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시각언어의 역할은 광고에서 상징·기호의 역할로 접근하면 이해가 쉽다. 기호학의 피어스에 의하면 기호현상은 '무엇을 대신하는 무엇과, 무엇으로 대신 당하는 무엇과, 그 대신함을 아는 무엇'의 3자 관계 안에서 역할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한 사회 내에서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광범위하게 설명하는 기호학과 상징적 상호 작용론은 인간의 행위와 상징과 의미를 통해서 수행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인간화되며 자아가 형성되고, 사회적 역할을 파악하게 된다는 기본 입장과, 이를 규명하려는 연구 방법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 상징적 상호 작용론²⁶⁾

상징적 상호 작용론은 허버트 미드(G. Herbert. Mead)에 의해 시작되었다. 미드는 1934년에 편찬된 "Mind, Self and Society"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사상과 이론을 전개하였다.

그는 인간의 정신을 하나의 사회과정이라고 이해하며 인간의 대부분의 행위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세심한 정신과정에 의해 중재 된다고 본다. 하나의 상징이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그 배경에 비추어서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 실제, 인간에게는 상황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또 각 상황에 맞는 특정의 상징이 갖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신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의미 있는 상징을 공유하는 일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며, 또 의미 있는 상징이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 적으로 같은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 그리고 그 상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그에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마찬가지의 흥미를 지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상징적 상호 작용론자들이 주요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사회화이다. 종전의 사회학자들은 사회화를 인간이 단지 사회 속에서 생존하는데 필요한 것들, 예를 들면 문화나 역할 기대를 학습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했지만, 상징적 상호 작용론자들에게 있어서 사회화는 인간이 사고능력을 발전시키고 인간다운 독특한 길을 발전시키는 보다 동태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즉, 그들은 사회화를 행위자가 자신의 욕구에 따라 정보를 형성하고 적용하는 동적인 과정으로 본다.

상징적 상호 작용론에 의하면, 사회란 유의적인 기호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형성되고 유지되며, 기호에 의해 질서가 유지된다고 한다. 즉, 사회란 인간의 상징을 통한 상호 작용을 통해서 해석·구성되며, 창조되어지는 세계이며 이것이 바로 문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상징적 상호 작용론자인 체논(Charon)은 상징의 기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상징은 인간이 물질적·사회적 세계에서 부딪치는 대상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범주화하여 기억하게 해준다.

둘째, 상징은 인간의 환경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

셋째, 상징은 인간의 사고능력을 향상시킨다.

넷째, 상징은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킨다.

다섯째, 상징은 인간에게 시간과 공간, 심지어는 자기 자신까지도 초월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

이러한 의미와 상징의 학습은 일반적으로는 상호작용을 통해, 특수하게는 사회화를 겪는 동안에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간은 외부로부터 자신에게 강요된 의미와 상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으며, 상황에 관한 자기 자신의 해석에 기초해서 새로운 의미를 형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자기 자신의 해석은 자기 임의성을 갖고 있으나 그 안에 일정한 규칙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커쉬만(D. Cushman)은 이와 같은 규칙이 기호화(encording) 과정과 해독화(decording) 과정의 안내자로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²⁷⁾

또한 상징적 상호 작용론의 이론적인 기본 전제로 "인간의 행위와 상호작용은 상징과 의미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이 전제는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중요항목을 설명하는 말로서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사고능력은 의미와 상징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훈련·형성되며, 상황에 맞춰 그 의미와 수정,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능력은 가능한 여러 행위의 경로를 검토하고 유익함과 불리함을 평가하며, 그 중 하나의 행위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행위와 상호작용이 뒤얽힌 여러 가지 유형이 여러 종류의 집단과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단순히 사회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형성에 작용하고 있다.

2. 광고제작자의 제작의도와 기호화

일반적으로 광고제작자는 상품의 판매촉진을 위해서, 수용자의 구매의욕을 자극하기 위해 어떤 사실 또는 정보를 확대·강조·축소·삭제하는 재구성 방식을 통해 수용자에게 의미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러한 광고 제작자의 의도성에대해 바르트(Berther)는 "광고에 있어서 시각언어의 의미작용은 의심 할 바 없이 의도적이다. 때문에 광고 메시지의 시각언어는 그 상품의 특정 속성에 의해 우선적으로 형성되며, 이들 시각언어 내용들은 가능한 명료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그 이미지가 시각 언어들을 포함하고 있다면, 우리는 광고에 있어서 이 시각 언어들이 최적의 해독을 목적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²⁸⁾고 지적한 바와 같이 광고제작자의 제작의도와 기호화의 결정체인 시각언어는 고유의 문법적 규칙과 형식적 특성을 갖고 있으며, 많은 부분은 표준화되고 반복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광고제작 의도의 시각화는 제작자나 수용자의 문화에 토대를 둔 어떤 종류의 관례나 의미를 바탕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²⁹⁾

이런 측면에서 광고 제작자들은 늘상 다른 시각언어에 대한 이미지의 의미작용, 이미지의 배치, 어떤 메시지의 선명한 지각작용 등에 환심을 갖게 된다. 광고제작자의 시각언어 선택은 시대에 따라 강조점이 변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그 당시의 인간 수용자 본성에 대한 이해 즉, 마케팅 이론·심리학 커뮤니케이션 이론·예술이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또한 "광고제작자가 속한 준거를 광고의 제작관습, 특정대행사의 전통, 광고주의 의지와 생각, 그리고 일반적 경향과 유행에 따라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예를 들면, 1890년대부터 1954년까지의 미국의 광고는 수용자들에 대한 관점이 다음의 3단계로 발전해 나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시기는 인간 본성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시기로 1890-1909년이 이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소비자를 이성적이며 논리적으로 판단하여 광고는 상품의 정보적 내용을 중시하였다.³⁰⁾

둘째 시기는 인간본성을 비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시기로 1910-1930년이 이에 해당된다. 이 시기는 소비자를 비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광고는 암시와 주의를 끄는 자극, 인간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내용을 중시하였다.

셋째 시기는 인간본성을 합리적, 비합리적 복합구조로 판단하는 시기로 대공황 전후가 이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과학적 소비자 조사를 토대로 광고 의미를 구성한 시기이다.

또한 레이스(Leiss)와 그의 동료들은 각 기간의 광고의 지배적인 강조점의 접근방법에 따라 1890-1925년을 제품지향적 접근시대, 1925-1945년을 상품 심벌시대, 1945-1965년을 개성화 시대, 1965-1985년을 시장 세분화 시대로 구분하고, 강조점 변화에 따라 광고내용도 제품 중심의 광고에서 사용자 중심의 광고로 전환되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보비(Bovee)와 알렌(Arens)은 전후의 광고는 사회적 수용, 스타일, 호화로움, 성공 등을 강조하였는데, 60년대에는 이미 지시대로 광고상품의 특정 이미지를 부여하는 데 주력하였으며, 70년대에는 포지셔닝 시대로 정쟁자의 강점을 자사의 강점과 같이 중요하게 고려한 시기이며, 80년대에는 "나만의 시대(the me decade)"로 자기 만족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광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발견하였다.³¹⁾

이와 같이 광고 제작자는 제작의도와 의미를 시각화하는 방법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광고인·대행사의 강조점에 따라, 상품종류에 따라 변화되며, 시각화 방법에는 규칙과 관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광고의 메시지 구조와 의미분석

광고 메시지는 제작자의 제작의도 시각화 과정에 있어서 최종산물이며, 수용자의 의미 해독의 대상이 된다. 즉, 제작자와 수용자는 의미와 상징의 복합체인 광고 메시지를 매개체로 하여 의미의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광고는 언어·영상·음성기호 등 시각언어로 구성되며, 광고 고유의 문법적 규칙과 형식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시말해, 광고 메시지는 제작자나 수용자의 문화에 토대를 둔 어떤 종류의 관례나 의미를 바탕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광고 고유의 문법적 규칙과 형식적 특성에 대한 연구와 그것이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는 일반적으로 광고 연구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기호학적 접근을 위한 기본 개념 고찰³²⁾

본 논문이 광고의 시각언어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고찰하는 것을 중요한 연구문제로 설정한 연유에서 기호의 과하에 관한 이론인 기호학의 기본개념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의 기호학(semiotics또는 semiology)을 체계화한 학자는 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와 미국의 철학자 퍼스였다. 두 사람 모두 기호의 법칙을 추구하는 과학으로서 이 학문의 체계화에 공헌함으로써 현대 기호학의 창시자 또는 두 비조로 인정 받고 있다.

소쉬르는 언어체계의 내부구조에 주로 관심을 가졌던 학자로서, 그의 기호학개념의 대부분은 '일반 언어학' 체계에 의거하고 있다. 그는 기호가 무엇으로부터 성립되고 어떤 법칙이 그것들을 지배하는가를 밝힐 필요가 있다며 '사회생활 속에서 기호의 삶을 연구하는 과학'으로서 이를 Semiology(그리스어 Semeion-Sign-에서 따온 것)라고 명명했다.³³⁾ 소쉬르는 하나의 기호를 청각영상(sound image)과 개념(concept)이 합쳐진 것으로 보고 이를 '의미하는 것', 즉 기호표현(signifiant)과 '의미 되는 것', 즉 기호내용(signifie)으로 구분했다. 다시 말해 모든 기호는 기호표현과 기호내용이 합해져 하나의 의미있는 기호가 된다고 보고 이때 기호표현이 어떤 기호내용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작용이라고 정의했다.

2) 계열적 구조와 통합적 구조

소쉬르는 언어가 상호 의존적인 항(term)들의 체계이며 각 항의 가치는 다른 항들이 동시에 존재 함으로써만 얻어진다고 기술하고 있다. 소쉬르는 이러한 구조를 기호가 특정 의미를 갖게 되는 구조 또는 관계를 계열적 관계(선택된 기호가 같은 계열 내의 선택되지 않은 다른 기호들과의 차이 시스템에 의해 특정의미를 갖는 것)와 통합적 관계(기호가 다른 기호와의 선후관계 또는 결합시스템에 의해 특정 의미를 갖는 것)를 이용해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이와 같은 소쉬르의 전통을 따르는 학자들은 기호학을 Semiology라는 명칭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으며, 소쉬르의 기호개념 및 의미작용 체계를 확대하여 이들 기호 및 기호들의 관계가 한 문화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탐구하는데 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를 간단히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 소쉬르의 기호개념

기호 = 기호표현 + 기호내용

예) 정열로서의 장미(기호) = 식물로서의 장미꽃(기호표현) + 정열 또는 사랑이라는 개념(기호내용)

계열구조(선택적/연상적, 공시적차원, 은유)

통합구조(결합적/통합적, 통시적 차원, 환유)

예) 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낡은 군복(기호)

● 계열구조 - 의상이라는 계열에서 선택되지 않은 기호, 즉 양복, 작업복 등과의 차이시스템(이 차이에서 군복의 의미가 나타난다.)

● 통합구조 - 이 군복이 장발, 낡은 운동화 등 다른 기호와 결합된 경우의 그 결합 시스템(이 통합구조에 의해 군복의 의미가 군인 아닌 것, 반군의 의미를 지닌 기호가 된다.)

한편 퍼스는 기호의 일반적, 필연적 재법칙에 관한 즉 기호들의 연구(the study of sills)에 공헌할 독립적인 학문의 수립을 주장하면서 각종 신호(signals)·징후·자연기호(natural signs)·언어 표현 등의 다양한 현상 등을 모두 기호의 다양한 유형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호들의 연구에 공헌한 학문을 Semiotic이라고 불렀다. 특히 퍼스는 " 논리학이 그 일반적 의미에 있어서 기호학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러한 퍼스의 전통을 따르는 학자들은 기호학을 Semiotic이라는 명칭으로 오늘날도 널리 사용하고 있다.

퍼스는 특히 기호를 어떤 사람에 대해 어떤 면, 혹은 어떤 자격으로 어떤 것을 대신하는 그 무엇으로 정의하면서 그 유형을 세가지로 분류해 놓았다.³⁴⁾

즉, 기호를 사진이나 초상화, 사실적인 그림과 같이 동일성 또는 유사성에 의해 의미를 나타내는 도상기호와 인접성 또는 인과관계에 의한 지표기호(indexical sign : 불의 기호로서의 연기, 더위의 기호로서의 온도계 눈금 등), 언어와 같이 규약이나 자의적 관습에 의해 의미를 지니는 상징기호(symbolic sign) 등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여기에서 도상기호와 지표기호는 소쉬르의 동기화 된 기호에 해당되며, 상징 기호는 자의적인 기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소쉬르와 퍼스의 기호의 정의를 전제로 하면 이 세상에 기호가 아닌 것은 없다. 그래서 퍼스는 "우리는 기호를 사용하지 않고는 사고하는 능력을 가질 수 없다"고 하면서 "모든 사상은 기호 안에 있다", "정신이란 추론의 법칙에 따라 발전하는 하나의 기호"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다시 말해 인생자체가 기호의 사용행위, 즉 기호를 생산하고 해석하는 것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소쉬르의 기호의 정의로부터도 우리는 의미를 가진 모든 형상이나 음성, 즉 교통표지·수식 등 협의의 기호로부터 인간의 행동·자세·표정·머리모양·의복·상품·광고 등 모든 것을 기호의 범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기호 중에서 가장 세련된 기호 체계인 언어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 의미작용(Signification)의 2단계 - 외연과 내포

기호학에서는 기호표현 뒤에 숨어 있는 제1의 기의를 외연적 의미(denotati- on)라고 하며 제2의 기의를 내포적 의미(connotation)라 부른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들 두 사람의 공헌 외에 또 한 사람의 중요한 공헌자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바로 현대기호학의 지평을 넓혀놓은 프랑스의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소쉬르는 주로 언어 체계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기호 표현과 기호내용의 관계, 또는 텍스트내의 기호들과 다른 기호들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 단계에서 의미작용을 고찰하고자 했다. 따라서 그는 그것이 독자 또는 그 독자의 사회문화적 위치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에는 주목하지 않았고, 동일한 문장이 상이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이한 의미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도 관심을 갖지 못했다.

기호들의 계열적 관계와 통합적 관계에 관한 소쉬르의 이론은 기호들이 어떵게 작용하는가를 이해하는 데는 유용한 도구가 되었지만 의미가 제작자와 독자, 그리고 리스트의 교섭과정(process of negotiation)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은 직시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렇게 볼 때 소쉬르는 리스트내의 기호 및 기호들의 관계를 강조한 반면, 리스트내의 기호들이 그 기호의 제작자나 독자들의 문화적·개인적 경험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의미를 창출하는가는 고려하지 못한 셈이었다. 이에 비해서 바르트는 소쉬르와 이러한 개념을 확대하여 한 문화 속에서 기호들이 특정 의미를 만들어 내는 방법에 이를 적용, 소쉬르가 이용한 의미작용이라는 용어에 문화적 가치의 차원을 추가했다.

바로 이것이 바르트가 강조한 문화적 기호체계에서의 의미의 부가적인 차원의 가능성이었다.

이렇게 볼 때 그는 기호와 그 이용자의 문화적 개인적 경험의 교섭 또는 상호작용에 의해 의미가 생성된다는 체계적인 모델을 제시한 최초의 학자였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호학자들이 수용하고 있는 의미작용의 2단계 모델은 <도표3>와 같다.³⁵⁾

도표에서 바르트는 소쉬르가 제시한 '기호표현 + 기호내용 = 기호'를 의미 작용의 1단계로 보고 이를 외연 또는 언어차원으로 정의했다. 이 1단계는 소쉬르가 '의미작용'이라고 말한 것으로서 이는 오직 분석목적으로만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단계는 의미작용의 객관적이고 가치 자유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실제로는 이와 같이 하나의 기호가 항상 동일한 의미를 나타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의미작용의 두 번째 단계는 내포의 의미를 창출하는 단계로서, 바르트는 이를 '신화'차원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는 1단계의 외연적 기호(언어 차원의 기호표현 + 기호내용 = 기호)가 새로운 기호표현이 되어 또 다른 특정 의미를 지닌 내포적 의미의 기호를 형성한다. 이렇게 볼 때 외연은 언어사용에 있어서 말해지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내포는 말해지고 있는 것(또는 보여지고 있는 것) 이외의 '다른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르트는 바로 이 두 번째 단계, 즉 신화 차원의 기호표현(도표3의 I)을 형식(form)으로 기호내용(도표3의 II)을 개념(concept)으로 정의했고 이때의 기호(도표3의 III)가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을 의미작용이라고 불렀다. 즉 소쉬르의 의미작용 개념을 신화차원으로 확대하여 특정 문화적 문맥 안에서 해석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 다시 말해 기호의 문화적 가치를 추가한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대부분의 기호학자들이 사용하는 '의미작용'이라는 말에는 특정 기호가 특정문화 내에서 어떤 의미로 해석되는가 하는 수용자의 해석 개념이 포함되게 되었다.

바르트의 이 개념을 Paris Match의 표지 사진을 예로 들어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표지의 사진은 프랑스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하고 있는 흑인병사를 찍은 것이었다. 여기에서 1단계의 기호표현은 표지에 실린 사진, 즉 복제된 사진이며 기호내용은 '프랑스 국기에 경례하는 흑인'으로 다음과 같이 도표화 될 수 있다.³⁶⁾

바르트는 이 1단계의 기호가 의미작용이 두 번째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포적 의미작용을 하게 된다고 보았다.

Paris Match표지에 이 사진이 게재되었을 때는 프랑스 - 알제리 사이의 식민전쟁이 주요 이슈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흑인 병사까지도 프랑스 군복을 입고 프랑스 국기에 경례를 하고있다는 것은 프랑스 제국주의가 정당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볼 때 1단계의 외연적 기호는 2단계 즉 내포적 단계의 기호내용(보이고 있는 것 배후에 숨어있는)을 위한 새로운 기호표현으로 작용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내포적 의미는 프랑스 - 알제리 전쟁이라는 상황과의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4. 수용자의 기호의미 해독

광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있어서 최종 단계는 수용자이다. 즉, 수용자의 메시지 수용과 그에 따른 반응(또는 효과)라 할 수 있다. 70년대 초까지의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있어서 수용자에 대한 관점의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이용과 충족 연구였다. 이용과 충족연구에 있어서는 수용자를 고립적이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메시지를 자기의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활용한다는 기본 관점에서 출발된 연구이다.³⁷⁾

이와 같은 맥락에서 휘스케(Fiske)가 후기 기호학파라 분류된 학자들은 메시지 자체에 의해서 의미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의 해석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이들은 메시지의 제작이나 해석은 모두 사회적·문화적·개인적 위치에 따라서 해독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휘스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소쉬르는 주로 언어체계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기호표현과 기호내용의 관계, 또는 텍스트내의 기호들과 다른 기호들과의 관계에서 의미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작용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그것이 독자 또는 그 독자의 사회문화적 위치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에 주목하지 않았고, 동일한 문장이 상이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상이한 의미를 전달 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관심을 갖지 못했다.

실제 상이한 사회적 경험이나 상이한 문화를 경험한 수용자들은 동일한 내용으로부터 각각 다르게 의미를 찾아낸다. 이와 같이 동일한 내용으로부터 각각 다른 의미를 발견하고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문화적 의미의 차이이지 결코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렇게 볼 때, 메시지는 현실과 송신자의 수신자를 포함한 다른 요소들과의 하나의 구조적 연관 속의 한 요소인 것이다.³⁸⁾

특히 광고에 있어서는 메시지가 수용자들에게 의미있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광고제작자의 기호화가 공유된 문화적 경험에서 나올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즉, 광고가 수용자에게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속성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Schwartz는 "광고의 핵심은 의미 전달자로서 메시지가 아니라 수용자에 대한 관계"이며 "커뮤니케이션의 의미를 송신자의 자극과 함께 수용자의 경험으로부터 우러 나오는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용자가 자신이 속한 집단, 즉 계층·나이·성별·경험 등에 따라 의미를 서로 달리 해석하고 있음을 연구한 Morley는 TV뉴스에 대해 수용자의 해독유형을 "선호된 해독", "합성된 해독", "대립적 반응" 및 "침묵의 비판"으로 구분한 바 있다.

또한 홀(Hall)이 텔레비전의 내포성 의미에 관한 의미의 해독적 유형을 "지배적 해독 패권적 해독(dominant-hegemonic reading)", "협상된 해독(negotiated reading)", "대립적 해독(oppositional reading)"의 세가지로 구분하였는데, 이를 Champman은 여성담배광고와 수용자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연구한 바 있다.³⁹⁾

지배적 해석 또는 선호된 해독은 수용자가 송신자가 이용한 것과 동일한 약호의 관점에서 메시지를 해석하는 것으로, 송신자와 수용자가 모두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속해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 따라서 담배광고에 대한 지배적 또는 선호된 해독은 광고주가 어떤 상표의 담배를 화려한 자동차나 매력적인 여성과 동격으로 말하고 있을 때 수용자가 그 상표의 담배가 실제로 그런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를 말한다. 협상된 해독은 수용자가 그들 자신의 위치에 따라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어느 정도 수정해서 해독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어떤 개인은 광고에 묘사된 현실을 완전히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광고 된 상표의 의미와 완전하게 대립(반대)되지 않는 정도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신념과 적응시키거나 협상할 수가 있다.

체프만(Chapmen)은 이러한 해독을 자연이나 신선함을 주제로 해서 "여성담배"로 광고한 알파인의 남성 흡연자들은 그 광고의 여성 소구에 대해서는 그것이 일치되지 않는 것으로 무시하고 있는 반면, 그 광고의 "자연"이데올로기는 자기들을 위한 브랜드로서 일치되는 것으로 그 의미를 해독했다는 것이다. 남자라면 수용자의 위치에 따라 송신자의 의미와는 다소 다르게 받아들여진 경우이다. 대립적 해독은 한 개인이 어떤 이데올로기를 거부 또는 반대할 때 나타나는 해독의 유형으로 해독과정에 대한 어떤 대항적 개념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이다. 흡연에 반대하는 사람은 담배광고에 대해 비판적일 것이며, 또 의식적으로 모든 담배광고를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며 분별없거나 어리석은 것으로 보게 되는데 이것이 대립적 해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광고에 대한 수용자의 의미해독에 관한 심증적인 연구는 이루어진 것이 없으며 따라서 정교한 분석물로 제시된 것이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