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상품개념의 이론적 고찰

1. 상품의 내포적 의미

1) 상품, 사용가치, 교환가치

상품은 우선 외적 대상으로서 그 속성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적 존재이다.⁵⁴⁾ 물적 존재로서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있다. 사용가치는 물적 존재의 '유용성'으로 "인간생활의 편의를 제공하거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적합한 자연적 가치"이다. 반면에, 교환가치는 "어느 한 종류의 사용가치가 다른 종류의 사용가치와 교환되는 양적인 관계(곧 비율)로서 나타나는 가치"이다.⁵⁵⁾

사용가치는 구체적이고 개별적 유용노동의 산물이다. 유용노동으로서 노동은 사회형태가 어떠하든 그 모든 형태로부터 독립된, 인간의 존재조건이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물질대사를 매개하고 그리하여 인간의 생활을 매개하기 위한 영원한 자연 필연성이다. 사용대상으로서 상품이 상품가치로 옮아가는 문제는 노동형태의 변화와 연관된다. 생산적 활동의 규정성과 그에 따른 노동의 유용한 성격을 무시한다면, 노동에서 남는 것은 그것이 인간노동력의 지출이라는 점 뿐이다. 가치로 표현되는 노동은 단순한 동질의 노동 응집체, 인간의 노동력 지출, 동등한 질 곧 인간 노동이다. 요컨대 상품에 들어있는 노동은 사용가치와 관련시켜볼 때에는 질적인 의미만 인정되지만, 가치 크기와 관련시켜볼 때에는 이미 그 밖의 어떤 질도 지니고 있지 않는 인간노동으로 환원되어 양적인 의미만 인정된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자연적·사회적 맥락으로부터 추상화되고 '일반적 노동'으로 취급된다. 유용 노동인 구체적 노동이 일반적 노동인 추상적 노동으로 '추상화'된다.

또한 상품은 사용가치로서 사용 대상인 동시에 교환가치로서 가치의 담지자이다. 그러므로 사용 대상인 현상형태와 가치의 담지자인 가치형태라는 이중적 형태를 지닌다. 상품가치의 대상성, 가치의 대상성이란 언제나 사용가치의 현물형태를 매개로 표현되지만 이 현상형태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는 결코 관찰될 수 없다. 그러므로 가치란 것이 상품 속에 숨어 들어 있는 가치를 추적하기 위해 상품의 교환가치 또는 교환관계로부터 시작한다. 상대적 가치를 통해 '등가'형태는 마련된다.

어떤 한 상품의 등가형태는 그 상품의 다른 상품들과의 직접적 교환가능성의 형태이다. 등가물 역할을 하는 상품들은 늘 추상적 인간노동의 구체화로서 의미를 지닌다. 구체적 노동이 그 대립물인 추상적 인간노동의 현상형태가 된다. 상품생산노동은 사적인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립물인 사회적 형태의 노동이 된다. 가치표현의 비밀(곧 모든 노동은 그것이 인간노동 일반이기 때문에, 또 그런 한에서 동등하고 등가의 것이라는 점)은 인간의 동등성 개념이며 이미 대중적 선입관으로 확립될 때에 비로소 해독될 수 있다. 총체적인 또는 전개된 가치형태를 통해 일반적 가치형태인 화폐형태가 성립한다.

2) 상품물신성

모든 인간의 노동생산물 속에 의미부분으로 체화되어 있는 것은 생산의 사회적 관계이다. 이것이 인간과 대상간의 유기적 통일(organic unity)이다. 유기적 통일이란 비시장적 교환관계에서 생산자가 구체적 유용노동을 통해 생산물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는 것을 말한다.⁵⁶⁾ 그러나 시장교환관계에서는 추상적 노동에 의해서 생산물이 교환을 위해서 생산됨으로써 생산자와 직접적인 관계를 갖지 못한다.

봉건사회에서 농노와 영주의 종속관계는 사회적 관계의 기초가 됨으로 노동이나 노동생산물을 신비화시킬 필요가 없었다. 봉건제에서는 억압이라는 사회적 실제가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자본제에서는 오직 상품들만 즉각적으로 사회적일 뿐, 생산관계는 간접적으로만 나타난다. 말하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교환을 통해서만이 사회적 관계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자본제의 상품시장은 인간의 사회적 관계(생산관계)를 숨기고 모든 것이 상품관계로 통일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상품물신성이다.

물신이란, 어떤 것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지 않은 힘을 갖는 것을 말한다. 즉, 물신이란 "단순한 사물적 상징물이 신격화되어 실제의 모습처럼 나타나게 될 때, 그 상징물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품의 물신성이란 인간과 대상의 관계가 대상과 대상의 관계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상품형태나 이 형태가 나타내는 바의 노동생산물들의 가치관계는 노동생산물의 물리적 성질이나 그로부터 생겨나는 물적관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것은 인간 자신들의 일정한 사회적 관계일 뿐이며, 여기에서 그 관계가 사람들 눈에는 물체와 물체의 관계라는 환상적 형태를 취하게 된다.⁵⁷⁾ Marx는 「자본론(The Capital)」에서 상품의 물신적 성격과 그 비밀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상품이 사용가치인 한···상품에는 아무런 신비한 것이 없다. 예를 들어 목재로 탁자를 만들면 목재의 형태는 변경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자는 여전히 목재이고 하나의 일상적이고 감성적인 물건일 뿐이다. 그러나 탁자가 상품으로 나타나면 곧 그것은 감성적인 동시에 초감성적인 하나의 물품으로 전화한다.⁵⁸⁾

···상품형태가 나타내는 바의 노동생산물들의 가치관계는 노동생산물의 물리적 성질이나 그로부터 생겨나는 물적 관계와는 절대적으로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것은 인간 자신들의 일정한 사회적 관계일 뿐이며 여기에서 그 관계가 사람들의 눈에는 물체와 물체의 관계라는 환상적 형태를 취하게 된다···이것을 나는 물신숭배(물신숭배:Fetischismus)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노동생산물이 상품으로 생산되자마자 이들에 달라붙는 것으로서 상품생산과는 불가분의 것이다.⁵⁹⁾

인간의 노동생산물이 상품으로 생산되자마자 물신화된다. 왜냐하면 상품생산은 교환을 위한 생산이기 때문이다. 구체적 유용성을 위한 생산이 아니라 등가(등가)교환을 위한 생산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품교환은 상품들간의 교환으로 나타날 뿐이다. 상품교환은 한 상품의 교환가치가 다른 상품의 사용가칠로 표현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것이 상품을 "감성적이면서 동시에 초감성적인 사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⁶⁰⁾ 바로 이 점에서 사용가치는 사상(abstraction)⁶¹⁾되고 교환가치가 "상품가치의 필연적 표현양식 또는 현상형태"로 전면에 나서게 된다.

Marx의 상품물신성 개념이 인간과 대상간의 관계, 그리고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관계에서만 정확하게 언급되고 있다는 점은 더욱이 실망스럽다. 불행하게도 이 개념은 소비와 광고에 적절하게 적용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상품물신성 때문에 마치 자본주의 사회는 영원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에 대해서 R. Lichtman은 다음과 같이 간파한다.

사람들은 상품이 지배하는 이런(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스스로 무력하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무력감이 역사적으로 변형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⁶²⁾

다시 말하여, 경제는 마치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법칙을 갖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거의 신념처럼 굳어져 자유로운 시장기능이 인간복지를 만들어낸다고 여긴다. 시장에서 창조되는 이와 같은 신비스런 복지는 상품의 외연적 의미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2. 상품의 외연적 의미

1) 상품형식의 확대

현대사회에서 상품물신성을 소비와 광고에 적용시키면 맨 처음 발견되는 것이 상품의 기호적 속성으로의 확대이다. 즉, 자본주의 상품의 물신적 성격 때문에, 즉, 교환가치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교환가치의 확대는 필연적이고, 따라서 상품형식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상품생산은 교환가치를 위한 생산이다. 유기적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생산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상품에는 당연히 의미가 있을 수 없다. 즉, 상품물신성에 의한 이데올로기적인 의미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의미의 공백에 의미를 부여하여 의미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광고이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는 '하찮을망정' 중요하게 된다. 광고는 그 자체가 상품에 대한 잘못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비어있는 영역에 의미를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재화와의 상호관계에서 의미를 필요로 한다. 자본제적 사회관계는 생산자와 재화간의 전통적인 유기적 통일을 파괴한다. 동시에, 자본주의는 이러한 텅 빈 공간을 채워줄 수 있는 다른 제도들(가족, 공동체, 종교)도 약화시킨다. 그러므로, 광고는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의미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⁶³⁾ 광고의 힘은 상품세계에서 의미나 상징체계를 찾으려 하는 인간의 욕구로부터 나온다. 요컨대, 자본주의는 제품들에게 그들의 사회적 의미를 비워놓게 한다. 환언하면, 교환가치가 사용가치(의미)의 사회적 힘을 소진시켜 버렸다는 것이다. 사용가치의 사회적 힘은 교환가치의 사회적 힘으로 변형되었다.⁶⁴⁾

이것은 또한 현대광고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현대광고는 대체로 경쟁적 자본주의에서 법인형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임박한 일련의 위기와 함께 출현하였다. 현대광고의 형성은 본질적으로 우선 19세기말에서 20세기로 들어서는 시점에서 등장한 새로운 독점(법인) 자본주의의 시장통제제도로 발전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본주의적 발전은 이윤율 저하에 직면했고, 재화 생산영역에서의 자본투자 기회는 소멸되어 갔으며, 과잉생산과 저 소비로 인해 발전의 가능성이 위축되었다. 이러한 사정은 제도적·이데올로기적 중대한 변화를 추동했다. 현대광고는 교환가치 재생산이 처한 위기에 대한 대응이었던 것이다. 이즈음 미국의 기업들이 전개한 광고는 문화영역에 침투해 들어가 문화영역을 교환가치 생산을 위한 새로운 터전으로 만들려고 시도했다. 상품형식을 통하여 광고 기법들이 발전할 수 있었고, 광고에 나타난 상품들의 모습들도 상징적 속성이 강화되면서 문화적 틀을 갖추게 되었다.

초기 광고들은 제품의 사용가치에 집중되었다. 판매기술이 더욱더 복잡해짐에 따라, 그리고 새로운 시장욕구가 강해짐에 따라, 광고는 제품의 심리적 유용성(psychological utility)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상품은 인간의 특성들과 관계들에 대한 인격화된 표현들로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늘날 제품의 사용가치에 관한 정보 제공에 주력하는 것은 전국적 브랜드 광고들 가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서조차, 그 정보는 교환가치로 해석되는 경향을 보인다. 사람들은 재화의 실제적 사용 뿐만 아니라 이것이 갖고 있는 상징적 속성을 얻으려 하고 있다.

2) 상품의 상징적 속성과 기호학적 구조

현대사회에서 상품은 물질적 속성을 나타내는 질(qualities)이라기 보다 상징적 속성인 특성(characteristics)들의 집합이 되었다. 또한 고강도 시장환경⁶⁵⁾에서 소비자들은 질보다 특성을 선호하게 됨으로써 상품이 스스로 대단히 복잡한 물질적·상징적 실재가 되어 버렸다. 소비자들은 상품의 질과 특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되고, Leiss는 이러한 혼란을 '욕구와 상품의 이중적인 애매성(double ambiguity of needs and commodities)'이라고 명명하였다. 또한 그는 광고가 이와 같은 욕구와 상품의 애매성에서 초래되는 혼란을 조정한다고 주장한다.⁶⁶⁾

현대 상품의 물질적 속성과 상징적 속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 같은 혼란을 F. Hirsch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대사회에서 상품은 생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비를 통해서 그 성격을 부여 받고 있다. 그러나 소비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특성을 상품의 성격으로 하는데는 문제가 많다. 따라서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면서 상품에 대한 편견이 발생한다. 예컨대, 인간의 만족이 건강, 행복, 위신 등 상품과 무관한 비물질적인 것인데, 마치 이런 것들을 시장에서 상품구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편견 내지 착각은 결국 상품에서 찾지 못하는 만족을 소비를 통해 획득되는 환경조건에서 찾도록 만들고, 이러한 소비자들의 태도는 상품이 아니라 상품이 만들어낸 환경에서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으로 나가게 된다. 그러므로 오늘날 소비환경에서 상품 고유의 질적 속성보다 이의 특성에서 유인되는 상징적 속성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러한 경향은 상품들 간의 질적인 차별이 거의 없는 현대 시장경쟁 때문에 더욱 부추겨진다.⁶⁷⁾

재화의 심리적 유용성을 강화하면 할수록, 상품형태의 질적인 변화는 커져간다. 필요한 상품은 더 이상 그 자체의 상품이 사용가치에 한정된 의미들로 고정되지 않는다. 또한 상품이 시장에서 교환될 수 있다는 점으로만 간단하게 정의될 수 없게 되었다.

소위 상품기호라고 부르는 의미의 새로운 단계가 출현하였다. 상품 기호란 한마디로 제품 속에 들어있는 이미지(image that attaches to a product)를 말하는 것으로, 이 개념은 기표로서 상품명이 있는 물질적 실체와 기의로서 의미를 지닌 이미지가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규정된다.⁶⁸⁾ 상품기호는 의미화 단위로서 기표와 의미화된 의미로서 기의로 구성된다. 기표는 어떤 단어, 그림, 소리 혹은 어떤 대상일 수 있다. 기의는 기표에 의해 제시된 의미, 즉 정신적인 이미지, 느껴진 개념 등이다. 기표와 기의 관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사회적 실천을 통해 나타난다.⁶⁹⁾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기호론자인 호시노 가츠미(星野克美)는 상품의 기호학적 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⁷⁰⁾ <그림 2>에서 보듯 상품의 기호학적 구조는 이원적이다. 첫째, 기표로서의 상품은 물질, 기술, 디자인, 색상, 상표 등으로 구성된다. 둘째, 기의로서의 상품은 주로 상품의 기술적 기능적 의미이며 소비자의 물질적 욕구에 부응하는 외연적 의미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다른 차원에서 상품의 심층적이고 숨겨진 의미로서 소비자의 심리적 욕구에 부응하는 내포적 의미로 구성된다. 그러므로 상품을 기호학적 관점에서 보면, 물질적 측면의 기표적 속성과, 기술적 기능적 측면에서 외연적 의미의 속성 및 심리적 감성적 측면에서 내포적 의미의 속성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광고는 상품 기호적 속성이 강화된다. 왜냐하면 상품의 상징적 속성이 계속해서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즉, 상품의 상징적 속성들은 마케팅 전략의 변화와 시장점유를 위한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광고의 역사적 발전에 나타난 양식의 변화가 이러한 현상을 더욱더 고착화시킨다는 점이다.

20세기 광고의 변화를 보면 두 가지의 중요한 발전을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가치의 명백한 표현에서 함축적인 가치나 생활양식 이미지로의 변화를 들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소재면에서 복지를 영상화시킨 이미지(visualised images of well-being)가 상대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표면적 묘사가 쇠퇴하는 경향을 들 수 있다.⁷¹⁾ 현대광고는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적 양식이 지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두 가지의 역설적 결과를 초래한다. 하나는 광고를 통한 시각적 자극이 강력한 연상적 연결을 만들어냈다. 다른 하나는 이것은 상당한 정도의 양가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광고의 양식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광고의 상징성과 의미의 문제가 전면에 대두되고 여기에서 광고의 상품 기호적 특성은 주목을 받게 된다.

제2절 상품기호 관점의 광고해석

상품과 기호를 유기적으로 통일시켜 상품 기호적 관점으로 광고를 읽는 방식에는 서로 다른 두 갈래의 길이 있다. 하나는 Baudrillard의 '기호의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 of the Sign)'적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Jhally의 '상징작용의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 of symbolism)'적 관점이다.⁷²⁾

Baudrillard는 소비사회의 핵심적 특징이 상품기호의 증대이며 기호는 상품의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왜냐하면 사용(use)의 대상물(상품)과 문화적 기호는 동일한 형식에서 출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기호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상품기호는 상품이 기호로 용해되어 상품은 사라지고 기호만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⁷³⁾ 그러므로 그의 관점에서 보면 상품은 기호적 표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Jhally는 상품기호 개념을 상품형식과 기호형식이 담론을 통하여 통일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인간과 대상 간의 관계에서 대상으로서 상품은 의미를 매개하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산물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그의 상품기호 개념은 Baudrillard와는 다르게 상품이 단순하게 기호로 '해체'되지 않는다. 그는 상품기호를 상품의 유용성이 상징적으로 구성된 상품담론으로 해석하고 있다.⁷⁴⁾

이와 같은 상품기호에 대한 상이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모두 현대사회에서 광고는 상품 기호적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전자는 상품기호가 기호적 측면에서 '기호세계'에 그리고 후자는 상품적 측면에서 '상품세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상품기호의 이해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상품 세계란 상품이 물질적인 대상으로서 유용성을 가진 존재로 인식되는 세계인 반면, 기호세계는 이러한 상품의 물질적인 유용성이 기호로 편입되어버린 세계를 말한다.⁷⁵⁾ 상품이 물리적 욕구충족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을 증거하는 기호로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차별적 인식이 대두된다고 볼 수 있다. Baudrillard와 Jhally의 상품기호에 대한 상이한 해석은 광고의 상품 기호적 특성을 이해하는 분석의 실마리가 된다.

1. '기호의 정치경제학'에서의 광고해석

Baudrillard의 기호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은 사용가치의 재해석에서 출발한다.

Marx의 저서에서 사용가치의 지위는 모호하다. 알다시피, 상품은 교환가치임과 동시에 사용가치이다···물론, 사용가치가 없다면 교환가치도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는 짝을 이룬다. 하지만, 본래의 뜻으로 이해된, 양자의 연루는 존재하지 않는다···사용가치는 등가의 논리, 곧 교환가치의 고유한 논리 속에 내포되지 않는다···사용가치는 상품경제, 화폐, 교환가치를 넘어, 자신의 노동과 생산물에 대한 인간의 단순한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명예로운 자율성 속으로 다시 솟아오를 가망성이 있다.⁷⁶⁾

그는 Marx가 사용가치를 물질적 유용성으로만 간주하여 이를 욕구와 연결시켜 약호(code)화 했다고 지적하면서, 교환가치의 물신화와 똑같이 사용가치를 물신화하였다고 비판한다.

···사용가치/유용성 자체는 상품들의 추상적인 등가와 꼭 마찬가지로 물신화된 사회 관계 - 하나의 추상적 관념, 곧 재화와 생산물의 구체적 용도, 고유한 목적성에 대해 잘못된 자명성을 띠는 욕구 체계라는 추상적 관념 - 이다. ···사실상 가설은 욕구(욕구 체계)가 추상적인 사회 활동의 등가물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교환가치의 체계가 사회 활동에 의거하듯이, 사용가치의 체계는 욕구를 근거로 삼는 것이다. 이 가설은···등가라는 하나의 동일한 추상적인 논리, 하나의 동일한 약호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규정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유용성이라는 약호는 또한 대상과 주체의 추상적 등가라는 약호···이다. 게다가 사용가치가 '물신화'될 수 있는 것은···체계로서이다. 물신화되는 것은 언제나 체계적인 추상이다. 그리고 상품에 대한 물신숭배는···곧 사용가치의 물신화와 교환가치의 물신화, 서로 결합된 두 물신화 뿐이다.⁷⁷⁾

"사용가치·유용성·욕구는 경제적 견지에서 이해된 개인의 자기 자신에 대한 관계를, 더 적절하게 말하자면 경제 제도에 대한 주체의 관계를 묘사한다"⁷⁸⁾는 Baudrillard의 주장에 이르면, Marx의 사용가치 '부활'은 가망성이 없어진다. 사용가치 역시 생산에 의해 체계화된 추상성이며 사회관계가 반영된 물신화된 세계임로, 결국 사용가치에 의해 충족되는 인간의 욕구는 생산 속에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경제제도가 인간의 욕구를 지배하고 유도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소비사회의 욕구는 결코 진정한 인간의 욕구가 될 수 없으며 사용가치를 통한 그 충족도 교환가치의 생산기제 내에서 미리 생산된 욕구의 충족을 의미한다.⁷⁹⁾ 그는 '사용가치 자율성의 포기'를 단정적으로 언급한다.

사용가치의 체계가 교환가치의의 체계에 의해 교환가치의 이데올로기 자체로서 산출된다면 - 사용가치가 정치경제학의 테두리 안에서 교환가치와 더불어 체계를 이루면서도 교환가치의 위성 겸 현장 부재 증명일 뿐이어서, 사용가치에 자율성이 없다면 - 그렇다면, 사용가치를 교환가치의 대안으로···정치경제학의 견지에서 이루어지는 사용가치의 '복권'을 혁명적인 전망으로 설정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⁸⁰⁾

이러한 맥락에서 Baudrillard는 '경제-생산' 관점을 벗어나 '문화-소비'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Marx에 의하면 "사용가치는 오로지 사용이나 소비를 통해서만 스스로를 실현하고, 부(부)의 질료적 내용을 구성"⁸¹⁾하는 것으로 보는데, 이 때의 사용가치 소비과정은 화폐가 매개되는 물질적 상품의 교환과정이다. 그러나 Baudrillard는 이것을 경제적 가치가 소멸하는 과정인 동시에 '기호/가치'가 생산되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화폐의 의미가 바뀌는 것은 지출을 통해서이다···소비행위는 구매(교환가치의 사용가치로의 재전환)일 뿐만 아니라 지출, 다시 말해서 표명된 부(부)이자 부(부)의 명백한 소멸 - 정치경제학이 Marx만큼이나 근본적으로 소홀히 한 양상 - 이다···가치를 갖는 것은 등가의 경제적 논리에서처럼 화폐량이 아니라, 차이가 도전의 논리에 따라 지출되고 희생되며 소비되는 화폐이다. 모든 구매행위는 이처럼 경제 행위임과 동시에 사회적 가치/기호 생산이라는 초경제적 행위이다.⁸²⁾

Baudrillard에 있어서 소비는 '문화적 생산'의 다른 말이다. 물질적 생산에 대한 Marx의 분석이 상품과 상품관계의 형식, 즉 교환가치-화폐-자본으로 이어지듯, 문화적 생산의 형식은 물건(사용가치)과 그 표현간의 관계의 형식인 기표-기의-기호체계(약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Marx 경제학의 본질인 생산수단의 소유문제는 Baudrillard에서는 의미작용의 진정과정에 대한 통제로 전환된다. 이로써 Marx의 물질적 생산의 정치경제학비판은 Baudrillard에 의해 이론적 등가물인 문화적 생산(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으로 확대되는 것이다.⁸³⁾

그는 상품과 기호가 동일한 형식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분을 통한 정치경제학과 기호를 기표와 기의로 구분하는 기호학을 연결하여 상품영역의 정치경제학이 기호영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교환가치와 기표를 '형식'으로 그리고 사용가치와 기의의 관계를 '내용'으로 도식화하였다. 따라서 상품형식이 기호형식으로 통일된 모습을 정치경제학적 정식으로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표로 상품과 기호의 논리를 완성한다.⁸⁴⁾

그러나 A. Wernick은 상품과 기호의 통일 형식인 상품기호에 대한 논의가 Baudrillard에 의해서 촉진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여기에 덧붙여 그의 이론체계가 상품형식이 기호형식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서는 훌륭하게 지적하였으나 역으로 기호형식의 상품형식으로의 전환은 간과하였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Baudrillard의 이론체계에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지향하는 비관주의의 심오함과는 별도로 대단한 통찰력을 지닌 개념적 변환을 모색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 다시 말하여, 그동안 엄격한 자본가적(즉, 경제적) 논리에 따르지 않는 새로운 지배질서(소비문화를 구성하고 있는 제도와 담론의 앙상블)와 새로운 형태의 대상(기호-상품)이 야기됨으로써 후기자본주의에서 이에 관한 논란을 촉진시켰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의 진전과정에서 Baudrillard가 상품과 기호라는 두 개의 아주 다른 측면을 서로 결합시키는데서 발생한다. 즉, 기호의 상품으로의 변형(transformation)은 궁극적으로 문화산업에 의해서 이루어지므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Baudrillard는 후자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그는 대중적 담론에 의해서 결과적으로 비어있게 된 신성하고 사회적으로 본질적 영역인 상징적 가치에 대한 분석틀을 마련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가 관심을 둔 상품의 기호로의 변형은 상품형태의 문화침투(penetration of culture by the commodity form)라는 기호의 상품으로의 변형을 고려해야 제대로 파악된다. 이런 점에서 Baudrillard는 실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호의 기호(the sign of Sign) 아래 후기 산업적 문화형성이 지닌 상업적 차원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그의 관심은 상품화(commodification) 그 자체의 광범위하고 일상적인 진행과정과 연관된 문화적 변화과정의 직접적 고려사항에서 벗어나 버렸다.⁸⁵⁾

비슷한 맥락에서 Goldman은 Baudrillard가 기호가치의 교환과 순환 속에서의 내부적 모순과 경쟁의 역동성(dynamics)을 못본척 함으로써 마치 성가대에게 설교하는 꼴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Baudrillard가 소비사회의 대두라는 역사적 특수성에 매몰되어 아주 간단하고 평범한 주장들마저도 모호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Baudrillard가 어떻게 설명하든지간에 오늘날 기호들이 난무하는 것은 광고주들이 시장경쟁을 위해 스스로 멋진 어휘나 표현들을 통해 시각적 이미지들을 만들거나 서로 각자의 기호들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⁸⁶⁾ Baudrillard에 있어서 핵심적인 오류는 그가 주장하는 약호들의 지배가 상품과 무관한 단지 기호의 지배라는 점만을 강조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2. '상징작용의 정치경제학'에서의 광고해석

Jhally의 '상징작용의 정치경제학'적 접근을 통한 광고해석은 상품형식과 기호형식을 담론형태로 통일하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개념이 '유용성의 상징적 구성(symbolic constitution of utility)'이다. 그는 이 개념을 사용가치/유용성에 관한 폭넓은 이해에 기초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인간과 대상(people and objects), 사용과 상징(use and symbol), 상징작용과 권력(symbolism and power) 그리고 커뮤니케이션과 만족(communication and satisfaction)간의 상호연관적 관계를 중심으로 광고의 사회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 개념을 제시한다는 것이다.⁸⁷⁾

Jhally에 의하면 인간과 대상의 관계에서 대상은 사용(use)의 대상이면서 상징(symbol)의 대상이다. 인간과 대상의 관계는 인간존재의 규정적 요소이다. 사회는 인간이 대상이라는 사물적 존재인 자연을 이용함으로써 성립한다. 말하자면 인간은 물질적 요소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인간의 의식주 생활을 살펴보면 금방 이해된다. 인간과 대상의 이와 같은 관계가 대상화(objectification)이다. 인간은 구체적 세계의 물질성 속에 자신이나 자신의 삶을 대상화한다. 즉, 인간은 대상을 통해 존재하며 자신의 행위를 통해 대상을 자신의 일상적 존재로 만든다. 말하자면 인간의 욕구는 대상을 통하여 매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에 기초하여, J. P. Sartre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사물이 인간에 의해서 '매개되는' 만큼 인간도 사물에 의해서 '매개된다'는 것이다. 사물이 인간에 의해서 매개된다는 것은 인간 없이는 사물의 존재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사물이 인간을 필요로 한다(things nees people)는 것처럼 인간도 사물을 필요로 한다(humans nees things). 역사학이나 인류학에서 이 점이 강조되어 왔다.⁸⁸⁾

인류학적 논거들을 보면, 대상으로서 생산물은 인간 욕구에 대한 만족자(satisfiers)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이념과 권력에 대한 사회 조직자(social makers)이다. 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에게 대상은 사용(use)을 위한 존재이지만, 후자의 관점으로는 인간에게 대상은 사용을 위한 존재에서 나아가 상징(symbol)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과 대상의 관계에서 상징작용은 권력(power)이 매개된다. 상품이 상징적 의미보다 물리적 유용성에서 인간에게 중요하다는 주장도 편협한 입장이지만 권력의 개입 없이 상징작용만을 강조하는 주장도 오류라고 지적한다. 그는 원시사회의 의례(ritual)에서 생산물이 상징적 과정을 통해 권력의 맥락에서 작동되고 있음을 예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인간의 욕구는 사물(대상, 생산물, 재화)을 통해서 매개되므로 욕구에 대한 만족자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또 원시사회에 대한 인류학의 분석을 보면 사회 조직자로서 재화가 상징적 권력층에서 특권적인 재화로서 참마(yams) 재배, 북미 서북부 해안의 인디언인 Kwakiutl족의 포틀래치(potatch) 기념 축제, Nigeria의 Tiv족의 특권적 재화 생산의 예가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상징적·물질적 영역에서 재화들이 처리되는 맥락은 사회 권력의 기존 조직을 안정화한다.89) M. Douglas와 B. Isherwood도 재화의 상징성을 인류학적 개념인 의례(ritual)에 접목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의례는 한 사회의 공유된 집합적 기억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의미의 변화를 함축한다. 대체로 의례는 언어로써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물질적 재화와 연결되면 더 효과적이다. 이런 점에서 재화는 의례의 부속물이다."⁹⁰⁾

이러한 대상이 상품으로 전화하면 이른바 토템이즘적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한다. 상품교환 및 소비행위가 현대 토템적 질서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고 있음은 미국의 의류제도 분석에서 파악된다. 여기에서 현대 자본주의에서의 사회적 계급화와 차별화의 예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의류는 사회적 지위, 연령, 인종, 하위문화 등 많은 것을 반영한다. 따라서 의류체계를 통하여 만들어지는 것은 '의미 차이'이다. 이러한 의미의 차이는 '기만광고'를 통한 패션 이데올로기가 주입된 결과가 아니라, 일종의 자본주의 생산과 연결된 일종의 문화적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⁹¹⁾ Jhally는 이러한 분석이 상품 물신성과 연관됨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어떤 제품의 유용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제품과의 관계를 역시 이해해야만 한다. 즉 어떤 한 제품의 사용은 대상체계(a system of objects) 내에서 이의 지위가 종속된다는 것이다. 대상체계란 제품이 생산자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교환되도록 생산되는 과정의 산물을 뜻한다. 전통적인 용어로 말하면 교환가치에 의한 사용가치의 종속(subordination)이다. 따라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관계를 적절히 이해하는 것이 위에서 지적한 다른 중요한 요소들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출발점이 된다.⁹²⁾

사용가치/유용성이 교환가치에 종속 내지 포섭되어 있는 현상이 상품 물신성에 대한 Jhally의 지적의 핵심이다. 그는 상품 속에 의미부분으로 체화되어 있는 것이 상품생산의 사회적 관계임을 상품물신성이 폭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⁹³⁾ 자본제 시장의 상품교환과 임금관계를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관계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생산 및 소비에 대한 잘못된 표상이 물질적 대상 그 자체에 체화되어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⁹⁴⁾ 그러나 Jhally는 Marx의 상품 물신성 개념에 한계가 있음을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Marx의 위대한 유산인 상품 물신성이라는 개념이 인간과 제품간의 관계 그리고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관계에서만 정교하게 언급되고 있다는 점은 더욱이 실망스럽다. 불행하게도 이 개념을 소비와 광고에 적용시킨 경우를 보면 지나치게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분석적 이용의 경우에도 그 방식이 매우 엉성하기 그지없다.⁹⁵⁾

Jhally는 상품물신성 개념이 소홀히 한 광고와 소비의 문제에 대해서 이 개념을 단순하게 적용하기 보다는 재공식화를 시도한다. 특히 Marx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경직된 해석 때문에 유용성의 상징적 요소, 즉 일반적 의미에서 소비의 상징적 요소를 충실히 이해하지 못하였다는 M. Sahlins와 Baudrillard의 주장을 면밀하게 반박한다. 이들의 비판은 이른바 사용의 귀화(naturalisation)와 교환의 물신성 개념으로 모아진다. 사용의 귀화란 주로 Schlins의 비판인데, Marx가 사용가치를 "자연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완벽하게 명료한 것으로 보는 점에서 나타나는 문제"이다고 지적한다.⁹⁶⁾ 즉 Marx가 인간 욕망을 충족하는 생물학적 관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교환의 물신성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Baudrillard의 비판이 갖는 핵심인데, Marx의 물신성은 교환가치에만 연관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따라서 물질적 유용성에만 제한되어 있는 사용가치 역시 교환가치의 지배를 받으므로 사용가치의 (사회)관계적 측면이 간과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Jhally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의견을 요약한다.

Sahlins와 Baudrillard의 지적은 다음과 같다. Marx는 상품 물신성이란 자신의 이론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사용의 상징적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간과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 두 사람이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자 했던 것 같다. 즉 Marx는 어떤 대상이든 이의 물리적 속성 속에 내재한 오로지 한가지의 사용과 하나의 의미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대상들의 이러한 물리적 속성도 약호나 문화 측면에서 상징적으로 조작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맑스가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우라면, Marxism은 소비분석의 기초가 될 수 없고, 그러므로 광고도 기호의 조작에 불과한 것일 뿐이다.⁹⁷⁾

Jhally는 소비에 대한 문화적·상징적 논리가 Marx의 상품 물신성 개념에 없다는 비판이 과연 정당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생산이 물질적 논리에 지배되기 때문에 소비 또한 마찬가지다라는 주장은 잘못인가. 그는 상품 물신성에 대한 비판을 유용성의 상징적 구성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논리적으로 재비판하고 있다.⁹⁸⁾

첫째, 상품 물신성은 노동가치와 관련된 신비화(mystification) 이론이므로 표상의 문제와 관련된 유용성의 상징적 구성 개념과는 다르다. 즉, 후자의 상징은 전자의 신비와 개념적으로 상이하다. 둘째, 사용가치/유용성은 당연히 상징성을 갖는다. Marx가 사용가치를 자연적 물질성에만 한정하고 있지 않음을 「자본론」에서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상품이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외적 대상물로서, 이러한 욕구가 배고픔에서 야기되었든 상상력에서 왔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 모든 유용한 사물은 전체적으로 다양한 속성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사물은 다양한 측면에서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⁹⁹⁾ 유용성의 상징적 구성 개념이 제대로 설명되지 못했던 것은 이 문제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사용가치/유용성의 상징적 구성을 미비하게 분석하였다고 해서 생산의 문화적·역사적 결정 요인을 간파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잉여가치 생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 점이 소홀히 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Marx의 「임금노동과 자본(Wage, Labour and Capital)」이라는 저술을 보면 사용가치/유용성에 문화적/상징적 요소가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욕구의 상대적 본성에 대한 지적이 이의 예이다. 맑스는 인간의 욕망과 쾌락이 사회적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 본성을 지닌다고 했다.¹⁰⁰⁾ 넷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유물론적 관점을 지지하느냐의 문제이다. Jhally는 의미의 유론적 이론(materialist theory of meaning)을 강조한다. 특히 상품의 물질적/상징적 이중성을 상징성을 가지고 해체하는 극단적인 문화주의 입장을 경계한다. 그의 이와 같은 분석은 앞서의 Baudrillard류의 소비관점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이다.

이같이 인간과 대상의 관계에서 출발하여 상품 물신성 개념에 초점을 맞춘 분석은 유용성의 상징적 구성 개념을 중심으로 상징작용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을 정립하는데 이론적 토대가 된다.

Jhally는 현대사회에서 광고는 인간과 대상간의 관계에서 '대상에 대한 및 대상을 통한 담론'이라고 한다. 그동안 광고에 대한 논란은 인간과 대상의 관계에 대해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대부분 광고에 의한 허위욕구 창출이라는 '조작'의 관점이 주도하여 왔다. J. K. Galbraith와 H. Marcuse의 주장이 이의 예이다.¹⁰¹⁾ Galbraith는 경제적 차원에서 자본주의 과잉생산과 이에 따른 불필요한 수요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광고에 의한 허위욕구 창출을 비판하고, Marcuse는 정치문화적 차원에서 심리적 측면의 소비분석을 치중하여 광고의 음모적 조작을 비판한다.¹⁰²⁾ 대표적인 예는 R. Williams에서 살펴볼 수 있다. Williams는 소비와 사용의 개념적 구별을 통하여 현대광고의 상징성이 곧 조작임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¹⁰³⁾ Jhally는 이같이 상징을 무시하고 사용이라는 상품의 물리적 유용성만을 강조하는 주장은 자본주의 상품과 일반적 대상들의 문제를 충분하게 구별하지 못한 소위 상품관점(commodity version)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결과라고 비판한다. 그는 '조작'의 관점이 권력의 맥락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지만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요컨대, 인간의 대상의 사용에서 기본적으로 상징적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대상과 관계된 담론(즉 광고)을 분석하는데 기본이다는 것이다.¹⁰⁴⁾

광고의 상징성을 극단적으로 주장하는 입장이 Baudrillard의 관점이다. Baudrillard는 상징적 약호를 현대 자본주의 분석의 중심에 놓고 있다. 그는 Marx가 오직 물질적 생산만이 정치경제의 교환으로 양도되는 자본주의를 분석하였지만, 19세기 이래 현대는 거의 모든 것(덕목, 사랑, 지식, 의식)이 교환가치의 영역(시장영역)에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후자의 단계는 그저 전자의 확대가 아니라 오히려 급진적 파열의 양상을 띤다. 따라서 상품 물신성 같은 전통적인 Marxist개념은 충분한 분석도구가 못 된다. 왜냐하면 현대사회는 상품형태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기호형태가 우세한 사회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소비는 기호의 체계적 조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상들은 그들의 실제적 유용성을 기초로 한 어떤 실제적 연관을 상실하고, 대신에 계속해서 변화하는 추상적이고 점증하는 상징적 속성(기표)에 관련을 맺을 뿐이다. 현대자본주의의 참된 본질은 이와 같은 의미작용 논리(logic of signfication)이다. 더구나 현대의 독점 자본주의는 수요와 사회화의 통제를 기호 차원인 약호를 통해서 함으로써 통제의 위치를 생산에서 소비로 변화 시켰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산에서의 갈등보다 수요 및 상징성에 대한 통제가 현대자본주의의 중요한 핵심으로 부각되었다. 상징적 약호의 통제란 전반적으로 상품들이 어떻게 사용되느냐와는 별도로 다른 여타 기호들과의 관계 조작을 통해서 상품들에 어떤 의미가 부여되느냐의 문제이다. 인간의 욕구가 더욱 더 소비영역에서 유발되기 때문에 개인들은 자발적인 통제를 상실하고 상징적 약호에 굴복한다. 이러한 상징적 약호의 주도적 역할을 현대광고가 수행하고 있다.¹⁰⁵⁾ 이것이 Jhally가 파악한 Baudrillard의 '상징'의 관점이다.

'조작'의 관점이 문화적 차원을 상실하고 있다면 '상징'의 관점은 역으로 지나치게 문화적 차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Jhally는 후자의 관점을 다음과 같이 해부하고 있다.

···Baudrillard 같은 학자들의 논평은 오류라고 파악된다. 즉 그들은 상품의 신비화에 압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그들은 소비로부터 물신화 되어 있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다각적인 상징적 형태를 반영할 수 있고 취할 수 있는 상품들의 엄청난 확산이었다. 그들은 상품생산이라는 심층적 진실을 잊고, 이러한 다각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소비만을 배타적으로 주목했던 것이다. 상품들을 생산이라는 물질적 토대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그들은 '약호'나 '문화'같은 관념론적 '도상영역(idealist iconosphere)'에 매몰되었을 뿐이다.¹⁰⁶⁾

현대사회에서 사용가치는 상품세계에 관한 신비화의 체계적 구조내에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상품을 둘러싸고 있는 이데올로기는 종교적인 신념 같은 신비스런 용어 속에서 은신처를 만들어 쉬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신비주의는 이데올로기 영역에서가 아니라 생산영역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현대적 상징의 신비는 소비에서 구체화된다. 그러나 그의 근원은 산업적 생산구조에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Marx의 상품 물신성은 사용가치의 신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사용가치의 상징성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Jhally의 유용성의 상징적 구성은 바로 사용가치의 상징성에 근거한 개념이다.

상품이 갖는 유용성을 상징적으로 구성하는 역할을 광고가 한다. G. McCracken과 R. Pollay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만약 생산물들이 상징적 측면을 갖고 있다면, 이것은 대부분 광고가 그것들에게 상징성을 주기 때문이다. 생산물들은 공장에서 평범하게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트할 능력을 갖고 있는 채로 생산된다. 그들에게 이러한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광고이다.···사람들이 대상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속성을 부여하는 것이 곧 이 과정이다. 생산물들을 '커뮤니케이터'로 만드는 것이 광고인 것이다.¹⁰⁷⁾

자본제적 생산과 소비는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생산의 전과정을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소위 인간과 대상간의 유기적 통일이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생산과정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필요하다. 그런데 광고를 통해 제공되는 정보는 대부분 생산과정과 무관한 실용적 정보들 뿐이다. 즉 제품의 사용에 관한 기능적·성능적 정보 일색이며 생산주체나 생산양식, 사회관계에 관계된 정보는 전무하다.¹⁰⁸⁾ 이것은 사용가치가 교환가치에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생산의 진실되고 충실한 의미는 교환 속에서 텅빈 외양(empty appearance) 밑으로 은폐되고, 이 텅 빈 공간을 광고가 상징으로 채우고 있다. 시장에 나타난 상품은 인간 노동의 산물임을 당연히 알고 있지만, 이러한 인식에 뒤따르는 특정의 사회적 의미가 없기 때문에 광고의 상징성이 더욱 진실하고 구체적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결론적으로 사용가치/유용성이 갖는 다양한 상징성은 충분히 보장되지만, 광고에 의한 유용성의 상징적 구성은 결국 교환가치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다고 하겠다. 이 점을 Jhally는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상품 물신성은, 맨 먼저 상품이 의미를 갖는 것처럼 텅 비어 있고, 인간노동을 통하여 상품들에 대상화되어 있는 사회적 관계를 은폐하고, 그 다음 이차적으로 이미지화 되고 상징적인(imaginarty/symbolic) 사회관계가 의미구성으로 주입되도록 한다. 생산은 텅 비어있다. 광고가 이를 채운다. 진실은 이미지화에 의해서 은폐된다는 것이다.···상품형태의 속 빈 껍데기는 인위적일망정 어떤 류의 의미가 채워지길 요구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광고가 그렇게 '하찮을망정' 중요하게 된다. 광고는 그 자체가 상품에 대한 잘못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비어있는 영역에 의미를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¹⁰⁹⁾

이와 같은 Jhally의 유용성의 상징적 구성개념이 상징작용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의 광고 해석이다. 특히 이러한 접근은 광고에 대한 '조작'의 관점을 부정하고 '상징'의 관점을 부각시킨다. 또한 이 개념을 통해 정립되는 상품기호의 상품 담론적 성격은 기존의 '경제-생산-상품'과 '문화-소비-기호'의 일반적인 대입양상을 변증법적으로 통일시킬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¹¹⁰⁾

제3절 상품담론

상품기호 관점의 두 갈래의 광고해석은 상품기호의 성격을 상이하게 규정하고 있다. Baudrillard의 '기호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광고해석은 상품형식이 기호형식으로 용해되어 광고는 기호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Jhally의 '상징작용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은 광고를 단순하게 상품형식을 기호형식으로 해체 시키지 않고 상품의 유용성이 상징적으로 구성된 상품담론으로 해석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논의의 초점은 후자에 집중된다.

먼저 Baudrillard에 의하면 현대사회는 상품형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기호형태가 우세한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상품형태가 경제 차원의 생산 관점인데 반해 기호형태는 문화차원의 소비관점이라고 주장한다. 상품형태에서 사용가치는 소비를 통해서 실현된다. 따라서, 소비는 상품형태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인 동시에 기호형태가 출현하는 출발점이다.¹¹¹⁾ 부연하면, 사용가치의 소비과정은 화폐가 매개되는 물질적 상품의 교환과정으로, 이것은 경제적 가치가 소멸하는 동시에 기호/가치가 생산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Baudrillard에 있어서 소비는 문화적 생산의 다른 말이다. 물질적 생산에 대한 기존의 분석이 상품과 상품관계의 형식인 반면, 문화적 생산의 형식은 사용가치와 그 표현간의 관계인 기호로서 분석된다. 이것이 '기호세계'이다.

반면에 '상품세계'는 상품의 기호로의 전환을 여전히 상품 중심으로 해석하는 입장이다. 상품은 교환을 위해 생산되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교환가치에 포섭된다. 시장교환을 목적으로 분업을 통하여 생산되므로 유기적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상품은 물신화 되고, 따라서 사용가치가 사라지게 되어 인간의 노동생산물로서의 의미가 비어있게 된다. 다시 말하여, 자신의 사용가치를 실현시켜 줄 그 어느 것도 상품 속에는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로지 외양화 된 사용가치(appearance of use value), 즉 '사용가치의 약속'만 상품미학(commodity aesthetics)으로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¹¹²⁾ Jhally는 이와 같이 의미가 비어있는 상품 공간에 기호적 상징이 채워지고 있다고 주장을 한다. 유용성이 사라진 공간에 기호적 상징을 통해 유용성을 부여하는 것이 유용성의 상징적 구성이고, 이것이 현대광고가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것이다.

Jhally에 따르면, 현대사회에서 광고는 상품 담론이므로, 광고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과 대상간의 관계에서 상품의 위상이 어떠했는가는 살펴보아야 한다. 그는 인간과 대상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고찰에서 출발하여, 이 관계에 나타난 의미 매개(mediation) 제도들을 사회적, 경제적 및 문화적 변동에 조응하여 분석하고 있다.¹¹³⁾

첫째, 전통적인 산업이전 사회(traditional pre-industrial society)에서는 농업적 생활양식, 지역적 공동체와 종교, 대가족이 중심이 된 종족적 문화(ethnical culture)에 의해서 인간과 대상이 매개되었다. 대상은 가족과 종교와 공동체가 기본이 되는 전통적 문화형태 속에서 통합됨으로써 의미를 부여 받았다. 여기에서는 일과 여가가 분리되지 않았다.

둘째, 산업사회(industrial society)로 변동되면서 도시생활, 공장노동과 노동과 여가의 분리를 통해 공동체적 전통이 파괴되었다. 도시화로 인해 공동체적 생활이 유지되지 못하고, 따라서 이 사회의 익명적인 생산물의 의미는 수공업적 노동 생산물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많은 다양한 집단들의 빠른 융합에 따라 문화적 상대주의가 팽배하였고, 또 대가족의 경제적 기능이 부식되면서, 인간관계가 고도로 개인화 되고 사유화되었다. 그리고 산업사회는 과거로부터 어떤 것도 끌어오지도 못하고 자신 스스로도 의미구조를 구성하지 못하는 과도적 사회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따라서 전통적인 생활방식과 새로운 방식의 충돌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으므로, 이로 인하여 문화적 진동이 발생하였다. 이를 Ewen은 산업화의 사회적 위기(social crisis of industrialisation)라고 하였다.

셋째, 소비사회(consumer society)의 도래이다. 소비사회는 시장과 소비가 전통적인 문화의 기능을 양도 받으면서 산업사회의 긴장과 모순을 해결한다. 전통사회로부터 산업사회로의 변화에 의해 남아있는 공간은 '대상에 대한 그리고 대상을 통한 담론'으로 채워지고, 사람들도 사회적 계급으로서가 아니라 소비계급으로 재구성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50년의 공간 속에서 이루어진 문자 그대로 혁명적 움직임이었다. Jhally의 분석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현대소비사회에서 광고의 위력은 상품소비 행위를 통해서 의미를 만들어내는데 있다. 시장이 전제되지 않았던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는 인간과 대상의 관계에서 의미의 문제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대상의 의미가 생산과정에서부터 생산자에 의해서 명확히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때는 대상이 생산자의 정신이 체화 되어 있었다.

대조적으로, 자본제에서는 대상과 생산자가 분리되어 의미가 이 영역으로부터 거의 파생되지 않는다. 자본주의 상품은 진실한 의미가 들어있지 않고 비어 있어서 광고가 이 빈 공간에 의미를 주입한다. 인간 사회, 인간 문화 그리고 인간 의미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대상이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유념하면, 광고의 힘이 어디로부터 오는가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광고의 힘은 광고주의 재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에 대한 욕구에 있는 것이다. 광고의 진정한 이데올로기적 역할을 수요의 창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광고가 사람들에게 상품소비를 통해 의미를 부여한다는 점에 있다. 광고가 왜 그렇게 강력한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R. W. Fox는 다음과 같이 단언한다.

미국인들이 자본이라는 교활한 에이젠트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조작 당할 만큼 수동적인 피조물이 아니다. 그들은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활의 물질적 정신적 조건에 능동적으로 부합하려고 하는 소비자들인 것이다. 소비를 통하여···그들은 이전 세대들이 초월적인 종교적 영역에서 구했던 '진정한 생활'에 대한 요구를 계속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¹¹⁴⁾

현대인들이 갈구하는 '진정한 생활'이란 상품이 찬미 되는 세계이다. 광고에 의한 상품예찬은 주술적인 신비체계로서, 혹은 신화로서, 아니면 허망한 환상의 세계로서 그려지고 있다. Williams는 광고를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공식적 예술(official art)이라고 지칭하면서, 이것 또한 원시사회와 같이 아주 단순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신화와 기능적으로 유사한 일종의 주술적 신비체계라고 주장하였다. V. Reymore는 식품 광고분석을 통하여 현대광고는 원시사회의 신화와 똑같이 선과 악,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 같은 삶의 일반적 문제들과 이의 해결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지적하였다.¹¹⁵⁾ M. Esslin도 텔레비젼 광고의 드라마적 요소가 만들어낸 가공적 이미지의 창출이 신화적 의식에 기초하고 있음을 분석하였다. 인기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광고 모델들은 상품을 통해서 가공의 퍼스낼리티 이미지를 만들어 내면서 경쟁사회에서 성공의 화신이자 부의 전형으로 신비화되고 있다.¹¹⁶⁾ F. Inglis에 의하면 광고는 상품의 물질적 속성인 유용성의 세계가 상징적인 환상의 세계로 변화하게 만든다고 한다. 더욱이 광고는 사람들이 상품을 소유하도록 유혹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Pavlov의 조건반사처럼 일상생활에서 상품소비 이외에 그 어떤 다른 보상도 없다고 조건화 시키고 있다. 이로써 기업들은 신, 가족, 자연을 연상시키는 영(영)적인 권위를 갖을 정도가 되었다.¹¹⁸⁾

이러한 맥락에서 상품담론으로서 상품기호의 성격은 다음과 같은 3가지 범주에서 규명될 수 있다. 첫째, 광고는 상품의 발현체(발현체)이다. J. F. Sherry에 의하면 광고는 세계를 이해하고 표출하는 하나의 방식이자 문화적 기록물이라고 한다. 그는 광고를 "종교, 과학, 상식, 예술, 이데올로기처럼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에···광고는 하나의 이해방식(a way of understanding)이다"라고 보았다. 나아가 광고는 언어적 그리고 비언어적 수사와 상징적 도상적 관습을 통하여 의례화된 일상적 문화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의례화가 반복되고 확대되면서 문화적 표상이라기 보다 일상적인 현실로 나타난다.¹¹⁹⁾ Sherry는 여기에서 덧붙여 Marx의 '상품물신성', J. Henry의 '제품요법(product therapy; )'¹²⁰⁾, J. Bodley의 '과소비에 대한 해석'¹²¹⁾ 등의 개념이 광고와 연관되어 분석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하였다. 그러나, R. W. Pollay에 의하면 이러한 논란이 있는 제안들이 적절하게 연구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¹²²⁾

요컨대, 광고는 상품이 문화적 사회적으로 표상 되는 방식을 잘 드러낸다. 광고는 상품 관계들의 물질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패권을 생산·재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제도라는 것이다. 광고를 통해 상품관계, 사적 소유와 임노동의 관계로 구조화된 사회에서 사회관계들의 개념 형성에 상품이 개입하는 방식을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다. 즉, 광고는 상품 헤게모니를 문화적으로 재생산한다는 것이다.¹²³⁾

둘째, 상품기호는 소비사회의 상품형식의 확대와 깊은 관련이 있다. 상품형식의 확대란 상품이 질적인 측면보다 상징적 측면에서 더 중요하게 평가 받는 현상을 말한다. 상품형식의 확대는 경제적 차원에서 20세기 초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대두되고, 고임금, 여가시간의 증가 등 경제적 여건 변화와 더불어 판촉이 활발해지면서부터 현저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문화 차원에서는 소비를 통해서 개성이 창출되는 식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통하여 상품형식은 확대되었다.¹²⁴⁾

광고는 제품에 의미를 부가하기 위해 의미 구성 틀의 재형성 기제를 조직해낸다. 광고는 '의미'들이 제품에 각인되게끔 '의미'들을 배열·조직·조종한다. 즉, 한 의미체계의 가치가 다른 의미체계의 가치로 이전되도록 늘 제어하는 것이다. 광고는 각 상품에 관련된 의미들을 차별화하여 상품의 교환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상품기호의 생산체계를 구축한다. 그러므로 시장경쟁 상황은 상품기호의 생산에 박차를 가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상품기호로서 광고는 일종의 의미작용 체계로서 제품의 의미와 이미지 사이에 일정한 연결고리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광고는 상품기호의 생산체계이자 매개체인 것이다.¹²⁵⁾ 결과적으로 광고는 생산과정상의 한 단계이며, 단순히 물질적 대상의 위치를 지적하는 기호라기보다는 물질적 대상 자체의 일부가 되었다. Schundson의 지적처럼 "소비자는 그 제품의 물질적 속성뿐만 아니라 그것의 '이미지', 또 그 제품이 사용자에 대해서 만들어 주는 '진술'까지를 원하므로"¹²⁶⁾, 광고도 일종의 재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광고도 물론 우리가 가게에서 구입하는 다른 물질적 재화처럼 물질적 대상이다.¹²⁷⁾

또한 광고물을 싣는 매체 자신이 상품인 한, 광고는 생산과정의 일부일 수 밖에 없다. 신문·잡지·TV프로그램·기타 매개체들은 광고를 상품화하는 생산을 유도하고, 그럼으로써 그 자신들이 광고의 상품화에 걸 맞는 일정한 형태를 띠게 된다. 이 미디어들은 상품의 고객을 창조하는데 기여하고, 특정한 제품 이미지들로 구성된 소비자들의 의식을 구조화하는데 적극 보조한다.¹²⁸⁾

요컨대, 상품형식의 확대는 단순한 이미지의 생산이 아니라 상품화된 의미들의 생산이라고 볼 수 있다. 상품담론은 기호적 형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상품담론의 외적 표현 형태인 상품기호는 기호로서의 성격을 벗고 상품으로 등장한다. 왜냐하면 상품화된 의미들은 기호 형식이라기보다 상품 형식으로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셋째, 상품기호의 성격규정을 위한 마지막의 범주에서는 상품기호가 상품으로 자립하는 내용을 검토하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상품가치는 기호가치를 지니는 일종의 상품이다. 그리고 광고는 상품 기호들을 차별화하기 위해 기호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에 정치경제학적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 정치경제학적 방식에 따라서 각 기의들에 대응하는 기표들이 상품논리 곧 이윤추구 목적에 맞게 선별되는 과정이 진행된다.¹²⁹⁾ 이러한 과정에서 의미교환을 일반화 하는 기호화폐가 출현한다.

Williamson에 따르면, 화폐란 한 사물의 가치를 다른 사물의 이름으로 표상하게끔 허용하는 교환관계에 기초한 가치체계를 말한다.¹³⁰⁾ 광고는 기호 가치들의 화폐를 만들기 위해서 의미교환을 틀 잡는 활동을 추진한다. 상품기호의 화폐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기호학적 환원에는 의미가 풍성하고 복잡한 관계들을 시각적 기표로 변환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그 환원에서 기표와 기의의 관계는 등치관계로 설정되며, 따라서 시각적 기표는 제품의 기의를 대신할 수 있게 된다.¹³¹⁾

상품형태와 광고형태의 중간쯤 되는 자리에 상품 기호들을 위치시킬 경우, 광고는 기호가치와 이데올로기 양자의 생산과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공간으로서 물질적으로 탐구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상품기호의 상품담론적 성격이다. 여기에서 광고해독 실천이 개입된다. 광고해독이란 상품기호 생산의 정치경제학을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의미하며, 상품기호의 정치경제학을 이해하는 것은 광고 속에 담긴 의미에 참여하여 그 의미를 차별화하는 조건들을 분석하는 것을 뜻한다.¹³²⁾

상품기호는 소비자의 광고해독에 의해서 구성되고, 광고주의 광고전략에 의해서 조립된다. 이같은 구성과 조립을 통하여 상품기호는 기호가치로 생산된다. 기호가치는 기호가 상품처럼 시장에서 경쟁함으로써 상품형식의 교환가치처럼 물화되어 나타난다. 상품기호는 상품이 확대됨에 따라 담론으로서 중요성이 더해진 개념이라면, 기호가치는 상품화의 전 사회적 확산을 수렴하는 통찰력이 더해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품담론으로서 상품기호의 개념은 상품형식의 논리를 파악하는데 핵심적인 개념이라면, 기호가치 개념은 상품형식의 논리가 상품문화와 관계하여 사회적 함의를 내포할 때 이를 분석하는데 기본축이 되는 개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