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계된 총 TV광고 편수는 672편이며,이중에 한번 이상 외래어가 사용된 TV광고는 655편이었다. 총 광고 대비 외래어 사용 광고의 비율이 97.5%에 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본 연구가 분석대상으로 삼은 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다. 외래어 사용 광고 1편당 평균 2.03개의 외래어가 쓰였으며, 총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 수는 1.98개에 달하고 있다. 이 역시 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사용된 외래어의 비율을 보면 ① 외국어(54.6%), ② 준외래어(17.7%), ③ 순외래어(15.4%), ④ 단순복합어(11.9%), ⑤ 조어 및 혼종어(2.4%)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국어와 준외래어를 합한 비율이 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이다. 이는 의류·섬유 업종의 경우 광고상품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의도적으로 아직 우리말화가 더 진전된 외국어 및 준외래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식음료·주류 업종의 경우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겠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자. 1990년에 방영된 (주)유림의 니트웨어 '마담센띠레' 광고의 카피 전문이다. 밑줄 친 것이 외래어 어휘들이다. 생경한 외국어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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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섬유 업종의 TV광고는 섬유·복지·내의류·의류 등 특정 제품군에 관계없이 가장 많은 수의 외래어를 가장 고르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도 의류·섬유 TV광고 고유의 이미지 소구특성 때문이라 이해된다. 즉 외래어, 그 중에서도 가능하면 우리말화가 덜 진전된 외국어와 준외래어를 많이 사용하여 보다 광고 상품에 고급스런 이미지와 이국적 인상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분석결과를 통해서 보면 한마디로 의류·섬유 업종 TV광고는 분석 대상 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비주체적'인 외래어 사용 특성을 보이고 있다 하겠다.

3) 총괄적 분석

10년간의 5개 업종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를 총괄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5개 업종 가운데 분석 대상 총광고 편수에서 외래어 사용 광고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순서를 보면 ① 의류·섬유광고(97.5%), ② 화장품·세제 광고(94.8%), ③ 전기·전자·정밀기기광고(92.9%), ④ 의약품광고(86.9%), ⑤ 식음료·주류광고(78.6%)로 나타나고 있다. 호의적 이미지 획득이 광고상품 판매에 직결되는 제품군일 수록 외래어를 많이 사용함을 알 수 있다. 의류·섬유나 화장품·세제, 전기·전자·정밀기기 업종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최근 10년간 각 업종 TV광고에서 누가 평균적으로 가장 많은 외래어를 사용했는가를 살펴보아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즉 ① 의류·섬유(1.98개), ② 전자·전기·정밀(1.93개), ③ 화장품·세제(1.85개), ④ 식음료·주류(1.54개), ⑤ 의약품(1.21개)의 순서가 되는 것인데, 의류·섬유 업종을 필두로 2위와 3위가 순서를 바꾸고 있을 뿐 여전히 상위 3개 업종군이 가장 많은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광고대행사인 Foote Cone & Bolding사는 전통적 소비자반응이론과 위계효과모델 및 그 변형모델을 토대로 여기에 관여이론과 두뇌기능분화이론 등을 추가하여 이른바 FCB GRID모델을 만들어내었는데, 이 모델은 특정 상품의 광고특성을 4개의 영역으로 명료하게 카테고리화시키고 있어 본 연구에 유용한 참고가 된다 하겠다. 아래 <표 3-2-18>은 FCB GRID모델의 각 공간영역을 나타낸 것인데, 의류·섬유, 화장품·세제 업종은 도형 속에서 볼 때, 우상단에 위치한 고관여 감성소구 제품의 2영역에 해당된다.¹⁴³⁾

이를 통해 파악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즉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TV광고를 분석해보면 광고 접촉시 강한 광고충격이 필요한 이미지 지향과 고관여 감성소구 제품, 다시 말해 구체적 정보보다는 전체적인 느낌과 자부심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업종의 광고일수록 상대적으로 외래어 사용이 많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앞서 TV광고에서 외래어를 사용하게 만드는 주요 내부 요인으로 광고목표 달성을 위한 마케팅적 요구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외래어 선호를 실례로 들었다. 이미지지향과 자부심 등이 상품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고관여 감성소구 제품에 외래어가 보다 많이 사용된다는 것은 역으로 위의 내부적 요인의 존재를 뚜렷하게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다만 GRID모델에서 제 1영역에 속해있는 전기·전자·정밀기기 업종의 TV광고가 평균 외래어 사용 숫자에서 2위로 나타난 것이 이채롭다. 이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소비, 광고 풍토 탓으로 해석된다. 물론 전기·전자·정밀기기 제품의 공학적 특성상 외래어가 많이 사용된 측면도 있지만, 구매에 있어 이성적 판단이 중시되는 이들 고관여제품에 있어서도 외래어를 사용하여 제품에 대한 신뢰감과 전문성을 높이고, 제품 이미지를 고양시키고자 하는 광고 접근이 더욱 선호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