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광고전략의 종합적 커뮤니케이션 모델로 제시된 FCB의 GRID 모델을 중심으로 광고전략모델의 이론적 타당성과 한국적 상황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이루어졌다. 광고전략은 광고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현대광고의 핵심개념으로서 광고의 과학적인 속성을 대표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광고전략에 대한 지배적 이론이나 표준적 모델은 없으며 각 시기별 또는 광고대행사별로 전략 지침 내지는 전략방안 등이 존재해 왔을 뿐이다. 이러한 전략지침들은 대체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전통적 이론인 조건반사이론, 행동주의이론, 경제학이론, 심리학적 이론, 사회학적 이론 등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이론적 변화과정을 반영해 왔으며 따라서 각 시대별로 단편적이고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지녀왔다. 그러나 FCB GRID 모델은 타 광고대행사들의 전략개념과는 달리 현재까지 발전되어온 전통적 이론과 80년대 이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관여이론, 두뇌기능분화이론 등을 종합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 이론의 실용가능성과 함께 학계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물론 한편으로는 FCB GRID 모델이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충분한 자료의 축적결과를 토대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실용성을 염두에 둔 스펙클레이션의 산물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지적은 FCB GRID 모델의 GRID를 구성하는 관여와 합리성(이성/감성)이라는 두 차원이 어떠한 연구과정을 거쳐 나타났는가에 대한 의문을 충족시킬 수 있는 모델의 생성과정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관여와 합리성의 개념을 이용한 2차원적인 설명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아직까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용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실제로 FCB GRID 모델에 대한 학문적인 평가는 Ratchford의 연구를 비롯한 소수에 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한국적 상황에서 FCB GRID 모델의 이론적 타당성과 적용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했다.

이상과 같은 연구목적에 따라 이 논문은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여 한국적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FCB GRID 모델을 고찰해 보았다. 설정된 연구문제 각각에 대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 <연구문제 1>에 대한 연구결과

연구문제 1: FCB GRID 모델에서 제시되고 있는 '합리성'과 '관여'라는 2가지 차원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구매결정에 대한 상품판단 기준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유용한가?

FCB GRID 모델에서는 소비자들이 상품의 구매를 결정하는데 사용하는 기준을 상품에 대한 관여와 이성/감성적인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조사된 상품들을 소비자들의 구매결정과 관련된 유사성의 자료를 토대로 다차원척도분석을 한 결과 GRID를 구성하는 관여의 차원은 소비자들의 상품구매결정을 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결과로 나타났다. 따라서 FCB GRID 모델에서 소비자들의 구매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상품에 대한 관여 정도에 따른 상품구매행동의 구분은 유용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저관여 상품들 중에서는 이성/감성의 차원에서 다차원척도분석의 결과에서 혼돈된 결과를 보이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합리성의 개념에 근거한 이성적/감성적 방법으로서 소비자들의 구매행위를 설명하려는 것의 타당성에 강한 의문을 갖게 하였다. 따라서 FCB GRID 모델의 이성/감성적 사고를 측정하는 도구에 문제가 있든가, 합리성이라는 차원으로 상품구매행위를 설명하려는 것 자체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는 않은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이성/감성적 개념의 타당성과 유용성에 대한 문제점들은 Ratchford의 연구에서도 제기되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다차원 척도상에 존재하는 상품들의 속성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해석을 위한 연구가 요구된다.

2. <연구문제 2>에 대한 연구결과

연구문제 2 : FCB GRID 모델에서 제시되고 있는 4분된 공간에서 상품들이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위치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상황에서도 그대로 유효할 것인가?

한국과 미국의 GRID 공간별 상품분포를 비교해 본 결과, 몇 가지 품목을 제외하고는 상품에 대한 두 나라 소비자들의 인식이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1공간에 해당하는 상품들의 경우,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들의 응답이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이 주목 할만 했다. 두 나라 GRID 결과의 차이점은 일부 저관여 품목에서 나타났는데, 미국의 소비자들이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구매한다는 일부품목이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감성적인 판단에 의해 구매한다는 결과로 나타났다.

FCB GRID의 미국에서의 결과와 한국에서의 결과에 의해 GRID를 구성하는 4개 공간의 구성상품 들에 있어 유사한 결과를 보이고는 있지만 상품들의 상대적인 위치는 각 품목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로서 신용카드, 세탁기, 카메라, 청량음료, 스낵류 등은 두 나라의 조사결과 GRID 상에서 매우 유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향수와 생명보험 등과 같은 품목은 두 나라의 결과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왜 어떠한 품목은 유사한 결과로 나타나고 어떤 품목은 차이가 나는가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3. <연구문제 3>에 대한 연구결과

연구문제 3 : FCB GRID 모델의 소비자 인지구조 측정을 위한 진술문항들을 우리 나라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적용했을 때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이들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이 연구에서는 미국과 한국에서의 FCB GRID 척도 신뢰도 비교를 위해 Ratchford의 연구에서 사용한 동일 방법을 적용하였다. 검증결과, 신뢰도는 관여의 항목들과 이성적 사고를 측정한 항목들에서 모두 매우 높게 나타났다. 미국에서의 감성적 사고를 측정한 항목들을 예외로 치면 우리 나라 조사에서늬 감성항목들과 이성/감성의 합성변인에서도 높은 신뢰도 계수를 나타냈다. 그러나 상품들에 대한 개개인의 응답을 분석한 신뢰도는 미국과 한국에서의 조사에서 모두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특히 미국의 연구결과에서 감성을 측정한 항목들의 신뢰도 계수가 0.50으로 나타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나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측정한 감성 항목들의 신뢰도 계수는 0.72로 나타나 미국보다 한국에서 높은 신뢰도 계수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4. <연구문제 4>에 대한 연구결과

연구문제 4 : 우리 나라 소비자들의 상품판단 차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 것인가?

우리 상황에 부합되는 GRID 구성을 위한 상품판단 차원은 연구에 사용된 여러가지 측정척도들의 신뢰도 검증과정에서 모색되어질 수 있다.

이 연구에서 상품들의 평균값에 의해 관여수준을 측정한 문항들의 신뢰도는 한국과 미국에서 .98 과 .95 로 나타나 매우 높은 신뢰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감성적 사고를 측정한 문항들은 관여의 문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신뢰도(alpha=.72)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FCB GRID의 8개 문항과 이 연구의 예비조사에서 상품을 구매 할 때 기준이 되는 개념들에 대한 소비자 조사의 결과에서 나타난 11개 문항을 FCB GRID 형식의 의미분별척도화 해서 질문한 결과를 요인분석해 보았는데, 항목 Q1, Q2, Q3, Q6, Q8, Q10, Q12, Q15의 문항들은 요인1을 형성하고 있으며, 요인2는 FCB GRID 척도에서 감성적 사고를 측정하는 문항들인 Q4, Q5, Q7과 함께 새로운 문항인 Q11, Q13, Q14의 3개 문항을 추가하여 하나의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Q11, Q13, Q14 문항의 내용은 상품구매시 색과 디자인, 새로운 모델, 사회적 유행성의 내용으로 나타나 언듯 보아도 감성적 측면의 구매행위를 묘사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이 분석의 결과에 의하면 요인분석의 결과로 나타난 2개의 요인이 15개 항목의 총 변량(variance)을 84.3 퍼센트나 설명할 수 있어 15개 항목을 다루는 두 요인의 설명력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요인2를 이루는 6개 항목의 각 상품의 평균치를 자료로 신뢰도 검토를 한 결과 신뢰도 계수는 FCB GRID에서 3개의 문항에 의한 신뢰도 계수인 Alpha=.72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Alpha=.90 수준으로 나타나 6개 문항의 감성적 측정도구가 매우 신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앞으로 많은 후속연구에 의해 검증될 필요성이 있지만 GRID 모델의 구성을 위해 감성적 사고치를 측정하는 질문들의 신뢰성 향상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GRID 모델은 1980년 R. Vaughn에 의해 정리 발표된 이래, 그것의 이론적 배경과 구축과정의 과학성 및 실용성 때문에 광고현업과 학계 모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GRID 모델은 그 출발이 제품구매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인지구조 분석결과에 근거하고 있음이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GRID 모델은 업계와 학계에서 그 타당성에 대한 후속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모델은 기획, 제작, 매체, 조사 등 광고업무 전반의 방향을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론적 토대는 물론 모델형성과정이 측정척도의 개발과정에서부터 비교적 상세히 밝혀져 있기 때문에 검증연구의 가능성이 크다는 잇점을 지니고 있다.

FCB GRID 모델이 유효하려면 GRID를 구성하는 차원들이 소비자들이 상품의 구매결정을 하는데 사용하는 기준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논문에서는 FCB GRID 모델의 결과에 대한 타당도를 검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FCB GRID 상에 분포된 각 상품들의 위치와 상품의 구매결정을 하는데 있어 각 상품들이 얼마나 유사한가 혹은 다른가에 따른 판단에 기초한 다차원척도방법에 의해 형성된 N 차원의 공간에서의 상품들의 위치를 비교해 보았다. 만약 FCB GRID 모델이 소비자들의 상품구매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기준을 제대로 적용하여 GRID 상에 상품들의 분포를 형성한다면 GRID상의 상품들의 분포와 다차원척도분석결과에 의한 상품들의 분포가 유사해야 한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GRID 모델의 타당도는 실제로 소비자들이 관여와 이성/감성의 차원에 의해 상품의 특성을 분류하고 이러한 분류가 그들의 구매결정 형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따라서 FCB GRID 모델에 대한 이론적 타당성과 적용가능성 검토한 이 논문의 결과는 아직 자체적인 광고전략모델의 개발이 미흡할 뿐 아니라 외국의 모델들을 우리 나라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없이 이용하고 있는 한국 광고계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논문에서는 GRID 모델의 이론 및 방법론상의 한계성을 지적하고 이의 발전방안을 제시해 보기 위해 GRID 모델의 측정방법과 함께 다차원척도분석(MDS)을 병행, 이론 및 방법상의 타당도를 높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