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13편의 TV광고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외래어 사용 광고가 258편으로 전체의 82.4%였다. 사용된 외래어유형별로 구분하면 ① 외국어(48.6%), ② 순외래어(24.0%), ③ 준외래어(17.1%), ④ 단순복합어(8.7%) ⑤ 조어·혼종어(1.6%)의 순서를 보이고 있다. 외래어 사용 TV광고에서는 1편당 평균 1.92개의 외래어가 쓰였으며, 전체 TV광고 평균으로는 1편당 1.58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업종별로 보면 ① 의류·섬유(1.88개), ② 화장품·세제(1.84개), ③ 전자·전기·정밀기기(1.55개), ④ 식음료·주류(1.54개), ⑤ 의약품(0.95개)의 순서로 집계될 수 있다.
1992년은 경제성장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중소기업 도산이 속출하는 한편, 물가오름세가 낮아지고 국제수지 적자는 줄어드는 등 특이한 양상을 보인 해였다. 1인당 GNP가 7,007달러, GNP성장률은 5.0%를 기록했는데 이는 1981년 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이었다. 이처럼 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경기순환적 요인과 함께,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이해된다.133)
특히 1992년은 세계경제가 수년간 침체의 늪을 거치면서 구축되기 시작한 블럭화 경향으로 유럽공동체가 더욱 결속 양상을 보이고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동남아국가연합(ASEAN) 6개국의 자유무역 확대 등의 대외적 경제환경 변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기도 했다. UR협정의 미타결로 비화된 미국과 EC간의 무역분쟁이 수출지향형인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한 시기이기도 했다.
광고환경 측면에서 살펴보면 1992년 1월 1일부로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광고업이 종전의 '세분류'에서 '소분류'로 격상되면서 금융·세제 측면에서의 개선이 이루어진 것이 지적될 수 있다. 또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TV광고 메시지 측면에서 발견되는 변화이다. 즉 1992년 한국방송광고대상에서 '효(孝)'를 주제로 한 경동보일러 광고가 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우리 고유 정서에 기반을 둔 광고들이 큰 인기를 끌고 실제적으로 상당한 마케팅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198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TV광고를 풍미했던 서구지향 광고의 반작용이라고도 해석되는 이러한 변화경향은 1988년과 1992년의 한국방송광고대상 수상작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이해가 된다. '88년은 (주)일화의 '맥콜', 대우전자의 '대우 수퍼비전', 쁘렝땅 백화점, 남양나일론의 '남영스타킹' 등 외국 지향적 메시지의 광고가 수상한 반면에, '92년의 경우 위의 경동보일러 광고를 비롯하여, 조선무약의 '우황청심원' 광고, 롯데칠성의 '칠성 사이다-백두산 편' 등 한국적인 정서와 표현기법의 광고들이 대거 수상을 한 것이다.134) 표에서 나타난 바, 1992년 총 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수가 1990년의 평균 1.90개와 1991년 평균 1.75개에 비해 두드러지게 낮아진 평균 1.58개를 기록한 것도, 이같은 우리나라 TV광고 표현의 고유정서 지향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한다.
(9) 1993년의 외래어사용실태
1993년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를 분석한 결과는 <표 3-2-10>과 같다.
총 1,039편의 TV광고를 내용분석한 결과, 한번 이상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가 911편으로 전체의 87.7%였다. 사용 외래어를 유형별로 나누면 ① 외국어(48.6%), ② 순외래어(24,9%), ③ 준외래어(14.0%), ④ 단순복합어(11.0%), ⑤ 조어·혼종어(1.5%)의 순서로 나타나고 있다. 외래어 사용 TV광고에서 1편당 평균 1.68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으며, 전체 TV광고 평균을 내면 1편당 1.47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업종별로 보면 ① 의류·섬유(1.67개), ② 전자·전기·정밀기기(1.62), ③ 식음료·주류(1.52개), ④ 화장품·세제(1.38개), ⑤ 의약품(0.96개)의 순서로 외래어로 사용빈도가 집계되고 있다.
1993년 2월 25일은 김영삼 정부의 출범일이다. 신정부(新政府)가 추진하는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친 개혁 바람에 화합하듯, 이해의 경제개황은 소비투자 등 내수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출의 꾸준한 증가에 힘입어 몇 해 만에 처음 완만한 회복세로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수지도 수입의 낮은 증가에 힘입어 1990년 이래 최초로 4억 5천만 달러의 소폭 흑자를 기록하였다. 1993년의 국민총생산은 2,161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1인당 GNP는 7,513달러로 전년 대비 약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135)
반면에 국내 광고산업은 조사대상 기간 10년 중 가장 성장률이 낮았던 198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광고비가 경상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더라도 전년보다 0.01%가 낮아진 1.21%를 점유했는데, 이러한 저성장은 장기적 경기불황 영향으로 인한 중소기업 도산, 부동산·건설경기의 침체, 실명제 실시로 인한 제조업의 위축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광고비 지출을 억제한 때문으로 이해된다.136)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와 관련해서 가장 주목되는 현상은 평균 외래어 사용이 분석 대상 기간 10년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는 것이다. 즉 외래어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수가 1.68개였으며, 총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수가 1.47개로 집계되는 것이다. 이는 1985년에서 1994년 10년간 평균인 외래어 광고 1편당 1.92개와, 총광고 1편당 1.68개의 외래어 사용 갯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1993년의 TV광고에 외래어가 이렇게 적게 사용된 데는, 광고환경의 위축과 함께 그 전해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TV광고 표현의 고유 정서 지향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이해된다.
(10) 1994년의 외래어 사용실태
다음은 분석 대상 기간 중 마지막 해인 1994년의 외래어 사용실태이다.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표 3-2-11>과 같다.
총 1,210편의 분석 대상 TV광고 가운데 외래어 사용 광고가 1,103편으로 전체의 91.2%가 해당되었다. 사용된 외래어유형별로 나누면 ① 외국어(46.7%), ② 순외래어(26.3%), ③ 준외래어(14.6%), ④ 단순복합어(11.0%), ⑤ 조어·혼종어(1.4%)의 순서가 된다. 이를 다시 업종별로 보면 ① 전자·전기·정밀(1.91개), ② 화장품·세제(1.81개), ③ 의류·섬유(1.56개), ④ 식음료·주류(1.50개), ⑤ 의약품(1.32개)의 순서로 외래어가 많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외래어가 사용된 TV광고에서는 1편당 평균 1.75개가 쓰였으며, 전체 TV광고에서 평균을 내면 1편당 1.60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다.
1994년은 세계화를 슬로건으로 정부조직 개편이 이루어지는 등 사회전반에 걸쳐 개혁적 변화가 지속된 해였다. 이해의 국민총생산은 2,339억달러, 1인당 GNP는 8,483달러 였다. 특히 TV광고시장이 전년 대비 15.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미국 월드컵,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등 방송광고의 신규재원 증가와 방송광고 시간 증가 등에 힘입은 것으로 보여진다. 전반적 경기확장세와 내수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업체의 치열한 광고활동도 이같은 광고비 고성장에 기여했다고 분석된다.
1994년에는 각종 세계적 스포츠 행사가 빈번하게 이루어짐으로써, 스포츠 관련 제품 및 각종 스포츠 이벤트 관련 광고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음이 주목된다. 특히 미국 월드컵과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은 우리 사회에 열풍이라 할만한 스포츠 바람을 불어넣었는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TV광고 외래어 실태에도 반영되어 광고카피에서 스포츠 관련 어휘가 증가한 특징을 보이고 있음이 주목된다.
3) 총괄 분석
1985년에서 1994년에 이르는 최근 1O년간의 외래어 사용실태를 총괄적으로 집계한 것이 아래의 <표 3-2-12>이다.
최근 10년간에 걸쳐 본 연구가 분석대상으로 삼은 TV광고는 총 4,311편 이였으며, 이 가운데 한번 이상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는 3,769편이었다.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지난 10년간 방영된 TV광고 가운데 평균 87.4%가 한번 이상 외래어를 사용한 셈이 된다. 외래어 사용 TV광고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광고 1편당 평균 1.92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으며, 총 광고 1편당 평균을 내면 1.68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회 일반의 언어생활에 있어 외래어 사용 증가는 한 공동체가 고립되어 있지 않고 타공동체와 문화를 교류하는 개방화와 국제화의 한 결과임을 이미 언급한 바 있다.137) 본 연구와 관련해서 보았을 때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지속된 우리 사회의 국제화와 개방화 조류가 어떤 형태로든 TV광고의 외래어 현상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가설이 당연히 성립된다 하겠다. 본 연구는 그러한 가설의 검증 차원에서 당해년도의 특정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상황이 TV광고 외래어에 반영된 사례를 포착하고자 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1988년 9월에 개최된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 TV광고에 나타난 변화였다. 10년간의 자료 분석을 통해 외래어 사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특정 제품군이 발견되었는데, 그중 가장 으뜸가는 것이 바로 조미료와 한방의약품이었다. 광고상품의 신뢰도를 높이거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 굳이 외래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그동안 거의 외래어가 사용되지 않던 이들 제품의 광고에서 외래어 어휘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용된 외래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휘가 바로 '올림픽'이란 단어였다.
다음은 1985년 9월에 방영된 미원 TV광고의 카피 전문이다. 밑줄 친 부분이 사례로 든 외래어이다.
미원과 미원 맛나가
서울올림픽 공식조미료로 지정받았습니다
소비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호돌이마크가 들어있는 미원과 미원맛나를
계속 이용해 주세요
서울올림픽 공식조미료
미원, 미원 맛나 138)
1986년에 나타난 총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 사용수의 급격한 감소도 실례가 될 수 있겠다. 이미 살펴본 바, 1985년은 경기침체와 더불어 광고심의 기준이 대폭 강화된 해였다. 이해 12월에 새롭게 방송언어정화정책이 시행되고 TV광고에 있어서도 외래어 사용에 대한 강력한 사전규제가 이루어졌는데, 이 영향이 바로 이듬해인 1986년에 반영되어 1985년의 총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 수 1.99개에 비해 1986년의 경우 평균 외래어 수가 1.76개로 급감한 수치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인 1987년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TV광고의 표현 경향 및 메시지에 국제화·개방화 바람이 불어온 것인데, 이러한 환경변화가 TV광고 외래어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즉 총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 수가 전년도의 1.76개에 비해서 2.04개로 평균 0.28개나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가지 1992년의 경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해년도 TV광고 표현의 경향이 외국지향적이냐 아니면 우리 고유 정서 지향적이냐에 따라서도 광고 1편당 사용된 평균 외래어 수에서 상당히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실례로 들어질 수 있겠다.
이처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과 광고 표현 경향의 변화에 따라, 사용된 외래어 실태가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는 것은 TV광고 외래어가 광고를 생산해내는 사회라는 본원적 모태(母胎)의 변화 추이를 반영하는 하나의 '창'(窓)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
위에서 든 몇 가지 사례들이 본 연구의 가설을 증명하는데 충분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광고 심의 규정 변화·사회의 국제화와 개방화 바람·TV광고표현 변화 조류 등과 같은 외부 환경요인이 TV광고 외래어 실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하나의 경향성은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995년은 WTO체제의 출범이라는 매우 중요한 국제경제 환경변화가 이루어지는 해이다. TV광고를 둘러싼 환경에서도 5월에 지역민방이 등장하고 KBS-1 TV에서 광고가 폐지되는 등 여러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TV광고에 나타나는 외래어실태가 환경적 요인과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할 때, 이들 주요 환경변화가 외래어 사용에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관심을 끈다 하겠다. 특히 3월 1일부터 본격 방송되기 시작한 케이블TV가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995년 현재 케이블TV 광고는 공중파방송과는 달리 방송위원회의 타율심의의 대상이 아니라 종합유선방송위원회의 자율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케이블TV광고는 외래어 사용에 있어서도 공중파 TV광고에 비해 보다 수용 폭이 넓으리라고 예상된다. 케이블TV로 대표되는 각종 뉴미디어, 그리고 기존의 공중파 TV광고의 외래어실태를 함께 아우르는 총체적인 후속 연구가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3. 업종별 특성
1) 업종별 분류의 원칙
버나드·베렐손(Bernard Berelson)(1952)은 내용분석에서 주의 깊게 선정된 소표본은 대표본과 거의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한 바 있다. 즉 "내용분석 연구가 성공하고 실패하는가는 분석의 유목이 연구문제와 분석자료에 여하히 적합하게 선정되었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139)
본 연구는 최근 10년간 방영된 TV광고 가운데 대표적인 소비상품인 ① 식음료·주류, ② 화장품·세제, ③ 의약품, ④ 전자·전기·정밀기기, ⑤ 의류·섬유의 모두 5개 업종의 TV광고 카피로 분석대상을 한정했다. TV광고의 일반적인 업종분류에는 위의 5개 업종군 외에도 유통업 부문, 건설·건재·수송 부문, 유통·서비스·문구·출판 부문, 금융·보험·관공청 부문, 공익광고 부문 등이 더 추가된다.140)
그러나 1994년 업종별 방송광고 통계를 보면, 본 연구가 분석대상으로 한정한 5개 업종군의 합계 광고비가 총 TV광고비 가운데 64.9%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141), 위의 5개 업종은 우리나라 TV광고를 사실상 대표하는 업종이다. 이에 따라 분석대상을 한정해도 본 연구의 목적 달성을 위한 충분한 유의성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10년간 각 업종의 외래어 사용실태가 하나의 통계로 모아진 후 매우 특징적인 양상들이 발견되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각 업종별로 특정 외래어 유형의 사용빈도와 사용된 평균 외래어 숫자 등에서 특성이 뚜렷하게 구분된다는 것이었다. 분석된 결과를 업종별 분류 순서에 따라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2) 각 업종별 실태
(1) 식음료·주류 업종
최근 10년간 식음료·주류 업종 TV광고의 외래어 사용실태를 집계한 것이 아래의 <표 3-2-13>이다.
총 TV광고 편수는 모두 1,735편으로 분석 대상 총광고 편수에서 가장 많은 40.2%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에 한번이라도 외래어가 나오는 TV광고는 1,363편으로, 10년간 방영된 약 78.6%의 식음료·주류TV광고가 이에 해당되었다. 이들 TV광고에 나타난 총 외래어 갯수는 합해서 2,673개로서, 외래어 TV광고 1편당 평균 1.96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으며, 총 광고 1편당 평균 1.54개의 외래어가 쓰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사용된 외래어를 순위별로 살펴 보면 ① 외국어(38.4%), ② 순외래어(32.2%), ③ 단순복합어(14.8), ④ 준외래어(12.4%), ⑤ 조어 및 혼종어(2.2%)로 나타나고 있다.
식음료·주류 업종에서 주목되는 것은 특히 식품광고의 경우 타업종에 비해 단순복합어 및 조어·혼종어의 사용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주로 상표명 등에 이들 어휘가 자주 사용되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142) 또한 같은 식품 가운데서도 커피·초코렛류 등 외국을 원산지로 둔 식품의 경우에는 외래어 사용이 많은 반면, 조미료·국산차 등에서는 외래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 차이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다음의 두 가지 사례는 그러한 차이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먼저 1987년에 방영된 크라운제과의 '렛츠오· 렛츠엠' 초코렛 광고 카피 전문이다. 밑줄 친 부분이 외래어이다.
렛츠 초코렛
맛이 좋아 어쩔 수 없네
렛츠 초코렛
오! 살살 녹는 맛
너무너무 맛이 좋아 어쩔 수가 없네
어쩔 수 없네 아하-
오렌지 크림이 들어 있어요
어쩔 수 없네 아하-
렛츠 초코렛
크라운 렛츠오·렛츠엠
다음은 역시 같은 해 방영된 제일제당의 '다시다' 광고카피의 전문이다. 단 하나의 외래어도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수 있다. 비단 '다시다' 광고 경우 만이 아니라, 극히 드문 실례를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조미료·국산차 TV광고에서는 외래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매-
구수한 맛 고향의 맛
오이 냉국, 칼국수라
어머님의 손맛일세 어화!
이야, 이 맛이 얼마만이야?
네, 고향의 맛
정말 변함없어요
쇠고기 다시다 다시다
시원한 국물 냉면다시다
멸치다시다
위와 같은 분석결과를 놓고 볼 때 식음료·주류 광고에서는 광고상품이 외래어를 써서 이미지가 좋아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외래어 사용 빈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본 연구 제 2장 2절이서 언급한 바, 마케팅적 결정요인이 TV광고에서 외래어 사용을 강제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이러한 예는 비단 주류·식음료 업종 뿐 아니라, 앞으로 분석될 나머지 업종의 TV광고에도 거의 예외없이 반복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식음료·주류 업종의 경우 무엇보다 두드러진 특징은 5개 업종 가운데 외래어 광고 편수의 비율이 가장 낮은 반면에(78.6%), 외래어 유형 별로는 순외래어의 사용비율(32.2%)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양상은 식음료·주류 업종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특성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외래어를 사용한 TV광고 편수가 가장 적으며 동시에 사용된 외래어의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우리말화가 진전된 어휘를 보다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순외래어의 사용비율이 외국어의 그것과 6.2% 차이만을 보이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식음료·주류 업종은 분석 대상 5개 업종 가운데 가장 '주체적'인 외래어 사용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된다.
(2) 화장품·세제 업종
화장품·세제 업종 TV광고의 외래어 사용실태를 <표 3-2-14>를 통해 살펴 보기로 하자.
분석된 TV광고 총 편수는 모두 755편이며, 이중 외래어가 나오는 TV광고의 갯수는 716편으로 약 94.8%의 화장품·세제 TV광고가 이에 해당된다. 외래어 TV광고 1편당 사용된 평균 외래어 수는 1.96개, 총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 수는 1.85개로 집계되었다. 사용된 외래어 유형 별로 순위를 매기면 ① 외국어(52.4%), ② 순외래어(16.1%), ③ 준외래어(15.9%), ④ 단순복합어(8.9%), ⑤ 조어 및 혼종어(6.6%)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어 어휘 사용 비율이 5개 업종 평균수치인 45.1%보다 상당히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화장품·세제 업종은 분석된 5개 업종 가운데 조어 및 혼종어의 사용비율이 가장 높은데, 이는 상표명 등에서 우리 말과 서구어의 의미적 합성을 통해 국적불명의 새로운 어휘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 이해된다.
화장품·세제 업종의 경우 표에 나타나지 않은 특이점이 있다. 즉 같은 업종 군에 속해있지만 화장품과 세제광고의 외래어 사용 빈도가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화장품광고는 타 업종 평균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외래어 사용빈도를 보이고 있음에 반해 세제류 광고는 상대적으로 훨씬 외래어를 적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화장품광고에서는 외국어의 사용이 매우 두드러지고 있다.
아래의 두 가지 카피 사례는 그같은 특징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먼저 1989년에 방영된 태평양화학의 '탐스핀 썬베일' 광고카피 전문이다. 밑줄 친 부분이 외국어 어휘이다.
여름피부 자외선 대책 탐스핀 썬베일
자외선 3단계 차단 썬베일
얼룩지지 않는 트윈케익 여름 메이컵
담스핀 트윈케익 썬베일
다음은 같은 해 방영된 동산유지의 '오이비누' 광고카피 전문이다. 외래어가 하나도 사용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깨끗하다 신선하다 오이비누
초록오이의 싱싱함을 사계절 그대로 오이비누
촉촉한 그 느낌 피부로 느끼는 미용효과
오이 비누
오이비누 싱싱해서 좋아요
자매품 세계인의 인삼비누
동산유지
양자가 이처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분석의 한계상 동일 업종에 포함된 양대 제품군의 조사결과를 불가피하게 합산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본 조사에서 나타난 바, 화장품·세제 업종에서 한번 이상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의 비율 94.8%에 비교했을 때, 화장품 광고만 단독으로 분석해본다면 외래어 광고의 비율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전체 TV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 사용 갯수가 1.85개임을 감안할 때, 화장품 광고만을 단독으로 조사한다면 그 수치도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겠다.
(3) 의약품 업종
의약품 업종의 10년간 TV광고 외래어 사용실태를 정리한 것이 다음의 <표 3-2-15>이다.
본 조사에서 집계된 의약품 업종의 총 TV광고 편수는 모두 544편이며, 이중에 한번 이상 외래어가 나오는 TV광고의 편수는 473편으로 약 86.9%의 의약품 TV광고가 외래어 사용 광고로 분류된다. 이들 TV광고에 나타난 총 외래어 갯수는 660개이므로, 외래어 사용 TV광고 1편당 평균 1.40개의 외래어가 쓰였으며 총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수는 1.21개로 집계된다. 분석 대상 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의약품 업종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사용순위는 ① 외국어(55.3%), ② 단순복합어(19.8%), ③ 순외래어(14.2%), ④ 준외래어(9.1%), ⑤ 조어 및 혼종저(1.5%)로 나타나고 있다.
분석결과를 놓고 볼 때, 의약품 업종의 TV광고에서는 다음과 같이 두드러진 특징들이 발견된다.
첫째, 5개 업종 광고 가운데 1편당 평균 외래어 수가 가장 낮음과 동시에 외래어 유형별 특성에서는 반대로 외국어 어휘 사용 비율이 무려 55.3%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높다는 것이다. 이는 5개 업종 가운데 의약품 업종 TV광고에서만 나타나는 특성이었다. 의약품 업종 TV광고 전체적으로는 외래어 사용의 빈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반면에, 상표명과 약효 등에서 우리말화 되기 어려운 전문적 외국어들이 집중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 특징은 외국어와 우리말을 단순결합시킨 단순복합어의 비율이 또한 분석 대상 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복합어의 형태를 띈 의약품 상표 명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의약품 광고에서 또하나 특징은 다음에 살펴볼 의류 업종의 경우와는 반대로 순외래어와 외국어가 동시에 높은 빈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순우리말로 대치할 수 있는 준외래어 어휘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된다는 뜻이다. 이는 의약품 업종 TV광고에서는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의도적으로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가지 의약품의 상표명과 약효를 설명하는 표현 자체가 아직도 외국어의 영역에 속하는 현상, 곧 우리말에 아직 편입이 미흡한 전문적 어휘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반면에 한방의약품의 경우는 양약 제품의 경우와는 정반대로 외래어 어휘 사용 자체가 극히 드물다는 특징이 발견된다. 구체적 사례로 1989년에 방영된 광동제약의 '광동탕' 광고를 살펴보기로 하자. 외래어가 단 하나도 사용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광동대감 납신다
감기 잡으러 왔소이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감기몸살에 광동탕
감기몸살 대감이 잡아가시는군요
감기몸살 바로 이 손 안에 있소이다
진한만큼 효과가 좋습니다
광동제약 광동탕
이같은 현상은 분석대상에 포함된 거의 모든 한방의약품 광고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본 연구의 내용분석을 통틀어 이렇게 외래어 사용이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제품군들이 있었는데, 위에서 언급한 식음료·주류 업종의 조미료·국산차 등과 함께 한방의약품 제품군이 이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는 한방의약품의 경우 굳이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상품의 광고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오히려 한방의 약품의 경우 과도하게 외래어를 사용할 경우 상품의 호의적 이미지를 저해할 위험성까지 있는 까닭이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놓고 볼 때, 앞서 화장품·세제 업종에서 화장품만 따로 떼어내어 조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한방의약품을 제외한 양약 TV광고만을 대상으로 조사하였을 때는 외래어에 관련된 모든 지표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4) 전기·전자·정밀기기 업종
최근 10년간 전기·전자·정밀기기 업종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사용실태는 <표 3-2-16>에 요약되어 있다.
집계된 총 TV광고 편수는 모두 605편이며, 이중에 한번 이상 외래어가 나오는 TV광고는 562편으로, 약 92.9%의 광고가 외래어 사용 광고에 해당된다 하겠다. 이들 TV광고에 나타난 총 외래어 갯수는 모두 해서 1,168개인데, 이에 따라 외래어가 나타난 TV광고 1편당 사용된 외래어 수는 평균 2.08개이고 총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수는 1.93개로 나타난다. 외래어 사용 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 갯수가 본 연구가 분석한 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 눈에 띈다. 전기·전자·정밀기기 업종에 나타난 외래어 유형별 순위를 보면 ① 외국어(35.1%), ② 순외래어(29.7%), ③ 준외래어(22.4%), ④ 단순복합어(12.5%), ⑤ 조어 및 혼종어(0.3%)로 나타나고 있다. 외래어 사용 TV광고 1편당 사용된 평균 외래어 수가 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특징을 나타내고 있으며, 외국어와 순외래어·준외래어의 비율이 상당히 고르게 분포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전기·전자·정밀기기 업종군의 경우 두드러진 특성은 준외래어의 사용 비율이 5개 업종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이다. 이들 제품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기술에 바탕을 둔 제품들이므로, 제품이 생활 속에 수용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며 이에 따라 광고 뿐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실제 언어생활에서 매우 활발하게 외국어의 우리말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즉 외국어에서 준외래어로 준외래어에서 순외래어로 어휘의 성격이 재빨리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 양상이 과도기적 어휘인 준외래어의 사용비율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어·준외래어·순외래어의 사용비율의 고른 분포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찾아진다 하겠다.
사례 광고를 하나만 들어봐도 그러한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다음은 1987년에 방영된 삼성항공의 '미놀타X-300' 광고의 카피 전문이다. 외국어와 준외래어, 순외래어 등 다양한 외래어 유형들이 한 광고에 동시에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밑줄 친 어휘들이 해당 외래어들이다.
삼성 미놀타 X-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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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항공
(5) 의류·섬유 업종
의류·섬유 업종의 최근 10년간 외래어 사용실태는 아래의 <표 3-2-17>에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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