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요약

이상 1985년에서 1994년까지 10년간 5개 업종에 걸친 총 4,311편 TV광고 카피의 내용분석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의 실태와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우리나라 TV광고의 외래어를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의 두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다.

외부적 요인은 TV광고에서 외래어를 일차적으로 허용하고 차단하는 주체인 광고심의기구이다. 심의기구의 주체와 심의규정의 변화에 따라 각 시기의 외래어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 요인으로는 해당 광고상품의 매출을 극대화 시키고자 하는 마케팅적 요구와, TV광고에 외래어를 보다 많이 사용하도록 원천적 요인을 제공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외래어 선호 경향이 들어질 수 있다. 광고에 외래어를 많이 사용할수록 해당 광고 상품의 이미지에 보다 긍정적 영향이 더해지고, 따라서 광고효과가 증대되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필연적으로,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를 더욱 선호하고 신뢰하는 소비자대중의 언어사대주의가 있다는 것이다.

실증분석으로 들어가서 살펴보면 다음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5개 외래어 유형별 특성을 살펴보면 최근 10년 우리나라 TV광고에서 가장 많이 쓰인 외래어는 외국어(45.1%)였고 다음이 순외래어(23.9%), 준외래어(15.4%), 단순복합어(13.2%)였으며 조어·혼종어(2.4%)가 가장 적게 사용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두 번째,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과 관련하여 통시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특성이 나타난다. 즉 TV광고의 외래어 실태는 당대의 경제 환경과 광고심의 정책, 그리고 사회의 개방화와 국제화 조류 등에 교호(交互)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분석 사례에서 광고심의 규정이 바뀜에 따라 외래어 사용 실태가 변화하며, 서울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행사가 실제로 외래어 사용 실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나타난 것이다. 비록 본 연구의 제반 한계로 인하여 TV광고 외래어와 사회 환경과의 이같은 교호관계가 총체적이고 심층적으로 연구되지는 못했으나, 그 경향성만은 충분히 파악되었다 하겠다. 특히 WTO 체제 출범과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가일층 개방화와 국제화를 겪을 1995년 이후 TV광고에서 어떠한 외래어 사용실태가 나타날 것인가 주목된다 하겠다.

세 번째, 5개 업종별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를 살펴보면 매우 뚜렷한 특성이 발견되었다. 먼저 분석 대상 5개 업종 TV광고 가운데 외래어 사용 광고의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순서를 보면 ① 의류·섬유 업종, ② 화장품·세제 업종, ③ 전자·전기·정밀기기 업종, ④ 의약품 업종, ⑤ 식음료·주류 업종으로 조사되었다. 분석대상 광고 모두를 평균내어 각 업종 TV광고 1편당 얼마나 많은 외래어를 사용했는가를 살펴보아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타난다. 즉 ① 의류·섬유(1,98개), ② 전자·전기·정밀(1.93개), ③ 화장품·세제(1.85개), ④ 식음료·주류(1.54개), ⑤ 의약품(1.21개)의 순서를 보이는 것이다. 2위와 3위가 순서를 바꾸고 진을 뿐 여전히 상위 3개 업종 광고가 가장 많은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상의 결과를 분석해보면 우리나라 TV광고에서는 광고 접촉 시 강력한 이미지 충격이 필요한 고관여 감성소구 제품인 의류·섬유 업종, 화장품 업종 그리고 신뢰감 및 전문적 이미지가 필요한 전기·전자·정밀기기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외래어가 많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외래어를 사용함으로써, 광고하는 제품에 보다 세련된 이미지를 주고 신뢰감을 고양시키고자 하는 TV광고 외래어의 마케팅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10년간의 통계를 총괄적으로 묶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최근 10년간 방영된 총 4,311편의 TV광고 가운데 한번 이상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는 모두 3,769편으로 전체 TV광고 가운데 외래어 사용 TV광고의 비율은 8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래어를 한번 이상 사용한 TV광고에서 쓰인 평균 외래어 갯수는 약 1.92개였고, 이를 같은 시기에 방영된 전체 TV광고 평균으로 보면 1편당 약 1.68개의 외래어가 사용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제2절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TV광고에서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 혹은 찬성이라는 규범론적 논의를 벗어나, 일단 TV광고에 외래어가 나타나도록 만드는 외부·내부엔 걸친 결정론적 요인을 살펴보고자 했다. 뒤이어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를 실증적으로 파악해보았다.

우리나라 TV광고에서 외래어는 왜 나타나는가? 광고에 외래어를 사용하는 사회적 요인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서, 최근 10년간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는 어떠한가? 즉 외래어의 유형별 특성, 통시적 특성, 업종별 특성은 어떠한가? 등등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했다. 이같은 실증적 연구 성과가 어느 정도 축적되어야 비로소 향후 TV광고 외래어의 사회적·문화적·언어적 함의에 대한 심층적 후속 연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TV광고 외래어에 대한 총체적이며 보다 입체적인 후속 연구를 이끌어들이는 하나의 시험적 연구임에 틀림이 없으며, 따라서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본 연구의 첫 번째 한계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통계적 유의성에서 완벽한 성과를 자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분석 대상으로 삼은 최근 10년간 TV광고 전체의 전수적 내용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10년이라는 긴 기간을 잡기보다는 차라리 3, 4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기간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할 수도 있었겠으나, 그렇게 대상기간을 좁히는 데는 본 연구의 목적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었다. 즉 단기간에 걸친 집중적인 실태 파악이 가능하기는 하겠으나, 최소한 10년 정도의 중장기적 분석에서 얻어지는 통시적 경향성의 파악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외국말이 우리말 속에 들어와 오랜 기간 널리 사용됨으로써, 외래어로 변해가는 과정은 어차피 역사적 과정이다. 따라서 특정 시기의 집중적인 고찰보다는 중장기에 걸쳐 통시적인 방법론을 통해 TV광고 외래어 실태의 경향성과 특성을 연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방법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제 조사에 들어가서 현실적인 큰 문제에 부딪혔다. 최근 10년간 방송된 모든 TV광고의 카피 분량이 연구자 개인이 빠짐없이 수집·분석하기에는 너무 방대했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기존의 자료가 매우 분산적으로 보존되어 있어 체계적 수집이 어려웠다는 점도 빠트릴 수 없는 제한 요소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에서 과거 기록 수집과 보존에 대한 인식부족은 학문 분야에서 뿐 아니라 여러 문화 영역에서 절실히 지적되어오고 있다. 그러한 문제점이 본 연구에서도 똑같이 실감되었다. 10년간 분석 대상기간 중 각 당해 년도의 TV광고 카피 전체를 체계적으로 묶은 자료집은, 고작해야 1988년 한국방송공사에서 창립기념사업으로 발간한 1985년에서 1987년 사이 3년간의 '방송광고카피집' 3권 뿐이었던 것이다. 이후 1988년을 포함, 방송광고 심의가 방송위원회로 넘어간 1989년 이후에는 그나마 어떠한 형태로도 TV광고카피의 자료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체계적 자료 정리의 이같은 단절은 5년 동안이나 계속되어, 1992년에 와서야 비로소 민간기업인 (주)오토의 상업적 자료 판매의 형태로 재개되었다. 'CF-BANK' 라는 제목으로 그 달 그 달에 방영된 TV광고를 수집하여 이를 단행본에 묶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부활되었던 것이다.

이같은 자료 수집의 한계 때문에 전수적 분석의 실패는 본 연구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필연적이었다고도 하겠다. 다만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에 대한 총괄적 경향성의 파악은 가능했다는 점에 연구의 의미를 두고 싶다.

본 연구의 두 번째 한계는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를 사회적·문화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거시적 조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외래어 실태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넘어서서, TV광고 외래어를 만들어내는 사회문화적 요인에 대한 본격 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는 뜻이다. 이는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 및 그 함의 등에 대한 기존의 선행연구가 부족하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실증 연구의 한계를 크게 넘을 수 없었던 본 연구의 범위 설정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특정한 정치·경제·사회·문화 환경과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는 어느 접점에서 연결되어 상호영향을 주고받는가를 밝히는 언어사회학적 관점에서의 후속 연구를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 번째 한계는, 커뮤니케이션학적 측면에서 TV광고 외래어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에 대한 효과이론적 탐구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발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고가 TV미디어의 으뜸가는 재원(財源)으로 부상하고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양자의 상호밀착도가 증대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광고와 방송매체의 밀월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강건너 불이 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긍정·부정적 측면에서 광고의 사회적 효과도 날이 갈수록 증폭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본 연구가 목적하는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TV광고의 효과이론적 탐색에도 마땅히 주의가 기울어져야 했으나, 제반 한계상 깊이 있는 분석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를 테면 "TV미디어 수용자의 언어 생활에 TV광고 외래어가 미차는 영향" 등과 같은 본 연구 주제와 연결된 보다 심층적 후속연구를 희망하는 바이다.

끝으로, 세분화된 수용자 연구에 대한 아쉬움을 들고 싶다. 예를 들어 각 계층별·연령별 구분에 따라 TV광고 외래어에 대해 어느 정도 친숙도와 수용도를 보이는가 하는 등의 연구가 이에 해당된다 하겠다. TV광고에서의 외래어 자체가 어차피 소비자의 언어관습과 본원적 상호영향을 주고받는다 할 때, 특히 청소년을 비롯한 각 연령별 TV 외래어 수용도 연구는 향후 우리 언어 생활에 나타날 외래어 경향을 예측하는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지적된 몇 가치 연구의 한계와 아쉬움은 그대로 후속연구에 대한 제언과 직결된다. 분석 기간을 더 넓히고 분석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것은 물론 인접 커뮤니케이션학의 다양한 연구 성과를 교차적으로 적용한다면, 우리나라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를 종횡으로 꿰뚫는 보다 가치있는 연구가 가능하지 않을 까 한다. 후속연구를 걸(乞)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