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TV영상제작산업의 진입장벽에 관한 연구

제3장 제작 관련 장벽

제1절 제작 장비의 절대비용장벽

2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방송산업에서는 초기에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가 너무 커서 신규기업은 이와 같은 비용장벽으로 인해 진입에 어려음을 겪게 된다. 방송산업에서 초기비용이란 제작과 배급, 방영과정을 위해 드는 초기의 비용을 말하는데, 방영을 위한 설비비용 등은 물론이고 제작부문에서도 많은 초기비용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이 장비에 관련된 초기 설치비용은 이를 다루는 인력의 문제와 함께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장벽을 야기한다. 과다한 초판비용(first-copy cost)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때까지 생산량을 많이 늘려야 하고, 또한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를 보전하기 위해 많은 자본이 필요하게 된다. 여기서는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 국한하여 방송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할 때 드는 기자재와 장비를 기준으로 하여,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서의 초기 절대비용을 살펴보도록 한다.

비싸고 정교한 기계, 장비에 대한 의존이 높은 영상제작산업은 제작 장비의 절대 비용요인이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3단계를 거친다고 할 수 있다. 첫째단계가 기획단계이고, 둘째가 촬영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편집단계를 거치게 된다. 한국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기존 기업들은 제작의 3단계에 따라 담당하는 일의 범위가 결정된다. 3단계를 모두 실행하는 이른바 '인하우스 프로덕션(in-house production)'이 있는가 하면 기획과 촬영만을 하고 편집을 다른 업체에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 제작의 3단계에 따른 제작사의 구분과 제작의 수직적 통합, 그리고 이에 관련된 장벽문제는 본장 3절에서 보다 자세히 다룰 것이다. 이와 같이 제작사의 기자재와 장비에 관련된 초기비용은 각 제작사의 업무 범위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제작의 3단계에 따른 제작사의 분류와 이에 수반하는 기자재 및 장비와 관련된 초기비용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프로덕션을 설립하기 위해 드는 장비와 그 가격은 다음의 <표1>과 같다.²³⁾

아래의 가격은 카메라, 편집기를 중심으로 한 순수기자재의 비용이다. 편집실을 설치하려면 스튜디오를 위한 부동산비와 스튜디오 시설비 등이 추가로 든다. 실제로 방송기기는 거의 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구입경로는 합법적인 것과 비합법적인 방법 등 다양하나 여기서 제시하는 가격은 업계에서 통용되는 가격을 중심으로 살펴 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완전한' 편집실 1 시스템²⁴⁾을 설비하는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5억에서 많게는 20억이 든다고 한다.

이와 같이 제작사가 하나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위해 가지고 있어야 할 기자재의 가격은 신규기업이 제작시장에 진입하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제작업무를 수행하느냐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함이 틀림이 없다. 특히 독립제작사²⁵⁾들은 제작장비와 시설이 방송사의 제작파트나 자회사보다 매우 영세하다.

이와 같이 독립제작사의 자본열세, 영세화 등을 이유로 대기업자본의 영상제작 참여의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들의 주된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영상제작산업은 근본적으로 대자본과 노하우, 제작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스튜디오 설비등 초기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으로서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둘째, 시장경제에 따른 경쟁논리로서 철저한 경쟁을 통한 국제 경쟁력 배양만이 개방 등을 위시로 한 국제화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영상제작 산업이 황성화 되기 위해서는 3M(money, man, management)이 영상제작시장에 자유롭게 유입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나 창의력, 참신한 주제 등이 작품의 시장성을 향상시키는 모든 기업에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데 대기업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²⁶⁾ 물론 현실적으로 미디어상품이 갖는 문화적 함의 등을 이유로 한 대기업자본에 의한 집중을 우려하는 다른 견해도 존재하지만 경제적, 국가 경쟁력 차원의 주장이 예전에 비해 보다 많은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대기업자본을 중심으로 한 영상제작산업의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존 독립제작사 중 대기업 산하 기업이 업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음의 예는 많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적절한 예로 제시할 수 있는 기업으로 '디지탈 미디어(주 새한미디어 자회사)'를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영상소프트 산업에서 복합적 소프트웨어 프로덕션을 모토로 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방송환경으로 인한 매체간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복합적 소프트웨어 프로덕션의 등장이란 것은 기존의 매체 중심으로 대상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과는 달리 하나의 프로덕션이 방송용, 비디오용, 멀티미디어용, 음반산업용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와 같은 제작영역의 확대현상은 기존 프로덕션뿐 아니라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디지탈 미디어'는 방송프로그램과 뮤직비디오, CF, 영상홍보물을 제작하는 영상본부와 국내외 음반기획과 유통을 담당하는 음악본부, CD-I, CD-V²⁷⁾, CD-ROM 타이틀 등을 제작하는 멀티미디어 본부 등 문화산업 전 분야를 포괄하는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예매니지먼트는 자회사격인 '스타서치'몰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²⁸⁾

기존 독립제작사들 중 대기업 산하기업으로 분류되는 업체가 업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좁은 시장규모, 낮은 채산성으로 인해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 대해서 자본으로나 관심에 있어서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매체간 경계가 무너지고 복합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방송을 둘러싼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시장의 확대는 필연적이며, 나아가 영상산업에 대한 관심의 증대 등이 대기업을 비롯한 거대자본의 참여를 보다 많이 이끌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겠다.

제2절 인적 자원 장벽

프로그램 제작 단계에 있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요인 중 두번째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인적 자원 장벽이다. 기자재나 장비 등의 물적자원을 위한 비용 못지않게 이를 다뤄야 하는 인력 문제도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절대비용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여기서는, 한국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기존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인력의 현황 고찰 및 평가를 통해, 절대비용을 높여 진입장벽의 역할을 하는 인적 자원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1. 인력數와 관련된 문제

먼저,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기존기업의 인력현황에 앞서 등록된 독립제작사의 수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93련 12월 문화체육부에 등록된 독립제작사의 수를 보면 광고·문화 영화제작사가 97개, 영화제작사가 119개, 음향 비디오 제작사가 272 개 등 총 488개로 집계된다.²⁹⁾ 그 중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기업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으나 지금까지 텔레 비전의 납품실적이 있는 회사로는 방송사자체제작을 제외한 약 20여개의 독립제작사와 방송사 자회사를 들 수 있다. 이들의 인력구성규모는 다음과 같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독립제작사의 인력현황은 작게는 10명 미만 많게는 30명이상으로 매우 영세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겠다. 인력면에 있어서 제작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전문인력의 수가 어느 정도인가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다음표는 주요독립제작사의 제작에 있어서의 가장 중요한 전문인력인 프로듀서, 기술, 기획, 작가를 중심으로 현황을 나타낸 것이다.

위 표에서 보다시피 93년 말 현재 11개 주요 독립제작사의 전문인력은 178명으로 업체당 평균 17명에 불과한 형편이다. 이에 반해 각 방송사의 자회사의 인력구성을 살펴보면, KBS제작단의 경우 PD 22명, 카메라 9명, 조명 11명, 기술 11명 등 전문인력 53명을 포함하여 71명, MBC프로덕션은 PD 41명, 기술 18띵 등 59명을 포함하여 100명, 그리고 SBS프로덕션은 PD 30명, 카메라 17명, 기술 7명 등 54명을 포함하여 83명에 이르고 있다. 제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프로듀서 경우 11개 독립제작사의 평균인원이 8명선인데 반해 기존 방송사 자회사는 31명으로 무려 23명의 차이가 있다.³⁰⁾

이와 같은 전문인력의 수는 방송사의 제작부문의 인력과 비교하면 더 큰 차이를 갖는다. 현재(93년 6월) 3개 텔레비전 방송사의 인력 중 프로듀서, 기자, 아나운서, 카메라, ENG, 제작기술, 조명, 미술 등 핵심적인 제작인력은 5,900여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교육방송의 318명을 합하게 되면 우리나라 텔레비전 방송사의 인력은 6,200여명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직능별 인원 등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다음의 표와 같다.³¹⁾

탤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 진입하려는 잠재기업은 인력면에 있어서 기존기업의 인력정도를 파악하여 진입을 결정해야 한다. 인력의 질적인 면은 차치하고라도 양적인 문제에서 기존기업간에도 방송사의 제작파트, 자회사와 독립제작사간의 차이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기업이 제작, 배급 및 방영을 모두 수행할 이른바 한국의 지상파 네트워크 방송사로 진입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도 기존기업이 가지는 인력면에서의 압도적 우세는 잠재기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하겠다.

이와 같이 생산요소 중의 하나인 제작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는 프로그램 제작 비용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발생시킨다. 물론 적정 규모 이상의 비대화된 조직으로 인해 경영상의 불합리와 운영의 어려움 등, 효율성은 오히려 낮아지는 요인들도 존재하기도 하지만 이같은 문제를 덮어두고 생각해보면, 인력의 확보가 어려운 상태에서 진입하려는 진입기업은 인력문제의 진입장벽을 가지게 된다. 기존 기업은 운영상의 문제점을 극복하여 제작진을 계획에 따라 관리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인원사용의 강도까지 증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생산성은 증가하고 비용은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³²⁾

2. 인력의 質 문제와 수급문제

인력의 질의 문제도 절대비용장벽을 높이는데 큰 작용을 한다. 같은 단위의 임금에 따라 생산성을 달리하는 것은 생산을 담당하는 인력의 질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마찬가지로 같은 비용에 따른 인력의 질의 차이는 경제적 효율성의 약화를 가져와 같은 정도의 효율성을 위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비용의 증가를 낳는다. 그러므로, 인력의 질의 저하는 절대비용의 증가를 가져와 진입을 결정해야 한 잠재 기업에게 장벽으로 작용한다. 여기서는 기존기업의 인력의 질문제와 인력수급문제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독립제작사 인력의 질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창의력이 있고 경험이 풍부한 우수인력이 부족하고 방송제작의 메카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인력도 매우 적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대부분 영화출신인 촬영분야를 제외하고, 30대 후반 이상의 연출자나 팀장의 경우 방송사 출신이 많다. 그러나, 30대 초반 이하의 조수, 보조인력은 자체양성하는 것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기타분야는 양성소나 학원출신이 대부분이다.³³⁾ 조명, 미술, 편집, 효과, 음향 등은 계약에 의해 주로 이루어지며 이들 분야의 경우 이직과 전직이 특히 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인력수급문제에 기인한다. 방송사 출신 전문 스탶의 확보가 극히 미미한 상황에서 프로그램을 의뢰받게 되면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을 확보해서 임시로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로덕션의 입장에서 방송사의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싶지만 방송사만큼의 임금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려운 실정이다. 일년에 몇 번의 제작을 위해 상시적인 인력을 확보하여 임금을 주기 어려운 실정에서 자체내에서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을 쏘고 있다. 그 방식은 몇 개의 메이저 프로덕션을 제외하고는 정기적인 인력공급을 하지 못하고 대부분은 비전문인을 임시로 고용하거나 교육과 업무를 병행하는 도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³⁴⁾

스카우트가 아닌 다른 기관에서 양성된 고질의 인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제작 전문인력 양성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정책이 기획되고, 실시되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인력 양성 기관 육성책, 전문 강사진 확보, 대학 커리클럼 조정 및 산학협동체제 강화, 영상제작 관련회사의 입사제도 개선 등이 미비한 상태이다.³⁵⁾

이와 같이 인력문제의 취약한 구조 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독립제작사의 행위로 나타난다. 대부분의 독립제작사에서는 기획전담부서나 전속연출자를 두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독립제작사는 네트워크 방송사에 비해 프로그램 제작과정이 치밀하지 못하게 된다. 독립제작사는 방송사에 제출한 프로그램의 개요를 승인받으면 제작진을 구성해야 한다. 먼저 연출자가 선정되고 작가, 조연출자, 촬영진, 조명, 분장사 및 출 연자, 필요한 인력을 선정한다. 그런데 방송전문인력들은 양 방송사에 전속 아닌 전속상태로 묶여 있을 뿐 아니라 연출자의 기근 현상은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독립제작사의 기술축적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특정화된 전문인력을 활용하여 분야별로 작품의 정예화와 정밀화를 기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로 남게 된다.³⁶⁾ 설상가상으로 케이블TV 등을 비롯한 다른 새로운 매체들이 인력확보를 위해 방송사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대신에 영세한 이들 제작사의 프로듀서 유치에 치중함으로써 제작인력 부족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 질 것이 예상된다. 낮은 자본력으로 인해 제작 인력을 낮은 보수와 높은 노동강도로 묶고 있는 이들 업체가 이탈인력을 막을 방도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다.³⁷⁾ 지금까지 독립제작사의 인력에 관련된 문제를 수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 수급 문제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독립제작사들은 수적인 측면에서 지상파 네트워크 방송사의 제작부문이나 자회사 프로덕션에 비해 열세이다. 그리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경쟁이 쉽지 않다. 게다가 낮은 채산성 내지 자본력으로 스카우트 등을 통한 적극적인 보와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어렵사리 어느정도 양성한 인력도 신생 타매체의 스카우트 공세에 휩쓸리고 있다. 이렇듯 인력문제는 새로운 기업이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 진입하는데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제3절 제작의 수직적 통합

경제주체로서 기업은 단일한 조직체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외부거래를 내부거래화하여 거래비용을 줄이고 나아가 시장지배력을 확보하려는 경제적 동기에 의해 개별기업을 서로 합병 또는 협력체계 등의 복합기업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이를 결합 또는 통합(integration)이라 하며, 결합의 방향에 따라 수평적 통합(horizontal integration)과 수직적 통합(vertical integration)으로 나눌 수 있다. 방송 미디어 산업에서의 수직적 통합이라 함은 방송프로그램의 제작(production)과 배급 (distribution), 방영(representation)이 수직적으로 통합된 구조를 말한다. 방송산업에서는 이와 같은 수직적 통합 현상은 기존산업 구조의 특성으로서 중요하며, 신규 기업의 진입에 영향을 미치는 큰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어 신규기업은 이러한 수직적 통합을 진입의 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본 연구에서는 제작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수직적 통합현상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차원으로 개념화한다.

첫째, 제작과 배급, 방영의 수직적 통합이다. 기존의 방송사의 통합된 내부구조와 제작을 담당하는 자회사 프로덕션과 그 모회사인 방송사와의 관계를 이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제작과 배급, 방영의 수직적 통합의 논리, 그리고 이로 인한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 미치는 영향, 장벽요인 등은 5장의 1절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둘째, 제작단계에서의 수직적 통합이다. 흔히 프로그램의 제작은 기획-촬영-편집의 3단계를 거치게 된다. 제작산업에서는 뒤의 3단계를 모두 포괄하여 일을 수행하는 기업의 경우도 있고 각 단계별로 나뉘어져 독립된 기업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본 절에서는 제작단계에서 나타나는 수직적 통합 현상이 잠재기업의 진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수직적 통합현상에 따른 제작사 분류와 이에 따른 경제행위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의 현실에서 실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제작의 3단계 중 기획이나 촬영단계는 보통 같이 이루어진다. 제작사의 프로듀서나 그 외 인력들이 프로그램에 대해 사전에 기획하고 이를 촬영하는 것까지는 거의 하나의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편집에 이르러 사정은 달라진다. 보통 텔레비전용 프로그램은 다음 두 단계의 편집과정을 거치게 된다.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카메라(예를 들어, BETACAM)로 촬영한 필름은 간단한 편집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 단계를 '1대 편집'이라고 한다. 1차편집한 필름은 다시 고단위 편집을 통해 자막 등이 처리되어 완전한 상품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단계를 '1인치 편집'이라고 한다. 이러한 2 단계의 편집과정에는 값비싼 기자재와 장비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초기비용의 요인에 따라 한국의 제작사들은 자신의 형편에 따라 기자재의 보유정도가 다르게 되고, 수행할 수 있는 단계의 정도가 달라진다. 1대 1 편집에 쓰이는 편집기기로는 보통 BETACAM 편집 SYSTEM(BETACAM BVW-75, BETACAM BVW-70 등)이 사용되고 1인치 편집에는 D-2 SYSTEM, 1 INCH 편집 SYSTEM 등이 사용된다.

제작의 단계를 기획-활영-1대 1 편집-1인치 편집으로 세분화하여 통합의 정도에 따라 제작사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획-촬영만을 담당하는 제작사이다. 적은 인원과 적은 장비로 기획과 촬영만을 담당하고 그 다음 편집의 단계는 포스트 프로덕션(post-production)을 이용 하거나 편집장비를 대여하여 수행한다.

둘째, 기획-촬영-1대 1 편집을 담당하는 제작사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위와 마찬가지로 다른 제작사로의 위임과 대여를 통해 수행한다.

셋째, 기획-촬영-1대 1 편집-1인치 편집을 담당하는 이른바 인하우스 프로덕션 (in-house production)이다. 방송사의 제작파트와 자회사, 그리고 흔히 메이저라고 불리우는 프로덕션은 바로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넷째로 편집만을 전문으로 하는 포스트 프로덕션과 제작을 지원하는 지원 프로덕션을 들 수 있다.

한국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기존기업인 방송사의 제작파트와 자회사, 독립제작사들은 위에서 제시한제작의 수직적 통합 정도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분류대상은 방송사의 제작파트, 자회사 그리고 93년말에 한국방송혀회가 조사한 한국방송 프로덕션 편라에 수록된 21개기업³⁸⁾을 대상으로 한다. 분류방법은 각 기업의 기자재보유현황과 이에 따른 행위를 인터뷰를 통해 확인하여 정리하였다.

기획·촬영만을 담당하는 production

다큐서울, 디렉터스미디어, 인디컴, 제3채널

기획·촬영·1대 1 편집을 담당하는 production

동양영상, 서울채널, 영상서울, 중앙영화사, 파나비전, 한진영상, 후리기획

기획·촬영·1대 1 편집·1인치편집을 담당하는 in-house production

미디아트, 삼부프로덕션, 삼화프로덕션, 서울텔레콤, 시네텔 서울, 영상세계, 인풍비전, 제일영상

편집만을 중심으로 하는 post production

동문영상, 서울비전스, 스타비전

제작지원 production

녹음: 뮤직라인, 서울스튜디오, 작은별

동시녹음: 대성녹음, 대준문화, 제일녹음

레이저: 대생 엔지니어링

만화영화: 대원동화, 세영에니텔포스트 프로펴션, 한호흥업

멀티비전: 대쉬시스템, 두리비전, 주식회사 레인보우비전, 세우전자산업, 신영전자, 연합전자 미디어

발전기: 금강발전기, 충남기계, 합동기계, 흥준기업사

세트: 파나아트, 한아비전

소품: 영상아트, 운곡 프로덕션

유압리프트: 주식회사 유나상사, 코리아 이벤트

음향: 문화엔지니어링, 반도상사, 서울음향, 세기음향

이벤트: 연하나로 기획, 진진이벤트 프로덕션

인력: 대준이터프라이즈, 엑터뱅크컴퍼니, 한국예술

인형극: 문화인형극회, 현대인형극회

조립타워: 현 기획

조명: 가시광선, 남산기계, 대우영상, 동현프로덕션, 라이트 프로젝트, LEE PRODUCTION, 문화조명, 3라이트 프로덕션, 삼보기획, 서울조명, 성진라이트, 스크린라이트, 아트원, 와이조명, 일광조명, 조연조명, 주인라이트, 진흥조명, 채널-4, 파워스테이션 이구

철구조물: 조영기업

크레인: 예영필름, 제일중기

특수음향: 한국특수음향

특수차량: 금호상사, 대산중기, 하나공아트

이상과 같이 제작의 단계에서 각 제작사들은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어떤 행위와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살펴보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수직적 통합을 이룬 구조는 거래비용의 절감 등으로 그렇지 못한 구조보다 경제적인 잇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영상제작산업에서의 수직적 통합은 높은 절대비용장벽과 함께 규모의 경제를 가져오는 요인이다. 그러나 한국의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서의 제작의 수직적 통합은 항상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수직적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일이 필수적이다. 각 단계별 거래비용을 내부거래화함으로써 비용을 감소시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자본집약적인 생산요소인 기계 및 설비 등을 다른 독립제작사에 비해 수직적으로 통합을 한 네트워크를 비롯한 인하우스 프로덕션은 프로그램 생산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발생시킨다. 제작 설비 및 기계의 관리적 투입을 통해 프로그램 비용은 감소되며 이들 설비 및 기계를 사용하여 프로그램의 생산량을 증가할수록 단위당 프로그램 비용은 더욱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이와같은 3단계의 설비를 모두 갖춘 인하우스 프로덕션의 경우 제작의 수직적 통합의 효율성을 유지하기위해서는 대량생산이라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만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 그렇지 못한 경우 높은 시설비와 감가상각비는 오히려 효율성을 상쇄하는 힘(countervailing force)으로 작용하기도 한다.³⁹⁾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국독립제작사들의 기자재 가동률이 그리 높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독립제작사들은 제작의 3단계의 수직적 통합의 정도에 따라 인하우스프로덕션과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진다. 인하우스프로덕션은 비싼 제작기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기자재의 가동률이 경영상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한국의 실정에서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미성숙한 판매시장내에서 15-20여개 제작사들이 방송프로그램제작을 위한 시설, 기자재 가동률은 평균 15%, 즉 연중 55일 정도에 그치고 업체간 외주경쟁이 매우 치열하여 덤핑을 방불케 하는 것이 현실이다.⁴⁰⁾ 상위 5개사의 독립제작사들의 방송프로그램 기획, 제작을 위한 회사가동률은 1년 365일중 50-55일 정도만 일하고 300일 이상은 개점휴업상태가 계속되고 있다.⁴¹⁾ 그래서 독립제작사들은 방송프로그램 제작외에도 다른 잡다한 일⁴²⁾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인하우스 프로덕션이 아닌 제작사의 경우, 비싼 기자재가 없기 때문에 임대시장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임대시장은 그리 넓지 못하고, 나아가 비싼 임대비문제도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일예로 카메라 임대비와 편집시설 이용료는 다음 표와 같다.

이외에도 조명의 경우 하루 15만원, 차량임대비 등은 10만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BETACAM, ENG 카메라팀을 5일동안 동원하여 30분 교양물을 촬영한 다음 1 인치 편집시설을 2일동안 사용한다고 하면, 기자재와 시설사용료만 1,000만원정도가 소요됨을 알 수 있다. 30분 교양물에 대한 방송사의 제작비 책정수준이 900만원에서 1,000만원 내외임을 감안하면, 기획, 구성작가료, 연출료, 촬영제비용, 출연자사례비, 음악효과비, 테이프 값 등은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실정⁴³⁾이라고 한다.

시설 기자재 부문에 있어서 대부분의 제작사들의 제작여건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편집실을 비롯한 부조정실과 작은 규모의 스튜디오 등 어느 저도 자체시설을 갖춘 곳은 쌍용계열의 시네텔 서울, 삼성의 제일기획, 동아의 서울텔레콤, 두산계열의 오리콤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제작사들은 ENG 카메라와 같은 간단한 부대시설 정도만 갖춘 상태에서 광고편집회사를 중심으로 한 엔지니어링 프로덕션의 기자재와 시설 임대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외부시설 기자재 이용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낮게 책정된 제작비와 함께 제작사의 경영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⁴⁴⁾

제4절 제작여건의 어려움

방송프로그램을 총감독하는 연출자라는 범주에서 보면 방송사 프로듀서들과 독립 제작사의 프로듀서들과 차이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일하는 작업환경과 사회적인 대우, 그리고 그에 따른 제작여건의 차이가 제작단계의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먼저, 제작자들 특히 프로듀서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문제를 들 수 있다.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프로듀서의 입장이 많은 차이를 가져온다. 우선 방송사 프로듀서들은 일하는 데 있어서 보다 안정적으로 일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을 지니고 있다. 어려운 입사관문을 통과하면 비교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된 위치에 서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다. 그래서 각 장르별로 인력이 양성되고 나아가 상품차별화도 가능하게 된다. 드라마 하면 모방송국 A PD, 쇼라 하면 모방송국이라는 등의 상품차별화는 신규기업에 장벽으로 작용한다.

독립제작사의 프로듀서들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방송사의 프로듀서에 비해 안정 적이지 못하다. 프로그램 수주실적에 따라 일이 많아지기도 하고 적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더 안정된 프로덕션으로의 이직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⁴⁵⁾ 또한, 한 분야에 전력하고 싶지만, 회사조건에 따라서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교양을 넘나들기도 한다. 독립제작사 프로듀서들은 구조적인 이유로 인해 전문분야에의 열의를 발휘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며, 나아가 생계를 위해 여러회사를 이직하기도 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케이블TV나 민방과 같은 매체에서는 주로 독립제작사의 프로듀서를 영입 대상으로 스카웃하여, 실제로 많은 수의 독립제작사 프로듀서가 이직한 상태이다.

또한 실제 제작하는데 있어서의 어려움도 존재한다.

실제로 독립 프로덕션 프로듀서라는 이유만으로 방송사의 프로듀서에 비해 취재원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취재대상자들이 자신들을 무시하기가 허다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취재에 필요한 협조나 허가를 받는 경우에 있어서도 방송사에서 취재할 경우에 비해 너무나 힘든 단계를 거치게 된다.⁴⁶⁾ 그래서 심지어는 프로덕션 프로듀서는 편의상 자기의 회사보다 수주받은 방송사를 강조하기도 한다. 또한 작품외적인 일에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더빙 때문에 성우 한명을 써도 방송사 출연료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고, 그나마 일정을 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예로 30분 기준 A급성우의 경우 방송사는 약 7만원으로 섭외하는 반면 독립제작사는 10-15 만원이상을 주어야 한다.

또한,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자료화면의 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방송사의 경우 방대한 양의 자료화면을 확보하고 있어 제작시 사용가능한 반면에 독립제작사는 그러하지 못함에 따라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와 같은 현상은 네트워크에 의한 생산요소시장의 수직적 통합현상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섭외대상의 입장에서 보면 방송사가 섭외하는 것과 독립제작사가 섭외하는 것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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