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과 '87년의 대통령선거에 광고회사가 일부 참여한 이래 우리나라도 서서히 정치의 광고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민당은 '92년 2월 19일부터 3월 5일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일련의 정책광고를 신문에 내보냈고, 3월 23일에 '정대표 입이 그렇게 무서운가'라는 제목으로 한 차례의 성명서 발표, 3월 26일 선거 후 사례광고 등을 순차적으로 신문지상을 통해 내보냈다. 그 사이(3월 17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하에 현대 임직원 이름으로 된 성명서가 역시 신문에 개제돼 국민당과 현대를 한덩어리로 묶어서 보는 측에서는 이 역시 국민당 광고캠페인의 한 줄기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국민당의 광고활동에 대해 상당히 떠들썩했지만 엄격히 광고를 분류해볼 수 있는 활동은 위에서 언급한 것이 전부다.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 선거법상 허용되는 기준에서는 최대로 광고(타 정당은 허용기간중 1,2회 정도)한 것이 되는 셈이다.

즉, 선거일 공고 후 D데이까지의 17일 동안에는 일체의 광고활동 금지, 전파광고의 원천적 금지(14대 총선을 기준)라는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사실상 성명서라는 형식과 타 집단의 이름을 빌어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했다'는 것이 국민당의 광고전략을 바라보는 광고 업계의 시각이다.

얼마 남지 않은 날짜 수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각 정당 승패의 관건이었다. 이 점은 광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정당 설립 후 얼마 되지도 않은 신생 국민당으로서는 광고는 믿어볼 수 있는 유일한 차별화의 도구이기도 했다.

국민당은 광고전략 수림 및 집행을 유수의 상업광고회사인 금강기획(현대그룹의 하우스에이 전시)에 맡겨 진행했는데, 정당에서 상업광고 대행에 준하는 요금 일체를 지불한 최초의 거래였다고도 하는데, 차별화를 최우선 목표로 한 국민당 광고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주영 대표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 경제정책 캠페인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정치광고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캠페인성 광고였다는 점이 타 정당의 광고를 맡았던 대행사에서도 인정하는 성공요인이다.

그러나 '中小企業을 産業의 중추로 育成한다'는, 한자를 섞은 헤드카피를 앞세운 정책광고 ①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뒤이어 바로 "관치금융은 철폐되어야 합니다"라는 간단한 헤드카피에 역시 간단명료하고 시각적으로 정리된 '우리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류의 서브카피 및 다소 경제 분야의 전문적인 냄새가 나면서도 평이한 어휘로 구성된 바디카피를 충분한 여백과 함께 배열하고, 마스코트인 호돌이를 헤드카피의 메시지와 연결시켜 그려 넣음으로써 광고의 컨셉트 자체를 유권자들이 '먹기 좋게' 변경했다. 어떤 의미로 정치광고에서의 디자인시대 개막이라고 볼 수도 있는 현상이었다.

이후의 국민당 정책광고 캠페인에 일관있게 적용된 이러한 새 컨셉트는 정치광고가 '딱딱한 정책 주입'이라는 이미지를 다소 불식시키면서 정당의 광고물동을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는 본격적인 정치마케팅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하나의 성공요인을 보탠다면 캠페인성으로 진행되면서 9대 일간지에 동시 게재됐을 만치 엄청난 물량공세다. 한 일간지에서는 30억원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일간지에서는 50억원으로까지 올려서 추정하기도 한다. 과연 재벌이 대표로 있는 정당답게 기존 정당에서 감히 생각지도 못할 정도의 과감한 광고비 투자를 한 셈이다. 그러나 이 점, 냉철하게 볼 때 국민당으로서는 자신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으로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⁵⁹⁾.

수퍼스타 정주영 캠페인으로 일관한 통일국민당의 홍보전략은 매체전략에서 치밀함이 돋보였는데, 특히 선거광고에서 신문광고의 위력을 실감케 하였다.

국민당의 인쇄매체 캠폐인은 전과매체 노출량의 제한으로 타당들의 매체전략에도 큰 변수로 작용하였다.

정부 각 부서에서는 자신들의 행정방침을 차근차근 설명한다든지, '이런 점이 개선되고 있습니다'는 식의 희망적인 행정의 성가를 광고 형식으로 게재하였다. 스스로 인정하든, 하지 않든 이런 현상이 '국민당 광고의 영향'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며, 각 정당이 공히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선을 준비하는 새로운 형태의 장기적 이미지 작전이었다.

신문매체의 정력적인 활용 사례를 보던 경제지에 "중소기업 회생 정주영이 책임지겠습니다" 스포츠지에 "체육발전 정주영에게 맡겨주십시오", 지방지에 "정주영의 10가지 약속"으로 전개되는 '정주영 역할론' 등 목표집단을 세분화한 인쇄매체 전략은 구체성이 돋보였다⁶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