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은유의 이론적 배경

은유는 흔히 시적인 상상력의 기법이나 수사학적인 기법으로 인식되어져 일상적인 언어의 견지에서가 아니라 특수한 문제로 취급되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흔히 은유가 언어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은유에서 어떤 장식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쓰여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왔다. 그러나 실제로 은유는 우리일상생활에서 우리언어에 뿐만 아니라 사고체계, 개념체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되고 있다. (Lakoff:1980)

1) 은유의 개념

은유(metaphor)는 희랍어의 metaphor에서 왔는데, 이 맡은 '넘어로'라는 의미의 meta와 '가져가다'라는 의미의 pherein에서 연유되었다. 조합으로서 이에 의하여 한 사물의 양상이 다른 하나의 사물로 '넘겨 가져가'지거나 옮겨져서 두 번째의 사물이 마치 첫 번째 사물처럼 서술되는 것을 가리킨다. 은유에 관한 논의는 사실상 철학적 전통에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384-231 B.C.)의 정의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은유에 대해서는 실제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가 1930년대에까지 그대로 받아들여졌으며, 이 정의의 구체화 내지는 보완적 논의를 하는데 급급하였다.⁶⁾

은유는 한 사물(chose)에 그 사물이 아닌 다른 사물의 이름을 부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전의(transferance)는 속(genus)에서 종(species)으로, 종에서 속으로, 종에서 종으로, 혹은 유추(analogy)의 바탕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⁷⁾

이러한 정의는 몇 가지의 사실을 시사한다. 첫째, 은유는 문장단계가 아닌 어휘단계이다. 둘째, 글자 그대로의 사용으로부터 벗어난 것으로 이해된다. 셋째, 은유란 여기에 관련된 두 사물들 사이의 유사성이 강조되어 여기서 유추작용이 일어남으로써 해석이 이루어진다고 하는 이론으로 이는 두 사물간의 유사성에 바탕을 둔다는 것이다. 은유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유사성이 있어야 한다. 이 유사성이야말르 은유를 가능케 하는 조건이자 형성원리인 것이다. ⁸⁾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키케로(Cicero. 106-43BC)나 퀸틸리안(Quintillian, 35-100) 등은 은유를 단순히 '생략된 직유(short from of simile)로 인식하게 된다.

"은유는 직유의 짧은 형식이며 한 낱말로 단축된 것이다. 이 낱말은 그 낱말에 속해 있지 않는 입장에 마치 그 입장이 그 낱말 자신의 입장처럼 놓여지며, 그 입장이 납득되면 그 낱말은 쾌감을 준다. 그러나 그 낱말이 유사성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면 그 낱말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⁹⁾

이러한 퀸틸리안의 이론은 그에 선행했던 수사학자들에 의하여 축적된 은유에 대한 개념들을 대표한다고 옳게 여겨지고 있으며, 문예부흥기의 이론가들이나 예술가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자연의 한 국면이며, 자연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언어의 정확성이 비록 '일반적인' 언어에 기초를 두고 있으나, 그것은 그것에 제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언어는 그 자체로서는 부적당하며 예술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하여는 더욱 높은 역량으로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비유'나 '형용'은 물론 전아(全雅)하게 사용되면 바로 이 '끌어올리는' 효과를 갖는다. 그는 또한 은유의 전아성에 대해 강조하며 생소하거나 혼성된 은유는 개탄을 당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은유는 한 사물에 적용된 낱말이 다른 사물로 전이될 때 생긴다. 왜냐하면 유사성이 그 전이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은유가 타당한 이유로 유사한 물건으로 옮겨가는 전환이 되고 유사하지 않은 사물에로 무분별하고 무모하고 느닷없이 접근한 듯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은유는 의당 제한을 다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¹⁰⁾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부터 18세기 이전까지는 은유를 단지 수사학의 일종으로 '장식품 또는 웅변술'이라는 '설득의 기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비교론적 관점(comparison view)과 변칙론적 관점(anomaly view)으로 보는 이론이 오랫동안 지배해 왔다. 증세기의 기독교 사회에 있어 기본적인 은유는 세상은 신이 저술한 책이라는 것이다. ¹¹⁾ 그리고 다른 어떤 책과 마찬가지로 표면적으로 '말한 것' 보다는 더 많은 것을 '뜻'할 수 있었고 또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18세기에 이르러 칸트(Kant)는 은유 능력을 일상적으로 지니는 창조성(Creativity)에 대한 능력의 표현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 후 낭만주의 시대에 들어서 '상상력'의 문제가 중요한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다시금 재조명되었으며 의미론의 등장에 따른 언어의 애매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새로이 그 의미를 획득하게 되었다. 낭만주의 예술가들은 창조적 상상을 중히 여기고, 은유를 '일상생활에서의 문자 그대로의 이해로부터 계승한 근본적인 창의적 활동 내지는 원칙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입장에서 은유의 새로운 의의를 강조한 것은 리챠즈였다. 그는 언어가 쓰이는 환경이나 문맥에 관계없이 고유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고정관념을 반박하고 실제 사용되는 언어의 맥락에 따라 언어의 전달력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언어의 모호성 혹은 다의성을 작가와 독자간의 상호작용으로 보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렇게 산발적으로 논의되던 은유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리챠즈(L. A. Richards)와 블랙(Black)에 의해 이론적으로 체계화 된다. 또한 은유가 '일상언어의 예외적인 특수한 사용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은유는 '인간의 모든 자유로운 언어 행위의 보편적 원칙이라고 그 중요성을 주장한다. 또한 은유의 상호작용(Interacion)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고의 원리로써 다음과 같이 은유를 정의하고 있다.

"은유는 언어의 사용에 있어서 어떤 특수하고 예외적인 것, <언어의 정상적인 작용양식으로부터 이탈된> 어떤 것이 아니라, 은유는 모든 언어에 편재하는 원리이다."

언어와 경험은 상호작용을 하며, 그것들을 별개로 분리된 실체들로 간주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서로 근본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입증해 낸다. 언어는 현실을 그 자체의 이미지로 '창조'한다. 언어를 이처럼 사용함은 그처럼 다른 증류의 현실을 '통하여' 한 종류의 현실에 '도달함'을 '근본적으로 내포한다. 이 과정이 근본적으로 하나의 '전이'인 것이다. 그는 은유가 근본적으로 문맥들 사이의 제약을 사용하는 것이라 지적하면선, 은유는 일체를 포함한 의미에 있어서 선로 협동하는 두 개의 개념을 필요로 한다는 상호작용 이론(interaction view)을 주장하였다. 은유 표현으로 "A is B"가 쓰였다던, A가 연합된 일반 성격의 조직(System of associated cimmiplaces)이 B의 그것과 상호작용 하여 은유적 의미가 도출되게 한다는 것이다. 리챠즈의 공헌은 두 가지로 집약될 수 있는데, 첫째로, 그는 은유를 논의하기 위하여 혼돈을 야기하던 여러 가지 용어를 '취지(tenor)'와 '전달수단 (vehicle)'으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¹²⁾ 이밖에도 블랙(Max Black)은 리챠즈를 계승하여 상호작용 이론을, 먼로 비어즐리(Monroe Beardsly)는 언어대치 이론(Verbal-oppoxition theory), 꼴 헨르(Panl Henle)는 심상이론(ionic theory)을 각각 주장하여 의미의 발생원리를 이론화 하려 하였다. 또한 휠라이트는 긴장(tention)을 표현의 중요한 븐질로 보고 의미형성에 있어서 은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즉 일상적이지 않은 표현을 의외성으로 자극하여 전달의 강도를 높이거나, 혹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의미를 산출한다는 것이다.

라코프는 문학에서 사용되는 특수한 기법으로서 협의의 은유개념을 지양하고 일상생활의 사고체계나 언어체계를 형성하는 의미적 창의(semantic creativity)의 중요한 수단으로서 광의의 은유개념을 제시하였다. 즉 하나의 새로운 은유가 형성되는 과정은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언어의 형태화 작용(gestaling)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게스탈트를 바탕으로 은유는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과 비유되는 대체물의 여러의미중 연관지을 수 있는 공통요소에 의해 결합되어 원래 가지고 있는 의미 이상의 아주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대적 의미의 은유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내용이 분명하지 않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일 경우, 이미 알려진 사실을 이용하여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해주며, 또한 주어진 대상의 성질이나 이미지 등과 갈은 추상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줌으로써, 선명한 시각적 인상을 남기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과 비유되는 대체들이 결합하는 은유의 과정은 개념 유형에 따라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¹³⁾

구체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 예) 네 눈은 고아스러운 흑단추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 예) 너의 마음은 우울한 해저

추상적인 것을 추상적인 것으로 - 예) 인생은 하나의 희열

구체적인 것을 추상적인 것으로 - 예)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이러한 방법 중에서 구체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나타내거나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나타내는 과정이 많이 쓰여지고 있는데, 그것은 은유의 기본적인 속성이 시각화에 의한 강한 연상작용을 통해서 의미를 명확하게 하려는데 있기 때문이다.

2. 은유의 구성원리

은유 이론은 은유를 은유가 아닌 다른 표현과 구분시킬 수 있는 조건을 세울 수 있어야 하며, 또한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장에서는 우선 구조적인 측면에서 다른 표현과 구별되는 특징을 살펴보고 다음으로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나타나는 은유의 유형을 살펴 봄으로써 은유적 표현을 위한 요소들을 선별하고자 한다.

1) 형식적(구조적) 측면

은유의 구조는 대상(topic-원관념)과 대체물(vehicle-보조관념)이 결합하는 형식으로 보통 A=B의 등식으로 표현되는데, 그러한 등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A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의미들과 B가 가지고 있는 여러 의미들 중 연관지을 수 있는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휠 라이트¹⁴⁾는 은유의 구조적인 분류를 은유의 과정에서 드러난 어의적인 전이의 양상이란 말로 암시하고 있다. 은유를 이루는 형식상의 방법은 유추에 의해 의미를 산출하는 '동일성의 원리'가 있고, 반대로 유추에 의한 동일성의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의미 이외의 상상력을 동원시키는 '대립의 원리'가 있다.

전자를 비교에 과한 의미의 탐색과 확대 작용으로 외유(外喩)라 규정지었고, 일상적 의미가 유추를 토대로 하여 다른 의미에 적용되는 것으로 은유를 이루는 두 감각의 경로를 따라 한 사물을 공감각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강력한 연상작용을 유발시킨다고 하였다. 후자는 병치와 합성에 의한 새로운 의미의 창조인 교유(交喩)라고 규정지었다. 교유는 어떤 특수한 경험을 거쳐야만 의미가 전의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대조와 병치 등 표현의 조화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이러한 방법은 대상이 지니는 고유한 의미를 의도적으로 배제시킴으로써, 적극적인 상상을 동원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도록 유도한다.

외유(外喩)

아리스토텔레스가¹⁵⁾ 時學에서 은유란 <한 명칭이 일상적으로 지시하는 바에서 다른 대상으로 전환한 것>이라 정의한데서 외유란 낱말은 비롯되었고, 대상과 대체물이 공통성이나 유사성에 의해 결합하는 것으로 흔히 비유한다는 표현이 이 방법에 속한다. 외유의 본질적 특성은 비교적 익숙하며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의미의 매체)과, 더욱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막연한 것과의 유사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하나의 기호가,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갖는 대상은 아니나 그 외연적 의미의 일부를 차지하는 대상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됐을때 이는 은유적 표현이다.

여기서 뚜렷이 드러나는 것은 어떠한 은유 현상이든지 그 첫 단계에서는 으례 축어적 의미, 표준적 용법이 있어야 하고 거기서부터 비교가 유도된다는 것이 다. 외유의 핵심적 작용이 비교에 있고, 그래서 매개적 의미와 취의적 의미 사이에 유사성을 전제로 하지만 그렇다고 그 유사성이 두드러지거나 비교가 명확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가장 훌륭한 외유에는 참신함이 있고 쉬 포착될 수 없는 어떤 유사성으로 인해 우리의 주의를 가벼이 환기시켜 준다. 오히려 서로 상이한 대상이 능슥하게 선택되어 하나의 충격으로 기교가 이루어지고 또한 이것이 하나의 충격적인 인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때 비로소 활기 충만한 긴장감이 성취된다. 한 대상을 다른 대상으로 전이시켜 표현한 표현 유형 중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사학적 표현으로 은유 이외에 직유, 제유, 환유, 활유, 풍유, 그리고 의인법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비유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은유가 내포된 비유'라고 말하여지는 반면, 직유는 '드러난 비유'라고 말하여지는데 보통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을 대체물의 속성에 비유하여 좀 더 잘 알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은유와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직유는 '...과 같은'이란 의미를 사용하므로 의미가 고정되어 은유만큼 그 기능을 심화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¹⁶⁾ 제유는 부분으로 전체를 나타내거나 전체로 부분을 나타내는 경우인데, 예로써 '하이칼라'가 '사무직에 근무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은 전자에 속하고 일반적으로 '새'라고 지칭할 때에는 '날아다니는 새'를 의미하는데 전체가 가장 전형적인 속성을 대변하는 후자의 예이다. 환유는 어떤 것에 연관된 다른 것을 지시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바로 그 어떤 것(기호)라고 알 수 있다. 즉 원인으로 결과를 나타내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를 지칭하는 것으로, '연기'가 '불'을 뜻하거나 '두개골'이 '죽음'을 나타내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환유는 은유보다 도상이나 지표에 가까운 기호이므로 사용자의 마음에 현실적 효과를 일으킨다. 활유는 무생물을 생물로 나타내는 것으로서 '금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압지의 음성'과 같이 공감각적인 비유로 인간 경험 중 널리 공유되는 감각기능 상호간의 연상 작용에 호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풍유는 보통 사회적인 은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루이 14세'를 '배'로 비유하여 나타낸 역사적 사례가 있다. 의인법은 무생물이나 생물 등을 사람에 비유하여 나타내는 방법이다.

교유(交喩)

은유의 작용이 관여하는 또 다른 하나의 상보적 의미 동작을 교유(diaphor)라 칭할 수 있다. 표현의 의의성을 노리고 이루어지는 교유는 크게 대조적인 방법과 병치적인 방법으로 나뉜다.

대조적인 방법은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과 대립되는 상황을 전제하므로 외유와 교유의 중간적인 성격을 갖는다. 왜냐하면 어떠한 대상과 대립되는 개념이나 상황은 공통적인 것을 기반으로 상이한 것이 하나 존재할 때 비로서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조적인 방법에는 하나의 대상과 대립되는 대상을 전제로 하는 반의(Trony)와 사실에 어긋나는 상황을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강하게 진실을 부각시키는 역설(paradox)이 있다. 반의는 대립되는 어휘가 일대일의 관계로 성립될 경우 사용되는데 시간, 성별, 나이, 거리, 방향, 크기, 양, 평가 그리고 철학적, 논리적인 대립개념 등이 사용된다. ¹⁷⁾

역설은 모순되는 상황을 그리거나 나타내고자 하는 뜻과 반대되는 표현을 함으로써 내면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말하고 느낌을 강조하는 방법이다. 병치적인 방법은 표현의 조화와 균형에 의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방법이다. 방법에는 동일한 대상을 병치적으로 제시하는 반복과 대상의 크기를 달리 하여 의미를 점점 강하게, 크게, 깊게 표현하는 점층이 있으며, 의도적으로 대상의 특정 부분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순수한 교유는 비모방성 음악과 대부분의 추상화에서 어김없이 찾아볼 수 있다. 자연의 모방이든 기존 예술작품의 모방이든 혹은 어떤 인정될 만한 아이디어의 모사든 일단 모방적 혹은 모사적 요소가 개재할 때에는 외유적 요소가 깃들인다. 순수한 교유라는 것은 그 예가 모두 사소한 것들로서 교유란 단독으로서가 아닌 다른 요소와의 결합에서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외유와 교유의 상호작용

흔히 가장 흥미롭고 효과적인 은유작용은 어떤 방법으로든 외유와 교유적 요소가 결합하는 경우이다. 결합방법은 풍부한 상상력이 허용하는 한 다양하며, 전달의 혼선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여 사용할 경우 표현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아마도 가장 훌륭한 은유적 표현에는 외유적 요소와 교유적 요소의 확연한 구분이 있을 수 없으며 이들은 다만 상호보완적인 요소로서 서로 융합되어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첫째 외유로 표현된 대상이 교유에서 나타나는 시각적인 효과를 더하여 존재를 부각시키는 방법, 둘째 교유로 표현된 대상이 외유의 배음(背音)을 환기시키는 방법, 셋째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외유적으로 혹은 교유적으로 작용하는 대상을 선정하는 방법 등이 있다.

다음은 은유의 구조적인 측면의 특성을 표로 정리한 것이다.

2) 내용적 측면

앞에서 언급되었듯이 은유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우리의 사고체계 및 개념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은유의 내용적 측면은 결합된 대상과 대체물의 관계가 경험적으로 인식되는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경험적 인식이란 사람에 따라 혹은 사회, 문화적인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르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부분은 표현을 수용할 사람을 고려하여 은유가 이루어져야 함을 말하는 것으로 크게는 관습적인 은유와 비관습적인 은유로 나뉘고, 관습적인 은유에는 死은유, 일상적 은유로, 비관습적인 은유에는 창의적 은유로 구분된다. ¹⁸⁾

(1) 관습적인 은유

死은유(dead metaphor)

대상과 대체물 두 가지 개념이 동시에 제시되는 사(死)은유는 관습적으로 늘 사용해 온 까닭에 더이상 은유인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은유이다. 일상적 은유와 다른 점은 표현이 고정되면서 비유된 대체물이 따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가령 '실눈'이라는 단어는 '가늘고 긴 눈'을 표현하기 위하여 '실'이라는 대체물로 비유하였으며. 오랜 시간에 걸쳐 널리 사용되어 이제는 완전히 한 단어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전래동화나 속담에 의해 은유에서 상징으로 바뀐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라는 상징을 얻게 된 곶감은 '곶감과 호랑이'라는 전래동화에서 온 은유이다. 호랑이라는 맹수에 곶감이라는 하찮은 군것질거리를 대비시킨 설정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동화를 통해 곶감은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라는 상징을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처음의 그 곶감이라는 것은 이야기의 구조 속에서 무서운 것을 빗대 말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은유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이야기가 구전되어 내려오면서 곶감은 은유에서 상징으로 모습을 바꾸게 된다. 피노키오의 길게 늘어난 코 역시 이 경우에 적용시킬 수 있다. 거짓말만 하면 늘어나는 이야기 속의 피노키오의 코, 이제 은유를 넘어 '거짓말을 상징하게 된 그 긴 코를 통해 거짓말쟁이, 허풍장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어떠한 형상이나 개념이 오랫동안 넓은 범위에 걸쳐 사용되고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질 때에는 은유라기 보다는 '상징'으로서의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단지 표현이 관습적으로 되풀이 되어 사용되어졌기 때문에 원래 대체물이던 개체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상징이란 '인간의 타성으로 사유는 다른 은유와 같은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인데, 단지 표현이 굳어져서 그 은유를 이해하는데 관련되는 대체물이 능동적으로 기능하지 않게 된 것이 다른 은유와 다른 점일 것이다. 결국 개성적으로 표현된 은유가 반복되면 대상 그 자체가 의미를 뜻하게 되어 일관된 상을 형성하게 되는데 표현의 긴장감을 잃어 가는 대신에 정확성은 보완되어진다.

일상적 은유(ordinary metaphor)

여기서 일상적인 은유라 함은 Lkoff & Johnson(1980)이 제시한 개념적 은유(conceptual metaphor)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우리의 일상적인 개념체계는 성격상 근본적으로 은유적이다. 우리의 개념체계가 대체로 은유적인 것이라면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 우리가 경험하는 것 등도 은유의 문제이다.

이러한 은유적 표현을 구성하는 두 개념들은 우리가 세째에 대해 갖는 지식 내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의 경험을 근거로 하여 접합된 것인데 라코프식의 명제의 특징은 이러한 명제를 반영한 은유표현들이 일상언어에서 일관성 있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코프는 이를 우리의 개념체계 자체가 은유적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는데, 그러한 개념을 우리 경험과 결부시킨다면 이렇게 두 개념이 관련을 맺고 우리언어에서 일관성 있게 체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 경험이 어느 특정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보편성을 지닌 것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질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2) 비관습적 은유

지금까지 다른 관습적 은유들은 모두 인간의 실 체험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된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은유라는 말로 구분해 생각하는 것이 새삼스럽고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보일 정도이다. 대체로 관습적 은유들은 아무 무리 없이 우리의 지각에 잡히고 우리의 오성에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일관성 있는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은유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진리를 품고 있다고 딛기 때문에, 우리는 은유에 의해서 어떤 사상, 관념, 사건 같은 것들을 설명하려 들거나 필요하면 정당화마저 하려 들게 된다

창의적 은유(poetic metaphor)

창의적 은유를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근거로 보통 사람이 인식하지 못했던 두 개념의 연관성을 발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비관습적인 창의적 은유는 좀더 공상적이고 창조적인 은유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우리의 통상적 개념 체계나, 우리가 늘 알고 믿어 온 바에 대해, 혹은 총체적으로 우리의 과거에 새로운 의미를 주는 그러한 은유이다. ¹⁹⁾ 이러한 은유는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생각하게 하거나 통상적인 것을 새롭게 보게 한다. 평상시에는 서로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던, 서로 상당히 다른 두 개념이 결합된 것이므로 창의적 은유를 대하게 되면 의의성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의외성이나 긴장은 수용하는 사람에게 충격을 주어 다른 표현과는 다른 특별한 해석을 가하도록 유도한다. 창의적 은유에 해석을 가할 수 있는 것은 대상과 대체룸의 공통 영역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 조명되고 다른 부분은 감추어 지기 때문이다. 예르써 <신약성서>, <고린도 전서> 13장에는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은유들이 있다. 지난 2천년 동안 기독교 교육을 통해서 이런 은유들은 통상적 은유로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잡혀 있다. 신화 학자 켐벨(1988)은 '사랑은 시련'이라는 비통상적 은유를 제시한다. ²⁰⁾ 사랑은 달콤한 것이고, 흥분스러운 것이고, 행복한 것이고, 한마디로 좋은 것이라는 통상적 사랑의 이미지에서 볼 때, '사랑은 시련'이라는 은유는 파격적인 것이다. 켐벨에 의하면 '사랑은 시련이라는 은유가 내포하는 뜻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관계를 위해 연속적으로 희생하는 행위와 과정이다. 참 사랑은 그러한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련이다. 의미가 파악되고 나면, 이 은유는 기독교 성서의 통상적 은유와 모순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달콤하고, 흥분스럽고, 행복한 것이 사람이라는 세속적 의미 역시 '사랑은 시련'이라는 은유가 암시하는 희생의 과정에 부수해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랑의 면모들이다.

따라서 공존하기 어려운 두 개념이 일단 창의적 은유로 관련이 지어지고, 수용하는 사람은 기꺼이 상상을 동원하여 이들의 결합을 가능하게 한 공통의 영역을 찾아낼 수 있으면, 이러한 노력에 의해 창의적 은유는 의미 있는 독특한 은유로 해석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은유가 다의성을 띄기도 하고, 받아 들이는 사람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해지기도 한다. 요컨대, 비통상적인 창의적 은유는 통상적 은유들 보다 넓은 상황과 시각에서 이해하게 해준다.

다음은 은유의 내용적 측면을 표로 나타낸 것이다.

관습적 은유와 비관습적 은유를 구분하는 확실한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은유는 문화적 체험에 뿌리박고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한 문화의 관습적 은유는 다른 문화의 비관습적 은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