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분석자료 및 수집의 한계

본 연구는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의 원인과 결과를 실증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방영된 TV광고 카피 전부를 내용분석의 대상으로 잡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당 기간 동안 방영된 전체 TV광고 카피의 분량이 개인적으로 수집하기에는 너무 방대함은 물론, 자료들이 여기 저기 매우 분산적으로 보존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 한계에 부딪혔다.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첫 째, 본 연구는 최근 10년간 방영된 TV광고 가운데 대표적인 소비상품인 ① 식음료·주류, ② 화장품·세제, ③ 의약품, ④ 전자·전기·정밀기기, ⑤ 의류·섬유의 모두 5개 업종으로 내용분석의 대상을 한정하였다. 둘 째, 1985년에서 1987년까지 초기 3년간 방영된 TV광고는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발간한 '방송광고카피집'에서 964편의 카피를 수집하였으나, 1988년에서 1991년까지의 카피는 각 대행사의 사보에 게재된 광고 사례를 대상으로 일일이 수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대한의 유의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위 기간의 분석대상 자료도, 제일기획·대홍기획·오리콤·금강기획·동방기획 등 상위 광고회사 5개사의 사보에서 총 785편의 카피를 수집하였다. 위의 5개사는 1994년 우리나라 총 방송광고비에서 합계 35.6%의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상위 광고회사들로 ⁹¹⁾ 이들 회사 사보에 실린 TV 광고의 집중 분석으로도 외래어 실태의 경향성 파악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밖에 1992년에서 1994년까지의 자료는 1992년 9월부터 (주)오토에서 월간으로 발행된 'CF뱅크'에 실린 총 2,562편의 TV광고카피를 대상으로 삼았다. 1993년과 1994년은 12개월간 방영된 모든 광고카피를 분석했으나 1992년의 경우는 후반기 4개월의 카피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자료 가운데는 식음료·주류 업종이 1,735편, 화장품·세제 업종이 755편, 의약품 업종이 544편, 전자·전기·정밀기기 업종이 605편, 의류·섬유 업종이 672편으로 분석대상 TV광고는 총 4,311편이었다. 5개 업종 가운데 식음료·주류 업종의 편수가 가장 많았고 화장품·세제 업종과 의류·섬유 업종이 그 뒤를 잇고 있는데, 이들 3개 상위 업종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TV광고를 행하는 업종이라는 측면에서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위와 같은 분석자료 내역을 자세하게 정리한 것이 다음의 <표 3-1-1>이다.

제2절 실증분석

분석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최근 10년간의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⁹²⁾ 특성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분석하였다. 먼저 유형 분류의 세부적 기준을 설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분석 대상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를 모두 5개의 유형으로 나누어 조사하였다.

두 번째로 TV광고 외래어의 특성을 10년 동안의 통시적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각 당해년도의 사회·경제적 주요 지표와 더불어 한 해 한 해마다의 외래어 사용실태 및 특성을 10년으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세 번째로 TV광고 5개 업종에 걸쳐 업종 별로 외래어 실태 및 특성을 살펴보았다. 특히 각 업종에 나타난 특정 외래어 유형의 사용 빈도에 대하여 주목해 보았다.

1. 외래어 유형별 특성

1) 분류 기준 및 5개 유형

원래는 외국말이었으나 오래 전에 우리 나라에 들어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쓰임에 따라, 이제는 그 어원을 잊어버렸을 정도로 아주 국어의 한 부분이 된 말은 보통 외래어라 부르지 않는다.⁹³⁾ 다같이 외국에 어원을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처럼 외국말이란 의식이 전혀 없이 쓰이는 말은 귀화어라 불려진다.⁹⁴⁾ 귀화어는 그 도입의 역사가 오래되고 이제는 국어의 영역에 확고히 자리를 잡은 어휘이므로 본 연구의 표집기준에서 제외하였다.

본 연구는 귀화어를 제외하고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를 다시 5가지로 나누어서 분석하였다. 세부적으로 분류된 5가지 유형은 ① 외국어, ② 준외래어, ③ 순외래어, ④ 단순복합어, ⑤ 조어·혼종어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를 각 외래어 유형별로 조사한 결과를 하나로 요약한 것이 <표 3-2-1>이다.

위의 표를 참고로 5개 외래어 유형에 걸쳐 각 유형별 실태와 특성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1) 외국어(foreign language)

외국에서 유입되어 쓰이는 말 가운데는 사용하는 이들이 외국어라는 확실한 의식을 하고 있으며 발음이나 의미 등에서 원래 외국어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어휘가 있다. 이들 어휘는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매우 한정되어있으며 우리 국어에 음운론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 편입되지 않은 말이다.⁹⁵⁾ 즉 우리 말 속에 들어와 사용된 시간, 사용빈도, 표기하는 문자 등의 여러 기준에서 아직 우리 말과 연관관계가 극히 미약한 어휘인데, 이것이 바로 외국어이다. 외국어를 외래어의 범위 안에 포함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는 국어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은 부분이지만, 범위를 보다 넓게 잡으면 그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⁹⁶⁾

특히 TV광고 카피는 마케팅적 요구의 필요상 상당히 적극적으로 이들 외국어를 차용하고 있다. 그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1987년 7월에 방영된 대우전자의 '수퍼비전 프로' TV광고 카피의 전문이다. 밑줄 친 어휘들이 외국어에 해당된다 하겠다.

이것은 작품이다.

대우 수퍼비전 프로

모두가 경험한 초정밀영상

전후좌우 720도 초입체 음향

이것은 작품이다.

대우 수퍼비전 프로

<표 3-2-1>에 나타난 분석결과를 참고하여 최근 10년간 TV광고에 나타난 외국어의 사용실태를 알아보기로 하자

총 4,311편의 분석 대상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의 갯수는 총 7,229개 인데 ⁹⁷⁾ 그 중 외국어 어휘가 3,261개이다. 외국어가 무려 45.1%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 비중은 5개 외래어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발음이나 의미에서 아직 우리말에 편입되지 않고 외국말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외국어 어휘가 이렇게 많은 비율로 사용되고 있는 사실은, 우리 나라 TV광고에는 외래어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우리 말에 가까운 어휘를 선택하기보다는 오히려 외국말을 날것 그대로 전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게 한다. 이같은 외래어 사용경향은 TV를 포함한 우리나라 모든 매체 광고에서 두루 나타나는 현상이라 하겠는데, 공보처에서 조사한 1992년 2/4분기의 생활용품광고의 외국어 사용 실태를 보더라도 조사대상 4대 매체 광고 중 약 36.7%가 외국어 어휘를 한번 이상 사용하고 있다는 연구를 볼 수 있을 정도인 것이다.⁹⁸⁾

이미 살펴본 김성호의 선행연구에서는 특히 업종별로 의류·섬유 업종의 광고가 외국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⁹⁹⁾ 본 조사에서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의류·섬유 업종 다음으로는 전기·전자·정밀기기 업종에서 외국어를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2) 준외래어(pseudo-loan words)

외래어 ¹⁰⁰⁾와 외국어의 판정기준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많지만 보통 외국말에 근원을 둔 어떤 특정 어휘가 어느 정도 우리말화 되었는가 하는 자국화(自國化)가 대표적인 판정 기준이 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말과 의미론적·음운론적 연관관계가 전혀 없는 어휘가 외국어이고, 연관관계가 커진 어휘는 외래어라 부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똑같이 외래어라고 불려지는 말 가운데에는 아직 우리 말에 사용되는 빈도나 사용하는 계층에 있어 확고히 자리를 굳히지 못하여 순우리말로 대체가 가능한 종류의 어휘 ¹⁰¹⁾가 있는 반면에, 외국어라는 의식이 일부분 잔존해있기는 하지만 우리말화가 매우 폭넓게 진전되어 이제 순우리말로 대치하기 곤란한 어휘도 존재한다.¹⁰²⁾ 이들은 모두 국어의 문맥 속에서 국어 식으로 발음되며 국어의 일부로 쓰이고 있지만, 그 각기 국어화의 정도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하겠다.

김길자는 그의 연구에서 이들 두 가지 어휘를 우리 말로 대체가 가능한 가의 기준에 따라 구분하여 준외래어와 외래어라 이름붙인 바 있는데, 본 연구에서도 이를 참고하여 외래어를 두 가지로 구분하여 다루기로 한다. 다만 제 1장 3절에서 밝힌 대로 광의의 외래어와 협의의 외래어 사이에 동일한 명칭으로 불려지는 혼동을 피하고, 양자를 정확히 구분하기 위하여 준외래어는 똑같이 '준(準)외래어'로 부르겠지만 김길자의 연구에서 정의된 외래어는 '순(純)외래어'란 이름을 따로 붙여 부르기로 한다.

그러나 본 연구의 구체적 분석작업에 있어 준외래어와 순외래어를 가르는 판정에는 역시 분석자 개인의 언어습관과 주관적 판단이 일정부분 개입될 수밖에 없었음을 덧붙여둔다. 예를 들어 '컴퓨터'같은 어휘의 경우 굳이 '셈틀'이라는 우리말로 대체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어휘 자체가 상당 부문 국어화되고 사회일반의 일상적 어휘로 굳어졌다는 측면에서 준외래어가 아니라 순외래어에 포함시킨 경우가 그것이다.

위에서 구분한 두 가지 협의의 외래어 가운데 먼저 우리말로 대체가 가능한 외래어, 즉 준외래어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이해를 돕기 위하여 먼저 사례를 들어본다. 1991년 1월에 방영된 삼성물산 '랭글러' 청바지의 TV광고 카피 전문이다. 밑줄 친 '캐쥬얼'이라는 어휘가 준외래어에 해당되는 것 이다. 우리 말로 '간이복'이라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랭글러

그가 온다

정통 아메리칸 진·캐주얼 랭글러

이것이 100년을 지켜온 정통의 멋

여자는 랭글러를 사랑한다

랭글러

준외래어의 사용실태를 <표 3-2-1>에 나타난 분석결과를 통해서 살펴 보기로 하자. 최근 10년간 총 4,311편의 분석 대상 TV광고에 나타난 준외래어의 갯수는 총 1,112개이다. 10년간 분석대상 광고에서 수집된 총 외래어 7,229개 가운데 15.4%의 비율을 차지함으로써, 외국어와 순외래어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사용빈도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분석 결과에서 나타난 바, 순외래어에 비해 준외래어의 사용빈도가 낮은 것은 준외래어가 외국어에서 순외래어를 향해 점진적인 자국어화 과정을 밟고 있는 과도기적 어휘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보다 시간이 흐르고 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 게 널리 사용되는 경우, 이들 준외래어는 순외래어의 영역으로 편입될 운명이라 하겠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언어의 특성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실례라고 하겠다

(3) 순외래어(proper loan words)

본래는 외국어였는데 자국어화가 진전되고 사회의 보다 넓은 층에서 보다 빈번하게 쓰임에 따라, 그 성격이 준외래어로 변한 다음 더 나아가 이제는 음운이나 의미에 있어 거의 우리말이 되어버린 어휘가 있다. 이런 어휘를 따로 차용어(借用語)라 부르기도 하는데,¹⁰³ 이것이 본 연구에서 설정한 순외래어이다. 즉 특별히 다른 우리말로 대체가 불가능한 협의의 외래어를 뜻하는 것이다.

TV광고 카피에 나타난 구체적 사례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자. 1990년 5월에 방영된 한국네슬레의 '네스카페 셀렉타' 카피 전문이다. 밑줄 친 '커피'라는 어휘가 순외래어에 해당된다 하겠다. 특별히 다른 우리말로 대체할 어휘가 없기 때문이다.

파리에서도 세계 어디서나 처럼

커피애호가들은

유럽 커피의 전통 네스카페를 선택합니다

저도 네스카페 셀렉타의

그 풍부한 맛과 향을 좋아합니다

<표 3-2-1>을 참고하여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TV광고에 나타난 순외래어의 실태를 파악해보면, 분석 대상 TV광고에 나타난 순외래어의 갯수는 모두 해서 1,731개이다. 총 외래어 7,229개 가운데 23.9%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외국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하겠다.

(4) 단순복합어(simple compound words)

우리나라 TV광고에는 우리말과 외국어를 단순히 병렬적으로 연결시켜 하나의 말을 만들어낸 단순 복합어가 자주 등장한다.¹⁰⁴ 단순복합어를 광의의 외래어 유형에 포함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는 논의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겠다. 그러나 이들 어휘는 우리말과 외국어가 단순결합되기는 했으나 이미 순우리말에 비해 명백한 의미론적·형태론적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광의의 외래어에 포함시켜 별도의 외래어 유형으로 조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외국어와 외국어의 단순복합으로 만들어진 어휘는 외국어로 분류하였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단순복합어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1986년에 방영된 금성사 '미라클TV'의 카피 전문이다. 밑줄 친 부분이 단순복합어에 해당된다 하겠다

기적인가? 기술인가?

뉴미디어시대의 최첨단 TV

첨단 커스텀반도체와 광결합소자 기술이

기적의 영상 세계를 펼칩니다

뉴미디어 TV

뉴미디어 시대의 뉴미디어 TV입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TV광고에 나타난 단순복합어의 실태를 <표 3-2-1>을 통해 살펴보면, 총 4,311편의 분석 대상 TV광고에 나타난 7,229개의 외래어 중 단순복합어의 갯수는 모두 955개이다. 13.2%의 비율을 보이고 있는 데, 이를 사용 빈도 순으로 보면 5개 외래어 유형 중 4위에 해당된다 하겠다.

앞서 언급한 김홍익의 선행 연구에서 우리나라 상표명에 외래어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언어적 인상의 강렬함과 더불어 상표이미지 개선을 통한 인지도 상승에 목적이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단순복합어는 이처럼 외국어 상표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언어습관에 힘입어 주로 상표명에 빈번히 등장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5) 조어(newly coined words) 및 혼종어(hybrid)

하나의 특정 어휘를 외국어로 보느냐 아니면 준외래어나 순외래어로 보느냐 하는 외래어의 구체적 유형 설정에는 연구자에 따라 여러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기준을 종합적으로 묶어보면 결국 다음의 7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¹⁰⁵⁾ 즉 ① 얼마나 오랫동안 쓰였는가 하는 역사성, ② 얼마나 많은 일반대중이 두루 쓰는가 하는 보편성, ③ 그 어휘가 일상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하는 실용성, ④ 발음·어형·의미 등에서 국어의 언어구조에 융화된 정도를 나타내는 적응성, ⑤ 언어 단위상 단어 형태를 띄고 있는가 하는 단어성, ⑥ 그 외국어에 해당되는 자국어가 없거나 만들기 곤란한 기준으로 따지는 유일성, ⑦ 민족적 자존심과 이상에 맞는 이상성(理想性)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TV광고에 나타나는 어휘 가운데는 순우리말이 아니면서도 위에서 언급한 7가지 판정 기준 어디에도 포함시키기 애매한 어휘들이 상당수 발견된다. 외국어, 준외래어, 순외래어, 단순복합어의 그 어느 쪽에 해당되지 않으면서도 그러나 순우리말이라고도 결코 인정할 수 없는 어휘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외래어의 형태를 빌린 우리말 조어 ¹⁰⁶⁾ 그리고 우리말과 서구어의 의미적 합성어인 혼종어¹⁰⁷⁾가 바로 그것이다.

TV광고에서 이들 조어와 혼종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조어의 경우이다. 다음은 1987년에 방영된 동양제과의 '더브러 비스킷' 광고의 카피 전문이다. 밑줄 친 부분이 조어에 해당된다 하겠다.

아, 안돼

같이 있고 싶어

오리온 더브러 비스킷

달콤하고 고소해요

나와 더브러

더브러 비스킷

살짝 쪼개 주세요

쪼개 먹는 슬림형 비스킷

오리온 더브러

다음은 혼종어이다. 역시 1987년에 방영된 삼양식품 '짜짜로니'의 광고카피이다. 밑줄 친 어휘가 혼종어에 해당된다.

짜장면의 계절

오! 맛있는 차차로니

응, 짜짜로니

자연스럽게

짜짜로니

중화풍의 맛있는 짜장면

짜짜로니

삼양 짜짜로니

TV광고에 나타나는 이들 조어와 혼종어는 특정한 마케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말을 뒤틀고 변형시킨 이른바 국적불명의 어휘들인데, 비록 특정시기에 국한되기는 했지만 이미 언급한 공보처 조사에서 살펴보면 외국어 표현 광고 중 이들 조어 및 혼종어를 합한 비율이 1.5%로 집계되고 있다.

이에 비교하여 본 연구에서 살펴본 바 10년간 분석대상 TV광고에 나타난 조어 및 혼종어의 비율은 2.4%였다. 이정도 비율로는 조어와 혼종어를 따로 분리시켜 분석하기에는 유의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들은 하나로 묶어서 분류하였다. 최근 10년간 TV광고에 나타난 조어 및 혼종어의 실태를 <표 3-2-1>을 통해 살펴보면, 분석 대상 TV광고에 나타난 갯수는 모두 170개로서 사용된 외래어 가운데 가장 적은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TV광고에서 조어와 혼종어가 주로 상표명에 한정되어 쓰이는 특성 때문이라 이해된다.

(6) 특이한 사례

협의의 외래어 가운데는 우리말로 대치가 가능한 준외래어와 대치 불가능한 순외래어가 있다고 위에서 규정했다. 그런데 본 연구의 내용 분석 중에 특이한 사항이 발견되었다. 즉 똑같은 형태를 지닌 협의의 외래어 어휘 중에도 그 사용되는 문맥에 따라 준외래어가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순외래어에 포함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문맥 속에서의 의미에 따라 외래어 유형이 달리 구분되었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패션'이라는 어휘였다. 이를테면 아래의 1989년에 방영된 제일모직 '골덴텍스' TV광고처럼 '패션'이란 어휘가 유행·흐름 등의 추상적 의미를 지닐 때는 마땅히 대치할 만한 우리말이 없으므로 순외래어에 포함시켰다.

삶의 무늬

삶의 향기

온몸을 휘감는 분위기, 골덴텍스

패션이 시작되는 곳

골덴텍스

반면에 '패션'이 옷이라는 구체적 사물을 지칭할 때는 우리말로 충분히 대치가 가능하므로 당연히 준외래어로 구분되었다. 1987년에 방영된 (주)서광의 '라코스떼' 광고 카피의 아래 밑줄 친 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하겠다.

철학이 있는 패션 라코스떼

전통을 존중하는 패션 라코스떼

디자인에서 품질에서 그것은 유행을 초월한다

스포츠캐쥬얼의 세계적인 명품

라코스떼

주식회사 서광

똑같은 어휘가 사용되는 문맥에 따라 서로 다른 외래어 유형으로 판정되는 이러한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외국어에서 준외래어로 또다시 순외래어로, 한가지 유형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 없이 살아 움직이며 우리 말 속에서 그 속성이 변화해가는 외래어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2) 총괄분석

이상 최근 10년간 5개 외래어 유형에 걸쳐 나타난 외래어 실태와 특성을 총괄적으로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도출된다.

먼저 분석 대상 광고 총 4,311편에서 집계한 외래어 7,229개 가운데 ① 외국어가 3,261개(45.1%), ② 순외래어가 1,731개(23.9%), ③ 준외래어가 1,112개 (15.4%), ④ 단순복합어가 955개(13.2%), ⑤ 조어·혼종어가 170개(2.4%)의 순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외래어 유형의 이러한 순위는 다음에서 살펴볼 10년 동안의 통시적 분석에 있어서도 거의 고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TV광고에서는 외국어가 시종여일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외래어의 형태를 빌린 우리말 조어와 우리말과 서구어의 의미적 합성어인 혼종어는 합해서 2.4%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사용이 미미함을 알 수 있다.

분석된 모든 광고들이 매우 엄격한 외래어 심의규정이 적용되고 있던 1985년에서 1994년 10년간에 방영되었음을 감안할 때, 특히 외국어의 이러한 높은 비중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하겠다. 우리나라 TV광고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외래어는 국어화가 진전되어 일상 생활 속에서 많이 쓰이는 준외래어나 순외래어가 아니라 바로 외국어라는 것을 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한정되어있을 뿐 아니라 우리말 속에 들어와 사용된 시간·사용빈도·표기 문자 등의 여러 기준에서 아직 우리말과 연관관계가 극히 미약한 외국어가 외래어 사용의 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은, 비단 광고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언어생활의 현실을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은가 한다. 즉 우리 제품보다는 외국 제품을 선호하고 광고 표현에 있어서도 우리말보다는 외국말에 더 좋은 이미지를 가지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심리가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또하나 주목되는 것은 순외래어가 준외래어에 비해 약 1.55배 가량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준외래어가 지금도 끊임없이 그 사용층과 사용빈도를 늘려가면서 점차 순외래어를 향해 나아가는 '변화 중의 어휘'이기 때문이다. 즉 외국어에서 순외래어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위치에 준외래어가 있기 때문에 외국어와 순외래어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된 것이 아닌가 한다.

2. 통시적 특성

1) 통시적 접근의 의미와 한계

TV광고의 외래어 실태를 10년이라는 통시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다. 해방 이후 우리 현대사가 가장 가파른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굴곡을 겪은 년대가 바로 본 연구가 대상으로 삼은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10년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은 정치적으로는 군사쿠테타로 집권한 제 5공화국의 철혈적 강압정권이 제 6공화국의 과도기를 거쳐, 마침내 30여년 만에 군사독재에서 문민정권으로 평화적 권력 이양을 경험한 시기였다.

경제적으로는 1985년도의 1인당 GNP가 2,242달러에서 5년 후 1990년의 5,883달러를 거쳐, 1994년에 이르러서는 8,483불로 무려 3.78배나 늘어날 만큼 ¹⁰⁸⁾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년대이기도 했다. 비록 경기순환의 굴곡은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86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3저현상 등의 여러 호조건에 힘입어 줄기찬 수출드라이브와 경제구조 고도화가 지속된 시대였던 것이다.

이 10년간은 또 우리 경제의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로의 편입이 본격적으로 시도된 것과 함께, 사회문화적 환경 전반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친 기간이었다. 1986년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1988년에는 제 24회 하계 올림픽이 서울에서 개최되었고, 같은 해 역사상 최초로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는 등 개방화와 국제화가 꾸준하게 계속된 년대였던 것이다. 이러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경험이 어떤 형태로 TV광고 외래어 실태에 반영되어 있는가를 밝히는 것은 언어사회학의 시각이 아니더라도 상당히 주목을 끄는 작업일 것이다.¹⁰⁹⁾

그러나 본 연구가 취한 것과 같은 한정된 실증조사를 통해서 사회환경과 TV광고 외래어간의 교호관계를 객관적이며 총체적으로 증명해내는 일은 매우 지난한 작업임에 틀림이 없다. 의미있고 의욕적인 연구주제임에는 분명하지만, 고작 본 연구의 한 절에서 체계적으로 탐구되기에는 너무 방대한 주제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최근 10년간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 변화가 TV광고 외래어에 미친 영향을, 원인과 결과의 구조 측면에서 완벽하게 입증 해낼 수는 없었다. 본 연구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연구방법상 그러한 분석까지 성취한다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10년간 각 당해년도의 주목할 만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특징과 년도별 외래어 특성을 병렬적으로 제시하고, 사회환경의 변화가 TV광고의 외래어에 미친 영향을 부분적으로나마 밝혀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상의 한계를 전제로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의 특성을 통시적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2) 년도별 외래어 특성

(1) 1985년의 외래어 사용실태

1985년의 5개 업종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를 분석한 결과는 아래의 <표 3-2-2>와 같다.

대상으로 삼은 총 308편의 TV광고를 내용분석한 결과, 그 가운데 한번 이상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가 255편으로 전체의 82.8%에 해당되었다. 이들 광고에 나타난 외래어를 유형 별로 나누면 ① 외국어(36,8%), ② 순외래어(23.7%), ③ 단순복합어(22.4%), ④ 준외래어(11.9%), ⑤ 조어·혼종어(5.2%)의 순서로 조사되었다. 외래어를 한번 이상 사용한 TV광고를 기준으로 보면 1편당 평균 2.40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고, 총 광고 1편당 사용된 평균 외래어 수는 1.99개로 나타났다. 이를 다시 업종별 1편당 평균 외래어 사용수로 보면 ① 화장품·세제(2.65개), ② 의류·섬유(2.37개), ③ 전자·전기·정밀(2.09개), ④ 식음료·주류(1.81개) ⑤ 의약품(1.22개)의 순서로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어 유형별 순위에서 준외래어보다 단순복합어의 사용 비율이 더 높은 것이 눈에 뜨인다 하겠다.

위의 외래어 실태와 연관된 1985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특징을 살펴보기로 하자. 1985년 11월 우리나라 인구수는 모두 4천 46만 6천명, 국민 총생산은 831억달러로 전년 대비 5.1%의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¹¹⁰⁾ 1인당 GNP는 2,242달러로 전년 대비 55달러의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¹¹¹⁾ 지표에서 나타나듯 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매우 부진한 한 해였다.

광고환경을 살펴보면 총 방송광고비가 3천 97억원이며 그 중 TV광고비는 2천 669억원으로 전년 대비 5.3%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성장률은 우리나라에서 TV광고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년간 성장률로서 경제상황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광고산업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하겠다.¹¹²⁾

외래어 실태와 관련해서 주목되는 것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공식 공급업체와 상품화권자들이 이해에 선정됨에 따라 올림픽관계 TV광고들이 최초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¹¹³⁾ 스포츠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상품들의 TV광고에서 올림픽 테마가 나타나고, 그 이전까지 한번도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던 업종 군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최초로 외래어 사용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띈다. 올림픽 개최를 3년이나 앞둔 이 시점부터 벌써 국제적 이벤트가 TV광고의 외래어 실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발견되는 것이다.

TV광고물 심의위원회가 「공정거래법」과 「소비자 보호법」등의 관계 법률에 따라 심의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주류와 유흥업소의 광고가 매체제한(KBS-1TV에서 전면방영금지)을 받고 주종(酒種)에 따른 주류광고의 제한(KBS-2에서 알코올도수 30% 이상 주류 및 고급주 광고금지)을 받은 것도 지적될 만하다. 특정 매체에 한하여 아예 주류 및 유흥업소 광고 자체가 금지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해 12월부터 시행된 방송언어정화시책에 따라 외래어·은어·비속어의 사용이 철저히 심의되기 시작한 것도 외래어 사용실태와 관련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심의 강화에 따라 TV광고에서 외래어 사용이 더욱 규제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¹¹⁴⁾

(2) 1986년의 외래어 사용실태

1986년의 외래어 사용 실태를 요약한 것이 다음의 <표 3-2-3>이다.

표에 나와있는대로 1986년의 분석대상 총광고 편수는 268편이었으며 이중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가 224편으로 전체의 83.6%가 한번 이상 외래어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된 외래어를 유형 별로 나누면 ① 외국어(45.3%), ② 순외래어(19.3%), ③ 단순복합어(18.0%), ④ 준외래어(14.2%), ⑤ 조어·혼종어(3.2%)의 순서로 집계된다. 외래어 사용 TV광고에서는 1편당 평균 2.11개의 외래어가 나타나며, 총 광고에서 평균을 내면 1편당 1.76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업종별로 보면 ①화장품·세제(2.48개), ② 의류·섬유(2.25개), ④ 전자·전기·정밀기기(2.00개), ④ 식음료·주류(1.41개), ⑤ 의약품(1.13개)의 순서로 1편당 평균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다. 1986년의 경우도 그 전해와 마찬가지로 화장품·세제 업종의 광고가 의류·섬유 업종보다 더 많은 평균 외래어를 사용하였으며, 외래어 유형별 비율에서는 단순복합어가 준외래어보다 더 많이 나타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후 8년간의 통계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 하겠다.

1986년의 환경을 살펴보면 국민총생산은 전년대비 12.9% 성장한 1,027억달러,¹¹⁵⁾ 그리고 1인당 GNP는 2,568달러를 기록하였다.¹¹⁶⁾ 이해는 종래의 외채누증과 물가상승을 수반하던 성장과는 달리, 낮은 물가상승률과 총 18억 달러의 외채규모 감소를 기록한 견실한 경제성장의 해였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국제적인 저유가(低油價), 달러화 하락, 낮은 국제금리로 이루어진 소위 3저호황이 버티고 있었다. 국제 경제환경의 변화는 특히 수출환경을 호전시켜서 대폭적인 수출신장을 이끌어들였고, 수출수요의 증대가 또다시 투자수요와 생산증대를 순환적으로 이루어냄으로써 사회 분위기 전체가 경제적 상승곡선을 탄 시기였던 것이다.

1986년은 아시안게임이 서울에서 개최됨으로써 문화·스포츠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국제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해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문화적 환경 변화와 대조적으로 TV광고 외래어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규제강화가 이루어졌다. 그해 3월 경제기획원이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열어 소비자보호법 등 소비자보호시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의결·확정함으로써 광고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가 더욱 강화된 것이다.¹¹⁷⁾ 광고규제의 강화는 필연적으로 TV광고 심의에도 영향을 미쳐 TV광고 사용 외래어에도 상당한 제한이 가해졌다고 하겠다. 또하나 관심을 끄는 것은 같은 해 3월 미국으로부터의 광고시장 개방 압력이 본격적으로 요구됨으로써, 광고시장 개방이 최초로 가시화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이해는 1886년을 기점으로 했을 때 한국 광고 역사가 100주년에 접어드는 기념비적 시점이었다 하겠다.

(3) 1987년의 외래어 사용실태

1987년의 우리나라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를 분석한 결과는 <표 3-2-4>와 같다.

총 388편의 분석대상 TV광고를 조사한 결과, 한번 이상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가 336편으로 전체의 86.6%를 차지하였다. 이들 광고에 사용된 외래어를 유형별로 나누면 ① 외국어(41.5%), ② 순외래어(24.1%), ③ 준외래어(19.5 %), ④ 단순복합어(11.9%), ⑤ 조어·혼종어(3.0%)의 순서로 나타나고 있다. 외래어 사용 TV광고에서는 1편당 평균 2.35개의 외래어가 쓰였으며, 총 TV광고에서 1편당 평균을 내면 2.04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5개 업종별로 살펴보면 ① 화장품·세제(2.59개), ② 의류·섬유(2.57개), ③ 전자·전기·정밀(2.55개), ④ 식음료·주류(1.56개), ⑤ 의약품(1.48개)의 순서로 외래어를 TV광고에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7년은 무엇보다 정치적인 격변의 해였다. 그해 1월 박종철군 고문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국민들의 민주화 투쟁이 6월의 이한열군 사망을 계기로 비등점으로 치달아, 마침내 당시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소위 6.29 항복선언을 이끌어내었던 것이다. 이들 사건들에서 알 수 있듯이 1987년은 해방 이후 우리 정치사의 한 분수령을 이룬 시기였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경제는 정치적 격변과 관계없이 견실한 성장을 계속하여 1인당 GNP가 3,218달러로 전년 대비 25.3% 성장, 최초로 3,000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기록된다.¹¹⁸⁾ 1986년 부터 시작된 3저호황으로 인한 국제수지 흑자기조가 정착되어 총저축률과 총고정투자율이 늘어나고 경제성장 기조가 가속되었던 것이다.

1987년은 이듬해의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사회문화 분야에서 뿐 아니라, TV광고의 표현형태 및 메시지에서도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본격적인 국제화와 개방화의 기운이 싹트기 시작한 해였다. 즉 광고 아이디어의 발상과 촬영 기법 등에서 앞선 외국의 광고기술들이 속속 도입되고 TV광고의 질과 양 모두에서 획기적인 국제화 지향이 시작된 것이다.¹¹⁹⁾

이러한 사회문화와 광고환경의 변화는 당해년도 TV광고의 외래어 실태에도 일정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보인다. 즉 분석 대상 총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 수가 1986년의 1.76개에 비해서 2.04개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4) 1988년의 외래어 사용실태

1988년의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를 5개 외래어유형에 따라 분석한 결과는 아래의 <표 3-2-5>와 같다.

총 140편의 TV광고를 내용분석한 결과,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가 120편으로 전체의 85.7%를 차지했다. 사용된 외래어를 5개 유형별로 나누면 ① 외국어(38.4%), ② 순외래어(21.1%), ③ 준외래어(17.7%), ④ 단순복합어(17.2%), ⑤ 조어·혼종어(5.6%)의 순서를 보이고 있다. 외래어 사용 TV광고 1편당 평균 1.93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으며, 전체 TV광고에서 평균을 내면 1편당 평균 1.66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다시 업종별로 보면 ① 의류·섬유(2.41개), ② 화장품·세제(1.95개), ③ 전자·전기·정밀(1.95개), ④ 의약품(1.48개), ⑤ 식음료·주류(1.30개)의 순서로 1편당 평균 외래어가 사용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988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이해의 국민총생산은 1,522억달러로 전년대비 12.2%의 고성장을 지속했으며, 1인당 GNP가 1년 사이에 942달러나 늘어나 4,295달러를 기록했다.¹²⁰⁾ 1986년부터 시작된 이같은 고성장 추세는 단순히 양적 성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원화절상과 노동쟁의 등으로 인한 수출증가세 둔화를 극복하고 이루어진 것으로, 한국경제가 질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제구조의 기반을 점점 강화해 가고 있다는 증거로 평가된다.¹²¹⁾

1988년에는 노태우 대통령의 당선으로 제 6공화국이 출범하였고 그해 9월 제 24회 하계올림픽인 서울올림픽이 개최되어 사상 최대의 160개국이 참가하였다. 특히 서울올림픽은 해외여행 자유화와 맞물려 국민들의 개방감각을 확산시킴으로서, 이해의 관광여권 발급이 전해에 비해 8배나 신장된 15만 2,300여건에 이르렀다.¹²²⁾ 서울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에 그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풍토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국제적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사회풍조와 의식의 개방화, 세계화 등은 사회변화를 예민하게 반영하는 TV광고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쳐 특히 TV광고 제작부문에서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해외로부터 메시지 형태, 아이디어, 표현기술 등의 모방과 수입이 매우 활발해지는 것이다.¹²³⁾

(5) 1989년의 외래어 사용실태

1989년의 5개 업종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는 <표 3-2-6>에 나타나 있다.

분석 대상 총 광고편수는 245편인데, 그중 한번 이상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가 210편에 달하므로 전체의 85.7%가 외래어 사용 광고에 해당된다 하겠다. 사용된 외래어를 유형별로 보면 ① 외국어(42.1%), ② 순외래어(20.1%), ③ 준외래어(18.5%), ④ 단순복합어(16.1%), ⑤ 조어·혼종어(3.2%)의 순서가 된다. 외래어 사용 TV광고에서는 1편당 평균 2.10개 외래어가 나타나며, 총 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 수는 1.80개로 조사되고 있다. 이를 업종별로 분석해 보면 ① 의류·섬유(3.17개), ② 전자·전기·정밀(2.41개), ③ 화장품·세제(1.79개), ④ 식음료·주류(1.48개), ⑤ 의약품(1.21개)의 순서가 매겨진다 하겠다.

1989년의 경제상황을 살펴보면 우선 국민총생산은 1,628억 달러, 1인당 GNP는 915달러 늘어난 5,210달러로 기록된다.¹²⁴⁾ 그러나 이해는 원화절상·통상마찰·부동산투기·물가상승·노동쟁의·정치불안 등의 여러 악재가 겹쳐 경제 성장세가 전년도에 비해 상당한 위축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6.5%로 비교적 저조한데 반해, 국내 총광고비는 오히려 대폭적으로 늘어난 22.4% 성장을 기록한 것이 눈에 뜨인다.¹²⁵⁾ 이같은 광고비 대폭 성장의 배후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같은 해의 수출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곧 수출부진으로 수출길이 막힌 기업들이 내수시장에 눈을 돌리고 이러한 경쟁상황이 방송광고 수요를 크게 촉발시킨 특이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논란을 빚어오던 의약품광고의 시간규제가 시행되었다는 것과, CBS라디오의 방송광고 판매가 시작된 것 등이 본 연구와 관련하여 주목된다. 1989년은 서울올림픽으로 점화된 개방조류가 광고계에 본격적으로 밀어 닥쳐 TV광고에 외국인 모델 출연이 붐을 이룬 시기였다. 밀키스광고의 주윤발을 비롯해 왕조현·장국영 등의 중국 배우, 소피 마르소·티파니·케니 로저스·니니 로소 등 서구 모델의 TV광고 출연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쓸기담의 스페인 현지촬영을 시작으로 TV광고의 해외로케이션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도 눈길을 끈다.

TV광고 외래어 실태와 관련되어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1988년 12월 방송법 제 17조의 개정에 따라 1989년 2월 1일부터 방송광고물의 심의 업무가 방송위원회로 이관된 것이라 하겠다.¹²⁶⁾ 1980년 초반이래 한국방송공사라는 광고유관기관에서 시행되던 광고심의 업무가 정부에 의한 타율적 심의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광고에 대한 공공적 주목이 새삼 강화되었다는 증좌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TV광고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강화된 심의제도 운영과도 연결된다 하겠다.

(6) 1990년의 외래어 사용실태

1990년의 외래어 실태를 분석한 결과는 <표 3-2-7>과 같다.

총 164편의 TV광고를 분석한 결과, 한번 이상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가 146편으로 전체의 89.0%가 이에 해당되었다. 사용된 외래어유형별로 나누어 보면 ① 외국어(44.7%), ② 순외래어(24.1%), ③ 준외래어(15.8%), ④ 단순복합어(13.2%), ⑤ 조어·혼종어(2.2%)의 순서로 집계되고 있다. 외래어 사용 TV광고에서는 1편당 평균 2.13개의 외래어가 쓰였으며, 전체 TV광고 평균을 내면 1편당 평균 1.90개의 외래어가 사용되었다. 이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① 의류·섬유(2.52개), ② 전자·전기·정밀(2.05개), ③ 화장품·세제(1.97개), ④ 식음료·주류(1.70개), ⑤ 의약품(1.29개)의 순서로 조사되고 있다.

1990년의 국민총생산은 1,782억 달러이며 1인당 GNP는 5,883달러로 기록 되고 있다.¹²⁷⁾ 경제성장률이 9.0%로 전년에 비해 다소 회복되기는 했으나, 고물가·대외적자의 2중고에 시달린 시기였다. UR태풍으로 인한 시장개방의 파고가 더욱 높아진 이해에는 국내 총광고비가 마침내 2조원을 돌파함으로써, 광고가 무시 못할 산업 분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¹²⁸⁾ 이와 연결되어 종전 문화공보부 산하의 광고과가 광고진흥국으로 승격되면서, 그 아래 광고정책과·광고진흥과·지도과 등 3개과가 신설되는 등 정책적 측면에서의 광고 산업 육성이 가시화되기도 했다. 광고의 경제·사회문화적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점점 부각됨과 동시에, 국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산업으로서의 광고에 대한 주목이 높아진 것이다.

1990년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점화된 우리 사회의 개방화와 국제화가 가일층 속도를 붙여나간 시기이다. TV광고와 관련해서는 컴퓨터그래픽 광고 등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각종 첨단 기법 광고들이 일반화되는 등, 우리나라 TV광고가 기법이나 표현 수준에 있어 비약적인 발전을 계속한 것이 ¹²⁹⁾ 눈에 띈다 하겠다.

(7) 1991년의 외래어 사용실태

1991년의 5개 업종 TV광고에 나타난 외래어 실태를 분석한 것이 <표 3-2-8> 이다.

분석대상 총광고 편수는 236편이었는데, 이를 내용분석한 결과 한번 이상 외래어를 사용한 광고가 206편으로 전체의 87.3%를 차지했다. 사용된 외래어 유형별로 보면 ① 외국어(47.0%), ② 순외래어(20.3%), ③ 준외래어(15.7%), ④ 단순복합어(15.5%), ⑤ 조어·혼종어(1.5%)의 순서로 집계되고 있다. 외래어가 사용된 TV광고에서는 1편당 평균 2.00개의 외래어가 쓰였으며, 총 광고 1편당 평균 외래어 수는 1.75개였다. 다시 업종별로 살펴보면 ① 전자·전기·정밀(2.39개), ② 의류·섬유(2.03개), ③ 식음료·주류(1.68개), ④ 화장품·세제(1.63개), ⑤ 의약품(1.41개)의 순서로 외래어를 TV광고에 많이 사용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1991년은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가 국내외적으로 어려웠던 한 해였다. 걸프전 종료 이후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의 선진국 대부분이 경기침체를 회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수출지향 경제구조를 지닌 우리나라가 경제성장 자체에 큰 어려움을 봉착한 것은 당연한 일이 라 할 것이다.¹³⁰⁾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크게 상회하여 대외부문에서의 성장기여도가 여전히 마이너스였지만, 실질경제성장률의 경우 내수성장세가 이를 만회시켜 8.6%의 비교적 고성장을 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민총생산은 1,944억 달러 그리고 1인당 GNP가 6,757달러를 기록한 1991년은 ¹³¹⁾ 특히 과소비 풍조가 만연했던 시기로 기록되고 있다. 부동산 및 주식가격의 급등으로 발생한 불로소득이 과소비로 연결됨으로써, 저축률이 '90년의 35.3% 에서 33%로 떨어진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하겠다.¹³²⁾

1991년의 국내 총광고비는 모두해서 2조 3,29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1991년 12월 9일 SBS-TV가 개국되고 그 때까지 우리 TV광고 환경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방송광고 대기물량이 해소된 덕을 크게 본 것으로 판단된다. 이 해 하반기에 이르러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방송광고 수수료 인정 광고회사가 100여개를 돌파하여 광고회사 간 광고주 유치경쟁이 치열해짐과 동시에, 외국 광고대행사에 100% 시장을 개방한 것도 광고환경에 있어 큰 변화라고 할 것이다.

(8) 1992년의 외래어사용실태

1992년의 외래어실태를 분석한 결과는 <표 3-2-9>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