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외주비율

4장 3절에서 설명하였듯이 한국에서의 외주비율은 독립제작사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영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계기이자 근거가 된다. 제작과 방영이 수직적 통합을 이룬 한국 방송산업 구조에서 외주가 시작된 것은 1984년부터로, 방송사 내부의 외주 필요성도 있었지만 그 보다도 정부 정책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정책은 외부적 진입장벽의 하나로 법적·제도적으로 신규기업의 진입을 막게 된다. 그러나, 정책이라는 것이 항상 신규기업의 진입을 막고 기존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독과점금지제도나 공정거래제도 등과 같이 오히려 신규기업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외주제도라는 것은 하나의 정책으로 오히려 독립제작사의 활로를 여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독립제작사의 외주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선진각국에서도 영상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을 위해 실시되고 있다. 그러므로, 제도로서 실시의 여부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잘 효율적으로 실시되는가 하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운영의 정도가 제도의 실시 목적을 얼마나 잘 실현하느냐를 결정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이행되면 효과를 많이 볼 수 있는 제도가 막상 실시하는데 있어서의 불합리한 운영 등의 헛점으로 인해 제대로 성과를 못 올리게 될 때 이를 하나의 진입장벽으로 설명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외주제도에 대한 전반적 사항과 한국외주제도의 헛점, 그리고 외국의 사례 등을 살펴 보기로 한다.

한국 텔레비전산업에서의 외주 역사는 1984년에 처음 실시되었으나 이내 사라지고 다시 등장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할 수 있다. 외주가 방송사의 의무로 규정된 것은 1990년 8월 1일에 개정된 방송법에 의해서이다. 개정된 방송법 31조 3항은 외부제작프로그램의 편성을 의무화하고, 90년 9월 3일 공포된 방송법 시행령 29조 3항 2에서는 그 비율을 매주 전체 방송시간의 100분의 2내지 100분의 20범위안에서 공보처장관이 매년 고시토록 하였다.⁸⁷⁾

그러나, 이런 외주정책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나타내기도 한다.

첫째, 규정 중 제작의 주체에 관한 문제인 '당해방송국이 아닌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이라는 규정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독립제작사를 지칭하는 말이기는 하나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얻기 때문에 맡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 자회사에 외주를 주는 '위장외주'의 문제, 방송용 프로그램이 아닌 단지 국내제작자중 당해방송국이 아닌 자가 제작한 프로그램 등이 모두 이 규정에 합당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외주규정에서의 제작주체에 대한 모호성은 다른 뉴미디어의 시행령에도 나타난다. 예를 들면 위성방송법안 14조 4항⁸⁸⁾은 위의 경우와 마찬가지의 모호성을 그대로 가진다.

둘째, 장르나 편성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들 수 있다. 방송프로그램은 장르에 따라 제작기간, 제작비의 차이는 매우 크다. 장르에 대한 기준이 얼기 때문에 방송사는 외주를 주로 비중이 낮은 프로그램에 집중하게 된다. 비중이 낮은 프로그램은 제작비 투여가 낮은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어서 외주를 받아도 되어 실제 독립제작사의 외주실적이 경영의 문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독립제작사는 그러한 프로그램이라도 거부할 입장이 되지못하여 아무 장르나 외주제작하게 된다. 그리하여 제작사에게는 업종전문화라고 할 수 있는 장르전문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하나의 프로덕션에서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모두를 제작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장르에 관한 문제의 개선안이 논의되고 있다.⁸⁹⁾

그리고, 편성시간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리하여 방송사는 시청률이 높고 광고수익이 맡은 프라임타임대를 피해 아침 이른 시간이나 밤 늦은 시간대에 외주 프로그램을 주로 편성함으로써 값싼 제작비를 기준으로 비중이 낮은 프로그램에 집중된다.⁹⁰⁾ 외주의 정책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실시되는 제도이다. 외국의 경우 우리보다 적극적이고 치밀한 제도의 운영으로 독립제작사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철저한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하여 모든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한 프랑스, 영국, 일본의 경우를 참고하면, 정부의 독립제작사에 대한 지원정책이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여러가지 지원책 중의 하나가 바로 외주 비율인데 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다음표와 같다.

제2절 등록과 관련된 문제

허가 등록 문제는 면허, 특허 등과 함께 대표적인 법률적 진입장벽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작사를 설립하는데 있어서 허가, 면허의 단계는 불필요하나 등록에 있어서의 비용이 들어 이를 하나의 장벽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법상 프로덕션을 설립하려면 영화법에 의해 영화업으로 등록(5,000만원의 예탁금 필요, 텔레비전 영화의 경우 600만원)하거나 음반에 의한 법률에 의해 음반제작자(녹음실, 녹화기 및 부대시설 등 일정한 시설 필요)로 등록해야 한다.⁹¹⁾

이상의 등록에 필요한 금액이 크다, 작다의 문제를 차치하고도 지금 많은 수의 프로덕션이 무등록상태라는 이유만 보더라도 이와 같은 등록의 문제가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제3절 금융 세제 측면

독립제작사는 다른 큰 업종의 기업보다는 규모가 매우 영세함에도 불구하고 금융 세제의 문제에서 많이 소외되고 있다. 영상제작 산업을 제조산업이 아닌 서비스 산업으로 분류하여 금융거래면, 도입기 자재 관세문제, 소득표준율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첫째, 금융거래상의 문제점이다. 영상제작산업은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있어 상업어음 할인이 불가능하고 이자율이 높은 팩터링을 이용할 수 밖에 없으나 고금리의 팩터링도 서비스업은 한국은행에서 재할인이 되지않기 때문에 취급은행에서 어음만 기일이 될 때까지 자금부담을 해야하는 관계로 은행들이 기피하는 경향이다. 또한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제3자 담보가 되지않아, 회사자체의 고정자산(토지, 건물)이 없는 상황에서는 극심한 재정난을 겪어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둘째, 도입 기자재에 대한 관세문제이다.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창의력과 첨단 기자재가 필수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자재는 국내 정밀기기 산업 및 광학산업의 수준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한 관계로 현재까지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제작용 기자재는 수입시에 이를 사치품목으로 구분하여 고율의 관세와 특별소비세(약 25%)까지 포함시켜 부과(약 40-45%)하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한 제작사들의 기자재 현대화 계획이 과다한 관세 때문에 좌절되는 일이 업도록 관세율의 조정이 있어야 한 것이다.

셋째, 영상제작업과 문화영화제작업간의 소득 표준율의 격차문제이다. 영상제작업에 대한 소득 표준율은 문화영화보다 2배 가까이 높게 책정되어 있다. 영상제작물이나 문화영화는 제작과정이나 제작경비 등 그 원가에 있어 별 차이가 없음에도 영상 제작업에 불이익이 초래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이 요망된다.

넷째, 부가가치세(VAT)를 비롯한 높은 세율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독립제작사의 지원정책을 쏘는 유럽각국은 VAT문제에서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영상산업에 VAT 관련 세금의 비율을 달리하여 도와주는 경우,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에 속하는데 핀란드, 노르웨이, 포르투칼, 스웨덴, 스위스 등은 영상산업에서 VAT를 적용하지 않는다.⁹²⁾ 이와 같은 불합리한 금융세제 측면에 대한 개선요구가 활발히 논의되어 실제로 최근 정책부서에서 거론되고 있는 「가칭 영상진흥법」에서는 영상업을 준 제조업의 일종인 '지식서비스 산업' 또는 '신산업'으로 분류하는 등 영상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반영되고 있다.⁹³⁾

제4절 지원정책과 지원제도의 부재

세계각국의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서 특히 독립제작사에 대한 지원은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영상소프트웨어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함께 상대적으로 영세한 독립제작사를 도움으로써 그 산업전반의 성과를 높이려는 이유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이 독과점구조에서 경쟁의 상황으로 나아가려는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 외국의 사례는 많은 의미를 지닌다고 한 수 있다. 물론, 지원 정책과 지원제도의 부재 현상을 진입장벽으로 설정하는것이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진입기업의 입장에서 제작산업에 진입하고자 할 때 텔레비전 영상제작산업과 인접산업인 타 영상제작산업의 상황을 비교하여 진입을 결정하기도 한다. 타 영상제작산업에 비해 정부의 정책이나 지원제도가 부실할 경우 잠재기업은 쉽게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 진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본 연구자는 텔레비전영상 제작산업을 지원하는 현행 정책과 제도의 부재현상을 하나의 장벽으로 상정하고자 한다. 여기서는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을 중심으로 외국에서 실행하여 우리에게도 참고가 될만한 정책과 제도를 제도적 차원과 정책의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제도의 부재현상을 살펴보도록 한다. 미국의 경우 PTAR, Barter제 등의 제도가 있어 독립제작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위의 제도가 독립제작사를 지원하는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운영의 결과 독립제작사를 돕는 결과를 가져왔다. 첫째로 주시청시간대 제한규정(PTAR: Prime Time Access Rule)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유선·무선통신관리를 주관하는 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 (FCC: Federal Comnlunication Comlnission)는 1970년에 주시청시간대 제한규정 (PTAR)을 채택하여 지방국들이 지나치게 네트워크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는 현상을 개선하고자 하였다. 이 규정에서는 미국의 50개 주요 도시에 속한 지방가맹국들로 하여금 저녁 7시부터 11시 사이의 프라임 타임 중 3시간만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7시30분에서 8시 사이에는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편성하도록 의무화하였다.⁹⁴⁾ PTAR의 목적은 네트워크들이 지역방송국의 프로그램 편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통제하려는 데 있다. 1975년에 제정된 PTAR은 상업방송국만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상위 50개 텔레비전 시장에 있는 네트워크 가맹방송국은 4시간의 프라임타임(오후 7시-11시, 미국동부시간기준)가운데 전국 네트워크 프로그램과 장편영화를 제외한 오프-네트워크(off-network) 프로그램(토요일의 경우는 장편영화도 포함)에 3시간 이상을 할애해서는 안된다. 물론 여기에는 3시간 제한 규정에서 제외되는 예외 프로그램들도 있다. FCC는 이 규정을 통해 중요한 프라임-타임의 일부를 가맹국들에게 되돌려 줌으로써, 보다 많은 지역제작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PTAR의 제정으로 인한 신디케이티드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기대했던 FCC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규정의 제정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집단은 독립방송국들이다. PTAR의 적용을 받지 않는 독립방송국들은 가맹국들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하는 주시청 시간대에 인기있는 신디케이티드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함으로써 가맹국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⁹⁵⁾ 하여튼 시청률이 높아서 제작비도 많이 들이는 주시청시간대의 프로그램을 네트워크가 아닌 독립제작사들이 제자할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독립제작사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되었다. 둘째, Barter제를 들 수 있다. 비프라임타임대에 편성된 외주프로그램의 경우 그 시간대의 광고료를 전액 외주제작사에 허용하여 방송사의 손실분을 최소화하는 제도로서 이는 독립제작사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 제도이다.⁹⁶⁾

두번째 차원으로 지원정책에 관한 것을 알아보도록 한다.

철저한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에 입각하여 모든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한 프랑스, 일본, 영국의 경우를 참고하면, 정부의 독립제작사에 대한 지원정책이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표 18>은 독립제작사에 대해 지원하는 제도에 관한 것과 <표 19>는 각 국의 독립제작사 관련 정책에 관한 것이다. 영국의 경우, 보조금 지급 워크샵 선언(Grant-Aided Workshop Production Declaration)으로 인해 비상업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독립제작사들에게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유럽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제작사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유럽공동체 지원금에서 제작비를 지원받고 있다(이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다른 국 가의 독립제작사들에게 해당된다).

프랑스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독립제작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활발한 편인데, 각 방송국들의 출자금으로 이루어진 재원(1989년의 경우 1,064억원)으로 독립제작사에게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고 방송프로그램 작가들에게 지원하고 있으며, SOFICA(Societe de Financement des industries cinematographiques et audiovisuelles)는 세금을 감면하여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지원을 한다. 이외에도 IFIC에서는 프로그램 제작, 수출을 위해 장기처리로 대출하여주고 국가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 제작사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다.⁹⁷⁾

제5절 내부 통합기구의 부재

제작기업간에 마찰이나 경쟁을 막고 내부결속을 강화하며 방송사나 정부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한 수 있는 통합된 기구가 없다는 것도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는 다른 방송관련단체들이 단합하여 자신들의 공통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 움직이는 것과 크게 대별된다. 90년에 친목도모와 권익보호를 위해 이른바 '방송제작인협회(회장:심현우)'라는 협력단체가 결성되긴 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활동이 없는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때문에 개별 독립제작사, 협력업체, 방송사자회사 대표 간의 불화가 매우 심각한 상태에서도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채널이 없으며,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영상산업관련 정부의 육성 지원책 검토 과정에서도 자칫 소외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일본만 보더라도 82련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라이벌 제작사들이 제작환경개선과 프로그램의 질적향상을 목적으로 ATP(Association of All Japan TV Program Production Companies: 전일본프로그램제작사연맹)을 설립한 바 있다. 86년에는 적극적인 활동을 인정받아 우정성소관하에 사단법인화했으며, 93년 3월 현재 49개의 주요 제작사들이 정회훤이고 찬조회원사는 49개사에 이른다. ATP는 방송프로그램의 질적 향상 및 제작윤리고양, 방송프로그램 저작권 확립 및 옹호 등 7가지를 사업 목적으로 설정, 각 목적별로 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저작권의 문제의 경우, 제작사의 프로그램 저작권 소유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APT상'을 제정하여 회원 제작사의 프로그램 제작의욕을 고취하기도 하며, 국제 협력 및 교류활동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⁹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