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대상

인간 스스로가 동물이듯이 인류의 역사를 통해 동물은 인간과 계속 관계를 가지며 공생해 왔다. 원시의 토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은 동물에 대한 憧憬과 敬畏의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인간이 실현할 수 없는 理想과 현실적인 祈願등을 동물의 힘을 빌어 실현해 보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건국신화에 곰, 호랑이 등이 등장, 한국인이 동물을 神聖視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동양에서 쓰고 있는 12가지 동물의 12地神으로도 인간의 동물에 대한 인식을 잘 알 수 있다.

물론 인간의 동물에 대한 인식은 문화와 전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지금도 서구문화권에서는 개나 고양이 등을 인간과 아주 친한 애완동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 점차 의식이 약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사육되어지는 동물로 받아드려지고 있다. 동물학대를 법으로 금하고 보호단체를 조직하는 서양인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개가 땅을 파면 주인이 죽는다', '부엉이가 울면 초상난다'는 등 수많은 동물에 관한 俗信으로 동물을 오래 기르는 것을 禁忌視하고 있다.⁴⁷⁾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각 문화권의 역사적 전통과 사회적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고에서의 기본 전제이기도 하다. 활발한 문화적 교류와 소비시장의 세계화로 커뮤니케이션 채널 역시 점차 유사성을 지니게 되어 가고 있다. 광고에 있어서도 미국에서 방영되는 TV광고가 문화적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드려 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점에서 보면 광고에 나타난 동물상징 역시 인간정신의 보편적인 인식에서 나타나는 것들이 있겠고, 文化的 傳統이나 神話에서 기인한 것도 있을 것이다.

광고표현에 있어 동물 Beast은 여자 Beauty, 아기 Baby와 함께 인간의 호감을 불러 일으키는 3B로 통한다. 실제로 광고제작에 있어 이 세가지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 들이고 호감을 형성하는 소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물론 단순히 시선을 끌어 들이는 이상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동물의 경우에도 단순히 인간의 잠재의식을 이용, 주목을 끄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메세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등장하는 상징일 수도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렇게 동물을 통해 의도하는 메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광고물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또한 단순히 동물과 연관된 제품의 광고 역시 연구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다. 예를 들면 개먹이용 통조림 광고에 등장하는 개라든지 수족관 광고에 등장하는 물고기같은 경우이다.

또한 광고는 크게 TV, 라디오 등 전파광고와 신문, 잡지 등 인쇄광고로 나눌 수 있는데 본고에서는 신문과 잡지 즉, 인쇄광고를 연구대상으로 한다. 이는 전파광고가 一過性에 그치는 반면 인쇄광고는 독자가 그 매체를 보는 동안 지속적으로 메세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상징이 순간적으로 쉽게 파악되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쇄광고에 더욱 많이 활용되어 지고 있는 이유에서고, 표현되어진 상징성 역시 인쇄광고의 경우 더욱 명확하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는 한국과 일본 광고를 연구대상으로 하는데 일본광고의 경우 문화적 전통의 색채와 서구적인 광고표현 방법이 공존하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광고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광고 선진국으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기도 하다. 현실적으로도 광고에 상징을 사용하는 경우가 국내광고 보다 월등히 많으며 그런 점에서 우리 광고의 방향을 모색하기에도 좋은 예가 되리라 믿는다. 즉, 동일한 동물상징 광고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효과적인 표현방법을 찾을 수도 있으며 차이점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그 원인을 추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텍스트는 국내광고의 경우에는 월간 광고 축쇄판인 『AD.BRAIN』의 최근 6개월호(1992년5월호부터 10월호)이며 각종 일간지, 잡지, 광고회사 사보 등을 보조 텍스트로 활용하였다. 일본광고는 일본의 대표적인 광고디자인 연감인 『日本 アドプロダクション 年鑑』 28호('91년 발행)와 29호 ('92년 발행), 우수한 광고 카피를 중심으로 광고제작물을 모아 놓은 광고 연감인 『TCC廣告年鑑』⁴⁸⁾ '91년호를 기본으로 하고 일본의 인쇄광고를 가려 뽑아 월간으로 발행하는『月刊 アドフラッシュ』91년1월호부터 93년 9월호를 보조텍스트로 사용하였다.

2. 분석 방법

상징을 둘러싼 여러 학문 분야에서의 논의로도 알 수 있듯이 문학이든 사회현상이든 그 상징성을 분석하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인간의 무의식에 기초해 인간의 잠재의식으로 사물의 상징성을 찾을 수도 있으며 원시 토템에서 비롯된 각종 신화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현대비평의 흐름에 있어 특정한 主義는 그 영역의 분할이 모호할 정도로 상호 차용되고 융합된 형태로 존재한다. 특정한 현상에 대한 한가지 主義의 분석은 더이상 무의미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기존의 광고에 있어서의 상징성 연구는 기호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현재도 그러하다. 기호학 역시 새롭게 창조된 학문분야가 아니라 構造主義, 精神分析學 등 다양한 학문과 분석방법들이 합쳐져서 형성된 분야이고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기호학의 연구 방법들은 학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 기호학이 텍스트의 총체적인 의미분석을 근간으로하고 상징은 그 의미분석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호학의 연구방법론을 모두 본고에 적용시키는데는 한계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궁극적으로 본고에서 살펴보고자하는 광고에 나타난 동물의 상징성은 무엇인가를 대신해 사용된 동물의 내포적 의미를 해석해 내는 일이고 그러한 해석은 특정 문화의 지식체계를 토대로한다는 점에서 기호학 중에서도 C.Levi-Strauss의 神話分析을 기초로한 구조주의적 접근방법이 가장 타당하다고 하겠다. 문화의 의미체계를 과학적으로 밝히고자하는 이러한 의미포착 방식은 광고라고하는 구체적인 것과 심층의미라고 하는 추성적인 것의 교량으로서 기호학의 채용은 그 가치를 지닐 수 있게 된다.⁴⁹⁾

구조주의의 방법론은 레비-스트로스의 신화분석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와 二項對立 binary opposition을 이용, 구성요소의 의미를 변형하여 최종적으로 심층 의미를 집약해 내는 방법이다. 대립은 상징의 세계를 양극화시켜 주는 논리적 고안물로 연구하고 있는 현상을 두 개 이상의 용어들간의 項目들의 관계로서 정의하고 이들 항목들간의 '가능한 順列圖表 a table of possible permutations'를 만들며 이 도표를 분석의 일반적인 대상으로 삼아 이 수준에서 필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⁵⁰⁾

일본의 경우에도 '80년대 초에 결성된 ADSEC(廣告記號論 硏究會)회원들을 중심으로 광고기호학에 대한 많은 논문들이 발표되었는데 이들의 주된 광고분석 방법 역시 이항대립의 분석방법이다.⁵¹⁾

기호학의 구조주의적 방법론이 광고에 있어서의 상징성을 규명하는데 적합한 방법론이라 하더라도 실제 광고에 나타나는 상징은 그것이 동물 자체의 생태적 특징에서 기인할 수도 있고, 신화에서 비롯된 어떤 원형의 변형된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며 프로이드의 지적대로 어떤 인간의 잠재적 욕구에서 비롯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광고에 나타난 동물의 상징성을 규명함에 있어 그 분석방법은 다분히 그 광고텍스트의 의미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 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잠재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精神分析學的 方法論이 타당한 것이며 우리나라의 고유한 고대 신화나 문화적 전통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神話的 方法論이 합당한 것이다.

3. 연구 결과

실제 광고에 나타난 동물은 제한적이다. 동물 상징 광고의 종류는 크게 포유류, 조류, 어패류, 파충류, 곤충류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포유류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조류, 어패류 순이다. 포유류의 경우 인간과 친근한 개, 고양이와 맹수류인 호랑이, 치타 등이 등장하고 코끼리나 기린도 눈에 띤다. 鳥類의 경우에는 그냥 새로만 등장하는데 특정 새의 구별없이 새라는 사실 만으로 상징이 되기에 충분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어패류 역시 대부분 물고기로 특정한 어종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특이한 형태로 동물상징이 사용되는 경우로 幻想의 동물과 架空의 동물을 들 수 있는데 전자의 경우는 龍, 해태 등을 들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는 새모양을 한 인간이나 물고기 모양을 한 자동차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각각 새와 물고기의 상징성과 다름아니기 때문에 같은 동물 안에서 그 상징성을 살펴도 될 것이다.

그럼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동물을 중심으로 그 상징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개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이 있다면 바로 개일 것이다. 그것이 개가 독립된 사회를 형성하지 못하고 인간에게 사육되는 가축이기 때문이고 개는 그렇게 인간 사회에 가담하는 인간의 일부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개는 인간의 일부이며 인간의 친구이긴 하지만 인간에게 구속받고 있는 不自由스러운 친구인 것이다.⁵²⁾

<그림7>의 컴퓨터 프로그램언어 광고에서 볼 수 있듯이 개는 인간의 친구로 서로 의사소통을 필요로 한다. 즉 자사의 프로그램 언어는 개와의 원활한 커니케이션처럼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개는 단순히 인간의 친구라기 보다 인간의 명령을 알아들어야하는 피동적인 존재이다. 반면 <그림8>의 주택광고에서 개는 인간과 동일시된다. '집은 점점 살기편해지고 있다'는 캐치프레이즈와 '개의 날에, 인간의 가족'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알 수 있듯이 여기서 개는 인간과 동일한 존재로 받아드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림9>의 은행지점 광고에서 개는 인간과 함께 산책하는 친한 친구이다. '曾根崎警察 남쪽, 당신의 산책코스에 長銀이 있습니다'라는 카피로 되어 있는데 그림은 산책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마리의 개이다. 즉, 이 개가 등장함으로써 함께 산책하는 사람은 자연히 연상이 가능한 것이다.

개가 인간과 함께 하지만 인간에게 구속당하고 있는 동물임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인생의 멋이나 여유를 테마로한 패션광고이다. <그림 10>의 남성복 광고에서 남자는 여유있는 미소로 인생을 즐기고 관조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반면 개는 그의 손에 감싸여 움직일 수도 없는 부자유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레비스트로스의 이항구조로 보면 개는 부자유, 사람은 자유를 즉 인간은 여유를 즐기고 멋을 내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지만 개는 그 옆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임을 대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동양적 사고에서 개는 천한 동물로 대접받으면서도 매우 충실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것은 監視人과 淸掃夫라는 이중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⁵³⁾ <그림11>은 NEC의 대기오염감지 시스템 광고인데 '365일, 24시간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당번 개가 있다'라는 카피로도 알 수 있듯 이 개는 인간을 도와주는 감시의 동물이다. 이런 이유에서 개는 인간과 함께 하며 주위를 살피는 충견의 상징성을 갖는다.

반면 개가 <그림12>와 같이 여성 관련제품에 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대부분의 개는 지금까지와의 의미와는 달리 남성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성인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하이패션이나 화장품의 경우에 많이 등장하는데 이 경우 개는 몸집이 큰 사냥개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개라는 의미보다 짐승 내지 野獸의 넓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며 프로이드의 '꿈의 상징'에서 알 수 있듯이 야수가 지니고 있는 성적 흥분, 거친 충동이나 情欲을 상징한다. 이 광고의 경우 여자는 악기를 연주하고 개는 헤드폰을 끼고 있는데 여성우월적인 이미지를 대립적으로 상징화시켰다고 하겠다. 즉 여성의 자유스러운 자기연출과 그것을 감상하며 즐길 수 밖에 없는 피동적인 남성을 개, 헤드폰, 악기 등을 통해 기호화하였다.

(2) 고양이

예로부터 고양이는 神的이면서도 惡魔的인 동물로 여겨졌다. 실제 고양이는 개와 같이 인간에게 사육되어 지는 대표적인 애완동물의 하나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집에서 기르는 것뿐만 아니라 들에서 자라는 야생들이 많으며 호랑이와 생김새도 비슷하고 습성도 비슷한 같은 科에 속하는 동물이다.

공격적이고 잔인한, 독립적인 동물이면서 애무받기 좋아하고 나른해하는 등 그 습성만 보아도 모호하다. 그래서 인지 고양이는 오랜 옛날부터 불길하고 때로는 유익한 모호한 규정을 지닌 靈的인 동물로 여겨졌다.⁵⁴⁾

광고에 나타난 고양이는 대부분 그것이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쓰여지고 있다. <그림13>의 히타광고에서 고양이는 아주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잠을 자고 있다. 고양이는 타고 나면서부터 찬것을 싫어하고 더운 것은 염려하지 않는 습성을 갖고 있는데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 따뜻한 벽난로 곁에는 항상 고양이가 앉아 있고 우리나라 속담에도 '얌전한 고양이 부두막에 먼저 올라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양이와 따뜻한 이미지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벽난로 옆의 고양이는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 하고 있는 것이며 이런 점에서 고양이는 인간과 유사성을 갖는다. <그림14>는 東京의 合同防災訓練 광고인데 안전모 속에서 편하게 잠을 자는 고양이를 통해 인간의 편안함과 안전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두가지 예 모두 고양이는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친숙한 동물임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충실한 개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