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점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은 단호하리만치 분명하다. 하지만 광고는 한가지 목소리만 말하지 않는다. 특히 원형적 이미지를 활용한 광고는 그 의미의 애매모호함과 인간의 욕망을 자극시킴으로서 오히려 사랑들의 마음을 혼란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원형적 이미지를 이용한 광고는 일종의 이미지의 범신론(汎神論)이자 물활론(物活論)이기 때문이다. 즉 온갖 이미지들을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이고 착취할 뿐만 아니라, 지나간 특정의 시대와 장소에서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있던 이미지들을 인간의 집단 무의식에 적용시킴으로써, 인간의 원초적 이미지 욕망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원형적 이미지를 이용한 광고는 바야흐로 보는 사람들의 내부에 광고 특유의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심적인 장소'를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으며, 합리적인 사고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그 유혹이 성립되는 단계는 어지럽게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성이나 지나친 폭력, 악마, 죽음의 이미지를 교묘하게 첨가한 광고 이미지는 의식의 검열을 받지 않은채 인간 내부에 스며들어 사람들에게 어두운 심층을 형성시킨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광고 디자인에 있어서 원형적 이미지의 활용에 있어서 주요 문제점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성애에 관한 원형적 이미지의 과다 사용이 일으키는 문제점 이다. 인간의 집단 무의식 속에 내재해 있는 성애를 이용한 공고는 광고주나 광고제작자들에 의해 조용히 연구 개발되어, 단순히 상품판매만을 위해 과다하게 사용되어져 왔다. 이러한 것들은 개인의 무의식적 성적 충동-인간의 충동체계중 가장 강력한 것인- 과 연결되어, 여성뿐만아니라 식품, 음료수...등 수많은 제품 들을 섹스화 시켰으며, 성의 혼란과 함께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와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이러한 광고는 소비성향을 높이고 극대화 시키도록 꾸며진 환경 속에,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남녀를 자주 등장시키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대량화된 섹스화의 환경을 조성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환각의 광고 세계를 진짜 세계 혹은 자연스러운 세계로 받아들였으며, 현재의 실제환경은 그 것과 비교하여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보이게까지 한다.

둘째, 인간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건드리는 원형적 이미지의 활용이 가져오는 인간성 파괴의 문제이다. 이것은 섹스 만큼이나 -어쩌면 섹스보다 더욱 더 해로운 것이기도 하다. 특히, 악마적 이미지는 한층 엄험하여 개인의 참조준거(Frame of Reference:參照準據, 행위나 결과가 판단되어지는 표준이나 태도), 기분, 정서성향, 그리고 잠재성 가치체계에 영향을 주고 있어, 사회에 폭력을 유발시키는 심각한 문제로 등장함과 아울러 인간의 잔인함도 함께 나타낸다. 불행히도 사람들에게는 이것에 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나 방어의 가능성조차 없다. 그것이 의식의 세계를 철저히 우회해서 집단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 이다. 또 가출, 마약, 범죄를 암시하는 광고들도 있어 가치관을 혼란시킬 수도 있다.

(그림97)은 악마의 이미지를 이용한 광고이다. 이것에서 느끼는 감정은 정신적 흥분,격노, 학대감, 공포, 속이 메슥거림 등이다. 특히 (그림98)의 베네통 광고는 '천사와 악마'의 이미지를 표면적으로 들어내고 있어, 흑인들로부터 인종차별과 모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세째, 영웅주의의 허상이 빚어내는 전통적 가치의 상실이다. 인간의 성숙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웅의 양상은 지난 수십년 동안 엄청나게 변모하였다. 전통적인 영웅적 인물은 베오울프로 부터 시작하여 엘 시드, 존 웨인에 이르기까지 청소년들에게 이상적인 가치를 심어주고 도전하던 원형적 영웅들이었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광고에 등장하고 있는 영웅 -꾸며낸 허위투성이요, 비현실적인- 들을 우스운 것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넷째, 원형적 이미지를 통한메시지의 중독현상이다. 오늘날 홍수처럼 밀려오고 있는 광고는 사람들로 하여금 강박적인 행동을 하도록 최면적으로 프로그램시키는 강력한 집단무의식적 메시지로 가득차 있다. 사람에 따라 이러한 메시지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거기에서 면제 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것은 광고주들이 상품 판매를 위해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광고 전략 중의 하나이다. 그 한 예로 주류광고를 들 수 있다.

주류 광고는 거의 집단무의식적 자극물을 차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뚜렷한 이유 중의 하나는 특정 상품을 과중하게 소비하는 사람들은 그 특정 상품자 관련되는 집단 무의식적 자극물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알콜 업계가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음주행위를 '남성다움'과 동일시 하는 관습이며, 거의 모든 젊은 남성들은 '술잔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사나이다움의 징표라고 믿어마지 않는다. 자식들뿐만 아니라 부모들까지도 그럴게 믿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의 중독현상으로 주류업계는 문화적 허구를 계속 유지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젊은층의 알콜 중독에 대한 우려가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점점 그 현상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2. 개선방향

원형적 이미지를 활용한 광고는 메시지를 천천히 읽고 완전히 이해하기 보다는 흘끗 보아서 이해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활용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살면서 실제로 부딪히는 생활세계의 직접 경험보다는 간접 경험을 통해, 또는 상상을 통해 주변 상황을 인식하려는 경향이 더욱 짙어가고 있다. 캇시러(E. Cassires)는 인간은 점차 이성적인 동물(Animal Rational)보다는 상징적 동물(Animal Symbolicum)로 되어 간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이 개별적인 자극에 반응하기 보다는 집단무의식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심리적 영역에서의 활동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원형적 이미지의 올바른 활용에 관한 개선방향을 실제 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넷째, 성애의 표현에 있어서 광고 그 자체로서의 올바른 표현이다. 이것의 가장 적합한 광고 사례는 캘빈 클라인(Calvin Baein)의 광고이다. 맨 처음 캘빈 클라인의 광고가 사람들의 강한 시선을 자극하며 눈앞에 펼쳐졌을때, 그 광고를 보는 사람에 따라서 외설스럽다든가 혹은 예술적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그 광고가 일상에서 일탈된 성적 표현을 자극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것에 교묘하게 감추어진 인간의 원형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캘빈 클라인 광고는 외설도 예술도 아닌 매우 훌륭한 광고로서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표현되었다. (그림99)의 광고는 '정원의 밀회'를 그 테마로 하여 인간의 본능적 속삭임을 나타내고 있다. 눈부시게 내리쬐고 있는 한낮 정오의 태양 아래 마치 조각처럼 어우러져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푸르름으로 채색되어 있는 뒷 배경의 수목은 오히려 이 경건함에 숨을 죽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즉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림100)의 광고는 '에로스'를 그 테마로 하고 있으며, 인간 감각의 최고 절정을 섹시한 비주얼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즉 향수는 유혹이며, 그 유혹은 자극을 동반한다. 따라서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성애를 자극하여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입혀지고 위선의 탈을 쓰고 있기 보다는 자연의 섭리 앞에 모두 벗겨지고 난 마지막 모습에 바로 캘빈 클라인의 광고가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광고는 '인간의 원초적 형태 속에서 브랜드의 소유권을 얻어낸 위대한 승리자'이며, 더 이상 어느 특정국가의 브랜드가 아니다. 그 이유는 그것이 어느 곳에 있던지 어느곳에 쓰여지든지 상관없이, 인간의 본성에 호소하는 자연의 섭리 앞에 그 광고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온갖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고 메시지를 원형적 이미지를 활용한 비주얼에 담아 드러내게하는 숨겨진 제품의 설득자로서의 기능을 더하고 있어, 한낱 분치장을 하고 유혹하는 듯한 여자의 모습을 등장시킨 광고와는 철저히 구별되는 것이다.

둘째, 인간의 선한 마음에 호소하는 공고표현의 개발이다.

이것은 단순히 상품만을 끌어 낼 수 있는 자극적인 광고를 지양하고 올바른 사회를 이 기능을 나타낼 수 있는 광고 표현을 뜻한다. 이것의 한 예로 맥심 커피 광고를 들 수 있다.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다. 훈훈한 맛 맥심"이라는 헤드라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의 세상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 보다 따뜻한, 살만한 세상임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훈훈한 맛의 맥심 커피 한잔에 현재의 모든 문제와 갈등은 스스로 녹아 버린다. 이렇게 의미 부여된 광고 속의 세계는 단지 가상, 환상이 아니라 '잊고 있던 우리의 좋은 모습'을 이끌어 내주고 있다.

셋째,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영웅적 이미지의 광고표현 개발이다.

영웅 자체는 모든 사회.문화의 귀감이 되는 상징으로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다. 악을 물리치고 선을 행하는 영웅들은 쉴새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영웅의 이미지를 다룬 광고는 거의 얼다. 특히, 물질문명의 편리함 속에서 점점 황폐화 되어져 가는 인간 정신과 인간성의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광고 표현의 개발은 대단히 필요하다.

(그림101)은 MADE IN KOREA를 주제로 한 프로스펙스 광고이다. 한국 축구계의 명감독 박종환의 의지에 찬 모습에서 위대한 한국축구의 신화를 만들어낸 한 영웅의 이미지를 읽어 낼 수 있다. (그림102)는 코오롱의 기업PR 광고이다. 이것은 전세계가 단일화, 개방화 시대를 맞이하게될 21세기의 무한 경쟁시대에 있어서, 기원전 490년 아테네 병사의 역주처럼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정보통신분야에서 진정한 승리자가 되고자하는 굳은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영웅 이미지는 사회, 문화의 정신적 지주로서, 또는 지도자로서 국민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남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광고 디자인에 있어서 원형적 이미지가 올바르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집단무의식 속에 내재해 있는 '원형'에 본질을 두고 표현되어져야 하면, 그 표현은 인지과정에서 인간의 마음을 여는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

넷째, 원형적 이미지를 통한 철학이 있는 광고 표현이다.

이것의 가장 적절한 사례는 베네통(Benetton)광고이다. 이 베네통의 광고 속에는 무수한 인류의 혁명, 민중의 항쟁, 그리고 철학자, 이론가들이 꿈꾸어온 세계가 들어 있다. 즉 베네통의 '세계의 색' 캠페인(인종의 벽을 넘어선 극명한 대비, 그린칼라의 로고타잎, 그리고UNITED, 이 세가지 원칙이 어우러진)은 칼라풀한 케주얼웨어 라인을 광고하면서 인종, 문화를 넘어선 인간끼리의 연대감을 제창한다고 하는 고상한 의도를 제창한다고 하는 고상한 의도를 표현해 왔다. (그림103참조) 그 결과 1988년부터 지금까지의 베네통 판매점의 수는 세계적으로 6,300개로 확장되었으며, 1년에 15% 이상의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지 시대라는 독특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베네통이 보여주고 있는 유토피아의 세계는 문학, 예술등이 지향하고 있는 유토피아보다 더욱 더 사람들에게 잘 수용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베네통의 이러한 철학도 자본주의의 시장에서 상품판매를 위해 선정적으로 제작된 광고앞에서 그 빛을 잃어 가고 있다. 오로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만들어진 광고(수녀와 신부의 입맞춤, 갓 태어난 태아의 모습, 핏자국이 섬뜩한 병사의 전투복, 죽어가는 에이즈환자....)는, 베네통이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비난을 받음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원형적 이미지의 활용에 있어서 이러한 점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