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고시장의 개방은 보호무역주의의 철폐라는 일반적인 경향에 의해서 이루어졌지만 사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조류에 편승하여 자국의 이익을 도모한 미국의 선점기도에 의해서 사실상 이뤄진 것이다. 그것은 당시 대미무역 흑자를 내고 있던 우리 나라에 대해서 미국은 미국이 경쟁적 우위에 있는 서비스분야에 대한 시장개방을 강력히 요구했었다. 특히 광고분야에서 미국이 갖고 있는 우수한 인적, 물적, 기술적 자원을 배경으로 미국은 황금시장으로 여겨지는 한국광고시장에 대해서 강한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과정에서 시장개방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다자간 협상에 앞서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이용하여 쌍무적 협상을 통해 광고시장개방압력을 가해 온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광고시장개방은 미국의 통상압력에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타결 및 유통시장개방압력 등이 보조적 역할을 한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선진국 특히 미국이 한국의 광고시장에 대해 강한 개방요구를 한 것은 다름아니라 한국의 광고시장이 갖고 있는 성장잠재력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광고산업은 1960-70년대의 경제성장 시대를 거쳐오면서 급속한 성장을 하였고 80년대와 90년대에 들어오면서 현대적인 광고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광고산업의 양적, 질적 성장은 한국광고시장의 규모를 1994년 현재 3조 3천 5백억원에 이르게 만들 정도로 급성장하였다. 더구나 한국경제의 앞으로의 성장잠재력과 해외지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한국광고산업은 규모도 계속 확대될 것이며 또한 해외로의 진출이 불가피할 것이다.

광고시장의 개방은 그것이 단순한 광고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광고산업이 차지하고 있는 산업에서의 비중과 그것이 다른 분야에 미치는 여러 가지 영향을 고려할 때 광고시장개방에 따른 정확한 영향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선 광고시장의 개방은 계열사 중심의 한국광고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외형적으로 규모가 큰 대형 광고사들도 있지만 그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대그룹 계열사의 광고를 전속적으로 취급할 수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한국광고산업의 문제는 다수의 광고 회사들의 난립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계열사중심으로 이루어져 무사안일의 자세와 독창성이 결여되어 있다. 또 광고의 과학화, 전문화가 충분치 못하다. 광고에 있어 절대 필요한 기초자료의 수집과 분석이 미비하고, 광고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효과분석도 아직 달성치 못한 실정이다. 제작사들의 광고물에 대한 공개 프리젠테이션제도도 확립 안되어 경쟁풍토가 조성되어 있지 못하다. 전문인력의 부족도 아직 광고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부족, 과학화와 전문화의 결여로 전문인력의 양성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91년 완전개방 이후 많은 다국적 광고 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하여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광고산업은 해당국의 사회문화적인 여건 때문에 해외회사가 쉽게 진출할 수 없다는 식의 안일한 자세는 매우 위험한 사고이다.

세계적인 다국적 광고회사의 진출로 야기된 국내광고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관계는 두 가지 측면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는 광고 산업과 관련된 주체별 대응대책이고, 다른 하나는 과제별로 필요한 대응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류에 의한 대응책을 정리하여 보면 결국 국내 광고 회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우선 국내광고 시장을 지켜야 한다는 수세적 입장에서의 경쟁력강화대책과 한발 더 나아가 광고를 국제화하여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공세적 입장에서의 경쟁력강화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대책은 첫째, 광고산업의 전문화와 과학화를 기해야 한다. 광고기획에서부터 제작과정, 집행과정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있어 전문화와 과학화를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선 우선적으로 기초자료의 수집과 분석이 돼 있어야 한다. 이는 광고산업계 전체가 공동으로 투자하여 전문인력과 기초조사를 정기적으로 체계화하는게 필요하다.

둘째, 광고산업은 고도의 전문서비스 산업이므로 이를 직접 수행할 전문인력을 양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국적 광고회사의 진출로 그나마 확보하고 있던 전문인력의 이동이 많아 애로를 겪고 있다. 대학의 교육과정이나 전문인력을 양성할 교육기관 및 연수기관을 확충하여야 하고 선진광고제작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해외위탁연수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셋째, 광고회사는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전통적인 광고제작분야에만 사업의 영역을 국한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의 경쟁상황과 뉴미디어시대의 도래, 정보기술혁신을 감안하여 광고회사의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단순한 수익성확보차원만이 아니라 사업다각화를 통해 토탈커뮤니케이션을 제공 한다는 측면에서 적극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다.

넷째, 광고산업의 과학화는 곧 정보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광고산업의 세계화와도 직결되는 것이다. 광고회사는 정보 데이타베이스의 구축과 의사결정지원시스템을 신속히 개발하지 않으면 선진광고회사와 경쟁할 수 없다.

다섯째, 광고회사의 국제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세계화전략을 적극 지원하려면 광고산업의 해외진출은 불가결한 요소가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수준이 세계수준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으므로 점진적 단계별 해외 진출이 요구된다. 우선 광고주기업이 진출했거나 하여는 국가의 시장과 소비자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 광고인을 파견하여 지역전문가를 양성하고 현지의 광고관련자료를 수집,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다음 광고주의 현지광고활동을 대행하는 현지 광고회사와 광고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광고활동에 대한 자문역할을 할 현지사무소나 법인을 설립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시장에 본격 진출하여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국제광고를 직접 수행 할 수 있도록 한다.

이같이 광고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재강조하지만 전문인력의 양성과 재교육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관련자료의 축적과 노하우의 개발이 요구되며 광고제작시설과 설비를 확충하는 일이 전제가 된다.

이러한 광고산업의 경쟁력강화 대책은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일이어서 개별적인 광고 회사만의 노력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강력한 다국적 회사들과 경쟁하려면 힘의 결집이 필요하며 그것은 공동화작업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앞으로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서 우리 광고회사의 제반 강약점을 분석 하고 다국적 광고회사에 대한 강약점을 분석하면 명화한 대응책이 강구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