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이해성

2차 세계대전중 고든 알포트(Cordon Allport)와 레오포스트힌(Leo Postman)은 '소문의 전파(diffusion of rumors, 1945)'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만화와 유사한 삽화들을 이용하였다.

정보의 전달을 살펴보면서, 알포트와 포스트맨은 3가지 과정, 즉 평탄화(leveling), 첨예화(Sharpening), 그리고 동화(assimilation)라고 명명한 과정에 대해 주목하였다.

평탄화의 과정에서 하나의 이야기는 단순화되어진다. 연구자들은 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계속 전달됨에 따라 '점점 더 짧아지고, 점점 더 축약되며, 점점 더 쉽게 파악되고 이야기되어 지는 경향'이 있음을 주목하였다.

첨예화의 과정은 몇가지 항목이 탈락됨에 따라 나머지 항목들이 더욱 중요하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세번째 과정, 동화에서 그 야기는 화자(話者)에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한다.

이 세가지 과정을 통해 내용이 더 명확하고 더욱 이해가 쉬운 형태로 바꾸어 간다는 것이다.

모든 커뮤니케이터들은 어느정도 수용자들을 위해 평탄화, 첨예화, 그리고 동화작용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가장 명확히 볼 수 있는 것은 다른 어떤 경우에서 보다 카툰적 표현의 작품에서이다²⁴⁾.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은 생략, 과장의 표현 특성상에서 평탄화와 첨예화 되고 있으며 글과 그림의 결합으로 동화 작용을 한다. 즉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재미있고 평이하게 풀이하여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은 대부분 그림과 글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있다. (그림40), (그림41)

이 조화속애서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은 글과 그림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결합한다.

카툰은 인쇄매체이다. 이 인쇄매체는 크게 활자매체(혹은 부호매체)와 조형매체의 두가지로 분류 할 수 있다. 활자매체의 특징은 문자라는 상징에 의해 대상이나 내용이 전달되는 것으로, 이 매체의 장점은 글의 '분명함'에 있는데, 글의 분명함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수용자(독자)에게 그 글을 익고 이해할 수 있는 교육수준이 요구되어 진다. 또 '활자'라는 부호를 통하여 그 실체를 머리에 떠올리기 위해서는 전환(轉渙)이라는 필수적인 과정이 따르게 된다.

그러나 조형매체는 '그림'이라는 조형 또는 시각요소를 통하여 전환의 과정없이 직접 인식되기 때문에 활자매체보다 훨씬 신속하고 용이하게 이해된다. 즉 그림은 문자에 비해 '실체 → 문자화 → 전환 → 인식'의 과정이 생략되고 '실체→인식'이라는 직접적인 인식과정이 생성된다.

그런데 조형매체는 '보여지는 그대로' 인식되고 수용되기 때문에 활자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용자의 상상과 나름대로의 해석영역을 제한시킨다는 약점을 지닌다.

이런 까닭에 그림책이나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을 일부 교육자들은 상상력의 저하, 수동적인 인식능력을 들어 문제시하고 있기도 하다²⁵⁾.

그러나 그림은 글보다 훨씬 더 즉각적이고 정감적이다. 따라서 대상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은 글보다 더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림은 글에 비해 훨씬 더 다의적(多義的)이므로 글의 분명함을 따라가지 못한다²⁶⁾.

그런데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을 포함한 만화적 표현양식은 글의 분명함과 그림의 즉각성을 결합하면서 글의 어려움은 그림을 통해, 그리고 그림의 다의성은 글의 분명함을 통해 보완한다.

다시 말해서 <표 2>에서 보듯이 조형적 매체가 갖는 약점을 말풍선 속의 대사 또는 지문(地文:동작, 표정, 심리, 말투 따위를 서술한 글)으로 보완하고, 활자매체가 갖는 전환의 과정을 그림을 통하여 재빨리 인식하게 함으로써 이해에 상당한 도움을 주게되는 것이다. (그림 42)

특히 광고에서는 대사와 지문없이 카피(copy)가 대용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은 메시지 전달에 꼭 필요한 선만을 강조하며, 또 필요에 따라 그림과 말의 과장·왜곡·생략을 통하여 메시지를 정확하고 간결하게 정리하여 신속하게 전달한다. 별다른 교육수준이 없어도, 문화권의 차이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어느 누구에게나 쉽게 받아 들여지고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말풍선 속의 언어는 구어체(口語體)로 되어있어 현장감과 현실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활자(부호)·조형매체의 장점을 모두 갖춘 이상적인 매체로서 특히 단순·명료·재미를 선호하는 어린이에게 환영받고 있는 것이다.(그림 43)

따라서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이 상품광고에서 뿐만 아니라 활용하기에 따라서 어린이 교육과 오락 등에 훌륭히 이용될 수 있으며, 이러한 긍정적인 만화의 이용은 현대 문화 산업의 핵심이 되고 있다.

4. 설득성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이 가지고 있는 설득력은 카툰의 현실감 없는 표현기법에 기인한다. 카툰의 환상적인 이미지는 폭력·고통·공포·수치감의 감정들을 중화시켜 준다²⁷⁾.

사진, 언어, 사실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의 표현양식과 상이한 심리적 효과와 또다른 결과를 낳는 것이다.

광고의 소구 방법중에서 공포어필이나 섹스어필은 강한 주목력과 설득력을 갖지만 너무 사실적인 표현을 할 경우 수신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어 심리적 저항감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충격적인 광고를 채택하는 회사들은 자연히 광고의 역효과를 우려하게 된다. 그런데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은 환상적·추상적 이미지가 강한 만큼 안도감을 주입시켜 지나친 자극에 대한 거부 반응을 중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광고하기에 혐오감을 우려해야 하는 광고나 직접적으로 하기 힘든 광고에서는 특히 설득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림 44), (그림 45)

1986년 7월에서 1987년 봄, 쌍용제지의 미라젤(생리대) 광고는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을 이용한 비쥬얼 전략으로 직접적으로 하기 힘든 광고를

유례없이 만들어 시장점유율 톱으로 까지 부상하는 이변을 낳았다.(그림 46)

생리대 시장의 점유확대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라고 표현한다. 생리대는 상표 충성도(brand loyalty)가 높고 습관적인 구매에 의존하기 때문에 혁신적인 제품개선이 없는 한 타 제품으로 바꾸어 쓰도록 유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그 당시에는 TV, 라디오 등 전파매체에 광고를 할 수 없도록 되어있어서 새로운 상표에 대한 설득이 힘들었다²⁸⁾.

광고매체를 결정할 때 대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영상매체를, 남성은 인쇄매체를 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라젤 광고를 성공으로 이끈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만화로 된 일러스트레이션의 역할이었다. 생리대는 모델을 구하기도 어렵고, 차별화가 어려우므로 표현 방법으로 키툰 캐릭터를 이용한 일리스트레이션을 채택하여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중고생에게 굉장한 인기를 얻고있던, 만화가 김수정씨가 그린 만화 주인공인 '오달자'는 개성이 강해서 어디에 내놓아도 눈에 띄였다. 만화 캐릭터들은 TV나 영화의 스타들 만큼이나 인기가 있으므로 설득성을 극대화 시켜준다. (그림 47), (그림 48)

미라젤은 여성에게 소구하기에는 너무 약한 인쇄매체 중에서 잡지를 충분히 활용하며 성공을 거두었다. '인쇄매체만으로는 여성제품 광고를 성공적으로 할 수 없다'는 종래의 관념을 과감히 깨뜨린 것이다.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은 친근하고 부담없는 접근 방법을 통하여 수용자의 흥미를 집중시켜 목적한 내용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카툰 일러스트레이션의 설득력은 광고 제작에 있어서 클라이언트에게도 작용하는데 적은 광고비로 효과적인 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