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의 광고매체 시장

구한말 민간지인 독립신문에 최초의 근대적 광고가 실린 이후부터 한국의 신문은 가장 중요한 대중광고매체로 성장해 왔으며, 6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정에서도 주 광고매체로서 늘어나는 광고물량을 흡수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증대된 광고물량을 바탕으로 한 광고수입의 증대가 신문기업의 성장과 성격변화에 커다란 기여를 했음은 전술한 바와 같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가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신문이외에도 전파매체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들이 성장해왔고, 이러한 매체들 또한 광고매체로서 그 유용성을 증대시켜왔다. 따라서 신문기업은 타신문사들 뿐만 아니라 이들 매체들과도 광고획득을 위한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으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절한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1)신문업게 내부의 경쟁

60년대 이후 신문기업이 대기업화하는 과정의 첫단계가 군사정부의 언론정책을 바탕으로 한 외부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면, 두번째 단계는 신문업계 내부의 경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65년5월, 처음부터 상업주의를 표방하고 창간된 신아일보와 뒤이어9월 삼성재벌에 의해 창간된 중앙일보가 새로이 등장하면서 언론계에 기업화의 풍토가 풍미하게 되었던 것이다¹⁾. 이들 신문들은 모두 현대적 인쇄시설에다 새로운 지면구성 등을 실시, 높은 성장율을 보여주었다. 특히 중앙일보의 경우에는 총 발행부수의 27%까지 무가지를 발행했을 뿐만 아니라 경품권까지 첨가하는 판매기법으로 기존의 판매질서를 흔들어 놓았다²⁾. 이는 신문사간의 경쟁이 신문의 내용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경영에 있어서도 치열해졌음을 의미한다 하겠다.

또한 중앙일보는 광고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 새로운 광고전략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광고 표현 기술과 광고 시스템을 과감히 혁신해왔다. 즉 중앙일보는 광고요원의 관리와 운영을 극대화하고 안내광고, 원색광고, 향료광고, 돌출광고 등 새로운 광고를 계속 개발했다³⁾. 이는 중앙일보의 광고수입의 급성장에 많은 기여를 하였으며, 기존의 일간신문매체들은 새로운 신문의 광고시장 참여로 인해 이전보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후단에 이르는 동안 문화방송과 경향신문의 통합, 지방신문의 통폐합, 그리고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의 통합이 이루어졌다. 문화·경향의 통합과 중앙·동양의 통합은 그 형식이나 성질에 있어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언론 기업경영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언론기업이 차츰 대형화되어 감에 따라 판매 시장의 확장, 광고시장의 쟁탈전이 60년대에는 상상도 못할 만큼 치열해지고 다각화되었다⁴⁾.

1980년, 정부에 의해 주도된 언론 통폐합은 신문업계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언론통폐합 조치 이후 TBC와 동아방송의 KBS로의 합병은 중앙매스컴과 동아매스컴의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는바, 수입의 가장 커다란 지주였던 방송매체의 상실은 신문으로 하여금 새로운 활로를 찾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중앙매스컴의 경우 전체 영업수입(사업비 제외)내역을 보면 방송광고수입이 64.8%인데 비해 신문광고수입은 15.3%, 출판광고수입은2.6%여서 신문광고수입만 가지고 수입의 주종을 삼아 경영을 유지하기란 여간 힘드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주요 수입원이 될 신문 광고국으로서는 새로운 영업전략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될 운명이었던 것이다⁵⁾. 이러한 현상은 동아일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고, 결국 한국의 중앙일간지들은 제한된 국내시장을 놓고 치열한 광고획득 경쟁을 해야 했던 것이다.

한편 한국신문협회는 1980년12월21일 일간신문의 발행면수를 종래의1일8면에서 81년부터 매일 12면으로 증면키로 결정했다. 그 결과 50%의 갑작스런 광고면의 증가가 일어났고 여기에다 불황이 작요해서 신문사 광고국 간의 광고지면 판매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되었다⁶⁾.

이상에서 보듯이, 한국의 신문기업은 60년대를 지나면서 광고수입에 있어 비약적인 증대를 기록하였지만, 그러한 성장의 과정 속에서 각 신문기업은 상호간에 광고수입의 증대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경험해야만 했다. 따라서 각 신문은 광고매체로서 자사신문이 타신문보다 우월함을 보여주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던 것이다.

(2)기타 광고매체와 신문

1)잡지·라디오 광고의 변동

신문이 주요한 광고매체로 성장해 오는 동안, 여타의 대중광고매체도 또한 성장의 길의 걸어왔다. 광고매체는 매우 다양해서 분류기준도 여러 가지이지만⁷⁾, 한국이 경제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커다란 변동을 보여준 것은 소위 '4대매체'라 할 수 있는 신문, 잡지, 라디오, TV라 할 수 있으며, 신문의 광고매체로서의 성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잡지매체는 다른 매체와 달리 여성지, 학생지, 소년지 등 타겟에 따라 수용자의 분할이 쉽게 이루어지며, 열독율이 가장 높다는 점 등의 장점을 가지고 성장해 온 매체이다⁸⁾. 잡지의 주종을 이루는 여성지 광고의 구성비를 보면 섬유류가 전체 광고의 16%, 화장품 15%, 식품·음료 15%, 의약품7.2%, 주방용기 및 가전제품이6.5%를 차지하고 기타 다양한 생활용품이 40%를 차지하고 있다⁹⁾. 이는 잡지광고가 특정한 수용자계층을 목표로 하여 이용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969년 정기 간행물의 총 수는 747개였는데, 이 숫자는 1984년10월이 이르러1,765개로 늘어났다. 이중 특히 월간지의 증가가 눈에 띄며,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라 산업이 세분화됨으로서 전문지가 늘어났다¹⁰⁾. (표3-1)에서 보듯이 80년대 들어 잡지의 창간이 대폭 증가하여 이 시기, 잡지 광고의 성장을 가능케 했다.

라디오는 70년에 이르기까지 신문에 이어 두번째의 주광고매체로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라디오의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감소하기 시작하였고, 따라서 라디오의 광고비는 타 매체에 비해 저조한 성장을 기록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표3-2)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라디오의 매체 구성비는 70년 초의 20%선에서 점차 감소하기 시작하여 80년대에 들어서는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상대적으로 TV의 증가로 인해 나타났고, 라디오는 이러한 상황에서 전파매체 중 특정한 타겟 오디언스를 위한 매체로 탈바꿈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FM방송이 증가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것에 해당하는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¹¹⁾.

2)TV의 성장과 신문

잡지와 리디오의 광고가 신문광고의 성장에 비해 저조한 성장을 보인 반면, 광고매체로서 TV는 앞의 (표3-2)에서 보듯, 70년대를 경과하면서 놀라운 성장을 보이며 신문과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TV는 1956년5월12일에 HLKZ-TV방송국이 개설되면서 라디오에 앞서 상업방송이 시작되었으나 경영난으로 이해1년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다시 TV에서 상업방송이 시작된 것은 1963년1월 국영방송인 KBS-TV가 상업방송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KBS-TV의 상업방송은 1964년12월TBC-TV의 개국과 1969년8월에 개국한 MBC-TV의 상업방송 실시로 인해 중단되었고, 광고방송은 1980년 언론통폐합 때까지 이들 두 민간TV방송국이 전담하였다. 1980년11월14일의 언론통폐합을 계기로 국영방송인 KBS가 TBC-TV를 흡수, KBS제1TV및 제2TV로 개편하여 광고방송을 실시하였으며¹²⁾, 같은 해11월1일 이후 컬러TV의 방영개시로 전파에도 색채 광고의 시대가 도래하였다¹³⁾.

69년MBC-TV가 개국했을때만 하더라도 국내 TV수상기는 만3천여대에 지나지 않았으나¹⁴⁾, 수상기 보유대수는 급속히 늘기 시작해, 1979년에는 600만대에 육박하게 되었으며, 83년6월말 현재 TV수상기 총 등록대수는7,121,784대로 전국 세대당 보급율은 84.6%에 달하게 되었고, 컬러TV수상기도 300만대를 돌파하게 되었다¹⁵⁾.

이와 같은 TV방송의 발달에 따라, 초기에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던 TV광고는 급속한 성장을 하여, 신문광고를 위축시키기 시작했고, 1974년에 이르러서는 총 광고비에 있어 신문을 앞지르게 되었다.(그림3-1참조) 71년까지는 신문이 68억원으로2위인 TV의 28억원을 크게 누르고 앞서 있었다. 그러나 72년부터는 서서히 TV와의 간격이 좁혀지기 시작, TV가 148억원으로 신문의 138억원을 누르고 역전하였으며, TV의 우세는 77년까지 계속되었다. TV의 CM에 대한 시간 규제 등으로 인해 TV의 광고 성장이 둔화되면서 78년에는 다시 신문이 우위에 섰으나¹⁶⁾, 80 년대 이후에도 TV광고의 성장은 지속되어 신문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처럼 신문기업은 광고시장을 놓고 각 신문사간에 뿐만 아니라 TV와도 경쟁을 해야만 했다. 신문과 TV의 경쟁은 비단 우리 나라에서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에서도 신문기업은 TV등 전파매체와의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러한 경쟁과정에서 신문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 왔던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TV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신문은 기존의 라디오와 더불어 TV와도 경쟁을 해야만 했다. 특히 광고획득을 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신문기업은 새로운 시설을 도입하고 많은 투자를 해야만 했다. 즉 대다수의 신문들이 컬러인쇄기들을 설치, 컬러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하였으며 또한 새로운 문선·조판 방법들도 도입하였다¹⁷⁾. 이러한 결과 1950년대에 신문광고비는 비약적으로 증가하였고, 전체 광고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3분의1이 되었다. 또한 광고의 컬러 인쇄와 더불어 기사 내용도 컬러로 인쇄하는 경향이 증가되었다¹⁸⁾.

한국에 있어서도 70년대 말, 신문광고 편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은 서울 시내에서 발행되는 종합 일간지 모두 컬러 인쇄소를 갖추고 컬러 광고에 많은 비중을 두기 시작했던 점이라고 지적되고 있다¹⁹⁾. 또한 1980년대에 텔레비전전전 방송이 모두 컬러로 바뀜에 따라, 이러한 변화는 텔레비전전 광고자체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인쇄매체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²⁰⁾, 각 신문사들은 최신식 컬러 인쇄시설에 활발한 투자를 하면서 컬러 광고의 경쟁을 벌였다²¹⁾. 즉 신문은 타매체와의 광고 유치를 위한 경재 가운데에서 신문광고의 유용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신문지면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2. 한국 광고주의 신문매체 선택의 실제와 그 영향

(1)한국의 광고 산업과 매체선정 실태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산업구조는 고도화 되어 종래의1차 산업 위주에서2차 내지는3차산업 위주로 개편되고 사회도 Rostow가 말하는 전통사회로부터 '대중소비사회'로 이행된다²²⁾. 이러한 현상은 생산과 소비활동을 점차 전문화하여 분리시키게 되었고, 이에 따라 자동기계화에 의한 대량생산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주어 생산과 소비를 원활하게 연결시켜주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광고란 바로 이와 같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정보의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해서 발생될 수 있는 갭을 매워주기 위한 일종의 매스커뮤니케이션으로서 대량생산 및 대량 소비 체제하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²⁴⁾.

한국에 있어서도 60년대 이후 경제성장에 따른 기업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광고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 결과 광고량에 있어서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한국의 광고계를 살펴볼 때, 광고활동의 비과학성과 비합리성이 계속 지적되어 왔으며²⁵⁾, 이러한 현상은 특히 광고주의 매체 선정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할 수 있다.

이는 광고주의 광고대행사 이용실태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광고대행사는 광고의 과학저이고 전문적인 기획제작 집행을 위해 존재하는 독립기업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광고는 원칙적으로 광고대행사에 의외하여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는 광고대행사의 취급분이 전체 광고비의 20%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광고주와 매체의 직거래로 집행된다26). 또한 매체측도 광고대행사의 인정을 꺼리는 것이 실정이며²⁷⁾, 광고주가 직접 광고를 게재할 경우는 소정의 매체료를 할인해주고 있는 것이다²⁸⁾.

한편 기업의 메시지 전략과 매체 전략에는 소상한 정보가 요청되고, 이러한 정보를 얻으려면 소비자 분석을 중심으로 한 시장분석, 상품분석 등에 대한 조사와 매체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따라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마케팅 조사이다²⁹⁾. 한국의 경우,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마케팅 조사 및 광고조사활동이 태동하기 시작했다. 1973년3월ASI(Audience Studies Inc.) 한국지사가 창설되었고, 1974년에는 한국 갤럽조사 연구소가 창립되었으며, 이후 종합기획, 한국리서어치 등의 조사회사가 생겼다³⁰⁾. 그러나 70년대를 지나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한국의 마케팅조사의 양적·질적인 발전은 미미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978년의 국내시장 및 광고조사비의 총계는 약5억원 정도인데 이것은 국내 전 광고비의0.3%라는 매우 낮은 비율로서 우리 나라의 조사가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가를 나타내주고 있다 하겠다³¹⁾.

이처럼 한국의 광고거래는 서구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이루어져 왔으며, 매체 선택에 관한 식견과 전략이 부족한 광고주들은 우선 이른바 통념적으로 '인기'있는 미디어에 집중하고 대체로 외형적 독자수가 많은 저명 일간지, 그리고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업TV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전에 충분한 연구없이 관행적으로 미디어 선택에 나서는 경향을 보여주었다³²⁾.

(2)한국의 신문광고 거래

광고매체로서 신문의 가치는 양적·질적인 면에서 평가될 수 있다. 우선 발행부수가 많을수록 그 신문의 매체가치는 높다³³⁾. 왜냐하면 발행부수와 광고효과와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일수록 일반대중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많고, 또 그러한 신문에 게재된 광고일수록 소비자들에게 접촉될 기회가 많기 때문인 것이다³⁴⁾. 따라서 신문기업들은 자사 신문의 광고매체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독자시장 확대를 통한 발행부수의 증대를 위해 노력을 다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10년대를 지나면서 신문사 총 수입 중에서 광고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3분의2를 넘어설 정도로 광고의존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³⁵⁾. 따라서 각 신문들은 광고의 획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는데, 이는 판매부수 증대를 위한 움직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즉 이 시기를 지나면서 각 신문들은 판매부수를 확장하기 위해 각종 수단을 모두 동원하게 되었는 바, 쿠폰을 신문에 끼워 넣어서 당첨자에게는 복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도 하였고, 소위 '확장지'라는 이름의 무가지를 가정에다 뿌리기도 하였던 것이다³⁶⁾. 또한 영국에 있어서도 신문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각 신문들은 광고를 끌어들이기 위한 필요에서 판매부수의 증대를 추구하게 되었던 것이다³⁷⁾.

이처럼 발행부수라고 하는 신문의 양적인 측면은 광고 매체로서 신문을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중요한 또 하나의 평가기준은 독자의 지리적 분포나 산업별 또는 직업별 분포 등과 같은 발행부수의 질적인 내용이다. 즉 신문 독자층의 구성 상태, 신문의 전달력 그리고 대상에게 주는 심리적 효과 등이 중요시 되는 것이다³⁸⁾.

광고주는 목표로 하는 수용자의 속성과 성격에 따라 매체를 달리 선정해야 하는데 이를 수용자의 분할(segmentation)이라 한다. 신문은 중앙지냐, 지방지냐에 따라 같은 중앙지라도 전통과 신뢰도 등에 따라 구독자의 질과 양이 각기 다르다³⁹⁾. 이와 같은 신문매체의 질적 내용을 아는데 있어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바로 발행부수공사기구(Audit Bureau of Circulation)이다. ABC는 1914년 미국에서 제일 먼저 설립된 이래 계속 발전하여 광고거래가 활발한 거의 모든 나라가 이에 가입되어 있다. 사실 ABC는 처음에 신문의 발행부수만을 공사했다. 그러던 것이 나중에는 잡지의 발행부수까지 공사하게 되었으며, 산문·잡지의 광고가치가 이런 발행부수에만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독자층 조사에도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게 되었던 것이다⁴⁰⁾.

서구에 있어서, 기업체의 시장조사와 ABC의 발달은 특정 수용자, 특히 구매력있는 수용자를 독자로 하는 신문의 광고매체로서의 가치를 높여주어, 그러한 신문의 발전을 가능케했다. 이러한 현상은 소위 '고급지' 또는 '권위지'의 발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신문의 독자수가 엄청나게 증가해 가던 1950년대에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던 신문계의 흐름과는 반대로, 매스 오디언스들을 분할하여 고정독자들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신문들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뉴욕 타임즈지와 뉴욕 데일리 뉴스지 등은 목표 수용자를 대상으로 전문화되고 강한 소구력을 가진 논조를 펴기도 하였던 것이다⁴¹⁾. 또한 영국에 있어서도 60년대 이후 대중지들의 판매경쟁이 격화된 상황속에서 적을 발행부수를 가진 고급지들은 경영면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었다⁴²⁾.

Curran에 의하면 고급지들의 이와 같은 성장은, 특정 수용자를 목표로 하는 광고주들이 이들 신문들을 선호하여 대중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광고료를 지불하면서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한데 기인한다고 한다. 즉 고급지들은 구매력있는 엘리트 계층을 독자층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발행부수의 증대를 위한 커다란 노력없이도 광고 수입의 증대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다⁴³⁾.

한편 한국의 경우는 60년대 이후 신문광고가 급속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대로 광고주의 시장조사 및 광고조사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발행부수를 공사하는 ABC도 설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광고주들이 신문매체를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히 신문의 인기도 즉, 발행부수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물론 각 신문사의 전통과 신뢰도에 따라 매체의 가치는 어느 정도 차이는 보이지만, 한국 일간지의 대부분이 정론지적인 전통속에서 성장해 왔고, 60년대를 지나 정부의 언론통제 등의 요인으로 인해, 신문의 내용에 있어서 획일성을 보여줌으로써⁴⁴⁾, 신문의 발행부수는 더욱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었던 것이다.

결국 광고주의 이와같은 매체 선택은 신문이 고급지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했고, 각 신문들은 부수확장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어야만 했다고 생각된다.

동아일보의 경우 60년대 후반에 논의되었던 커다란 문제주의 하나는 신문의 성격을 고급지로 할 것인가 대중지로 할 것인가의 문제였다⁴⁵⁾.대중지는 저속한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기 때문에 자연 엄청난 부수가 팔리게 되지만 고급지는 주로 사회의 지도층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 이상의 제한된 독자만을 확보할 수 있다. 구미의 신문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고급지와 대중지가 서로 구별되어 성장을 해왔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동아일보는 창간당시부터 '민중의 표현기관', '민주주의의 지지' 등을 사시로 내걸고 정론지적 전통을 강하게 때며 성장해 왔기 때문에⁴⁶⁾,고급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광고시장에서 제한된 독자수를 가지는 고급지는 광고주의 충분한 후원을 받기 어려웠고, 광고수입의 감소는 신문기업 경영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신문의 성격에 관한 이러한 논의는 "고급지적 방향을 견지하되 대중적이어야 한다."⁴⁷⁾는 애매한 결론으로 끝을 맺었고, 여타의 신문들도 이러한 방향으로 신문을 제작해 나가게 되었는 바, 오늘날 우리의 신문은 소위 '종합일간지'의 성격을 띠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의 일간신문들이 이처럼 대중적 성격을 강하게 띠면서, 비슷한 체제와 내용으로 신문을 제작함에 따라, 부수를 증대시키기 위한 판매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될 수 밖에 없었다. 각 신문사들은 무가지의 장기제공, 구독료의 할인, 자매지 및 기타 출판물의 무료제공 등의 행위를 계속하였고, 보급소에 대한 인력과 인건비 지원 등도 확대되었다⁴⁸⁾. 신문협회는 신문사들간의 이러한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월정 구독료 등에 대해 카르텔을 형성하였지만, 그것은 표시적 카르텔에 불과할 뿐 실제적으로는 자유경쟁을 계속해왔던 것이다⁴⁹⁾.

이러한 상황에서 1974년3월에는 중앙일보가 신문발행부수를 공표함으로써, 새로운 경쟁이 이러나기 시작했다⁵⁰⁾. 각 신문사는 자사신문이 최대의 발행부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서로 '백만부 돌파'니 '최대의 부수' 등의 근거없는 주장을 남발하였는데⁵¹⁾, 이는 각 신문기업이 부수의 확장에 얼만큼 혈안이 되어 있었던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6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규모의 팽창에 따라 광고비가 급증하던 시기에 신문기업은 광고수입을 증대시키기 위해 밖으로는 상업 텔레비전젼과, 안으로는 신문기업 상호간에 격심한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신문기업들은 광고매체로서 자사 신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발행부수 확장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는 자연히 신문으로 하여금 선정주의를 그 수단으로 이용하도록 만들었다⁵²⁾. 한국 신문의 선정주의에 대한 비판이 60년대 이후부터 제기되기 시작해, 70년대에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⁵³⁾, 1979년 한국 신문 연구소가 조사한 70년대 한국언론인의 의식구조에서도 신문기자 자신들이 한국 신문의 선정주의적 경향을 인정했다⁵⁴⁾는 사실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선전주의는 기법상 내용과 형식으로 구분해 보는 것이 타당하다⁵⁵⁾. 즉 그것은 기사의 성격·내용·방향·가치관 등을 다루는 편집의 내용적 질적 차원과 제목·사진·만화·컷 사용 등의 편집체제적이고 형식적인 차원에서 따져질 수 있는 것이다⁵⁶⁾.

그동안 신문의 선정주의는 주로 내용적인 측면에서 고찰되어 왔고, 한국 신문의 내용에 있어 선정주의가 강화되었음이 지적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신문의 내용면에 있어서의 이러한 선정주의는 상대적인 의미에서 다른 선진국의 경우에 비해 심한 편은 결코 아니라는 것 또한 지적되고 있다⁵⁷⁾. 이는 한국 신문이 전통적으로 정론지적 성향을 띠며 성장해 왔고, 고급신문을 지향해 왔던 데에 기인한다 할 수 있다. 상업주의를 표방하고 창간된 신문조차도 고급지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한 성격을 잘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⁵⁸⁾.

이러한 결과 각 신문은 형식적인 면 즉, 편집의 체제면에서 독자의 흥미를 끌고자 노력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의 탈바꿈이다. 이러한 현상은 60년대 말,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문의 '종합편집화'와 더불어 나타나 현상으로 각 신문은 이와 같은 방향으로 신문을 앞다투어 제작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⁵⁹⁾. 이는 이 시기를 지나면서 신문의 지면구성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6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각 신문사에서는 편집진과 광고진의 상호협조를 위해 편집·광고 협의위원회가 발족하게 되었다⁶⁰⁾. 각 신문기업은 광고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광고주와 거의 계약없이 직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⁶¹⁾, 광고주가 원하는 지면과 광고의 위치를 되도록이면 제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기사면의 변형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때에 편집진과 광고진은 위와 같은 협의기구를 통해 지면구성을 새로이 하는 것이다.

이처럼 각 신문기업은 경쟁적인 상황에서 최대한의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신문지면의 구성에 많은 변화를 추구해 왔던 것이다. 이제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들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