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惠蘭(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1. 의사 소통과 광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사람들은 서로 의사를 소통한다. 의사소통은 발신자(화자)가 수신자(청자)에게 일정한 신호체계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면, 청자는 그것을 수용하여 적절한 대응행동을 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들은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적 활동을 수행하고,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며, 정신적 희열과 예술적 쾌감을 맛본다. 그러므로 좋은 의사소통 체계를 가지고 있으면 인간의 삶은 윤택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들의 삶은 궁색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들의 의사소통 체계는 그들이 살아가기 위한 생존의 수단이요, 삶 자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들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좀더 나은 의사소통 체계를 개발하고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의사소통의 중요한 수단은 언어이다. 언어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소통 수단은 달리 없다. 의사소통을 위해 눈짓이나 몸짓, 또는 다른 기호와 같은 비언어적 수단을 쓰기도 하나 그것들은 정확성과 신속성, 그리고 운용면에서 언어의 기능을 따를 수 없다. 비언어적인 소통수단은 오해될 소지가 없거나, 화청자 사이에 묵계가 있거나,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심리적 사실을 전달하려 할 때나 사용하는 데 비해, 언어는 별다른 제약 없이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에서 사람들은 기본적인 두 가지 활동, 즉 말하기와 듣기 활동을 전개한다. 원만한 의사소통을 이루기 위해 화자는 청자가 잘 알아듣도록 효과적으로 말하려 하고, 청자는 화자의 말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듣는다. 화자는 화제 선정과 화행 목적을 분명히 하면서 정확한 발음, 적절한 어휘선택, 명쾌한 통사와 의미 구조 등에 신경을 쓰면서 말한다. 한편 청자는 화자의 언어 표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그의 담화 목적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때때로 대화 도중에 화자와 청자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공통의 언어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 사이이고, 화자가 하는 말이 어려운 말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화청자 간에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은 대개 화자가 그 말을 통해서 전달하거나 요청하고자 하는 어떤 의도를 청자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 따라서 화자의 발화목적을 달성하는 정확한 의사소통을 이루기 위해서는 화자의 말 자체를 파악하는 것보다 발화시의 화자의 의도나 상황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화자의 의도나 상황 등은 언어적 의미가 아니라, 비언어적 의미이기 때문에 대화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비언어적 의미를 명세화하거나 체계화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만 화자의 발화의도나 목적을 청자가 분명히 파악할 수 있고 화자와 청자의 입장 설정이 분명하여 한 가지 상황만 예견되는 발화가 있다면, 즉 언어적 의미와 비언어적 의미분석이 가능한 텍스트가 있다면 그 상황이나 의도를 명시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맥락이 비교적 명백한 발화 형태의 하나로 광고를 들 수 있다. 광고의 정의는 시대와 그 중점된 방향에 따라 달리 정의될 수 있는데, 그 본질적 기능은 광고가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라는 점에 있다. 다시말해서 광고는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로 일반대중에게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므로써 광고주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하는 광고주와 소비자간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일종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광고란 소비 대중에게 상품이나 서비스의 이용 등을 궁극 목표로 삼고 이에 필요한 정보를 매체를 통하여 유료로 전달하는 모든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한국민족대백과사전 3:153). 그러나 상술한 바와 같이 광고는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로 정의하는 일이 많다. 호의적인 태도를 형성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중요한 판촉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되며, 대중매체의 시간과 공간 및 지면을 산다는 점에서는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광고는 커뮤니케이션의 한 형태로되, 화자의 의도가 분명하고 의사소통의 목적이 뚜렷하여 체계화가 가능한 텍스트이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광고주와 소구 대상간에 정보를 주고받는 하나의 텍스트이다. 그것은 소비자들이 광고 문안을 접하는 즉시 광고주의 소구 의도를 분명히 인지할 수 있는 텍스트이다. 그런 점에서 광고 언어는 일정한 상황 속에서 문체적 의의를 갖는 특수한 발화라 할 수 있다. 이 광고 텍스트에서 소비자의 상황적인 특징이 중요한 부분이 됨은 물론이다.

광고의 상황맥락을 다음과 같이 명세화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자(광고주, 광고주의 대리인)

청자(소비자, 장래의 소비예정자)

소통목적(상품과 서비스의 판매)

소통방법(대량전달매체, 발화·문안, 시청각 재료 등)

소통경로:

전언(상품과 서비스에 관한 발화로서, 헤드라인과 본문으로 구성)

통로(일방적:화자의 설득→청자의 납득)

계단(<시발>:정보적·계몽적→<핵심>:호소적·설명적→<종결>:설득적·지령적)

인과(설득과 납득 연후에 상품과 서비스의 판매행위와 구매행위가 이루어짐)

광고를 보는 소비자(청자)는 광고주(화자)가 상품의 판매를 위한 말을 하리란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무엇에 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에 더 관심을 쏟는다. 다시 말하면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하고 있는가, 그런 말이 내게 어떤 행동을 권유 또는 지령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어떻게 말하는가의 문제는 맥락 안에서 발화하는 말의 힘과 관련된다. 이 말의 힘에 관한 이론을 체계화한 이는 오스틴(Austin)이다. 그의 화행이론은 후술될 것이다.

2. 연구 목적과 방법

본고의 연구 목적은 광고 헤드라인의 화행기능과 그 특성을 밝힘으로써, 화행 이론에 의해 광고문의 분석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동시에 광고문을 통해 화행이론을 고찰하는데 있다. 광고는 일반적으로 헤드라인과 본문으로 이루어지나, 그 밖에 사진이나 그림 등 시각재료와 음향이나 음성과 같은 청각적 재료가 부가되기도 한다. 본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광고를 수집하고 그로부터 헤드라인을 취해 분석하기로 한다. 그 밖의 언어외적 요소들 즉, 사진, 그림, 음향, 음악과 같은 시청각적인 매체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다. 본 연구의 분석대상인 헤드라인은 김진일·맹명관(1993)과 이낙운(1994)에서 선정한 우수헤드라인을 자료로 삼았고 각 품목별로 50개씩 배당하였다. 우수헤드라인은 소비자나 광고주가 선정한 광고 카피에 의한 것이다. 분석과 결과의 해석은 주로 오스틴의 화행이론을 바탕으로 하되, 그 밖의 화행이론도 참고할 것이다.

오스틴의 구분인 언표적 행위·언표내적 행위·언향적 행위를 기본틀로 채택하였다. 그리고 언표적 행위는 그 서법에 따라 하위구분하고, 언표내적 행위는 그 기능에 따라 하위구분했으며, 언향적 행위는 광고에 함축된 신조에 따라 하위구분하였다. 이를 표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다음 본 연구자가 분석하게 될 품목은 크게 8가지 이다.

기업광고를 제외한 7가지는 광고품목을 유별하는 일반적인 분류이기 때문에 그 관행을 취한 것이다. 다만 근래에 들어와 주목되고 있는 기업광고는 기업의 구체적인 상품을 광고하고 있지는 않으나 그 기업품목을 광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가 추가한 것이다.

1. 기업광고 2. 식품류 3. 의약품류 4. 화장품류 5. 자동차류 6. 패션기호품류 7. 생활용품류 8. 전자제품류

본고는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본고의 연구목적과 방법 및 연구사를 기술하고, 제2부에서는 광고의 구성과 헤드라인의 기능을 밝혔다. 제3부에서는 주로 오스틴의 화행이론을 살펴 보았으며, 4부에서는 헤드라인을 언표적 행위, 언표내적 행위, 언향적 행위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헤드라인의 화행분석 결과는 통계 처리하여 표로 제시하고 그에 대한 해석을 가하였다. 제5부는 본고의 결론과 제안이다.

3. 연구사

지금까지의 광고에 대한 연구에는 세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강명구, 1989:62).

1. 마케팅 활동의 관점

2.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관점

3. 문화현상으로서의 관점

마케팅 활동의 관점은 광고에 대한 학문적 연구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서, 광고를 상품의 판매 촉진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관점이다. 이는 경영학 연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광고가 갖는 경제 활동으로서의 본질적 속성과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은 주로 효과적인 상품 판매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광고의 소구 대상자인 소비자의 이해관계에 소홀할 수도 있다. 또한 광고가 갖는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도외시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관점에서의 광고는 광고 메시지를 통한 광고주와 소비자 간의 의사소통의 활동으로 본다. 즉, 광고를 광고주와 소비자간의 광고 텍스트를 매개로 한 설득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광고의 총체적인 의미작용 체계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용한 접근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광고를 접한 소비자가 감성적이든 이성적이든 혹은 감각적이든 설득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이 반드시 설득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 논문의 관점은 소비자가 광고 텍스트를 접하는 경우가 다음 두 가지 경우임을 제시하면서 설득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광고의 정보제공 부분을 지적하고자 한다.

1) 상품이 필요한 경우:상품이 필요하다 → 광고텍스트를 접한다 → 필요성을 확인한다 → 가격을 알아본다 → 구입처로 간다 → 구입한다.

2) 필요에 상관없이 접하는 경우:광고텍스트를 접한다 → 설득당한다 → (나에게)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충동된다) → (대부분 가격에 상관없이 구입한다.)

이상에서, 2)는 광고주와 소비자 간의 관계를 설득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으나, 1)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1)은 소비자가 자의적인 필요에 의해 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광고를 문화현상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것은 한 사회의 구성원과 집단들이 공유하고 있는 의식이나 가치를 반영하고 창출하는 문화적 기구로 보는 것이다. 이는 상품에 관한 정보와 평가 이외에, 광고가 담고 있는 세계에 관한 관점과 인간에 대한 이해, 사물과 자연에 대한 당대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생활 방식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미 경제적 기능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교육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광고의 총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효용성이 있다.

본고에서 시도하고 있는 바와 같은 광고 언어 자체에 대한 연구로는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새국어 생활' 1992년 여름호에 <광고와 언어>를 특집으로 엮어 광고와 관련된 언어의 제반 문제를 다룬 것이 있다. 광고 언어의 사적 연구, 광고 언어의 유형 문제, 광고 실무론적 문제 등 비교적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밖에, 한국방송 광고공사에서 발간하는 계간지 '광고연구'는 경영학과 관련하여 광고 효율성 문제를 중심으로 다룬 것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떤 면을 심도 있게 다루지 않고, 메시지 전달력과 소비자가 파악하는 의미의 효율성 등 마케팅의 도구로서만 광고 언어를 고찰하고 있다. 이처럼 광고 언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많지 않은 것은 광고문의 텍스트적 특질의 구명보다는 광고를 상품 판매 수단으로만 보는 태도에 기인하는 것 같다.

새국어 생활에서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는 김옥순(1992), 김세중(1992), 장경희(1992), 이주행(1992), 박갑수(1992) 등이 있다. 광고연구에서는 광고문구의 의미론적 접근을 중심으로 한 조병량(1989), 정만수(1989), 김재범(1990) 등이 있다. 임태섭. 김광수(1993)의 연구에서는 광고의 화행연구 가능성을 잠시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논의는 되어 있지 않다.

화행이론에 관한 연구도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전개되었으며 오스틴(Austin)과 설(Searle), 그라이스(Grice)의 이론에 대한 비판과 연구가 나오고 있다. 화행이론을 논의한 연구로는 장병도(1990), 이선형(1989)가 있으며 언표내적 행위구조를 중점적으로 다룬 심성민(1995)가 있다. 화행을 특히 상황의미론에 입각하여 분석한 정명종(1992)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