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문제제기와 연구목적

방송을 둘러싼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아니 너무 빨리 변함으로써 제대로 변화의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케이블TV, 직접위성방송(DBS), 지역민방 등은 곧 현실이 될 것이고,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러지의 발달은 컴퓨터, 통신, 방송, 인쇄의 영역을 무너뜨리고 있다. 다매체 다채널 상황은 송신자 위주의 커뮤니케이션을 수용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나아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수용자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술의 발달에 기인한 매체의 하드웨어적 발달은 이몰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하고 있다.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부문의 육성이라는 것은 고도 정보사회의 실현 및 정보산업전반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 소프트웨어의 비중은 날로 커져가고 있으며, 고도성장이 예측되는 고부가 가치산업 부문이란 점에서 21세기를 앞둔 지금보다 맡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소프트웨어는 전산업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산업의 전후방효과를 가져온다는 점과 두뇌노동집약형 산업이란 점에서 볼 때 부존자원이 부족하면서도 기술잠재력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영상산업의 하부구조는 선진외국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구조적으로 상당히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취약한 영상산업이 오랜 역사와 대자본, 축적된 노하우(know-how), 자유로운 소재 선택환경, 세계적 스타진과 제작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헐리우드와 경쟁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리고, 시장규모(market size)도 우리의 영상산업은 미국과 갈은 영상산업 선진국과 경쟁하는데 불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한 예로 미국은, 높은 사회경제적 위치와 영상매체를 이용하는 다수의 소비자군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일정수익을 보장하는 기초시장이 내부적으로 이미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 국내시장에서 생존만 하면 일정수준 이상의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고 부수시장인 유럽, 아시아 등의 나라에서 비싼 판권료나 방영권료를 부차수입으로 확보할 수 있다. 추가생산에 대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영상상품을 창구효과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한 수 있고, 이는 보다 경쟁력있는 영상상품 생산을 위해 재투입된다. 반면 우리의 경우 영상제작의 여건과 자본, 노하우면에서 취약한 상태에서 우리의 영상산업이 벤처산업인 영상제작산업에만 몰두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영상산업이 벤처산업인 영상제작산업에만 몰두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영상산업 시장이 확대되어가고 이용자 증가당 한계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며, 판권료도 인상되고 있다는 영상산업의 특성상 프로그램 제작업이 장기적으로 중점을 두어야 하는 산업임에는 틀림없다.¹⁾ 영상제작산업의 성장없이 영상유통, 영상소비업만 가지고 영상산업이 균형적으로 발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함께 세계무역질서를 재편하는 우루과이라운드(In)의 타결은 이제 영상산업에까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가까운 미래에 실시예정인 케이블TV를 비롯, 민방, 직접위성방송(DBS) 등으로 인해 새로이 창출된 프로그램의 수요를 한국영상제작산업의 현실적인 여건에서 모두 충족시키기란 어려운 형편이다. 심지어는 질적·양적인 측면에서 외국프로그램에 대한 의존이 높아져 외국의 프로그램이 우리의 방송을 뒤덮을지도 모를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방송을 둘러싼 방송내부와 외부의 변화가 영상제작산업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영상산업에 대한 개방화의 압력을 가능한 한 저지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육성하고, 우리만 당면한 문제가 아닌 '다채널의 문제'에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으로 대처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영상상품은 제작과 배급, 이용(방영)이라는 3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영상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배급과 이용의 기본이 되는 제작산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영상제작산업을 육성하고 활성화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상제작산업 육성이라는 명제를 경제적인 의미에서 살펴보면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첫째, 영상제작산업은 미래산업으로 국가경제적으로 많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고, 둘째, 개방이라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으로 외국프로그램과 의 경쟁이 필연적인데 국가차원의 이익을 위해 영상제작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순수 경제학적 비교우위 논리에 따르면, 어쩌면 기존의 기술과 노하우, 자본 등이 축적되어 있어 어느정도의 국제경쟁력을 갖춘 하드웨어 쪽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상 산업의 제작분야를 제쳐두고, 수익이 보장되는 다른 영상산업부문에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외에도 미디어 상품은 문화상품의 하나라는 점에서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미디어상품은 그 상품을 만든 생산자의 가치나 이데올로기가 포함되어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국가에서 나머지 국가로의 일방적인 유통은 문화종속이라는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 두가지 입장이 미디어상품에 대한 그 동안의 논점이었다. 과거에는 문화적인 논리가 경제적인 논리를 압도해왔으나 요즘들어 경제적 논리도 무시한 수 없는 입장이다. 이와는 달리 또 다른 차원에서 영상제작산업의 육성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영상제작산업의 육성이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으로 이는 보다 근원적인 접근방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영상제작산업의 활성화란 커뮤니케이션과정에서 송신자(communicator)의 활성화²⁾에 해당한다. 송신자의 활성화란 '다양한 송신자의 다양한 사상이나 의견을 제약없이 수신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설명한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두가지 차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다양한 송신자의 개념과 다양한 사상이나 의견의 개념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둘째, 다양한 사상이나 의견과 이를 제약없이 효과적으로 수신자에게 전달한 수 있다는 개념과의 관계이다. 전자는 다양한 송신자가 다양한 사상이나 의견을 항상 보장하는가의 문제에 관한 것이다. 이는 사상의 공개자유시장개념(free marketplace of ideas)³⁾에서 출발하여 생각해볼 수 있다. 밀턴(John Milton)의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ca)에서 시작된 이와 같은 생각은 인간이 스스로의 수정과정을 거쳐 진리는 항상 유지된다는 전제아래 검열없는 굴판을 주장한다. 이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이 조정됨에 따라 규제보다는 자율적 조정에 기반을 두는 경제학적인 자유경쟁시장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밀턴의 이와 같은 생각은 밀(John S. Mill) 등에 이어지면서 사상의 공개자유시장을 위한 개인 차원의 '사상의 자유(freedom of thoughts)'와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라는 것은 서구사회의 긍정적인 목표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가 되었다. 이는 현대의 수정헌법 제1조(First Amendment)로 이어지고 있다.⁴⁾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는 송신자의 다양성을 위해 핀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나 동기⁵⁾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이제 그 자체로서 가치를 지니며 기본권의 하나라는 데에는 이의가 얼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송신자의 다양화는 사상시장의 경쟁논리로 이어진다. 사상의 시장에서도 여타시장과 마찬가지로 독점의 폐해가 일어나기도 한다.⁶⁾ 그러나, 건전한 경쟁은 독점보다 우선하다는 원칙에 입각하면 다양한 송신자의 표현을 통해 사상

시장의 성과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통한 다양한 송신자는 사상의 공개자유시장이론과 자가수정과정에 부합되어 다양한 사상과 의견으로 이어질 것이다.

두번째 문제로, 다양한 사상이나 의견을 제약업이 효과적으로 수신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과정은 송신자의 사상이나 의견이 메시지로 구체화되어 미디어라는 채널을 통해 수신자에게 전달된다. 그러므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달수단인 채널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대 사회의 특징중의 하나는 매스미터어를 통한 매스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이므로, 매스미디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야만 다양한 송신자의 사상이나 의견이 표현가능하다. 이는 매스미디어를 통한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매스커뮤니케이션 상황하에서 송신자가 가져야 할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는 채널에의 접근권(right of access)이 보장되어야 한다. 헤드(Sydney W. Head)는 유토퍼아적 방송(Utopian Broadcasting)을 언급하면서 접근권에 관하여 다음과 갈이 주장하였다.⁷⁾

"커뮤니케이션의 자유라는 것은 수신 뿐만아니라 송신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방송체계라는 것은 다양한 사상, 집단, 개인들을 위해 방송시설에 접근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접근권은 수용자의 채널로의 접근 뿐만 아니라 송신자의 채널로의 접근 또한 중요하다. 접근권은 다양하게 해석된다.⁸⁾ 그 중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제작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영상제작산업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다양한 사상이나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신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송신자의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의 영상제작산업에의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제약업이' 이루어지려면 영상제작산업에의 참여과정이 용이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영상제작산업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다양한 송신자가 표현의 자유를 통해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신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말하며, 이를 위해 제작산업에의 접근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영상제작산업에의 진입이 항상 자유롭지만은 않다. 다양한 요인들이 제작에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이와 같이 영상제작산업의 진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영상제작산업의 진입 장벽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영상제작산업은 지금까지 다양하지 못한 방영출구라는 구조적인 한계점과 기술, 자본 등의 문제점으로 매우 취약한 하부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주된 영상제작산업은 바로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텔레비전 산업은 소수의 공중파라는 방송사가 수요자를 독점하고 자체내에서 제작과 배급, 방영을 실행함으로써 산업적으로 독과점상태에 놓여 있었다. 1980년 중반부터 이와 같은 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나아가 다채널시대를 대비한다는 의미에서 자생적으로 독립제작사라는 제작기업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독립제작사들의 경제행위는 공중파와의 경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여 지금까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상산업의 육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독립 제작사를 비롯한 기존의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이 다매체·다채널시대의 제작산업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산업⁹⁾에서 초과이윤이 발생하면 잠재적 기업들은 이윤획득의 목적을 가지고 그 산업에 진입하게 된다.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은 공중파의 자체제작과 이른바 독립제작사라는 기업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상소프트웨어의 수요증대는 영상제작 산업의 초과이윤으로 이어져 새로운 기업의 진입이라는 현상을 낳게된다. 그러나, 각각의 산업에서는 그 산업이 가지고 있는 구조에 따라 진입기업의 진입 정도는 달라 진다.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독특한 구조는 신규기업의 진입의 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어떤 산업은 진입이 자유롭고 용이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한국의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기존구조는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진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경제학적 용어로 진입장벽(barriers to entry)이라고 한다. 이러한 진입장벽을 살펴보고 분석하는 것은 그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작업중의 하나가 된다.

이상과 같은 중요성에 입각하여 본 논문에서는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진입장벽에 관한 것을 주 대상으로 하여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주제를 설정하고 각 주제별로 구체적인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본 연구의 첫번째 연구주제는 진입장벽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경제학적 입장에서 분석하고 이를 미디어에 적용할 때 어떠한 요인들이 진입장벽으로 설명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진입장벽을 경제학적 접근방법중의 하나인 산업조직론과 이를 미디어에 적용시켜 진입장벽을 살펴본 기존 연구를 검토할 것이다.

두번째 연구주제에서는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진입장벽을 살펴보기 위한 틀의 형성과 그 틀에 맞춰 한국의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진입장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영상상품은 제작과 배급, 방영이라는 세가지 단계를 통해 수용자에게 전달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제작산업을 대상으로 하여도 배급과 방영단계와의 상호작용과 영향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한국의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진입장벽을 살펴보기 위한 틀을 만들 때 배급과 방영의 단계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 이다. 그 틀에 맞춰 진입장벽의 요소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세번째 연구주제로는 한국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에서 나타난 진입장벽의 특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미디어 전반에 적용하여 설명한 기존 문헌의 진입장벽과 어떻게 다르며, 나아가 한국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만이 갖는 진입 장벽의 성격은 어떠한가를 살펴볼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지금까지의 텔레비전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제작산업을 주 대상으로 하여, 그 구조속에서 나타나는 진입장벽을 살펴보는 것을 연구목적으로 한다.

제2절 연구문제와 연구방법

연구목적에 따라 설정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진입장벽이란 경제학적, 특히 산업조직론의 입장에서 무엇을 의미하며, 이를 미디어산업에 적용할 때 나타나는 진입장벽의 요소들은 무엇인가 둘째,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진입장벽을 살펴보기에 적절한 틀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틀에 맞춰 한국의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진입장벽의 요소들은 구체적으로 어떠한가

셋째, 한국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진입장벽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상의 연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방법으로는 크게 문헌연구와 인터뷰 및 자료분석을 들 수 있다.

문헌연구에서는 진입장벽의 일반적 이해를 위해 산업조직론에서의 진입장벽의 의미와 미디어산업에서 진입장벽을 연구한 기존문헌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한국 텔레비전영상제작산업의 진입장벽 분석을 위해 기존문헌의 분석과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과의 인터뷰를 병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