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 연구의 요약 및 결론

본 논문은 경제적 측면과 더불어 중요한 문화적 기구의 하나로서 우리 생활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광고가 현실 세계를 어떻게 표상하고 있는지를 '여성 표상'에 한정시켜 기호학적 분석틀을 사용해 광고텍스트의 의미 구성방식이 지니는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이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고가 지니는 성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이의 정보적·설득적 관계의 간격을 메꾸어 주는 대량전달의 필요에서 나타난 광고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판매를 촉진하는 본래의 도구적 존재를 넣어 우리의 생활 양식을 유도하여 사회의 소비문화와 생활 문화를 변혁시키기까지 한다. 그리고 광고는 아이디어나 태도·꿈·욕망·가치 등을 다루고 있으며, 언어나 영상에 의미가 부여되는 과정인 의미작용 실천을 통하여 문화적형식을 제공함으로써 그 의미를 사회의 신념체계로 확산시키고 있다. 또 광고가 제시하는 상징의 논리는 사회에 종속되고 문화적 범주내에서 이루어지므로 소비 행위를 동질화 시키게 된다. 이것은 인간의 욕구 해결의 방법이 사회적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자본주의는 상품의 소비를 통해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의미를 마련해 주고 광고가 창출해 내는 욕구 자체가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광고가 불러 일으키는 허위의 여러 범주속에서 특정 제품의 소비에 의해 창출되는 구별에 의해 계급적인 구별이 대치됨으로써, 현실의 사회구조를 모호하게 한다. 광고가 호소하는 대상은 상상적인 개인이고 이 개인이 바로 우리가 되는 것이므로 광고로 인해 우리는 특별한 인간이 되지만 여전히 집단의 일원이다. 현존하는 경제적, 정치적 질서는 그 참가자들을 단편화 해두는 것에 스스로의 생존을 걸고 있다. 광고에서의 개인주의의 강조는 우리를 분산 상태로 유지하려는 사회적 필요성을 반영하므로 이데올로기적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의 선택으로 행하고 있음을 보증해 주며, 이 선택은 개인적인 것이고 자기의 신념에 의해 행동하고 있다는 신화를 유지하는 것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호학이 핵심적인 연구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인문 사회현상을 '구조적 관계'로 이루어진 의미 현상으로 파악하고 이것을 텍스트(Text)로 하여 그 현상의 의미를 규명하고자 하는 하문으로서 하나의 텍스트의 의미는 결코 인과적으로 성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내의 기호등의 구조적 관계를 구성하는 문법, 즉 사회적으로 약속된 규칙을 찾아냄으로써 밝혀질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기호학은 거대하고 복잡한 텍스트의 숨은 의미를 해독하고자 하는 시도로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R-Barthes가 규명하고자 했던 '신화'는 한 사회의 문화가 현실을 구성하고 해석하는 광범위한 원칙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보편적 의미구조의 발견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화는 인간이 그 사회를 의식하는 준거틀이 되며 사물을 순화시키고 그들에게 자연스럽고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정당성을 제시함으로써, 모순없는 세계를 구성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편적 의미구조로서의 신화는 사회 구성체의 지배적인 사상이 보편적이고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만드는 Marx의 지배적 의식으로서의 이데올로기 개념과 일치한다. 결론적으로 기호학이 규명하고자 하는 의미 현상의 기본적인 규칙, 즉 보편적인 의미구조는 바로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되며, 이러한 점에서 의미연구의 시도는 의미의 이데올로기적 본질을 밝혀내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기호학적 입장에서 본 광고는 '상징 체계'로서 해석적 대상이 되며, 상품에 대의적인 태도를 창출하기 위한 상징적 가치를 부여하는 다양할 기호들이 의도적으로 결합된 구조적 형식으로서 광고텍스트 상의 모든 기호는 의도적 성격을 지니고 의미작용 과정에서 기호들이 동일한 내연적 의미를 지니게 되는 의미작용의 동어 반복적 연쇄가 이루어지게 된다. 광고텍스트는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현실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의미 체계(문화적 지시체계)상의 기호의 의미를 다른 기호로 교환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J, Williamson의 지적은 광고텍스트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규명하는데 유용하다. 본 논문에서는 광고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은 '여성 표상'에 한정시켜 기호학적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남성 중심적 지배이데올로기'와 '소비주의 이데올로기'를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이데올로기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광고텍스트의 독특한 의미구성 방식에 의해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처럼 기능하고 있다.

현대의 광고는 과거 원시시대의 신화와 같은 존재라고 Leymore는 말하였다. 즉 단순한 이야기로 구성된 광고는 세상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정리하고 이해하도록 사람들에게 설명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하여 신화와 마찬가지로 이미 받아 들여진 행동양식을 강화해 준다는 것이다. Goffman⁶⁾은 광고가 남성과 여성이 현실에서 실제로 행동하는 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B.Friedan은 '여성의 신비'(The Feminine Mystique)에서 광고에서 여성을 비하하여 여성은 다만 남성을 위한 존재로서 아름다움, 매력, 가사, 육아에만 전념할 뿐, 자아실현의 여지를 갖고 있지 않는 인물로 표현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⁷⁾ J.Williamson은 광고텍스트가 개인이나 우리 자신들에 대해 이미 만들어진 가정을 기정 사실화하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적이라고 헨다. 광고텍스트가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의미구성 방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1) 광고는 문화내에서 여성의 정상적 행위를 규정짓는 방식으로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한다. 광고는 소비자에게 특정 상품을 쓰는 행위가 정상적인 것이며, 이것의 소비를 통해 생활속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고자 한다.

(2) 광고는 기존의 가치관과 지배이데올로기에 적합한 여성만을 주로 다루고, 그것에 반하는 부분을 생략하는 방식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한다. 광고에서 표상되어진 여성 이미지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몇몇만을 선택하여 추상화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다. 즉 한 사회에 '상식'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젖어있는 신념이나 생활 방식 등을 독특한 의미구성 방식을 통해 수용함으로써, 광고는 상품의 판매와 더불어 특정한 이데올로기도 함께 전파시키는 기능을 한다고 하겠다.

2. 연구의 한계와 제언

끝으로 본 논문의 몇가지 한계를 밝혀보겠다.

첫째, 본 논문이 행한 기호학적 분석의 방법론으로서의 한계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광고의 기호학적 접근법은 광고의 배후에 숨겨진 의미를 해독해 낼 수 있는 독특한 이론과 분석틀을 지니고 있지만 한계점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Leiss와 그와 동료들이 지적한 방법론으로서의 기호학의 약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 분석가의 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바르트(R.Bardes)나 월리암슨(J.Williamson)과 같은 탁월한 분석가에게는 광고의 의미의 보다 깊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창조적인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연구자들에게는 심층적인 의미 분석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이 방법이 개별적인 텍스트 해독에 촛점을 두고 있으므로 분석 결과를 수량화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전체 경항을 밝히거나 일반화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통찰력은 인상적인(Impressionistic)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세째, 이 방법이 모든 광고에 대하여 똑같이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이다. 기호학자들은 분석대상을 무작위로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을 예증하기 위해 특별하게 분석대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분석대상에 대한 기호학적 연구는 이와 같은 약점으로 인해 주관적이며 비과학 적이고, 연구결과를 일반화시킬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 방법으로 분석 할 수 있는 광고의 종류가 제한되어 있다는 한계는 광고라는 전체 현상을 해명하는데 결정적인 취약점이라 하겠다.

둘째, 세부적인 연구방법의 절차상의 문제이다. 본 연구가 분석대상으로 삼은 여성잡지는 그 수가 다양한 실정이나, 연구의 편의상 특정한 한 종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인쇄광고에 비해 TV광고는 그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보다 풍부한 연구대상이 될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리고 실제 분석대상의 숫적인 제한에 따라서 본 연구에서 임의로 정한 '상품종류'라는 분석 유목과 이것에 의해 분류된 표집 광고물 중 최중적으로 선택된 분석 대상은 연구자의 주관적인 선택이므로 이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요망된다.

본 논문은 광고텍스트의 의미구성 방식을 구조주의 기호학 방법을 통해 여성표상을 중심으로 그것이 지니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는 광고가 지니는 이데올로기의 극히 작은 단면이고 문화적 재 생산에서 차지하는 광고의 이데올로기적 역할을 밝히는 작업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광고의 총체적인 이데올로기를 분석하는데 많은 한계를 가진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객관적인 기준을 갖추고 있으면서 광고의 잠재적 의미를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보다 발전된 방향의 연구가 행해져야 하겠다. 또, 본 연구에서와 같이 여성을 통해서 이데올로기를 보고자 한 시각은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연구들이 시도한 것이므로, 다른 방향에서 연구를 해보는 것이 더 의의가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광고텍스트의 의미는 특정 상황속에서 그것이 만나는 담화들의 관점에서 고려 되어져야 하는 것이고, 독자--텍스트--제작자 모두의 관점에서 그 의미가 총체적으로 밝혀져야 정확히 규명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삼자의 관점을 수용하는 시각에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