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쇄매체 현황

1) 인쇄물 제작환경의 변화

현재 서울 충무로에 밀집되어 있는 인쇄업계에는 수년전부터 전자출판의 환경을 갖춘 출력소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하여 근래에 와서는 그 수가 충무로에만 1백50여개에 이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인쇄물의 제작환경이 점차적으로 DTP화 되어가고 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아직까지도 고급 인쇄물을 얻기 위해서는 수동제판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급 인쇄물보다는 일반적인 인쇄를 취급하는 소규모 제작업체에서는 거의가 DTP시스템으로 전환하여 인력과 시간, 비용을 줄이고 있다.

이러한 DTP환경하에서 취급하는 이미지들은 거의가 디지털화의 과정을 거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이미지의 결함이라든지 부분 보정, 또는 색상보정의 단계에 이미지 프로세싱을 이용하는 것이 그 정도와 수준의 차이는 있겠으나 필수적인 과정으로 행해지고 있다.

특히 근래에 들어 많은 인쇄광고물들이 표현상의 제약이나, 제판상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표현들을 가능케 하기 위해 이미지 프로세싱의 기법들을 미리 고려하여 제작된 흥미있는 광고물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그림: 3)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기술적 환경의 발달에 따라 더 늘어날 것이다.

인쇄광고물에서 이미지 프로세싱이 활용된 정도와 사용기법 등에 대한 분석은 3장 2절 활용사례 분석에 기술하였다.

2) 보도사진분야의 활용

보도사진분야에서도 제한적인 활용이 이루어지고는 있는데 보도사진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현장과 실제적 특성(다큐멘타리)에 비추어 볼 때 이미지 프로세싱을 이용한다는 것은 '조작'의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그 활용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95년후반기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관련하여 TV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실제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해서 이를 표현했다. 문화일보는 같은해 10월28일에 노태우 전대통령이 돈다발이 수북이 쌓여있는 탁자 앞에서 돈뭉치를 들고 서있는 합성사진(그림 4)을 실었고, 31일 밤 문화방송은 9시뉴스에서 다음날 검찰출두 예정인 노씨가 검찰청사에 들어서는 가상장면을 연출했다. 또한 8월5일에는 광복50주년 기념행사를 위한 연습비행을 실시하는 공군 A37기가 청와대 상공을 지나는 장면(그림 1)을 몇몇 신문에서는 실제 비행기가 작게 촬영된 모습을 확대하는 편법을 썼으며, 96년 1월 무궁화 2호 발사장면도 근접촬영의 어려운 여건때문에 이전의 발사장면 사진에 태극기와 한국통신 글자만을 합성한 사진(그림 5)들이 일부 지면에 실렸다.

이러한 합성사진을 놓고 언론계에서도 '사실왜곡'이라는 비판론과 '표현기법'이라는 옹호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문화일보의 노태우 합성사진을 제작한 강남욱기자(편집 미술부)는 '합성사진'은 특징의 강조로 메세지를 전달하던 삽화를 기술의 발달에 따라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도사진 진영에서도 삽화와는 달리 합성사진을 자칫 보도사진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종종 조작과 명예훼손 시비를 일으킨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사진기자회 김주만 회장은 "사실성을 보도하거나 왜곡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성균관 이효성교수도 "합성사진이 보도경쟁속에서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쓰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가상적 상황의 사진 게재를 규제하고 있으며 "뉴욕타임스'도 뉴스사진은 절대 변형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¹³⁾

그러나 일간지와는 달리 시사주간지에서는 표지 일러스트라는 관점에서 주로 커버면에 이러한 조작, 합성된 사진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그림:6) 이는 일간지 보도 사진의 특성과는 달리 하나의 주제를 전달키 위한 일러스트로서, 새로운 표현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긍적적인 면을 찾아 볼 수 있으며 앞으로도 뉴스사진이 아닌 시사잡지의 표지나 시사만평(그림:7)분야의 새로운 표현수단으로서 이미지 프로세싱의 활용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3) 순수예술에의 활용

이미지 프로세싱의 활용은 거의가 광고분야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 프로세싱은 그 특성상, 붓과 물감을 이용해서 창조되는 회화나, 또는 판화등과 마찬가지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예술적 '표현도구'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작업자는 마치 책상위에 놓여진 모니터를 캔버스처럼 대하며 마우스 누르고 있는 손은 화면상의 컬러팔레트에서 1,680만가지의 색상중 하나를 선택하여 각종 툴을 이용, 마치 진짜 붓으로 캔버스를 칠하는 것처럼 작업자의 예술적 영감과 감각으로 화면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다색인쇄술과 사진술이 크게 발전했던 1860년대말에는 사진기에 의해 색채를 입히는 사진 일러스트작품이 선보이기 시작했으며 사진의 표현기법으로 일찌기 시도되었던 몽타쥬(Montage), 연조묘사, 솔라리제이션(Solarization), Rayogram등 화학적 처리에 의한 표현이 다양하게 표출되었으며 이제는 이러한 화학적 수단이 아닌 첨단기술과 결합한 사진의 예술적 표현방법의 하나로 이미지 프로세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한 사진의 예술적인 표현은 주로 합성의 형식일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 자료가 각각 분절된 사진이거나 그림의 형태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몽타주 형식의 디지털 아티스트로 미국의 다이안 펜스터를 비롯 근래에 세계 디지털 아티스트증에서 주목받고 있는 청년작가 3명의 작품세계와 그 작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다이안 펜스터(Diane Fenster)

다이안은 美시애틀 퍼시픽 사이언스센터의 "The Techzone"에 작품이 영구전시된 디지털 아티스트이다. 그녀의 작품은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운동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는데, 그녀는 주로 병렬배치기법을 사용한다. 컴퓨터는 다이안에게 이러한 포토몽타주 형식이 지닌 가능성의 범위를 확장시켜주게 되었다.

실제로 이 기법을 통해 다이안은 표현의 자유로움과 자신의 작품에서 활용하는 상징물의 인격적인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