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사례연구의 분석방향

<사례 1>은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근본적으로 직위라는 인구통계학적 변수를 중심으로 분석하기로 한다. 그리고 <사례 2>는 학력수준의 차이에서 생기는 전형적인 고졸--대졸 사원 사이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절 사례의 내용분석

1. 사례 1

박주원씨¹⁸⁾는 대구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려운' 입사시험을 통과하여,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의 계열사인 서울전자㈜의 경영기획부에 근무하고 있다. 그는 1989년 1월 1일에 입사하여 만 2년째 기획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원래 그가 속한 부서는 경영 관리부였는데, 올해(1990년) 8월에 전사적인 조직개편(사업부제에서 기능식 조직으로)으로 인해 기존의 기획실 의 일부업무¹⁹⁾와 사원을 합해 현재의 경영기획부로 변경되었다. 현재의 경영기획부의 업무는 크게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① 회사의 중장기 경영전략의 수립과 프로젝트와 관련된 업무를 위한 기획 팀, ② 경영분석과 회사의 단기사업계획(월차, 분기계획)의 수립과 예산편성을 담당하고 이는 관리 팀, ③ 경영기획부의 업무와 관련하여 전산부문의 업무와 기술적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전산기획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경영기획부의 책임자는 황 인철 차장인데, 그는 소위 '일류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한 활달하고 합리적인 성격의 40대 초반의 정력적인 관리자이다. 그는 입사 때부터 국내영업 업무를 담당했으며, 합리적이고 '시스템적 사고'를 통해서 모든 일을 '원인-과정-결과'라는 식으로 분석하며, 또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보고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한편 박 씨가 속한 기획 팀의 과정은 최 남식 씨인데, 그는 지방의 국립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였고, 30대 중반의 꼼꼼한 성격으로 업무처리에는 매우 능숙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따라서 기획관리부의 기획 팀에서는 황 차장--최 과장--박 씨의 구성체제이다.

박 씨는 기획 팀 내에서도 정보관리업무를 맡고 있다. 이 업무는 원래 두 명의 여직원이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면이 퇴직함으로써 박 씨가 기존의 여직원과 같이 이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현재의 정보관리업무는 주로 회사 내에 들어오는 신착 책자나 자료를 정리하여 그 목록(index)을 작성하여 사내 각 부서에 배포하며, 산업 경제동향을 비롯한 관련정보를 정리하여 EID(electronic information diskette)란 책자를 발간하고 있다. 그러나 황 차장은 근본적으로 정보관리 업무란 자료의 정리나 목록작성이 아니라, 최고 경영자들이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적시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은 전산화 된 시스템(이것을 '정보 파이프라인'이라고 부른다)이라고 믿고 있다.

박 씨가 이 직무를 맡게 된 것을 계기로 황 차장은 박 씨에게 기존의 정보관리업무를 변화 시켜 자기가 생각하고 있은 체계로 변화 시키기 이한 임무를 맡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따라서 황 차장은 최 과장에게 박 씨를 기존의 업무에서 '빼내서' 이러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연구하는데 투입하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그리고 박 씨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지시 단계인 최 과장을 통하지 않고 황 차장이 직접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게 되었으며, 박 씨는 이러한 차장의 지시에 대한 내용을 최 과장에게는 이따금 씩만 보고하는 식이 되었다. 최 과장은 황 차장과는 생각이 달라, 정보의 '파이프라인'의 개발보다 당장 시급한 것이, 원래 부서의 업무인 중장기 전략수립이라고 생각하고있어서 황 차장의 이러한 새로운 업무변화의 시도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자기 부하 직원인 박 씨가 차장의 비호를 등에 업고 차장의 지시를 핑계로 정식보고 계통을 어려가면서 직속 상사인 자기에게는 제대로 업무보고조차 않고 있는 데에 대해, 이것이 상사인 자신을 무시한데서 나온 것이라고 여겨져 매우 감정을 상하고 있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됨으로써 박 씨와 최 과장 사이에는 서로 감정의 앙금이 쌓이게 되었으며, 자연히 최 과장은 박 씨의 업무처리에 대해 일일이 '브레이크'를 걸었으며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어, 부서 내 다른 직원들도 이러한 낌새를 확연히 느끼는 정도까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점심시간에 사무실에서 최 과장과 부서 여직원 사이에 이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여직원을 최 과장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해 주면서', 박 씨에게 너무 심하게 대하고 있지 않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고, 최 과장은 이것을 박 씨가 자기에 대한 불만을 다른 사람을 통해 터트리려는 것으로 이해하여 그 여사원에게 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어 버렸다. 그는 자기 자리로 돌아와 직원들에게(사실은 박 씨에게) "상사가 말이야, 부하직원을 잘되게 할 수 는 없어도 잘못되게 만들 수는 있는 거야!"라고 소리질렀다. 박 씨의 말을 듣고 속에서 '욱'하는 뜨거운 것이 올라왔지만, 그 자리에서는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자기가 회사를 '때려치우거나' 부서를 옮기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둘 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서로 감정을 상한 채로 상사와 대립해서 지내봐야 결국은 '힘없는' 자기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감정적 대립은, 성격이 비교적 활달하고, 답답한 것이 있으면 탁 털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박 씨에게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2-3일 후에 그는 최 과장과 탁 터놓고 이야기를 해서 감정을 풀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얼마 후 서로가 조용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어느 정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박 씨는 최 과장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이해하거나 도와 주지는 않으면서 '브레이크'만 걸고 사사건건 트집만 잡으려고 한다는 식으로 불만을 이야기했고, 최 과장은 사실 박 씨에게 감정은 없었고, 업무추진 방식에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얼버무리는 식으로 해명했다. 그리고 나서 서로 앞으로 잘 해보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게 되었다.

이러한 어정쩡한 화해 이후에 겉으로나마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느 정도 호전되었다. 즉, 최 과장은 박 씨의 업무에 대해 별로 '터치'를 하지 않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게 되었고, 박 씨는 최 과장에게 신경을 덜 쓰게 됨으로써 오히려 마음은 편하게 되었고, 전보다는 자주 최 과장에게, 자신의 업무나 황 차장의 지시사항에 대해 보고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화해에 따른 결과는 박 씨에게는 진정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았고, 또 겉으로만 그렇게 마음이 풀린 척하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이러한 최 과장의 이중적인 행동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렇게 일이 수습된 후, 박 씨는 최 과장과 자기는 '원래' 생각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결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하거나 진실로 통할 수는 없다고 체념하게 되었다.

2. 사례 2

이 사례의 부서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한 관리 부서이다. 이 부서는 원래 모두 스무 명의 부서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여사원은 모두 아홉 명이다. 여사원들 중 네 명이 대졸사원, 다섯 명이 고졸 사원이다. 근무연수는 고졸 사원들이 더 많지만 나이는 아무래도 대졸 여사원들이 두 세 살 위이므로, 고졸 사원들은 보통 대졸여사원을 자연스럽게 '언니'라고 부르고 있다. 남자 사원들은 모두 대졸 사원이다. 이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주로 지방의 각 생산공장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와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예산을 편성하고 원가와 관련된 비용통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같은 여사원이지만 고졸사원과 대졸여사원의 업무는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즉, 대졸 여사원은 남 사원들과 똑같이 자기 고유의 업무를 가지고 처리하는 반면, 고졸 여사원들의 업무는 주로 대졸 사원들을 보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보고서의 타이핑이나 서류의 복사, 타 부서로의 서류전달 등이 그 예이다. 이외에도 자료의 정리나 부서내의 책상정리하기, 소모품 타오기 등과 같은 잔심부름류의 일까지 담당하고 있으며, 남 사원들은 커피심부름을 고졸 여사원들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시키고 있었다.

이 부서의 고졸 여사원들은 상업학교(여상)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엄격한' 시험을 거쳐 취직한 사람들로 자기 나름대로는 대기업 사원이라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이들 중 활달한 성격으로, 같은 부서내의 고졸 여사원들 사이에서 의견선도자 역할을 하는 조 수정 씨는 이러한 고졸과 대졸의 차이라는 너무나 냉엄한 현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후에는 입시학원을 다니며 대학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조 씨 이외에도 이렇게 진학을 공부하는 고졸 사원들은 적지 않으며, 몇 몇 사원들은 실제로 야간대학을 다니고 있다. 이들의 마음 속에는 대학을 나오고 나오지 않음에 따라 사회에서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나 대우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실제 몸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대학을 못 나왔다는 사실에 '한'이 맺쳐 있으며, 실제 부서 내에서의 불평등한 대우에 대해 불만을 지녀왔다. 즉, 우선 무엇보다도 4-5년을 근무한다 하더라도 갓 들어 온 대졸 여사원보다 월급이 적을 뿐만 아니라, 실제 담당하고 있는 업무도 대졸 사원들이 업무를 도와주는 보조업무에 지나지 않는다. 그 뿐 아니라 남자 사원들도 대졸 여사원들은 동료직원으로 잘 대해주면서, 자기들과는 잘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아침에 출근하여 업무를 시작하기 전, 잠깐 커피를 마시러 나가면서도 대졸 여사원들에게는 같이 가자고 권하는 반면 자기들한테는 전혀 그런 권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졸 여사원들은 보통 아치에 대졸사원들보다 더 일찍 출근하여 부서에 꽃도 꽂고, 어지러진 서류도 정리하며, 부서원들의 책상을 닦는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은 따로 있지만, 그래도 책상에 먼지가 많아서 아침마다 부서원들의 책상을 모두 닦아주고 있었다. 자기들은 아침에 일찍 나와서 업무가 시작되기 전부터 바쁘게 청소 정리하고 있는데, 수고한다는 인사말 한마디도 없이 자기들끼리 나가서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거나 신문을 보는 것이다. 이 모든 차별이 대학을 못 나왔다는 이유 하나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자연히 대졸 여사원들과 고졸 여사원들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이러한 앙금들이 쌓이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후 부서가 확장되어서, 부서원수도 기존의 20명 정도에서 33명으로 되었다.(고졸 여사원은 늘어나지 않음) 이에 따라서 고졸 여사원들의 업무양도 갑자기 늘어나게 되었다. 부서확대 며칠 후에 우연히 고졸 여사원들끼리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이 갑자기 많아져서 힘들다는 불평들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이에 따라 여사원 몇 명이서 매일 아침에 서른 개가 넘는 책상을 닦는 일은 너무 힘드니까 책상 닦는 일은 그만 두기로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책상청소를 하지 않기로 하고 며칠이 지난 후 어느 날 아침 부서장이 대졸사원이며, 근무연수는 고졸사원보다 적지만 나이로는 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 김 민정 씨를 불러 요즘은 아침에 책상청소가 안되고 있다고 주의를 주었다. 아침부터 사소한 일로, 그것도 동생들 같은 고졸 사원들의 태만 때문에 부서장으로부터 '안 좋은' 이야기를 듣게 되어 기분을 '팍 잡치게 된' 그녀는 발끈하여 고졸 여사원들을 회의실로 모아 놓고서는 "너희는 요즘은 왜 책상도 안 닦고, 게으름만 피우니!"라는 식으로 야단을 쳤다. 조 수정 씨는 순간 그 동안 가슴에 쌓였던 불만과 '울분'을 자기도 모르게 폭발 시키게 되어 큰 소리로 반발하게 되었다.

이 일 이후에 고졸 여사원들은 부서장의 책상만 아침에 정리 ·청소하였고, 나머지 책상들은 정리를 각자가 하게 되었다. 대졸여사원과 고졸 여사원들 사이에는 감정적으로 날카롭게 대립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부서 내에서는 냉랭한 분위기가 되어, 보고서의 타이핑을 부탁하는 것조차도 서로 눈치를 보게 되었다.

제3절 토론

1. 사례 1의 경우

이 사례에서의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는데, 이를 단순히 조직 구성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상의 문제로 볼 수도 있고 상사가 효율적으로 부하들을 통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리더쉽의 문제로, 혹은 업무를 중심으로 한 차장과 과장 사이의 주도권 다툼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근본적으로 직위라는 인구통계학적 특성으로서 설명하기로 한다. 즉, 차장과 과장, 평사원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과장이 평사원에게 그 불만을 표출 시킴으로써 갈등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이 두 사람 사이의 대면이나 화해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차장을 포함한 세 사람이 이 문제데 대해 솔직히 자기 생각과 불만을 털어놓고, 그러한 문제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설문서의 분석결과와 비교해 보면, 인구통계학적 변수들의 순위분석표(표 24)에서 보면 직위항목은2위로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항목별로 보면, 직급에 따라서 집단간에 유의적 차이를 보일 뿐(P=.03), 다른 항목에서는 집단간에 유의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음으로써, 역시 직무와 관련되어서는 직급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사례 2의 경우

<사례 2>의 경우는 <사례 1>의 경우보다 문제가 좀 더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조직 내에서의 학력수준의 차이라는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라 구성원들 사이에서 대졸과 고졸이라는 집단의식이 생기게 되었으며, 이것이 하나의 계기를 통해 밖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학별 중시 의식이라는 문화적 전통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 사례를 설문서를 통한 분석과 연결시켜 보기로 하자.

<표 24>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체적인 인구통계학적 변수들의 중요성의 순서로 볼 때, 학력수준은 9개의 변수 중에서 7위로 나타남으로써,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은 설문서의 표본이 대부분 대졸 이상이었으며, 이를 평균함으로써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으므로, 학력수준별로 분석한 결과를 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표 12>를 보게 되면,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우에 학력수준(X5)의 항목에서 집단간에 유의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대졸 미만과 대졸 이상의 학력자들로 볼 때, 대졸 이상의 집단에서 더 높은 수준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표 19>의 직무외적 커뮤니케이션의 경우에서는, 비록 집단간에 유의적인 차이가 있지만, 그러한 차이가 대졸까지의 학력자들과 대학원졸 학력자들 사이에 유의적인 차이이지, 대졸과 고졸사원 사이에는 유의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사례와 설문서의 분석결과를 연결시키면, 직무관련 의사소통이 경우에는 서로 그 결과를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직무외적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