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제작과 방영의 수직적 통합

수직적 통합에 관한 것은 III장 3절에서 잠시 언급하였다. 본 연구자가 개념화한 수직적 통합의 두가지 유형 중에서 제작과 방영의 수직적 통합이 제작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이 절의 주된 논점이다. 수직적 통합은 외부거래를 내부거래화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결합방식으로서, 방영을 전제로 한 영상제작산업은 이런 제작과 방영의 수직적 통합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기존기업이 제작과 방영을 수직적으로 통합하여 경제행위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이는 신규기업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의 하나가 된다. 특히 미디어 산업에서의 수직적 통합은 많은 강점을 지녀 오히려 진입기업의 진입전략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본 절에서는 수직적통합에 대한 일반적 이해를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여기에는 수직적통합의 정의, 설명 그리고 수직적통합의 긍정적·부정적 논의를 포함한다. 그리고 난뒤 , 한국의 TV영상제작산업과 관련된 수직적 통합현상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평가를 정리하도록 한다.

1. 수직적 통합에 관한 일반적 이해

생산활동을 수행하는 경제주체로서 기업은 단일한 조직체를 유지하면서 독립된 개별기업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독립된 개별기업을 서로 합병하기도 하고 상호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등 복합기업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산업조직론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결합을 다음과 같이 구별한다. 첫째, 동일한 재화를 공급하는 기업간의 결합은 수평결합(horizontal integration: 수평적 통합)이라고 한다. 두번째 형태의 기업결합은 생산단계가 다른 서로 다른 기업간의 결합이다. 원료를 공급하는 기업과 최종재를 생산하는 기업과의 결합이나 최종재 생산기업과 판매전담기업과의 합병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형태의 합병은 수직결합(vertical integration: 수직적 통합)이라고 한다. 세번째 형태의 기업결합은 단일기업이 수평적으로나 수직적으로 관계가 없는 다양한 제화를 생산하는 기업을 합병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기업결합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복합합병(Conglomerate mergers) 또는 혼합결합이라고 한다.⁷⁰⁾

이와 같은 형태의 기업결합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일반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시장 지배력 또는 독점적 지위의 확보라고 한 수 있다. 그리고 성장의 극대화, 기업간 거래를 합병을 통해 내부거래화함으로써 거래비용(transaction)을 감축시키는 것도 중요한 동기가 된다. 물론 이러한 합병의 궁극적 목표는 기업의 이윤극대화와 깊은 관 련이 있다고 하겠다.⁷¹⁾

미디어 산업에서 특히 중요시되는 결합형태는 수직적 통합이다. 미국의 텔레비전 시장은 3대 네트워크의 과점구조이다. 여기에 머독(Rupert Murdoch)은 제4 네트워크 TV를 구상하면서 TV산업에 진입하게 되었는데 그 때의 전략중의 하나가 수직적 통합이다. 20세기 폭스사를 매입하여 프로그램 생산체를 확보하고, 3대 네트워크와 관련이 없는 대도시의 6개 독립방송국을 소유함으로써 프로그램을 방영할 수 있는 창구를 확보하였다. 특히 Fox TV는 거대한 제작사를 확보하였기 때문에 자사 프로그램 공급 뿐만 아니라 타 방송국에 오프 네트워크 프로그램(off-network program)을 제공할 수 있는 잇점을 가지고 있었다. 시장 진입을 위한 경제적 전략으로서 제작사와 TV방송국을 함께 소유하는 수직적 통합은 과점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기업체의 전략으로서 유용함을 보여주고 있다.⁷²⁾

수직적 통합은 단위기업의 경우 외부거래를 내부거래화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제적 행위로서의 강점을 지닌다. 그러나, 수직적 통합을 한 기업이 포함되어 있는 그 산업전반을 두고 판단할 때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수직적 통합을 이룬 몇몇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어 산업전반을 볼 때 경쟁의 약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리고, 수용자 복지(audience welfare) 측면에서도 찬반이 공히 존재한다. 반대의 입장은 수직적 통합이 소수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강화시켜 독과점상태로 이끌어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이는 수용자 복지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일반적인 경쟁이 일반적인 독점보다 낫다'는 원리에 기인한 것이다. 반면에 수직적 통합이 꼭 수용자 복지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다시말해, 수직적 통합의 성과측면에서 수용자 복지의 확대냐, 감소냐 하는 기준에서는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브렌넌(Timothy J. Brennan)은 자신의 글을 통해 수직적 통합으로 인해 독점구조를 이룬 미디어 산업은 반드시 내용의 다양성을 침해하는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음을 주장하고 있다. 수직적 통합을 통해 미디어 독점을 이룬 독점업자가 이윤극대화(profit maximization)라는 확실한 동기만 계속 유지한다면 미디어 독점이 내용의 다양성의 감소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매자의 구매욕구가 다양하고, 이에 맞추는 것이 이익이면 결국 내용의 다양성은 유지되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의 구조속에서는 각 경쟁자가 비슷한 프로그램을 모방하여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수용자 창출보다는 수용자를 나누어 갖게 되어 이익을 서로 나누게 되나, 스펙트럼을 통제하는 독점업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더 큰 이익을 얻게 됨으로써 내용의 다양성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수직적 통합을 통한 독점 시장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이윤극대화라는 동기이며 이린 동기만 지켜진다면 내용의 다양성은 보장되어 수용자 복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진다는 것이다.⁷³⁾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수직적 통합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산업전체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면을, 그리고 수용자 복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2. 한국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과 관련된 수직적 통합

미디어 산업에서의 수직적 통합의 체계는 프로그램 제작(production), 프로그램 배급(distribution), 프로그램 방영(presentation)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네트워크 방송은 강한 수직적 통합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한국의 TV영상제작산업은 방송사내의 자체제작 배급·방영은 분명히 이와같은 수직적 통합의 극대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방송사의 자회사와 방송사쓱의 관계도 또 다른 하나의 수직적 통합형태라고 할 수 있다. 방송사의 자회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법적인 측면에서 많은 논란을 야기한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의 내부거래금지조항 등의 불공정거래라는 반론의 여지는 충분히 갖고 있다. 단위 기업의 체질개선을 통한 경영합리화라는 시각으로 볼 수 있지만, 행위측면에서는 법이 정한 외주비율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이를 지키면서 이익을 계속 유지하려는 하나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요즘 자회사를 배제한 외주비율의 엄격한 적용을 강조하는 주장이 대두되고 이를 시행중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방송사의 자체제작과 자회사의 제작은 제작과 방영의 수직적 통합의 제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III장 3절의 제작의 수직적 통합과 함께 설명하면 다음과 같은 구조도로 설명가능할 것이다.

3. 한국TV영상제작산업과 관련된 수직적통합에 대한 평가 장용호는 우리나라 텔레비전 산업을 수직적통합과 독점적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⁷⁴⁾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체제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론 실현시켜주는 경제적인 생산 메카니즘이다. 프로그램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네트워크 체제는 생산요소의 시장거래를 기업 내의 내부거래로 전환시킴으로써 요소들이 시장에서 거래되어 발생하는 기회비용과 정보비용 등과 같은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감소시키고, 더 나아가 시장거래의위허가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며 생산에 동원된 가변요소들과 불변요소들의 사용을 계획에 다라 관리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생산성의 증가와 생산비 감소의 효과를 얻는다. 또한 유통부문에서도 수직적 통합은 프로그램 상품의 공공재적 특성을 효율적으로 실현하는 규모의 경제를 발생시킨다. 즉, 프로그램 유통에서의 규모의 경제는 첫째, 생산 규모의 경제를 발생시며, 둘째, 프로그램 거래비용과 외주프로그램 구이가격의 통제를 가능케 하며, 셋째, 광고비의 자연스런 상승효과를 가져온다.그러나, 이런 수직적 통합구조는 방송산업의 차원에서 볼 때 다음과 같은 왜곡된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쓰이는 요소들의 시장이 텔레비전 네트워크의 기업내 조직으로 전환된 경우, 즉 수직적 통합이 이루어진 경우 생산요소의 사장에 의한 조정에서 관리적 조정으로 바뀌게 됨에 따라 거래비용의 감소, 생산요소 비용의 관리가격 형성과 안정화, 생산성의 증가로 인한 효율성의 증가와 내부거래의 우위가 발생한다. 그러나 고저이용의 계속적인 증가는 효율성의 상쇄력으로 작용한다. 네트워킹에 의한 프로그램 유통체계의 수직적 통합은 프로그램의 공공재적 특성의 효과를 극대화시킴으로써 네트워킹의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시키고, 이에 따라 네트워킹의 유통체계를 중계기능으로 한정시킨다. 네트워크에 의한 프로그램 생산과 유통의수직적 통합은 구조적으로 독립적인 프로그램 제작산업을 하청화하여 네트워크는 프로그램 생산체계와 유통체계에 공급 및 수요 독점력으로 행사한다. 네트워크의 생산과 유통의 수직적 통합은 구조적으로 독립적인 프로그램 제작산업을 하청화하여 네트워크의 생산과 유통의 수직적 통합은 효율성의 증가를 가져오나 동시에 경쟁의 배제와 시장 진입장벽을 증가시킨다.

이상의 주장처럼 제작과 방영의 수직적 통합은 많은 긍정적인 요소와 그에 못지 않은 부정적인 측면이 상존하고 있다. 수직적 통하은 한국 텔레비전제작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수직적 통합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킹을 극대화하여 프로그램 제작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프로그램 생산비가 일정한 소비자 규모로 분산되며 동일 프로그램의 배급규모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원가가 감소하는 비용분담의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한국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서 기존 기업의 하나인 자체제작과 자회사제작의 규모의 경제를 발생시켜 잠재기어의 진입장벽을 증가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수직적 통합을 한 방송사의 입장에서 보면, 개별 방송사로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단위당 프로그램 비용이 낮으면서 높은 생산비가 투입된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는 잇점이 있기도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단위당 프로그램생산비를 최소화하는 지점에서 생산요소 비요과 투입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평균적이며 일률적인 단위비용을 선택하기 쉽다.

그 결과 제작면에서의 경쟁을 철저하게 제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방송사 내부의 제한된 인력과 시설로만 공급할 뿐만 아니라 지방 제휴사들의 제작을 최소치로 만들어 이들을 사실상 중계소화한다. 또한 독립적인 프로그램 제작산업을 하청화 (subcontracting)한다. 한국에서의 생산과 유통부문의 수직적 통합이 발생시킨 경제적 효율성은 역으로 하부구조인 독립 프로그램 제작 산업의 영세화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⁷⁵⁾ 현재 우리나라의 방송프로그램시장은 제한된 몇몇 방송사에 의한 수요자 독점 및 수직적 통합구조로 인해 여타 제작시장 및 제작 관련시장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자본 시설 및 인력이 몇 개의 방송사에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고 이러한 집중을 이용해 방송사들은 각종 생산요소시장을 내부시장화(internal market)하여 거래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시켜 왔다. 반면에 독립제작사는 방송사와 수평적, 기능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로 구조화되어 사실상 하청기업의 역할만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방송사의 입장에서 내부 인력과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는 비경제적 행위로 간주되어야 최저의 가격으로 프로그램 제작 용역 관계를 맺어와 프로그램 제작 관련시장의 저수익성을 더욱 악화시켜 왔다.⁷⁶⁾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제작과 방영의 수직적 통합은 방송산업구조와 행위 및 성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가 제작과 방영을 수직적으로 통합하여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시킴으로써 한국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 진입할 잠재 기업은 이를 큰 진입장벽으로 여기게 됨이 틀림이 없다.

제2절 방영사와의 관계

4장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지상파 네트워크로 한정된 방영출구만을 가진 현재의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서는 제작사와 방영사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인 거래에 있어서는 양자가 서로 대등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협상력에서 한 쪽이 우세한 대등하지 못한 관계도 존재한다. 방송사의 자체제작과 자회사의 경우와 같이 서로 수직적으로 통합된 구조를 제외하고는, 독립제작사와 방영사인 방송사와의 관계는 제작에 있어서 맡은 중요성을 가진다. 제작사와 방영사와의 관계에서 제작사가 우세하다면 양자와의 관계가 오히려 신규기업이 진입하는데 유인으로 작용하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제작사에게는 제작이라는 경제행위를 하는데 어려움으로 남아 하나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여기서는 기존의 독립제작사와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다루어보고자 한다.

본장 1절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수직적 통합으로 인해 판국 텔레비전 산업의 구조는 제작사몰 하나의 하청기업⁷⁷⁾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작사와 방영사 간의 관계는 평등하지 못하다. 독립제작사와 방송사의 관계는 크게 외주를 받는데 있어서의 불평등, 제작시 방송사와의 관계로 인해 생기는 불평등, 그리고 제작비책정에서의 불평등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계약방법을 비롯한 외주에 관련된 불평등이다. 외주제작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이런 불평등한 면이 나타난다. 방송사와 독립제작사의 계약방법에는 크게 나누어 용역계약형식과 선제작 후구매형식의 파일럿시스템(pilot system)로 나눌 수 있다. 용역계약형식이란 기획구성안, 대본 등에 대한 기본협의가 이루어진 뒤에 책정된 제작비의 일부를 선지급하거나 일정기간내에 지불을 약속하는 계약을 말하며, 파일럿 시스템이란 독립제작사에서 기획구성, 대본은 물론 제작비 투자까지 하며 시사후 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전자의 경우 위험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기획, 제작과정에 있어 방송사의 의견제시와 협의 등을 감수하기 때문에 방송사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수 없고 제작비 책정도 방송사가 결정권을 행사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후자는 위험부담이 많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에 기획, 제작과정 모두 제작사의 독자적 판단과 결정에 의하기 때문에 새롭고 신선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으며 제작비 책정도 프로그램의 작품성이 뛰어날 경우 독립제작사의 제시액에 방송사가 따라오게 되는 장점이 있다. 매주 방송되는 정규편성물의 경우는 대부분 용역 계약형식을 취하고, 비정규특집물이나 대형시리즈물의 경우는 대부분 파일럿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⁷⁸⁾

용역계약의 경우 독립제작사가 아이디어를 창안하여 프로그램기획안을 방송사에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가 자체내의 편성회의를 통해 개편안이 결정되면 프로그램 중에서 비중이 적은 프로그램을 선정하여 독립제작사에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로그램을 의뢰할 때도 방송사는 보통 개편 3-4주 전에 통보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독립제작사는 사전 제작업이 곧바로 본 프로그램을 제작하여야 하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⁷⁹⁾ 심지어는 외부제작 프로그램이 기획단계를 거친 후에 제작이 무산되거나 완성단계에서 다시 제작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나서도 방송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⁸⁰⁾ 그리고, 이런 외주과정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처럼 정규편성물의 선제작·후판매의 방식, 그리고 전작제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독립제작사 입장에서는, 미국처럼 선제작 후판매의 방식을 취하며 작품에 애착을 갖고 제작하려 해도 방송사에서 사지 않으면 타격이 심해 쉽사리 모험을 할 수 없다. 시간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방송 개편⁸¹⁾이 임박해 프로그램이 수주되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내에 제작, 납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소한 개편 한 두달전에 공개입찰 등의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수주된다면 프로그램 완성도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들어 몇몇 독립제작사들의 선제작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 독립제작사가 제작하거나 기획중인 프로그램은 대부분 장기 해외 취재물이거나 대규모의 다큐물이어 관심을 끌고 있다.82)

또한 파형적인 외주매커니즘 또한 문제이다. 대다수 프로덕션들이 현재의 외주방식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안면 위주의 외주, 줄대기 외주 등의 관행도 잘못됐지만 '위장외주'가 가장 큰 병폐라고 지적한다. 위장 외주는 방송사가 자회사로 넘겨지는 외주를 말하는 것으로 자회사분 분리고시라는 '외주표준화'작업에 대한 논의가 계속 있어왔고 드디어 분리고시가 1994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제작시 외주로 인해 생기는 불평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아이디어 중첩문제로 잘 나타난다. 가끔 어렵게 기획한 작품 아이디어가 방송사와 겹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와 같은 경우 독립제작사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1993년 초 인디컴의 경우 '진안매사냥'을 다큐멘터리로 기획, 취재에 돌입했다가 MBC와 겹쳐 어쩔 수 없이 중도에 포기했다. 후리기획의 경우 라우족 취재를 기획, 현지에 갔는데 뒤늦게 모 방송사가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기획 포맷을 변경했다. 이런 피해의식 때문에 대다수 프로덕션들은 작품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지 않고서는 작품에 대한 정보누출을 금기시하고 있다.⁸³⁾

셋째, 제작비 책정에서의 불평등이다. 제작비를 결정한 때 흔히 쓰이는 것은 이른바 '프로그램당 표준단가'라는 개념이다.⁸⁴⁾ 그러나, 표준단가라는 개념은 수직적 통합에 의한 효율성이 반영된, 즉 최소생산가격에서 설정된 평균적이고 일률적인 단위비용이다. 수직적 통합에 의한 관리적 조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진 프로그램생산비는 최소가격에 근접하고 프로그램 제작업체로부터의 프로그램 구입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낮게되어 자체 프로그램의 우위가 발생한다. 따라서 네트워크는 독립제작 산업으로부터의 최대구입가격을 네트워크의 자체생산비(표준단가)와 일치시킨다. 이와 같이 자체제작비가 더 싸다는 이유는 오로지 방영출구가 방송사 뿐이라는 수요자독점 현상과 더불어 독립제작사와의 제작비 협상에서 협상력의 우위로 나타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표준단가를 구입최대가로 산정하게 되면 독립제작사는 전혀 이윤이 발생 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제작기업이 프로그램을 생산할 수 있고 네트워크가 최대로 허용가능한 구입가격은 제작기업의 프로그램 생산비에서 결정된다. 독립제작사의 프로그램 생산비에서 구입가가 결정되게 되면 독립 제작사에게는 이윤이 발생하지 않게 되나 네트워크에 있어서는 네트워크 자체 생산비를 상회하는 가격이므로 네트워크가 허용할 수 있는 최대구입가격이 된다. 이와 같은 구조는 프로그램구입가가 자체제작보다 20-30% 높은 정도로 책정되는 현실로 나타난다. 이에 대한 독립제작사의 입장은 다르다. 구입가격이 직접비 만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으로 독립제작사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방송사에서 외부제작 프로그램에 대해 책정하는 제작비에는 간접비⁸⁵⁾가 제대로 산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과학적인 원가계산을 통해 직접비와 간접비를 산출하여 프로그램 제작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⁸⁶⁾ 높은 프로그램 제작단가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제작비로 인해 방송프로그램 제작만으로는 채산성의 문제가 발생하며, 일부회사들은 편당 5-15%의 적자를 보는 경도 있다. 간접비 즉 원가계산이 정확하게 반영되어 있지 않음으로 인해 프로그램을 방송사에 많이 제작 납품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의 수직적 통합은 네트워크와 제작사간의 프로그램 가격 결정에 있어 제작기업으로는 이윤이 발생하지 않는 생산원가비를, 네트워크에게는 비효율적인 구입가격을 발생시키는 딜레머적 상황을 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1993년 5월 30일 기준 90분 특집드라마를 동시녹음, 현장촬영으로 제작할 경우 방송사의 직접제작비가 8천만원내외이며 독립제작사 발주시에는 1억 1천만원 내외로 책정하고 있다. 참고로 독립제작사가 제작하여 1992년 12월에 방송된 90분 특집 드라마의 항목별 제작사측 요구액과 방송사측 책정액을 비교해보면 아래표와 같다. 비교를 통해 살펴보면 독립제작사측 요구액 55%정도의 제작비 책정문제는 방송사측과의 영원한 평행선인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