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crobbie는 이와 같이 과거와 이문화에 향수를 느끼는 하위문화 스타일의 출현에 대해 F. Jameson과 J. Savage의 포스트모던 논의에 힘입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하위문화의 눈에 내비친 사회의 부조리한 측면과 이로 인한 미래에 대한 신념의 상실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눈으로 현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재점검할 수 있는 문화를 낳았다. 현 사회는 진지한 이미지나 의미 혹은 방향을 제시할 수가 없으므로, 여기서 생기는 문화적 괴리는 혼성모방(pastiche)으로 재도입되는 옛이미지와 문화적 골동품으로 채워지게 된다. 향수는 신념적으로 과거를 재창조하고 그런 신화적 표현에 탐닉하고자 하는 욕구이며 특정 시기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여러 역사적 순간들이 무작위로 혼합된 것 같은 중고 스타일은 본질적으로 향수도 아니고 깊이도 없는 것이란 비난을 받을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의 낡은 스타일은 기성세대의 심각성에 대해 과장이나 유머등으로 기존의 복식관례를 거부함으로써 오히려 세련됨과 제멋대로의 억제할 수 없는 낙관주의를 나타내고 있다."137
이와 같이 과거와 이문화에 향수를 느끼는 히피의 중고스타일은 이후 펑크에 의해 더욱 노골적으로 가시화되었고, 이는 현대 패션에서 키치(Kitsch)가 미적으로 예술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그림 8>.
1970년대 중반에 이르면, 사회 계층과 성과 인종차별에 대한 무언의 항거, 기성세대가 독점한 사회에서의 좌절,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야망의 포기 등의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이전의 하위문화들보다 더욱 가시적이고 노골적인 외모로 표출하는 펑크(Punks)가 등장한다. 이들은 계급과 성과 인종에 관련된 외모를 결정짓는 단서들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전통적인 하이패션이 추구하는 좋은 취미, 고급스러움, 자연스러움 등의 관습적인 미를 자기반어적인 방법으로 거부함으로써, 패션에 부과되어온 모든 의미들을 분열시켰다.138
남녀의 성관념에 대한 부정은 19세기 중반 댄디에 의해 자의식적으로 수행된 이래, 양대 세계대전 후 형성된 많은 청소년 하위문화 집단들에 이르러 가장 강력하고 극단인 방법으로 가시화되었다. 1940년대 런던의 젊은 노동계층 남성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테디 보이(Teddy Boys)는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감을 해소하기 위해 외모에 무관심하다는 남성성의 규범에 대한 도전으로 의복에대한 페티시즘을 성취한 댄디집단이었다. 그들의 스타일은 벨벳 칼라를 단 좁은 콤비 코트, 밀착된 좁은 바지, 플레어 쟈켓, 딱딱한 모자, 그리고 우산의 에드워드풍으로, 신사인척하는 사람들의 직선적 쟈켓(strait-jacket)에 대한 반항의 형태였다.139 테디 보이를 이은 모즈(Mods)는 다른 남성들의 존경을 받기 위해 '동성 연애적 요소'를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스타일은 Chanel이나 Cardin의 여성 패션과 유사했다.140 남성은 페티시즘을 통해 여성다운 스타일로, 여성은 유니섹스 룩을 통해 남성다운 스타일로 성의 혼돈을 초래했으며, 이는 여성 해방(Womaen's Liberation)과 남성 해방(Gay Liberation)을 가져왔다.141
펑크(Punks)는 이전의 많은 다른 하위문화들보다 훨씬 더 가시적이고 과격하고 파괴적인 방법으로 성과 계층을 구분짓는 가치규범과 관련된 외모를 결정짓는 단서들을 방해했는데, Boy George의 화장법은 펑크에게 각광을 받았고, 루이 14세의 페티코우트 브리치 이후 영국의 민속복인 Kilt에서만 볼 수 있었던 스커트를 New Punk는 기꺼이 입고 있다.142 <그림9>는 하위문화의 성의 혼돈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그림 9-1>은 남장한 여성 펑크이고, <그림 9-2>는 여성적 장식을 한 David Bowie의 모습이다.
D. Hebdige는 그의 저서 The Meaning of Style에서 펑크 스타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M. Duchamp의 '레디 메이드'-산업 오브제를 예술이라 명명함으로써 그것에 예술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질적으로 승화시킨 것-와도 같이, 가장 비예술적이고 부적절한 아이템들-핀, 플라스틱 집게, 텔레비전 부품, 면도날, 탐폰-이 펑크의 패션 혹은 반패션(unfashion)에 수용되었다. 또한 화장실 체인, 안전핀, pvc, 플라스틱, 루렉스 등의 값싸고 쓰레기 같은 재료와 더러운 색상을 사용한 저속한 디자인으로 반자연주의의 진보적인 제스춰를 취함으로써 현대성(modernity)과 취미*taste)에 대한 자의식적인 면을 나타내었다."143
E. Wilson은 이와 같은 Hebdige의 이견에 동조하면서, 펑크 패션은 예술의 모더니즘에 상응하는 패션의 진정한 모더니즘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144<그림 8>은 키치 오브제를 이용한 펑크의 차림이다.
1960년대 이후의 아방가르드 패션은 양대 세계대전 이후 활발히 등장한 청소년 하위문화와 대중문화-팝 아트-를 그 표현의 주제로 선택함으로써 동시대의 가치관에 대한 거부를 나타내었다. 이러한 패션 현상은 히피 등의 이문화 또는 반문화(subculcure)에 대한 영국 사회학자들의 이론에 힘입은 미술사가 Tomas Crow의 아방가르드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아방가르드란 도회의 변두리 반문화(marginal subculture)에서 예술적 형태를 발견하고 그를 재생하고 재발명하는 것으로 그 위상이 성립되었다.145 즉 아방가르드는 그들이 대중문화와 소수의 저항적인 반문화의 산물들을 선택적으로 작품화하면서 그것이 다시 문화산업에 의해 대중문화로 흡수되는, 즉 반문화와 문화산업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1960년대 미니스커트의 대명사로 알려진 Mary Quant는 청소년 하위문화, 특히 모즈(Mods)의 패션에 심취해 그들의 패션을 통해 이제껏 창조되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를 대중적인 미로 승화시켰다<그림 10>.146 미니는 mod-girl 이미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부분이 되었고, 충격적인 짧은 길이의 미니는 의복에서의 큰 자유와 기분 전환의 상징이 되었다. Tweegy, Jean Shrimption, 그리고 Peneloe Tress 등의 소년같은 모델들은 mod-girl look의 전형이었다.147 Paco Rabanne은 종래의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관중으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과 충격적인 미를 전달하기 위해 플라스틱 제품의 옷, 금속의 메달로 연결된 옷, 거대한 플라스틱 이어링, 가짜 속눈섭과 가발 등을 이용한 저속한 디자인의 팝 패션을 선보였다<그림 11>. 싸구려에 유치하며 쉽게 소모할 수 있는 거대한 모양의 플라스틱, 비닐제품, 쇠붙이 등의 위조품과 모조 장신구 등은 세련된 미에 익숙해 있는 기성인들에게는 기대치 못하였던 문화충격이었다.148 히피는 1968년 이후 패션계의 관심을 과거와 동양 문화로 옮기는데 기여했다.149 Yves Saint Laurent은 히피운동에 자극 받아 아프리카풍과 동양풍의 유연하고 편안한 의복을 내놓기도 했다.150 영국의 Zandra Rhode는 펑크의 허무주의적 미감을 하이패션에 도입한 대표적인 디자이너이다<그림 12>. 그녀는 안전핀이나 면도날, 쇠줄의 액세서리, 지프, 찢어서 낸 구멍, 그리고 죽음을 상징하는 검정색 등으로 인위적이고 파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
1970년대 중반 이후는 런던 거리와 일본 디자이너들의 출현에 의해 패션과 미에 대한 모든 규율이 파괴되었다. Kenzo, Issey Miyake 등의 일본 디자이너들은 하위문화 스타일을 대변하는 펑크의 창조적 아이디어에 제 3세계의 요소를 도입시킴으로써,151 획일적인 서양의 절대적 이상미를 효과적으로 파괴했다. 이후 대부분의 아방가르드한 디자이너들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업해 오고 있는데, Westwood와 Gaultier는 펑크와 통속적 대중문화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그 의미를 하이 패션에서 재해석하는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들이다.
하위문화 스타일은 본질적으로 지배문화에 대한언어적 행동적 항변을 하는 소수 계층의 표시였고 그들에게 있어서 의복은 중요한 가시적 언어였다.152 그러나 1960년대 이후 하이패션과 하위문화의 패션과의 관계는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의 중개적 역할로 인해 지배문화에 대한 저항문화로서의 하위문화 스타일의 기능은 본질적으로 모호해졌고, 그 기능이 오히려 하이 패션에게 끊임없는 호기심을 일으키고 디자인의 소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2. 아방가르드 패션의 내적 의미와 외적 형식
이상의 내용을 살펴 보면, 아방가르드 패션은 부르주아 모더니티, 즉 부르주아의 위선적 도덕성과 산업사회의 규격화된 가치체계와 비인간화에 대한 반전통적인 반항적 스타일로 시작되어, 변화하는 시대감각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패션자체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의 혁신적인 스타일과, 패션으로 자신들의 사회적, 정치적, 미적 가치관을 표현하는 하위문화의 반항적 스타일로 발전하였다. 아방가르드 패션은 이전의 획일적인 서양의 이상미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미를 창조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복식미를 규정해온 중요한 전통의 요인을 부각시키고, 이러한 복식미의 규범과 기존 가치체계의 한계성에 대한 끊임없는 부정의 작업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방가르드 패션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전통적인 성의 양분법을 부정해 왔다. 산업혁명 이후의 부르주아 사회는 역사상 남성과 여성의 성차가 가장 극대화된 시기로, 성의 이분법이 당시 남성복과 여성복의 구분을 엄격하게 했다. 또한 이 시기의 금욕주의적 도덕성은 성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을 부도덕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에 인체와 성을 악한 것으로 규정했다. 당시의 지적 엘리트인 댄디는 대남성 포기로써, 라파엘로 전파주의자들은 콜셋의 폐기와 정숙한 예의바름을 포기함으로써 부르주아의 위선에 대응했다.이후 19세기 후반 여성의 자의식의 확대와 사회진출의 증대는 여성의 패션에 있어 성관념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흐름은 20세기 초반 Poiret와 Chanel로 이어져 여성복의 남성화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Poiret가 여성성의 개념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다면 Chanel은 여성성에 대한 거부를 요구했다. 이러한 성구분의 부정은 당시 여성 패션의 이미지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고, 이후의 아방가르드 패션은 성성의 거부로부터 성의 양극단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단계의 양성적 이미지들의 가능성들을 시험해오고 있다.
둘째, 전통적으로 서양의 복식은 인체가 의복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지만, 아방가르드 예술과 패션의 영향으로 의복은 그 자체의 이상적인 형태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인체의 성차를 강조하던 복식의 형태는 그 자체의 순수 조형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Poiret, Chanel, Dior 등은 복식에 있어서 인체의 형태에 대한 합리적인 인식과 그에 기초한 복식의 형태상의 변화로부터 순수조형으로 미적가치의 방향을 전환시킨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이다. 1970년대 이후 등장한 일본의 여러 신예 디자이너들은 서구의 합리적 사고와 전통이 배제된 무정형성, 무치수성, 무계획성의 패션을 선보임으로써 전통적인 서양의 복식미를 파괴했다.
셋째, 아방가르드 패션의 획일적인 서양 이상미를 거부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태도는 역사와 이문화와 여러 하위문화들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켰고, 이는 미의 상대주의를 낳았다. 이로 인해 상이한 역사적 양식과 요소들와 다양한 주변문화 스타일의 양식과 요소들이 패션에 자유롭게 이용되었다. 중세와 그리스 로마의 고전주의를 찬양하면서 당시 복식의 비미적임을 비판한 19세기 중반 라파엘로 전파주의자들을 위시한 유미주의자들의 미적 복식 이래로, 아방가르드 패션은 역사적 양식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켜 왔다. 20세기에 부각되고 있는 주변문화 스타일은 직접 하이패션에 도입되거나, 하위문화의 반항적 스타일의 형성에 영향을 주어 그것이 다시 대중문화로 흡수되는 두 경로로 서양 패션에 도입되었다. 20세기 이전의 아방가르드 패션은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 미를 찾고자하는 노력에서 역사적 양식과 민족적 양식에 관심을 보였던 반면, 20세기 이후의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은 획일적인 서구적 전통미를 거부하고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해, 또 여러 하위문화 집단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반항을 표명하기 위해 역사적 양식과 여러 민족적 양식을 도입했다.
넷째, 아방가르드 패션은 반문화와 대중문화와 키치를 수용함으로써 새로움을 추구했다. 19세기 초의 엥끄르와야블과 메르베이웨즈는 극도의 치장으로 인한 난잡하고 기묘한 패션을 선보임으로써 이전의 복식과는 판이하게 다른 과감한 난잡하고 기묘한 선을 선보임으로써 이전의 복식과는 판이하게 다른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사적으로 볼 때 반항적이고 낭만적인 보헤미안의 패션은 전통적인 아름다움이나 고상함을 거부하고 꾸미지 않은 추레함과 가난의 진실미를 추구했다. 이러한 경향은 전후 청소년 하위문화 스타일과 팝패션에 진실미를 추구했다. 이러한 경향은 전후 청소년 하위문화 스타일과 팝패션에 이르러 가장 극단적으로 가시화되었다. 히피는 가난한 누더기 의상을 채택하여 전통적인 중산층의 말쑥함을 부인하고 물질적 풍요를 공공연히 비난함으로써 좀더 상위의 진실을 찾고자 했다. 펑크들은 가장 비예술적이고 부적절한 요소들을 수용한 저속한 디자인으로 반자연주의의 진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를 통해 절대적인 미에 대척되는 모든 것들이 미의 차원으로 승화되었다. 이러한 반위계적 상대주의는 좋은 취미와 나쁜 취미, 하이 패션과 거리 패션, 패션과 반패션이라는 전통적인 복식미의 위계구조를 파괴해왔다.
다음은 19세기 이후 아방가르드 패션에 대한 사적 고찰을 통해 파악된 아방가르드 패션의 특성을 내적 의미와 외적 형식으로 간략히 정리한 도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