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한국 신문기업의 성장과 그 특성
1983년 한국 최초의 근대적 신문이라 할 수 있는 한성순보가 탄생된 이래, 일제의 한일합방 후10년간의 무신문기를 제외하고도 한국의 신문은 어언1세기의 역사를 지니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신문의 성장과 변천을 시기별로 갈라볼 때, 여러 가지의 견해와 분류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구한말과 일제시대, 해방직후, 정부수립 후의4기로 나누어 볼 수 있겠으며1), 해방 후의 신문도 최준과 박유봉이 제기하고 있는 바와 같이 혼란기(1945. 8. 15-1948. 정부수립전)와 정착기(1948-1960) 및 자유기(1960-1961), 그리고 오늘날의 현대언론으로 세분해 볼 수 있을 것이다2).
이하에서는 신문이 이러한 시기를 거치면서 어떻게 성격변화 해왔는가를 주로 기업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와 아울러 신문광고의 발전과정도 고찰해 보도록 하겠다.
1. 한국신문의 전통적 특성
(1)구한말의 한국 신문
구한말의 신문현상은 한성순보와 한성주보의 관보성 중심의 단순한 보도기능의 제1기 현상과 독립신문, 매일신문으로 이어지면서 지도기능을 강하게 풍기는 제2기 현상, 그리고 황성신문, 제국신문, 대한매일신보, 만세보, 경향신문 등의 저항기능이 비교적 우세했던 제3기적 현상으로 나타난다 할 수 있다3). 이 당시 신문과 신문인들은 서구의 근대문화를 흡수·도입하는데 앞장섰으며, 국민개발과 민권사상의 고취, 나아가서는 자주독립과 국권회복을 위해 노력하였던 것이다4).
따라서 독립신문 이후 민간지들은 비록 사적 소유형태를 취하고 있었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지도 않았고, 국민의 대다수가 문맹이며, 경제적으로도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반 봉건적 상황에서 신문의 기업적인 경영은 생각할 수 없었다5). 또한 이들 신문은 일정 자본이 없이 황실의 재정지원이나 우국지사들의 헌금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경영상의 영세성을 면할 수 없었다. 또한 광고는 독립신문 당시부터 실려 신문경영에 한 몫을 차지하기는 했으나 경영에 크게 도움을 주지는 못했고, 신문대금 또한 체납자가 많아 적자를 면하기가 어려웠다6).
신문을 바라보는 사회적 자세도 신문을 하나의 기업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지사들이나 지도자들이 모인 민족운동이나 구국운동의 기관에서 만드는 사회적인 공기로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7).
(2)일제시대의 한국 신문
구한말 약50가지나 되는 신문을 가졌던 한국의 언론계는 경술국치, 한일합방으로 민족지의 암흑시대를 맞게 된다. 1910년에서 1920년에 이르기까지 약10년동안 총독정치와 언론정책으로 인해 민족지들은 모두 사라져 가고 대신 그들의 기관지인 일문판 경성일보, 국문판 매일신보, 영문판 서울 프레스의3가지만이 남게 되었던 것이다8).
이러한 암흑기를 거쳐 1920년 민간신문들이 다시 등장하게 되는 바, 맨 먼저 조선일보가, 이어서 동아일보, 시사신문이 창간됐다. 이 신문들은 구한말의 신문에 비해서 직원의 수나 자본규모에 있어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고, 기업의 형태도 주식회사 형태를 갖춤으로써 외형상으로는 근대적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9).
한국 신문은 이 시기를 계기로 지난날의 애국적·문화적 운영형태로부터 탈피, 점차 상업성을 띠기 시작한다10). 특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신문사 주최의 사업홍수를 이루는 한편 치열한 증면경쟁과 사옥 경쟁을 벌이는 민간신문의 쟁패기에 돌입하게 되며, 신문지 면도 10면에서 12면으로 늘면서 학예면, 오락면의 지면이 확장되었다11).
그러나 민간신문의 경영상태는 예외없이 적자였다. 동아일보는 확고한 재단과 독자의 확보로 재정면에서는 그나마 순탄한 길을 걸어 왔으나 조선일보와 시대일보 등은 새로 재벌이 들어섰다 하면 얼마 못가서 재정난에 허덕이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했다12).
이 당시 신문들에 게재되던 광고는 신문경영에 일익을 담당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아직도 미미한 것이었다. 동아일보의 1921년10월1일부터 1938년9월30일가지 17년간의 결산을 보면 광고 수입의 비율은 최하 31%에서 최고 65%에 이르고 있다. 또한 게재된 광고도 국내 광고 보다는 동경, 오오사까 등지와 일본 광고가 점차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고, 광고 요금도 매우 저렴했다13).
이처럼 일제하 민간지들은 외형적인 면에서는 근대적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었으나 실제 경영면에 있어서는 아직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3)해방 직후의 한국 신문(1945. 8-1948.8)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더불어 언론도 자유를 맞이하면서, 많은 신문들이 앞을 다투어 발행되었다. 이 시대의 언론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대립투쟁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정론언론이 크게 대두하였다14). 특히 좌익측은 치밀한 조직력의 발동과 함께 출판노조를 장악하여 조직과 선동력을 집중적으로 발휘했다15). 따라서8.15 해방 이후 이 땅의 언론계는 수적으로 우세했던 좌파지들이 완전히 주도했고, 우파지는 이에 대항하는 형식으로 좌·우 양파지가 다같이 철저한 정론지였다16).
한편 이 시기에 있어서 신문은 기업으로서 독립적 경영을 한 것이 아니라, 어느 하나의 정치세력이 생기면 거기에 몇 개 신문이 따라서 생기고, 어느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있으면 그를 대변하는 신문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인쇄시설 등의 빈약함과 용지의 기근 현상에 따른 생산비용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의 신문은 주로 구독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즉 특정 정치세력의 기관지임을 표방하고 나선 일부 신문들은 일절 광고를 싣지 않고 구독료나 모금에 의해 신문을 발행하였고, 광고를 게재한 대부분의 신문들도 광고 수입보다는 구독료 수입에 의존하였다17). 이는 다음과 같은 동아일보의 수익구성표에서 보듯이 일제하보다 광고수입의 비율이 오히려 줄었다는 점에서도 잘 나타난다 하겠다.
(4)이승만 정권하의 신문(1948-1960)
해방직후 좌·우익의 대립으로 혼란했던 한국의 신문계는 1948년8월 이승만 정부가 수립되면서 반체제 신문들이 제거되기 시작함에 따라 정돈이 되기 시작했다. 즉 정부의 단호한 언론단속으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이승만 정권을 비판하던 신문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성신문, 경향신문 등이 언론계의 새 주역으로 등장하게 되었다18). 또한 이 시기의 신문들은 종합보도지로 편집의 체제를 바꾸어 신문의 다양성을 살려갔고, 좌우익의 극한적 대립에서 여야의 대립으로 보도 논평의 방향이 전환되기 시작했다19).
한편 한국 신문이 기업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발발한6.25동란은 언론계에 더할 수 없이 큰 타격을 주었다. 따라서 동란직후 신문들은 대부분 시설부족, 용지난, 신문사 직원의 부족 등으로 다시 타블로이드 판2면 제작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신문의 발행부수도6.25동란 전보다 후퇴함으로써 경영상 많은 압박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휴전 이후 신문은 여당지, 야당지, 중립지의 정치적 성향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성장해갔고, 이에 따라 신문의 발행부수도 1956년에 들어가서 10만부를 돌파하는 신문들이 나타나6.25 동란 전의 수준을 회복하게 되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각 지의 발행부수는 증가되어 갔다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기업의 재정적인 어려운은 여전했고, 광고수입도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동아일보의 광고 수입비율은6.25 동란 전보다 감소해서 50년대 후반까지 20%내외를 차지하고 있을뿐이었다21). 이러한 상황에서 1954년6월에 창간된 한국일보는 한국 신문광고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은행가 출신인 장기영사장은 광고수입을 통해 용지료를 충당하겠다는 계획하에 광고의 획득에 전력을 다하게 되었음을 당시의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22). 또한 편집의 체제도 정치일변도의 기사중심에서 오락, 해설, 소개 등에 지면을 할애하는 등 상업지적인 성격을 뚜렷이 드러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당시 언론계의 주류를 이루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한국신문의 정론지적 전통은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었고, 신문이 대량의 광고획득과 독자확보를 하기에는 아직 사회 경제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60년대 이후의 한국 신문
(1)5.16 군사 쿠테타와 언론정책
1)4.19 직후의 언론상황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은4.19혁명에 의해 붕괴되고, 이러한 과정속에서 신문은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했다. 한편4.19는 흡사8.15직후 똑같이 언론의 자유를 구가하는 시대를 만들었다. 허정 과도정부는 종래의 허가제를 폐지하고 등록제로 환원, 신문의 자유로운 발행을 허용하였다. 이리하여 신문, 통신 등 각종 정기 간행물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는바, 당시 등록된 일간신문만도 115개에 달하게 되었다23).
그러나 이러한 신문사 중에는 아무런 시설도 없이 간판만 걸고 행세하는 가짜들이 많았고, 쏟아져 나온 신문과 통신 등이 보도면에서 신중과 절제를 결여한 언론의 무책임성을 드러내면서 여러 가지의 폐단을 노출시키게 되었다24). 이러한 현상은5.16이후 군사정권에 의해서 정리의 대상이 되었으며 한국 신문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2)군사정권의 언론 정책
4·19이후 혼란스러웠던 사회상황 속에서 1961년5월16일 쿠테타에 의해 정권을 장악한 군사정부는 1962년6월 새로운 언론정책을 공표했다. 이 언론정책은5개항의 '기본방침'과20개항의 '세부방침'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성격을 '기본방침'과 '세부방침'으로 연결시켜 파악해보면 다음과 같다25).
첫째, 군사정부는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책임을 강조하여, 통신사의 자진통합, 신문윤리위원회의 기능강화와 확대, 기사의 윤리성에 대한 엄격한 자율적 통제 등을 제시했다.
둘째, 군사정부는 기존 언론인의 품위와 자질에 대한 부정적인 경해에서 출발, 언론인으로서의 품위와 자질을 시급히 향상시킨다고 표명했다.
셋째, 군사정부는 언론을 하나의 기업으로 파악하고 언론기업의 육성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러한 방침하에 실력이 없는 업체의 자진 정리 권장, 신문기업의 육성을 위한 자금 융자 등 최대한의 지원과 편의 제공, 종업원에 대한 합리적 보수 기준 마련, 신문용지와 원목의 수입관세 인하, 신문기업의 육성의 위한 세금 등 광범한 지원방안을 제시했다.
넷째, 군사정부는 보도 위주의 지면제작으로부터 교양위주의 지면 제작을 유도하고, 조·석간제를 단간제로 고칠 것을 천명함으로써 편집권에 대한 중대한 전환을 예고했다.
다섯째, 군사중부는 언론정화의 원칙으로서 언론인의 과거를 일체 불문에 붙이되, 언론인의 새로운 부정과 비행은 의법조치한다고 천명했다.
군사정부는 이러한 언론정책의 제시와 함께 강온 양면 정책으로 언론을 통제하게 되는 바, 한국의 신문들은 이 시기를 계기로 기업적인 변화를 하며 오늘에 이르게 된다.
(2)60년대 이후 신문 기업의 변화
1)상업주의의 대두와 제도 언론화
서구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의 신문은 1896년 독립신문이 창간된 이래 오랜 세월을 정치성으로 일관해 왔음은 이미 살펴본 바와 같다. 즉 구한말 신문은 민족의 계몽지로서 출발해 정론을 발휘했으며, 조선·동아가 창간된 1920년대 이후에도 정론을 기조로 한 전통은 그대로 계승되었고, 해방 이후에도 한국의 신문의 정론지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한국 신문에 있어 상업주의가 움트기 시작한 시기는 1950년대라고 할 수 있다26). 6.25 동란 이후 미국의 자금원조와 함께 휩쓸려 들어온 서구의 생활패턴은 기형적인 모습으로나마 한국에 급속도로 정착해 가기 시작했다. 50년대 한국 상업주의 신문의 대두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현상이 바로 한국일보의 창간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일보는 생활주변의 잡다한 읽을 거리와 독자의 흥미에 영합하기 위한 퀴즈 등의 서어비스 페이지를 게재하였는데, 이상우는 이와 같은 편집정책이 당시 한국일보의 급속한 발행부수의 신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고 있다28).
그러나 50년대까지 신문의 상업주의는 부분적인 현상으로만 나타났을 뿐 대부분의 신문들은 아직 정론지적 특성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제 60년대를 지나면서 한국 신문은 급속한 변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의 신문기업은 무엇보다도 사세확장을 위해 출혈경쟁을 감행하며 광고수입을 올리기 위해 분발하고, 본지 제작 이외의 사업에 파고들게 되었다28). 즉, 이 시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언론은 급속한 상업화의 길을 걸었으며, 센세이셔널리즘과 쾌락주의·소비주의에 치중하는 등 보도경향에 있어 큰 후퇴가 있었던 것이다. 광고수입이 재정의 근간이 되면서 광고주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많은 독자를 가져야 하며 대중의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보도정책마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으로 바뀔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상업주의에 물든 언론은 환경감시, 국민 기본권의 보호 등 본연의 공적 임무는 도외시하고 기업적 이윤추구만을 지상의 목표로 삼게 되었다고 추광영은 지적하고 있으며29), 이는 한국 신문의 급격한 성격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신문의 독점화와 대기업화
군사정부에 의한 언론정책은 신문발행에 엄격한 기준을 두어 상당규모의 기업인이 아니면 도저히 신문을 발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 즉, 이 언론정책은 고성능 윤전기를 비롯해 신문발행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혀, 당시의 자본으로도 수십억원의 자본이 없이는 신문을 발행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신문발행의 자유는 허용하고 시설 기준을 엄격히 규정한 결과, 사실상 몇몇 기성 신문만 명맥을 유지하고 새로운 언론의 출현은 사실상 봉쇄되고 말았던 것이다30). 실제로 일간신문의 경우5.16이전에 115개가 존재하던 것이5.16 군사정권의 언론기관 정비조치 이후 대폭적으로 감소하여 39개만이 남게 되었고31), 1979년에 이르러서는 32개로 감소되었다32).
한편 박정희 정권은 이러한 정책과 아울러 신문기업에 각종 특혜 조치를 부여하였는 바, 용지의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했고, 기업 자금을 융자해 주었고, 각종 허가제도, 차관도입의 방법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주었다33). 이러한 정부의 경제적 후원을 바탕으로 하여 한국의 신문기업은 60년대를 지나 70년대를 거치면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일간신문의 총 발행부수는 1962년150만부에서 1979년까지4.3배의 양적 신장을 기록, 649만6천부로 증가하였으며, 인구1천명당 보급부수 역시 같은 기간 동안 57부에서 173부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양적 증가는 발행부수에 있어 연평균 25.5%, 인구1천명 당 발행부수는 연평균 17.0%의 신장율을 보여 주고 있다.
한편 일간 신문의 보급부수가 이처럼 증가하는 가운데, 신문사 당 평균 보급부수도 급속히 증가하였다. 이는 곧 일간신문의 독자시장 확대를 통한 대기업화와 언론기업의 집중·독점화 현상을 반영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34).
또한 언론기업은 60년대 후반부터 잡지류의 인쇄매체 발행을 독점하고, 신문과 방송을 통합 소유하여 경영하거나, 방계기업으로 빌딩, 호텔 등을 운영하는 등 다각 경영을 통해 대기업화를 도모해갔다. 언론의 대기업화는 1979년도에 중앙 매스컴이 한국 전체 기업 중에서 150위, 동아일보는 전국의 법인 가운데 62위의 고위 납세자였다는 사실, 그리고 조선일보가 1982년도에 전국 80위의 고위 납세 법인이었다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35).
이상에서 보듯이 자유당 말기까지만 하더라도 중소기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던 신문기업은 1960년대를 지나면서부터 정부의 경제적 혜택 아래 대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길을 걸었던 것이다36).
3)경영과 편집의 관계 변화
신문기업이 상업주의적 속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업의 이윤추구에 전력을 다하게 되자 신문기업의 경영진과 편집진 사이의 관계 또한 변화하기 시작했다. 최초로 신문이 출현했을 때 신문은 경영과 편집이 일체가 되어 국민 계몽, 외세에의 저항이라는 강한 정론성을 발휘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가 창간되면서 경영과 편집의 분화가 시작되기는 하지만, 해방 이후 제2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양자간의 대립은 드러나지 않았다37).
그러나 60년대를 지나면서, 한때는 사원들의 동지적 결함으로 이룩되던 신문제작이 대기업화되자 운영의 합리화를 위해 사원간에 상하위계 질서가 생기고 기자들의 샐러리맨화가 가속화 되었다38). 이러한 결과 발행인과 편집인 협회의 태도에 대한 편집협회 및 기자협회의 반대의사 표명이 그것이다39). 또한 1967년 발생한 경향신문사 사원의 '경영자 배척운동'과 이에 맞서는 경영자측의 '인사 파동'은 경영과 편집권 사이의 갈등을 단적으로 노출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40).
그러나 이러한 대립과 갈등은 신문기업이 점차 대기업화의 길로 성장해 나가면서 편집권이 경영주에 복속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는 바, 60년대 후반부터 언론인들은 "신문이 편집인의 손에서 떠났다."고 한탄하였으며, 편집권의 '연탄개스 중독론'도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41). 이처럼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경영주의 노력은 편집권의 침해와 간섭으로까지 확대되어 신문의 지면제작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제 신문의 편집은 밖으로 정치 권력의 압력뿐만 아니라 안으로 소유자나 경영주의 압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3. 신문광고의 성장과 신문기업
60년대 이후 한국의 신문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있어서의 결정적인 재원은 광고수입이었다42). 즉 이 시기 신문기업의 성장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특히 신문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광고의 증대, 곧 신문기업의 시장확대와 더불어 이루어진 것이었다43). 이에 아래에서는 이 시기 광고 환경의 변화, 즉 사회경제적 변동과 신문광고의 성장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60년대 이후 사회·경제 변동과 광고
한국 사회는 1960년대 이후 약20년간에 가히 '격변'이라고 할 사상 최대의 변동을 경험하였다. 이 변동의 폭은 우리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분야에 걸치는 포괄적인 것이었고, 질적인 면에서도 구조적 변혁을 동반하는 심층적인 것이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볼 때 박정희 정부가 주도한 경제적 노력은 외형적으로 성공을 거두어4차례의 경제개발계획(1962-1978)을 통해 각각7.7%, 10.5%, 10.1% 그리고5.8%의 경제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이 기간동안1인당GNP도 연평균6.9%로 성장하여 세계은행이 세계 개발 보고서에서 언급한 125개국 중에서6위의 높은 성장율을 보여주고 있다44).
이러한 경제의 고도성장과 더불어 나타난 한국사회의 커다란 변동중의 하나는 인구이동에 의한 대도시화라 할 수 있다. 한국은 60년대에 이르러 급속히 진행된 도시화에 의해 전통적 농업사회로부터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러한 도시로의 인구이동은 도시의 규모가 클수록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특히 서울의 경우는 전 도시의 순 인구 이입량의 60%이상을 독차지 하였을 뿐 아니라, 변두리 지역, 교외 지역, 위성도시 인구의 급성장으로 1970년까지는 거대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45).
이와 같은 경제성장과 도시화는 60년대 이후 기업의 성장과 시장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시기를 경과하면서부터 한국기업의 국내 광고비도 급속히 확대되었던 것이다. (표2-5)에서 보듯이 1970년도의 국내의 총광고비는 127억원으로 GNP의0.47%를 차지하던 것이 1978년에는 약1,699억원으로 증가, GNP의0.74%를 차지하였고, 이러한 성장추세는 계속되어 1984년 이후에는 GNP의1%선을 상회하여 총광고비가1조원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편, 한국의 경제성장은 제조업에 의해 주도되었는바,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농업국의 면모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은 경제개발계획의 실행을 통해 농림수산업 등의1차산업이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저하되고, 광공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증대되었다46).
이러한 현상은 (표2-6)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산업별 소득 구성비에 있어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2년9.1%에서 34.2%로 증가했다47). 제조업에 있어서의 이러한 성장은 국내 광고의 성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 바, 1979년도의 경우를 보면, 산업별 광고선전비에 있어 제조업이 압도적으로 많은 액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2-7참조)
이상에서 보듯이 한국은 60년대 이후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급격한 구조적 변동을 겪으며 성장해 왔고, 광고도 이러한 변화추세에 다라 양적·질적인 면에서 엄청난 변화를 보여주었다. 광고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광고의 주요매체인 신문에도 나타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신문의 경영에도 또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던 것이다.
(2)신문광고의 성장과 그 영향
1)신문광고의 양적·질적 변화
한국에서 미디어 광고가 본격적으로 선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부터였다48). 물론 독립신문은 이전인 1886년2월22일자 한성주보에 순한문의 외국 상사의 상업광고가 게재되었던 사실이 있으나, 같은 해8월까지만 광고가 게재되었고 그 뒤에는 광고가 게재되지 않았다49). 결국 판매촉진에 한 수단으로서 현대적 광고는 독립신문으로부터이며, 당시 독립신문은 국·영문판으로 시작, 1, 2면은 광고에 할당, 국문과 영문광고를 함께 실었으며, 대부분의 광고주는 외국 무역상이었다50). 일제치하에서 동아·조선 양대신문이 광고를 싣기는 하였지만 광고는 신문경영상 미미한 역할을 했고, 대부분의 광고주 역시 일본 상사와 일본 상품 제조업자였음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다.
또한 해방 이후 한국에 수많은 신문들이 존재했으나 신문이 광고매체로서 충분히 활용되기엔 사회·경제적 여건이 성숙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신문경영에 있어 광고의 비중은 별로 크지 않았다. 한국일보가 창간되고 195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차츰 광고가 판매촉진의 수단으로 인정받게 되어 신문광고는 그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신장을 보이기 시작했으나, 1961년5.16 군사 쿠테타에 따른 정치적 변화로 인해 신문업계는 커다란 변혁을 맞이하게 되었고,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동을 반영하면서, 신문광고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60년대 이후 국내 광고비가 급속히 신장되는 가운데, 신문광고비도 확대의 길을 걸어왔다. 1968년에서 1984년 기간에 신문광고비는 41억원에서2,582억원으로 약60배 이상의 신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체 광고비에서 신문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당한 정도의 감소를 보이긴 하였으나, 35%에서 40%선을 유지함으로써 주 광고매체로서 신문의 위치를 고수해 나가고 있다.(표2-8참조)
박정희 정권에 의해 1962년부터 추진된 경제개발계획과 이에 따른 외자의 도입은 수많은 새로운 기업을 탄생시켰고, 새로이 탄생된 기업에서는 새로운 제품이 생산됨으로써 이를 위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점이 바로 신문광고를 발전시켜줄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서구의 경우 신문들은 늘어나는 광고를 보다 많이 흡수하기 위해서, 자유로운 경쟁 체제하에 증면경쟁을 벌여왔다. 이러한 경쟁과정에서 광고주의 외면을 받거나, 충분한 광고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신문들은 늘어나는 생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하거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 했다51). 따라서 서구의 신문들은 이미 오래전에 수십 페이지가 넘는 지면을 보유하고 많은 양의 광고를 게재해 왔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외국과 달리 신문 발행인 협회의 자율규제에 의해 신문 발행면 수의 자유로운 증감이 허용되지 않았다. 1961년5.16쿠테타 이후 단일 신문사의 조·석간제가 페지된 후 조간 신문 석간신문 모두 일8면, 주48면 이상의 발행이 불가능하였고51), 신문발행인 협회의 규제에 따라 신문의 주당 면수는 1970년48면으로 증면될 때까지 대략 36면을 유지해왔으며, 70년대에도 신문면수의 변동은 보이지 않았다.
위의 (표2-9)에서 보듯이 한국 신문의 발행면수는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변동없이 유지되었다. 따라서 고정단수제를 택하고 있는 광고지면도 크게 증가할 수 없었다. 다만 각 신문사의 광고물량에 따라 다소의 증감은 있을 수 있으나 그 변동되는 지면의 양은 한계가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대 이후 신문광고비가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신문광고 요금의 인상에 기인한 바 큰 것으로 광고업게에서는 지적하고 있다53).
신문광고료의 산정기준은 여러가지이다. 그 중의 하나는 지면의 넓이이며, 그 외에도 지면상 광고의 위치와 색도, 공무에 관련된 특수조건의 유무 등에 따라 달리 산정된다54). 이 중 지면의 넓이에 따른 광고료율을 보면, 영업광고의 경우 요금표상에1단1cm당 단가가 정해져 있다. 한국 신문의 경우 광고물량의 증대와 함께 광고단가의 지속적인 증대가 이루어져 왔는데, 중앙지의 경우 1971년에서 82년사이에 영업광고1단1cm의 요금 15배에서 최고 30배가량 인상되었다. 이와 같은 광고요금의 인상은 신문지면이 제한된 상태에서 광고수입의 증대에 커다란 역할을 해왔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높은 광고요금으로 인해 중소규모의 기업은 신문을 광고매체로 이용할 능력이 부족함으로 해서 점차 신문광고 지면이 대기업에 의해 독점화 내지는 과점화 되는 경향이 생기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문광고의 주종을 이루어 온 의약품류의 광고가 1960년대초에는 전체 신문광고 중28-35% 이상이었으며, 영화광고는 국내외영화를 합쳐 약25%이상이었으나55) 1969년도 합동광고 11월호의 일간지의 업종별 광고량 통계를 보면 제약광고는 전체의 14%정도로 쳐졌으며, 영화광고 역시 15.5%정도로 대폭 감소되었다. 또한 1960년대 초 종합 일간지 광고량의 10%를 상회하던 안내 광고량은1970년대에 현저히 감소되어 소시민, 소상인들의 신문광고 이용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56).
안내광고는 신문광고 중1단1cm당 단가에 있어서 가장 저렴하며, 영업광고는 안내광고 요금보다 두 배 이상 비싸고, 공고류의 임시광고는 가장 비싸서 영업광고의 두 배에 이르고, 특히 법정공고는 영업광고의4배에 해당한다57). 따라서 60년대 후반 이후 안내광고의 감소현상과 함께 임시광고의 증가, 예컨대 특히 경제발전에 따른 기업체의 모집공고와 부동산 경기에 따른 부동산 광고 등의 증가는 신문광고비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58).
또한 60년대 이후 급속히 성장한 제조업 부문 중 중화학 공업 부문은 소비재적 성격을 지닌 가정용 생활용품 및 자동차 등에서 가장 커다란 신장을 보여 주었는데59), 이의 영향은 신문광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지적한대로 60년대 후반, 70년대를 거치면서 의약품광고와 영화광고는 점차 감소되고, 일반 가정용품 특히 가정제품의 광고가 급상승하였다. 이러한 업종의 광고단가는 영화나 의약품 등의 광고단가보다 비쌈으로해서 신문기업의 광고수입증대에 많은 기여를 하였던 것이다. 60년대 이후 신문의 주요 광고주의 변천 경향을 살펴보면 (표2-11)과 같다.
이상에서 보듯이 60년대 이후 한국의 신문광고는 경제발전에 따른 광고물량의 증대와 지속적인 광고요금의 인상, 그리고 광고업종의 변화에 힘입어 급속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이 기간 동안 유류파동에 의한 경기의 침체, 타매체와의 경쟁 등 광고비 신장에 많은 장애요인이 있기는 하였으나, 80년대에도 신문광고비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러한 신문광고비의 증대는 다음 항에서 보듯이 신문기업의 성격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2)광고 수입의 증대와 신문기업 경영의 변화
60년대를 지나면서 신문광고비가 급성장함에 따라 신문기업의 수입에서 광고수입이 차지하는 비중도 자연히 커지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발행 부수를 공표하지 않는 것과 같이 판매 수입과 광고수입의 비율도 공사하는 기관이 없어서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려우나, 각 신문사가 발표한 집계를 살펴보면, 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광고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0%내외에 불과했고, 그 액수도 커다란 것이 되진 못했다60).
그러나 60년대 후반을 지나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신문광고 수입은 급속한 확장의 길을 걸어왔다. 중앙일보의 경우 66년엔 40%에 불과하던 광고수입이7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50%이상을 안정적으로 차지하게 되었고, 84년엔 약73%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림2-1참조) 우리나라 신문의 이와 같은 광고수입 비율은 일본의 광고수입 비율이 60년대 중반이후 일정하게 60%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높은 것이라 할 수 있다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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