쥬얼은 단순하게 제품을 크로즈업한 상태만을 보여 주었다.

다. 국산특급 광고(그림50) ∼ (그림59)

88 서울올림픽을 1년 앞두고 진로위스키, OB씨그램, 베리나인등 위스키 3사는 국산 특급위스키라고 명명한 다크호스, 디프로메트, 베리나인 골드를 각각 개발하여 동시에 출시하였다. 올림픽을 의식하여 국산 위스키의 위상을 높이고 방문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에도 뛰어난 위스키가 있음을 알리고자 하는 다분히 국가적 차원의 배려가 있었던 제품으로서 탄생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수입 위스키 원액 89.5%와 국산 주정의 혼합 위스키일 뿐 순수하게 국내에서 개발한 것이 아니므로 선호도가 낮음은 물론, 이미 84년부터 출시된 베리 나인 골드킹, VIP, 패스포트, 썸씽스페셜 등 100% 스카치 위스키에 견주어 품질에 서 만족될 수 없었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 시기의 광고 중 진로의 다크호스 광고(그림60,61)는 이전의 논리적이고 설명적인 광고 형태를 지양하고 감성적이면서 감각적인 비쥬얼과 절제된 카피로 제품의 이미지를 차별화시키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라. 스탠더드급 광고(그림62) ∼ (그림90)

위스키 3사는 84년 7월 동시에 스탠더드급 위스키를 생산 출시하였다. 베리나인에서 베리나인 골드킹을, 진로위스키에서 VIP를 OB씨그램에서 PASSPORT를 각각 내놓았는데 이들은 모두 국내 최초의 100% 스카치 위스키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위스키 원액은 대개 8년정도 숙성시킨 것을 국내에서 블랜딩 한 후 병입한 제품들로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과 취향에 맞도록 블랜딩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제품들 이후에 출시된 베리나인의 썸씽 스페셜, JUD의 VAT 69 EXTRA, 베리나인의 베리나인 골드, 진로의 퍼스트클래스, 보해의 엠배서더 등도 스카치 위스키인데, 이들 중 희소성을 내세운 썸씽스페셜 역시 성공적인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샘씽스페셜 광고(그림78)는 외국 브랜드로서의 우위점을 확보하고 세계성과 품질의 우수성, 그리고 회소성을 내세워 성공적으로 이끌어 갔다. PASSPORT광고(그림80)도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외국브랜드로서 광고에서 세계성과 전통, 명예 등을 컨셉트로 하여 표현하였다. VIP광고(그림73)는 '정통성 그리고 생활 속의 감동과 여유를 테마로 일련의 광고를 제작하였다. 진로의 퍼스트클래스 광고(그림86)는 티져광고에서 뱀을 소재로 하여 주목을 끌었다. 뱀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광고 소재로서는 부적절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과감하게 메인 비쥬얼로 선택하여 광고를 차별화시켰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마. 프리미엄급 광고(그림91) ∼ (그림96)

위스키 원액의 숙성기간이 12년 이상이면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된다. 시장개방으로 인하여 세계의 유명 위스키들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현실에서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고급 위스키의 개발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진로위스키가 개발한 임페리얼 클래식과 0B씨그램에서 개발한 퀸앤은 출시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프리미엄급이면서도 우리나라사람들의 입맛에 맞도록 블랜딩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페리얼클래식 광고(그림93,94)에서는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소품 위주의 비쥬얼을 배경으로 신비함과 고급감을 강조하는 제품 이미지 광고를 시리즈로 전개하였으나 소비자 중심의 표현 전략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퀸앤 광고(그림91)도 역시 제품중심의 이미지 광고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품격과 제품의 우위성만을 일방적으로 고지시키려는 의도가 강하게 비쳐진다. OB씨그램에서 두산씨그램으로 회사명을 바꾼 후 출시한 윈저 프리미어(그림95,96)은 영국 왕실의 모습에 실제 제품을 합성시켜 웅장함과 아울러 제품의 고급감과 전통성을 살려 보려는 일련의 광고 표현 전략을 전개하였으나 마찬가지로 광고주 중심의 메시지로 일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위스키 세대

현재의 위스키 주음용 세대는 30,40대로서 이들은 베이비 붐세대와 같다. 이들 위스키 세대는 비교적 안정된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활동성이 가장 강한 세대라 할 수 있다. 6.25전쟁 직후로부터 60년대의 다산시기에 태어난 이들을 베이비 붐세대라고 하는데 양적으로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들은 우리나라 생활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이런 다인구층의 특성은 한마디로 대량소비이다. 특히 이들이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기 시작한 80년대부터는 주택건설과 자동차, 가전제품, 가구 등의 내구재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이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식민지와 6.25전쟁의 어려웠던 시절을 겪지 않고, 전후의 고도 경제성장과 서구의 소비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우리사회가 대량소비 단계로 발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베이비 붐세대는 보수적, 전통적인 기성세대에 대항하여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여 왔으며 60∼70년대의 청년문화(Youth Culture)의 기치를 내걸고 기존 사회의 획일성과 타성을 거부하는 하나의 문화를 창출하였다. 미니스커트, 블루진, 장발, 록, 포크송, 고고, 디스코, 개그, 전위예술 등 각종 쟝르로부터 젊은 베이비 붐세대가 일구어낸 새로운 생활문화는 한마디로 돌출된 파격성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신생활문화는 자연히 음주문화에도 변화를 주어 기존의 소주로부터 맥주와 위스키 등 고급화성향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스키의 소비량을 보면 쵠근 5년간 38%의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