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대한 재 검토

1. 커뮤니케이션의 의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러한 경험의 일부에 대해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고 잊어버리고 있으며, 이러한 자기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게 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즉,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은, 자신의 영역에, 인식의 영역은 자신의 경험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이다.(Neisser, 1967) 이것을 나타내는 것이 <그림 1>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많은 학자들이 강조하고 있으며¹⁾,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정의도 다양하게 내리고 있다.²⁾ 이러한 다양한 정의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이 몇 가지 본질을 추출해 낼 수 있다.(Mortensen, 1972)

첫째, 커뮤니케이션은 동태적(dynamic) 과정이다. 즉,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의미의 전달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당사자들 사이에서 상호 작용적이고 연속적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둘째, 커뮤니케이션은 상황적(contextual)이다. 즉, 언어 그 자체의 의미 뿐만 아니라 상황과 문맥, 분위기, 언어 이외의 표정, 몸짓 등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셋째, 커뮤니케이션은 일단 한번 일어나면 철회불가능(irreversible) 하다. 지금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단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 다시 대화의 처음으로 되돌아 가거나 새로 시작할 수는 없는 것이다.

2.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의 중요요소

과거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커뮤니케이션의 요소로서 송신자(source), 메시지(message), 채널(channel), 기르고 수신자(receiver)를 전제하고 이러한 요소적 접근방법(component approach)을 이용하여 커뮤니케이션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요소들은 모든 커뮤니케이션 행동에 항상 내재되어 있으므로, 커뮤니케이션의 이러한 단순한 개념은 보통S-M-C-R모델로 불리운다.(Berlo, 1960)(그림2)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네 가지 요소 이외에 효과(effect)와 피드백의 두 가지 요소를 포함하기도 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은 하나의 과정(process) 즉, 시간의 경과에 따라 나타나는 행동의 연속이므로, 이러한 단순한 시작과 끝이 아닌 '그리고'에서부터 시작하여 '그리고'로 종결한다(Rogers & Rogers, 1976) 위에서 본S-M-C-R모델과 선형 패러다임(linear paradigm)은 비록 피드백이라는 요소를 포함하지만 그 설명이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일방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주전자가 물을 나르는' 식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전달접근(transmission approach)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의 다양하고 동태적인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는 점차 하나의 시스템으로서의 관심을 바꾸어 오게 되었다. 이러한 관심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의 다변인적 복잡성(multivariable complexity)을 포함하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있어서도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강조하게 되었다.

3. 과거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대한 비판

로저스(Rogers)는 지금까지의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다음과 같은 주관적인 개념적 방법론적 편견이 있어 왔다고 지적한다(Roge& Rogers, 1976) ① 과정지향의 결여, ②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의 상호인과적 사회구조를 무시한 심리적 지향이라는 세 가지의 편견이 그것이다. 먼저,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문헌들은 커뮤니케이션 전달상 과정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지만, 실제로 연구설계 과정에 있어서는 시간에 따라 발생하는 과정으로 본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시간경과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분석은 과정으로서의 그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하다.(Arundale, 1971) 이러한 경향의 원인으로는 진정한 과정으로서의 개념과 정의가 결여되어 왔다는 점, 종단적인 자료의 수집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연구 결과의 즉각적인 산출에 대한 외부의 압력³⁾ 등을 들 수 있다. 앞으로의 연구는 현장실험, 패널연구와 같은 개선된 방법들을 더 강조해야 되고, 그러한 연구설계에 의해 종단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나 전체적인 속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과거의 S-M-C-R모형에서는 송신자, 메시지, 채널, 수신자라는 네 요소를 독립변수로, 그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종속변수로 전제한다. 그러나 체계모형에서는 이러한 일방적인 인과관계가 아닌 여러 변인들이 상호 의존적이라고 본다. 각각의 것은 다른 것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즉,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여러 요소들의 동태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전체적인 체계로 생각한다.

셋째,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학문적 근원으로서, 초기의 심리학적 배경으로 인해 주로 개인을 연구분석의 수준으로 삼음으로써, 커뮤니케이션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구조적 요소들을 무시해 왔다는 사실이다.

4.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존의 연구모형에 대한 재검토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는 많은 다양한 분야와 수준에서 이루어져 왔다. 분석의 수준에서는 개인(individual), 집단(group), 조직(organization), 문화(culture) 등 여러 수준에서 이루어져 왔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서로 다른 측면에서 연구되어 왔다. 자연과학에서는 사이버네틱스,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⁴⁾ 일반체계 이론(general system theory) 등 정보의 기술적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한편, 인류학 분야에서는 문화라는 측면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사회 심리학자들은 개인이나 집단간의 대면을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본다. 또한 언어학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언어나 단어의 구조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한다. 그리고 저널리스트들은 대중매체(mass media)를 통한 정보의 흐름 측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치학, 생태학, 음성학 등에서도 연구됨으로써,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에 관해서 다양한 연구분야를 모두 포괄할 수 있도록 간단 ·명료하게 정의하거나 설명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그 연구범위를 조직에 있어서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한정시켜 지금까지의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모형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 봄으로써,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점과 다양한 견해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1) 수학적 모형

벨 전화회사(Bell Telephone Company)의 기사(engineer)였던 샤논(C. Shannon)은 초기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기초가 되는 모형을 만들었다. 그는 조직에서 기사들이 전기적 신호(electrical signals)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는 이론을 개발하고자 했던 것이다.(Shannon and Weaver, 1949) 다음의 <그림 3>이 샤논의 커뮤니케이션 모형이다. 샤논은 커뮤니케이션이 그림에서와 같이 정보원(information source), 전송기(transmitter), 채널(channel), 수신기(receiver), 목적지(destination) 등 다섯 가지의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5) 그의 모형은 조직에서의 기술적이고 기계적인 신호의 전달을 설명하는 데는 효율적이었지만, 단순히 물건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나 '예-아니오(yes-no)' 식의 이진법적 전기신호로써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 평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복잡한 의사소통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Luthans, 1985, 432쪽;Randolph, 1985, 339쪽) 이러한 수학적(Mathematical) 혹은 선형적(linear) 커뮤니케이션 모형은 그 과정의 단순성과 기계적인 설명의 약점이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2) 비선형적 모형

실제에 있어서는 아무리 단순한 의사소통이라 하더라도 의사소통자들은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상대방으로부터 동시에 정보를 얻게 된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이중적인 특성을 인식하고 기계적 ·선형적 모형을 탈피한 모형들이 나왔는데, 그 예로 들 수 있은 것들이 슈람(Schramm)의 모형, 댄스(Dance)의 나선모형(the helical spiral), 베커(Backer)의 모자이크 모형(mosaic model) 등이다.

슈람은 샤논의 기계적 의사결정 모형에서처럼 전달자가 단순히 정보를 보내고 수신자가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양자가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음으로써 신호화(encoding)와 해독(decoding)이 동시적으로 일어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림 4>에서처럼 개인의 경험의 영역(field of experience)을 정신적인 준거체계(psychological frame of reference)로 제시하였다.(Schramm, 1954)

커뮤니케이션의 동태적인 과정(dynamic process)에 초점을 맞추어 댄스(Dance)는 나선모형을 제시하였다.(Dance, 1967)(그림 5 참조) 그는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은 태어나면서부터 현재까지의 과거의 경험과 행동에 의해 결정되므로, 커뮤니케이션은 연속적(continuous)이고 비반복적(unrepeatable)이며, 가산적(additional)이고 누적적(accumulative)이라고 보았다.(Mortensen, 1972, 42쪽) 그러나 이 이론은 무엇보다도 관련 변수사이의 관계를 설명해 내지 못함으로써, 비체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위의 모형들은 커뮤니케이션이 송신자로부터 수신자에게 단일 메시지(single message)가 전달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지만, 실제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메시지의 전달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베커(Backer)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와 상황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이를 다음의 <그림 6>에서와 같이 '커뮤니케이션 모자이크(communication mosaic)'라는 용어로 설명하였다.(Backer,1968)

베커는 이러한 측면에서 커뮤니케이션이란 자기가 가진 커뮤니케이션의 정보단위(information bits)를 이동시키거나 바꾸는 작업이라고 봄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이 복합성과 다양성을 잘 보여 주었다.

(3) 기능적 모형(fountional models)

정보원, 메시지, 수신자 등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적 특성을 중심으로 한 위의 모형들과는 달리,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상에서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연구 모형들이 커뮤니케이션의 기능 모형이다.

러쉬와 베트슨(Ruesch & Bateson)은 위의 <그림 7>과 같이 커뮤니케이션의 수준을 개인과정(interpersonal process), 두 사람간에 일어나는 의사소통 과정(interpersonal process), 다수의 사람들 사이의 집단 상호작용(group interaction), 집단 사이에 일어나는 문화적 수준(cultural level)의 네 단계로 분류하고, 커뮤니케이션은 일단 발생되면 이 네 단계를 밟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각 단계 내에서도 평가(evaluation), 송신(sending), 경로(channel), 수신(receiving)의 네 가지 기능이 수행된다고 보았다.(Ruesch & Bateson, 1951)

커뮤니케이션 연구모형의 대표적인 또 하나의 예가 반런드(Barnlund)에 의해 제시된 거래모형(transactional model)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동적(dynamic)이고 연속적(continuous)이며, 순환적(circular), 비반복적(unrepeatable)이고 복합적(complex)인 방법을 사용하여 의미를 주고 받는, 일종의 교환과정이라고 보았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초가 되는 의미전달의 '단서'(cue)를 다음의 <그림 8>에서와 같이. 상황으로부터 오는 공식적인 단서(public cue;Cpu), 개인의 감각 등에서 얻어지는 사적인 단서(private cur;Cpr), 그리고 비언어적 ·행동상의 단서(behavioral & nonverbal cue;Cbeh.nv)의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Barnlund, 1970)

(4) 시스템적 모형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시스템 모형의 관점을 크게 커뮤니케이션의 수준(level)과 기능(function)으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1)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수준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있어서 그 수준은 보통4가지 시스템 수준으로 나누어진다.(Farance, Monge & Russel, 1977, 50쪽) 즉, ① 환경이나 전체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받는 개인을 연구하는 개인수준, ② 상사-부하의 예와 같이 두 사람간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대인수준, ③ 작업집단과 같은 여러 개인들로 이루어지는 집단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집단수준, 그리고 ④ 조직 자체를 하나의 연구단위로 분석하는 조직체 수준이 그것이다. 그런데 조직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들을 분석해 보면 많은 부분이 주로 개인 수준에서 개인을 조직체 환경 안에서의 고립된 존재(isolated entity)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Frace et al, 1977)⁶⁾

개인 수준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개인의 지식이나 의견, 행동에 가장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메시지의 형태나 정보경로(Channel)를 연구하는 것이다.⁷⁾ 또 하나의 연구초점은 개인의 미래 커뮤니케이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은 개인의 일련의 특성을 평가하는 것이다.⁸⁾ 이렇게 개인을, 한 체제 안에서 상호 연관되고 상호 의존적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개인의 차이(individual difference)를 강조하는 개인 수준에서의 연구는 그 자체에서 한계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⁹⁾

개인을 제외하면, 2인 관계(dyad)는 조직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며 집단이나 조직 네트워크의 기초가 된다. 그렇다면 고립된 두 개인과 2인 관계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따로 떨어진 개인들 사이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두 사람 사이의 영향력(influence)이나 통제력의 수준을 나타내는 관계의 조정(relational control)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2인 수준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주로 커뮤니케이션 법칙(rules), 즉 두 사람 사이의 관계의 본질이나 상황에 따라서 언제, 어디서, 얼마나 자주 상호작용을 하며, 의사결정은 주로 어느 쪽에서 내리는가 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그 다음의 상위수준이 집단(group)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집단 수준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주된 관심은 커뮤니케이션 구조(communication structure)에 있다. 어떤 조직에서는 의사소통이 거의 같은 방법과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만 이루어지는 반면, 어떤 조직체에서는 일정한 규칙이 없이 다양한 상대에게 자유로운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조직 내에서의 정보의 흐름과 교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사기나 성과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조직체 수준의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조직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network)에 초점을 맞추어 조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social communication), 고쉽(gossip), 소문(rumor) 등의 정보흐름을 연구하는 것이다.

2) 커뮤니케이션 기능

많은 학자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을 정의하였는데, 야콥(Jacob)은 그 기능을 크게 직무수행(work), 유지(maintanence), 동기부여(motivation), 통합(integration), 혁신(innovation) 등의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여러 학자들의 정의를 그 범주에 집어넣어 다음의 <표 1>과 같이 정리하였다.

한편, 파라스(Farace) 등은 조직에서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크게 i) 조직의 목적이나 목표와 관련되어 조직의 산출(output)의 달성을 위한 생산(production)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ii) 조직의 개선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행동을 유발시키는 창의적(innovational) 커뮤니케이션 iii) 구성원들의 개인적 가치(value)와 의미(significance)에 영향을 미치고, 동료나 부하와의 상호 작용상에서의 가치를 변화시키며, 조직의 목표와 혁신의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조직유지(maintenance)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나누고 있다.(Farace et al., 1977)

제2절 조직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1. 인구통계학적 특성의 의의

원래 인구통계학적 특성(demography)이라는 용어는 사회학에서 특정 사회의 구성적 특성(compositional characteristics)을 연구하기 위해 그 구성원들의 성, 연령, 교육정도, 거주기간 등의 변수들을 사회 전체적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조직이론에 있어서는, 조직도 하나의 작은 사회라는 인식¹⁰⁾에 기초해서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특성의 연구를 조직 연구의 한 방법론으로 도입하게 되었다. 즉, 조직 구성원들의 성, 연령, 근속연수, 교육수준, 개인적 배경 등이 조직의 중요한 특성을 이루며, 이러한 측면에서 조직의 성격을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특성 분석의 특징으로는 다음의 몇 가지를 들 수 있다.(남중헌, 1988) 첫째,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특성 연구는 본질적으로 생태학적 관점(ecological perspective)이라는 사실이다. 즉, 조직생태학의 이론적 ·개념적 성격의 실증적 차원으로 끌어 내린 것이 인구통계학적 특성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통시적(diachronic) 연구로서의 특징이다. 종래의 조직 연구가 지나치게 공시적(synchronic) 연구에 머물러 왔다는 반성과 함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조직의 변화와 발전, 곧 역사성(historically)을 찾아 낼 수 있는 방법론이 인구통계학적 특성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근본적으로 개인의 행동과 의식은 고립된 경우와 집단에 속해 있을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이러한 조직에서의 개인이 특성과 나아가서는 조직전체의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행동양식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측정상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이용함으로써, 연구자의 주관적인 편견이나 오류를 감소시킬 수 있다.

2. 기존 연구에 대한 검토

조직 인구통계학적 특성(organizational demography)은 바꾸어 말하면 조직의 인적구성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¹¹⁾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변수들이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이 자신과 '유사한'(similar)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Knater, 1977;Pfeffer, 1981) 최근의 조직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관련된 연구들을 보면 주로 조직의 성과 측면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 예로 이직률(turnover)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Wagner, Pfeffer, & O'Reilly, 1984), 조직의 적응능력을 신참자(newcomer)이 비율이라는 인구통계학적 변수화 관련시킨 연구(Reed, 1978)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과의 관련성을 탐색한 연구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¹²⁾

지금까지의 조직의 인구통계학적 변수들과 조직 변수들 간의 관련연구에 있어서도 조직의 인구통계학적 변수들을 전체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하나의 변수를 따로 떼내어 그 각각을 인구통계학적으로 동질적(homogeneous)이거나 이질적(heterogeneous)인 것으로 간주하여 그 차이를 연구하였다. 그러나 조직현상은 근본적으로 조직구성원 사이의 관계적(compositional) 현상이다. 따라서 개인차원의 분석으로서 직무태도와 행위의도 등 내적인 심리과정을 연구하는 것은 조직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Wagner, Pfeffer, & O'Reilly, 1984)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구성원 개개인의 특성을 취급한 것이 아니라 구성적 관계 자체가 유용한 분석을 위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나이, 성별, 교육수준, 근속연수, 사회경제적 출신 등의 구성관계가 중요한 변수로 지목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구성적 ·인구통계학적 효과는 개별 수준의 변수특성의 효과의 합 이상의 전체적인 특성을 갖는다.

1971년 맥네일과 톰슨(McNeil & Thompson)은 고참자 대 신참자의 비율(new member/older member)은 의사소통, 사회화, 기술혁신과 통제유형 등을 포함하는 여러 가지 조정 결과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이 연구는 사회적 구성(social composition)인 인구통계학 개념을 미시적인 조직분야에 적용하면 조직의 여러 특징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다운즈(Downs)는 연방관료조직의 적응성은 종업원의 나이와 근속연수 분포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다고 결론을 내렸다.(Wagner, Pfeffer, & O'Reilly, 1984) 또, 카츠(Katz)는 조직 내에서의 의사소통이나 성과가 개개인의 근속연수의 구성보다도 집단의 지속연수(longevity)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실증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Katz, 1982)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관한 최근의 중요한 연구는 1984년 페퍼(Pfeffer) 등이 발표한 최고경영자 집단의 조직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이직에 관한 연구이다.(Wagner, Pfeffer, & O'Reilly, 1984) 이 연구에서는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 600명을 대상으로 이적률을 실증 조사하였는데, 인구통계학적 거리(demographic distance)에 관한 측정은 나이와 입사시기의 유사성을 근거로 산출되었다. 최고 경영자들의 이직률은 성과가 높으면 낮아지는 부(-)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고, 반면에 이러한 경영자들 사이의 거리차이계수가 클수록 이직률은 높아진다. 즉, 조직 내에서 근속연수의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에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이직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볼 때, 근속연수가 유사한 사람들은 강한 결속력을 가지며,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이직률이 낮은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페퍼의 연구 모형을 나타내 보면 다음 <그림 9>와 같다.

즉, 이 네 가지 과정 중에서 객관적으로 측정하기에 용이한 인구통계학적 특성 à 이적률간의 관계를 검정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조직 구성원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른 의사소통이나 응집력 또한 측정이 가능하며, 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할 수 있겠다.

유사한 연령의 조직 구성원들은 기술수준이나 지위신분, 학력이나 재직기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경험이나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예:어릴 적의 전쟁경험, 결혼 적령기의 결혼문제) 이러한 공통된 조직 밖에서의 경험이나 관심사들은 조직 부서 내에서도 공유된 태도나 이해관계, 신념을 형성하게 된다.(Rhodes, 1983) 이러한 관점에서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연령(age)과 직무만족(job satisfaction)간에 정(+)의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Hunt & Saul, 1975;Kalleberg & Loscocco, 1983)가 있고, 연령과 커미트먼트 역시 정(+)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Morris & Sherman, 1981) 반면 연령과 이직의사(intention to quit)는 부(-)의 관계로 나타났다. 나이의 유사성이 비공식적이고 직무 외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Lincoln & Miller, 1979), 직무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에도 간접적이긴 하지만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조직에서 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조직의 정책이나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더욱 잘 인식 ·이해하고 있으며, 이는 직무상의 경험이나 나아가 조직내의 의사소통망이나 형태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상대적으로 재직기간이 짧은 구성원들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제3절 조직의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커뮤니케이션

두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의 빈도(frequency)는 커뮤니케이션의 효율(efficiency)이나 용이함(ease)에 의해 증가하며(March & Simon, 1958) 공유된 언어¹³⁾나 신호체계(Shared language or coding scheme)에 의해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은 결정된다.(Katz and Kahn, 1966;Tushman, 1978) 집단 내에서의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된 언어는, 그들이 접촉한 정보를 해석, 이해하고 반응하는 방식에 있어서의 유사함을 나타내 준다. 또, 조직 내에서의 이러한 언어상의 유사한 정도는 바로 조직 내에서의 경험이나 경력을 결정해주며, 개인의 경험이나 경력은 재직기간이나 현재의 직무 등을 통해서 알아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연령이나 재직기간, 직무 등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변수들은 조직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은 앞의 제1절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조직의 효율성과 성과를 결정해 주는 중요 요소이므로, 이러한 측면에서 조직의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커뮤니케이션을 연관시켜 연구해 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조직에서의 인구통계학적 변수들과 조직의 다양한 변수들과의 관련연구는 많이 있어 왔지만, 조직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직접적으로 관련시킨 연구는 드물다.

젠거와 로렌스 (Zenger & Lawrence)는 한 전기회사(electronic firm)를 대상으로 연구개발 부서내의 3-9명으로 이루어지는 19개의 프로젝트팀을 대상으로, 엔지니어 상호간의 기술적 커뮤니케이션(technical communication) 정도와 재직기간과 연령이라는 두 인구통계학적 변수와의 관련성을 소시오메트릭 자료를 통하여 분석하였다.(Zenger & Lawrence, 1989) 그 결과 프로젝트 그룹 내에서는 나이의 분포가, 프로젝트 그룹 외부에서는 재직기간의 분포가 더 큰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볼 때, 보통 연령과 재직기간이라는 두 인구통계학적 변수는 보통은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¹⁴⁾ 재직기간이 연령과는 다른 본질은, 그것이 조직 내에서의 직무와 관련되어 경력이나 경험의 정도를 나타내준다는 사실에 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을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우와 직무 외적인 개인적 관심사와 관련된 경우로 나누어 본다면, 연령과 재직기간이라는 두 변수도 양 경우에 있어서 차별적인 영향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쉽게 가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우선 여러 인구통계학적 변수들을 커뮤니케이션과 관련시켜 그 영향관계를 측정하고, 그 중 연령과 재직기간이 커뮤니케이션의 특성에 따라 차별적인 영향관계를 가질 것이라는 가설을 검정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