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에서 광고텍스트가 상품에 의미를 부여하여 구매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기위해 '여성'을 어떻게 표상하는가를 각 유목별로 분석해 보았다. 이러한 각각의 분석을 종합한 결과 우리사회에 전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문화적 지시체계내에서 여성표상과 관련된 두 가지 이데올로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남성 중심적인 지배이데올로기'와 '소비주의적 이데올로기'로 표현될 수 있겠다.

'남성 중심적 지배이데올로기'는 보수적 여성상을 재생산함으로써 상품의 판매라는 광고의 궁극적인 목적을 수행하게 된다. 이것은 여성의 역할을 가정내에서의 활등만으로 고정화시키는 '현모양처의 이데올로기'가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여성의 사회활동의 경시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여성을 남성에게 바라다 보이는 대상으로 인식함으로써, 여성의 외모에 대한 강조에서부터 시작되는 소위 '여성스러움'의 신화를 통해 더욱 강화된다.³⁾

'소비 주의적 이데올로기'는 소비하는 여성상을 끊임없이 생산해 낸다.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광고는 여성 집단을 최대의 상품시장으로 간주함과 동시에 여성을 소비활동의 노예로 만든다. 언뜻 생각하기에 생산자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생산활동을 펴나가는 것이므로 광고는 소비자에게 보다 좋은 상품정보 제공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광고는 사실 생산자의 필요를 소비자의 욕구인 양 표현한다는 점에서 전도된 세계를 보여준다. 광고가 소비자로서의 여성을 생산자의 필요에 맞게 조작해 내는 방식은 주로 여성의 허위의식이나 여성에 대한 기존관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마치 여성의 개성이나 창의력이 어떤 특정 상품의 구매를 통해서 실현될 수 있는 것처럼 표현 하는가 하면, 현모양처가 될 수 있는 자격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기도 한다. 즉 어머니나 아내로서의 자질은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암시하면서 소비욕구를 자극하게 된다. 결국 현모양처의 이데올로기와, 여자는 아름다와야하고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등의 여성의 존재가치를 외모에서 구하는 '여성스러움'의 신화는 여성의 소비욕구를 자극하는 좋은 근거가 되고 있다.

이렇게 두 가지 이데올로기는 서로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광고의 궁극적인 목적을 성취하도록 가면을 쓰고 우리에게 다가 온다. 위의 사실을 지금까지의 분석 사례를 통해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광고1>과 <3>은 '여성스러움'의 신화와 관련된 남성중심적 지배이데올로기를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여성의 외형적인 아름다움의 정도가 존재가치를 결정해 주는 최대의 가치인 양 표상함으로써 정신적·지적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은 마치 비정상적이거나 여자답지 못하다는 편견이나 이를 완전히 생략하는 결과를 남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적이다. 여성은 남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외모에만 관심을 가질 뿐, 자아실현의 여지가 없는 인물로 표상되고 있다. 이는 아름다움을 가꾸어 주는 해결책으로 상품을 나타내므로 소비주의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있다.

<광고2>와 <7>은 현모양처의 이데올로기를 살펴 볼 수 있다. 봉건시대의 현모양처가 '남존여비'의 동의어 였다면, 현대의 현모양처는 '현명한 여성', '사랑받는 여성', '지적인 여성'이라는 신화를 통해 드러난다. 봉건시대의 현모양처가 눈물과 한숨의 이미지를 가진다면, 현대의 그것은 세련된 품위와 행복한 얼굴을 가지고 제시된다.⁴⁾

여기서 현모양처의 이데올로기는 소비주의 이데올로기로 연결된다. '센스있는 아내', '현명한 엄마'라는 가면을 쓰고 소비를 조장시키고 있다. 이렇게 특정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이루어지는 현대판 현모양처는 기존의 현모양처상을 지배해왔던 남성중심적 지배이데올로기의 단지 변형된 모습일 뿐이다. 이것 역시 여성들에게 가정내에서의 역할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규정하고 있다. 가족의 행복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고, 누구누구의 엄마·아내로서 자신의 이름을 잊고 살아가는 것이 여성의 정상적인 인생인 것처럼, 사회생활로부터 고립된 여성의 가정내 역할을 재강조하는 것으로 귀착되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적이라 하겠다.

<광고6>은 위의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여성의 자아실현이 부엌을 아름답게 꾸밈으로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표상하고 있다.

<광고4>·<5>·<8>은 소비주의 이데올로기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것도 남성 중심적 지배이데올로기와 연관성을 갖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계속적으로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광고의 기능으로 볼 때 이 소비주의 이데올로기는 필연적으로 광고 텍스트의 저변에 깔려 있기 마련인 것이라 생각된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상품소비의 대상으로서 여성을 연관짓고 있다. 여자의 행복, 인생의 즐거움이 특정 상품을 통해서 성취되어질 수 있는 것으로 표상되고 있다.

소비하는 여성상의 조장은 다음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 여성의 활동을 생산보다는 소비에 치중하게 함으로써(혹은 그러한 의식을 심어줌으로서) 여성의 노동을 평가절하시킨다. 이는 사회참여에 있어서 여성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둘째, 일반적인 생산활동으로부터 소외된 여성들이 그로인해 생겨나는 불만들을 소비활동을 통해 일시적이나마 해소함으로써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적 현실을 타개하려는 건전한 의식을 갖는데 장애를 받는다.

셋째, 인간의 노동을 지배하는 자본은 그 노동력에 대한 댓가로 지불되는 임금의 처분까지도 자본의 필요에 맞게 통제하며, 이때 여성은 안정된 상품시장의 역할을 맡게 된다.⁵⁾ 이처럼 광고텍스트는 현모양처인 여성이나 신체적으로 아름다운 여성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구성 과정에서 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