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요약

1. (연구문제 1)의 요약

: 기존 비판이론 진영의 연구에서 광고현상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 관점으로 해석되어 왔는가?

먼저 광고와 관련된 비판 커뮤니케이션 관점들의 논의를 비판 패러다임의 틀로 분류하여 광고현상에 대한 인식내용을 살펴본다. 여기에는 두 갈래의 인식틀이 있는데, 하나는 광고를 경제적 토대가 반영한 산물로 이해하면서 이것들이 상품생산을 유지하기 위한 허위의식으로서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한다고 보는 '반영-허위의식'의 틀이 있고, 다른 하나는 광고를 경제적 토대의 반영이 아니라 문화적표상으로 이해하면서 이것들이 상품생산에 종속되지 않으므로 문화적 자율성이 보장되는 사회적 의식으로서 헤게모니적 기능을 한다고 보는 '표상-사회적 의식'의 틀이 있다.

전자는 경제적 차원의 상품생산이 축이 되므로 '상품'관점으로, 후자는 문화적 차원의 기호소비가 축이 되므로 '기호'관점이라고 분류하였다. 구체적으로 상품관점에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대중문화 비판론과 미디어 정치경제학의 문화 산업론이 포함된다. 그리고 기호관점은 구조주의의 텍스트 분석과 문화주의의 수용자 해독과정 분석이 속한다.

양 관점을 비교하면, 첫째, 상품관점에서 보는 광고는 경제적 토대가 반영된 경제적 산물이지만 기호관점의 광고는 경제적 토대가 표상된 문화적 산물로서 상부구조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그러므로 상품관점이 경제적 차원이라면 기호관점은 문화적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상품관점에서 광고는 상품생산을 위한 소비 이데올로기를 조작하는 허위의식으로 파악되는 반면, 기호관점에서 광고는 텍스트의 구조와 해독을 통하여 의미를 생산하는 소비영역에서의 사회적 의식의 산물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상품관점이 생산 영역이라면 기호관점은 소비영역에서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상품관점은 광고를 경제적 차원의 소비영역에서 문화상품으로 파악하는데 반해 기호관점은 광고를 문화적 차원의 소비영역에서 문화적 표상물의 형식인 기호로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상품관점은 지나치게 경제분석에 치중한 나머지 광고의 문화적 성격이 소홀하게 취급되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호관점은 경제와 유기적으로 결합한 광고의 문화적 역동성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지만 텍스트를 넘어서서 역사성이 가미된 담론의 형태로 진전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된다.

2. (연구문제 2)의 요약

: 상품관점과 기호관점의 유기적 통일을 모색한 상품기호 관점에서 광고에 대한 이해는 어떠한 방향으로 파악되어야 하고 그 내용은 무엇인가?

상품관점과 기호관점의 통일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기본구조와 상품형식의 기호적 성격으로의 확대에 관한 분석이 필요하다.

첫째, 상품의 기본구조를 분석하면,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가진 물적존재로서 유기적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아 물신성이 내포되어 있다. 상품 물신성은 모든 인간관계가 상품관계로만 표현되게 만든다. 그런데 상품 물신성 개념은 생산영역에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것이 상품의 내포적 의미(생산에서의 의미)이다.

둘째, 상품의 확대와 상징적 속성에 관한 분석이다. 상품 물신성이 소비와 광고에 적용되면 맨 처음 발견되는 것이 상품의 확대이다. 이것이 상품의 외연적 의미(소비에서의 의미)이다. 상품의 외연적 의미는 상품형식의 기호형식으로의 변형의 출발이다. 상품의 문화적 차원으로의 확대에서 상품기호의 개념이 대두되었다. 상품의 상징적 속성이 정당한 평가를 받으면 상품기호는 더욱 더 활발하게 논의된다. 상품기호는 기호형식에서 상품의 새로운 단계로 논리적 타당성을 인정 받게 되고, 광고양식의 변화에 따라 발전하게 되었다.

이를 토대로 상품 관점과 기호 관점을 통일하여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상품 기호 관점에는 두 갈래의 방향이 있다. 하나는 Baudrillard의 '기호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Jhally의 '상징작용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이다. 양 관점 모두 현대 소비사회 속에서 상품형식이 기호형식으로 변형되고 있음에 주목하여 이의 유기적 통일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전자는 상품과 기호가 동일한 형식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여 상품을 중심으로 한 정치경제학을 기호를 중심으로 한 기호의 정치경제학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이 관점은 소비사회의 사회적 성격에 입각한 광고해석으로서의 통찰력을 보여준 반면에, 상품형식이 기호형식으로 해체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함으로써 논리의 중심이 사라져 버리는 오류를 범하였다.

반면에 후자는 상품형식과 기호형식을 담론형태로 통일하여 상품기호의 성격을 상품담론으로 규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인간과 대상의 관계에서 의미를 매개하는 제도로서 상품의 위치를 정립함으로써, 의미가 상실된 자본제적 상품이 광고에 의해서 의미를 부여 받는 본질을 정확하게 지적한다. 여기에서 광고는 그 자체가 상품이면서 동시에 기호이다. 즉, '상품-기호'이면서 '기호-상품'이다. 이 관점은 광고의 경제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을 각각 그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유기적으로 분석하는데 유용한 관점이다. 광고가 상품논리를 그 내부에 갖게 됨으로써 상품형식이 기호형식으로 용해되지 않고 상품담론으로서 그 논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상품담론으로서 상품기호는 '상품화된 의미들'이라는 외양을 표출하게 하고, 이러한 외양은 기호가치로서 자립하게 된다. 이로써 광고가 상품세계 일반의 재생산을 뒷받침한다는 정치경제학적 진실과도 부합하게 된다.

3. (연구문제 3)의 요약

: 광고양식에 나타난 상품기호는 어떠한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고, 이의 작동원리는 무엇인가?

상품담론의 성격을 지닌 상품기호가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그리고 이것의 작동원리는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의 물음이 있다. 이 두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접근한 이론적 항목은 다음과 같은 세 지의 논의이다.

첫째, 광고양식의 변화와 상품의 문화적 틀에 관한 분석이다. 광고양식에 의해서 표현된 상품의 상징적 속성들은 상품기호의 토양이다고 할 수 있다. 광고양식이 다양한 상징적 표현들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변화되면서 상품은 우상숭배에서 토템이즘까지 문화적 틀을 전개해왔다. 이러한 상품의 문화적 틀은 광고 읽기의 변화된 양상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광고를 통해 문화적 '세례'를 받은 상품은 상품기호로서 그 문화적 성격을 확실히 한다. 그러므로 경제적 차원의 상품이 문화적 차원의 상품기호로 변화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는 현장'이 곧 광고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첫 번째 물음인 광고의 상품기호적 특성이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이 마련된다. 즉, 상품담론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둘째, 상품논리에 관한 분석이다. 상품은 물질이라기보다 논리를 지닌 형식이다. 상품이 형식이라는 점에서 기호와 연결된다. 즉, 사용가치와 기의로, 교환가치가 기표로 상호 관련하여 설명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상품논리의 실체가 상품기호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상품기호가 '몸'이라면 상품논리는 '정신'이다. 이런 점에서 상품기호의 활동과 상호 작용하는 논리는 상품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두 번째 물음인 상품기호의 작동원리에 대한 해답이 된다.

상품이 갖고 있는 논리는 ①인간적 속성들마저 양적인 기준으로 환원시킨다는 보편화 논리, ②전통적인 사회적 유대가 상품교환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별화한 원자화 논리, ③모든 인간관계가 사물의 속성으로 나타나는 물화논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각각 추상, 등치, 물화로 개념화되어 상품논리가 된다. 추상이란 상품형식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분리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질적인 유용성과 무관하게 모든 것을 동질화 시킬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등치란 사용가치가 교환가치에 종속 되므로써 나타나는 것으로 사물이 경제적 등가물이 되는 것을 말한다. 물화란 인간들 및 사회관계들이 사물화된 것으로 노동에 의해서 생산된 상품들이 행위주체의 모습을 띄게 되는 것을 말한다.

셋째, 광고에 내포된 상품논리에 관한 분석이다. 상품논리는 상품기호의 움직임을 조정하므로 광고에 내포된 상품논리도 마찬가지로 광고에 나타나 상품기호의 성격을 규정한다. ①광고에서 추상은 상품이 기호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의 실제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마치 상품소비를 통해 얻게 되는 것처럼 탈맥락화하여 환상을 조장하는 예가 이에 속한다. 상품의 기호로의 추상은 광고가 상품의 세계를 환상으로 묘사한 표현들에서 잘 살펴진다. ②광고에서 등치는 상품과 기호가 일치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의사개인성과 동일시로서 새로운 형태의 유대, 즉 상품소비를 통한 유대감을 표현하는 광고의 예에서 이러한 논리가 발견된다. 광고에 표현된 상품이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되어 일종의 토템으로 물신화된 체험을 만드는 예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③광고에서 물화는 기호가 상품으로 되는 양상으로 표현된다. 상품이 기호로 표현되는 추상과, 이러한 추상을 통해 상품과 기호가 등치되는 상황에 이르면 기호는 당연히 상품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물화는 상품화이다. 물화는 일상적인 모든 의미들을 상품화한다.

결국 일상적 의미들의 상품화가 바로 광고에 나타난 상품기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4. (연구문제 4)의 요약

: 광고의 상품 기호적 특성에 함축된 문화적 함의는 무엇인가?

광고에 나타난 상품 기호적 특성이 사회에 어떻게 개입하는가에 대한 분석이다. 여기에는 상품문화의 확산과 이의 사회문화적 함의가 핵심적인 논의 사항이다.

첫째, 상품문화의 확산은 광고의 문화침투에 관한 분석에서 출발한다. 광고의 문화침투는 경제와 문화의 관계가 상품화에 의해서 조정이 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경제와 문화의 갈등은 상품문화의 확산에 의해서 해소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문화에 의한 경제포섭으로 광고의 형식적 문화침투가 있고, 다른 하나는 경제의 의한 문화포섭으로 광고의 실질적 문화침투가 있다. 양자 모두 상품화를 경제와 문화적 차원에 확산시키는 것으로 상품기호의 헤게모니적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광고에 의해서 생산된 상품기호가 자신의 논리인 상품화를 전 사회영역에 확대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상품화는 시장 세분화와 포지셔닝을 통해서 더욱더 일반화된다. 다양한 기법을 통한 시장 세분화는 의미구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시장 세분화에 의한 상품기호의 의미구성은 구성방법으로 포지셔닝과 연결된다.

포지셔닝은 광고주가 소비자의 마음 속에 있는 한 제품을 기존의 친숙한 지시대상과 연관지우는 방법으로 시장 세분화에 의해서 나타난 소비자의 개성과 특성을 광고에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상품문화의 확산에 따른 사회문화적 함의는 광고에 나타난 상품화 현상에 관한 분석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광고에서 문화가 상품화된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상품화된 사회관계, 상품화된 사회적 신분, 상품화된 라이프스타일 등이 있다. 상품화된 사회관계는 사람들간의 관계가 상품소비를 통해서 연결되도록 만들고, 상품화된 사회적 신분과 라이프스타일은 상품소비를 통해 사회적 신분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장 받는 것을 말한다. 결국 이와 같은 예들은 문화가 상업에 '식민지화'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문화의 상업화는 상품문화의 본질이면서 한계이다. 여기에는 모든 것을 판매하려는 '판매지상주의', 의미와 지시대상의 관계에 나타난 이데올로기와 문화, 소비자의 비판과 법적 규제에 대한 광고주의 반응 등이, 의미의 상품화에 따른 문화의 '해체현상'과 연결되어 분석된다. 일상적으로 상품화된 의미들인 상품기호가 광고에 의해서 난무함으로써 기호가치가 확대되는 상품화의 지배현상, 다시 말하여 상업에 의해서 문화가 해체되는 현상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상품문화의 확산에 따른 사회문화적 함의이다.

제2절 결론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논리가 전개되었으므로 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 될 수 있다.

(1) '광고란 무엇인가?'

오늘날 광고는 그의 편재성과 중요성이 재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대단히 일상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광고에 관한 논의들은 비판론과 옹호론으로 양극화되어 첨예하게 대립되어 왔다. 비판진영에서는 이데올로기적 조작관점에서, 반면에 옹호론의 입장에서는 마케팅적 설득의 측면을 강조하여 상호 대립적으로 인식되어 온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이분법적 대립은 광고를 단순히 상품판매를 위한 경제적 도구로만 파악하여서 광고의 문화적 차원을 간과해버린 오류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광고가 경제적 차원 못지않게 문화적 차원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즉, 현대광고는 경제적 목적을 위하여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영향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서, 원래부터 문화적 영역에서도 그 영향력을 충분히 작동되도록 고안된 사회적 제도라는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는 후기 산업사회적 성격의 소비사회로 변모됨에 따라 소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져 소비생활이 모든 영역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나아가 오늘날 소비양식은 상품소비에서 기호소비로 변화되고 있음이 쉽게 목격된다. 즉, 현대적 의미의 소비는 물리적 상품교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호와 상징들로 구성된 의미교환 행위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상품은 경제적 차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차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문화적 차원에서 상품의 위상은 현대광고의 표현양식이 다양하게 변화된 예를 보면 이의 자리매김이 확실해진다. 광고에 대한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는 상품들을 살펴보면 점차 물질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에서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는 문화적 양태로 질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상품의 유용성을 중심으로 하는 물질적 기능보다 상품의 차이를 통해 사람의 차이를 구별하는 이른바 토템이즘적인 상징으로서 더 중요시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광고가 상품문화를 촉진하거나(긍정적 입장) 혹은 조장한다는(부정적 입장) 경제적 차원의 일면적인 비난은 문화적 차원에서 재해석되어야 한다. '광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광고를 문화적 차원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러한 인식의 계기는 광고에 나타난 상품의 본질적 성격에 주목함으로써 이론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2) '광고를 문화현상으로 보자'

현대사회에서 상품이 사회적·문화적으로 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 곳이 광고이다. 광고는 상품이 일상적 사회생활에 어떻게 개입하는가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창문'구실을 한다. 즉, 상품이 내포하고 있는 물질적·이데올로기적 요소들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경제적 제도가 광고라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상품은 기본적으로 사용(use)과 상징(symbol)이라는 양가성을 지닌다. 그러나 사회성격의 변화에 따라 상품의 물질적 요소로서 사용은 점차로 이데올로기적 요소인 상징적 속성으로 확대된다. 예컨대, 시장경쟁의 격화와 소비사회의 출현은 상품 스스로를 대단히 복잡한 물질적이고 상징적인 실재(material-symbolic entities)로 변화 시켰다는 것이다. 상품의 질적인 차별이 없어졌고, 따라서 상품이 사용가치에 한정된 의미들로 고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상품의 상징적 속성은 물질적 속성 못지않게 중요하게 되었다. 오히려 상징적 속성으로서 상품의 기호적 성격이 상품 고유의 물질적 속성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되는 경향이 팽배 되는 실정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상품형식과 기호형식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주로 비판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대체로 비판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의 논의들은, 광고와 상품의 관계를 경제적 차원과 문화적 차원, 생산영역과 소비영역, 그리고 상품형식과 기호형식의 상호작용에 관한 분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경제적 차원-생산영역-상품형식'의 틀과 '문화적 차원-소비영역-기호형식'의 틀로 대비되어 상호관련성을 상품관점과 기호관점으로 나누어 재해석될 수 있다.

최근 상품형식의 확대에 따라 상품의 상징적 속성과 기호적체 성격이 두드러져서 상품형식의 기호형식으로의 변형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상품의 기호로의 변형에 대한 해석에는 크게 두가지 상이한 입장이 있다. 하나는, 상품형식이 완전히 기호로 변형됨으로서 지시대상으로서 상품형식은 사라지고 기호형식으로의 변형은 지시대상으로서 상품형식이 소멸되었다기보다는 기호와 상품의 형식이 상호 전환되는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

양 관점을 그림으로 표시하면 전자는 상품형식에서 기호로의 단선적 변형을 나타내는 <상품 -> 기호>인 반면, 후자는 상품형식과 기호형식의 변증법적 통일을 나타내는 <상품 <-> 기호>이다. 그러므로 후자는 상품형식이 기호로 변형되었지만, 그 변형에는 '상품형식이 매개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상품형식의 기호형식으로의 변형과정에서 상품형식이 매개되어 있다는 이론적 근거는 현대광고의 상품기호로서의 특성에서 규명된다. 이 연구에서는 상품관점과 기호관점으로 구분하는 재해석 틀을 통하여 양 관점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상품기호 개념을 제시하였다. 즉 상품기호는 상품형식과 기호형식의 변증법적인 통일을 담보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광고를 문화현상으로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 바로 '상품기호'가 되고, 따라서 이에 대한 분석이 이 연구의 주제가 되었다.

(3) '광고의 상품기호적 성격은 무엇인가?'

광고는 상업성이 본질적인 근원이기 때문에 전형적으로 상품적 성격, 즉 상품성을 지닌다. 한마디로 광고는 상품의 발현체(발현체)라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광고는 대상가 관계한 담론이다. 다시 말하여, 오늘날 광고는 상품을 투사시킨, 따라서 상품이 매개된 담론이라는 것이다. 담론은 문화적 실천의 산물이기 때문에, 상품과 관계한 담론으로서 광고는 상품을 매개로 의미를 구성하고 재생산하는 일종의 사회적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상품기호로서 광고는 상품형식과 기호 형식을 통일시킨 상품담론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광고를 상품담론으로서 성격을 지닌 상품기호로 인식하세 되면 광고의 상품적 성격과 기호적 성격의 상호관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은 광고와 현실, 광고와 상품이 어떠한 관련이 있는 지, 다시 말하여 광고가 현실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 지를 밝힐 수 있게 하였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접근이 있다. 하나는 상품기호로서 광고의 특성에 내포된 상품논리에 대한 규명이고, 다른 하나는 상품논리에 함축된 문화적 함의, 즉 상품문화에 관한 분석이다.

첫째, 상품논리에 대해서 살펴보자. 자본제적 상품의 논리는 추상·등치·물화으 개념으로 구성된다. 상품의 추상 논리는 상품 형식의 학대에 따라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분리되면서 사물의 외파라고 할 수 있는 현상적 가치, 즉 교환가치가 가장 중요한 현실로 취급되면서 성립되는 개념이다. 어떤 대상이 상품이 될 경우 사용가치는 교환가치에 종속되어 지배 받게 된다. 이 같은 추상의 논리를 통한 교　가치의 지배는 양적인 가치가 주도적인 것이 되고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구체적 가치가 부수적인 것이 되어버리는 등치의 논리로 진전하게 된다. 상품의 등치 논리는 상품들의 가치를 표현하는 보편적 등가물의 존재, 예컨대 화폐로 인해 상품화를 촉진시킨다. 상품의 물화 논리에 의해서 상품논리는 완결된다고 볼 수 있다. 물호는 인간 및 사회관계들이 상품화 되는 것을 말한다. 대상적 사물이 살아있는 행위 주페의 모습을 지니게 되는 물화가 곧 상품물신성이다.

광고는 이와 같은 추상·등치·물화라는 상품논리의 틀을 상품의 기호로의 추상, 상품과 기호의 등치, 그리고 기호의 상품화로서 물화의 형식을 통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먼저 광고에 나타난 추상 논리를 살펴보면 공고의 '환상'적 표현을 들 수 있다. 광고에 의한 환상은 의미의 공백으로 인한 탈맥락이 상품을 몰역사적 외관 속으로 매몰되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조장된다. 환상은 상품과 기호가 등치 되는 등치의 논리에 의해서 더욱 더 고착화 된다. 예컨대, 광고모델의 환상적인 매력을 기호로서 상품과 등치 시킴으로써 마치 상품소비가 환상적인 매력을 갖게 만드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모델과 상품은 서로 교환되는 기호화폐가 되고, 광고는 이러한 기호화폐가 활동하는 공간으로서 구실을 한다. 광고에 나타난 등치의 논리는 대량생산과 소비에 의한 의사개성의 예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난다. 즉, 광고표현 속의 상품과 기호의 등치는 상품소비가 개성을 창출하는 것처럼 왜곡한다는 것이다. 상품과 기호의 등치는 상품화된 체험으로서 주체성이 상품 속에 표현되는 물신화된 체험에서 거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광고의 물화논리는 추상과 등치의 논리가 복합적으로 전개되면서 기호가 상품화하는 양상에 의거 규명된다. 물화는 모든 사회관계들을 '사물들 간의 환상적 관계 형태'로 나타나게 한다. 이것이 상품논리에 함축된 문화적 함의의 논리적 근거들이다.

둘째, 상품논리의 추상, 등치, 물화 과정을 통해 상품 헤게모니가 문화적으로 재생산된다. 상품 헤게모니의 문화적 재생산은 이데올로기라기보다는 헤게모니적 규제로서 상품화를 전사회적으로 확산시킨다. 여기에서 상품문화가 대두된다. 광고의 상품논리는 상품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상품성이 내포되어 있고, 더불어 이러한 상품성이 기호적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현상'적으로는 기호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상은 외적 형태로 실재하는 것이라면, 본질은 현상의 다양한 측면에 내재하는 연관으로 변화의 원동력을 이루고 있는 내적모순이라고 정의된다. 따라서 현상의 외적형태의 배후에 있는 내적모순, 원인, 합법칙성은 현상과 본질의 관계에서 파악할 수 있다. 광고에서 기호성은 외적 현상형태로서 '형식'이라면 상품성은 내적인 본질적 연관으로 '내용'이다. 그러므로 광고해독을 통한 상품논리에 의해서 생성되는 상품기호는 물화된 상품으로서 상품화를 조장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상품기호는 광고해독을 통해서 구성된다(construct). 또한 상품기호는 광고주의 시장세분화와 포지셔닝 전략에 의해서 조립된다(assemble). 이 같은 구성과 조립을 통하여 상품기호는 기호가치로 생산된다. 그러므로 기호가치의 생산은 정치경제학적 시각을 모색하게 한다. 기호가치의 정치경제학이란 기호가 상품처럼 시장경쟁적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상품을 중심으로 한 정치경제학은 상품영역에서 화폐처럼 보편적으로 그리고 등가로 교환될 수 있는 물화된 형식의 기호화폐에 초점을 맞춘다. 상품논리에 의한 광고해독과 시장 세분화와 포지셔닝을 통한 의미구성은 상품언어를 이미지의 언어로 전환시켜서 이를 기호가치로 생산한다. 기호가치의 생산은 기호를 상품화하여 문화의 상업화를 초래한다. 상품자아와 물화된 사회관계, 상품관계를 통한 인간관계 형성, 대상언어와 인간언어의 전도, 상품이 매개된 사회적 지위와 라이프스타일 등 상품이 이미지화 되거나 이미지가 상품화된 양상이 상품문화의 본질이다. 즉, 상품문화의 사회적 함의는 상품화에 있다.

(4) '광고를 읽자.'

오늘날 광고의 기호적 표현들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이로 인한 문화의 상품화가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광고는 상품논리를 전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기제로서 상품형식의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 재생산에 크게 기여해왔다. 광고는 상품문화의 확산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심지어 근래에 들어서는 전통적인 '계급에 기반한' 자본논리마저도 '상품화된 욕망에 관한 담론이 사유화 되는 것에 기반한' 파편화된 상품논리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광고를 일상적으로 접촉하면서 상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들을 복제하듯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 해독이 너무나 친숙하기 때문에 광고에 담긴 심층적인 사회적 가정들을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일상적 삶 속에서 사람들은 광고가 자신들의 의식에 상당한 사회문화적 파급력을 갖고 침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단지 경제적 차원에서 상품판매에 관한 관심들만 높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광고규제의 현실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광고규제가 경제적 차원에서 허위나 과장광고에 치우쳐서 시행되거나 또는 자율강령에 그치는 애매한 수준에서 윤리적 문제는 규제되고 있다. 대상세계와 인간존재 간의 관계를 기본적으로 위조하는 물화된 진술들만 가득 차 있는 것이 바로 광고이다. 광고는 물화라는 상업적 문법의 일상적 접합을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신비화한다. 소비사회에서 광고는 상품판매의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들의 욕망과 의미체계를 변형시키는 사회문화적 반향을 지닌다.

광고 읽기(reading)의 출발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현대 소비사회에서는 광고에 대한 비판적 해독의 틀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요청된다. 오늘날 광고는 소비자와 상품사이에서 일어나는 담론이기 때문에, 메세지의 전달이나 텍스트 구조분석이라는 정태적 파악에서 벗어나 해독과정이라는 사회적 실천이 매개된 담론으로 동태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즉, 광고는 상품이 매개된 의미의 협상과정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광고란 상품이 사회문화적으로 표상된 상징적 의미체계의 성격을 지니므로, 의미의 협상과정은 이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비평작업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광고의 비평작업에서 광고에 내포된 상품논리와 사회문화적 함의가 이론적 토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의 한계를 간단히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분석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연구가 광고현상에 대한 새로운 설명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위해 시도된 이론적 연구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연구대상을 설정하기 보다는 본질적 요소인 상품과 기호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론적 논의에 치중될 수 밖에 없었다. 즉, 이 연구는 개별 광고현상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통하여 귀납적 이론 틀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광고현상에서 본질적 환경요소로 규정되는 상품을 축으로 논의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상품은 상품형식의 기호형식으로의 변형에서 나타나듯 그 스스로가 하나의 과학적 대상으로 역사성과 사회성이라는 구체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상품의 구체성이 실제 광고물에서 어떻게 체현되는가를 사례를 통하여 실증적으로 제시되어야 연구의 폭이 확대됨은 물론 깊이가 심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구체적인 사례분석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이 연구에 제시된 광고사례에 국내광고가 소홀하게 다루어졌다는 한계가 있다. 이 연구의 핵심 주제인 상품형식의 기호형식으로의 변형에 나타난 본질적 논리와 이의 사회문화적 함의를 규명하는데 우리나라 광고의 예를 적절하게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광고물의 실제적 형식과 내용에 관한 논의 및 분석이 없었다는 점은 연구의 실용적 가치라는 측면에서 약점으로 지적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 연구의 실제적 의의라고 할 수 있는 광고 읽기의 구체적 방안이 이론적으로는 논의되었지만 충실하게 대안으로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 번째의 한계가 지적된다. 이 연구는 최근 광고현상에 대한 사회과학적 관심이 경제에 못지않게 문화를 중요시하는 경향으로 변화되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였다. 광고는 '문화'연구의 메타 이론 속에서 문화적 실천의 한 양식으로 간주된다. 여기에 기초하여 현대광고는 상품형식과 기호형식이 유기적으로 통일된 담론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강조되었다. 이러한 문화분석의 계기는 광고에 대한 비판적 안목으로서 광고비평의 실제적 틀이 정립됨으로써 이론과 실제를 통일시킬 수 있다고 본다.

끝으로 이 연구가 이론적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상품형식의 기호형식으로의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적 이론의 하나인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더불어 국내광고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례분석을 시도하여 광고비평의 실제적 틀을 정립하는 방향으로 연구되어야 한다는 점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