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FCB GRID 모델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행위를 이해하는데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 알아 보았다. FCB GRID 모델은 소비자들이 상품의 구매를 결정하는데 상품에 대한 관여도와 상품에 대한 이성/감성적 사고에 따른 판단을 한다는데 근거하고 있다. 또한, FCB GRID 모델은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여도와 이성/감성적인 판단기준 뿐 아니라 각 기준에 의한 다양한 상품들에 대한 평가의 결과에 대한 문화간 전용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특정 문화권의 소비자들이 특정 상품에 대해 느끼는 관여도와 이성/감성적인 평가가 타 문화권의 소비자들이 그 상품에 대해 느끼는 관여도와 이성/감성적인 평가와도 유사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이 연구는 따라서 다음과 같은 의문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필요로 한다. FCB 모델에서 제시하는 소비자들의 상품에 대한 평가는 주로 미국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된 FCB GRID 모델의 결과와는 얼마나 유사한가, 혹은 다른가?

이와 같은 의문을 실증적인 방법으로 고찰해 보기 위하여, 이 연구는 우선 FCB GRID 모델에서 상품에 대한 관여도와 이성/감성적 평가를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측정척도를 그대로 이용하여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이러한 조사는 FCB GRID 모델에서 상품들의 관여도와 이성/감성의 차원을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질문문항들에 대한 신뢰도의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이 조사의 결과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상품판단기준을 근거로 한 GRID 모델을 구성하는데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1. FCB GRID 측정 결과

이 연구에서는 소비자들의 상품에 대한 관여 및 이성/감성의 정도를 관여 3항목, 이성 2항목, 감성 3항목으로 측정하였다. 이러한 질문 항목들은 보다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각 측정개념들을 따로 분류하지 않고 섞어서 제시하였다. 총 8개의 질문 항목은 의미분별척도의 형태와 유사하게 서로 반대되는 의미를 1점과 7점을 양극으로 하는 다음 내용의 문항 들로 구성되어 있다.

Q1. 만약 상표를 잘못 고르게 된다해도 손실이 적다. (손실이 크다)

Q2. 구매할 때 논리적이며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된다)

Q3. 이 구매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

Q4. 이 상품의 구매에는 나의 개성이 반영된다. (반영되지 않는다)

Q5. 주로 느낌이나 감정에 따라 상품을 결정한다. (결정하지 않는다)

Q6. 구매결정에는 많은 사고(생각)를 필요로 한다. (필요로 하지 않는다)

Q7. 관찰, 맛보기, 만져보기, 냄새, 소리 등을 토대로 구매를 결정한다. (결정하지 않는다)

Q8. 상품의 기능에 근거하여 결정한다. (결정하지 않는다)

위의 질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조사된 총 25개의 상품에 대한 각 질문항목별 평균값이 <표 4-1>에 제시되었다. 이 표에서 보듯이 각 질문 문항에 대한 우리 나라 소비자들의 응답은 상품별로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로서 질문 1의 경우 스테레오 전축이 평균점수 6.83, 승용차가 6.61 등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치약이나 라면과 같은 상품은 각각 3.17, 3.34로 나타나 조사된 상품들이 질문내용에 따라 서로 구별되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은 그외의 모든 질문항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 측정도구의 상품구별력에 대한 외적 타당성 (external discriminant validity)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위의 결과는 FCB GRID 모델에서 사용하고 있는 관여와 이성/감성적 차원에 의한 상품의 값으로 전환하기 위해 해당 차원을 구성하고 있는 각 항목 별로 묶은 후, 각 질문의 내용에 따라 방향성을 감안하여 FCB GRID 모델의 공식에 따라 산출되었다.

1) 관여도 측정 결과

각 상품의 관여도를 계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공식이 사용되었다. 이 공식에서 보듯이 Q3과 Q6의 평균치는 질문내용에 따라 방향을 바꾸었는데, 7점 척도에 의한 측정결과는 8을 더하거나 뺌으로서 각 항목들을 동일한 방향으로 표준화 시켜준다.

관여도= {Q1+(8-Q3)+(8-Q6)}/3

위의 공식에 따라 분석한 결과 각 상품들에 대한 관여도의 평균치가 <표 4-2>와 같이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관여의 정도가 높을수록 큰 숫자로, 관여의정도가 낮을수록 적은 숫자로 이해 될 수 있다. 따라서 조사된 25개의 상품들 중 스테레오 전축(6.76), 승용차(6.69), 여성용 외출복(6.39) 등은 소비자들의 관여도가 매우 높은 상품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소비자들의 관여도가 낮은 상품으로는 스낵류(7.74), 라면(3.00), 치약(3.00) 등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각 상품들에 대한 관여도의 상대적인 거리개념을 나타내기 위해 표준점수(Z-Score)로 환원되었는데, 표준점수는 각 상품들을 관여의 차원에서 Plotting 시키는데 편리하게 하여 준다.

<표 4-2>의 결과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의 하나는 각 상품들의 표준편차에서 나타난다. 즉 관여도가 높은 상품들은 일반적으로 관여도가 낮게 나타난 상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표준편차를 나타내고 관여도가 낮은 상품은 반대로 높은 수준의 표준편차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관여도가 높은 상품들의 경우 응답자들이 관여를 측정하는 질문항목들에 비슷한 수준의 점수를 부여한 반며, 관여의 정도가 낮은 상품들일수록 응답자들 사이에 측정척도에 대한 응답점수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말하면 관여도가 높은 상품일수록 질문에 대한 반응의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관여도가 낮은 상품들은 응답한 사람들에 따라 점수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해석될 수 있다.

2) 이성/감성도 측정결과

이성적 사고의 값은 다음의 공식에 의해 산출되었는데 Q2의 질문문항의 방향을 바꾸어 Q8의 평균값과 합산한 다음, 2로 나눈 값으로 나타난다.

이성적사고= {(8-Q2)+Q8}/2

감성적 사고의 값은 Q4, Q5, Q7의 평균값의 방향을 바꾸어 합산한 값을 이들 질문 문항의 수인 3으로 나누어 산출된다. 감성적 사고의 값을 위한 공식은 아래와 같다.

감성적사고= {(8-Q4)+(8-Q5)+(8-Q7)}/3

<표 4-3>에는 상품구매시 이성적 사고 및 감성적 사고를 측정하는데 사용된 문항들의 각 상품에 대한 평균치와 함께 이들을 기초로 산출한 이성과 감성 문항들에 대한 상품별 평균치가 제시되어 있다. 아래의 표에 제시된 값을 해석하는데 있어 이성적 사고는 평균치가 낮을수록, 감성적 사고의 경우는 평균치가 높을수록 각 개념을 나타내는 정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스테레오 전축(1.28), 가정용 TV(1.82), 승용차(1.41) 등은 구매시 비교적 높은 이성적 판단을 요하는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반면, 벽지(4.22), 청량음료(4.13), 스낵류(4.50), 라면(4.42)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이성적 판단을 요하는 제품으로 나타났다. 감성적 사고의 평균치를 살펴보면, 향수(6.27)가 가장 높은 평균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구두(5.82), 여성용 외출복(5.62), 여성용 내의(5.45) 등도 높은 평균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표에서 유의할 사항은 특수한 상품들은 이성적 사고의 값이 매우 낮으면서(상품 구매시 이성적 판단이 중요함), 동시에 감성적 사고의 값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상품 구매시 감성적 판단이 중요함)는 점이다. 이러한 종류의 상품으로는 구두(1.93 ; 5.82), 여성용 외출복(1.70 ; 5.62)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는 후에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한다.

FCB GRID 모델에서 이성/감성의 차원은 단일차원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실제로 이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이성/감성적 사고의 정도를 두 가지 내용을 양극으로 하는 문항들에 의해 측정할 것인지, 또는 이성 및 감성의 개념을 서로 독립된 문항들에 의해 측정해 합성변인(composit variable)으로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Ratchford는 결국 이성과 감성을 각각 다른 개념으로 측정하여 합성한 결과를 이성/감성 차원의 값으로 사용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도 Ratchford의 방식에 따라 이성과 감성의 변인을 각각 독립적으로 측정한 다음, 이 두 가지 변인을 합성하여 이성/감성을 하나의 변인으로 사용하였다. 이성/감성적 사고의 값은 다음의 공식에 의해 산출되어 진다.

이성/감성도= {((8-Q2)+Q8)/2+((8-Q4)+(8-Q5)+(8-Q7))/3}/2

위의 공식은 결국 이성적 사고의 정도와 감성적 사고의 정도를 질문들의 방향에 따라 정리하여 이들을 질문문항의 수로 나누어 표준화 한 것이다. 이러한 공식에 의해 각 상품들에 대한 이성/감성의 합성변인의 값이 만들어졌는데, 그 결과는 <표 4-4>에 제시되어 있다.

이 표에 의하며, 자동차보험, 두통약, 신용카드, 승용차 등은 타 상품들보다 이성적 판단에 의해 구매한다고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벽지, 향수 등과 음료, 라면, 스낵 등은 주로 감성적인 판단에 의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