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문화로서의 광고현상

상품화된 의미들이 기호가치로서 시장경쟁을 하면서 광고는 문화영역에 침투한다. 즉, 상품기호가 시장 세분화와 포지셔닝이 매개되어 기호가치로 생산되면서 광고는 경제영역 뿐만 아니라 문화영역까지 개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먼저 광고가 문화영역에 침투함으로써 경제와 문화의 봉합(seam of economy and culture)을 통해 기존의 문화적 긴장들을 해소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문화적 긴장들은 경제적 차원이 시장의 확대 열망과 문화적 차원의 도덕적 가치의 충돌 때문에 야기되었다. 이러한 긴장들이 시장 속에서의 자율적 개인이라는 광고주의 설득들로 인하여 완화되었다. 예컨대, J. W. Carey는 광고가 경제적 자유주의, 자유시장 원칙, 개인의 이익이 강조되는 경쟁의 원칙 등 시장체제를 지지하는 가치관과 신념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¹⁶⁴⁾ 여기에 상품화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상품화의 문제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지적이 중요하다.¹⁶⁵⁾

첫째, 교환관계가 중심이 되는 상품생산 관계가 인식의 규범적 표준이 된다. E. Durkheim의 지적처럼, 상업의 정착은 거래의 관계라는 것이 계약적으로 동의 되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과 내용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¹⁶⁶⁾

둘째, 시장이 상징적인 사회적 삶의 영역으로 계속 발전함으로써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시장에 우호적인 자유주의와 시장에 적대적인 보수주의 등의 이분법적 대립이 격화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도덕적 범주를 변화시키기 위한 시장의 압력은 어느 정도 필연적으로 불연속적인 과정을 거치지만, 항상 급진적인 문화적 공간을 개방해야 할 위험에 봉착하였다.

이런 점에서 상품화에 따른 문화적 모순은 시장경제 원칙으로부터 파생하는 경제적 모순과 구별된다. 일반적으로 문화적 모순은 과정적(processual)이고 경제적 모순은 구조적(structural)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적 영역의 구조적 모순은 문화적 영역의 과정적 모순이 상품화를 통하여 해소되게끔 광고가 역할을 한다.

Jhally는 이와 같은 두 측면의 모순을 형식적 포섭(subsumption)과 실질적 포섭으로 구분하여 분석하고 있다.¹⁶⁷⁾ 전자가 문화에 의한 경제의 포섭이라면 후자는 경제의 의한 문화의 포섭이다. 다시 말하여 문화가 경제적 차원에서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형식적 포섭이라면, 문화가 이데올로기적 제도라기보다는 경제적 제도가 된 것을 실질적 포섭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광고에 의한 문화침투에서 형식적이라 함은 문화 속에 경제가 들어오는 것이라고 한다면, 실질적이라 함은 경제 속에 문화가 들어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형식적 포섭에 관한 대표적인 논의들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대중문화 비판론에서 제기된 광고에 의한 소비 이데올로기 조작에 관한 비판들이다. 대체로 광고의 문화침투는 이 같은 형식적 포섭보다 실질적 포섭에 관해서 더욱 더 관심을 갖는다.¹⁶⁸⁾

광고의 문화침투에서 실질적 포섭이란 문화의 상업화가 의미영역에서 교환가치의 지배를 받는 것을 말한다. 의미를 매개하는 전통적 제도들의 쇠퇴에 의해 남아있는 공간이 시장 제도에 의해서, 특히 매스컴의 제도들에 의해서 채워졌다는 점에 대한 인식들은 많아지고 있다. 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예가 TV에 대한 탐닉이다. 현대적 삶 속에서 TV가 차지하는 위상은 대단히 크다. TV는 다양한 의미들을 매개하고 있음은 물론, 더욱이 엄청난 시청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고조시키는 것은 사회 생활의 많은 영역들이 생산의 상품관계의 통제 아래 직접적으로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문화의 산업화이다.

문화의 산업화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투자기회를 찾고 있는 잉여 자본은 문화적 영역에 투자를 증대 시키고, 이럼으로써 전에는 공동체 내에서 발생하였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문화적 상품들이 있는 시장을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와 상품은 선진 자본주의에서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윤추구에 몰두하기 때문에 문화와 상품은 구별되지 않고, 일상적 모든 것들이 상품화되고 만다.¹⁶⁹⁾ A. Briggs도 "대중적인 시장의 관심은 최근까지 개인들 자신들에 의해 지배되었던 영역까지도 지배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¹⁷⁰⁾ Garnham은 이러한 현상을 상품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모든 영역에 침투하였다고 비판하였다.¹⁷¹⁾

결국 상품화의 문화적 도발은 상품기호의 헤게모니적 규제로 연결된다. 상품기호의 헤게모니적 규제는 대중소비문화의 이데올로기적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만, 또한 이데올로기의 헤게모니적 지배라는 측면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다. 이 점을 Wernick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중소비문화의 이데올로기적 활동이라는 자동적 속성(automatic character)은 강조될 필요가 있다. 왜냐 하면, 대중소비문화의 이데올로기적 역할은 지극히 당연하고, 기능상 의식형성 제도로 언제나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Ewen의 「Captains of Consciousness」에서 취하고 있는 입장은, 이 같은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계급정치의 조작(class political manipulation)이라는 측면에서 봄으로써, Madison Avevue, Disneyland, Tin Pan Ally의 융성과 전체 기업적인 자본주의적 꿈은 개별화된 이데올로기적 힘에 있지 않다는 결정적인 변화를 놓치고 있다. ··· 결과적으로 상업적 대중문화의 강력한 이데올로기의 헤게모니적 지배의 성격은, 판매를 위한 문화의 직접적 형식이든 아니면 문화에 의한 판매라는 부차적이건 간에 가속화된 유통과 증대된 잉여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같은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 지배라는 변화는 문화산업의 내부에 있는 경제적 결정과 이것들이 잠재적으로 격렬한 문화적 소재를 처리하고 표상하는 방식에 미치는 효과의 측면에서 설명되어져야 한다.¹⁷²⁾

이데올로기적 기능이 헤게모니적 지배를 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예가 적절하다. Levi's와 Reebok 광고 캠페인은 수용자/소비자의 광고에 대한 저항을 비켜가기 위해서 광고의 문화적 모순들에 정면으로 맞섰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예에서 광고가 상품관계의 물질적 헤게모니 재생산을 지원하는 것이긴 하지만, 광고가 폐쇄적인 문화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은 강조된다. 즉 상품기호 가치의 생산을 계속 확대시키는데 있어서는 수용자의 해석적 노동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수탈에 대한 저항의 형태들을 예상해 대비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될 것이다.

Levi's는 사람들이 상품물신성의 허구(fiction)를 금방 알아차린다는 점을 파악하여 수용자의 반응을 제대로 수용하였다. 1984년에서 1986년 사이 'Levi's 501'광고는 광고속의 현실과 상품적 허구 사이의 간극에 정면 도전한 광고의 전형적인 양태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억압받는 흑인의 문화적 표현들이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청년문화 등을 광고표현의 소재로 삼아 '501 스타일'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폭 넓은 지지를 확보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 광고는 다른 신화를 접합하기 위하여 일련의 다른 신화들을 폭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¹⁷³⁾

반면, Nike와 치열한 시장경쟁에 집착해 있던 Reebok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미학과 호칭구조를 추구하여 리얼리티를 의미화하려는 노력을 완전히 배제했다. 이 광고는 기표와 기의들을 계속 변형시킴으로써 혼란스러운 문화영역의 틀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Reebok 광고는 상품의 종류들이 자기 증식을 계속하고 기호의 상품침투가 급증함에 따라 기호의 차별화가 거의 불가능해짐으로써 상품기호의 지속적 재생산이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80년대가 끝나 갈 무렵 문화의 상품화와 광고가 끼친 중요한 사회문화적 영향력은 조소주의와 불신의 팽배로 나타나게 되었다.¹⁷⁴⁾ 이 같은 진행 속에서 자본의 논리가 문화적 삶의 영역 속에서 확대되고 있음이 분명히 확인된다.

문화로서 광고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대중매체 광고가 상품형식의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재생산하는데 기여한다고 해도, 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의미들을 분할하고 전유하는 광고의 기본 방법론이 지난 15년 동안 부르주아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와 도덕성에 아이로니칼하게도 부식효과(corrosive effect)를 미쳤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의 주도적인 이데올로기가 곧 부르주아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 이래로 지배계급의 부르주아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점차 느슨해졌다. 대신에 시장점유 및 시장 세분화라는 보다 구조적인 논리가 주목되었던 것이다. 그 동안의 계급 이해관계(class interests: 부르주아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이 같은 상품 이해관계(commodity interest: 시장점유 및 시장 세분화)의 균열이 더욱 더 확대된 것은 1980년대 말에서 두드러졌다. 주요 목표 시장논리가 정교화되었기 때문에 해독자로서 시청자들은 서로 다르게 되었고 이로써 의미들은 더욱 더 개인적으로 파악될 수 밖에 없었다. 부르주아적 교훈들이 여전히 일상적인 대중담론으로 강조되고 있을지라도, 부르주아적 내러티브가 갖는 신뢰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문화산업의 실제들 때문에 상대주의적이고 냉소주의적 분위기가 팽배되고 있다. 하나의 통일된 지배 이데올로기로서 계급에 기초한 자본주의적 헤게모니는 상품화된 욕망이라는 개별화된 담론에 근거한 일종의 분열된 헤게모니로 무너지고 말았다.¹⁷⁵⁾ 요컨대, 광고의 시장 세분화와 포지셔닝 전략에 따라 개인화는 팽배되었고, 표피적인 쾌락 등 역사에 대한 거부감들이 지배적이었다.

제2절 상품문화의 확산과 광고

광고의 실질적 문화침투의 핵심인 상품화는 광고해독이라는 상품기호의 구성과 더불어, 시장 세분화와 포지셔닝 전략이 중심이 되는 상품기호의 조립이 검토되어야 한다. 전자는 4장에서 광고에 내재된 상품논리를 분석함으로써 검토하였으므로 여기에서는 후자의 광고주에 의한 광고전략 차원의 상품기호 조립에 관하여 살펴본다.

광고의 상품논리에서도 살펴 보았듯이 광고와 상품은 형식상 수렴된다. 이는 다각적인 역사적 동인(forces)을 통하여 이해할 수 있다.¹⁷⁶⁾ 첫째, 과도한 생산과 소비부족이라는 위기 상황¹⁷⁷⁾, 둘째, 생산과 소비간의 상품유통 속도의 장애¹⁷⁸⁾, 셋째, 일차적 재화 생산의 투자자본이 일시적으로 포화를 이룸으로써 여가 및 소비재 산업의 투자 증가¹⁷⁹⁾, 넷째, 담론의 공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부르주아지의 투쟁¹⁸⁰⁾, 다섯째, 만족을 유예하는 부르주아지 규범이 소비재 시장의 확대에 장애가 되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시장경쟁 속에서 격화된 상품유통은 브랜드를 급증시켰고, 욕구충족의 범주를 파편화 하여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광고주들은 차별화를 통하여 원활하고 합리적인 상품유통 및 판매방안을 꾀하게 된다. 이의 대표적인 전략이 시장 세분화와 포지셔닝 기법이다.

1. 상품문화의 확산 기제와 광고 코드

1) 시장 세분화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란 "시장의 이질성을 충분히 존중해서 소비자 개개인과 사용가치의 필요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충족시킴으로써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발견하기 위한 방법"이다.¹⁸¹⁾ 즉, 시장 세분화는 다양한 상품 선호에 대응하기 위하여 이질적인 시장을 동질적인 소시장으로 세분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상표 차별화 전략에서 대중 시장을 특정 시장으로 세분화하는 전략으로 변화하였다. 시장 세분화에는 다양한 세분화의 기준이 있다. 지리적, 인구통계학적, 심리적, 그리고 행동적 기준 등이 있다. 그러므로 시장 세분화는 수용자 인구통계학이나 다양한 기법들에 의해서 정교하게 발전된 마케팅 전략들은 일종의 시장형성 도구이다.

실제로 수용자 인구통계학적 조사에 기초한 판매성장이 수익체감에 직면하자, 광고주들은 시장확대 방법으로 라이프스타일 유형, 사이코 그래픽(psychographics) 같은 조사기법을 개발하였다. 이와 같은 신기법들은 인구통계학에 '심리적 특성이라는 입체성'을 결합하였다. 그럼으로써 연령, 수입, 직업에 기초한 시장들을 분위기, 태도, 그리고 합성적인 소비패턴에 기초한 시장의 다양성으로 세분화하도록 하였다. 예컨대, M. Ray에 따르면 유용한 요인들을 얻기가 매우 어렵고 신뢰성 부족했기 때문에, 이의 해결의 한 방안으로 사이코 그래픽을 이용되었다고 한다. 사이코 그래픽이란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인 여러 특색의 상대적인 강도를 나타내는 그래프'이다.¹⁸²⁾ J. Plummer가 상술하였듯이, 라이프 스타일 유형과 사이코 그래픽 연구는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활용되었다.¹⁸³⁾

Pope는 시장 세분화에 관련하여 사용자 중심의 광고 성장, 드라마적 혹은 이야기체의 형식 증가, 특정제품 주장이 감소되었다고 분석한다.¹⁸⁴⁾ 첫째, 상표차별화와 시장 세분화를 비교하여, 전자는 제품 중심이고 후자는 사용자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전자는 대략 1900-50년 경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제품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Roser Reeves의 USP(Unique Selling Preposition) 전략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에 후자는 제품의 우월성보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Pope는 진실과 기만에 대한 전통적 기준을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광고에 적용시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세분화와 서비스 마케팅의 증대는 분명히 사용자 중심의 광고를 증가 시켰다. 제품 주장의 진실성에만 눈여겨 왔던 윤리적 평가는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광고의 설득적 활동 대부분을 놓치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을 소비사회로 들어오길 부추기는 이런 류의 광고는 제품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이 사회가 갖는 매력을 강조한다. 이런 광고에 나타난 제품의 배경은 언제나 즐겁고 모델들은 매력적이다. 소비자 욕망의 대상이 제품이라기보다는 이러한 배경적인 맥락들일 때는, 이 제품의 주장만을 가지고 광고의 진실과 기만을 판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¹⁸⁵⁾

둘째, 사용자 중심 광고와 밀접한 관련 속에서 드라마적이고 이야기체 형식은 증가하였다. 광고의 역할이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고안해내는 것이다. 광고는 점차 사회적 순응성과 자기 달성, 회피, 사적 환상의 수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방향들이 TV에 도입되어 그의 효과들이 분명히 입증되었다. 드라마적인 TV광고 비네트(Vignette) 기법도 이러한 효과를 입증하여 주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광고의 비네트 기법이란 사실을 정확하게 묘사하기 보다는 흐리게 묘사하는 광고를 말한다.

셋째, 제품에 대해 경직되거나 노골적인 정보의 양이 하강하였다. 사용자 중심의 광고는 대중 시장에 소구하기 보다 세분화된 수용자에게 공유된 경험, 인지, 태도 등을 이끌어낸다. 이는 T. Schwartz의 커뮤니케이션 공명이론(resonance theory of communication)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¹⁸⁶⁾

광고에서 공명이론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접근하는 것은 개인이 이미 갖고 있는 정보와 더불어 공명되고 이어서 학습 욕망이나 행위적 결과가 유도되도록 광고(자극)를 설계하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것은 의미의 송신자로서 메세지 그 자체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를 위한 메세지의 사용가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공명한다는 것은 의미를 구성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공명이론에 입각한 광고주의 임무는 '기억을 구조화하는 것(structured recall)'이 된다. 따라서 공명이론의 입장에서는 메세지를 기억하거나 수용하는 사람의 수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광고라는 자극에 의해서 어떠한 영향을 받느냐에 더욱더 흥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시장 세분화와 공명이론이 결합하여 이루어낸 전략적 접근의 일례가 바로 광고에 있어서 포지셔닝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2) 포지셔닝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광고하려는 상품이나 기업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떻게 위치짖느냐는 것으로, 이는 이미지나 퍼스낼리티(personallity)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포지셔닝에는 생활 속에서의 포지셔닝, 시장에서의 포지셔닝, 사회에서의 포지셔닝 등이 있다. 생활속에서의 포지셔닝이란 상품이 일상적 생활에서 비로소 가치를 지니므로 생활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을 말한다.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이란 마찬가지로 상품이 시장 속에서 존재하므로 시장에 존재하는 경쟁상대의 상품이나 기업에 비해서 어떤 유리한 가치를 갖고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사회에서의 포지셔닝이란 그 상품이나 기업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예컨대, 자연환경·건강·안전 등에서 어떤 입장에 있고 어떤 뜻을 지니고 있는가를 염두에 두고 상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광고할 상품이나 기업에 관한 인식을 어떠한 형태로 사람들의 마음에 위치지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 포지셔닝이다. 즉 포지셔닝이란 무엇을 전하면 좋을까, 어떠한 퍼스낼리티를 갖게 하면 좋을까, 어떤 이미지를 마련하면 될까를 결정하는 기본적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¹⁸⁷⁾

그러므로 포지셔닝은 잠재적 소비자들의 정신(mind)과 관련된 특정한 의미화 이미지와 제품들이 서로 관련을 맺도록 한다. 광고주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있는 한 제품을 기존의 친숙한 지시대상 체계(referent system)와 연관지우는 방법으로서 포지셔닝 기법을 적용한다. 따라서 광고주 입장에서 포지셔닝은 시장조사에 나타난 '추세'를 특정 제품의 '개성'으로 전환시키는 하나의 전략적 도구가 된다. 광고에서 흔히 인용되는 '담대한, 순수한, 솔직한, 믿을만한, 자유스러움' 같은 것들의 포지셔닝 의미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시장세분화와 연결되어 있다.

포지셔닝은 한 상표를 다른 상표들로부터 차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많은 소비재들은 차별화하고는 거리가 먼 이른바 '나도 역시(me too)'라는 마케팅 접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접근은 경쟁제품에 의해 이미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된 포지셔닝 개념이나 광고유형을 너도나도 흉내내는 것을 말한다. 광고주들은 목표 수용자층(target audienct)의 두드러진 가치들의 변화를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포지셔닝 컨셉들은 표준화된 상투적인 표현(standardized formulas)으로 구체화되기 일쑤이다. 예를 들어보자. 낭만은 1970년대에 향수광고의 유력한 포지셔닝 범주였지만, 1979년에 이르러 급격하게 쇠퇴해 버렸다. 1979년에는 '준거 집단'의 포지셔닝¹⁸⁸⁾이 표면에 대두되었고, 1980년대 초에는 환상/도피, 라이프스타일과 '자아감각'(긍정적인 자기 이미지)이 추세를 이루었다.¹⁸⁹⁾

상품기호의 구성에 있어서, 포지셔닝 컨셉(concept)은 문자 그대로 광고 되고 있는 특정 상품을 연상시키는 기호가 된다. 예를 들어 잘 알려진 Revlon은 자기 브랜드(Charlie)를 젊고 자립적인 여인이라는 포지셔닝 컨셉과 연관지었다. 그들은 광고 캠페인을 통해 이 포지셔닝 컨셉을 기호로 바꾸었다. 그녀의 긴 다리와 동일시되어, Charlie는 젊음이 충만한, 즐겁고, 자립적이며, 자신만만함은 물론 태평스런 라이프스타일을 기호로 표현하고 있다. 'Charlie' 모델은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의 이상적인 기의를 표상하고, Charlie 향수의 힘이 바로 그 제품에만 있는 것처럼 만든다. 말하자면, 대량 생산된 향수가 광고모델에 의해서 명백하게 된 '화려하고 섹시한 젊은'의 속성을 구체화시켜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 광고기법은 물화된 해석 문법(a reified interpretive grammar)에 의존하면서, 더불어 이것을 재생산한다.

광고주들에게는 모든 것에 우선하는 하나의 목적이 있다. 즉, 포지셔닝 컨셉과 제품명 사이에서 일어나는 연상을 가능한 한 많은 시청자들에게, 다시 말하여 목표 수용자 층에 전달하려는 것이다. 광고주의 임무는 이와 같은 광고의 '선호된 해석'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광고의 구성을 통하여 '의미구조를 창출'하는데 있다. 이 때문에 의미해독과 물화된 해석문법이 핵심적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3) 광고 코드

광고의 의미작용 과정을 단순화시켜보면 광고주는 의미를 부호화(encode)하고 시청자들은 그것을 해독(decode)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부호화와 해독 과정에 정확한 '대칭'이 일어나지 않는다. 광고는 대단히 용의주도하게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대중 수용자의 일부는 '비선호적인 해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선호적 해독이 대두됨으로써 광고메세지의 의미가 다른 수신자들에게도 비슷하게 해독되도록 하는 '개연성을 증가시키려는' 광고주들의 노력이 강화된다.¹⁹⁰⁾

자신들의 메세지가 문화의 중심적인 의미체계와 일치하도록, 그리고 전달되는 메세지 코드가 폭넓게 이용될 수 있도록, 광고주들에게 하나의 규율을 부과한다.¹⁹¹⁾

광고독해는 항상 눈앞에 있는 광고를 간단하게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은 이전에 보았던 친숙한 광고물에 비추어서 해독을 한다. 즉,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독자들은 지시대상 체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광고형식에 들어있는 언어실천이라는 인식을 습득한다는 점이다. 광고형식은 의미가 결여되어 있다. 광고에 나타난 의미는 영속적으로 변형되는 형식으로 계속해서 지나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광고의 의미는 표면에 있지 않다.

의미는 기호들이 광고물 내부에 어떻게 조직되어 있느냐, 그리고 그 광고물과 외부적 신념 체계의 관계에 종속되어 있다. 외연적 차원과 내포적 차원이 있다. Barthes는 유명한 「Mythologies」에서 전자가 언어, 후자는 신화라고 지적하면서, 의미 구성과정의 상이한 요소들을 통일하는 개념이 코드라고 하였다. 코드란 경험의 저장인데, 이는 광고주와 수용자 양자가 '상품의 의미' 구성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G. Dyer의 정의에 의하면, 코드란 "어떤 의미나 내용을 어떤 기호에 지정하여 송신자나 수신자 모두가 알도록 하는 일련의 규칙이나 해석을 위한 고안물"이다.¹⁹²⁾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광고의 코드는 신화의 코드와 동일하다. 광고에는 그들의 약속된 해결 뿐만 아니라 행복과 슬픔 같은 인생의 보편적 문제들이 발견된다. 광고는 현대 이전 사회에서 다른 제도들에게 배정되었던 기능을 행사함으로써 하나의 걱정을 덜어주는 제도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광고는 흔히 종교적 힘을 가진 것으로 비유된다. J. Rorty는 "광고를 일종의 교리"라고 하였고, A. Douglas는 "광고란 세속화된 소비사회의 유일한 믿음일 뿐"이라고 기술하였다.¹⁹³⁾

이와 같이 광고는 다양한 상징적 실천과 담론들을 흡수하고 융합한다. 그러므로 광고 메세지 속에 들어있는 실체와 이미지는 경계가 없는 문화적 지시대상으로부터 전유되고 추출된다. 광고는 문학, 디자인, 다른 매체 내용과 형식, 역사와 미래, 특정 목표 시장의 담론과 특수한 경험으로부터 아이디어, 언어, 시각적 표상을 차용한다. 광고표현 양식에 나타난 다양한 소재들을 살펴보면, 이 점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쉽게 파악된다. 특히 근래 광고는 무엇보다 소비라는 주제 주변에 널려 있는 여러 가지 일상적 주제와 소재들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광고를 통해서 재화는 사회적 생활 및 문화적 의미작용 구조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 차용된 지시 대상은 상품과 더불어 융합 되고 문화적 담론 속으로 다시 되돌아 간다. 현대 사회에서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들은 사람들에게 광고주의 의미구성과 수용자의 지시대상 체계간의 관계를 구체적인 방식으로 정확하게 지적할 수 있는 기회를 재화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곧 '광고의 코드(code)'이다.¹⁹⁴⁾

Erving Goffman는 성 구별(gender)에 관한 분석을 통해 광고 코드의 일례로서 상업적 리얼리즘(commercial realism)과 초의식화(hyper-ritualization) 개념을 적절하게 예시하였다.¹⁹⁵⁾ 그에 의하면 상업적 리얼리즘은 "현대광고에 나타난 표준적 변형으로 특유의 대중적인 모습들을 광고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상업적 리얼리즘으로서 광고와 실제 생활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고 주장한다. 첫째, 실제 생활이나 광고 모두 인간의 활동을 고도로 의례화(ritualized)하지만, 전자보다 후자에서 더욱더 초의례화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광고에 나타난 일상적 삶의 모습들이 사회적 이상형에 맞게 일면만 부각되어 의례화된 경우가 많다. 둘째, 실제 생활은 전혀 편집(editing)될 수 없지만 광고라는 상업적 리얼리즘은 편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생활에서는 불가능한 초의례화된 사회적 이상형이 광고에서는 완벽하게 표현될 수 있다.

성 구별의 예를 들어보자. 성(sex)은 생물학적 구분이지만, 성 구별은 문화적 구분이다. 따라서 남성과 여성의 성 구별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구성되었다. 어떤 문화에서든지 기존의 성 구별은 계속해서 유지된다. 이는 생물학적 성을 문화적으로 구축한 관습을 통하여 유지되는데, 남성(여성)다운 옷차림, 행동, 몸짓, 격식 등이 바로 이의 예이다. 이와 같은 성 구별의 행동 의례(ritual of gender behaviour)들이 상업적 리얼리즘으로서 광고에서 초의례화되기 때문에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을 지니게 된다. 즉, 친숙한 인식과 관습화된 코드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광고는 일상 생활과 경험을 그대로 끌어올리려고 노력을 하는데, 바로 이점에 광고의 힘이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광고는 초의례적 이미지로서 성과 성 구별에 대해서 극단적이고 집중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성 구별에 대한 비판도 별로 없다. 기껏 광고 이미지의 감정적 유혹을 인지하지 못한 지적 차원에서의 비판만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성구별에 관한 광고 메세지를 부정하는 행위는 마치 변태나 성 도착 같은 비정상적인 성행위에 밀착된 것 같은 오해를 받게 된다. 페미니스트 비판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광고의 허위성은 이미지 체계로부터 야기된다. 즉, 개별 광고물이 아닌 전체로서의 광고 그리고 이들의 누적적 결과로부터 야기된다는 것이다.¹⁹⁶⁾ 그러므로 광고에 나타난 허위성은 개별적인 광고물이라기 보다는 광고의 전체적인 메세지 체계로부터 야기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메세지 체계란 곧 약호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광고물들이 생산되는 제도적 맥락으로부터 허위성은 야기되고 이러한 퇴영적인 양상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시사를 받을 수 있다.

광고의 코드는 상품기호를 생산하는 장(site)으로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에서 이론적으로 고찰된다. 첫째, 광고물이 이데올로기적일 지라도 이의 이데올로기적 내용은 교환가치로서 기호가치를 생산하는 과정으로부터 유래한다. 둘째, 기호를 완성 하는데는 독자들의 참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용자 해독은 기본적으로 기호가치의 정치경제학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셋째, 기업의 광고주는 교환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하여 수용자 해독과정을 유연화하고 합리화하려고 노력한다.¹⁹⁷⁾

이것은 도처에 있는 기호가치와 교환 가치간의 전이화폐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광고주는 물화라는 인지적 실천들을 가치생산 도구로 전환한다. 더구나, 기호가치 생산양식은 모든 과정에 독자들의 참여가 있어야 하므로, 고집스럽게 참여를 거부하기에는 어렵게 되어 있다. 현대 대중매체에도 이러한 모습이 있기 때문에, 우리들의 깊숙한 해석적 어휘들 속에도 이 같은 해독양식에 독자가 사회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동기화가 필요하다. 판매담당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와 같은 동기화는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며, 이러한 동기화는 계속해서 외부로부터 재정의되어야만 한다.

일상적인 개인 용품들이 필수품인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수용자들을 식민화 시키는 부가적 의미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이의 좋은 예이다. 예컨대, 여성의 미용습관에 대한 조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미용은 외출복이든 간편복이든지 간에 치장하는데 필수적이다'. 향수를 사치품에서 '의심할 수 없는 생활의 일부'로 변형시킨 하나의 예로서, '향수를 뿌리지 않고는 외출하지 못하도록 소비자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어느 판매담당자의 자랑을 들 수 있다.¹⁹⁸⁾

여기에서 경쟁제품에 대항하여 어떤 제품을 선택하도록 소비자를 동기화시키는 개념으로서 기본적인 판매 컨셉인 소비자지향성(consumer-oriented) 포지셔닝이 등장한다.¹⁹⁹⁾ 어떤 광고물의 구성형식은 포지셔닝 논리를 상품기호의 사회적 논리로 바꾸어준다. 이와 더불어 세분화라는 마케팅 개념, 커뮤니케이션 공명이론, 지시대상 체계의 소구, 매체 수용자의 파편화, 상업 메세지의 길이 축소와 시간의 재분할 등은, 상이한 수용자들이 광고물의 의미를 해독하기 위하여 다양한 '이애 코드'에 준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수용자의 파편화와 시간의 재분할(fragmentation of the audience and the redivision of time)이 상업 메세지 체계의 상이한 부분의 내용과 형식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주목하여야 한다.²⁰⁰⁾

2. 상품문화 확산의 정치경제학적 분석

Bill Livant의 지적에 따르면 그동안 효과연구 및 이데올로기 연구들은 수용자와 메세지의 관계에만 주목하였다고 한다.²⁰¹⁾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차원에서 의미체계 분석에 집중하는 문화연구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메세지의 의미의 관계가 중요하다. 메세지 소비는 의미의 소비이므로, 메세지의 사용가치는 그 메세지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메세지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었던 기존의 연구들, 즉, 주류의 효과 연구이든 비판적 입장의 이데올로기 연구들은 모두 사용가치에 관한 연구하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업적 대중매체 영역에서 메세지는 사용 가치인 동시에 교환 가치이다. 더 정확하게, 메세지의 사용가치는 교환가치의 체계 속에 통합되어 버렸다. 사용가치의 이해를 위해서는 이것과 교환가치와의 관계를 적절하게 맥락화하여야 한다. 바로 이점에서 메세지의 사용가치(의미)의 문제로부터 관심을 교체해야 한다는 중요한 지적이 가능하다. 이것은 의미의 이해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교환가치에 의해서 만들어진 조건을 충분하게 이해했을 때 이의 구체적인 고유성 속에서 의미가 이해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의미가 메세지의 사용가치라고 한다면, 메세지의 내용을 구속하는 가치형태로 이것을 추상화시켜 볼 필요가 반드시 있다. 메세지의 가치형태는 수용자의 시청시간(watching time)이다. 수용자상품(audience commodity) 개념도 결국 메세지 내용에 집착하게 되어 사용가치 중심의 연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교환가치, 즉 상품으로서 시청시간은 곧 메세지의 교환가치이다. 이러한 교환가치, 즉 상품으로서 시청시간은 당연히 수용자들이 생산한다. 여기에서 상대적 잉여시간의 추출을 위하여 시장세분화가 모색된다. 따라서 광고 메세지 내용의 구성이 문제가 아니라 수용자가 어떻게 시청하느냐의 문제로 집약된다는 것이다.²⁰²⁾

최근 엄격한 시간제한 때문에 보다 짧은 광고가 성행하는 예가 이를 반증한다. H. Jazurus가 언급한 비네트 광고기법과 설득, 자료제시, 이유설명의 광고가 불가능하고 인스턴트 드라마나 위협과 약속을 제시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는 E. Barnouw의 주장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²⁰³⁾ 시간제약의 문제는 혼잡(clutter)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광고는 광고물의 과다 속에서 자기 광고를 보도록 하는 방법에 관심이 모아져 있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수용자의 시청행위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광고의 메세지 사용가치(내용)는 교환가치(시청시간)에 의해 구속된다는 점이 명확하다. 이 같은 교환가치의 제약은 광고의 내용 및 스타일과 마찰을 일으켰다. 라이프스타일 이미지에 기초한 광고, 즉 상품이 아니라 사람에 초점을 두고 영상적으로 소구하는 광고가 성행하였다. 이의 핵심은 시간제약이라는 교환가치의 지배에 있다. 따라서 시장 세분화나 포지셔닝을 통한 광고의 코드는 메세지 내용의 변화라기 보다 제한된 시청시간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시청시간이라는 교환가치의 제약이 광고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포스트모던 광고유형이라고 일컬어지는 상징적 표현 중심의 광고들도 시간제약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상품을 철저하게 기호로 변형시킨 예라고 할 수 있다.²⁰⁴⁾ 이제 상품문화의 확산은 매세지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이데올로기 차원에서만 논의될 수 없다. 상품문화의 확산은 메세지의 의미구성이 정치경제학적 토대 아래 이루어지고 있다. 즉, 의미영역도 경제영역에서와 똑같이 교환가치의 주도 아래 사용가치가 종속된다는 것이다.

제3절 상품문화의 사회적 함의

광고의 상품기호적 특성에 내포된 상품논리는 상품화된 의미들의 난무들로 나타난다. 다시 말하여 광고해독을 통해 상품논리로 '치장된' 상품기호들은 상품화된 의미들을 양산시켰다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에 의한 상품화는 상품화된 사회관계들과 이의 구체적 표현으로 상품이 매개된 사회적 신분과 라이프스타일 등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상품화된 사회관계는 물화된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한다. 1920년대 이래 광고에 나타난 물화된 세계관은 Ewen의 상품자아(commodity self) 개념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상품자아란 특정 상품들에 의해서 규정된 개별적이고 물화된 신체 일부의 - 입술, 눈, 머리, 다리, 손톱, 가슴, 심지어 마음까지 - 전체적 효과를(ensemble) 나타내는 것이다.²⁰⁵⁾ 자아들이 상품기호의 집합에 의해서 규정되기 시작했다. 광고들은 신체의 일부를 분리하여 이것을 상품의 측면에서 표현하며, 이렇게 상품화된 부분을 이상적인 인간형과 등치 시킨다.

이것이 곧 물화의 의미(meaning of reification)이다. 즉, 행위하는 주체의 질이 대상에 있고, 주체들간의 관계가 대상들(상품)간의 관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치 상품획득이 성공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광고들은 상품 자아들에 의해서 점거된 사회적 영역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품자아들에는 물화된 사회관계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광고들은 자아와 자아-타자 관계를 구성하기 위하여 개성, 감수성, 낭만, 성공, 행복과 특권의 관계들은 상품관계의 언어에 의해서 정의된다. 광고는 상품에 사회적 욕구를 각인 시키고 비소비자들에게 사회적 욕구의 부족을 의미화시킨다. 사회적 상호작용은 상품기호의 소유를 통해서 이상적인 사회적 특징을 동원할 수 있는 상품 자아들 간에서 발생한다. 광고는 상호 작용하는 상품 자아들간의 상품기호의 교환과 가격결정에 관계한 일종의 교육적 여론광장(fourm)이 되었다. 광고에서 '영웅적인' '재치있는' '고귀한' 혹은 '용감한' 같은 형용사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흔히 사용되는 예가 바로 이 경우이다. 이렇게 광고는 물신화된 의미를 고양시킨다.

인간관계가 상품 소유관계가 되면서 인류의 유적 본질은 더 이상 인간 조건의 본질적 특징이 아니다. 인간조건을 형성하는 역사성이 시대를 초월한 본질이라는 물화된 형식으로 인하여 모호해지면서, 인간으로서의 재능은 대상화된 기호의 소유에 부수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물화된 사회관계들은 '살아있는 인간적인 힘'이 부여된 상품에 의해서 활성화되어 나타난다. 인간적인 관계들이 상품들, 대상들 간의 관계에 나타난 특징들을 통해 나타난다.

Goffman과 Williamson의 분석처럼 광고는 상품자아들 간의 관계를 만족시키는 것으로 묘사됨으로써, 이미 구축된 상품기호의 지시대상 체계에 의존하고 있다.²⁰⁶⁾ 대체로 광고의 시각적 이미지들은 조심스럽게 닦은 손톱, 빨갛게 칠한 입술, 머리칼, 귀거리, 눈 같은 친숙한 상품 기호들을 적절하게 상징화하여 보여주는 예가 많다. 이와 같은 상품 기호들의 상징은 광고에 나타난 상품자아의 이러한 모습들에 의해서 더욱 더 고착화 된다.

자본주의의 대량생산체제가 문화영역에 진입하면, 표준화가 문화의 기본적인 성격이 된다. 표준화 때문에 순응성이라는 망령이 자율적인 개인의 모습을 소멸시킨다. 광고가 상품을 하나의 기호로서 사용함으로써, 광고에 나타난 다양한 상품들은 사회적 신분과 라이프 스타일을 상징하는데 주로 이용되었다. 오랫동안 사치품으로 생각되어 왔기 때문에, 어떤 상품들은 특권층과 상류층을 연상시켰고,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자유를 누리는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상품은 위치부여적(positional) 가치를 지닌다. 사회적 신분의 상징적 속성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 상품은 지위의 상징이자 징표, 즉 특권적 위계질서를 나타내는 기호화폐로 봉사한다. 상품에 사회적 신분을 각인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컨대, 고급시장을 위하여 캡션(caption) 구성에 덧붙여 용기(bottle) 디자인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광고들은 화려함, 부유함, 예술과 미학적 수준높음을 의미화하기 위하여 용기 디자인의 이미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²⁰⁷⁾ 이러한 광고들에서 사회적 신분과 특권을 나타내는 기호화폐는 교환가치의 화폐체계로부터 그 힘을 얻는다.

사회적 신분이 고급시장을 겨냥한 소구라면 라이프스타일은 대중시장을 상대로 한 소구이다. 1970년에 제품 포지셔닝 범주로서 존재하지도 않았던 라이프 스타일이 소비재 광고에서 가장 주목받는 포지셔닝 범주가 되기 시작했다. 라이프스타일 광고는 산업 조사자들에 의해서 징표가치(badge value)를 위해서 물건을 구매하는 '외부지향적' 인간으로 분류된 소비자 유형을 목표로 한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용어는 근래의 컨슈머리즘이라는 이데올로기 관점의 본질을 가장 잘 포착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 생활을 스타일로 환원하여,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을 사람이 어떻게 소비하느냐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²⁰⁸⁾

광고에서 라이프스타일은 의복, 머리 모양, 아파트, 자동차, 가구, 레저에 대한 흥미와 일하는 모습들로 둘러싸여있는 상품이 매개된 행위들과 외양의 앙상블들로 표현된다. 따라서 광고의 세계에 비추어보면 라이프스타일은 곧 상품 소비행위로 환원되면서 탈맥락화된다. 제도적으로 광고는 총체적인 개인적 소비패턴에 의하여 집단적인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호가 각인된 상품은 다음과 같다.

기호가 각인된 상품은 본질적으로 메세지이다. 정보라고 생각하면, 이것은 소비자가 일련의 복잡한 추상적인 사회적 속성들과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커뮤니케이트하게 해주는 하나의 수단이다. 사람들은 사회구조 내에서 이 같은 추상적인 사회적 속성들을 통해 정체성을 부여 받는다.²⁰⁹⁾

상품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정의되고, 오늘날 소비 라이프스타일과 연관된 경험의 범주를 뜻한다. 예를 들어 생동감 있고 발랄한 젊은 여인의 스키 타는 모습, 멋쟁이 남성과 테니스 치는 모습, 애인과 새벽의 해변을 산보하는 모습들, 사진을 콜라쥬하고 있는 광고들이 여기에 속한다. 상품은 '겉모습(the look)'에 근거한 라이프스타일을 촉진한다. 개인이 중시되고 몰개성을 특징으로 하는 시대에, 외양을 중심으로 하는 인상관리는 실제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었다. 기업조직은 '익명적인 대중 공간'을 구축해 놓았다. 이 공간에서 개인은 전시된 상품들처럼 전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광고물은 기호가치가 접합되는 장을 마련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호가치의 순환은 이러한 전시들 주위에서 계속적으로 협상하는 교환을 통하여 발생한다.

광고는 상업을 목적으로 등기화 되고 구조화된 메세지이다. 광고주들은 부가적인 제품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 상표 인지를 고양시키려고 한다. 이를 위하여 광고주들은 자신의 제품을 경쟁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하여 의미를 상품화시킨다. 광고주들은 제품들에 특색이 있는 이미지를 부여 안는 '포지셔닝 컨셉'을 동원하려고 경쟁한다. 이렇게 해서 상품화된 의미들이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시장 지향적인 시나리오라는 측면에서, 광고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관계들에 대한 것이다'.²¹⁰⁾ 광고주들이 무엇보다 대상들의 판매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을지라도, 그들은 사회관계들이라는 의미 있는 이미지들을 대상에게 의미를 위치시킴으로써 판매를 성취시키고 있다. Williamson이 지적한 것처럼, 광고물들이 의미와 상호교환으로 구조화되었을 때, 광고물들은 진실로 '우리들에게 우리들 스스로를 팔고 있는 셈이다.'²¹¹⁾ 광고주들은 '바람직한' 사회관계들이라는 양식화된 평가를 구성하기 위하여, 사진, 내러티브 텍스트와 사회문화적 일상세계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식을 조직한다. 양식화된 사회적 외양과 상품의 의미들간의 상관관계가 구축되면서 외양의 유통이 생성된다. 이상적으로 보면, 광고주는 포지셔닝 컨셉과 상품이 각각 기의와 기표로서 상호교환 가능하도록 만들려고 노력한다.²¹²⁾

광고는 지시대상 체계에 의존하여 의미체계를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지시대상 체계는 "광고에 기본적인 '의미'재료들, 즉, 의미의 제분용 곡물을 마련해주는 일종의 광고 제조공장이다."²¹³⁾ 대부분의 경우 이에 대한 분석들은 한마디로 메세지의 표면적인 내용에만 집착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메세지가 조직한 담론에 광고형태가 어떻게 이데올로기적 실체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간과하게 된다. 광고주들은 사회구성체에 있는 사회관계들의 실제적 위치로부터 의미 있는 사회관계들을 탈맥락화(추상)한다. 따라서 광고주들은 광고형태와 상품형태에 의해서 마련된 사회적 공간에 이러한 사회관계들을 표상하는 이미지들을 재맥락화한다.

이미지와 의미체계를 다시 연결하고 단절시키는 이러한 과정은 이데올로기적 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광고에 나타난 사진의 예를 들어보자. 광고에 묘사된 사진은 단절된 순간의 모습으로 분리되어 있다. 광고사진은 생활세계의 모습을 변화 시켜서 의미의 양가성을 만들어낸다. 의미의 양가성이란 '기록된 순간과 관찰 순간간의 심연'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²¹⁴⁾ 그러므로 광고주의 임무는 자신이 후원하는 제품과 연관된 단절된 모습의 의미틀을 재구성하는데 있다.

이와 같이 본질적으로 이데올로기적 기획은 광고물이 시청자에게 말을 거는 방법을 고찰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말을 거는 방식(mode of address)은 일반적으로 광고주에 의해서 수행되는 활동들을 은폐한다. 광고주들은 의미틀을 재구성하기 위해서 미리 기존 맥락의 연속성을 파열시킨다.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시청자들은 광고에 있는 사진을 '바라보는 행위마다' 의미를 발견할 것을 기대한다.²¹⁵⁾ 그렇다고, 시청자들은 파열된 의미를 위해 보는 것은 아니다. 대신에, 언어적 캡션의 출현은 마치 광고형태가 자연스런 맥락인 것처럼 해석을 고무시킨다. 이러한 말을 거는 방식은 맥락성의 규칙의 유예에 근거한 해석적 자세를 정당화시킨다.

이 같은 기호가치의 생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노골적인 저항에서부터 별로 의식하거나 비조직적인 대응을 하는 형태까지 폭 넓게 형성되어 있다. 1960년대의 저항문화는 문화산업에 의해서 쉽게 재통합되어 버린 소수의 사회운동으로 발전하였다가, 최근에는 광고에 대한 대응들이 다각적인 방향에서 모색되고 있다.216)

첫째, 노골적인 저항이 있다. 예컨대 'Punk 스타일'같은 대응은 스스로에 반하여 스타일을 변화시킴으로써 외양의 흐름을 전복하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컨슈머리즘(consumerism)에 집착했던 이전의 히피들과는 다르게, Punk 추종자들은 기호의 문제를 가지고 스타일 분야를 일종의 대결의 장으로 변모 시켰다. 이와 관련하여 광고에 대한 페미니스트(feminist) 비판이 더더욱 유행이 되었다. 그 밖에 쾌락주의와 성의 허용을 찬미하는 광고들의 과도함 때문에 부분적으로 보수적인 가치관이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0대들의 부모들 중 일부는 청바지나 치약광고에서 성적인 표현들이 지나쳤다고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이들은 기호가치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 광고를 후원한 기업에 집단적으로 불매운동을 하겠다고 위협을 하기도 했다.

둘째, 비교적 덜 노골적인 중간계층의 반응은 '소비자 보고서'를 만드는 방식인데, 이는 기호가치를 구성하는 광고에 제품의 기능적인 질과 사용가치에 대한 내용이 많아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는 입장들이 있다.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광고주들이 자신이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끊임없는 시장강제의 강요를 받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광고에 대한 막연한 대중적 회의론은 자꾸만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광고주가 자신의 제품에 어떤 연상을 더 많이 약속하면 할수록, 그들은 '분별력 있는' 시청자들의 무관심과 냉소적 태도로 반응하는 고지식함은 점점 더 커지기 때문에 더욱더 고생을 하게 된다. 이 같은 회의론은 자주 방어적 자세를 갖게 하는데, 즉 사람들은 광고 조작을 간파할 수 있고 이것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는 점을 스스로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까지 재확인시킨다는 것이다.²¹⁷⁾

새로운 매체 테크놀로지는 또 다른 형식의 개인화된 저항을 가능케한다. cable TV가 점점 많은 가정에 도입되면서, 원격조정장치는 빠르게 스위치 전환을 가능케 함으로써, 말하자면 재핑(zapping)이 이루어져서 광고를 회피할 수 있게 되었다. 광고주들은 이에 대해서 분노하면서, 심지어는 시청료를 받지 않는 텔레비젼 오락프로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한다.

셋째, 여러 가지 상황에 직면하여 구투하면서, 광고주들은 특히 정부규제에 대해서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기업들의 광고가 기호가치를 생산하는 방법이 기만적이다는 불평 때문에 정부는 광고실제를 간섭하고 규제한다. FTC(Federal Trade Commission : 미연방 상업위원회)는 '허위광고'와 '불공정 혹은 기만적 실제'를 규제한다. 무의식 차원에서 기호가치를 완성하는 소위 '역하광고(subliminals)'의 사용을 절대 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이로써 적어도 시청자들이 기호가치 완성에 명목상의 동의라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였다. 노동 착취(등가교환)라는 측면에서 임금계약에 형식적 동의를 하는 임금 노동자들처럼, 소비자들도 '자유롭게' 자신들의 '시청방법(ways of seeing)'의 식민화에 진입하게 된다. 여전히 FTC는 기만이라는 협소하고 법률적인 정의에 고착되어 있어, 물신화된 코드에 토대를 준 기호가치 생산이 주는 위험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 여기에서 광고비평의 계기가 마련된다.

FTC의 규제입장은 상품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던 이전 시대의 고풍어린 유물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광고가 재화나 용역의 사용/기능이나 또는 제품이 되기 위한 비용을 계획적으로 잘못 표현하였을 때는 허위나 혹은 오도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기준은 단지 광고 메세지의 표면적 내용의 평가만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마케팅과 광고 실제에서 구조적 변화는 이러한 규제적 입장을 시대착오적으로 만들었다. 현재 광고는 기호가치 생산과 소비에 근거한 정치경제 영역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오늘날 상품가격을 문제로 삼고 있는 전국적인 상표의 소비재 광고는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기호가치가 뒤섞여 있다는 것을 빼버리고 제품의 기능적 사용만을 자세하게 말한 광고도 거의 없다. 오늘날 가격이나 혹은 기능에 기초한 소구는 대부분의 경우 이미지에 따른 포지셔닝에 의해서 포화상태가 된 시장에서 역(역) 포지셔닝을 위한 시도를 할 때만 한다. 이와 같은 기호가치의 정치경제 내에서 현대 인쇄광고의 형식은 주체(소비자로서 사람)와 대상(상품) 간의 관계가 체계적으로 전도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물화된 광고 표현들은 사람들이 명명하고 또 그들이 작용하는 대상세계와 인간존재 간의 관계를 기본적으로 위조하는 것을 나타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C는 허위와 오도 광고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라는 측면에서 광고형식을 본질적으로 검토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표면에 나타난 내용의 기계적이고 법적인 검토만 하고 있기 때문에 FTC는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른 헤게모니만을 지원해 주는 꼴이 된다. 즉, 광고 속에 암묵적으로 들어있는 이데올로기적 의안 설정(agenda setting)에 대한 문제들이 제시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화라는 상업적 문법의 일상적 접합을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신성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광고라는 문화적 기구는 즉각적인 판매의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거대한 사회문화적 반향 때문에 사람들의 욕망 뿐만 아니라 의미체계를 상품들로 변형시킨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²¹⁸⁾

이 같은 마케팅 기구이면서 문화적 기제인 광고가 자본주의 사회관계들의 역사발전에서 지니게 되는 사회적 함의는 무엇일까? 현대 광고 및 마케팅의 뼈대를 형성하고 있는 대중이 매개된 부호화 절차와 시장조사의 피드백(feed back)고리는 의미체계의 내부적 식민화에 의하여 잉여가치의 확대와 맞물려간다. 광고라는 기구는 그 자체가 담론과 욕망의 내부적 식민화에서 상품형식의 확대에 기초한 선진 자본제적 제도이다. 목하, 기호 교환가치의 실현은 우리 문화의 이러한 식민화를 예견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상징적 상호작용과 노동간의 이상하고 재미있는 구분은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제적으로 산산히 부서지고 있다. 자본논리는 역사적으로 상징적 상호작용의 영역을 상품생산 유통의 하나 더 많은 영역으로 변형시켰다.²¹⁹⁾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호가치의 가치경제가 성숙되고 있기 때문에, 광고주들은 기호가치 생산과정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하여 더욱 합리적인 방법을 구하고 있다. 재화생산에서 노동과정을 합리화시키는 것과 유사하게 다양한 기법들이 가치생산 행위로서 독자의 해독을 더욱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으로서 개발되었다. 여전히 광고주나 판매담당자의 관심은 수용자의 관심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²²⁰⁾

사실 우리 사회에서 상품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교환가치의 사용가치에 대한 이중적 포섭이다. 첫 번째의 포섭은 생산영역에서 발생하는데, 이 곳에서 자본주의의 사회적 관계는 생산의 실질적 관계를 감추고 그럼으로써 상품의 진실한(완전한) 사회적 의미를 은폐한다. 우리가 광고의 상징작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어한 맥락 내에서이다. 두 번째의 포섭은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일어난다. 여기서는 광고 메세지의 내용과 형식이 상업 방송의 수용자 시간이라는 교환가치에 의해서 제약된다. 수용자 시간의 교환가치는 물신성에 관한 묘사들에 영향을 준다. 덧붙여, 시청의 강제적 성격이 시장을 직접적으로 지향하는 의미를 유일한 의미실현의 수단으로 갈구하는 원인이 되고, 나아가, 이러한 성격은 자본주의에서 상징적 과정들은 경제적 과정, 다시 말하여, 사적인 생산자를 위한 잉여가치의 양을 증가시키려는 시도라는 인식으로 까지 발전한다. 의미의 사회적 생산과 이의 사적인 점유방식 간에는 불건전한 긴장이 있다.

광고는 생산체계로서 자본주의의 주요한 요소들이 고조되면서, 하나의 거울로서 기능한다. 자본주의에서 상품과 관련된 상징적 과정은 하나의 영역(시장)속으로 붕괴되고, 그리고 광고라는 제도는 시장과 상징이라는 이중성을 반영한다. 이러한 반영은 표면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조직되는 기초적 차원, 즉, 잉여가치의 생산 문제에 도달한다. 가치의 운동은 인간 욕구 충족의 상징적·물질적 과정을 '침략'하고 그리고 상부구조와 토대의 분리라는 생각을 파괴한다. 광고는 잉여가치의 추출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이의 한 부분으로서 자본은 의미 구성과정을 침략한다.²²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