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25-2> 또한 <그림 25-1>과 같은 맥락에서 파악되는 작품으로 성적 이미지와 상황적 이미지과 소재에 있어서 서로 상이한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병치시킴으로써 생기는 아이러니와 페러독스의 효과를 노린 작품으로 Gaultier의 지적 유희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림 26>은 J. P. Gaultier의 작품으로, 스포츠용 파커와 장갑, 동양적 소재와 형태의 바지, 스킨 헤드의 헤어스타일이 병치되어 공간서의 해체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성의 혼돈과 T.P.O.의 해체, 그라고 이문화적 요소와 반문화적 요소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절충주의이다.

이러한 스타일에는 단순히 무질서와 혼돈을 초월한 통일감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Feldman은 관심에 의한 균형이라 설명하고 있다. 상징들과 뚜렷한 기호들이 일단 작품에 쓰여지면 그것들은 복잡한 감정과 연상을 불러 일으켜, 형태적인 구조와는 무관한 방식으로 지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¹⁶⁹

이와 같은 영역에 대한 공공연한 공격은 이성에 의해 체계화, 관습화, 전형화된 단서들과,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 기능성과 표현성, 남성성과 여성성, 노출과 은폐에 대한 정숙성과 비정숙성, 가치와 무가치 등에 대한 기존의 도덕적 규범화를 파괴하는 것이다. 결국, 최근의 아방가르드 패션은 시간성과 공간성을 부정함으로써 시대 양식, 민족 양식, 개인 양식이라는 장르의 구별을 무의미한 범주로 해체시키고 새로움을 창조하는 진보적 절충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제3절 키치에 의한 좋은 취미의 부정

아방가르드 패션에 있어서 키치의 미적 부적절성 개념은 세련과 고상이라는 고정된 취미에 반격을 가할 수 있는 중요한 창조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키치는 원래 아방가르드의 반의어로 새로움과는 대조되는 진부함을 의미한다. 앞서 2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키치는 아방가르드 예술의 반예술적 충동을 위한 중요한 창조전략이었다. 다다와 초현실주의를 거치면서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키치에서 직접 차용한 다양한 요소와 기술들을 사용함으로써 그들의 전복적인 목표를 효과적으로 성취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아방가르드가 특히 2차 대전 이후 유행이 되었을 때 키치는 가장 섬세한 몇몇 지식인들의 그룹에서 조차 일종의 이상한 부정적인 명성을 향유하게 된다.¹⁷⁰ 이러한 사실들은 고급 예술의 영역에서 키치가 최근 다시 등장하도록 하는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키치는 예술보다 패션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패션은 순수예술보다 대중문화적 요소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전후 청소년 하위문화 집단은 그들의 반항적이고 가치전복적인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키치를 사용하는 충격적인 전략을 사용했고, 이후 이에 매력을 느낀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은 키치의 개념을 가장 중요한 창조전략으로 삼고 있다.

J. P. Gaultier는 키치와 통속문화를 그의 작품에 통합시킴으로써 동시대 패션에서 하이패션과 거리패션 간의 구분의 몰락 내지는 패션과 반패션간의 합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디자이너이다. 그는 1986년 8월 10일자 The Sunday Times지에서 하이 패션의 진지성에 대한 반항으로 키치(Kitsch)와 무절제(excess)와 버려진 것(saste)에 대한 애정을 언급한 바 있다.

"나는 천재가 아니라 단지 드레스 메이커일 뿐이다. 나는 싸구려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것들을 발견하고 섭취하기 위해 늘 내 주위를 둘러본다. 이러한 것들은 내속에서 소화되고 축척되어 있다가 몇 년 후 작품으로 표출된다…."¹⁷¹

이와 같이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은 패션의 전통을 조소하고 그로부터 벗어난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해 대중의 저급한 취미와 키치에 대해 관심을 모으고 하위문화 스타일의 전략을 사용한다.

아방가르드 패션에 나타나고 있는 키치는 근본적으로 미적 부적절성의 개념을 함축한 것으로, 이는 키치 오브제를 직접 사용하거나 키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표현되고 있다.

1. 키치 오브제

키치 오브제란 그 자체로서 키치인 것으로, 여기에는 모조품, 기성품, 낡은 골동품, 폐품, 그리고 비예술적이거나 일상적인 소재 등이 있다.

<그림 27>은 반짝이는 구슬, 비드, 세퀸, 스터드 등의 모조 장신구와 보석의 과도한 장식을 사용한 T. Mugler의 콜셋 수트이다. 진품이 내비치는 은근하고 고상하고 품위있는 광채와는 대조되는 싸구려의 휘황찬란한 번쩍임으로 통속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는 진품의 진지함에 대한 비진지함이 있다.

<그림 28-1>은 안테나, 계산기 등의 기성 오브제를 사용한 Betsey Jonson의 작품이다. 현대 과학 문명의 산물들이 복식의 소재로 등장함으로써 역사적으로 생산된 현대과학의 리얼리티가 환상적으로 자각되고 재현되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문명에 의해 매몰되어 가는 인간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혼돈과 낯설음을 체험하게 한다. 1980년대 초반 이후 Jean Paul Gaultier는 펑크를 도용한 잡다한 혼합이미지를 계속 선보이고 있는데, 통속적인 대중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그는 Schiaparelli의 작품에서 처럼 상징적 오브제와 의복의 물신을 지적 유희의 대상으로 삼고 있고, 인체 위에서 혁명적 기술문화의 시사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상징적 기호의 유희와 하위문화의 기지를 사용함으로써 하이 패션과 거리 패션 간의 구분의 몰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림 28-2>와 <그림 28-3>은 J.P. Gaultier의 High stakes Headdress로 이는 카지노에 몰려 도박하고 있는 돈많은 속물들-단지 온갖 치자에만 관심이 있는 눈이 횡한 여자와 돈과 보석과 도박에 빠진 여자, 술에 취해 있는 음흉한 표정의 남자와 담배피우는 넋이 나간 남자-을 재미있게 풍자하고 있다. 여기서 권총을 머리에 들이대고 있는 모습은 스스로의 타락과 자멸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부착되어 있는 고가의 가격표는 부유한 속물들과 졸부들의 천박한 과시욕을 유희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그림 29-1>과 <그림 29-2>은 모두 폐품이나 비예술적인 소재나 버려진 것들을 사용한 작품들이다. <그림 29-1>은 버려진 구멍난 스타킹과 구겨진 포장용 비닐로 만든 원피스로, Sue Rowe의 작품이다. 도시문명의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표현함으로써 충격을 준다. <그림 30-1>은 낡고 헤어진 옷의 조각들을 모아 꼴라쥬한 Margiela의 Crazy clothes이다. 은박과 포장용 테이프, 그리고 작업용 청쟈켓의 소매부분의 꼴라쥬와 제자리에 놓이지 않은 단추들은 비진지성과 멍청함에서 오는 유머를 느끼게 한다.

<그림 30-1>과 <그림 30-2>는 케케묵은 골동품에 베어있는 향수를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다. <그림 30-1>은 보석알이 다 빠져나가고 없는 녹슨 목걸이고 쾌쾌한 향수를 자아내고 있는 J. P. Jaultier의 패션광고 사진이다. <그림 30-2>는 Martian Margiela의 inside-out으로 페치워크한 니트와 낡고 깨진 골동품 접시 조각을 철사로 엮은 조끼이다. 누덕누덕 기운듯한 페치워크와 낡고 깨져서 버려야 할 골동품 조각에서 나오는 가난과 과거의 이미지는 옛 장인 경제에 대한 짙은 향수를 느끼게 하여 현대의 합리적인 생활의 규율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한다.

2. 키치의 이미지

현대 패션은 성성(sexuality)과 시간성과 공간성에 대한 경계뿐 아니라 고상한 취미(good taste)에 대한 경계의 유희적 위험속에 빠져 있다. 이러한 고상함에 대한 반격으로 아방가르드 패션은 키치 오브제와 더불어 키치의 이미지를 사용한다. 아방가르드 패션이 사용하는 키치 이미지는 크게 가난의 이미지와 통속적 이미지와 배열과 착장에 의한 키치효과 등이 있다.

가는의 이미지는 전통적으로 지적 예술적 보헤미안의 반항적 스타일로, 히피와 펑크의 중고 스타일(second-hand dress)를 통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었으며, 이후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의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표현의 주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가난의 이미지는 외모의 더러움에 감춰진 진실을 더욱 진실된 것으로 승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었다. J. P. Gaultier는 하이패션의 비용을 비난하기 위해 하위문화의 패션을 사용하여 도시와 시골의 차이를 조롱하는 Aran dress를 발표했다. Evans & Thorton은 패션의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하위문화의 스타일이 디자이너 패션에 침투하여 흡수됨으로써 적법화되었다고 언급한다.¹⁷²

<그림 31>, <그림 32>, <그림 33>는 모두 가난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그런지룩이다. <그림 31>은 주름이나 구김에 의한 가난의 이미지와 사선의 위기감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그림 31-1>은 Kuji Tatsuno의 보헤미안 이미지로 화로 밑창같은 목걸이, 손으로 염색했는지 아니면 탈색되었는지 모를 퇴색한 색조의 구겨진 옷, 그리고 빨간머리에 검은 눈밑을 가진 가난한 여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잘 갖춰 입지 않음에서 오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진실미를 역설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림 31-2>는 머스카당의 위기감이 느껴지는 John Rocha의 작품이다. 헝클어진 머리와 횡한 눈, 좁은 어깨에 구겨진 쟈켓의 급격한 사선의 여밈에서 가난과 두려움의 위기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